제목이 궁금한 분들이 계실 것 같아요. 먼저 답을 할게요. 이 책은 3-7세를 '그 시기'로 놓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3-7세 아이는 부모가 말하는 대로 말하고, 행동하는 대로 배우며 자란다고 해요. 그들에게 좋은 인성을 갖게 해주기 위해서는 부모가 좋은 인성으로 아이를 안아주어야 하며 공부하기를 좋아하는 아이로 키우고 싶다면 아이가 궁금해 하는 것을 함께 알아가면 된다고 했어요.

제목이 좀 세서 긴장하신 분들 계실지 몰라 하는 얘긴데요. 부모자식 간에 중요하지 않은 시기가 어딨겠어요. '결정적' 이란 단어를 굳이 쓰신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정서발달, 인성교육에 있어 결정적인 시기가 있다는 건 이제 누구나 다 아는 상식이죠. (0-3세, 만 3-6세) 그 시기에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걸 알려주고 있어요. 혹 놓쳤다고 해도 아이는 우리에게 많은 기회를 주니까 낙담 말아요. 이 책은 저같은 초보엄마에게 "오늘도 열심히 육아 해야겠다!"  와 같은 즐거운 동기부여를 주는 책입니다.

 

 

3-7세, 인간으로서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적 능력과 인성의 기초를 세우는 시기이다. 우리 아이가 바로 그 시간을 지나고 있다. 한순간 한순간이 정말 소중하다.

 

 

 

아이가 갓 4살이 되어 더 몰입하여 볼 수 있었는데요. 이 시기를 지나고 있는 다른 아이들의 사례를 보며, 우리 아이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안도감과 평범한 부모의 저들 나름대로의 대처법을 보며 묘한 위로를 받기도 했습니다. ('당신이 이상한 게 아니다!' 란 말을 직접적으로 하진 않았지만, 자연스레 그런 생각이 들더군요.) 뒤이어 따라오는 전문가의 조언과 철학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임숙 - 엄마가 놓쳐서는 안될 결정적 시기


내가 하는 말과 행동, 그리고 표정 및 분위기는 아이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 육아를 하는 부모님들 귀에 이제는 딱지가 앉을 정도로 수없이 들어왔던 그 사실을 이 책은 몇 번이고 인지시켜 줘요. 문제행동을 하는 아이들의 이면을 들여다보면, 아이가 아니라 그 행동을 먼저 한, 혹은 하도록 만든 부모가 먼저 있었음을 알게 되는데요.

<금쪽같은 내새끼>만 봐도 그래요. 문제행동을 한답시고 보여주는 아이들의 화면이 끝난 후 전문가는 부모가 그 부모에게 받았던 어린시절 양육방식을 돌아보게끔 하잖아요. (물론 모든 상황이 다 그런 건 아닙니다만 높은 확률적으로)

책 속에 이런 일례가 있었습니다. 아이가 자꾸만 동생을 때린다는 거예요. 부모가 하지 말라고 말리면 아이는 왜 말리느냐고 억울해 하고요. 이런 아이는 도대체 어떻게 키워야 할 지 모르겠다며 부모가 전문가에게 고민상담을 하러 온 겁니다.

알고보니 문제행동을 한 아이가 동생을 때리기 전, 잘못을 하면 그 부모는 아이를 때리고는 했더군요. '잘못을 하면 맞아야 한다' 는 잘못된 이념이 각인 되어 본능에 가까운 액션을 취했을 뿐인데, 나는 왜 동생이 내 블록을 무너뜨린 것을 보고도 때리면 안 되는 거냐고 생각한 거예요. 이 사례를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건 과연 뭘까요?

 

 

인성을 가르치려면 우선 아이가 좋은 인성을 경험해야 한다.




먼저 우리 집을 돌아보았습니다. 제가 아이에게 주의를 주는 문제행동은 '물건을 던지는 것'이었어요. 여러 번 그러지 말라고 일러보고, 짐짓 단호한 투로 말을 해보기도 했지만 별 소용이 없었는데요. 그러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가 어릴 때, 저희 부부는 멀리 떨어져 있으면 종종 물건을 던져 받고는 했어요. 빨리 빨리 효율적으로 처리를 하고 싶으니까, 별 생각없이 했던 행동인데 아이가 따라할 수도 있을 거라는 사실은 미처 신경을 쓰지 못 했던거죠.

그 모습을 기억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혹시 엄마 아빠가 물건 던지는 걸 보고 따라한거야?" 아이는 그렇다고 대답했어요. "그런 줄도 모르고 엄마는 하지 말라고만 했네. 앞으로는 엄마 아빠도 안 던질게. 위험하니까 우리 물건 던지지 말자"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는 걸로 일단 상황은 종결이 되었어요. 하지만 개선이 될 지는 더 지켜봐야겠죠?

아이 앞에서는 찬물도 함부로 못 마신다는 옛말이 떠올라요. 누가 누굴 나무라요.
아이에게 좋은 인성을 가르치려면 가장 가까운 부모가 그런 인성을 가지고 있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가게에서 계산을 하고 나올 때 인사를 하는 부모의 모습, 어려운 사람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 부모의 모습, 말과 행동을 함부로 하지 않는 부모의 모습을 보고 아이는 자연스럽게 배울 거예요.

저는 개인주의 성향이 강한 사람인데 이 사실을 배우고 난 이후 특히 더 행동을 조심하고 있어요. 낯설고 불편하지만... 좋은 점도 있긴 합니다. 그간 어른이라는 이유로 아무도 내게 지적하지 않았던 행동을 '아이가 보기에 어땠을까?' 싶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거든요. 그럼으로써 내 자신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고요.

 


조금 다른 이야기도 해 볼게요. 여러분은 아이가 어떤 사람으로 자랐으면 하시나요? 인성이 바른 아이? 공부를 잘 하는 아이? 행복한 아이? 한 마디로 정의하기 어려운 질문이란 거 알지만요.

혹시 제가 말한 보기 중에 유독 내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 게 있지는 않았나요? '이랬으면 좋겠다' 싶은거. 저는 있어요.

저는 아이가 '행복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있죠, 얼마 전에 남편이 그러는 거예요. 아이가 남편이랑 있을 때는 규칙도 잘 지키고 해야 할 일도 완수를 잘 하는데, 저만 오면 땡깡을 부리는 아기로 변한다고, 너무 오냐오냐 하는 거 아니냐고 하더라고요. 지금은 괜찮지만 나중에도 괜찮겠느냐는 걱정 어린 말도 하나 더 얹어서요.

다른 게 부족해도 아이를 사랑만 해주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근데 아닌 것 같아요. 균형이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는 인형이 아니잖아요. 배우면 받아들이는 사람인데, 제가 너무 저 편한 육아를 했던 듯 해요.

남편이 제게 저 한 마디를 해주지 않았다면, 아래의 이 구절을 그냥 지나쳤더라면 아래와 같은 사단이 미래의 제게 일어났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아찔해요. 미리 알게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요.

 

가끔 상담실에는 아이를 키우며 성격만 중요시하는 파행적 모습에 회의를 느껴 공부보다 인성을 강조하면서 키운 아이와 부모가 찾아온다. 그런데 이상하다. 분명 아이에게 공부 스트레스를 주지 않고 자유롭게 키웠는데 왜 상담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생겼을까? 어릴 적부터 친구와 함께 즐겁게 놀고 자유로운 시간을 갖도록 배려하며 키웠는데, 아이는 왜 점점 친구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기고 알 수 없는 불안과 우울로 힘들어할까? 부모가 놓친 것이 있기 때문이다.


과유불급. 아무리 좋은 것이라 할지라도 뭐든 과하면 안 하느니만 못해요. 인성교육, 너무 좋은데, 필요한 거 아는데, 이 역시 '치우쳐지면' 이러한 문제가 충분히 생길 수 있어요. 아이가 다른 친구들을 만났는데 나만 못 한다는 소외감에 위축 되거나 자신감을 잃게 되는 모습... 상상만 해도 얼마나 마음 아파요.

그런데 동시에 저는 육아에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서요, 일부러 틀렸다고는 말하지 않았어요. 친구들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당당히 낼 수 없었던 경험을 통해 그 아이는 어떤 식으로든 한층 더 성숙해질 거라고 생각해요. 사람의 기질이 다 다르고, 각 집의 육아 방식이 비슷한 듯 해도 미세하게 다 다른데 어떻게 획일적인 결론이 날 수 있겠어요.

위 일례의 아이 이야기를 더 해 볼게요. 인성교육'만' 받은 이 친구가 외국으로 이민을 가게 되었대요. 낯선 나라 친구들은 이방인을 바로 친구로 받아들여주지 않았다고 하고요. 하지만 아이는 이미 한국에서 소외감을 느낀 바 있기 때문에 크게 상처 받지 않고 오히려 친구들과 더 잘 지내기 위해 노력 했다고 해요.

저자는 한 쪽으로 치우쳐짐은 좋지 않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하지만 이미 그렇게 되었다면, 헤쳐나갈 수 있는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주거나 아이를 믿어주어서 전화위복을 몸소 경험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어요.

 

아이 자신이 어떤 사람으로 자라고 싶어 하는가이다. 아이가 자신이 다양한 능력을 키워 가며 잘 자라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 인성만 강조하느라 아이가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을 소홀히 하다 보면 아이는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도, 아는 것도 별로 없다는 생각에 주눅 들고 위축된다. 나중에 어떤 모습으로 살게 될지 걱정되고 불안해진다. 부모는 절대 비교하며 키우지 않았다 해도 아이 스스로 자기도 모르게 또래 아이들과 비교한다. 이런 시간이 쌓이면 서서히 정서 면에서 문제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아이에게 기본적인 것들은 꼭 가르쳐야 합니다. 그리고 건강한 자존감을 갖고 살 수 있도록 작은 성취부터 큰 성취까지 경험하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도 가능하면 해주는 게 좋다고 봐요. 아이가 어리면 어릴수록 더더욱이요.

(하지만 부모는 신이 아니니까 모든 판을 다 짜줄 순 없죠. 그럴 때는 없으면 없는대로, 주어진 환경에서 아이가 실패와 좌절을 경험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듯 해요. 겪지 않았으면 하지만, 겪을 수 밖에 없는 삶의 필연적인 숱한 장애물을 헤쳐나가는 연습, 그 안에서 문제해결능력과 회복탄력성을 기를 수 있을테니까요.)

저는 아직 아이가 어려서 새로운 세계와 사람을 만날 수 있도록 나름대로 힘껏 길을 터주는 편이예요. 만일 아이가 힘들다거나 괴로워하면 이야기를 하고, 같이 손 잡고 나오고요.

길가에 핀 민들레 꽃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의 관심이 더 깊어질 수 있게 놀이와 스킬로 잘 이끌어 주는 것이 제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이 책의 제목을 한 번 더 떠올려 주시겠어요? 당연히 할 수 있는 데까지 해야합니다.

 

중요한 건 애착에 금이 가지 않아도 얼마든지 아이를 가르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배움이 노는 것 만큼이나 즐겁다는 사실을 깨닫게 도와야 한다. 즐겁게 배우는 아이는 힘든 공부도 해낼 수 있는 힘이 생기며 부모와의 좋은 관계를 평생 유지하고 발전시켜 나간다. 사춘기 아이가 문을 꽝 닫고 들어가 대답도 안 한다고 해서 아이 성격을 탓할 필요 없다. 아이가 성질이 못돼서 그런 게 아니다. 엄마가 자기 마음은 몰라주고 사랑을 핑계로 마음대로 휘두르니 괴로운 것이다.


아이가 네 살 밖에 안 되어 더 큰 아이들을 둔 부모들의 심정을 저는 잘 모르지만요. 네 살 아이는 아직까진 엄마가 뭘 하자고 하면 잘 따라와줘요. 그리고 어린 아이이기 때문에 놀이를 좋아하므로, 무언가를 놀이식으로 엮는 게 아직은 좀 쉽네요. 조금 더 큰 아이들의 경우 부모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부터가 다르겠죠? 하지만 태도가 달라졌을 뿐 마음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무언가에 호기심을 보이는 아이의 말을 흘려 듣지 않고 그것에 더 빠져들 수 있도록 준비를 해주거나 사고를 확장시킬 수 있는 질문을 던지는 것. 좋은 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 무엇보다 중요한 건, 사소한 것이라도 아이의 마음이라면 존중하고 수용하고 진심으로 귀기울여주는 자세라고 생각해서 나름 열심히 실천하고 있고요.

저희 집 이야기를 해 볼게요. 아이가 영어를 친숙하게 느꼈으면 해서 이것저것 많이 보여주고 있어요. 제가 준비한 영어 놀이를 아이가 치우라고 하면 반응에 따라, "재밌는 건데 그럼 다음에 같이 해보자" 며 치우거나 "그럼 엄마 혼자 해 볼게. 엄마는 하고 싶어서" 얘기하고 잠시나마 혼자 하기도 해요. 그럼 운이 좋은 날은 다가와주기도 하더라고요?

핵심은 강요하면 안 된다는 것. 제 철칙이예요. 저는 아이가 좋아하는 춤과 노래 그리고 대화로 노출을 시켜 주고 있습니다. 덕분이라고 해야할지 아이의 최애곡은 ABC송이에요. 자기가 아는 단어, 질문이 들리면 큰 목소리로 대답 할 줄 알고요.

(본격적인 언어 공부는 측두엽이 발달하기 시작하는 만 6세 이후에 이루어져야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바로 그 활동이 욕구를 채워 주는 경험을 하는 것이다. 친구 것을 빼앗기만 하던 아이가 친구에게 자기 장난감을 빌려 준 뒤 기분이 좋거나 칭찬을 받았다면, 아이 마음속에 새로운 사진이 저장되고 아이는 그 행동을 더 하고 싶어 한다. 힘들게 로봇을 만들었는데 완성하고 나니 아주 뿌듯했다면, 그 아이는 앞으로 더 멋지게 만들려고 노력한다. 우리 아이의 '좋은 세계'에 건설적이고 가치 있는 것들, 아이의 성장을 돕는 것들이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건 아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적용 가능한 삶의 지혜예요. 어떤 경험을 하고 그것이 좋은 기분이었다면 우리는 그 행동을 또 하고 싶을테죠. 아이에게 배려를 가르치고 싶다면 배려를 하고나서 기분이 좋아지는 경험을 하게 해주세요. 그 후는 시키지 않아도 할 거예요.

사람은 머리보다 몸으로 부딪혀 알게 되는 일을 더 오래 기억하지 않나요? 뜨거운 걸 만져 몸이 놀란 기억은 평생 그가 뜨거운 불을 조심하도록 만들어요. 그리고 그건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왜?' 라는 의문이 끼어들 수가 없죠. 내가 겪은 것이기 때문에 그저 받아들일 수 밖에요.

그건 남과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경험이었다, 는 기억. 여러분은 어떤 게 떠오르세요? 봉사활동, 분리수거, 인사하기, 미소짓기... 생각해보니 꽤 여러가지가 있네요. 아이와 함께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끝나고 연관도서를 읽으면 더 오래 기억에 남겠어요!)

 

아이의 기질에 맞는 양육이 그리 어려운 건 아니다. 아이에 대한 호기심만 있으면 된다. '이래야 한다'가 아니라 '우리 아인 어떤 아이지?'라며 아이를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한다. 아이는 '전 이런 사람이에요'라며 온몸으로 자신을 보여 주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가장 좋았던 점은 아이를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에요. 저는 우리 아이가 어떤 아이인지 대충 알아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며 예술적인 활동을 좋아하죠. (아직까지는)

하지만 저는 저도 모르게 그 사실을 애써 지우려고 했음을 인정해요. 왜냐하면 예민하고 까탈스러운 아이는 키우기가 어렵거든요. 저, 그러니까 엄마가 힘들어요. 그래서 은근히 아이를 왜곡해 바라보기도 했어요.

이젠 인정해요. 아이는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보여주고 있는데 엄마라는 사람이 대체 뭘 바란건지... 참 웃기죠. 이젠 내 아이에 맞는 양육법을 택해 실행할 거예요. 너는 이런 아이여야 해, 가 아니라 너는 어떤 아이일까, 에서부터 다시 시작이에요.

예민하고 감수성이 풍부하다는 현재의 생각도 아이가 보여주는 말과 행동으로 달라질 수 있어요. 앞으로는 아이가 보여주는 아이를 볼 거예요.






이 책에는 순한 아이, 까탈스러운 아이, 느린 아이에 대한 예시가 나와 있습니다. 읽어보시고 우리 아이는 어느 쪽인지 체크하며 읽어보시면 현명한 육아를 하시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요.


좋은 내용이 너무 많은데 제 역량이 여기까지라 다 담을 수가 없네요. 이런 말 뭣하지만... 직접 읽어보시기를 추천 드립니다(?) 다 옮기지는 못 했지만 좋았던 이야기 조금 더 나누며 이번 포스트 마칠게요.






저자는 상상놀이의 중요성을 특히 강조했는데요. 아이가 병원에 입원을 해야 하거나 치료를 받으러 가야 하는데 무서워서 긴장하고 있는 경우 상상놀이를 제안해 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림책에서 봤던 용사가 내가 되어보는 거예요. 그래서 무서움과 두려움을 물리치고 멋지게 진료를 받는 거죠. 부모의 교묘한 연기력이 필요한 고도의 귀엽고도 치밀한 상상놀이인데, 잘만 먹힌다면 아이 마음이 단단해지는 효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차마 내가 쓰러뜨리지는 못 했어도, 최소한 방어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만일 이기고 돌아온다면 아이 마음에 살포시 자리잡은 칭찬 스티커 같은 뿌듯함은 덤이고요.

그리고 아이의 그 어떤 말이라도 일단수용 해주라는 말도 인상깊었습니다. 순서를 기억하라는 거예요. 수용을 해 준 다음에 해결책을 제시하라고요. 수용은 그랬구나, 같은 건데요. 어른이니까 아이가 차마 표현하지 못한 감정에 적절한 이름을 붙여 대신 설명 해주면 돼요. 서러웠구나, 억울했구나, 불편했구나, 슬펐구나...

답답해서 울기만 했던 아이가 난생 처음 제 감정을 알게 되는 순간일지 몰라요. 커감에 따라 엄마가 알려준 그 감정을 정리하는 법도 배우게 될 테죠. 이런 과정이 없으면 속상한 것도 짜증, 슬픈 것도 짜증, 질투가 나는 것도 짜증, 서러운 것도 짜증, 혹은 화라는 이름 밖에 붙이지 못할 지도요. 이 역시 부모가 모든 걸 다 해줄 수는 없지만 때에 따라 도와줄 필요가 있는 일인 건 맞는 것 같아요.

끝까지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이렇게 많다는 건... 실질적인 팁이 많다는 뜻일겁니다. 뻔한 위로의 말이 있는 건 아닌데 묘하게 위로가 되기도 하고요. 3-7세의 아이에게 중요한 게 과연 무엇인지 궁금하신 분들, 아이를 이해하고 싶은 분들, 이 책 읽어보시길 권해드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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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한국인 최초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의사예요. 발달장애 아이들을 20년 넘게 돌보면서 깨달은 지혜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부모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알려주고 있지요. 읽으면서 몇 번이나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습니다. 육아서 사이에 통용되는 뻔한 말이 아닌 깊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이 여러 번 나왔어요.

서두에서부터요, '나는 누구인가?' 아이를 알아보기 전에 부모 자신을 돌아보라고 먼저 물어요. 그리고 부모들에게 자신이 핵심 신념으로 꼽고 있는 가치를 이 중에서 한 번 골라보라며 보기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빨리 깨달았어요. 제목이 왜 <본질육아>인지를. 보기는 아래에 공유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찾아보세요. 이 중에서 다섯 개 정도를 꼽아 자신의 우선 순위에 놓고 마음 자세를 바로잡아보기를 권유 받았습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진정성, 성취, 모험, 권위, 자율성, 균형, 아름다움, 용기, 공감력, 도전정신, 시민정신, 공동체정신, 역량, 기여, 독창성, 호기심, 결단력, 공정성, 믿음, 명성, 우정, 재미, 성장, 행복, 정직, 유머, 영향력, 내면의 조화, 정의, 친절, 지식, 리더십, 배움, 사랑, 충성도, 의미 있는 일, 개방성, 긍정성, 평화, 즐거움, 평정심, 인기, 인정, 종교, 평판, 존경, 책임, 안위, 자존감, 봉사, 영성, 안정성, 성공, 지위, 신뢰성, 부, 지혜


저도 이 중에서 다섯개를 꼽았습니다. 정말 꼽기 어려웠어요. 모두 소중한 가치들이라서요. 이 중에서 그래도 내가 더 필요로 하는 가치들을 우선 순위에 올려봤고요. 그러자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가 훤히 드러나 신기했습니다. 다섯개의 단어가 저 자체를 설명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리고 제가 추구하는 이 가치와 인생관을 의도하든 하지 않든 아이에게 덧씌우지 않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는 아이만의 가치를 직접 찾길 원해요.

왜 서두에서부터 이런 질문을 했는지 그 이유는 서서히 드러납니다. 저자는 육아를 '밥 짓기'로 비유 했어요. 쌀은 아이고, 물은 사랑과 보호, 불은 가치와 마음자세라고요. 우리가 밥을 지을 때 더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정량의 쌀 위에 물을 가득 넣고 불을 세게 때나요? 그럼 망치지요. 즉, 기본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물과 불만 있으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 않아도 밥은 자연히 잘 만들어져요. 개중엔 밥을 맛있게 만들겠다고 소금 후추를 치는 부모들이 있지 않느냐는 말도 있었는데, 저 왜 이 대목에서 멈칫 했는지 몰라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해보려 합니다. 기억에 남았던 부분 정리해서 공유 할게요. 사실 워낙 많아서 이 정도가 추리고 추린겁니다. 위에 얘기 했다시피 머리를 한 대 가격 당한 듯한 구절이 상당히 많아요.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 대체 어떤 부모상이 좋은 부모상일까?


자녀에게 헌신하는 부모?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부모?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녀의 독립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부모가 좋은 부모 아닐까요. 스스로 행복을 쟁취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큰 유산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이에게 바라는 모습이 있다면 내가 그 모습이 되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아이였을 때가 있었으니 알잖아요. 백날 천날 얘기해봐야 안 듣는다는 거.

왜 운동을 하려면 헬스장에 가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몸뚱이는 움직이질 않잖아요. 주변에서 살 좀 빼라 운동해라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본인의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아요. 사람은 내적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이라서요.

내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만큼 강력한 동기부여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배고프면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삶의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 내적동기


내적동기가 무엇이냐. 반대로 외적동기를 먼저 이야기 할게요. 돈같은 물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성적을 몇 점 이상 받으면 장난감 사줄게, 용돈을 얼마 줄게 하고 눈에 보이는 물질로 보상을 하는 것이지요. 그에 반해 내적동기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만들어줄 수도 없습니다. 내적동기는 오로지 나만이 구축할 수 있는 것이에요.

다만,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마음에 가닿게 도와줄 수 있지요. 저자는 내적동기로 '기여'를 이야기 했습니다. 예를들어, '네가 장난감을 치우면, 우리집이 깨끗해질 수 있게 도움을 주는거야'라는 식으로요. 스스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돕는 것이라는 게 느껴지시죠.

저 또한 내적동기 유발을 위해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도와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엄마는 못 했는데 너는 해냈네', '어제보다 나아졌다' 같은 말을 많이 써요. 제가 그런 말을 하면 아이는 큰 소리로 대답하거나 조금 부끄러워 하며 괜시리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때가 있지요. 하지만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라 할지라도 남발하면 좋지 않아요. 내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눈치도 챙겨야 합니다.

 

✔️ 아이에게 꼭 가르쳐야 하는 4가지 가치


신뢰성, 책임감과 성실, 기여, 배려. 신뢰성은 행동과 말의 진실성을 이르는 말이고요. 기여는 내 재능으로 타인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세상을 살아갈 때 꼭 지녀야 할 가치들을 여러분은 어떻게 가르쳐주고 계신가요? 책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전할 수도 있겠지만요. 아무래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부모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겠죠.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니까요. 그러고보면, 아이를 키우며 나도 자란다는 말과 일맥상통 하는 면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나는 나, 너는 너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는 아이, 나는 나라는 것. 나의 좋은 면을 닮기 바란다며 타인인 아이와 나를 동일시 해서는 안 되겠죠. 저는 조련을 하는 것이 아니고 조력자라는 생각으로 육아를 하고 있어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가치와 마음자세를 보여주고 일러주는 한편 욕심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아이의 성공은 아이의 것이고 실패도 아이의 것이니 저는 그저 뒤에서 조용히 기뻐하거나 슬퍼할 뿐이라고요.

저자의 말처럼 물(사랑과 보호)과 불(가치와 마음자세)을 적당히 때어주기만 하면 그 후의 인생은 아이가 알아서 잘 헤쳐나갈 것이고, 근본이 튼튼하면 실패를 해도 배울점을 얻으며 제 힘으로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믿어요.

특히 출산 후 육아휴직으로 집에만 있게 되었다면 자존감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격한 역할 전환(role transition)의 순간에 해로운 생각이 틈탈 수 있다. 그건 바로 '아이를 잘 키워냄으로써 내 자존감을 회복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아이와 내가 '완전히 다른 객체'라는 개념이 흐려지고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마치 아이가 나의 연장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 이때 무의식적으로 아이를 대리만족의 수단으로 여기게 될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부모와 아이의 불행이 시작된다. 그래서 부모의 자존감이 중요하다. 자신의 자존감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파악하고, 자존감이 약하다면 이것을 직시하고 내 자존감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한다.


부모의 자존감이 낮으면 아이에게 대리만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부모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모의 인생도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 남았어요.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배우고 성장해야 해요. 저는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미혼일 적부터 갖고 있던 취미 생활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제 자신을 챙겨가며 육아 하고 있어요. 부모가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다는 건 곧 가족의 평화와 연결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 실패에 대하여


실패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패할까봐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죠. 왜 그런걸까요. 저는 그들의 어린 시절에 어른들의 '잘해야만 한다', '실패는 실망스러운 것'이라는 메시지가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네가 성공했냐 아니냐보다 이걸 했다는 게 용감한 거야. 잘하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넌 그걸 했잖아."

 

 

이런 말이 나옵니다. 예를들어 아이가 새로 전학 온 친구에게 '친구하자'라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쳐요. 그런데 그 친구는 거절했고요. 아이는 집에 와서 엄마에게 "친구 사귀기에 실패했어"라고 말했어요. 이 때 부모가 내놓을만한 괜찮은 답변은 무엇일까요?

 

"그래? 서운하고 아쉬웠겠네. 그래도 친구에게 용기를 내서 물어봤기 때문에 있었던 실패 아니야? 같이 놀자고 했을 때 그 친구가 놀고 싶지 않을 수도 있기는 하지. 좀 어색해도 시도해본 것은 잘했어. 다음에 또 한번 물어보는 것도 괜찮겠는데."

 

 

실패를 아무렇지 않은 척 흘리거나 과민반응 하지 않았어요. 일단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어른의 시각에서 지혜를 나누어줬죠. 비록 친구 사귀기에 실패했어도 너는 용기를 낸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도록 건넨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만일 제가 아이였다면 엄마에게 큰 위로와 힘을 얻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말은 오래도록 제 인생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 조력자


위에 한 번 언급했던 단어네요. 저는 아이의 조력자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우주일 수 있으나 저 자신은 그래요. 그래서 도와주려고 합니다. 제 마음대로 휘두르는 게 아니라요.

"어떻게 하면 내 말을 듣게 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줄 것인가?"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가령 밤에 잠들기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이제 그만 자자는 말보단 시계나 타이머를 활용하는 방법. "시계가 10을 가리키면 자는거야"라고 아이와 약속을 해두고, 아이가 스스로 약속을 지켰다면 밀려오는 작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거예요. "모래시계가 다 내려가면 자러 가는거야"라고 약속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말처럼 잘 안 되는게 바로 육아죠. 하지만 이런 느낌이라는 겁니다. 올바른 울타리를 미리 조성해 놓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거요.



 

 

이 외에도 본질육아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육아팁이 참 많이 담겨 있습니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우니 하이라이트 해 두었던 부분 두 개 더 공유 할게요.

 

내가 자유롭게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듯이 우리의 자녀들도 같은 권리가 있다. 아이에게 '내가 너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에 대해 더 잘 아니까 너는 나의 말을 따르라'고 말해선 안 된다. 자녀의 자율성을 침해할 권리가 부모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 말을 듣고 아이를 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옷을 입어야 하는데 계속 도망을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도망은 제가 붙인 단어. 아이는 말을 못 하거나 하기 싫어서 안 했던거겠죠) 그 때, '그래, 너도 네 생각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보니까 제가 그 상황에 옷을 반드시 입혀야만 할 이유가 사라지는 걸 경험했어요. 그래서 "여기 둘 테니까 입고 싶으면 입어.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라고 말해줬습니다. 신기하게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하니까 그 상황이 달리 보였어요.

"공부 잘해야 무시 안 당하고 산다. 이러면 커서 무시당해." 이 말은 상대적 존재 가치를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것과 같은 심각한 표현이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존중받아야 할 절대적 존재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 말은 네가 공부를 잘해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존중 받고 네가 공부를 못 하면 존중을 못 받는다는 완전히 잘못된 메시지가 아닌가. 게다가 노력해도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열등감과 자괴감, 자책감이 생긴다. 반면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하기도 한다고 해보자. 그럼 이 아이의 마음에는 공부를 잘 못하는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자리 잡힌다. 그러므로 이런 말은 사람은 원래 급이 나누어지는 것이고, 높은 곳의 사람이 낮은 곳의 사람을 무시해도 되며, 네가 무시 당하게 된다면 다 네 탓이라는 굉장히 위험한 의미를 포함한다.


좀 길지만 다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지요. 무심코 내뱉은 말이 아이의 가치관이 될 수 있어요. 공부 못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이지 않나 싶습니다. 네가 무시 당하는 것은 공부 못 하는 네 탓이라니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제 말중에 잘못된 것은 또 없는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자신감과 확신이 깃들어 읽는 내내 수업을 받는 학생의 마음가짐으로 편하게 보았어요. 육아에 필요한 이러저러한 것 일단 다 빼고, 가장 중요한 걸 알기 원하시면 이 책 추천 드려요.

육아서를 읽을 때마다 드는 뻔한 생각이 있는데, 새삼 부모의 역할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의 도화지에 나는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붓을 쥐는 방법, 세상엔 다양한 그림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그린 그림을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 등이 내게 허락되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나 오늘도 길어졌네요? 그래도...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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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감하다의 반댓말이 예민하다, 라는 거라면 저희 아이는 조금 예민한 편에 속하는 것 같아요. 특정 음식이나 소리에 소스라칠 정도의 경기를 일으키는 건 아닌데요. 지금이 32개월인데 아직도 새벽에 깨서 저를 찾고요. 계란 외의 다른 음식들은 간이 조금만 달라져도 입에 대지 않으려 해요. 낯선 사람들을 만났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조금 걸리지요.

하지만 그런 아이가 저는 이상하게 느껴지진 않습니다. 기질이니까요. 이 책에서는 예민한 아이 잘 키우는 법이라고 했지만, 제가 따로 부제를 붙여볼까 해요. '예민한 아이를 바라보는 부모의 태도'. 이 책의 전반전인 내용은 예민한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태도에 관한 것입니다.

 

이 책에서는 단순한 해결책보다 예민한 아이를 대하는 부모의 바람직한 자세가 우선이라고 보았습니다. 부모의 마음가짐,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구체적인 양육법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양육은 '기술'이 아닌 '태도'의 문제라고 믿습니다. 또한 이미 상황과 연령에 따른 문제 해결법은 쉽게 접할 수 있으니 다른 관점으로 쓴 책이 독자에게 더 큰 도움을 줄 것이라 생각합니다.


너무나 옳은 말이죠? 육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건 기술이 아니라 태도라고요. 부모의 마음가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거죠. 그 마음을 기본으로 하되 육아기술을 접목시키면 아이도 부모도 행복한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책을 읽으며 함께 나누고 싶었던 부분 체크해 두었어요. 덧붙여 제 생각도 들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거듭 이야기하지만 부모의 양육 태도와 성장 환경이 아이의 예민함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아이의 기질에서 비롯된 이유가 분명히 있겠지만요. 저는 환경이 무척이나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저희 아이가 계란 외의 다른 반찬에 낯선 간이 들어가면 입에 대지도 않는다고 했잖습니까? 고기는 물론이고 조림, 무침, 어쩔 땐 구이도 먹지 않아 애가 탈 때가 있어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지금 아이를 키운지 벌써 천 일이 다 되어가는데 제가 아이 앞에서 밥 먹는 모습을 보여준 게 외식을 제외하곤 열 손가락 안에 꼽더라고요. 아이를 먼저 먹이고 남는 자투리 시간에 밥을 먹었기 때문이죠.

엄마가 먼저 먹는 모습을 보여야 아이도 따라 먹는다고 하는데... 엄마는 먹지 않으면서 내게만 자꾸 권한다? 게다가 그게 낯선 음식이다? 그럼 당연히 저라도 거부 할 것 같아요.

그리고 첫 아이고, 제게는 너무나 소중한 존재이기 때문에 말그대로 애지중지 하며 키워왔는데요. 얼마 전에 깨달았어요. 키즈카페에 가면 저희 아이보다 어린 아이들도 혼자서 잘만 놀더라고요? 저희 집은 항상 저나 아빠가 아이 곁에 꼭 붙어 있거든요. 그래서 아이가 다른 친구들과 상호교류하는 시간이 적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날 때, 제 뒤에 숨는 행동을 하는 건 아닌가 싶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친구들에게 먼저 말을 걸도록 도와주고, 저희 시야에 아이가 보이는 거리를 유지해 혼자 놀도록 두기도 하고, 밥은 가능하면 같이 먹으려고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부모가 노력 하면 아이도 조금씩 바뀔거라고 생각해요.

 

일부 예민한 사람은 예민해서 불행해하기도 합니다. '난 왜 이럴까?', '왜 나만 유별날까?'라고 자책합니다. 현재와 미래가 아닌 과거에 집착하면서 자신이 실수했거나, 혹시나 실수했을지도 모르는 일을 계속 떠올립니다. 자책과 후회로 우울과 불안을 느끼며 자존감은 점점 떨어집니다. 부정적인 감정을 피하고 긴장을 풀기 위해 술에 빠지기도 합니다.


이 책에서는 '예민함' 자체를 문제라고 보진 않습니다. 예민함을 잘 다루지 못해 일어나는 부정적인 상황들을 걱정할 뿐이죠. 자신의 예민함을 잘 다루지 못하면 자기 스스로와 상대방을 힘들게 만듭니다.

위의 글을 한 번 보세요. '나는 왜 이럴까?' 하는 자책감과 무력감,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예민한 사람들을 힘들게 만듭니다. 물론 예민함을 잘 다루면 괜찮습니다. 오히려 강점이 되죠. 하지만 이렇게 자신의 특별한 강점을 다루는 법을 배우지 못하면 평생에 걸쳐 힘든 시간을 보낼 수 밖에 없습니다.

아이가 불안함을 느끼고 초조해할 때, 마음을 공감해주고, 감정을 읽어주고, 보다 나은 방법을 제시해주세요. 그게 꼭 정답은 아니라 할지라도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나온 아이를 위한 솔루션은 반드시 아이의 마음에 가닿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예민함의 부정적인 결과를 예민함의 고유한 특성으로 오해합니다. 그렇기에 예민함 자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봅니다. 하지만 예민함 자체와 예민함을 잘 조절하지 못해 생긴 부정적인 결과는 별개입니다. 예민함 자체는 좋고 나쁜 것이 아닙니다. 예민함을 잘 조절하면 부정적인 결과가 아닌 긍정적인 결과를 낳습니다. 예민함이란 받아들이는 자극과 그것에 대한 반응이 크다는 특성을 말하는 것이지, 좋고 나쁨, 옳고 그름, 정상과 비정상의 기준으로 판단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기억하길 바랍니다.


위 글도 이 책의 핵심입니다. 예민함과 예민함을 잘 조절하지 못해 생기는 부정적인 결과는 별개라고요. 예민함은 다를 뿐이지 틀리다거나 나쁜 게 전혀 아니라고요. '예민하다'라는 말 자체에 부정적인 이미지가 씌어져 있어 떠올리기만 해도 생각이 치우쳐버리는 건 저도 매한가지입니다. 생각의 전환이 필요해요.

 

예민한 아이는 관찰력이 좋습니다. 예민한 아이는 다른 사람의 기분, 생각, 기대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예민한 아이는 공감 능력이 좋습니다. 여러분의 아이가 남의 눈치를 많이 본다면, 소심해 보이는 아이의 겉모습에 속상해하기보다는 아이의 잠재력에 기뻐해 주세요.


드디어 나왔네요, 예민해서 좋은 점. 예민한 아이들은 화질로 따지면 고화질, 음질로 따지면 고음질로 세상을 보고 듣습니다. 고화질, 고음질이 얼마나 좋은 지 여러분 아시죠? 같은 것을 보고 듣더라도 그 감동은 배가 되잖아요. 예민한 아이들은 그렇게 세상을 바라봅니다.

졸졸졸 흐르는 물소리, 맑은 새소리, 반짝이는 밤하늘, 붉에 물든 노을을 보며 자신의 인생을 더욱 다채로운 색깔로 칠하는거예요. 그로인해 얻게 되는 예술적인 영감과 경험은 또 얼마나 값진가요? 그렇게 예민한 아이는 작은것에도 크게 기뻐하는 사람이 될 수 있어요. (예민한 어른이신 분들, 공감하시죠.)

또, 예민한 아이들의 특장점. 바로 공감능력이 좋다는 건데요. 실제로 머리가 좋아야 공감을 할 수 있거든요. 함께 살아가는 사회에서 상대의 기분을 알아채고 그에 맞는 적절한 행동을 할 수 있다는 건 대단한 달란트예요. 이런 아이들이 교우관계도 좋고 학교 생활도 잘해요.

다만, 다른 사람의 기분과 생각에 반응하느라 자기 자신을 소홀히 하면 안 되겠지요. 그로인해 일어나는 부정적인 결과들로 인해 자신의 '예민함'을 싫어하게 될 수도 있어서요.

저 또한 예민한 사람이라 이 점을 늘 유념하고, 강점은 더 부각하는 그런 인생을 살려고 노력하고 있답니다.

눈치를 보면서 남의 기분만 맞추려는 아이에게는 자기 생각과 감정을 좀 더 솔직하게 드러낼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모든 사람의 기분을 맞추지 않아도 괜찮다는 점을 알려 줍니다. 남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의견을 명확하게 전하는 법을 가르칩니다.


아이의 옆에 꼭 붙어서 알려주거나 나중에 단둘이 있게 되었을 때 알려주는 것도 좋지만 제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런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는 것' 같아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되 내 생각과 감정을 명확하게 말하는 과정과 결과를 보면서 아이는 스스로 깨달을거예요.

저는 얼마전에 이런 신조를 세웠어요. 첫 번째, 내 감정이 가장 중요하다. 두 번째, 타인에게 모욕감을 주지 말자. 이 둘의 균형이 깨지면 저나 상대방이 힘들어지더라고요. 저도 이렇게 애쓰고 있습니다.

 

아이가 이미 충분히 참은 것은 아닌지, 아이가 특정 상황에서 버틸 힘이 남아 있는지, 상황을 받아들일 준비가 충분히 되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합니다. 또한 아이가 받은 자극이 얼마나 큰 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이것들을 고려하지 않고 예민함을 조절하려 한다면 그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겠죠. 부모의 욕심일 뿐. 이 상황의 주체는 아이라는 것을 명심하고 나는 그저 도와주는 역할이라는 생각을 해요.

저희 아이는 낯선 사람과 말하기를 쑥스러워 하는 편인데요. 어제처럼 '안녕'이란 인사에 똑같이 '안녕'이라고 말을 하지 못 했어도, 어제보다 더 오래 눈을 마주치고 있었다면 그것으로 충분히 칭찬받을만 한 것 같아요. 아이 딴에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는 거니까요. 어른의 잣대로 함부로 판단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아이는 이미 충분히 참은 것이 아닌지... 더 들여다보는 습관을 가지려고요.

남에게 부정적인 평가를 받을까봐 친구의 무리한 요구도 들어주는 아이에게는 거절하는 연습이 꼭 필요합니다. 남에게 상처 주지 않으면서 본인의 의사를 전달할 방법을 부모와 함께 고민해 보세요. 아이 스스로 방법을 생각하지 못한다면 부모가 알려 줄 수도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정확하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도록 연습합니다. "나도 도와주고 싶지만, 그건 내가 할 수 없을 것 같아"처럼요. 아이와 역할극을 해 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과 남에게 나쁜 평가를 받는 것은 별개라는 점도 추가로 알려 주면 좋겠죠. 다른 사람의 시선에 예민한 아이는 사람 앞에서 발표하기를 꺼립니다. 발표를 피할 수 없다면 아이는 걱정에 잠을 이루지 못할지도 모릅니다. 이때도 아이에게 준비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준비하는 만큼 덜 불안해할 수 있습니다.


제가 예민한 사람이라 이 마음 너무 잘 알아요. 예민하면 쉽게 불안해지거든요? 그리고 완벽주의 성향도 꽤 높습니다. 그래서 무슨 일을 시작하면 과정보다는 결과에 연연하는 경우가 있고, 애초에 성공하지 못할 것 같으면 시작하지도 않는 버릇도 조금 있어요.

저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건... 연습이에요. 그냥 하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과 소통을 해야 하는 경우엔 직접 입 밖으로 말을 내뱉어 보는 것도 상당히 도움이 돼요. 저는 아이 친구 엄마들 모임에 처음 나갔을 때 꽤 긴장을 했었는데, 그 다음부터는 해야 할 말을 몇 개 준비해 가니 이전보다 떨리진 않더라고요.

예민한 사람의 불안함을 잠재울 수 있는 건, 단언컨대 타인이 결단코 아니고요. 스스로 조절을 해야 하는데 저같은 경우에는 저를 '내가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내가 원하는 정보를 갖고 있는 사람', '나를 위로해 주는 사람'으로 지정해두었습니다. 그러니까 이전보다는 확실히 한결 나아요.

마음 공부랄까요,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자기 자신에 대한 공부가 필수적인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가 예민하다면, 부모가 연습 대화 상대가 되어주세요. 연습 하다보면 좀 괜찮을거예요. 공부도 성적이 안 나올까봐 걱정이 되어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면, 아이에게 맞는 단계별로 조금씩 성취감을 느끼며 나아갈 수 있게 도와주세요. 불안함을 단단한 자존감으로 제스스로 뒤바꿀 수 있게요.

 

글쓰기가 능숙한 아이에게는 일기를 써 보라고 해도 좋습니다. 아이가 글을 쓰는 동안 어떤 상황에서 왜 힘들어하는지를 스스로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아이에게 그때 어떤 생각이 들었는지, 혹시라도 다르게 생각했을 수는 없는지를 물어보세요. 아이가 덜 극단적이고 덜 부정적인 생각을 떠올렸다면 좋은 신호입니다. 그리고 나중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어떤 해결책이 있을지도 미리 함께 고민해 봅니다.


또한 저자는 자신에게 해줄 칭찬이나 격려의 말을 미리 준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나는 조금 천천히 하는 아이야. 그러니까 내 속도대로 차분히 하면 돼.' 같은 말이요. 일기 쓰기와 입 밖으로 말을 꺼내보는 등의 방법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이 예민함을 조절하겠다는 뜻입니다.

백 마디 말보다 한 번의 경험이 중요하다고 하잖아요. 옆에서 그럴 필요 없다고 얘기하는 건 소용 없어요. 예민한 아이가 스스로 단단한 마음을 가질 수 있게 지혜로운 방법으로 도와주세요.




 

 

중간쯤 읽다가 어느새 듣는 사람을 어린 제 모습으로 상정하고 있는 저를 발견했어요. 부모님이 내게 이렇게 해주셨다면 좋았겠다, 이런 말을 해주셨더라면 좋았겠다 그런 생각을 참 많이 했네요.

이 책은요. 조금 불친절해요. 무슨 뜻이냐면, 부모를 위로하진 않아요. 100퍼센트 예민한 아이의 편에 서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읽다가 조금 지치는 감이 없잖아 있었어요. '부모노릇 하기 힘들다' 싶은 생각도 들었었고요. 하지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는 정확히 전달 받았기 때문에 후회는 없습니다.

저희 아이가 32개월이잖아요. 예민한 아이의 어린 시절에 부모의 힘듦은 불가피한 것 같아요. 예민함을 잘 조절하기도 어려운 나이일 뿐더러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지기보단 부정적인 결과로 이어지는 일이 더 많으니까요. 제가 초보엄마라 아직 도와주는 방법이 어설퍼 그런걸까요?

육아는 산넘어 산이라는데, 나중을 기약하며 지금 포기하면 안 되겠죠. (나중엔 더 힘들수도 있으니...) 노력해볼게요. 그럼, 오늘 리뷰는 여기서 마칠게요. 추워졌어요. 감기 조심하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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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착손상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애착손상이란 위기 상황에 처했을 때나 중요한 욕구가 있을 때 돌봄을 기대한 대상으로부터 외면 당하거나 거부당한 상처를 이르는 말인데요. 이 애착손상은 어릴 때 잠시 받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인생이 끝날 때까지 함께 해요. 같은 말인 '정서적 흙수저'로 자라나지 않도록 의식하며 육아를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이 책은 애착육아의 필요성, 애착손상의 문제점, 애착육아를 할 수 있도록 개인과 기업과 국가가 할 일, 발달 트라우마, 감정코칭 등에 대해 이야기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부모들의 모습이 사례로 나오니 공감하며 읽을 수 있어요.

그리고 글의 말미에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불안과 희망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정말로 그랬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슬픈 마음이 들었는데요. 내 삶을 괴롭히는 원인과 정면으로 눈을 마주쳐서요. 부모와의 사이로 괴롭고 힘이 든다면 이 책을 한 번 펼쳐보세요. 이유 없이 나를 슬프게 만들었던 그 무언가가 무엇이었는지 깨닫게 되실거예요.


 


 

 

내가 무심코 아이에게 하는 말, 습관처럼 했던 행동과 눈빛이 아이의 자아상에 영향을 준다니 머리가 띵해요.

 

아이는 부모가 자신을 어떻게 대하고, 느끼고, 생각하는지를 바탕으로 자신의 자아상을 구축합니다.


그렇다고 매번 의식적으로 모습을 꾸며낼 순 없겠죠. 언젠가는 내가 꾸며낸다는 사실도 알아챌테니까. 그래서 앞으로는 평소에 좋은 생각을 해서 긍정적인 말과 행동이 자연스러운 사람이 되려고요.

저는 부모의 끝없는 기대와 못마땅한 시선 속에서 살았어요. 지금은 죽을 때까지 그 욕망을 채울 수 없겠다 싶어 자포자기한 상태이고요. 저는 서른이 넘었는데도 아직도 누군가를 만나면 그 사람이 내게 바라는 게 아주 많을 거라고 생각해 피로해져서 거리를 두기도 하고 그 사람은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제 재단으로 결국 관계를 망가뜨려 버리기도 해요. 어린시절에 받은 트라우마가 어른인 저를 조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의식 이거 아주 무서운 놈이죠?

 


 

아기가 태어나서 첫 3년 동안 학대나 방치 등으로 애착 형성이 잘되지 않으면 뇌의 회로, 구조, 기능, 신경계 발달에 지장이 생깁니다. 그 결과 정서적, 인지적, 관계적 발달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발달 트라우마는 대개 아이의 무의식에서 벌어집니다. 만 3세까지는 아직 합리적으로 생각하거나 이해하거나 분별할 능력이 없고, 언어로 정확하게 의사 표현을 할 수도 없습니다. 뭐가 옳고 그르지를 분별할 능력이 있어야 '내가 받을 걸 못 받았구나' 하고 알겠지만, 인지 발달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방치되거나 학대를 받아도 아이는 모르는 상태로, 즉, 무의식중에 트라우마를 겪습니다. 유아기에 적절한 돌봄을 받지 못한 경험은 이처럼 무의식에 각인되어 어른이 된 뒤에도 '알고는 있지만 생각나지 않는, 뭐라고 꼬집어서 말로 표현하거나 의식적 기억을 하지 못하는' 상태로 남습니다.


어떠한 상황에서 부모가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면 아이는 그 반응에 따라 긍정, 또는 부정 회로가 뻥 뚫려버린다고 합니다. (오은영 박사님은 고속도로가 뚫린다고 표현하셨어요.) 성인이 되어 비슷한 상황을 맞닥뜨리면, 어릴 때의 그 경험, 말로 표현하거나 정확하게 기억을 할 순 없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내 안의 무의식이 그 길을 걷는다네요. 같은 상황인데도 누구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누구는 분노를 감당할 줄 몰라 요만한 일도 크게 만들어 일을 그르쳐요. 누구도 사랑하는 아이에게 가시밭길을 걷게하고 싶지는 않을텐데. 부모라면 애착을 꼭 배워야겠죠?


 

감정코칭

 

 

 

가트맨 박사는 "지난 100년 동안 전 세계적으로 대중 교육이 보급되면서 인지 위주의 지능 교육에 중점을 두었지만, 방대한 연구 결과 인지지능(IQ)은 인간의 지능 중 5퍼센트에 불과한 능력을 추정할 뿐이고, 장기적인 성공과 행복에는 정서지능(EQ)이 더 중요하다" 고 주장했습니다. 이어서 인지기능을 높이기 위해 어려서부터 읽기, 쓰기, 셈하기 등을 가르치고 배우는 것처럼 정서지능을 키우기 위해서 가장 효과적이고 체계적이며 과학적인 방법이 감정코칭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감정코칭은 '사랑하는 방법'이라고 했습니다. 사랑하는 방법은 구체적으로 경청, 위로, 이해, 공감, 배려, 존중, 소통, 감사, 효도 등이며 이 또한 어릴 때부터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 생존 기술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아이에게 한글과 영어를 가르치는 건 오히려 쉬울 수도 있어요. 공감과 이해, 배려... 이런 건 어떻게 가르칠까요? 저같은 경우는 책을 자주 활용합니다. 다양한 감정과 상황이 나오거든요. 저는 아이가 3년동안 보고 느꼈던 상황들 중 비슷한 시간이 있었다면 회상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그리고 제가 어른으로 살면서 사회에서 지키고 있는 약속과 규칙, 더 나은 선택지들을 넌지시 알려주곤 하죠.

보다 좋은 방법은 부모가 본보기가 되어주는 거겠지만요.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라니까요. 계산을 하고 나올 때 인사를 하는 모습, 몸도 마음도 한참이나 어린 자신을 어른인 부모가 존중하는 모습, 소통하는 방법도 대화를 통해 자연스레 흡수할 수 있을거예요.

물론 저도 서른이 넘었는데 완벽하지 않아요. 그래서 끊임없이 공부해요.



한국의 아동과 청소년들의 행복도는 OECD국가 중 최하위 (feat.영어유치원)




예상치 못한 말을 책에서 들었는데요. 우리 어릴 때 '우량아 선발대회' 라는 게 있었대요. 아주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네요? 포동포동한 아기를 보면 '잘 키웠다'느니 '장군감'이라느니... 우량아 아이를 둔 엄마는 엄마들 사이에서 부러움의 대상이었겠죠. 그런데 여기서 재밌는 사실이 뭐냐면, 그 엄마들의 어린 시절로 한 번 돌아가볼게요. 그 시절 엄마들의 어린 시절은 먹을 게 없어 몹시 배고팠대요. 전쟁 시기를 겪었거든요. 굶주림에 시달리던 아이들이 커서 엄마가 되어 자신의 아이에게는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좋은 것을 주려고 한 거예요. 잘 살펴보면 그건 날 서럽게 만들었던 것, 비참하게 만들었던 것이었지요.

오늘 날 엄마들에게는 영어유치원이 대세죠. 유치원과 영유를 제대로 비교해보지도 않고 일단 넣고 보는 엄마들도 상당합니다. 우리 어릴 때는 영어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자랐잖아요. 그래서 내 아이는 그런 스트레스, 설움 받고 자라지 말라고 우리 딴에 가장 좋은 걸 준답시고 그러는 건 아닌가 싶어요.

그리고 재미있는 사실 하나 더 가르쳐 드릴게요. 예전의 그 우량아 선발대회를 개최한 곳이 어디인지 아시나요? 분유회사 였다고 합니다. 우리 분유를 먹으면 아이가 포동해지고 건강해진다고 홍보한거예요. 엄마들의 마음을 이용한거라고요. 지금은 소아비만이라는 병명이 붙지만 당시에는 그런 단어가 끼어들 틈조차 없었나봐요.

저는 지금의 영유가 그 때의 분유회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엄마들의 마음을 상업적으로 이용한 유아 영어 학원.

아이들이 행복하지가 않대요. 저도 학창시절 행복하지 않았어요. 어른들이 자신들의 로망을 아이들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해봐요. 저부터, 유행에 치우치기보단 장단점을 비교하고, 객관적으로 생각하려고요. 그리 하려 노력하고 있어요.


 

나도 모르게 아이에게 수동공격을...

 

 

"난 괜찮아" 하면서 뚱하거나 시무룩한 채로 식사 시간 내내 아무 말을 안 하는 것은 전형적인 수동 공격의 모습입니다. 감정 표현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약간의 암시만으로 가족을 공포로 몰아넣는 것도 수동 공격의 모습입니다. 수동 공격도 결국 공격입니다. 단지 남이 탓하거나 법적인 처벌을 받지 못할 정도로 객관적인 수위를 낮출 뿐입니다. 하지만 이것은 조용히 자녀의 목을 조르는 것 같은 압박감과 공포를 줄 수 있기에 독이 됩니다.


육아를 하다보면 화가 날 때가 당연히 있어요. 많아요. 그 때마다 화를 내면 안 되니까 꾹꾹 참는데요. 그 침묵조차 오래 유지 되면 수동 공격이란 이름이 붙으니 참... 어른스럽게 감정코칭 하고 싶고, 융통성 있게 유도 하고 싶지만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나요.

어른들 사이에서도 입을 꾹 다물고 '말 걸지마, 나 화났어!' 기운을 내뿜는 사람을 보면 흠칫 하게 돼요. 아이가 나중에 그 모습을 따라하지 않도록 그러지 않으려고요. 대신 그 자리에 지금은, 엄마가 왜 화가 났는지 설명을 해주거나 그마저도 안 될 것 같은 상황에선 가능하면 제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있어요. 잠시 시간을 가져야 해서요. 화가 나고, 속상해서 울고 싶은 상황... 부모도 사람이니까 그런 때가 분명히 오는데, 그럴 때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 지 미리 생각을 해놓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찐어른




하와이에서 1955년에 700명 가까이 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40년간 진행한 추적 연구가 있다고 해요. 회복탄력성 연구에 한 획을 그은 유명한 연구라고 합니다. 아이들은 외도에 빠지거나 알코올, 약물 중독 등 제대로 된 돌봄을 하지 못하는 부모 밑에서 자라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 중 어떤 아이들은 완전히 무너지고, 어떤 아이들은 잘 성장했다고 하는데요. 과연 무엇이 그들을 이렇게 차이나게 만든걸까요?

그것은 바로 '이 세상에 단 한 명이라도 나를 조건 없이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는지'의 여부였습니다. 그 사람은 꼭 부모가 아니라 조부모, 친척, 이웃이기도 했어요. 단 한 명이라도 나를 조건없이 사랑해준다면, 아이들은 상처를 극복하고 살아나갈 수 있었어요.

그런데 만일 부모가 없는, 조부모가 없는 아이들은요. 이렇다 할 친척이 없는 환경이라면요? 이웃이, 공동체가 그들을 도와주면 된다고 하니 얼마나 다행입니까.

저는 가정의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회복탄력성을 키워주는 진짜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런 부모를 만나 불안정한 삶을 사는 건 아이들의 잘못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이 아이들은 나중에 사회에 나와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요. 훗날의 사회, 나라를 위해서라도 어른들은 모두 모든 아이들을 보살펴야 하는 의무가 있는 게 아닐까요.


 

감정코칭의 5단계

 

 

 

감정코칭의 핵심은 매우 간단합니다. '감정은 수용하되 행동은 수정한다.' 즉, 지도를 하기 전에 감정과 인격에 대한 지지를 해주는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지도하는 선구자들과 글로벌 첨단 기업 창업자들을 보면 거의 모두 집단지능을 발휘한 협업자들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며 사회정서적 역량을 발휘하는 정서적 금수저로 키우려면 부모인 저는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자, 바로 감정코칭의 5단계입니다.

 

1단계 : 아이의 감정을 포착한다.
2단계 : 감정코칭을 할 좋은 기회로 여긴다.
3단계 : 아이 감정을 들어주고 공감한다.
4단계 : 감정에 이름을 붙여서 명료화한다.
5단계 : 바람직한 행동으로 이끌어준다.


아이기 때문에 미숙한 부분을 어른이 이해하고 존중한 후 가르쳐주는 겁니다. 마음을 존중 받아 마음 그릇이 넓고, 내가 널 사랑했듯 다른 사람을 사랑할 줄 아는, 나와 너를 배려하며 더 좋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의지가 있는 아이로 자랐으면 해요. 발달 과정 중에 부모의 역할이 얼마나 크고 중요한지 새삼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유명한 책인데, 유명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제가 미처 담지 못한 내용이 훨씬 더 많으니 꼭 읽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육아를 하는 사람들에게는 지침서가, 부모와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사람들에게는 위로가 되어줄거예요.

저는 이제 위로를 넘어 후련한 마음까지 듭니다. 나를 괴롭히던 원인을 알아내서요. 앞으로 기억도 안 나는 그 시절을 다시 걸으며 삼십년 넘게 울고 있는 어린 저를 안아줄거예요. 눈 앞의 아이에게는 그런 상처를 주지 않으려 노력할거고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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