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에서 물감 놀이 키트를 하나 구매 했어요. "캡슐 만들기?" 생소하실 수도 있는데요. 저도 처음 본 거거든요. 제품 설명을 쭉 보니 어른인 제게도 신기했고, 아이도 좋아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큰 고민 않고 구매 버튼을 눌렀어요.

가격은 44,500원이에요. 비싸다고 생각 했는데 제품 실제 사용하고 보니 역시 조금 비싼 것 같아요. 구성은 제품을 한 데 모아놓고 찍은 사진이 없기 때문에 그냥 텍스트로 전달을 드릴게요.

[캡슐 만들기 키트]
구성 : 캡슐물감 140ml 6색, 캡슐메이커 140ml 2개, 캡슐트레이, 포리시트

그리고 스펀지와 일회용 접시, 약병에 든 물감 등은 놀짱 놀이키트 꺼에요. 쟁여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쓰고 있는데 요긴하네요. 나머지는 원래 저희 집에 있던 거에요.


오늘은 준비물이 꽤 많았네요. 물감 놀이에 색칠공부 책도 빠질 수 없어서 한 권 미리 꺼내주기도 했습니다. (훈민 출판사/엄마랑 함께 색칠놀이)

 



이제보니 정신이 하나도 없네요. 왜 이 땐 몰랐을까요? 캡슐 물감, 스펀지, 색칠놀이... 아이가 무엇을 가지고 놀면 좋을 지 혼란스럽기도 했을 것 같아요. 급할 거 없으니 하나씩 꺼내주는 거였는데!

아이는 이 중에서 색칠 놀이를 먼저 하기 시작했어요.

저는 옆에서 캡슐 물감을 만들기 시작했고요.


캡슐 물감은 이렇게 나와야 하는 거예요. 예쁘지요? 투명한 구슬 같기도 하고. 다양한 놀이가 가능할 것도 같았어요. 만드는 일에서부터 만들어진 캡슐을 으깨어 보는 일까지 너무 재밌을 것 같았죠.


????? 이게 그러니까..

구성품 중에 캡슐 트레이란 것이 있다고 했었잖아요. 그 안에 캡슐 물감을 넣고 그 위에 캡슐 메이커라는 투명한 액체를 부어요. 그런데 제가 설명서를 제대로 숙지하지 않아서 캡슐 메이커를 얼마나 부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대충 붓고, 45초 정도를 기다렸어요. (45초에서 1분 뒤 꺼내야 함) 이제보면 액체 양이 부족했던건데.. 이 땐 도대체 왜 안 되는 건지 도통 이해가 안 되서 답답했..


그래서 이 모양 이 꼴의 놀이가 되었습니다. 옮기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오늘도 역시나 기다렸다는 듯 수저로 '조금' 굳어진 물감을 운반하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재미는 없었는지 금방 다른 데로 가버리더라고요.


뭐 잘 했다고 두 장 씩이나...

하도 안 되서 캡슐 메이커(물감을 굳게 하는 액체)를 잔뜩 부어 방치해 둔 적이 있어요. 그랬더니 이렇게까지는 되더라구요. 젤리 같죠? 겉에 얇은 막이 생겨서, 손으로 움켜 잡으면 물풍선 터지듯 물감이 터져 나와요. 이제 하는 방법 알았으니까 다음엔 더 잘 해 볼 거예요.


아이는 일회용 접시에 짠 물감을 그 어떤 도구도 이용하지 않고 냅다 손으로 만져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아직은 도구를 이용하여 그림을 그릴 때가 아닌가봐요. 아니, 생각해 보면 물감 놀이를 할 때만 그랬네요! 색연필이나 크레파스론 곧잘 그림을 그리면서. 언제 한 번 큰 전지를 이어 붙여 손이나 발로 실컷 놀게 해줘야겠어요!


나비, 달 등 스펀지는 제가 찍어 본 거예요. 예쁘기만 한데 아직 관심이 없어요. 사실 오늘 한 거의 모든 활동은 제 만족이지 진정 아이를 위한 시간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아이를 위한다면 위에 얘기한 '온 몸으로 놀기'를 해야 할 듯 해요...) 끝나고나서 현타가 오더라구요.


아이는 다른 것에 관심을 쏟고 있는 엄마 옆에서 이런 걸 만들고 있었어요. 물티슈에 물감을 묻히고, 물을 붓고, 물감을 묻히고 좌우지간 그러다가 완성 된 작품. 다른 거 할 시간에 예쁘다고, 열심히 하는 모습이 너무 예쁘다고 뽀뽀나 한 번 더 해 줄 걸. 후회 돼요.

 



아이가 그렇게나 좋아하는 물감 놀이인데, 오늘은 아이가 먼저 그만하겠다고 하더라구요. (이 때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반성이 되었어요. 우선순위를 따져 볼 필요도 없이 나한텐 그 무엇보다 내 눈 앞에 있는 딸이 제일 소중한데 도대체 정신을 어디에 두고 있었던건지.

하지만 세면대로 가서 저는 정신을 차렸어요.

오늘도 버블클렌저를 활용하여 소리를 꺅꺅 지르며 놀았고, 덕분에 저는 비 맞은 생쥐 꼴이 되었지만 아이의 해맑은 웃음 소리를 들어 행복했답니다. 오늘 든 생각은요.




아무리 예쁘고 화려한 놀잇감이라 해도 아이가 즐기지 않으면, 불편하고 행복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인 듯 해요.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방식으로. 그렇게 서서히 확장시켜 나가는 게 옳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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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한 달 뒤 두 돌인데 제대로 된 미역 촉감 놀이를 제대로 해 준 적이 없어요. (저번에 자른 미역을 불려서 욕조 막힐 뻔 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오늘도 다행히 제 컨디션은 괜찮았고요. 컨디션이 괜찮아서 할 수 있었던 놀이였습니다.


일단 놀이 전 미역을 가득 불려뒀어요. 건미역도 준비를 해뒀었는데 깜빡 잊었네요. 건미역을 만지고 냄새 맡고 부숴보는 과정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지퍼백, 물감, 스팽글은 푸른 바다를 표현해내보기 위해 준비했어요. 지퍼백 안에 미역과 파란색 물감, 조개 스팽글, 물을 넣고 살살 흔들면 미역이 해초처럼 흔들려서 나름 신비로워요.


그... 이렇게 커다란 미역으로 하시지 말고 잘게 자른 미역을 적당량 넣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저도 만들면서 이게 뭔가 했어요. 해초라기엔 무서운걸...)

아이가 좋아해줬다면 위로가 되었을텐데 당연히 저와 비슷한 표정으로 쳐다만 보곤 고개를 휙 돌려버렸어요. 어렵지 않은 놀이니까 다음에 다시 해주고 싶어요.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아이들은 부모가 눈을 떼면 가끔 기상천외한 장면을 보여주는데요. 요근래엔 그런게 없었거든요. 오늘 티는 안 냈지만 조금 놀랐네요? 지퍼백 입구 부분을 계속 만지작 거리더니 스스로 연 건지 어디가 터진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만든 미역해초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더라고요.


아... 너무 좋아했어요. 옹알이로 노래를 부르고, 스케이트 타며 춤을 추고. 엉덩방아를 찧어도 방실방실. 제게 손을 잡아달라고 해서 잡아줬더니 점프점프도 하고, 무척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조금 오버를 더해서... 자유로워 보였어요.

 



파란 물감이 마음에 들었나봐요. 처음엔 발로 팍팍 밟아서 주변에 있던 아니 멀리에 있는 책과 장난감들에게까지 물감이 다 튀었어요. 다행히 제 컨디션이 괜찮아서 물티슈로 닦아내가며 중간 중간 호응도 잊지 않았습니다. 흥을 깨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 문득 옆에 놓여있는 미역이 전혀 쓰임이 없었단 걸 깨닫고 아이 몸에 찹! 붙여주었는데.

 



세상에, 꺄르르 꺄르르 숨 넘어갈정도로 좋아하는 게 아니겠어요? 뭐가 그리 좋은지 전 잘 모르겠지만요. 아이는 신이 나 제게도 미역을 마구 던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옷을 입고 있었고 아이는 기저귀를 차고 있었는데, 저는 아이의 배나 다리에 찹찹! 하고 달라 붙는 미역이 재미있었어요. 아이도 들러붙는 미역이 느껴질 때마다 꺄르르 꺄르르~ 덕분에 함께 한바탕 웃었었네요.

하지만...(비극적인 음악 깔아주세요)


너무 신이난 나머지 아이는 미역을 사방팔방... 책과 장난감은 물론이고 창문에까지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놀이를 할 때 저는 가능하면 "안 돼, 하지마!" 란 말을 안 하려 노력해요. 스스로 금기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슬픈 음악 깔아줘요)


창문에까지 던지는 건 말릴 수 밖에 없더라고요. "아니야, 창문엔 던지면 안돼."

다행히 아이의 흥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었어요. 하지만 전과 같은 하이텐션은 아니길래 그 틈을 타, "이제 씻으러 갈까?" 라고 했어요. 그 말인 즉슨 세면대에서 이제 2차 놀이를 시작하겠단 뜻이므로..

바로 수긍해주었고, 오늘의 미역촉감놀이는 거기서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아이가 곧 두 돌이라 미역놀이를 이렇게 해보았네요. 보통은 불린 미역을 욕조나 놀이매트 안에서 물과 함께 가지고 놀죠? 돌 전 아기와 두 돌 아기는 겨우 1년 차이인데도 놀이에 큰 차이가 있네요.

 



미역촉감놀이시 돌 전 아기는 구강기에 미역이 입으로 들어가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잘게 자르는 일이 없어야 하며, 두 돌 아기는 저와 같이 논다는 가정하에 미역을 밟고 심하게 미끄러지는 일이 없도록 부모가 눈을 떼지 않아야 해요. (지는 화장실 다녀온 주제에)

이젠 좀 놀 줄 알아서(?) 재료를 가지고 제대로 노네요. 솔직히 던질 줄은 알았는데 창문에까지 던질 줄이야.




이 후 세면대에서 놀다가 아이가 욕조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버블클렌저로 미역놀이보다 더 길게 놀았어요. 저번부터 놀이라고 쓰긴 하지만, 뭔가 좀 어설프지만요.

 

국수 놀이! 부수고, 치대고, 카멜레온 만들고, 미끄러지고...

아이 두 돌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야 국수 놀이 해주네요. 꼭 해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전 돌 전서부터 "꼭 해줘야지!" 벼르고 있던거였거든요. 큰 맘 먹고 했어요. 근데 이거 마음에 여유가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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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초에 생각한 대로 놀이가 진행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요, 아이가 즐거워하고 행복해 했으니 그걸로 됐어요. 아, 갑자기 생각 났어요. 오늘의 베스트 장면.

놀이를 하려고 제가 주방에서 미역을 만지작 거리자 아이가 평소 놀이 하는 공간을 치우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놀이를 하겠다고 정해놓은 자리에, 있던 모든 물건을 밖으로 내놓고 있더군요. 어휴, 기특혀.

다음엔 어떤 놀이를 해볼까 싶어요.
그럼,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여기까지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진짜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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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두 돌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야 국수 놀이 해주네요. 꼭 해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전 돌 전서부터 "꼭 해줘야지!" 벼르고 있던거였거든요.

큰 맘 먹고 했어요. 근데 이거 마음에 여유가 없을 때 시작하면 안 될 것 같아요. 저는 이 날 아침 기운이 좀 있어서 놀이 박스 뜯어 셋팅 해준거고요. '설마 던질까?' 싶었는데 역시 던졌... 그 순간 저에게 너무 힘든 시간이 될까봐 걱정 많이 했어요. T_T (엄마 멘탈 관리도 육아의 일부분이라고 생각)

하지만 오전에 원샷 때린 스벅 커피가 에너지를 만들어 주었는지 다행히 그 모습도 예쁘더라고요. 헤헤. 저도 재미있는 시간이었답니다!




놀이 이야기 할게요! 앞서 언급했듯 저는 이번에도 놀짱 놀이박스를 이용했고요. 이 회차의 구성은 '포리시트, 색국수, 투명캡슐, 카멜레온 도안, 물감' 이었습니다.


가장 먼저 시트 깔고 생면 부러뜨리기 전에, 국수 삶아 둬야 해서(흐름 끊기지 않게) 아이에게 "세이펜으로 대발이 읽고 있을래?" 라고 했더니 책 절반을 다 바닥에 내려 놓고 읽고 있었어요. 아요, 이뻐라.

놀짱에서 제공한 국수는 두 개 였어요. 하나는 일반 국수, 하나는 색국수. 그런데 저는 색국수가 좀 단단해보여서 색국수를 삶고, 부러뜨릴 때는 일반 국수를 주었어요.

 



삶아진 국수는 잠시 대기하고, 생면을 가지고 먼저 아이와 놀기 시작했습니다. 일단 부러뜨리기부터!

살짝만 잡아도 쉽게 으스러져요, 아이 힘으로도. 근데 좀 아파요. 주의하세요. 보기에도 날카로워 보이지 않나요? 생각지 못 한 건데 놀랐어요.

다행히 아이는 소면 하나 하나를 잡고 천~천히, 섬세한 손동작으로 부러뜨려 따가워 하거나 아픔을 느끼진 않은 것 같지만요, 혹 아이가 이 활동에 흥미를 보여 발로 마구 밟고 싶어하기라도 했으면 큰일날 뻔 했어요. (밟아보기도 했지만 스스로 조금씩 잘근잘근 밟더라고요)

사진의 왼쪽은 장난감 전자레인지인데 아이가 가져왔어요. 이 안에 넣고 위이잉 돌려줬네요. 요즘 참 역할놀이를 좋아해요.


옷이 달라졌죠? 네, 다른 날이에요.

국수 부러뜨린 날, 아이가 너무 재밌었는지 막판에 국수를 집안 곳곳에 다 던지더라고요. 크헉🤦‍♀️ 밖으로 던지면 안 된다고 몇 번 일러주다가... 그 말에 자극을 받았는지 더 집어던져서 바로 씻으러 갔어요.


여튼 이 날은 바로 어제에요. 놀짱에서 제공하는 국수 양이 좀 적은 것 같아 저희 집에 있는 국수도 좀 얹어 삶았고요. 저는 포리시트를 깔았는데 놀이매트가 있다면 그걸 더 추천드립니다! 저희 집에도 있긴 있는데 사이즈가 애매한 것, 이미 다른 것이 들어 있는 것들이라 저는 어쩔 수가 없었어요.

 



자, 이제 국수를 만져볼게요. 가져온지 채 일 분도 지나지 않아 면끼리 다 다닥다닥 붙어 물을 부어주어야 했어요. (첨에 넘 당황했네요. 나중엔 아예 물을 옆에 갖다두고, 너무 마르면 조금 부어주고, 또 부어주고 했답니다)

아이는 처음에 신기해 하는 듯도 했고, 조심하는 듯도 했는데 -


얼마 안 있어 재미있게 놀았답니다!!

이건 국수에 물감을 섞어본 거예요. 파랑, 빨강, 노랑. 물감을 섞었을 때부터 본격적으로 즐거워 했던 것 같아요.

먹어보려 하진 않았냐고요? 네, 먹으려 하더라고요. 그런데 먹기 전 '먹어도 되나?' 눈으로 제게 묻기에, 안 된다고 하니 그 다음부턴 먹으려 하지 않았어요.

사진엔 없지만 그릇과 포크도 갖다줬어요. 아이는 손으로 그릇에 국수를 양껏 담아 제게 주었고, 저는 포크로 파스타 먹는 척을 했어요. 아이에게도 권하니 아이 역시 "암냠냠" 하며 맛나게 먹어주더라고요.


이건 카멜레온 도안이에요. "무슨 색깔로 꾸며볼까?" 라고 얘기를 하기도 전에, 아이가 국수를 돌돌 말아 카멜레온을 꾸며주어서 저 넘 놀랐고요. (22개월은 생각보다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나봐요)

카멜레온에 흥미를 보였다면 국수 놀이가 끝나고 책을 보여주었을건데, 그다지 큰 흥미는 보이지 않아서 그러지는 않았어요.


이제 국수에 대한 경계가 완전히 허물어졌는지 저 스스로 먼저 올라와 발로 국수를 밟아보데요. 그런데 제가 중간 중간 부어준 물 때문인지, 조금 미끄러운 듯 했어요. 그래서 제가 손을 잡아주었고, 아이는 제 손을 잡고 신이나서 엉덩이 씰룩씰룩 춤도 추었었네요. 몇 번씩 엉덩방아도 찧었지만요. 울지 않았고, 재미있어 보였답니다. 🥰


그러나...

국수를 부러뜨리던 날처럼 시간이 좀 지나자 삶은 것도 밖으로 던져버리기 시작했어요. T_T 아시죠.. 삶은 국수 던지면 찰싹 하고 붙는 거... 그것도 벽이나 바닥에 던지는 것도 아니고, 블록 상자, 교구장에 던져 그 때 '오늘의 놀이는 여기까지구나' 라고 생각했어요.

 



"그만 목욕하러 갈까?" 생각보다 기다렸다는 듯 바로 "응!"이란 대답이 돌아와서 좀 당황했지만, 그런 아이를 꼭 끌어안고 저는 화장실로 곧장 직행. 놀이는 그렇게 함께 목욕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팁이랄 것 까진 없는데요. 다음에 국수 놀이를 또 해주게 되면 전 꼭 놀이매트를 이용할래요. 포리시트 위에서 하니까 아이가 밖으로 나갈 것 같을 때 저도 모르게 제지를 하게 되서 그게 영... 놀 땐 흠뻑 빠져서 놀게 해주고 싶은데, 그게 별로더라고요. 옷 더러워져도 되니까 매트 안에서 눕고, 구르고, 그렇게 놀게 해주고 싶어요.

역시나 오늘도 길어졌네요. 귀한 시간 내어 방문해주시고,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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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봄 여어어어어어름 갈 겨어어어어어울이네요. 기온이 많이 내려갔어요. 다들 밖에 나가실 때 옷 단디 여미시길 바라요. 전 아이와 두껍게 옷을 입고, 택시 타고 호다닥 문센 다녀 왔어요.

베베플레이쿡은요. 저도 우연히 알게 된 강좌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검색 결과가 별로 없는 게 놀라울 정도예요. 식재료를 이용한 오감놀이, 재료를 이용한 음식을 먹어볼 수 있다는 건, 체육 미술 음악 같은 수업이 넘쳐나는 가운데 메리트가 있는 게 아닌가 싶거든요? (다른 거 다 제쳐두고, 이게 짱이야! 이건 아니지만) 조금 의아해요. 물론 제 생각이 모두와 같을 수는 당연히 없겠지만요.



오늘도 식재료를 이용해 실컷 놀아봤어요. 오늘 주제는 '도토리'였고요. 그래서 음식은 '도토리묵'이였어요. 하지만 도토리묵은 식감이나 향이 평범한 편이 아니라 먹어보는 시간은 생략하신 것 같아요. 오늘은 음식을 먹어보진 않았습니다.


수업은 체조와 마사지로 시작되어요. 마사지는, 아기를 무릎에 앉혀놓고 발가락부터 머리까지 노래에 맞춰 주무르고 꼭꼭 눌러주며 스킨십을 해주는거예요. 일춘기 온 저희 아기는 하지말라고 싫어했지만, 알콩달콩하고 귀염뽀짝한 시간인 것 같아요.


그리고 선생님이 미니 탬버린을 손에 들고 직접 돌아다니시며 아이들과 하이파이브를 하세요. 이 두 가지가 베베플레이쿡의 오프닝이에요.

 



허수아비와 도토리, 밤, 낙엽.. 보자마자 가을을 연상시키는 따뜻한 매트는 수업 시작 전부터 깔려 있었어요.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선생님은 일단, 엄마들에게 귀여운 다람쥐 옷과 머리띠를 나눠 주셨는데요. 세상에...

오늘의 의상 너무나 깜찍해서 엄마인 저는 감탄을 넘어 또 한 번 사랑에 빠지고 말았어요. 아기 다람쥐라니... 죽어가는 모든 것을 소생시킬 수 있을 것 같은 치명적인 귀여움이었어요. 홀딱 반해서 사진을 몇 장이나 찍었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우수수 낙엽을 쏟아부어 주셨어요. 색깔은 빨강, 노랑. 자세히보니 진짜 낙엽은 아니었지만, 그래서 바스락 소리가 안 나 조금 아쉽긴 했지만, 낙엽과 매우 흡사한 형태가 나름 훌륭하다고 생각했어요.


뒤이어 밤과 도토리도 쏟아부어 주셨답니다. 인형처럼 통통한 녀석들이었어요. 밤은 갈색 밤도 있고, 노오란 밤도 있고- 또, 양이 많아서 친구들과 싸우지 않고 자기 앞에 원하는 만큼 가져다 놓아 놀 수 있었어요.

새삼... 매트와 빨간 낙엽을 보니 이런 풍경을 언제 마지막으로 봤나 싶은데, 도대체 날씨가 왜 이렇게 된 거죠? 가을 어디 간 거에요?!


참, 설명을 빼먹었는데 아이가 지금 손에 쥐고 있는 다람쥐는 수업 전에 선생님이 놀이로써 나눠주신 아이템이에요.

그 앞의 다람쥐 교구는 나눠주신 바구니에, 다람쥐 얼굴을 붙여 만든거고요. 우리는 다람쥐에게 도토리를 줘보았어요. 입에 다 들어가지 않을 정도로 줘보았어요. 하지만 아이는 별로 재미없어 하더라고요.

 



재미있어 하던 부분은, 도토리를 상자에 정리할 때. 정말 옮기고, 쏟고, 운반하는 작업을 좋아하는 아가에요...


모든 교구를 다 정리하자 드디어 마지막 주자가 나왔어요. 으... 선생님 말씀은 귀담아 들어야 하건만, 저번주에 다음주는 도토리묵 촉감놀이를 할 것이므로 옷이 더러워질 수 있으니 여벌옷이나 앞치마를 챙겨오라고 미리 알려주셨었는데, 그새 까먹고 말았어요.

하지만 생각해보니 옷을 두 겹 입고 와서요! 겉옷 벗고, 양말 벗고, 촉감놀이를 할 수 있는 상태로 만들어 주었어요. 하고 말고는 아기의 선택에 맡겼고요.

 



차갑고 탱탱하고 말랑말랑한 도토리묵을 우리는 이렇게 가지고 놀았어요.

1. 빨대 꽂아 생일 축하 노래 부르기
2. 빨대를 꽂았다 빼면 빨대에 도토리묵이 끼는데, 손으로 밀어 쏘옥 빼낸 뒤 지렁이라도 본 듯 놀라며 재밌어하기
3. 나이프로 자르고 찌르기
4. 비닐을 덮은 뒤 손과 발, 엉덩이로 치대기

아이가 손에 도토리묵이 묻을 때마다 닦아달라고 해서 제대로 된 촉감놀이, 온 몸으로 하는 촉감놀이는 할 수 없었지만, 아이가 즐겁게 놀았다면 됐어요. 오늘도 성공이에요. 나중에 마음이 내키면 온 몸으로 놀겠죠, 뭐.

수업이 끝났어요.



그리고 제가 사는 지역에서의 베베플레이쿡 수업도 오늘로 끝났어요. 아이가 팝콘을 들고 먹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한데, 그런 모습을 하나라도 더 기억에 담고 싶은 마음에 너무 아쉽네요. 이사 갈 지역의 문센에서도 일단 있나 찾아는 봐야겠어요, 자의가 아닌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해 그만두는거라 미련이 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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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이어 반가운 얼굴, 달팽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무려 실물이 찾아 왔습니다. 노크는 생태수업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그래서인지 오늘의 수업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포스팅을 꾸준히 보아주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노크는 1주차 음악, 2주차에 미술 수업을 합니다. 저번주에 달님과 함께 달님을 닮은 핑거심벌, 롤리팝드럼을 두드려봤던 거 기억나시나요?

 

노래하는크레용 8월 3주차 / 애벌레 팽이 🐌

오늘의 수업은 특히나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달팽이였는데요. 달팽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글을 읽다가 보면 아시게 되겠지만, 여튼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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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어 슬펐던 팽이에게 달이 큰 선물을 주었었잖아요. 내용이 참 감동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저번 주 수업이 끝나면서 선생님이 다음주엔 진짜 달팽이가 찾아올거라 하셨는데 이상하게 크게 기대가 되진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어떤 수업이든 달님을 만났던 시간보다 아이의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 수업이 되지는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생각이 맞았어요. 하지만 오늘 수업도 그에 못지않게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 하였답니다. 온몸을 던져서 놀았어요.


수업은 깔고 앉은 비닐에 애벌레(일명 팽이)를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되었어요. 오른쪽 피카소 뺨치는 작품(낙서 아님)은 저희 아가가 그린거구요. 오른쪽으로 쓱 왼쪽으로 쓱! 터치 한 번만 해도 어른 두 명이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었었네요.

 


그 다음으로는 사진으로 보면 확인하실 수 있는 선명한 달팽이 사진을 선생님이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여기서 달팽이에 대해 짧게 짚고 넘어가볼까요.

🐌 ❓달팽이는 자웅동체에요. 하지만 짝짓기를 통해 알을 낳아 번식하죠. 대부분의 달팽이들은 '성별이 없다'고 표현해도 무방해요. 수분손실을 막기 위하여 낮에는 달팽이 껍데기 속에 막을 쳐놓고 다른 데 붙어 있거나, 돌 밑에 숨어 있고요. 밤에는 나무 위에 올라가 곰팡이 같은 균류, 식물의 잎 등을 갉아먹어요.

달팽이는 초식성이지만, 동물의 사체나 탈피 중인 곤충을 먹기도 한답니다. 반려 달팽이의 경우에는 주로 당근이나 오이, 상추 같는 채소를 주면 잘 먹어요. (당근 같은 단단한 먹이는 감자칼로 얇게 깎아주면 더 잘 먹어요)

끝으로, 야생의 달팽이는 생태계의 순환자, 환경미화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위에서 달팽이는 주로 곰팡이 같은 균류를 먹고 산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개중에는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기생 생물류를 먹기도 해요. 그것들을 잘게 분해한 후 배출하는 배설물은 비료가 되어 자연계의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돕기도 한답니다.


한 생물을 요약하여 소개해 드리려니 칸이 심히 모자라네요. 쨌든, 달팽이가 수분보충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만 가지고 우리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봅시다.


달팽이는 선생님의 조심스런 손길 아래 팩 따위에서 들려 꺼내졌어요. 더욱 자세히 관찰하기 위하여 투명 플라스틱 위에 달팽이를 올려 놓아 주셨구요. 사진을 보시면 고사리 같은 손이 분무기를 들고 있죠? 미동도 없는 달팽이에게 수분보충을 핑계 삼아 밍기적 거리는 모습이라도 보기 위함이었어요. 분무기로 물을 뿌리니 달팽이가 조금 움직이더라구요. 저는 태어나서 달팽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게 처음인데, 신기했습니다.


달팽이를 만지기 전에는 선생님과 아이가 약속을 하나 했어요. 달팽이를 세게 누르면 달팽이가 아파하니 절대 세게 누르지 않고 살살 달래듯이 만지기로요. 아이는 일단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은 인지한 눈치였어요.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는 손길이 우리처럼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그러는 것 같았는데, 뭐 이건 제가 엄마라서 제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걸수도 있습니다.


유일하게 달팽이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때는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상추를 주니까 고개를 왔다갔다 하며 갉아먹기 바빴는데요. 오우,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이건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요 작은 녀석이 먹긴 엄청 먹고 또 엄청 싼다고 하네요? 그 응가 냄새는 정말 고약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섭취한 채소의 색깔대로 응가를 눈다고 하는데 뭔가 신비롭고, 갈수록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반려 달팽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의외로 좀 계시는 것 같았는데, 요 작은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하나 도와준다는 점이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한편, 대단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이건 알로에젤이에요. 뜬금없이 웬 알로에냐구요? 달팽이를 만졌을 때 점액을 느꼈거든요. 끈적끈적한 달팽이 점액을 이 날의 수업재료로 사용하기에는 양이 적고, 비인간적이니 알로에젤을 대신 활용한 것 같아요.

알로에젤은 발라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일단 시원하구요. 달팽이 점액처럼 끈적끈적 하지는 않지만 물처럼 흐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손으로 움켜쥘 수도 있고, 원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만져볼 수가 있어요. 그리고 모든 알로에젤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냄새도 좋더라고요. 선생님은 알로에젤 한 팩을 그 자리에서 뜯어 모두 짜주셨는데, 양이 꽤 많아서 제대로 촉감놀이 하는 기분이 나 정말 좋았습니다.

 


아이는 뭐 물 만난 고기마냥 좋아했지요. 두 손으로 선생님이 짜주시는 알로에젤을 받으면서 양손 가득 넘쳐 흐르는 알로에젤을 움켜쥐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감촉을 느껴보기도 하고, 바닥에 뿌려진 젤을 가지고 미끄덩 거리는 느낌을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경험 해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건 역시나 선생님이 알로에젤을 손에 짜주시는 그 순간이었어요. 저희 아이는 물감도 그렇고 언제나 손에 짜여지는 그 순간을 가장 좋아하더라구요. 왜 그러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블로그에 사진을 최대 8장 정도만 올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 중간 내용이 잘려 있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실텐데, 그렇게 잘려 나간 부분은 제가 최대한 설명으로 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

위 사진은 알로에젤 위에 선생님이 노란색 물감과 분홍색 물감을 짜주신 후 아이와 함께 합동하여 섞어놓은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애벌레를 그려주린건데요. 그림은 애벌레 말고도 별, 나비, 고래 등을 더 그려주셨어요.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자마자 저희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 손으로 치대어 없애버려서 요 사진은 매우 희귀한 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감의 질척함 그리고 알로에젤의 미끈함이 합쳐져 새로운 촉감이 탄생하였어요.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비로소 달팽이 점액과 비슷한 촉감이 만들어졌단 생각이 들었네요.

선생님은 수업 전 제게 먼저, 이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친구들이 있음을 알려주시고, 오늘 그렇게 진행이 되어도 괜찮겠느냐는 여부를 물어봐주셨어요. 저는 괜찮다고 했어요. 씻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제 아이에게 서보라고 하니 조금 두려워 해서 선생님이 두 팔을 잡아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셨어요. 그러면서 정말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왼쪽 오른쪽 왔다 갔다, 미끄덩 미끄덩 하게 해주셨네요. 아이는 처음엔 두려워 하는 눈치더니만 나중엔 즐겼어요.


물감은 손과 발을 비롯해 옷은 물론이고 거의 온 몸에 다 묻어버렸습니다. (머리에 안 묻은게 어디에요) 하지만 방금 말했다시피 씻으면 되니까 크게 상관 없구요.

선생님은 제자리 뛰기, 앉아서 스케이트 타기 등을 하게 해주셨어요. 아이는 마스크를 썼는데도 즐거워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모습으로한껏 놀았습니다. 수업 시간이 30분인 것이 오늘은 특히 더 아쉬운 날이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마치 티비 전원 끄듯 갑자기 중단을 해야만 하다니. 체력만 허락한다면 제가 해주면 좋은데 그 점이 아쉽고 안타까웠네요.

 


오늘 수업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구요. 씻기는게 무척 힘들 것 같아 지레 겁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아서 오늘도 역시나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수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을 업로드 하면서 알았는데 물감놀이를 하는 도중 선생님 양말에 물감이 묻었었네요. 수업할 때 전혀 몰랐었는데. 저희가 화장실로 씻으러 갈 때 닦아내셨는지 양말을 갈아 신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우리 선생님을 보면 '극한직업'이란 단어가 떠오를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돌아가실 때 별 건 아니지만 음료수라도 꼭 챙겨드리려고 하는데요. 아이가 19개월이 되기까지 여러 선생님들을 겪어봤는데, 이 선생님은 유독 더 특별해요. 미혼인데 아이를 키워봐야만 알 수 있는 스킬들과 애정이 도대체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건지 모르겠어요. 이제 곧 이사를 가는데 기준이 높아져 버려서 큰일입니다.

그럼 이만 글은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도 시간과 기타 여건이 허락한다면 수업 후기를 가지고 돌아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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