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에는 하루쯤 아무 데도 나가지 않고 집에서 푹 쉬고 싶은 날이 있죠. 맛있는 것도 먹었겠다, 저녁쯤 되면 자연스럽게 이런 말이 나올 지도 몰라요.
"우리 영화 한 편 볼까?"
그런데 아이와 함께 볼 영화는 생각보다 고르기가 어려워요. 가족영화라고 해서 틀었는데 악당에게 쫓기고 싸우는 장면이 계속 나오거나, 어린아이가 보기에는 제법 무서운 내용이 등장하기도 하니까요.
그래서 이번에는 7살 전후 아이가 재미있게 볼 만하면서 부모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 10편을 골라봤어요.
너무 잔잔한 작품만 모으지 않고, 웃기거나 신나거나 이야기에 푹 빠질 만한 영화들로 골랐습니다.
1. 라모나 앤 비저스

상상력 넘치는 초등학생 라모나가 주인공인 가족영화에요.
라모나는 가만히 있어도 될 일을 굳이 크게 만드는 재주가 있습니다. 학교에서도 집에서도 크고 작은 사고를 치는데, 본인은 늘 진심이라는 게 웃음 포인트예요. 언니 비저스와 티격태격하는 모습도 현실 자매 그 자체고요.
아빠가 직장을 잃으면서 가족에게 걱정거리가 생기지만 영화가 무겁게 흘러가지는 않아요.
아이에게는 라모나의 엉뚱한 사고가 재미있고, 부모에게는 평범한 가족의 모습이 은근히 공감되는 영화예요.
반려동물과 헤어지는 장면은 조금 슬플 수 있습니다.
2. 게임 플랜

이번에는 제대로 웃기는 쪽으로 가볼게요.
잘나가는 미식축구 스타 조의 집에 어느 날 꼬마 여자아이가 찾아와 자신이 딸이라고 말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예요.
혼자 멋지게 살던 남자의 집에 갑자기 발레복과 인형이 들어오기 시작하니 그날부터 일상이 제대로 꼬입니다. 육아라고는 해본 적 없는 아빠와 당찬 딸의 조합이 꽤 웃겨요.
그런데 계속 웃기기만 하는 건 아니에요. 함께 지내면서 진짜 아빠와 딸이 되어가는 과정이 있어서 뒤로 갈수록 마음도 따뜻해진답니다.
깔깔 웃을 수 있는 가족영화를 찾으신다면 먼저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에요.
3. 머펫 대소동

사람과 인형 캐릭터가 함께 등장하는 뮤지컬 코미디예요.
한때 인기 스타였던 머펫들이 다시 모여 공연을 준비하는 이야기인데, 캐릭터들이 하나같이 범상치 않습니다. 노래하다 사고 치고, 진지한 순간에도 엉뚱한 일이 벌어져요.
노래와 춤도 계속 등장해서 이야기가 처지지 않는 편이고, 아이는 알록달록한 캐릭터를 보는 재미가 있어요. 어른이 알아볼 만한 배우들도 등장하고요.
아이와 부모가 서로 다른 포인트에서 웃을 수 있다는 게 이 영화의 장점이에요.
가벼운 몸개그와 소동이 꽤 있는 편이라 조용하고 잔잔한 영화보다는 왁자지껄한 코미디에 가깝습니다.
4. 페어런트 트랩

어린 시절 이런 영화 좋아했던 분들 꽤 많을 거예요.
여름 캠프에서 우연히 만난 두 소녀가 서로 똑같이 생겼다는 사실을 발견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돼요. 알고 보니 두 사람은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 자매였고요. 여기서부터 둘은 아주 대담한 계획을 세웁니다.
서로 역할을 바꿔 각자 한 번도 만나지 못 한 엄마와 아빠의 집으로 가보기로 한 거죠.
둘이 정체를 들키지 않으려고 연기하는 과정도 재미있고, 어른들을 골탕 먹이는 장면도 있어서 두 시간이 넘는 영화인데도 이야깃거리가 계속 생기는 가족 코미디예요.
부모가 이혼한 가족이라는 설정과 어른들의 연애 이야기가 중심 소재 중 하나라는 점은 참고하면 좋아요.
5. 프리키 프라이데이

엄마와 딸의 몸이 하루아침에 바뀐다면?
설정부터 아이가 관심을 가질 만하죠.
서로를 도무지 이해하지 못하던 엄마와 딸이 어느날 몸이 뒤바뀌면서, 엄마는 딸 대신 학교에 가고 딸은 엄마 대신 어른의 하루를 살아야 합니다.
상대방의 생활을 직접 겪게 되면서 벌어지는 일이 이 영화의 재미예요.
아이 입장에서는 '내가 엄마가 된다면?', 엄마 입장에서는 '내가 다시 아이가 된다면?' 상상하면서 볼 수 있고요.
1976년 작품이라 화면이나 분위기에서 옛날 영화 느낌은 확실히 나지만, 몸이 바뀐 엄마와 딸이라는 설정 자체는 지금 봐도 재미있어요.
6. 돌핀 테일

다친 돌고래 윈터와 소년 소녀가 만나면서 시작되는 영화예요.
윈터는 사고로 꼬리를 잃게 되지만 주변 사람들이 힘을 합쳐 특별한 인공 꼬리를 만들어줍니다. 다시 헤엄치기 위해 노력하는 윈터와 그 곁을 지키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중심이에요.
앞의 코미디 영화들처럼 계속 웃기는 작품은 아니지만 실제 돌고래가 등장한다는 것 자체가 동물을 좋아하는 아이에게는 꽤 강력한 재미 요소예요.
특히 실제 구조된 돌고래 윈터에게서 영감을 받은 이야기라 영화를 보고 나서 "진짜 윈터는 어떻게 살았을까?" 하고 찾아보는 재미가 있겠고요.
초반에 다친 돌고래가 발견되는 장면은 살짝 긴장될 수 있습니다.
7. 마녀 배달부 키키

여기서부터는 애니메이션이에요.
13살 마녀 키키가 새로운 마을에 정착해 빗자루를 타고 배달 일을 시작하는 이야기예요.
검은 고양이 지지와 함께 살 집을 구하고, 일을 시작하고, 배달을 하다가 예상치 못한 일을 만나는 과정이 아기자기하게 이어집니다.
무시무시한 악당과 싸우는 이야기가 아닌데도 빗자루를 타고 하늘을 나는 키키 덕분에 아이가 볼거리도 충분해요.
어른이 다시 보면 낯선 곳에서 혼자 자기 자리를 만들어가는 키키의 모습이 또 다르게 보여서 아이와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이에요.
8. 월레스와 그로밋 : 거대 토끼의 저주

이번에는 조금 더 엉뚱하고 웃긴 애니메이션이에요.
발명과 월레스와 똑똑한 강아지 그로밋이 마을의 채소를 지키다가 거대한 토끼와 얽히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예요.
월레스가 기상천외한 기계를 만들어낼 때마다 일이 더 복잡해지고, 말 한마디 하지 않는 그로밋이 표정 하나로 상황을 수습하는 게 정말 웃겨요.
어른이 봐도 웃기는 장면이 많아서 아이 때문에 억지로 같이 보는 느낌이 적은 가족영화라는 것도 장점입니다.
거대한 토끼가 등장하는 장면은 어린아이에게 살짝 무섭게 느껴질 수 있지만 전체적인 분위기는 코미디에 가까워요.
9. 피너츠 무비

찰리 브라운과 스누피가 주인공인 애니메이션이에요.
찰리 브라운은 새로 전학 온 친구에게 잘 보이고 싶은데 하는 일마다 이상하게 꼬입니다.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계속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요.
그 옆에서는 스누피가 혼자 상상의 세계로 들어가 완전히 다른 모험을 펼칩니다.
찰리 브라운의 학교생활과 스누피의 엉뚱한 상상이 번갈아 나와서 잔잔하지만 하지 않고, 캐릭터들도 귀여워 초등 저학년과 보기 좋아요.
전체적으로 순하고 유쾌해서 가족영화로 고르기 편한 작품입니다.
10. 숀더쉽 더 무비

마지막은 대사가 거의 없는데도 웃깁니다.
매일 똑같은 농장 생활이 지겨워진 양 숀이 하루쯤 쉬어보려고 일을 꾸미는데, 계획이 꼬이면서 농장 주인이 도시까지 가버려요.
결국 숀과 양 친구들이 주인을 찾아 도시로 나가면서 본격적인 소동이 시작됩니다.
말로 설명하는 대신 표정과 몸짓으로 웃기는 장면이 계속 나오고, 양들이 사람인 척 행동하는 모습도 꽤 웃겨요.
85분 정도로 비교적 짧아서 긴 영화에 집중하기 어려운 아이와 보기에도 괜찮고요.
약간의 추격과 위기 상황은 있지만 전체적으로는 장난스럽고 유쾌한 코미디예요.
✔️ 추석에 딱 한 편만 고른다면?
<무조건 웃기는 쪽>을 원한다면 게임플랜, <초등학생이 공감하기 좋은 영화>를 원한다면 라모나 앤 비저스, <엄마도 같이 재미있게 보고 싶다면> 페어런트 트랩을 먼저 고를 것 같아요. 애니메이션 중에서는 <신나고 웃긴 걸 원한다면> 숀더쉽 더 무비, <조금 더 따뜻하고 예쁜 이야기를 원한다면> 마녀 배달부 키키가 좋고요.
아이와 함께 보는 영화라고 꼭 교훈이 가득할 필요는 없잖아요. 같이 웃고, 조금 뭉클하기도 하고, 영화가 끝났을 때 "재밌었다!" 한마디 나오면 그걸로 충분한 것 같아요.
긴 추석 연휴 중 하루쯤은 다 같이 소파에 자리 잡고 영화 한 편 보는 것도 좋겠어요.
다만 시작하기 전에 가장 어려운 일이 하나 남아 있습니다.
열 편 중 하나 고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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