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간에 이어 나나(원숭이 이름)가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은 가족들이 아닌 친구들만 데리고 왔더라고요. 덕분에 오늘도 강아지, 토끼, 원숭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선생님은 오늘 유독 무거운 가방을 두 개나 짊어지고 힘겹게 들어오셨어요.


오늘 수업은 바나나 사진으로 시작되었어요.
사진은 없지만 여러개의 바나나, 한 개의 바나나, 바나나를 깐 사진, 바나나를 썰어놓은 사진을 차례차례 천천히, 밝고 경쾌한 설명과 함께 보여주셨답니다.

그리고나서는 이 바나나 나무가 등장했어요.
바나나 나무인데 바나나가 없어 이 때 눈치챘지만, 펠트바나나가 나올 때까지 얌전히 있었어요.


처음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바나나를 붙였어요. 그러더니 엄마 품을 나서 스스로 바나나를 척척 붙이더라고요. 찍찍이가 좀 정없게(?) 붙어있었으면 서운할 뻔 했는데, 아기가 어디에 붙여도 쉽게 붙어 좋았어요. 그리고 바나나 안에는 하얀 알맹이가 들어있었어요. 어떤 건 삑삑이 신발처럼 삑삑 소리가 나고, 어떤 건 종이 구길 때 나는 꾸깃꾸깃 소리가 나더라구요. (선생님 재량 따라 다른데 삑삑이, 빨대, 솜, 콩 등이 들어간대요) 교구를 신경써서 만든다고 느꼈네요.


선생님이 평소보다 더 큰 가방을 들고 오신 이유는 밑에 깐 노란 매트와 (김장매트) 이 백업스펀지 때문이었어요. 매트도 커서 많은 양의 백업이 필요했어요. 쏟을 때도 아이가 보고 즐거울 수 있도록 위에서 와르르~ 하고 쏟아주셨답니다.


아이는 가방에서 뭐가 자꾸 떨어지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았어요. 이 노란 백업으로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가지고 놀면서 쌓기도 해보고, 선생님 머리 위에 올렸다가 떨어지는 걸 보기도 했어요. (언제나 선생님의 노고에는 감사를ㅠㅠ)


저번 주 만났던 동물 친구들을 또 만났다고 했잖아요. 아이는 보자마자 빨리 달라며 손으로 재촉했어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노란 백업을 먹여줬어요. 요즘은 밥 먹을 때에도 엄마 한 입, 아빠 한 입, 곰돌이 한 입, 뽀로로 한 입…. 꼭 한 입씩 나눠주는데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요 시기 아이들은 다 그러나요? 여튼 동물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백업을 주었어요.


토끼 교구 귀엽죠? 동물 교구는 가면에 통을 붙여 입을 만들었더라고요. 노크 교구는 볼 때마다 참 잘 만드는 것 같아요.


마지막은 바나나 도장을 찍어보는 활동이었는데 색깔이 연해서 그런지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리를 떠버렸어요. 그래서 사진 속 도장은 전부 흥미를 끌기 위해 애쓰신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참, 바나나가 주제여서 사실 2주 차 미술시간에는 바나나가 등장할 줄 알았는데 좀 의외였어요. 여쭤보니 바나나는 이동 중에 무르거나 색깔이 변할 수도 있어 준비하지 않으셨다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재밌었어요.





여담) 당연한 소리지만 어떤 수업이든 선생님이 참 중요해요. 아이의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보는 눈이 점점 길러지고 있는 듯 하네요. 저는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또 민감한지도 알아가고 있어요.

저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선생님은 싫어요. 재미있는 표현을 쓰고 아기어로 말을 해도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진다거나, 토라진 친구 흉내를 너무 자주 내는 선생님이요. 어린 아기가 벌써부터 토라진 친구 앞에서 당황스러워 할 필요는 없잖아요. 또, 감정기복이 심해 매주 수업스타일이 널뛰는 선생님도 싫어요.

자질부족이나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 목격 되면 가차없이 따져 묻거나 다른 선생님으로 교체 요청을 드리면 되는데 말하기 애매한 것들 있죠? (이를테면 본연의 성격 같은...)
사실 저는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바로 이야기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얘기도 몇 번 드렸어요. 근데 아무리 좋게 말을 한다 해도 이런게 또 쌓이면 불편하시겠죠. 이건 피드백이 아이에게 오는 아이의 일이기도 해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네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지금 몸이 힘든것만큼 머리가 아프다던 지인의 말이 자꾸 떠올라요.
어떤 느낌인지 살짝 알 것 같아요.
좋은 방법이 있겠죠? 엄마도 상대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아이에게도 본보기가 되는 좋은 방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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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호호'는 생후 6개월부터 수업이 가능한 히히와, 24개월부터 수업이 가능한 호호 프로그램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가 히히호호에 전화를 걸었을 때 우리 아가는 6개월이어서 바로 수업이 가능한 상태였는데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해서 그로부터 6개월을 더 기다렸다. 음, 중간에 포기하고 다른 스케쥴을 넣을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차례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는 참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궁금했다. 히히호호는 워낙 유명한데다 실제로 추천도 많이 받았던 곳인지라 하다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해보고 싶었다.

우리 아이는 현재 16개월이고 수업을 받은지는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수업료가 다른 방문수업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선생님이 챙겨오시는 준비물이 비교적 간소하다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준비물을 많이 챙겨오신다고 해도 아이가 관심이 없으면 말짱도루묵이므로, 주어진 재료로 아이에 맞춰 수업을 해주실 선생님이 가장 중요한데, 그 부분에 있어 만족스러워서 수업을 잘 진행하고 있다.

* 우리 아이가 받고 있는 히히 프로그램은 신체놀이, 생태놀이, 식재료놀이, 표현놀이로 두뇌발달과 신체발달을 돕고자 한다. 이와같은 오감수업은 영아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진행된다.


이 날은 콩이 두부가 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맷돌이 등장했다. 맷돌은 종이로 만들어졌고, 가운데로 콩을 넣으면 밑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이 활동 전에는 비닐에 콩을 깔아놓고, 소리도 들어보고 만져도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고 이 맷돌이 등장하고부터는 아기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활동이라 나도 신기해하며 쳐다만 봤다.


맷돌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건 바로 이 두부. 아이는 빵칼로 두부를 썰어보고, 손가락을 찔러보고, 손으로 뭉그러뜨리기도 하며 실컷 촉감놀이를 했다. 그런데 마음에 걸렸던 건, 두부가 생두부였다는거다. 선생님은 두부를 자리에서 바로 뜯어 오픈하셨다. 우리 아가는 다행히 먹지는 않았지만 입으로 바로 가져가는 아이들도 있을텐데(먹어도 되는 두부라고는 하셨지만) 재료를 데쳐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쉬웠다.


이렇게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집에서 두부로 촉감놀이를 해주는 경우라면 빨대를 비롯해 각종 조리도구를 동원해도 좋을 것이다. 뒤집개나 채망으로 눌러 보고, 숟가락이나 미니국자로 떠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개중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기억해두었다가 찰흙이나 모래, 물감놀이를 할 때 꺼내주면 좋은 아이템이 되어줄 지 모른다.


이 날은 월 1회 생태수업으로 올챙이와 개구리가 집에 찾아왔었다. 수업 계획안을 미리 받아보고 수업 전, 나는 선생님께 우린 눈으로만 보겠다고 말을 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인간의 호기심과 놀이를 위해 관찰통 안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아이들이 불쌍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가는 책에서도 동물들이 나오면 손으로 쓰다듬는 아이인데... 선생님은 수업 참여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구리를 활용할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결국 합리화 했다. 이유는 부끄러워서 말 안하련다. (이기적인 마음)
최대한 눈으로 보되 만지고 싶어할 땐 조심히, 살살, 놀라지 않게 만져야 한다고 아이에게 얘기해주었다.

 



다행인지 뭔지 아이는 생각보다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개구리가 폴짝 폴짝 뛸 때마다 엄마만 소리를 질렀다. 풀어놓은 올챙이들은 선생님이 숟가락으로 퍼서 종이컵에 옮기는(...) 활동을 알려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내가 잘한건가 싶다. 여하튼 이 날은 개구리와 올챙이의 생김새와 움직임,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어휘들을 자연스럽게 익혀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날의 주제는 기억이 안 난다. 침까지 흘리며 물감놀이에 집중한 우리 아가가 제일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아이의 손과 발에 물감을 쭈욱 쭈욱 짜주셨다. 아이는 손에 묻혀진 물감들을 비비적 댈 때의 느낌이 좋은지 비비고, 또 짜달라고 하고, 비비고를 반복했다. 물감으로 그림 그리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평소 선생님이 오시면 수업 내내 내 무릎에 앉아있기도 하는데, 이 날은 엄마에게 멀리 떨어져 앉아 물감에만 흠뻑 빠졌었다.

 



그나저나 너무 좋아하길래 "엄마가 물감놀이 준비 해줄게!" 라고 해놓고, 여지껏 못 해주고 있어 미안하네...😢 이제까지 물감놀이를 하고 나면 뒷처리에 혼이 쏙 빠졌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물감놀이 한 번 하고 나면 엄마 두 시간은 쉬어야 돼... 가능하니 아가...

참고로 물감은 KC인증, 천연원료로 만든 것들을 사용한다.


이 날은 생크림을 만져보았다. 다른 아이들은 믹서기를 이용하기도 하던데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선생님이 거품기를 선택하신 것 같았다. 선생님과 함께 생크림을 휘저어보기도 하고, 조금 꾸덕해진 생크림을 와플 사진에 발라보기도 하고, 조금 뒤엔 부드러운 생크림을 손으로 맘껏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때가 돌이 지났을 때니까 사실 조금쯤 맛보아도 되었을 때인데 한 입도 먹지 않아 좀 의외였다. 당연히 입에 가져갈 줄 알았는데.


이 날은 인형이 목욕을 하러 들어가기부터 하고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해보았다. 하지만 이 때는 역할놀이에 아직 관심이 없었던지라 아쉽지만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 하면 이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텐데.

좋았던 건 욕조에 들어가기 전 샤워볼을 이용해 몸에 비누칠을 하고, 하고 나와서는 수건으로 몸을 톡톡 닦는 일련의 과정들이 생략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를 존중하는 것 같았다.


여러 집을 방문하시는 선생님은 말씀은 안 하셔도 코시국이 무서우실게다. 얼마 전 내가 사는 지역의 어린이집에 12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한창 떠들썩 했던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그 중 한 아이의 집에서 방문수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우리집도 비상 아닌 비상이 걸렸었다. 다행히 그 아이는 확진은 아니었고 자가격리 중이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그래서 선생님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2주 간 수업을 하지 않았다. 우리 아가는 '선생님'이라는 말만 나와도 인터폰을 가리키며 저기로 선생님 얼굴이 보인다고 반가워 하는 앤데, 넘 아쉬웠다. 그런 일로 최근 2주 동안의 수업 내용은 내가 모른다. 사진은 마지막 수업 때의 장면이다.

 



아이는 모형 빵을 들고 있다. 선생님이 가방에서 제일 먼저 꺼내신 준비물이 저 모형 빵이었는데 수업이 끝나고나서도 돌려주지 않아 다른 걸로 시선을 끈 뒤 아이가 모르게 가방에 쏙 넣어야 했다.
선생님은 오븐에 그려진 요리사 아저씨 흉내를 내며 식빵을 구워주셨다. 사실 이 날의 핵심은 빵에 눈 코 입(교재)을 붙여 엄마 아빠를 만들어보고, 딸기와 초코 소스를 뿌려 치덕거려보고, 식빵을 체망에 걸러 빵가루를 만들어보는 거였는데 이미 사진이 너무 많이 첨부 되어 넣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아이는 식빵에 물을 넣어 뭉쳐 만든 (엄마는 먹지 않았으면 했던) 빵을 열심히 입에 넣었다. 차라리 물을 넣지 않았을 때 먹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평소에도 빵을 좋아하는 애라 한 번 입에 들어가면 계속 들어갈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도 탁자에 올려둔 빵을 가리키며 더 달라고 나를 채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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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2주만에 선생님을 뵙는 날이다. 선생님은 검사 결과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고 하며, 수업도 원래대로 다니고 계신다고 한다. 간만의 수업이라 아이가 더 반가워 할 것 같다. 보강은 내일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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