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저번주에 '친구의 전설'이라는 뮤지컬이 예정되어 있었는데 장소를 착각하는 바람에 그만 헛탕치고 말았지 뭡니까...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앤서니 브라운의 '고릴라'를 손꼽아 기다렸어요. 저는 아이와 달에 최소 한 번은 공연을 꼭 보러 다니는데요, 이번에는 아이에게 어떤 공연인지 미리 말해주지 않았어요.
왜냐하면 단순한 내용일 것이라고 생각해 괜히 실망할까봐 우려가 되었거든요. 앤서니브라운의 책은 저희 집에도 여럿 꽂혀 있습니다. 그래서 스타일을 아는데, 그림이 독창적이고 내용이 강렬한 울림을 주는 반면 너무 짧아서 저는 늘 아쉽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그래서 말해주지 않았어요. (지나치게 제 위주였네요😵💫)
백희나 작가님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장수탕선녀님, 알사탕과 같은 공연들도 저는 내용을 모르니 기대를 하지 않고 봐서 더욱 큰 감동이 있었던 것 같아요. 여하튼, 그러한 상태로 공연장에 입장했습니다.
공연 정보를 먼저 설명 드려야겠죠? 저는 이번에도 인터파크에서 예매했습니다. 공연일은 3월 23일 토요일이었고요. 예매일은 2월 4일이었습니다. (좋은 자리 선점을 위해 꼭 한 달 전 쯤 예매를 해요.)
공연장소는 서울상상나라 극장. 좌석번호는 가열 13, 14번이었고, 티켓금액은 1인당 18,000원이었네요. 공연시간은 50분이었습니다.

시야는 이래요. 맨 앞 자리였고요. 무대 정중앙이었습니다. 아주 좋은 자리였어요.
서울상상나라 극장은 이번 공연으로 처음 가 봤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작지는 않더라고요. 그리고 꽤 많은 분들이 보러 오셨었고요. 인상적이었던 건, 그렇다곤 해도 (Tip)소규모 극장인데 무대와 좌석간 거리가 넓었다는 거예요. 맨 앞 자리를 예매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죠.
고릴라 내용
고릴라를 좋아하는 한나는 아빠에게 고릴라를 보러 동물원에 가고 싶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빠는 늘 같은 말만 되풀이 했죠.
"나중에"
일이 많아 바쁜 아빠는 한나와 놀고 싶어도 놀 수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아빠는 이번 주말에, 한나에게 함께 놀자고 약속을 하는데요. 평일에 바쁘고 힘들었던 아빠가 방전되어 그만 주말에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어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었죠.
내일은 한나의 생일이에요. 한나는 아빠에게 고릴라를 선물 받고 싶다고 했어요. 그런 한나에게 아빠는 고릴라 인형을 선물해 주었죠. 그런 고릴라를 침대에 두고 한나는 잠이 들어요.
어두운 밤 중, 작고 앙증맞던 고릴라 인형이 조금씩 부풀기 시작하더니 마침내는 엄청나게 커져버렸습니다. 그리고 한나를 깨웁니다. 겁먹지 않도록 달래가며 말이에요. 어느덧 고릴라를 무서워 하지 않게 된 한나가 고릴라에게 말합니다.
"나 정말 동물원에 가고싶어."
둘은 살금살금 밑으로 내려가 나란히 코트를 입어요. 한나는 자기 것을, 고릴라는 아빠의 것을.
그리고 동물원에서 둘은 고릴라 뿐 아니라 오랑우탄, 침팬지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요. 한나가 영화를 보고 싶다고 해서 영화도 보고, 맛있는 음식도 먹었죠.
고릴라는 내일 또 보자며 한나가 다시 잠자리에 들 수 있게 도와주는데요. 그렇게 둘은 인사를 나눕니다.
키가 무척 컸던 고릴라가 어느덧 다시 작아지고, 한나의 품에서 함께 아침을 맞아요. 고릴라를 데리고 한나는 아빠에게 달려갑니다.
"생일 축하한다, 귀염둥이. 동물원에 가고 싶었지?"
한나는 아빠를 바라봅니다. 한나는 행복했어요.
공연을 보고 집에 와 따로 책 내용을 인터넷에서 살펴보았는데요. 이런 내용이더라고요.
책과 공연 내용은 크게 다르진 않았어요. 다만, 50분 공연시간을 메우기 위해 책에 담기지 않은 장면들이 추가 된 것들이 있더군요. (주로 배우분들이 노래와 춤을 추거나 웃음을 끌어내는 장면들)
그리고 책에서는 무뚝뚝해 보였던 아빠가 극 중에서는 한나에게 짬이 날 때마다 애정표현을 해주는 것이 더욱 친근하게 다가왔어요. 조용해 보였던 한나가 감정이 풍부한 아이로 비춰진 것도 조금 다른 부분이었네요.
하지만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정확히 전달했습니다. 아, 책에 나오지 않은 아주 강렬한 메시지도 나왔었네요.
한나에게 고릴라가 왜 좋냐고 물었을 때 한나가 그래요.
"아빠 같아서요."
그 대답을 마지막으로 무대의 막이 올라갔거든요. 책에서는 그런 말이 나오지 않는데 한나의 마음을 투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이라 기억에 남았습니다.

공연장을 둘러봤을 때 아빠와 함께 공연을 보러 온 친구들이 많이 보였어요. 아빠분들의 느낀 바가 저는 궁금하더라고요. 실제로 그렇잖아요, 일 때문에 바쁘고 피로해서 아이와 놀고 싶어도 놀아줄 수가 없잖아요. 본인을 연기한 이 공연을 어떻게 보셨는지 궁금했네요.
그리고 아직 다섯살인 우리 아이는 아직 모를 수도 있지만, 초등학생 쯤 되면 정말 서운함이 가슴 안에 켜켜이 쌓여있을지도 몰라요. 그 나잇대 아이들에게는 이 공연이 어떤 시간이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이 공연으로 아빠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을까요?
한나의 아빠는 늘 '나중에'라는 말을 달고 살았는데요. 아이와의 시간은 '현재'가 가장 중요해요. 그리고 아이와 이토록 많이 놀 수 있는 시간도 따지고 보면 그닥 길지 않지 않나요? 아이가 미래에 겪게 될 세상의 풍파에 맞서 싸울 뿌리깊은 힘은 지금 생긴다고 생각해요.
저도 요즘 공부하느라 아이와 많이 놀아주지 못 해요. 주로 아빠가 놀아주죠. 놀고 있는 아이와 아빠를 보면 '몇 년 후'가 눈에 선하다니까요, 아빠를 얼마나 찾고 좋아할지가 보여요.
한나와 멋진 하루를 보낸 고릴라가 부럽기도 하고, 멋있기도 한 공연이었습니다.

참! 우리 아이는 이 공연을 '무섭다'고 표현했는데요. 왜 그런고 하니...
중간에 고릴라가 엄청나게 큰 얼굴을 하고 나타나요. 무대에 다 안 담길 정도로 말이죠. 그게 무서웠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재미있다고 박수를 막 쳤는데 다섯살 아이는 그게 무서웠나봐요.
모든 아이가 다 무서워 할 거라는 보장은 없어요. 하지만 공연 자체가 처음이거나 겁이 많은 아이들에게는 부모님이 미리 언질을 주시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고나서는 한 층을 올라가 서울상상나라에 갔습니다. 서울상상나라 극장에서 공연을 본 날은 무조건 서울상상나라까지 세트까지. 요 재밌는 델 그냥 지나칠 수야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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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으로 아이와 이제까지 보았던 공연 후기 남길게요.
앞으로도 아이가 커감에 따라 다양하고 재미난 공연들 많이 보러 다닐 예정이라 관심 있으신 분들은 제 블로그에 자주 찾아와주세요ヽ( ᐛ )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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