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노래 <나는 반딧불>을 모티브로 만든 가족 뮤지컬이 있다고 해서 7살 아이와 다녀왔어요. 
 
처음에는 익숙한 노래가 뮤지컬로 만들어졌다니 반가웠어요. 그런데 아빠를 떠나보낸 아이가 반딧불의 빛을 따라간다는 줄거리를 보고, 생각보다 뭉클한 이야기가 되겠구나 싶었어요. 
 
실제로 공연을 보니 역시 따뜻하면서도 마음을 울리는 이야기였습니다. 
 
옆자리 7살도 울고, 저도 눈물이 그렁그렁... 아이와 어른이 함께 보기 좋은 가족 뮤지컬이었습니다.
 
 

✔️ 공연시간, 관람연령, 주차

 
 
2026년 9월 9일부터 10월 5일까지 서울 강남구 예림당아트홀에서 공연해요. 
 
평일은 오후 4시, 주말과 공휴일은 오전 11시, 오후 2시, 오후 4시 30분이고 월,화요일은 공연이 없어요. 
 
24개월 미만은 입장할 수 없고, 24~35개월은 나이를 확인할 수 있는 서류가 있으면 무료입장이 가능하지만 별도의 좌석은 없습니다. 36개월부터는 아이도 티켓을 따로 예매해야 하고요. 
 
차량은 공연장 안에서 차량번호를 등록하면 1시간 무료, 2시간 3,000원, 4시간 6,000원이에요. 
 
 

 
 

VIP B열, 너무 앞인가 했는데

 
 
저희는 일요일 오후 4시 30분 공연으로 1층 VIP석 B열 15,16번, 앞에서 두 번째 줄을 예매했어요.  
 
VIP석 정가는 1인 70,000원인데 저희 중 한 명은 반딧불 할인 20%로 56,000원, 한 명은 서포터즈 할인 40%로 42,000원에 예매했습니다. 
 
너무 앞이라 아이가 보기 불편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어린이용 방석이 준비돼 있더라고요. 7살 아이도 방석을 깔고 앉으니 무대를 보는 데 불편함이 없었고, 배우들 표정까지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저는 자리가 만족스러웠습니다.
 

어린이 뮤지컬에 회사원 형님들이?

 
 
공연을 기다리며 객석을 둘러보니 사람이 꽤 많았어요. 그 중에서도 아빠와 아이 둘이 온 관객이 생각보다 많이 보였고요. 
 
의외였던 건, 양복을 말끔하게 차려입은 회사원분들이 여러 명 함께 앉아 계셨다는 것. 어린이 가족 뮤지컬에서 예상했던 풍경은 아니라 괜히 한 번 더 보게 됐어요. 
 
그런데 막상 공연이 시작되니 이분들이 호응을 제일 잘하시더라고요. 박수도 열심히, 반응도 아주 적극적으로...
 
공연이 끝나고 함께 나오는 모습을 보니 회사에서 단체로 보러 오신 듯 했는데, 공연이 끝나고 나서는 그리 의외일 것도 없었어요. 아이 없이 어른들끼리 봐도 충분히 괜찮은 작품이었거든요.
 
 

 
 

아빠와 기타, 그 노래가 나왔을 때

 
 
서윤이가 아빠가 함께 했던 시간을 회상하는 장면이 나와요. 
 
저는 이 장면들이 참 좋았습니다. 아빠가 서윤이에게 통기타를 가르쳐주고 함께 노래를 부르는데, 둘이 얼마나 서로를 사랑했는지가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느껴지더라고요. 
 
그리고 여기서 우리가 알고 있는 <나는 반딧불>이 흘러나왔습니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이 노래를 서윤이와 아빠의 추억 속에서 들으니 마음이 몽글몽글 했습니다.
자신은 빛나는 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작은 개똥벌레였다는 노래. 
 
저는 이 노래가 별처럼 대단한 존재가 아니어도 자기 모습 그대로 빛날 수 있다는 이야기처럼 들렸어요.
 
그리고 제 기억에는 이 노래와 익숙한 선율이 공연 중 네다섯 번쯤 나왔던 것 같아요. 뒤로 갈수록 음악이 더 웅장해지고 무대와 조명까지 함께 켜지면서 감정도 점점 차올랐습니다.
 
 

작은 빛 하나를 따라간 서윤이

 
 
주인공 서윤이는 아빠를 떠나보낸 뒤 어둠을 무서워하게 되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여름방학에 엄마와 함께 아빠의 고향 무주로 내려갔다가, 세상을 떠난 사람이 미처 전하지 못한 말과 그리움이 반딧불의 빛으로 남는다는 '반디의 전설'을 듣게 됩니다.
 
그러다 우연히 작은 빛을 발견한 서윤이는 혹시 아빠가 보내는 신호가 아닐까 생각해 그 빛을 따라 깊은 숲으로 들어가지요.
 
그렇게 먹밤의 계략에 휘말리고... 빛을 내지 못하는 반딧불 요정 반디와 함께 숲속 모험이 시작돼요.
 
돌아가신 아빠가 그리워 작은 빛을 따라가는 아이라니. 
 
여기서부터 마음의 준비는 조금 하고 있었습니다. 
 
 

서윤아, 그래도 숲은 혼자 가면 안돼

 
 
줄거리를 알고 갔는데도 실제 무대에서 보니 느낌이 또 달랐어요.
 
아빠가 너무 보고싶은 서윤이에게 작은 빛 하나가 얼마나 특별하게 보였을까 싶어 짠한데, 그걸 따라 점점 깊은 숲으로 들어가는 걸 보곤...
 
엄마인 저는 잠깐 현실로 돌아왔네요. 
 
서윤아, 숲에 혼자 들어가면 안돼...
 
그래도 반디를 만나고 나서는 조금 안심되더라고요. 
그래, 일단 혼자는 아니다.
 
그런데 반디에게도 고민이 있었어요. 반딧불인데 빛을 내질 못합니다. 아빠의 빛을 찾아온 아이와 정작 자신의 빛을 내지 못하는 반딧불이 친구가 된 거죠.
 
둘 다 마음 한구석에 채워지지 않은 무언가가 있는 채로 만나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먹밤, 귀여운 악당 정도가 아니었다

 
 
서윤이와 반디의 앞을 막는 건 먹밤과 그림자새들이었어요.
 
먹밤은 욕심이 많아 서윤이가 가진 것을 계속 탐내고 빼앗으려 합니다.
 
이들이 나타나면 조명이 어두워지고 음악도 달라지는데, 배우들의 표정과 움직임까지 더해지니 생각보다 더 무섭고 제법 사악해 보이더라고요. 
 
어린이 뮤지컬 악당이니까 귀엽겠지 생각하신다면 오산입니다.
 
실제로 먹밤이 나올 때 뒤쪽에 있던 한 어린아이가 울었어요. 어둠이나 큰 소리, 무서운 캐릭터에 예민한 아이라면 조금 놀랄 수 있는 장면이 있습니다.   
 
(7살 아이는 무서워서 못 볼 정도는 아니었고, 끝까지 잘 봤어요.)
 
 

 
 

옆자리 7살도 울고, 나도 울고

 
 
후반부에 서윤이가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아빠와 다시 만나는 장면이 나와요. 그때 아빠가 서윤이에게 건네는 말들을 듣고 있으면, 아빠가 얼마나 딸을 깊이 사랑했는지가 그대로 느껴지는데요.
 
그 장면에서 옆을 보니 7살 아이도 울고 있더라고요. 저도 눈물이 그렁그렁했고요. 바로 앞자리 어머님도 조용히 눈물을 닦고 계셨습니다.
 
아이를 키워보니 부모가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참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것 같아요. 잘 자라는 것만 봐도 고맙고, 대신 아파줄 수 있다면 그러고 싶고, 세상에서 좋은 건 다 주고 싶은 마음. 평소에는 너무 당연해서 굳이 말로 꺼내지 않지만, 서윤이의 아빠를 보면서 그런 부모의 마음이 공감이 가 더 울컥했어요.  
 
아이는 아빠를 다시 만난 서윤이의 마음으로 울었을 테고, 저는 딸을 두고 떠나야 했던 아빠의 마음을 자꾸 생각하게 되어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노래 한 곡이 뮤지컬이 되면

 
 
서두에서 궁금했던 게 바로 이거였어요. '나는 반딧불'이라는 노래를 어떻게 한 편의 뮤지컬로 풀어냈을까...
 
공연은 노래 한 곡을 억지로 늘려놓지 않았어요. 서윤이와 아빠의 이야기, 반디와 먹밤이 등장하는 숲속 모험 이야기, 그 안에 여러 곡의 노래를 더하면서 '나는 반딧불'의 정서를 하나의 새로운 이야기로 넓혀놨더라고요.  

뿐만 아니라, 공연장에서 새로 듣는 노래들도 장면마다 분위기에 잘 어울렸습니다. 밝고 신나는 곡부터 감정을 끌어올리는 곡까지, 익숙한 그 노래를 기다리는 것과는 또 다른 뮤지컬 넘버를 듣는 재미도 있었어요.

무대도 꽤 부지런히 변했습니다. 반딧불이 나타나면 작은 빛들이 번지고, 먹밤과 그림자새들이 등장하면 금세 어두운 숲으로 분위기가 바뀌었죠. 조명과 영상이 분위기를 잘 살려줘서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배우들 노래도 좋았어요. 성량이 시원시원하고, 연기도 자연스러워서 이야기 속에 몰입하기 편했답니다.
 
 

 
 

이 공연, 아빠도 같이 보세요

 
 
공연 전에 '아빠와 아이' 둘이 온 관객들이 유난히 많이 보였었다고 했잖아요. 다 보고 나니 그 이유를 명확히 알 것 같았어요. 
 
이야기의 중심에는 서윤이가 있었지만, 그 배경에는 딸을 사랑했던 아빠의 마음이 아주 크게 자리하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엄마와 아이 둘이 보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다면 아빠까지 함께 보면 더 좋을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연장을 나온 뒤에도 저는 이상하게 서윤이가 마음에 계속 남았어요. 
 
아빠를 떠나보낸 뒤 어둠이 무서워진 아이였으니 이제는 불을 끄고도 편하게 잘 수 있었으면 좋겠고, 아빠가 눈앞에 보이지 않아도 자신이 얼마나 사랑받았는지는 알게 됐으니까 이제 전처럼 많이 외롭지는 않았으면 좋겠어요.   
 
집에 오는 길에 아이는 팸플릿을 한참 들여다보며 반디는 왜 빛을 못 내는지, 등장인물들과 배우들은 누가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쏟아냈어요. 기억을 더듬어 하나씩 대답해주느라 저는 진땀 뺐고요.  
 
그러다 '나는 반딧불' 노래도 다시 들려줬어요. 공연은 끝났는데 우리 둘의 반딧불 이야기는 집에 오는 길까지 이어진 셈이에요.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각자 마음에 남는 게 있는 공연이라, '어린이 뮤지컬' 보다는 '가족 뮤지컬' 이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리는 공연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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