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면서 종종 놀랍니다. 유입로그, 검색어를 보면서요. 이런 검색들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안쓰러워 토닥거려주고 싶기도 합니다. (애 셋 20년 키운 선배엄마 같쥬) 몇 달 전에 제가 이런 글들을 올렸었어요.

 

아기의 재접근기... 엄마의 집 나간 넋을 찾습니다. (힘든 이유, 나름의 대처 방법, 아기를 위해

재접근기란 생후 16개월부터 24개월 사이 유아에게 나타나는 정신 성장 발달 단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 시기에 아기는 엄마로부터 안정감과 신뢰감, 소속감을 얻고 싶어 하는 동시에 엄마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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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너무 힘들어 미치겠다.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그나마 밖에 있는게 덜 힘드니까 오늘은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그리고 7시 30분쯤 집에 왔다. 이제 저녁을 먹으려는데 역시나 안 먹는다. 기본 한 시간이다. "밥 먹고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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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이런 검색어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아기 징징거림, 아기 때리고 깨물어, 바스러지게 우는 아기, 육아가 너무 힘들어, 육아가 맞지 않는 사람, 아기가 미워요... 정확한 키워드는 아니나 대개 이런 느낌입니다. 저는 이건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기보다 '혹시 나와 같은 사람 있나?' 싶어 위로와 공감을 바라는 마음으로 보였어요.

저도 육아가 힘든 날 그러거든요. 아기 통잠, 아기 통잠 언제, 27개월 아기 통잠...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나, 다른 아기들도 이렇게 밤에 잠을 안 자는걸까? 궁금한 마음으로요.

올라오는 키워드를 보면서 저는 이렇게 힘든 사람들이 많구나 새삼 실감이나 안타까웠습니다.

SNS을 하다가보면, 육아 인플루언서들 참 많죠. 늘 유익한 정보글과 공동구매, 감성을 공유해주는 고마운 분들.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런데 육아가 유독 힘든 날은 전 오늘도 평온했을 것이 분명한 그런 계정은 일부러 피해 봅니다. 상처 받거든요.

저는 그런 날 '저도 이렇게 힘들었어요', '이런 아기도 있답니다?!' 하는 식의 만화나 글을 읽어요.

죄책감을 덜 수 있어 좋더라고요. 분명히 나 오늘 되게 열심히 육아 했는데, 눈치라곤 1도 없는 아기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해서 결국 언성이 높아진 하루였다고 쳐요.

오은영 박사님도 그랬잖아요. 하루 내내 잘하고 잠들기 10분 전에 화내면 아이는 그걸 기억한다고... 그럼 하루가 무안하고, 내 자신이 한심하고, 아기가 밉고... 아기에게 화를 낸 날이면 그야말로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런 날은 다른 사람의 행복한 육아 일기를 읽고 미소지을 힘조차 없더라고요.

...아, 서두가 무지하게 긴데요. 그래서 이와같은 글을 써보기로 한 거예요.






육아를 하면서 아기에게 화가 날 때, 이름하야 <육아하다 뚜껑 열리는 순간 베스트4>예요.

 

1. 안 잘 때 !



솔직히 말하면 이걸 1~4에 다 적어도 납득이 갈 정도예요... 안 자면 단전에서부터 화가 부글부글 올라와요.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고 육퇴 후 잠들기 전 몇 시간, 엄마 시간 가져보겠다 이건데요.. 24시간 중 20시간 아기에게 썼으면 4시간은 나를 위해 써도 되잖아요.

낮잠을 안 잔다? 밤에 늦게 잘 게 뻔해서 화가 나요. 밤잠을 안 잔다? 육퇴 후 자유시간도 없이 나도 거의 바로 뻗어버릴 지경이라 화가 나요. 밤에 자다가 깬다? 부연설명 안할게요.

 



오히려 저는 돌 전의 육아가 수월한 편이었는데요. 그 땐 체력이 있었고, 몸은 힘들었지만 제정신이 아닌 건 아니었거든요. 돌 지나고 두 돌 지나고 아기가 점점 인지를 잘하게 되자 이상하게 더 화 날 일이 많아졌어요. 이건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어요.

엄마가 언제까지나 신생아 돌보듯 10키로 넘는 아기를 도닥거려줄 순 없잖아요. 사람이 힘들면 당연히 체력이며 멘탈이 흔들리는 게 정상인데... (그래도 이겨낼테니 회복할 시간을 주겠니...)

 

2. 안 먹을 때 !



저 아이가 밥을 너어~무 안 먹어서 처음으로 육아하다 울었어요. 범보의자, 식탁의자, 스스로 먹기, 먹고 싶을 때 먹기, 약간의 훈육을 동반해도 죽어도 안 먹더군요.

사다 먹이기도 하고, 만들어 줘보기도 했어요. 간단하게 볶음밥을 만들어 주기도, 맨밥에 김만 싸줘보기도, 식판 꽉꽉 영양 가득 반찬으로 대령해드리기도 했고요. 근데 대체 왜 뭐가 싫은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음식점이나 키즈카페에서 아이들 밥 먹을 때 핸드폰 보여주는 부모님 이해 못 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제 제가 그러고 있어요. 그래서 덕분인지 뭔지.. 밥 안 먹는 아기 타이틀은 좀 뗐는데요. 아기가 밥 안 먹으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맞는 시판 이유식 하나도 없고, 좋아하는 반찬은 고작 한 두어개,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하니 매번 식사시간이 고역이죠. 한 시간 동안 따라다니며 밥 먹이면 엄마 체력이며 인내심에도 한계가 오고요.

밥 잘 먹는 아기 엄마가 제일 부러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 엄마는 도대체 어떤 음식을 하길래, 뭘 어떻게 먹이길래 아기가 저렇게 잘 먹는거야? 하면서요.

저는 타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이제는 아기는 만족하고 저는 불만족스럽지만 뭐, 먹여야 하는데 어쩌겠어요. 많이 먹어야 1/3먹던 애가 이젠 밥 한 공기 다 비우고, 밥 시간이 아닌데도 밥을 달라고 할 정도니까 제가 편하고 힘들고를 떠나서 그냥 이젠 좀 내려놨어요.

 

3. 어지르고 정리할 생각 1도 없을 때 !



좀 쪼잔해보이네요. 부모가 되가지고...^^ 아니 근데 좀 심하다 싶을 때 있잖아요. 사실 정리하는 거 바라지 않아요. 장난감, 책 당연히 자유롭게 보고 가지고 놀라고 사준거예요. 꺼내기만 하는 것도 아기니까 그럴 수 있어요. 근데 꺼내놓고 다른 거 하길래 조용히 가 정리해놓으니 다시 와서 꺼내는 건 왜 그러는거예요. 두 번? 세 번? 네 번? 참아요. 그러면 안 된다고 말도 하고요. 다섯 번... (중략)

 

4. 생떼부릴 때 !



규칙을 어기려 하거나 위험해서 안 된다고 제지하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생떼를 부릴 때가 있어요. 울고 소리를 지르고, 심하면 때리기도 해서 안아 달래주는데 가아끔 사실 억울하기도 하고 온몸으로 우는 아기 달래다보면 몸도 맘도 지쳐요.

 


아직 어리니까 부모가 이해가 어려운 아기의 감정을 읽어주고 설명해주고 달래주는 게 맞는거긴 해요. 아기가 제지를 받아들이는 걸 격하게 거부하면 부모의 전달 방식이 바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요. 제 육아스킬에 달린 문제같네요, 이건... 하, 배울 거 산더미...T_T



베스트5로 채우려 했으나 마지막 한 개가 생각이 안 나 베스트4로 마무리 해봐요. 저는 대충 이렇게 생각이 나네요. 여러분은 언제 육아가 가장 힘드신가요? 제 경험을 듣고 한 두어 분이라도 위로를 얻어가셨음 해요.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니까 넘 슬퍼 마시라고요. 여기 육아동지 한 명 있다고요 흐흑

물론 이에 안주하고 매일 징징거리고만 있진 않죠. 저는 매일 더 나아지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엄마니까요. 이 글을 보고 계신 부모님들도 그런 분들이리라 믿고요.

제가 힘들 때 위로 받았듯 저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 쓰게 된 글이에요. 이제 시간이 많이 늦어 좀 쉬어야겠어요. 우리 내일도 육아 파이팅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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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외 짬날 때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데 시간을 다 써버려서 요즘 블로그에 글을 자주 올리지 못했어요. 아래의 글은 얼마 전에 쓴 것인데요. 다시 읽어보니 참으로 처참했네요. 지금은 어린이집을 알아보는 중입니다. 심리상담은 주 1회씩 받고 있고요. 정말 정말 받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육아우울증이 극에 달했다. 요근래 나는 아이만 보면 그냥 운다. 머리를 부여잡고 땅에 머리를 처박고 흐느껴 운다. 그런 나를 보고 아이는 '엄마 엄마'. 그 소리에 나는 더 미칠 것 같다.

아이가 요즘 변한 것 같다. 원래 그러지 않았는데 꼬집고, 빼앗고, 던진다. 내 주위 사람들은 모두 하나같이 입을 모아 얘기 한다. 그냥 어린이집엘 보내라고. 나는 아이가 말이 트이고, 학대가 나쁜 짓이란 걸 인지할 수 있을 때, 그리고 그걸 내게 얘기해줄 수 있을 때 보내고 싶다.

그런데 오늘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하고 있는 게 학대잖아.'

그래서 대기도 걸어두지 않았던 어린이집 리스트를 쭈욱 정리해보았다. 하지만 잔인한 영상들이 차마 원에 전화까진 걸 수 없게 또 발목을 잡았다. (어지간히 충격 받았나보다..)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전가하는 부모가 세상에서 가장 나쁜 부모라고 생각한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오늘 아침 또 아이 앞에서 울었고, 힘든 모습을 그대로 드러내보였다. 남편과 교대하기 전, 아이와 나의 오롯한 그 시간. 그 시간을 버티는게 힘들다. 아이가 혼자서 화장실에서 놀 때 그 앞에서 나는 또 이 자리에서 통째로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하염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다행히 시간은 갔다. 남편과 교대를 하자마자 나는 상담센터에 전화를 걸어 예약을 잡았다.

 

 

헬로스마일


매체에서 보아 이미 알고 있던 곳입니다. 유명한 곳이죠. 아이와 남편 데리고 놀이, 양육태도검사 받아보려 마음에 담아두고 있던 곳이에요. 그런데 전화로 직원분이 제 상태를 들으시고는 오늘은 어머님 혼자 오시는게 좋을 것 같다고 해서 일단은 혼자 가게 되었어요.

도착

 


도착하자마자 해야 하는 일은 설문지를 작성하는 것이에요. 대답해야 할 문항이 많았고 허투루 쓰면 안될 것 같아 집중해서 쓰고 있는데, 그런데 시간이 좀 지연됐었던 모양이에요. 남은 이야기는 들어가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하여 절반 정도까지 적고 제출 했어요.

 

첫 상담

 


초반, 선생님은 분위기를 풀어주려 노력 하셨어요. 그리고 말이 많지 않은 제게 이야기를 이끌어내시려 날카롭고 부드러운 질문들을 던지셨는데 역시 처음이라 전 조금 경직이 되어 있었던 것 같고요. 하지만 말을 잘 못 해도, 말귀를 못 알아먹어도(?) 이해를 해주셔서 마음이 점차 편해짐을 제가 느꼈어요.

그런데 저는 분명 육아가 힘들어서 방문을 한 거였는데 정신을 차리고보니 과거의 저를 만나려는 노력을 하고 있더라고요. (제 육아가 힘든 이유는 제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죠.) 선생님은 '육아, 이렇게 저렇게 해보세요.'가 아니라 근본적인 문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셨어요. 그 과정에서 저는 몇 번이나 눈물을 쏟을 뻔 했답니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 앞에 눈물을 비추다니.. 아직까지도 얼떨떨하고 신기해요.

웃기도 하고, 놀라기도 했습니다. 어떻게 내가 말을 하지 않았는데 내 생각과 감정들을 읽으시는건지 아주 쬐끔 무서울 때도 있었어요.

그렇게 저는 제 내면아이를 만나는 일에 집중을 해요. 어릴 때 지쳐서 쓰러진 채 내내 눈 감고 있던 아이가 다시 한 번 기회를 줄 것 같은 느낌이라 조심스럽고, 설레고, 벅차올랐네요. 저는 평소 명상을 통해 제 내면아이를 만나려 노력해왔어요. 그런데 전문가가 예상치 못한 질문으로 사고의 확장을 도와주면 확실히 크게 도움이 되더라고요. (이 부분에서 방문하길 잘했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또 기억나는 건, 제가 괴로워했던 과거 그 시간에 제가 느낀 감정을 제 입으로 말해보는 거였는데요. 그거 생각보다 어렵데요? 내 감정을 얘기하는 것 뿐인데. 평소에 내가 얼마나 내 감정을 무시하고 살아왔는지, 도대체 누구를 위주로 살아온건지 후회가 되고 스스로에게 미안함을 느꼈던 순간이었어요.

상담이 끝나고 밖으로 나와 길을 걷는데, 여운이 진하게 남아서 생각에 깊이 잠기게 되더라고요.

상담 초반에

 


유비오맥파라는 스트레스, 혈관 나이 측정기로 검사를 하나 했어요. 근데 꽤 심각한 결과가 나왔네요. 저 초기 부정맥도 아니고 아주 심한 부정맥이었어요. 혈관 건강 지수도 매우 안 좋았고요.

정말 몸이 안 좋아서 육아가 더! 더! 힘들었던 거예요. 선생님께서 이건 남편에게 따로 얘기를 해주어야 할 것 같다고 하셔서 한 번은 남편이 같이 동행해 상태를 전해 들었어요.

상담을 받고 나서 든 생각

 


현재까지 딱 3회 상담을 받았어요. 이런 생각이 들어요. 몸이 아프면 병원에 가는 것처럼 마음이 아프다는 신호를 줄 때 방치해선 안 되겠다고요. 마음이 아프면 몸도 아프잖아요. 몸이 아프면 마음이 아프고. 어느 하나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인 것 같아요. 저는 건강검진도 가야 하고, 상담센터도 가야 하고 아주 바쁘네요 바빠.

그리고 비밀을 유지해줄 수 있는 심리 공부를 깊이한 전문가에게 털어놓고 도움을 받음이 중요함을 이번에 깨달았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생각을 잘 전달하는 연습이 덜 되어 그건 좀 답답해요. 하지만 하다보면 늘겠죠? 지금은 그 공백을 선생님이 다 채우고 계셔서 죄송스러운 마음이 듭니다.





육아가 너무 힘들어서 찾아간 상담센터. 선생님과 남편, 그리고 저 이렇게 셋이 앉아 얘기를 나누면서 아이는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드디어 제가 확정을 지었어요. 육아가 조금은 편해지겠죠?

참, 이 얘기를 빠트렸는데 다면적인성검사 mmpi도 제출해서 나온 결과지를 보고 하나하나 설명을 듣고 있어요. 600문항 가까이 되어 할 땐 힘들었는데 다 하고 나온 결과를 보니 충격적이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한 복잡한 마음이 드네요. 허허. 깨알같이 mbti도 물어보셔서 알려드렸습니다.

 

저의 불안한 내면과 트라우마는 천천히 치료를 할 생각이에요. 아이를 잘 키우려면 내가 잘 서 있어야 하는거니까. 나를 위해서도, 아이를 위해서도. 이제 제 자신이랑 친하게 지내려고요. 진지하게 상담에 임해보려 해요.

끝으로, 어떠한 이유로 마음이 아프신 분들, 정신과 도움을 받으시거나 저처럼 상담센터에 가보세요.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안아주고 위로를 건네면 내 어린 아이도 힘을 낼 테니까요. 좋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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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은 정보성 글이 아닌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펼쳐놓을거라 시간은 금이니까요, 육아 번아웃으로 힘들어 극복 방법을 얻고자 하시는 분이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거라면 속히 창을 닫으시길 바라요.

아, 주기적으로 육아 번아웃이 오네요. 매번 힘들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지 현재가 제일 힘듭니다.

언제 힘드냐고요?



누구나 힘들어서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죠. 하지만 나는 혼자 있을 수가 없어요. 아이가 자는 시간에 잠시 혼자 있을 수 있지만 왜 그 시간으로 충족이 안 되는가 하니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만큼 떨어진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이가 기본적인 욕구마저 풀지 못하게 할 때 나는 아이가 미워지고, 아이를 미워했단 사실에 이내 괴로워져요. 그래서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니 내게 안아달라거나 뭘 요구하며 다가오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있는 내가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면 높은 데시벨로 울어요. 주변에 있는 것들을 던지고, 내 죄책감과 분노를 키우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요.

이거 뭔가 단단히 잘못됐어요.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너무 과했던걸까? 그래서 내 스스로 내가 쳐놓은 덫에 걸린 건가? 하지만 육아 정보나 멘토, 심지어 감정코칭까지 받는 이 시대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니 그건 또 그것대로 마음 심난해요.

그리고 순한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안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문득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는 왜 이 정도까지 활발한걸까.' 란 생각이 스쳐지나갈 때가 있어요. 아이를 비교한거죠.

그러니까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사람을 갉아먹는 감정이 하루내 거의 휘몰아치다시피 해요. 성취를 하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 시간이, 없어요.

하고 싶은 것!



육아하는 부모님들은 시간이 나면 무얼 하나요. 나는 아이가 자면 일단 기다렸다는 듯 어제 읽다 잠든 책을 읽고 때때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밀린 학습 동영상을 보고 '아, 나 엄마였지?' 육아 공부를 합니다.

책은 늘 충분하다고 느껴질만큼 읽지 못하고 개인적인 공부 또한 마찬가지예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어느덧 나도 졸려서 자야하고요. 눈 뜨면 또 육아 전쟁터.

1. 어려운 퍼즐을 진득~하게 맞추고 싶다.
- 나는 퍼즐을 맞추며 밤을 꼴딱 새우는 걸 좋아해요. 2,000피스 이상부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최소 5시간은 혼자 있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너무 갖고 싶어요.

2. 책을 충분히 읽고 싶다.
- 늘 아이를 재우고 읽기 때문에 늦은 밤엔 집중력이 그리 오래가지 않아요. 읽다가 졸린 건 어쩔 수 없는데요. 읽다가 피곤하면 자고, 일어나서 또 읽고, 또 졸리면 자고, 읽고, 자고.. 그러고 싶어요.

3. 노래 부르고 싶다.
-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코로나가 터지기 전, 코인노래방이 유행할 때 자주 갔어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꿋꿋이 한 부스를 지켰더랬죠. 욕심이 있어 보컬 레슨도 받았었고요. 생각해보면 나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어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어딜 갈 수가 없을 뿐더러 갈 수 있다 하더라도 내가 나갈 시간이 없어요.

4.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
- 하루 하루가 너무 치열해요. 매 시간 느끼는 감정들은 극과 극이에요. 너무 행복하거나, 너무 슬프거나.

나름의 극복 방법



1. 책 읽어주기, 오감자극놀이 그만.
- 밥이나, 씻겨주고 옷 갈아 입혀주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뺄 수 없어요. 하지만 내 의지에서 시작 된 책 읽어주기나 놀아주는 등의 시간은 내가 회복될 때까지만큼은 빼도 돼요. 과감하게.

2. 힘들다고 아이를 무시하거나 모진 말을 쏟아내면 후폭풍이 더 힘들다.
- 몸은 가만히 있되 아이가 오면 안아주고, 매번은 힘들더라도, 적어도 3번에 1번 눈이 마주치면 웃으며 사랑한다고 얘기해주려 해요.

3. 이 정도면 좋은 엄마야, 나는 좋은 엄마야, 나는 잘하고 있어, 되뇌이고 마음에서부터 진실로 회복하기.
- 이제까지 내가 해 온 것들을 떠올려요. 집 안을 둘러봐요. 누구도 나 만큼 할 수 없었을거야.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아이의 정서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은 자신해요. 나는 내가 인정하는 사람이에요.

4. 물리적으로 떨어지기.
- 남편이 아기를 봐줄 때 나는 방 안에 들어가 잠을 자거나 시간을 보낼 때가 많은데 이제 너무 힘들면 아예 그 자리를 떠날 거예요. 바람 쐬고, 커피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 듣고.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거예요.

'작은 성취'를 하면 좋을 것도 같았는데 그건 내 생활에 적용하기 어려운 사항이라 뺐어요.





아기가 자고 있어요. 깨면 남편에게 육아를 토스하고 나는 최대한 빨리 옷 입고 집을 나갈 거예요.

내가 회복이 되어야 아이도 잘 볼 수 있으니까요. 물컵도 씻어야 하고, 반찬도 만들어 놔야 하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

밖에 나와서 습관처럼 또 아기 발달이나 심리 상태를 점검하는 등의 동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방탄소년단 무대 영상을 (연달아)봤는데 엔돌핀이 확 도는거 뭐에요? 에너지가 막 샘솟고 이런 기분으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야... 숱한 전문가들의 위로와 솔루션이 답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이 답이었던건가... 당황스러운데 기분 좋아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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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힘들어서 그나마 밖에 있는게 덜 힘드니까 오늘은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그리고 7시 30분쯤 집에 왔다. 이제 저녁을 먹으려는데 역시나 안 먹는다. 기본 한 시간이다.

"밥 먹고 놀자", "한 입만 먹자" 소리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의자에 앉히면 내리라고 난리고, 내려주면 돌아다니느라 밥을 안 먹는다. (그래서 19개월인데도 아직 9키로 밖에 안 된다)

밥 먹는 시간이 고역이다.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리를 해도 어차피 안 먹고 거의 다 버리니까 하기가 싫다. 재료는 사두면 사용 하지 못 하고 썩히는 일이 다반사다.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가 하도 안 와서 설거지를 하러 갔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가 수은 건전지를 들고 있었다. 원래 몇 개가 들어 있었던건지 모를 건전지를. 크기가 작고, 만에하나라도 혹시나 먹었으면 큰일이기 때문에 일단 아이에게 물어봤다. "이거 먹었어?"

먹었단다. "안 먹었어?" 도리도리. "먹었어?" 먹었단다. 나는 다시 애기 옷이랑 내 옷이랑 챙겨 입고 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그 정신 없는 와중에 아이가 내 허벅지를 깨물었다.

정말 짜증이 났다. 구강기도 아니고, 입에 가져다 댔을 때 이상하면 먹지 않았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를 일에다 아이도 그렇다고 하니 병원에 가려던 중이었다. 차라리 아기가 확실하게 얘기를 해주면 좋겠는데 어쩔 땐 두 질문 모두에 다 끄덕끄덕... (아기라 당연한 일이다)

그런 와중에 허벅지를 깨물렸는데 그간 숱하게 깨무는거 아니야, 때리면 안돼, 꼬집으면 아파를 얘기해 왔던 시간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아이에게 절대 짜증, 그리고 소리는 지르지 않겠다고 다짐 했는데 그 순간, 화가 머리를 거치지 못하고 바로 입으로 나와버렸다.

"oo야, 아파!" 상황에 적절한 말 같아 보이지만 이 다섯 글자에 '도대체 왜 그러니, 몇 번을 얘기했니, 짜증난다'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고, 통화 중이던 남편도 아이도 다 깜짝 놀랐다.

남편은 왜 그러냐고 했고, 아이는 놀라서 허벅지를 호호 불어주었다. 이제까지 아프다고 하면 웃거나 그냥 말았는데 이 때처럼 다급하게 호호 불거나 쓰다듬거나 한 게 처음이라 순간 나도 놀랐다. 내가 무슨 짓을...

 


구리한양대병원 응급실에 갔다. 근데 대기가 길어 다른 병원을 추천하기에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실로 갔다. 애가 밤 10시에 택시만 한 시간을 탄 거다. 오늘은 하필 금요일이었고, 어느 택시기사는 트로트를 크게 틀어놓고 콧노래를 부르며 거의 카레이서 뺨치게 달렸다. 금요일 밤이라 장사가 잘 된다나 어쩐다나.

밤 11시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체온을 먼저 재는데, 밤이라 추울 것 같아 따뜻하게 입힌 내 탓 인가. 애기 체온이 37.5도가 나왔다.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단다.

정말 산 넘어 산이다. (tmi인데, 집에서 택시를 잡을 때 너무 먼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어 취소 했더니, 기사가 내게 욕을 했다. 심장이 두근 거렸다. 나는 원래 부당한 일을 겪으면 안 참는게 아니라 못 참는다. 근데 아기가 바로 앞에서 보고 있어 초인적인 힘으로 욕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느라 심장이 두근 거렸다. 지금이라도 욕을 퍼부어주고 싶다)

 



"밤이라 따뜻하게 입혀 와서 그래요. 벗고 좀 이따 다시 잴게요" 안 그래도 낯선 데 왔다고 우는 애기 콧구멍에 그걸 어떻게 넣어. 겉옷을 벗고 대기하고 있는데 다행히 그냥 들어가란다. (엄마 체온이 정상이라 정말 옷 때문인 것 같다고 결론 내린 것 같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낯선 곳, 낯선 사람. 아기는 눕기 싫고, 찍기 싫다고 내게 손을 뻗고 몸을 밀착하려 애썼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다시 대기실에서 대기 하는데 평소 보여주지 않는 핸드폰으로 스노우앱에 들어가 엄마와 자기 얼굴이 우스꽝스럽게 변하는 화면을 띄워 주었다. 조금 웃어 보여서 다행이었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쇠붙이라 엑스레이를 찍으면 금방 보인다는데 이 정도면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소견.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에 다른 의사에게 진찰 볼 때, 수은건전지는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부터 위험하다고, 상당히 위험하다고, 이것저것 내게 물어오셨어서 안그래도 더 긴장 했었는데.

추운 밤바람 맞으며 다시 택시를 기다렸다. 다행히 친절한 기사님을 만났다. 그런데 나 혼자면 그러려니 맘 놓고 가는데 아기를 안고 있어 어둔 밤 혹시 몰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되더라. 오늘은 생전 안 하던 실시간 위치 추적(안심메시지)도 남편에게 보내고. 아기는 집에 오는 길에 잠들었다.

삼십 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택시 뒷좌석에서 나는 펑펑 울었고, 기사님은 어린 애기가 말도 못 하고 얼마나 답답했겠냐고 아기 편을 들어주셨다. 아기를 꼭 안고 택시에서 내려 집에 도착해 아기를 내려놓고 이 글을 쓰기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수은건전지를 애가 먹었든 안먹었든 그 자리에 건전지를 놔둔 부모가 잘못이다. 그런데 말 못하는 애를 그렇게 닦달을 했다. "먹었어, 안 먹었어?" 이 질문을 몇 번을 한 건지...

허벅지를 깨물려서 짜증 낸 건 정말 느닷 없다. 평소 같으면 절대 화내지 않는다. 나는 일관성 없는 부모다. 최악이다. 아기의 불안을 키우는 일관성 없는 부모. 몸이 다 닳도록 노력 해도 아기는 바라고 바라고 바라기만 하니까 나도 지친 것 같다. 몸도 마음도 하루만이라도 좀 쉬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내 자신을 이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채찍질하며 인내해 온 모범생 내지는 성공한 사람들을 세상은 인정해 주는 것이다.

아기를 낳기 전, 나는 육아가 이런 일의 끝판왕일 줄은 전혀 몰랐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참아야 하고 아파야 하고 울어야 하는 일이었다. 정신과를 찾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육아우울증 인지도 모르지. 그런데 말만 번지르르한 위로를 받으면 상처를 받을 것 같아 겁이 난다. 마음이 너무 약해져 있어 믿고 들어간 곳에서 상처를 받으면 깊게 베일 것 같다.

눈 앞에 아기 용품이 제멋대로 어질러져 있다. 어느정도 치우고 자겠지만 전부 치울 힘은 없다. 내일은 제발 이렇게까지 어지르지 않았으면, 날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밥 좀 제자리에서 잘 먹었으면, 양치질 좀 한 번에 끝냈으면, 하지 말라는 것 좀 하지 않았으면... 근데 그럴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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