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하루가 힘들어서 그나마 밖에 있는게 덜 힘드니까 오늘은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그리고 7시 30분쯤 집에 왔다. 이제 저녁을 먹으려는데 역시나 안 먹는다. 기본 한 시간이다.

"밥 먹고 놀자", "한 입만 먹자" 소리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의자에 앉히면 내리라고 난리고, 내려주면 돌아다니느라 밥을 안 먹는다. (그래서 19개월인데도 아직 9키로 밖에 안 된다)

밥 먹는 시간이 고역이다.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리를 해도 어차피 안 먹고 거의 다 버리니까 하기가 싫다. 재료는 사두면 사용 하지 못 하고 썩히는 일이 다반사다.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가 하도 안 와서 설거지를 하러 갔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가 수은 건전지를 들고 있었다. 원래 몇 개가 들어 있었던건지 모를 건전지를. 크기가 작고, 만에하나라도 혹시나 먹었으면 큰일이기 때문에 일단 아이에게 물어봤다. "이거 먹었어?"

먹었단다. "안 먹었어?" 도리도리. "먹었어?" 먹었단다. 나는 다시 애기 옷이랑 내 옷이랑 챙겨 입고 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그 정신 없는 와중에 아이가 내 허벅지를 깨물었다.

정말 짜증이 났다. 구강기도 아니고, 입에 가져다 댔을 때 이상하면 먹지 않았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를 일에다 아이도 그렇다고 하니 병원에 가려던 중이었다. 차라리 아기가 확실하게 얘기를 해주면 좋겠는데 어쩔 땐 두 질문 모두에 다 끄덕끄덕... (아기라 당연한 일이다)

그런 와중에 허벅지를 깨물렸는데 그간 숱하게 깨무는거 아니야, 때리면 안돼, 꼬집으면 아파를 얘기해 왔던 시간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아이에게 절대 짜증, 그리고 소리는 지르지 않겠다고 다짐 했는데 그 순간, 화가 머리를 거치지 못하고 바로 입으로 나와버렸다.

"oo야, 아파!" 상황에 적절한 말 같아 보이지만 이 다섯 글자에 '도대체 왜 그러니, 몇 번을 얘기했니, 짜증난다'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고, 통화 중이던 남편도 아이도 다 깜짝 놀랐다.

남편은 왜 그러냐고 했고, 아이는 놀라서 허벅지를 호호 불어주었다. 이제까지 아프다고 하면 웃거나 그냥 말았는데 이 때처럼 다급하게 호호 불거나 쓰다듬거나 한 게 처음이라 순간 나도 놀랐다. 내가 무슨 짓을...

 


구리한양대병원 응급실에 갔다. 근데 대기가 길어 다른 병원을 추천하기에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실로 갔다. 애가 밤 10시에 택시만 한 시간을 탄 거다. 오늘은 하필 금요일이었고, 어느 택시기사는 트로트를 크게 틀어놓고 콧노래를 부르며 거의 카레이서 뺨치게 달렸다. 금요일 밤이라 장사가 잘 된다나 어쩐다나.

밤 11시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체온을 먼저 재는데, 밤이라 추울 것 같아 따뜻하게 입힌 내 탓 인가. 애기 체온이 37.5도가 나왔다.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단다.

정말 산 넘어 산이다. (tmi인데, 집에서 택시를 잡을 때 너무 먼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어 취소 했더니, 기사가 내게 욕을 했다. 심장이 두근 거렸다. 나는 원래 부당한 일을 겪으면 안 참는게 아니라 못 참는다. 근데 아기가 바로 앞에서 보고 있어 초인적인 힘으로 욕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느라 심장이 두근 거렸다. 지금이라도 욕을 퍼부어주고 싶다)

 



"밤이라 따뜻하게 입혀 와서 그래요. 벗고 좀 이따 다시 잴게요" 안 그래도 낯선 데 왔다고 우는 애기 콧구멍에 그걸 어떻게 넣어. 겉옷을 벗고 대기하고 있는데 다행히 그냥 들어가란다. (엄마 체온이 정상이라 정말 옷 때문인 것 같다고 결론 내린 것 같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낯선 곳, 낯선 사람. 아기는 눕기 싫고, 찍기 싫다고 내게 손을 뻗고 몸을 밀착하려 애썼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다시 대기실에서 대기 하는데 평소 보여주지 않는 핸드폰으로 스노우앱에 들어가 엄마와 자기 얼굴이 우스꽝스럽게 변하는 화면을 띄워 주었다. 조금 웃어 보여서 다행이었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쇠붙이라 엑스레이를 찍으면 금방 보인다는데 이 정도면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소견.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에 다른 의사에게 진찰 볼 때, 수은건전지는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부터 위험하다고, 상당히 위험하다고, 이것저것 내게 물어오셨어서 안그래도 더 긴장 했었는데.

추운 밤바람 맞으며 다시 택시를 기다렸다. 다행히 친절한 기사님을 만났다. 그런데 나 혼자면 그러려니 맘 놓고 가는데 아기를 안고 있어 어둔 밤 혹시 몰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되더라. 오늘은 생전 안 하던 실시간 위치 추적(안심메시지)도 남편에게 보내고. 아기는 집에 오는 길에 잠들었다.

삼십 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택시 뒷좌석에서 나는 펑펑 울었고, 기사님은 어린 애기가 말도 못 하고 얼마나 답답했겠냐고 아기 편을 들어주셨다. 아기를 꼭 안고 택시에서 내려 집에 도착해 아기를 내려놓고 이 글을 쓰기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수은건전지를 애가 먹었든 안먹었든 그 자리에 건전지를 놔둔 부모가 잘못이다. 그런데 말 못하는 애를 그렇게 닦달을 했다. "먹었어, 안 먹었어?" 이 질문을 몇 번을 한 건지...

허벅지를 깨물려서 짜증 낸 건 정말 느닷 없다. 평소 같으면 절대 화내지 않는다. 나는 일관성 없는 부모다. 최악이다. 아기의 불안을 키우는 일관성 없는 부모. 몸이 다 닳도록 노력 해도 아기는 바라고 바라고 바라기만 하니까 나도 지친 것 같다. 몸도 마음도 하루만이라도 좀 쉬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내 자신을 이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채찍질하며 인내해 온 모범생 내지는 성공한 사람들을 세상은 인정해 주는 것이다.

아기를 낳기 전, 나는 육아가 이런 일의 끝판왕일 줄은 전혀 몰랐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참아야 하고 아파야 하고 울어야 하는 일이었다. 정신과를 찾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육아우울증 인지도 모르지. 그런데 말만 번지르르한 위로를 받으면 상처를 받을 것 같아 겁이 난다. 마음이 너무 약해져 있어 믿고 들어간 곳에서 상처를 받으면 깊게 베일 것 같다.

눈 앞에 아기 용품이 제멋대로 어질러져 있다. 어느정도 치우고 자겠지만 전부 치울 힘은 없다. 내일은 제발 이렇게까지 어지르지 않았으면, 날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밥 좀 제자리에서 잘 먹었으면, 양치질 좀 한 번에 끝냈으면, 하지 말라는 것 좀 하지 않았으면... 근데 그럴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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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9월이네요. 문화센터 가을학기가 개강 했어요. 이전에 함께 하던 농구공 선생님은 다른 일을 찾아 떠나시고, 이제 가을학기부터는 새로운 뽀빠이 선생님이라는 분과 함께 할 건데요. 트니트니 선생님들은 이렇게 독특한 이름으로 활동을 하시기 때문에 인터넷에 검색만 하면 후기 및 평들을 쉽게 찾아 보실 수가 있어요. 뽀빠이 선생님은 압도적으로 좋은 평이 많더라고요.

선생님은 수업 전, 가장 먼저 아이들 이름을 외우려고 애쓰셨어요. 기억이 가물가물하면 재차 물어보시면서요. 그리고 새선생님과의 첫 수업이라 아이들이 낯설 수가 있기 때문에, 적응하는 시간을 좀 오래 가졌어요. 하이파이브도 하고, 안아서 들어 올려 주시기도 하셨지요.

 



그리고 선생님은 보호자들에게 거침없이 요구사항을 말씀 하셨어요. 수업 전 선생님과 인사 할 때 아이들이 서서 인사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하셨고, 트니트니송에 맞춰 율동을 할 땐, 부모님도 일어서서 함께 춰달라고 하셨습니다. 트니트니는 부모님과 함께 하는 시간이라며, "나가서 해봐~", "하고 와~"라고 하시지 말고, 손 잡고 같이 나와 도와주어야 더 재미있고 안전한 수업이 된다고 하셨답니다.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문센에 온 엄마들은 말은 안 해도 속으로 적잖이 당황 했을 것 같기도 한데요. 저는 트니트니 수업에 애정을 가지고 진지하게 임하시는 걸로 보여 좋았어요.


이 전에는 사실 실례나 폐가 되지 않을까 싶어 선생님 이름과 얼굴을 전부 모자이크 했었는데, 뽀빠이 선생님이 가지고 오신 현수막에 '뽀빠이 선생님과 함께 하는~'과 같은 멘트, 그리고 유튜브에서 자기 이름을 걸고 트니트니를 소개하는 선생님들의 영상들을 보아서는 홍보가 되면 더 좋은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들어 앞으로는 모자이크를 하지 않으려 해요. (마스크를 쓰지 않으셨다면 먼저 여쭤보았겠지만, 마스크를 쓰셨기 때문에 요 정도는 괜찮지 않을까요?)

서론이 정말 무지하게 기네요. 새로운 선생님이 오셔서 또 나불거려 보았습니다. 수업 이야기를 해볼게요. 수업은 어김없이 구르기로 시작되었습니다. 저희 아이는 세 번이나 굴렀어요. 그리고 할 일을 마친 구르기 매트는 선생님이 조용히 정리하시는 게 아니라 친구들에게 나와서 손으로 밀어달라고 하셨어요.


그리고 미니바가 등장 했어요. (트니트니 첫 수업은 언제나 미니바로 시작합니다) 이거 꽤 묵직해서 무게감 있더라고요. 요 미니바는 세워서 손으로 빡! 발로 퍽! 엉덩이로 툭! 쳐서 넘어뜨리면 되는거라고 알려주셨어요. 지금 아이들이 그렇게 놀고 있는거에요. 그렇게 어느 정도 놀다가 미니바는 모두 눕혀 계단을 만들었답니다.


미니바 자체가 두껍기 때문에 이단으로도 충분히 재미있게 놀았어요. 선생님은 아이의 손을 잡고 천천히 오르내릴 수 있도록 도와주셨어요.


단순한 교구로도 다양하게 놀 수가 있죠. 저희 아가는 조금 낯을 가리는 듯 하면서도 할 수 있는 모든 활동은 다 참여 한답니다. 그런 아기를 보고 선생님은 "마음을 열어주는 친구구나!" 라면서 안아 올려 주셨어요. 다행히 아기도 좋아했고요.


첫 수업이라 그런지 대단히 신체를 많이 쓰는 활동은 하지 않았습니다. 이것도 방금 전의 미니바를 터널로 만들어 통과하고 있는 사진이에요. 참고로 트니트니의 평소 수업이 이렇게 단조로운 편은 아니에요. 지난 주 수업 내용 첨부할게요. 비교 한 번 해보세요!

 

19갤) 문센 트니트니, 병아리와 닭과 오므라이스..?!

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은 만나서 반가워요, 스킨십체조의 노래와 율동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집에서는 가사에 맞춰 신체 부위 터치도 잘하고 엉덩이 흔들기도 잘하는데 이상하게 문센만 오면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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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벌써 이 날의 수업 후기가 거의 끝나가는데요. 사진을 다시 보니 구르기 매트가 다시 등장 했었었네요. 첫 날엔 미니바 수업 이라고 칭해도 좋을 정도인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의 후기를 보면 미니바와 백업이 함께 등장하던데 저희는 미니바만 가지고 놀았어요)


흔들리는 다리 건너듯 매트를 걸어보았습니다. 이건 너무 단순해보여서 제가 마지막 착지할 때라도 하늘 높이 올려 오바를 해주었어요. 이 날의 수업은 이걸로 끝이었습니다.


그리고 트니트니는 원래 수업이 끝나면 비눗방울 이라는 트니트니송을 틀어놓고 선생님이 비눗방울을 불어주세요. 그런데 이 날만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하셨어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그대신 스티커를 나누어 주셨네요. 아이가 가져 온 스티커를 보니 트니프렌즈였어요.

 



첫 날이라 선생님이 아이와 부모님들을 파악하기 위해서였는지 수업이 비교적 간단한 감이 있지요. 그래서 다음 주 수업이 더 기대되는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듣던대로 활기차고, 아이들에게 그리고 부모님들에게 인기가 많을 것 같은 분이셨어요.


  <신나는 트니트니! 이것만은 꼭 지켜주세요!> by 뽀빠이선생님

1.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아이 기질에 따라 4주에서 6주 정도 기간이 필요해요. 지각, 결석을 하면 적응기간이 오래 걸리므로 결석하기 없기!
2. 트니트니는 엄마랑 함께 하는 수업입니다. 엄마가 도와주셔야 더 재미있는 수업이 됩니다. 엄마가 도와주시지 않으면 아이가 위험해요.
3. 앉아 있어야 되는 시간이 있어요. 출석 부르는 시간(파이팅을 하러 나오기 때문에 부딪힐 수 있어 위험해요), 선생님이 설명 하는 시간(앞으로 나오면 뒤에 있는 친구들이 볼 수 없어요), 선생님이 커다란 교구 준비/정리하는 시간(교구와 부딪히면 위험해요).


수업 전 느닷없이 노래가 나와서 자연스럽게 아이와 율동을 하면서 노래를 불렀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정지를 하시고는 "엄마들이 어떻게 반응하시는지 한 번 봤어요" 라고 말씀 하신 때가 있어요. 굉장히 자신감 넘치는 멘트 아닌가요. 일주일에 한 번 40분 수업이지만,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과 엄마들의 성향까지 파악하려고 노력하시는 선생님의 열정이 돋보이는 순간이 아니었나 생각을 합니다.

 



또, 구르기 할 때 스윽 보니 이마에 땀이 흥건하시더라고요. 아기들이라고 해도 15개월 이상 된 친구들이 모인 반이라 적어도 다들 7, 8키로 이상일텐데, 잡고 굴려주고 잡고 굴려주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겠다고 새삼 생각 했어요.

다음주부터가 본격적일 것 같아요. 저는 아이가 너무 좋아하는 수업이라 기대를 하고 있고, 아마 아이도 말은 못 해도 금요일을 무척이나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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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에는 누가 찾아왔을까요. 꾸꾸가 찾아왔어요. 꿀꿀 아니고 꾸꾸요. 바로 수업 내용으로 들어가볼게요.

선생님은 펠트지로 만든 돼지 교구를 손에 끼우고 인사를 해주셨어요. 아이는 낯설거나 아마 무서웠는지 처음엔 조금 주춤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선생님이 똑같은 돼지 한 마리를 더 꺼내주시고 그건 엄마 손에 끼라고 했을 적부터 안심이 되었는지 그 때부터 수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였어요. 돼지는 아이에게 뽀뽀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답니다.


그 다음에 등장한 융판이에요. 코와 꼬리 그리고 발굽이 없는 돼지 한 마리와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의 신체부위가 각각 붙여져 있네요. 어떤 활동을 할 지 바로 감이 오시죠?

 


저희 아가는 융판에 붙어 있는 돼지에게 호랑이 발을 붙인다거나 코끼리 꼬리를 붙이면서 창의적으로 놀았어요. 손에 끼우고 놀던 돼지의 코에도 코뿔소의 뿔이 붙어 있네요. 정답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19개월 아기에게 빡빡하게 굴 필욘 없으므로 그렇게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어보면서 스무스하게 넘어갔답니다. 물론 돼지를 한 번 완성시켜보기도 하였고요. (선생님이 하셨지만)


오늘 수업은 음악, 미술 중 음악이라 악기를 흔들어 볼 거예요. 선생님이 틀어주신 꾸꾸의 노래가 평소 들었던 노래보다 더 신나고 좋은 느낌이었는데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 가사가 단 한 줄도 기억 나지 않네요. 후에 알았는데 그 노래를 통해 4분 음표를 익힐 수가 있었대요.

노크 회원이라면 홈페이지에 들어가 음원을 들어볼 수 있는 거 아시죠? 방문수업이 끝나고 그 날 배웠던 내용을 오래 기억하게 하기 위해 연계 독서나 확장 활동을 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만일 아이가 수업 중 흘러나오던 노래를 좋아했다면 홈페이지에 들어가 음원을 찾아 들려주는 것도 좋을거예요. 저희 애기는 막 좋아하는 느낌은 아니라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사진 속 아이가 들고 있는 악기는 마라카스예요. 새삼 또 많이 컸다는 게 느껴지는게 예전에는 악기 소리를 리드미컬하게 들려주시는 선생님을 바라만 보거나 땅바닥에 내리친다거나 하며 뚱땅거렸다면, 이제는 제법 선생님을 잘 따라해요. 고작 몇 개월 사이에요. 진짜 무서울 정도로 빨리 크는 ‎것 같아요.


돼지가 다시 나타났네요. (순서가 조금 뒤죽박죽인 점 양해 바라요) 돼지는 왜 진흙 목욕을 하잖아요. 스스로 체온 조절을 못 해서 그렇게 체온을 2도씨 정도 낮추거든요. 돼지 몸에 진흙을 묻히는 과정부터 털어내는(사진을 잘 보시면 진흙 뒤에 하얀 게 붙어 있지요, 벨크로에요. 찍찍이요) 과정까지 아이가 전부 직접 해보았어요. 아, 놀이를 통해 습득하는 지식이 무엇보다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좋았어요.

또, 사진을 잘 보시면 선생님이 발목에 뭘 차고 계세요. '손목방울'이라고 하는 리듬악기인데요. 4개의 방울이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악기랍니다. 선생님과 애기는 오늘 이 손목방울을 발에 차고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었어요.


이렇게요. 선생님 발에 손목방울이 사라졌는데 그건 아마 아기 허벅지에 채워져 있는걸거예요. 발이 너무 얇아서 종아리엔 채워지지 않는 거 있죠. 그렇게 악기를 다리에 착용하고 선생님 손을 잡고서 쿵쿵쿵쿵! 신나게 춤을 추었어요.


이건 제가 따로 만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한 교구예요. 모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발바닥이라 아이가 밟고 걷거나 제자리에서 뛰며 촉감을 느껴볼 수 있고요. 각각의 이름은 이러해요. 폼폼이(빨간색 발바닥), 스팽글(주황색), 모루(연두색), 주름지(메론색), 백업(파란색). 이 교구를 사용한 첫 번째 놀이는요.

각 발바닥이랑 똑같은 발바닥이 하나씩 더 있어요. 발바닥 색깔만 다르고 위에 재료가 똑같은건데, 여기서 똑같은 재료로 만든 발바닥을 구별해내는 놀이였어요. 저희 애기는 잘 맞춘 편이었는데요. 잘 못 하더라도 과정이 의미 있는 활동 같아요. 생각을 해야 하잖아요.


그 다음은 이렇게 일렬로 놓아두고 발로 재료들의 촉감을 느끼며 걸어보는 거였어요. 아이가 하기 전에는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저 발바닥에서 떨어지면 물 속에라도 빠질 것처럼 균형을 잡아가며 걷는 선생님을 보고 아기가 꺄르르 좋아했어요. 혼자서는 아직 낯선 감이 있어 선생님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걸어보았네요.

 


끝까지 다 걸어보고나서는 그 근처에 있던 짱구도 한 번 걸어보았어요. 요즘 인형에 큰 애정을 보이는 아이가 눈을 반짝거리면서 보다, 짱구가 다 걷고 나니 선생님께 검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한 번 더'를 요청하더라고요.

그렇게 다시 한 번 걷는 짱구와 그런 짱구를 바라보는 아이 뒤에서 저는, 애가 19개월이 되기까지 다양한 촉감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 준 기억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조금 시무룩 해졌어요. (하소연이 될 것 같아 이하생략)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에는 이열종대(한국말 사전에 없는 뜻이지만 뜻이 통하니까 그냥 쓸게요)로 발바닥을 두고 걸어봤어요. 애기는 엄마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수업에 조용히 그리고 진지하게 임하더라고요.

아기가 트니트니 수업을 너무 좋아해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교구를 들일 생각이었는데 대체로 그런 교구들은 부피가 크거든요. 예를들어 평균대 같은거요. 이렇게 부피가 작은 교구로도 충분히 대근육 발달을 위한 활동 및 촉감놀이까지 가능하다는걸 왜 그 동안 잊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표 놀이 책만 봐도 나오는건데.


이번에는 일렬종대로 다시 돌아왔지만 이전보다 칸을 조금 더 띄워서 건너봤어요. 한 칸 한 칸 건널 때마다 선생님이 애기 몸을 잡고 들어 올려 주셨습니다. 힘드실 것 같아서 걱정 되는 동시에 너무 감사했네요. 이런 세세한 부분은 솔직히 선생님 재량으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걸텐데...

 



오늘은 사진이 좀 많았죠. 사진으로도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네요. 다음주에는 오늘 수업과 이어지는 주제로 돼지와 연관 된 미술 수업을 할거에요. 재료가 무언지 아세요? 바로 황토가루랍니다. 아기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저 넘 궁금해요. 선생님이 황토가루는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꼭 버려도 되는 옷으로 입혀 달라 하셨는데, 과연 어떤 그림이 펼쳐질 지 기대 돼요.



여담) 요즘은 살짝 넋이 나가 있어요. 육퇴를 해도 예전처럼 쌩쌩하지 않고 육아의 연장인 듯한 마치 야근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 해결 되는 일이란 거 아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 해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멍 때리는 시간만 늘고 있어요. 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각오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네요.

내일은 오랜만에 돈 내고 사서 고생 하러 갑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너무 오래 안 나가고 있어 아예 보름치 스케쥴을 다 잡아버렸어요. 운동(육아는 체력이다) 끝나고 혹사 당한 몸으로 집으로 향할 때,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정신이 좀 맑아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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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어김없이 수업은 만나서 반가워요, 스킨십체조의 노래와 율동으로 시작되었습니다. 집에서는 가사에 맞춰 신체 부위 터치도 잘하고 엉덩이 흔들기도 잘하는데 이상하게 문센만 오면 조금 얼음 상태가 되더라구요. 적응 할 시간이 필요한가봐요. 저희 아가는 요즘 트니트니 노래에 푹 빠져 있는데요, 어느 정도냐면 스킨십체조랑 만나서 반가워요, 응가송을 연달아 들으면서 잠이 들어요. 이 세상 발랄한 노래들을 듣고 어떻게 잠을 청할 수 있는건지 저는 정말 모르겠어요.

노래가 끝나고나서는 신나는 구르기 두 번 하였구요. 그 후 선생님이 오늘의 수업 주제를 말씀 해주셨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삐약삐약 병아리🐣에요.


저번에 양치가 주제였을 때, 악어 이빨이 다 빠져서 우리 아이들이 임플란트를 해주었었는데 이번엔 무슨 일인지 병아리들이 하수구에 빠졌대요. 그래서 아이들이 구해서 안전한 곳에 놓아주어야 했어요. 이 교구는 얼기설기 얽힌 모양이 꽤 튼튼해 보이지만 아이들이 손을 쑤욱 넣고 뺄 수 있도록 신축성이 좋은 밴드로 만들어져 있었어요.

 


하지만 용감하게 손을 넣는 아이가 있는 반면 조심스럽고 신중한 아이들도 분명 있죠, 그런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은 그럴 때마다 조심스럽게 밴드를 열어주셨어요.


그렇게 꺼낸 병아리 인형은 보시다시피 통통하고 귀여웠어요. 저희 아이는 왜인지 병아리 냄새를 맡아보고 싶어하더라구요. 마스크 위로 킁킁 거리다가 사람들 안 볼 때 살짝 내리고 또 킁킁, 그리고 곧바로 마스크를 코 위로 올리는 게 카메라에 포착 되었어요. 이제 마스크를 올리라고 하지 않아도 습관이 되어버린 모습이 기특하면서도 짠하데요.

다른 아이는 병아리가 모여있는 모습이 싫은지 두 마리 이상 모여있는 순간 사방으로 다 흐트러뜨렸어요. 그 때마다 여기저기 날아가는 병아리를 주워오시는 그 아이의 엄마가 집에서의 제 모습 보는 거 같아 조금 짠했네요.

 


아참, 그리고 이 활동을 할 때 흘러나오던 노래가요. '오므라이스는 맛있어(?)'였는데 제가 잘못 들은걸까요? 충격과 공포인 동시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어요. 근데 설마... 제가 잘못 들은거겠죠?😨


진정하고, 이번에는 병아리한테 지렁이를 줘볼게요. 지렁이는 선생님이 머리에 쓰고 계신 닭이 잡아줄거예요. 후에 하나하나 다 나눠 받은 닭으로요, 네모난 책상 위에 놓인 지렁이들을 향해 머리로 콕콕 찍어주면 되는 거였답니다. 닭이 모이를 쪼듯 콕콕콕. 닭과 지렁이는 서로 잘 붙는 소재로 되어 있었어요.

그렇게 잡은 지렁이는 사진 속 선생님이 들고 계신 병아리 상자에 쏙쏙 넣어주면 되었어요. 그런데 상자의 병아리가 입에만 구멍이 뚫려 있어서 아이들에겐 좀 난이도가 있지 않았나 싶어요. 지렁이는 꼬리보다 머리가 더 커다래서 머리로 넣으려 하면 잘 안 들어갔거든요. 그래서 아이들이 별로 안 좋아했나? 평소보다 덜 좋아하는 느낌이었네요.


지렁이 좀 보세요. 저 눈 두 개 달렸다고 글쎄 잘 안 들어가더라니까요. 그나저나 교구 디테일 하지 않나요. 아이가 머리에 쓰고 있는 닭 머리띠는요, 아이가 머리에 쓰는 걸 거부 할 경우 머리띠에서 닭을 분리할 수 있게 만들어 다른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게 해두었어요. 머리띠에서 분리한 닭 뒷 면에는 밴드가 또 부착되어 있어 손을 끼워 잡으면 됐었구요. 그런데 그것마저 아이가 거부하면, 그냥 손으로 잡아서 병아리 상자에 갖다 주어도 된다고 하셨어요.


저희 아이는 머리에 쓰는 것도 손에 끼우는 것도 다 싫다 그래서 손으로 잡아서 갖다 줬어요. 사진이 있어서 참 다행이네요. 제 말 대로 구멍이 참 작쥬? 저 고사리 손을 가진 아이들이 어떻게 해야 들어갈까 꼬물랑꼬물랑 거리는 모양새가 너무 귀여웠네요.


병아리 상자를 치우고, 이번엔 멋진 닭이 되어보려고요. 옷은 입은 후 안 쪽 날개에 손을 끼우면 되는 거였어요. 하지만 저희 아이에겐 옷이 좀 크더라구요. 그래서 오래 입고 있진 못했어요. 하지만 잠시나마 입었을 때 엄마는 귀여워서 미쳐버리는 줄 알았습니다.


선생님이 척척 옮겨주신 오늘의 체육 교구는 아까 지렁이가 있었던 책상을 가장 먼저 밟고 올라와 다리들을 차례대로 오른 뒤 착지한 후에, 왼쪽으로 이동하여 구르기 매트와 파란 매트를 순서대로 밟고 돌돌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되는 거였어요. 다리들이 각각 높이가 다 달라서 한 칸 한 칸 오를 때마다 집중력 향상과 하체 근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 같았네요.

 


그런데 다리들은 구르기 매트처럼 편평하지 않아서 어렵다고 느꼈는지 아이들이 엄청 좋아하지는 않더라구요. 하는 아이들만 계속 했어요. 저희 아이는 한 세 번 정도 한 것 같은데, 그 때마다 선생님이 넘어지지 않게 안정적으로 잡아주시고, 착지할 때 하늘을 나는 것처럼 부웅 떠오르게 해주셔서 저희 아이는 무척 좋아했어요.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어요. 수업이 끝나고나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비눗방울을 불어주셨답니다. 비눗방울 그 다음 순서는 이렇게 손과 발에 트니트니 도장을 꽝꽝 찍는거예요. 남들이 보기엔 별 거 아닐 그냥 도장 하나 받아오는 일일 뿐인데, 엄마 없이 혼자 앞에 나가 무언가 하고 있는 모습이 너무 기특했어요.



오늘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데, 아이가 병아리 인형의 냄새를 맡고 싶었나봐요. 그런데 마스크 때문에 할 수가 없어서 잠시 고민하다가 일 초 가량 내리고는 살짝 가져다댄 뒤 다시 황급히 마스크를 올리는데, 그 다급해보이는 광경이 너무 짠한 거 있죠.

저번에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어른들이 그러셨어요. 요즘 아기들은 밖에 나올 때 무조건 마스크는 써야 되는 걸로 인식 하겠다구요. 어쩌면 코로나가 끝나고 나서도요. 밖에 나갈 땐 당연히 마스크를 써야 하고, 답답해도 절대 벗으면 안 되는걸로 배웠죠. 심지어 어떤 아이들은 마스크를 써야지만 밖에 나갈 수 있는 건 줄 알아요. 마스크 착용은 전염병 예방 차원에서 날 위해 하는 행동이긴 하지만 사실 이 시기 아이들은 마스크는 고사하고 대체로 모자도 쓰기 싫어하거든요. 그럼에도 고분고분 받아들이는게 기특한 한편.. 안타까워요.

저는 아이가 좋아하는 곳을 사람 없는 평일에 최대한 한적한 시간 골라 다녀요. 당연히 방역 수칙 준수하고, 마스크는 단 한 번도 내리지 않고요. 언제쯤 불어오는 바람을 코로 들이마실 수 있을지 눈치보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오늘은 사진 한 장을 보고 저희 아이를 포함한 모든 아이들이 안쓰럽다는 생각이 들어 몇 자 남겨보았어요. 그럼 오늘 하루도 부디 건강하세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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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이어 반가운 얼굴, 달팽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무려 실물이 찾아 왔습니다. 노크는 생태수업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그래서인지 오늘의 수업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포스팅을 꾸준히 보아주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노크는 1주차 음악, 2주차에 미술 수업을 합니다. 저번주에 달님과 함께 달님을 닮은 핑거심벌, 롤리팝드럼을 두드려봤던 거 기억나시나요?

 

노래하는크레용 8월 3주차 / 애벌레 팽이 🐌

오늘의 수업은 특히나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달팽이였는데요. 달팽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글을 읽다가 보면 아시게 되겠지만, 여튼 다른

hyunaver.tistory.com


집이 없어 슬펐던 팽이에게 달이 큰 선물을 주었었잖아요. 내용이 참 감동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저번 주 수업이 끝나면서 선생님이 다음주엔 진짜 달팽이가 찾아올거라 하셨는데 이상하게 크게 기대가 되진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어떤 수업이든 달님을 만났던 시간보다 아이의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 수업이 되지는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생각이 맞았어요. 하지만 오늘 수업도 그에 못지않게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 하였답니다. 온몸을 던져서 놀았어요.


수업은 깔고 앉은 비닐에 애벌레(일명 팽이)를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되었어요. 오른쪽 피카소 뺨치는 작품(낙서 아님)은 저희 아가가 그린거구요. 오른쪽으로 쓱 왼쪽으로 쓱! 터치 한 번만 해도 어른 두 명이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었었네요.

 


그 다음으로는 사진으로 보면 확인하실 수 있는 선명한 달팽이 사진을 선생님이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여기서 달팽이에 대해 짧게 짚고 넘어가볼까요.

🐌 ❓달팽이는 자웅동체에요. 하지만 짝짓기를 통해 알을 낳아 번식하죠. 대부분의 달팽이들은 '성별이 없다'고 표현해도 무방해요. 수분손실을 막기 위하여 낮에는 달팽이 껍데기 속에 막을 쳐놓고 다른 데 붙어 있거나, 돌 밑에 숨어 있고요. 밤에는 나무 위에 올라가 곰팡이 같은 균류, 식물의 잎 등을 갉아먹어요.

달팽이는 초식성이지만, 동물의 사체나 탈피 중인 곤충을 먹기도 한답니다. 반려 달팽이의 경우에는 주로 당근이나 오이, 상추 같는 채소를 주면 잘 먹어요. (당근 같은 단단한 먹이는 감자칼로 얇게 깎아주면 더 잘 먹어요)

끝으로, 야생의 달팽이는 생태계의 순환자, 환경미화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위에서 달팽이는 주로 곰팡이 같은 균류를 먹고 산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개중에는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기생 생물류를 먹기도 해요. 그것들을 잘게 분해한 후 배출하는 배설물은 비료가 되어 자연계의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돕기도 한답니다.


한 생물을 요약하여 소개해 드리려니 칸이 심히 모자라네요. 쨌든, 달팽이가 수분보충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만 가지고 우리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봅시다.


달팽이는 선생님의 조심스런 손길 아래 팩 따위에서 들려 꺼내졌어요. 더욱 자세히 관찰하기 위하여 투명 플라스틱 위에 달팽이를 올려 놓아 주셨구요. 사진을 보시면 고사리 같은 손이 분무기를 들고 있죠? 미동도 없는 달팽이에게 수분보충을 핑계 삼아 밍기적 거리는 모습이라도 보기 위함이었어요. 분무기로 물을 뿌리니 달팽이가 조금 움직이더라구요. 저는 태어나서 달팽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게 처음인데, 신기했습니다.


달팽이를 만지기 전에는 선생님과 아이가 약속을 하나 했어요. 달팽이를 세게 누르면 달팽이가 아파하니 절대 세게 누르지 않고 살살 달래듯이 만지기로요. 아이는 일단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은 인지한 눈치였어요.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는 손길이 우리처럼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그러는 것 같았는데, 뭐 이건 제가 엄마라서 제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걸수도 있습니다.


유일하게 달팽이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때는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상추를 주니까 고개를 왔다갔다 하며 갉아먹기 바빴는데요. 오우,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이건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요 작은 녀석이 먹긴 엄청 먹고 또 엄청 싼다고 하네요? 그 응가 냄새는 정말 고약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섭취한 채소의 색깔대로 응가를 눈다고 하는데 뭔가 신비롭고, 갈수록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반려 달팽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의외로 좀 계시는 것 같았는데, 요 작은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하나 도와준다는 점이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한편, 대단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이건 알로에젤이에요. 뜬금없이 웬 알로에냐구요? 달팽이를 만졌을 때 점액을 느꼈거든요. 끈적끈적한 달팽이 점액을 이 날의 수업재료로 사용하기에는 양이 적고, 비인간적이니 알로에젤을 대신 활용한 것 같아요.

알로에젤은 발라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일단 시원하구요. 달팽이 점액처럼 끈적끈적 하지는 않지만 물처럼 흐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손으로 움켜쥘 수도 있고, 원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만져볼 수가 있어요. 그리고 모든 알로에젤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냄새도 좋더라고요. 선생님은 알로에젤 한 팩을 그 자리에서 뜯어 모두 짜주셨는데, 양이 꽤 많아서 제대로 촉감놀이 하는 기분이 나 정말 좋았습니다.

 


아이는 뭐 물 만난 고기마냥 좋아했지요. 두 손으로 선생님이 짜주시는 알로에젤을 받으면서 양손 가득 넘쳐 흐르는 알로에젤을 움켜쥐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감촉을 느껴보기도 하고, 바닥에 뿌려진 젤을 가지고 미끄덩 거리는 느낌을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경험 해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건 역시나 선생님이 알로에젤을 손에 짜주시는 그 순간이었어요. 저희 아이는 물감도 그렇고 언제나 손에 짜여지는 그 순간을 가장 좋아하더라구요. 왜 그러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블로그에 사진을 최대 8장 정도만 올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 중간 내용이 잘려 있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실텐데, 그렇게 잘려 나간 부분은 제가 최대한 설명으로 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

위 사진은 알로에젤 위에 선생님이 노란색 물감과 분홍색 물감을 짜주신 후 아이와 함께 합동하여 섞어놓은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애벌레를 그려주린건데요. 그림은 애벌레 말고도 별, 나비, 고래 등을 더 그려주셨어요.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자마자 저희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 손으로 치대어 없애버려서 요 사진은 매우 희귀한 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감의 질척함 그리고 알로에젤의 미끈함이 합쳐져 새로운 촉감이 탄생하였어요.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비로소 달팽이 점액과 비슷한 촉감이 만들어졌단 생각이 들었네요.

선생님은 수업 전 제게 먼저, 이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친구들이 있음을 알려주시고, 오늘 그렇게 진행이 되어도 괜찮겠느냐는 여부를 물어봐주셨어요. 저는 괜찮다고 했어요. 씻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제 아이에게 서보라고 하니 조금 두려워 해서 선생님이 두 팔을 잡아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셨어요. 그러면서 정말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왼쪽 오른쪽 왔다 갔다, 미끄덩 미끄덩 하게 해주셨네요. 아이는 처음엔 두려워 하는 눈치더니만 나중엔 즐겼어요.


물감은 손과 발을 비롯해 옷은 물론이고 거의 온 몸에 다 묻어버렸습니다. (머리에 안 묻은게 어디에요) 하지만 방금 말했다시피 씻으면 되니까 크게 상관 없구요.

선생님은 제자리 뛰기, 앉아서 스케이트 타기 등을 하게 해주셨어요. 아이는 마스크를 썼는데도 즐거워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모습으로한껏 놀았습니다. 수업 시간이 30분인 것이 오늘은 특히 더 아쉬운 날이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마치 티비 전원 끄듯 갑자기 중단을 해야만 하다니. 체력만 허락한다면 제가 해주면 좋은데 그 점이 아쉽고 안타까웠네요.

 


오늘 수업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구요. 씻기는게 무척 힘들 것 같아 지레 겁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아서 오늘도 역시나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수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을 업로드 하면서 알았는데 물감놀이를 하는 도중 선생님 양말에 물감이 묻었었네요. 수업할 때 전혀 몰랐었는데. 저희가 화장실로 씻으러 갈 때 닦아내셨는지 양말을 갈아 신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우리 선생님을 보면 '극한직업'이란 단어가 떠오를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돌아가실 때 별 건 아니지만 음료수라도 꼭 챙겨드리려고 하는데요. 아이가 19개월이 되기까지 여러 선생님들을 겪어봤는데, 이 선생님은 유독 더 특별해요. 미혼인데 아이를 키워봐야만 알 수 있는 스킬들과 애정이 도대체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건지 모르겠어요. 이제 곧 이사를 가는데 기준이 높아져 버려서 큰일입니다.

그럼 이만 글은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도 시간과 기타 여건이 허락한다면 수업 후기를 가지고 돌아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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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 느닷없이 초밥왕이 되어보았는데요. 19개월 저희 아이 아직 스시가 뭔지 몰라 이게 뭔가 싶었겠지만 저 포함 부모님들은 눈에서 하트가 쏟아져 나오기 일보직전이었어요. (일단 구르기를 한 후 아이들이 왜 스시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대한 간단한 스토리텔링이 있었던 것 같은데, 민망하지만 그건 다 까먹었어요)


오른쪽 바구니에 든 하얀색이 밥이고, 왼쪽 흰 통에 든 것이 밥 위에 올라가는 식재료예요. 새우랑 계란, 문어, 그리고 빨간 건 마구로인가요? 종류가 다양하진 않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어요, 새우랑 계란만 있어도 아이들이 즐겁기만 하면 됐지. 초밥을 만드는 방법은 그냥 쌀밥 위에 원하는 식재료를 올려 놓으면 돼요. 벨크로가 있어 쉽게 붙더라고요.


그렇게 만든 초밥은 초밥 그림이 있는 곳에 갖다 주면 되는 거였어요. 많은 아이들이 합심하여 그림과 같은 결과물을 만들어 냈지만, 결과에 상관없이 우리 아이들 너무 귀엽고 기특해요. (쪼물딱 거리며 만든 초밥을 전혀 다른 그림에 올려 두고 뿌듯해하며 다음 초밥을 만들러 가는 모습이란) 부모님이 초밥 먹는 걸 본 적이 있거나 스시야에 가봤던 아이라면 조금 더 재미있는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밥을 몰래 먹는 저 때문에 저희 아이는 매우 생소했을테지만요. (그래도 저와 함께 새우 초밥 두 개나 만들어서 갖다 놨어요)


그리고 참고로 사진 속 셰프들은 트니프렌즈의 베니와 키키라는 친구들이에요. 저는 트니프렌즈 자체를 몰랐기 때문에 좀 찾아봤는데, 이 친구들 뮤지컬까지 하고 있네요? 아이들이 노래와 율동을 통해 자연스럽게 손씻기, 양치질, 배변습관 기르기 등 건강한 생활습관을 이해하고 실천하도록 안내하는데 주안점을 두고 있대요. 스토리를 익혀야 하는 기존의 어린이 뮤지컬과는 조금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공연 내내 객석의 아이들과 트니프렌즈가 함께 호흡이 가능하다고 하니 아이가 관심을 가지면 정도를 봐서 공연도 살펴야겠어요.


이건 트니트니하면 빼놓을 수 없는 신체 활동 교구인데요. 선생님이 준비해주신 초밥을 하나 가지고 여기까지 올라와서 입을 벌리고 있는 곰돌이에게 미끄럼틀을 이용해 먹여주고, 왼쪽 돌돌이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오면 되는거예요. 이 교구는 인지 능력, 기초 운동 수행 능력을 강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미끄럼틀은 혼자 내려와도 되고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도 돼요. 이 돌돌이 미끄럼틀은 아이들이 참 좋아해서 수업 시간에 자주 등장하는 교구랍니다.


전체적인 그림이에요. 방금 설명 드렸던 교구 활동을 마치고 내려오면 바로 앞에 선생님이 만들어 두신 노란 터널을 걸어서 통과하고, 또 왼쪽으로 보이는 파란 다리를 건너는게 선생님이 제시한 본디 순서긴 해요. 하지만 중간에 이탈해도 상관없어요. 규칙을 꼭 지켜야 하는 안전 준수 연습 시간도 아니고, 남에게 피해를 주는 새치기 같은 행동이 아니라면 당연히 자유롭게 돌아다녀도 되니까요. 모든 일에 순서와 차례가 있음을 가르쳐주고 싶은 부모님은 정해진 수순을 밟도록 어르고 달래고 가르쳐줘요. 저는 아이가 싫어하지 않는 선에서 후자를 끈질기게 택하고 있어요.

이 활동은 선생님이 이제 그만~ 을 외칠 때까지 계속 반복한답니다. 부모님들은 준비된 일련의 과정을 우리 아이가 다 거칠 수 있도록 몸을 움직여 최대한 도와요. 아이가 하든 하지 않든 일단 도와요.



왼쪽의 저 파란 다리는 한 아이가 그 위에서 통통 튀는 걸 시작으로 그걸 본 모든 아이들이 다 따라하기 시작했어요. 꼭 해야 하는 일로 인식했는지 아니면 재미있어 보였던건지 마치 짠 것처럼 통통 튀더라고요. 저는 앞의 아이가 하길래 저도 저희 아이에게 "통통~!"이라고 했는데, 선생님이 "갑자기 다 통통 튀고 있네" 라고 말씀하셔서 그 때 알았어요. 아이들 너무 귀엽지 않나요.


그 다음엔 우리 아이들이 직접 초밥이 되어봤어요. (체육 활동으로 잊을 뻔 했지만 오늘의 주제는 초밥입니다) 저희 아이는 우연히 선생님 앞을 지나가다가 모델이 되었는데요. 하필 옷도 노란색이라 계란초밥이 너무 잘 어울리네요. (도치맘) 자기 몸만한 식재료를 등에 지고 한참을 뽈뽈 거리며 돌아다니더라구요. 아이는 본인이 무엇이 되었는지 모르겠죠? 다른 친구들도 보니, 이게 뭐에다 쓰는 건지 당연히 모르는 눈치라 엄마가 초밥을 만들어 주려 하면 달가워 하지 않았어요.


이미 선생님이 초밥을 만들어놔서 저와 아이는 할 게 없는 상태로 잠시 주변을 둘러봤어요. 초밥이 된 다음 특별한 활동은 딱히 없었구요. 자유롭게 신체 활동을 하거나 교구가 어떻게 만들어졌나 살펴보며 놀았어요.

이렇게 초밥이나 요리사, 의사가 되어보는 모습은 아이들은 시큰둥 할 지 몰라도 부모님들에겐 자동 반사적으로 카메라를 들게 만드는 극강의 귀여움이라 이런 시간이 짧아도 많아지면 좋겠어요. 그나저나 아이디어 참 좋은 것 같네요. 저번엔 치과의사더니만 이번엔 초밥 그 자체라니.. 한참을 그렇게 사랑스럽게 쳐다보다가 주위를 둘러보니 저희 아이만 혼자 초밥 상태여서 호다닥 빼주었어요.


수업 시작 전 트니트니 노래와 함께 율동을 추는 것처럼 수업이 끝나면 당연한 듯 비눗방울을 불어요. 이 날도 모든 아이들은 비눗방울을 잡으러 파닥파닥 돌아다녔어요. 30분도 아니고 40분 수업인데 왜 이렇게 짧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어요. 시작하길 잘한 것 같아요. 이 날도 재밌었던 트니트니 수업이었습니다.



아이들을 참 예뻐하고, 행여 누가 울기라도 하면 무슨 일 있느냐고 바로 바로 물어봐주시는 듬직한 우리 선생님이 이제 다음주를 끝으로 트니트니를 떠나신다네요. 지금 선생님으로 인해 젊은 남자 선생님에 대한 편견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데, 아쉬워요. 곧 있을 가을학기엔 어떤 분이 수업을 맡으실 지 모르겠지만, 보다 편한 마음으로 시작 할 수 있을 것 같아 감사드려요. 앞으로 좋은 곳으로 가신다고 하니 축하드리고 싶고요. 새로 오실 선생님은 어떤 분이실지 궁금하네요. 가을학기가 이제 정말 얼마 안 남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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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문화센터에서 트니트니를 하고 있는데요. 아이가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고, 좋은 감정을 느꼈으면 좋겠고,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으니까 또래 아이들을 대하는 법을 배웠으면 좋겠고, 저도 아이 친구 엄마들을 만나러 겸사겸사- 여기서 수업 두 개를 더 늘리려구요. 그런데 아이 월령에 적합하고, 제가 원하는 요일과 시간대에 맞는 수업이 없었어요. 그래서 원하는 요일을 포기하고, 그나마 시간대는 괜찮은 뮤직아이를 들어보기로 했답니다.



뮤직아이음악의 기초부터 악기연주에 이르기까지 누리과정의 교육목표에 따라 통합예술교육을 단계별로 구성한 유아전문 음악프로그램이예요. 0세부터 3세까지, 엄마와 함께하는 '오감이랑 놀자'프로그램을 비롯해 7세 이상, 초등교과연계 악기연주놀이를 하는 '악기랑 놀자'에 이르기까지 유아들을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되어 있더라구요. (4~6세를 위한 그림악보놀이, 기초음악이론 등도 있어요)

뮤직아이라고 하면 바로 뒤에 '클래식이랑 놀자'가 따라붙기 때문에 "클래식...? 지루한거 아니야?"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을 것 같은데, 오늘 첫 수업에서 나온 음악은요. 작자미상의 고양이춤이었어요. 조금 의외라고 생각했네요. 이 음악은 동요 '쥐가백마리'를 떠올리시면 돼요. 그 노래의 원곡이 고양이춤이거든요.

  "쥐가 한 마리가~ 쥐가 두 마리가~ 쥐가 세 마리 네 마리 다섯 마리가~"  


모차르트, 바흐 같은 유명한 음악가들의 음악을 재구성하여 수업이 진행될 줄 알았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음악이었어요. 하지만 선생님이 작자미상의 곡은 오늘이 처음이라고 하신만큼 앞으로 수업을 여러차례 들어봐야 어떤 스타일인지 파악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더블헤드 마라카스


수업은 마라카스로 시작됐어요. 더블헤드 마라카스라고 하나요. 조금 독특하게 생겼죠? 선생님은 제 무릎 위에 앉아있는 아이에게 마라카스를 데굴데굴 굴려주셨어요. 엄마 두 개, 아이 두 개씩 나눠 가지라고 총 네 개를요. 그렇게 나눠가진 마라카스를 우리는 선생님이 불러주시는 노래(고양이춤 음악에 가사를 입힌)에 맞춰 흔들었어요.



가사는 이랬어요. "아이 냄새나~ 아이 냄새나~" 이 부분이 강렬하게 기억에 남아 뒷 부분은 사실 가물가물한데요. 아마 깨끗하게 씻자는 내용이었겠죠? 박자에 맞춰 마라카스를 흔들고, 바닥에 찍고, 만세를 부르며 놀았어요. (모두 즐거워 보이던데 저는 박자 맞추기가 너무 힘들었네요)

카바사


그리고 개인적으로 마라카스는 아이가 노크 수업에서 자주 흔들어본지라 다른 교구가 빨리 나왔으면- 하고 속으로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 때 등장한 악기가 바로 이 카바사 인데요. 한 손으로 지탱하고 좌우로 비틀면, 몸통은 가만히 있고 겉에 붙어있는 구슬 부분이 통째로 움직이는거예요.

흘러나오는 노래가 '냄새 나기 때문에 깨끗이 씻어야 한다'는 내용이어서, 내용에 맞춰 카바사를 손이랑 발에 문질러 씻는 시늉을 해보았어요. 소리는 생각보다 곱지 않고, 그냥 마라카스와 shaker에 가까운 음색이라고 느꼈구요. 아이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이 때 어떡하지?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스펀지


카바사가 들어가고* 스펀지가 등장했어요. 선생님은 두 개의 스펀지를 비빌 때 나는 소리를 들려주시고, 한 손으로 꾸욱 눌렀다가 놓으면 하늘로 튕겨져 나가는 모습도 보여주셨어요.

*아이 및 부모들이 만지는 모든 준비물은 수업 전 챙겨주신 물티슈로 깨끗이 닦은 후 반납합니다.

오감놀이


그리고 선생님은 커다란 매트를 깔고 수많은 스펀지를 와르르 쏟아주셨어요. 그리고 스펀지를 손가락에 끼우기, 까꿍 놀이, 쌓기 등을 보여주셨네요. 아이들은 손가락에 끼우는 걸 좋아했고, 스스로 해보려 했어요. 까꿍 놀이는 말할 것도 없이 아이들의 관심을 끌기 위한 최고의 방법이었구요. 쌓기는 선생님이나 부모가 쌓으면 아이들이 시원하게 무너뜨리는 역할을 맡았어요.


혹자는 이렇게 뭐가 마구 널브러져 있으면 아이들이 이 안에 들어가 난장을 피우리라고 생각하는데, 그건 좀 더 나이가 있는 아이들이 하는 행동이구요. 요맘때 아이들은 특히나 여자아이들은요. 뭐 하나를 만질 때도 조심스레 들어올리고, 뚫어져라 쳐다보고, 관찰하고 그래요. (선생님의 의도는 그게 아니었다 할지라도) 저희 아이도, 함께 수업을 받은 또래 아이도 신체 활동보다는 탐구에 더 몰입한 모습이라 신기했네요. 다른 건 몰라도 스펀지 정도는 온 몸으로 느끼며 놀 줄 알았는데.

주제 활동 직접 해보기, 미니 세탁기


하마터면 잊을 뻔 했는데 오늘의 주제가 깨끗하게 씻자는 거였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귀여운 세탁기가 또 등장했어요. 이 안엔 스펀지와 모자를 넣고 돌려보았어요. (매트를 깔기 전 선생님께 앞치마와 모자를 받았어요) 작동방법은 일단 전원을 켜고, '물'버튼을 누른 후 물 소리를 듣고, '세탁'버튼을 눌러 위잉위잉 돌아가는 것을 보는거예요. 실제 세탁기처럼 빙글빙글 돌아가더라구요.

선생님은 역시 여자아이들이라 그런지 참 좋아한다고 하셨어요. 남자 아이들은 스펀지를 무너뜨리고 발로 차는 일에 더 관심이 있지 세탁기엔 관심 없대요. 너무 신기해요. 성별에 따라 그런게 정말 있는가봐요.


수업은 40분인데 35분이 되었을 때 선생님이 수업 정리를 하셔서 '왜 이렇게 일찍 끝나지?'싶었는데요. 비눗방울 때문에 그런거더라고요. 트니트니도 그렇고 어쩌면 다른 수업도, 수업이 끝나면 비눗방울을 꼭 불어야 하나봐요. 저희 아이는 비눗방울을 무지하게 좋아해서 내내 엄마 옆에 찰싹 붙어있다가 앞으로 튀어나갔어요.


이렇게 수업은 끝났습니다. 어떠셨나요? 제 소감은요. 왜 문화센터는 수업료가 저렴한 편이잖아요. 그러니까 크게 기대는 하지않고 가벼운 마음으로 가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기대 이상이었던 트니트니 때문에 너무 기대를 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다음주 수업은 들어보려고요. 클래식을 수업에 어떻게 응용할지 궁금해서요.



뮤직아이는 연세대 미래교육원에서 음악놀이전문가 과정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한 검증된 교사만을 전문강사로 파견하고 있다고 해요.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분기별로 세부교육 및 강사관리로 철저하게 자격을 관리하고 있다고 하고요. 그리고 수업시 들었던 음원은 뮤직아이 홈페이지 내에서 다시 들어볼 수 있다고 합니다.

상담 당시 선생님이 피아노를 직접 쳐준다고 하셔서 내내 고민하다 저는 그 말에 맘이 많이 동했거든요. 피아노를 어떻게 쳐주실지, 아이는 어떤 반응을 보일지 사실 그게 가장 궁금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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