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저도 별것 아닌 일까지 오래 고민하던 때가 있었어요.
오늘 반찬은 괜찮았는지, 주말을 너무 허무하게 보낸 건 아닌지, 아까 조금 크게 말한 것이 아이 마음에 남지는 않았을지 하루가 끝난 뒤에도 혼자 복기하곤 했습니다.
그때는 그저 아이에게 하나라도 더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나고 보니 잘해주고 싶은 마음이 앞선 나머지 스스로에게 너무 많은 부담을 주고 있었더라고요.
아이가 즐거워하기도 전에 제가 먼저 준비하느라 지치고, 작은 실수에도 스스로 점수를 깎고 있었으니까요.
조금 힘을 빼고 그 시간을 돌아보니 부모가 유난히 지치기 쉬운 순간에는 몇 가지 공통점이 있었어요.
좋은 부모가 되려는 마음은 그대로 두되, 굳이 완벽하게 해내지 않아도 되는 일들은 무엇이 있는지 하나씩 정리해 봤습니다.
1. 남들이 좋다는 건 다 해주고 싶을 때

누가 어느 학원이 좋다고 하면 알아보게 되고, 잘 읽는다는 책이나 영양제가 보이면 일단 저장해둬요.
안 해주자니 우리 아이만 놓치는 것이 있을까 불안하고, 막상 시작하고 나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할까 또 신경이 쓰이고요.
이럴 때 부모를 지치게 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라 좋다는 것은 놓치지 않고 다 해줘야 한다는 마음이에요.
그러나 아무리 좋은 것도 지금 우리 아이에게 필요하지 않으면 짐이 될 수 있어요.
남들이 추천한 목록을 전부 채우기보다 지금 아이에게 필요한 것 하나를 고르는 편이 부모의 마음도 훨씬 가벼워집니다.
2. 아이의 하루를 매일 알차게 채우려 할 때

체험도 시켜주고 싶고, 운동과 독서도 놓치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주말까지 일정을 채우다 보면 아이보다 부모가 먼저 방전되기도 합니다.
물론 다양한 경험은 좋지만, 아이에게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필요해요.
심심해서 뒹굴다가 혼자 놀이를 찾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니까요.
3. 매 끼니를 완벽하게 차리려 할 때

골고루 먹여야 한다는 마음으로 영양과 색깔까지 맞춰 식탁을 준비했는데, 아이가 한입 먹고 수저를 내려놓을 때가 있어요.
정성은 가득한데 손님이 협조적이질 않는거죠...
아이의 식사는 하루가 아니라 일정 기간의 전체 섭취를 살펴보는 것이 좋아요.
한 끼를 적게 먹거나 몇 가지 음식만 찾았다고 바로 큰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계란밥도 훌륭한 한 끼예요.
매 끼니 너무 애쓰지 말아요.
한 끼의 완벽함보다 꾸준히 잘 먹는 흐름이 더 중요하니까요.
4. 언제나 다정해야 한다고 생각할 때

화를 내지 않고 차분하게 설명하는 부모가 되고 싶지만, 사람에게는 체력과 인내심의 한계가 있어요.
피곤한 날에는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는 것만으로도 목소리가 커질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한 번도 흔들리지 않는 모습이 아니에요.
감정이 가라앉은 뒤 잘못한 부분을 인정하고 다시 대화하면 됩니다.
부모가 사과하는 모습은 권위를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 실수한 뒤 관계를 회복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일이니까요.
5. 아이의 문제를 모두 내 탓으로 돌릴 때

아이가 친구와 자꾸 다투거나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면 부모는 자연스럽게 자신부터 돌아보게 돼요.
'내가 뭘 잘못했나?'
'내가 잘못 가르친 건 아닐까?' 하며 지나간 일까지 하나둘 떠올리게 되고요.
하지만 아이의 모습이 오롯이 부모의 양육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타고난 기질과 발달 과정, 또래 관계와 주변 환경처럼 여러 가지가 함께 영향을 줍니다.
물론 부모의 역할도 중요하지만, 아이에게 생기는 모든 어려움의 원인이 다 부모에게 있는 것은 아니에요.
아이가 지금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과 내가 잘못 키웠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6. 다른 집과 비교하기 시작할 때

누구네 아이는 벌써 책을 술술 읽는다 하고, 누구는 주말마다 아이와 여기저기 다니는 모습을 보면 괜히 마음이 조급해질 때가 있어요.
평소에는 별생각 없던 우리 집 일상도 그 순간엔 왠지 부족해 보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다른 집도 늘 사진 속 모습처럼 사는 건 아니에요.
우리 눈에 들어오는 건 대부분 잘된 순간, 보여주고 싶은 장면들이니까요.
아이들도 저마다 빠른 게 있고 천천히 익히는 게 있습니다.
남의 아이가 어디까지 갔는지 자꾸 확인하기보다, 우리 아이가 전보다 무엇을 하나 더 할 수 있게 됐는지 보는 편이 훨씬 정확해요.
아이의 성장은 나란히 세워놓고 비교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니까요.
7. 도움 받는 것을 미안해 할 때

아이를 키우다 보면 하루종일 쉴 틈 없이 누군가에게 불려요.
밥을 차리면 물을 찾고, 치우려 하면 놀아달라고 하고, 겨우 앉으면 또 엄마를 찾고...
그러다 보면 내 밥은 늘 식어있고, 별 것 아닌 일에도 짜증이 나는 날이 생기죠.
그럴 때는 조금 남의 손을 빌려도 괜찮아요.
배우자나 가족에게 아이를 맡기고, 필요하면 돌봄 서비스를 이용해도 됩니다.
거창한 휴식이 아니어도 밥 한 끼 천천히 먹고 잠깐 혼자 있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일 때가 있으니까요.
모든 걸 혼자 해내는 것만이 잘하는 육아는 아니에요.
도움을 받는 것도 오래 잘 돌보기 위한 방법입니다.
✔️ 누구를 위한 최선인지 생각해보기
생각해 보면 부모를 지치게 했던 것들 중에는 아이가 요구한 적 없는 일도 꽤 많아요.
더 좋은 것을 먹이고, 많은 경험을 하게 해주고, 늘 다정하게 대하고 싶었던 건 대부분 부모인 제가 먼저 세운 기준이었으니까요.
그래서 지금은 '좋은 부모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라는 생각보다 아이를 먼저 보는 게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가 이렇게까지 애쓰는 일이 지금 이 아이에게도 정말 필요한지 말이에요.
부모의 최선과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언제나 같은 것은 아니니까요.
모든 것에 최선을 다하는 부모보다, 어디에 마음을 써야 하는지 아는 부모가 되는 것.
요즘 제가 생각하는 '잘 키운다'는 건 오히려 그쪽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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