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보면 한 번 싫어진 사람은 뭘 해도 마음에 안 들 때가 있어요. 
 
예전에는 그냥 넘겼던 말투도 거슬리고, 다른 사람이 했다면 별생각 없었을 행동도 그 사람이 하면 유독 눈에 거슬리고요. 
 
말이 많으면 시끄럽고, 말이 없으면 또 분위기를 안 맞추는 것 같고, 적극적이면 나대는 것 같고, 가만히 있으면 또 성의가 없어보입니다. 
 
이쯤 되니 좀 궁금해지지 않나요?
 
정말 그 사람이 계속 싫은 행동을 하는걸까요, 아니면 한 번 싫어진 뒤부터 그를 다르게 보고 있는 걸까요?
 
알고보니 사람을 싫어하는 마음에도 나름의 작동 방식이 있었습니다.
 
 

 
 


 
 

싫은 감정은 왜 오래 남을까

 
 
사람은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을 똑같은 무게로 받아들이지 않아요. 
 
평소에 좋게 보던 사람에게 한 번 크게 실망하면, 사람은 좋았던 기억보다 그때의 실망을 더 오래 마음에 남겨둡니다. 
 
심리학에서는 이렇게 좋은 것보다 나쁜 것에 더 크게 반응하는 특성을 '부정성 편향' 이라고 하는데요.
 
평소 열 번을 잘해도 한 번 크게 실망하면 그 한 번이 전체적인 인상에 더 크게 남는다고 합니다.
 
좋았던 기억이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싫었던 일이 그 사람을 바라보는 데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거죠. 
 
(반대로 좋은 기억을 모으면 나쁜 기억 하나도 지워주는 적립 제도가 사람 마음에도 있다면 좋을텐데요.)
 
 

싫은 사람은 왜 뭘 해도 미울까

 
 
한번 생긴 인상은 그 뒤에 그 사람을 바라보는 데도 영향을 줍니다.
 
심리학에서는 한 사람에 대한 좋은 인상이 다른 모습까지 좋게 보이게 만드는 현상을 '후광효과' 라고 해요. 
 
반대로 안 좋은 인상 때문에 다른 모습까지 나쁘게 보이는 경우는 흔히 '뿔 효과'라고 하고요. 
 
그래서 같은 행동도 누가 하느냐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거예요.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주장을 분명하게 하면 소신있어 보이고, 싫어하는 사람이 그러면 고집스러워 보여요.
 
좋아하는 사람이 조용하면 차분해 보이는데, 싫어하는 사람이 조용하면 괜히 분위기를 안 맞추는 것 같고요. 
 
우리는 그 사람의 행동만 보고 판단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그 사람에 대한 내 감정이 작동하고 있던 셈이에요.
 
그러니 한번 싫어진 사람에게는 꽤 불리합니다. 
 
뭘 해도 마이너스 점수부터 받고 시작하는 거니까요.
 
 


 

싫은 마음은 어떻게 확신이 될까

 
 
누군가를 한번 싫어하기 시작하면 그 마음은 시간이 지나면서 더 확실해지기도 합니다.
 
사람은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과 잘 맞는 모습을 더 쉽게 알아차리고, 그렇지 않은 모습은 별생각 없이 지나쳐버릴 때가 있는데요. 
 
심리학에서는 이런 경향을 두고 '확증 편향' 이라고 합니다.
 
예를들어 누군가를 배려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면, 자기 몫부터 챙기는 모습을 보고 유독 눈에 거슬린다고 생각할 수 있고요. 
 
반대로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모습은 봐도 별로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어요. 
 
그러다 보면 내가 처음에 가졌던 인상과 맞아떨어지는 장면이 하나둘 쌓이면서 그 생각은 점점 확실해 집니다.
 
물론 정말 처음부터 그 사람을 정확하게 본 걸 수도 있어요.
 
하지만 이미 생긴 인상 때문에 그에 맞는 모습만 내가 더 잘 보고 있었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가 싫어하는 건 사람일까, 행동일까

 
 
그렇다면 내가 느끼는 감정이 실제 행동 때문인지, 이미 생긴 인상의 영향인지 어떻게 구분할 수 있을까요?
 
완벽하게 가려내기는 어렵지만 한 번쯤 해볼 만한 질문은 있어요. 
 
'다른 사람이 똑같이 했어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을까?'
 
누가 해도 무례하고 불쾌한 행동이라면 답은 간단합니다. 정말 그 행동이 싫은거예요. 
 
그런데 좋아하는 사람이 같은 행동을 했을 때는 웃고 넘어갔을 것 같다면, 적어도 그 순간에는 행동보다 사람에 대한 감정이 먼저 작동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물론 이렇게 생각해 본다고 싫던 사람이 갑자기 좋아질 것 같지는 않아요.
 
결국 같은 행동도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다르게 보일 수 있다는 거예요. 
 
 



 

싫은 마음도 스스로 오래가려고 해요

 
 
처음에는 한 번 싫어진 사람이 왜 뭘 해도 싫어보이는지가 궁금했어요. 
 
그런데 알아보다 보니 조금 재미있는 지점이 있었습니다.
 
처음 싫어진 데에는 분명 상대의 말이나 행동이 영향을 줬을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뒤에는 이미 생긴 싫은 마음이 또 다른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이미 생긴 싫은 마음도 꽤 열심히 자기 수명을 늘리고 있었던 거예요. 
 
같은 행동을 전보다 나쁘게 받아들이고, 마음에 안 드는 장면은 더 잘 발견하면서 처음의 감정이 쉽게 사그라들지 않도록 만드는거죠. 
 
그러고 보면 누군가를 싫어하게 된 이유와, 계속 싫어하고 있는 이유는 같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처음에는 그 사람의 행동 때문에 싫어졌지만, 나중에는 이미 굳어진 인상 때문에 계속 싫어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래서 다음에 누군가가 뭘 해도 마음에 안 드는 순간이 오면 한 번 생각해 보려고 해요. 
 
지금의 그 사람을 보고 있는 건지.
 
처음 싫어진 그날의 마음으로 보고 있는 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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