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음악, 미술 중 미술 시간이었어요. 노크는 저번 주 주제와 이어지기 때문에 귀여운 돼지 꾸꾸가 다시 찾아왔는데요. (손에 끼우는 교구 모습으로) 잠시였지만 반가웠답니다.

사진은 업로드할 것이 너무 많아 첨부 하지 않으려고요. 꾸꾸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저번 주 링크 첨부할테니 참고해주세요!

 

노래하는크레용 9월 1주차 / 아기 돼지 꾸꾸 🐷

오늘 수업에는 누가 찾아왔을까요. 꾸꾸가 찾아왔어요. 꿀꿀 아니고 꾸꾸요. 바로 수업 내용으로 들어가볼게요. 선생님은 펠트지로 만든 돼지 교구를 손에 끼우고 인사를 해주셨어요. 아이는 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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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와 인사를 끝내고, 선생님은 동그란 알 두어개를 차례대로 천천히 보여주시고, 손바닥으로 촉감을 느껴보도록 굴려 주셨어요. 그리고 커다란 바트를 하나 꺼내셨어요.

이 안에 한 알씩 떨어뜨리며 소리를 먼저 들어봤어요. 뒤이어 쏟아부으며 나는 큰 소리도 들어봤고요. 무게감이 있어 소리가 참 크더라고요. 그 후엔 아이의 발을 숨겨보며 촉감을 느껴보도록 해주셨어요.


그 동그란 알은 바로 '황토볼'이었어요. 황토는 동의보감에도 나올만큼 효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죠. 황토는 원적외선 방사로 인해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데요. (정확히는 원적외선 열작용→피부에 침투→혈액순환 촉진→몸 속 노폐물 제거 순)

그런데 저는... 이 황토가 아이에게 안전한 것인지 사실 궁금했어요. 유아 수업 재료로 쓰일 정도면 위험하진 않겠지만, 평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보니 괜찮은가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찾아봤어요. 그리고 두 가지 사례를 발견했어요.

메디클레이 라는 미스트 제품이 있어요. 이 제품은 성분에 황토추출물 지장수를 함유하고 있는데요. 제품을 만든 대표는 이 제품이 갓난아기부터 문제성 피부로 고민하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터뷰 한 바 있어요.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더라고요. "아기의 피부는 한 번 상하면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빠르게 진정, 재생 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황토 추출물 지장수이다."라고요.

그리고 이건 십 년 전 이야기긴한데요. LG생활건강에서 황토가 함유된 기능성 아기 기저귀를 출시해 한국 원적외선 응용평가 연구원으로부터 품질 인정을 받은 적이 있었더라고요.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을 이용해 혈액 흐름을 촉진 시켜주고, 항균 작용과 탈취 기능이 뛰어나 연약한 아기 피부를 보호해 준다고 회사 측은 강조를 했었어요.

 



황토에 의한 아기 피부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을 다행히 저는 못 찾았어요. 아기도 쓸 수 있는 미스트, 그리고 무려 기저귀! 의 정보를 접하고 나니 이제는 의문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 황토 촉감놀이를 해줄 것은 아니지만 아기가 직접적으로 만지고 경험한 것이다보니 궁금했어요)


수업 내용으로 돌아올게요. 아이는 엉덩이로 촉감을 느껴보고 있어요. 무서워 하지도 않고 선생님께 몸을 맡기더라고요. 재밌었나봐요.


이건 플라스틱 컵에 황토볼을 담은 뒤 꽂을 꽂아보는 활동이에요. 하지만 아이는 저 플라스틱 컵을 보자마자 황토볼을 담고 따르기 바빠서, 꽃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몇 초 뒤 바트 옆에 나뒹굴게 되었어요. (평소 담고 따르는 활동을 굉장히 좋아해요. 아마 웬만큼 재미있는게 아니고서는 눈길을 끌 수 없었을거예요)


저희 애기는 평소 키즈카페에서도 편백나무존을 가장 좋아하고, 거기서 양동이와 삽으로 담고 쏟고 하며 기본 삼십 분은 놀아요. 그리고 저희 집에 러닝타워가 있어요. 그 위에 올라가 이 젖병에서 저 젖병으로 물을 옮겨 담고 쏟고, 그렇게 올라가 있으면 저는 한숨 자도 될 정도로 혼자 잘 놀더라고요.

이 활동이요. 어른한텐 쉬워 보이지만 눈손협응력도 발달이 잘 되어야 하고, 근육조절력도 필요한 거거든요. 집중력도 발휘해야 하고요. 질서감, 독립심 등을 기르는데에도 좋은 작업이라서 엄마인 저는 열렬히 지지해주고 있어요.

 



아, 그리고 러닝타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기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싱크대 밑으로 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어요.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물을 담은 그릇째 바닥으로 쏟아버릴 때도 있답니다. 그럴 때 저는 싱크대에서만 놀아야 한다고 일러주고, 준비해 둔 수건으로 바닥을 닦아요. 자기조절능력은 자유의지에 의한 반복학습으로 향상된다고 믿거든요. 능력과 규칙을 스스로 내면화 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어요.

사진을 보고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다시 수업 내용으로 돌아갈게요.

선생님은 컵을 하나가 되도록 포개고, 그 안에서 황토볼이 흔들리는 모습, 뚜껑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모습 등을 보여주셨어요. 그리고 삽을 꺼내주셔서 삽으로 컵에 황토볼을 담아보기도 했고요. 그럴 때마다 나는 소리는 정말 컸어요. 황토볼이 무게감이 있어 떨어질 때마다 큰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가볍지 않아 잘 떠지지도 않았네요)


황토볼이 들어가고나자 이번엔 황토가루가 등장했어요. 아이가 물을 쭈욱 짜면 선생님이 붓으로 가루를 잘 풀어주시는 역할을 하셨어요. 아이에게도 붓을 건네주며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니 빨리 물 다시 달래요. (호불호 확실함)


그렇게 풀어진 황토기루가 마침내 진흙처럼 되었어요. 손에도 발에도 발라보고 놀았어요. 선생님이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고 말씀 하셨는데 조금 묽게 된 편인가봐요.


그렇게 황토팩하듯 놀다가 돼지도 진흙 목욕을 시켜주었어요. 붓으로 쓱싹거리며 잘 놀더라고요. 귀도 다리도 엉덩이도 꼼꼼하게 터치해주었어요.



수업이 끝나고 저는 아이를 뒤에서 안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잘 안 지워진다고 하셔서 걱정 했는데, 다행히 피부에 닿은 건 잘 지워졌어요. 엉덩이에도 황토가루가 잔뜩 묻었기 때문에 닦아주다가 세면대에서 의도치 않은 목욕을 하게 되었었네요. 그러고 나오니 선생님은 아직 정리 중이시더군요. 역시나 뒷정리가 힘든 황토 촉감놀이...

수업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재료라고 새삼 다시금 생각했어요. 이 날의 노크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끄읕!

+) 정들 때 되니까 이사가는 이 지역에서의 마지막 노크 수업이었습니다. 능력 있고 착하신 선생님이 저희 아이를 맡아주셔서 정말 감사했고,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좋은 기억을 주셔서 이사가서도 노크는 계속 진행을 해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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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수업에는 누가 찾아왔을까요. 꾸꾸가 찾아왔어요. 꿀꿀 아니고 꾸꾸요. 바로 수업 내용으로 들어가볼게요.

선생님은 펠트지로 만든 돼지 교구를 손에 끼우고 인사를 해주셨어요. 아이는 낯설거나 아마 무서웠는지 처음엔 조금 주춤하더라고요. 그러다가 선생님이 똑같은 돼지 한 마리를 더 꺼내주시고 그건 엄마 손에 끼라고 했을 적부터 안심이 되었는지 그 때부터 수업에 본격적으로 참여하였어요. 돼지는 아이에게 뽀뽀도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도 들려주었답니다.


그 다음에 등장한 융판이에요. 코와 꼬리 그리고 발굽이 없는 돼지 한 마리와 코끼리, 코뿔소, 호랑이의 신체부위가 각각 붙여져 있네요. 어떤 활동을 할 지 바로 감이 오시죠?

 


저희 아가는 융판에 붙어 있는 돼지에게 호랑이 발을 붙인다거나 코끼리 꼬리를 붙이면서 창의적으로 놀았어요. 손에 끼우고 놀던 돼지의 코에도 코뿔소의 뿔이 붙어 있네요. 정답이 엄연히 존재하지만 19개월 아기에게 빡빡하게 굴 필욘 없으므로 그렇게 이렇게 다양하게 만들어보면서 스무스하게 넘어갔답니다. 물론 돼지를 한 번 완성시켜보기도 하였고요. (선생님이 하셨지만)


오늘 수업은 음악, 미술 중 음악이라 악기를 흔들어 볼 거예요. 선생님이 틀어주신 꾸꾸의 노래가 평소 들었던 노래보다 더 신나고 좋은 느낌이었는데 제가 기억력이 좋지 않아 가사가 단 한 줄도 기억 나지 않네요. 후에 알았는데 그 노래를 통해 4분 음표를 익힐 수가 있었대요.

노크 회원이라면 홈페이지에 들어가 음원을 들어볼 수 있는 거 아시죠? 방문수업이 끝나고 그 날 배웠던 내용을 오래 기억하게 하기 위해 연계 독서나 확장 활동을 하는 부모님들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만일 아이가 수업 중 흘러나오던 노래를 좋아했다면 홈페이지에 들어가 음원을 찾아 들려주는 것도 좋을거예요. 저희 애기는 막 좋아하는 느낌은 아니라 찾아보진 않았습니다.

 


사진 속 아이가 들고 있는 악기는 마라카스예요. 새삼 또 많이 컸다는 게 느껴지는게 예전에는 악기 소리를 리드미컬하게 들려주시는 선생님을 바라만 보거나 땅바닥에 내리친다거나 하며 뚱땅거렸다면, 이제는 제법 선생님을 잘 따라해요. 고작 몇 개월 사이에요. 진짜 무서울 정도로 빨리 크는 ‎것 같아요.


돼지가 다시 나타났네요. (순서가 조금 뒤죽박죽인 점 양해 바라요) 돼지는 왜 진흙 목욕을 하잖아요. 스스로 체온 조절을 못 해서 그렇게 체온을 2도씨 정도 낮추거든요. 돼지 몸에 진흙을 묻히는 과정부터 털어내는(사진을 잘 보시면 진흙 뒤에 하얀 게 붙어 있지요, 벨크로에요. 찍찍이요) 과정까지 아이가 전부 직접 해보았어요. 아, 놀이를 통해 습득하는 지식이 무엇보다 좋은 거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좋았어요.

또, 사진을 잘 보시면 선생님이 발목에 뭘 차고 계세요. '손목방울'이라고 하는 리듬악기인데요. 4개의 방울이 경쾌한 소리를 만들어 내는 악기랍니다. 선생님과 애기는 오늘 이 손목방울을 발에 차고 노래에 맞춰 신나게 춤을 추었어요.


이렇게요. 선생님 발에 손목방울이 사라졌는데 그건 아마 아기 허벅지에 채워져 있는걸거예요. 발이 너무 얇아서 종아리엔 채워지지 않는 거 있죠. 그렇게 악기를 다리에 착용하고 선생님 손을 잡고서 쿵쿵쿵쿵! 신나게 춤을 추었어요.


이건 제가 따로 만들어주고 싶을 정도로 아이디어가 좋다고 생각한 교구예요. 모양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발바닥이라 아이가 밟고 걷거나 제자리에서 뛰며 촉감을 느껴볼 수 있고요. 각각의 이름은 이러해요. 폼폼이(빨간색 발바닥), 스팽글(주황색), 모루(연두색), 주름지(메론색), 백업(파란색). 이 교구를 사용한 첫 번째 놀이는요.

각 발바닥이랑 똑같은 발바닥이 하나씩 더 있어요. 발바닥 색깔만 다르고 위에 재료가 똑같은건데, 여기서 똑같은 재료로 만든 발바닥을 구별해내는 놀이였어요. 저희 애기는 잘 맞춘 편이었는데요. 잘 못 하더라도 과정이 의미 있는 활동 같아요. 생각을 해야 하잖아요.


그 다음은 이렇게 일렬로 놓아두고 발로 재료들의 촉감을 느끼며 걸어보는 거였어요. 아이가 하기 전에는 선생님이 먼저 시범을 보여주셨는데, 저 발바닥에서 떨어지면 물 속에라도 빠질 것처럼 균형을 잡아가며 걷는 선생님을 보고 아기가 꺄르르 좋아했어요. 혼자서는 아직 낯선 감이 있어 선생님 손을 잡고 한 발 한 발 걸어보았네요.

 


끝까지 다 걸어보고나서는 그 근처에 있던 짱구도 한 번 걸어보았어요. 요즘 인형에 큰 애정을 보이는 아이가 눈을 반짝거리면서 보다, 짱구가 다 걷고 나니 선생님께 검지손가락을 추켜세우며 '한 번 더'를 요청하더라고요.

그렇게 다시 한 번 걷는 짱구와 그런 짱구를 바라보는 아이 뒤에서 저는, 애가 19개월이 되기까지 다양한 촉감놀이를 할 수 있도록 해 준 기억이 별로 없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조금 시무룩 해졌어요. (하소연이 될 것 같아 이하생략)


그러거나 말거나 이번에는 이열종대(한국말 사전에 없는 뜻이지만 뜻이 통하니까 그냥 쓸게요)로 발바닥을 두고 걸어봤어요. 애기는 엄마 쪽은 쳐다도 보지 않고 수업에 조용히 그리고 진지하게 임하더라고요.

아기가 트니트니 수업을 너무 좋아해서 맘껏 뛰어놀 수 있는 교구를 들일 생각이었는데 대체로 그런 교구들은 부피가 크거든요. 예를들어 평균대 같은거요. 이렇게 부피가 작은 교구로도 충분히 대근육 발달을 위한 활동 및 촉감놀이까지 가능하다는걸 왜 그 동안 잊고 살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표 놀이 책만 봐도 나오는건데.


이번에는 일렬종대로 다시 돌아왔지만 이전보다 칸을 조금 더 띄워서 건너봤어요. 한 칸 한 칸 건널 때마다 선생님이 애기 몸을 잡고 들어 올려 주셨습니다. 힘드실 것 같아서 걱정 되는 동시에 너무 감사했네요. 이런 세세한 부분은 솔직히 선생님 재량으로, 해도 되고 안 해도 되는 걸텐데...

 



오늘은 사진이 좀 많았죠. 사진으로도 전해드리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았네요. 다음주에는 오늘 수업과 이어지는 주제로 돼지와 연관 된 미술 수업을 할거에요. 재료가 무언지 아세요? 바로 황토가루랍니다. 아기가 어떤 반응을 보일 지 저 넘 궁금해요. 선생님이 황토가루는 묻으면 잘 지워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꼭 버려도 되는 옷으로 입혀 달라 하셨는데, 과연 어떤 그림이 펼쳐질 지 기대 돼요.



여담) 요즘은 살짝 넋이 나가 있어요. 육퇴를 해도 예전처럼 쌩쌩하지 않고 육아의 연장인 듯한 마치 야근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요. 잘 먹고, 잘 자고, 잘 쉬면 해결 되는 일이란 거 아는데 그게 현실적으로 불가능 해서 해결 방법을 찾지 못하고 멍 때리는 시간만 늘고 있어요. 좋은 부모가 된다는 건 생각했던 것보다 각오했던 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네요.

내일은 오랜만에 돈 내고 사서 고생 하러 갑니다. 이 핑계 저 핑계 대면서 너무 오래 안 나가고 있어 아예 보름치 스케쥴을 다 잡아버렸어요. 운동(육아는 체력이다) 끝나고 혹사 당한 몸으로 집으로 향할 때, 차가운 밤공기 속에서 정신이 좀 맑아지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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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이어 반가운 얼굴, 달팽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무려 실물이 찾아 왔습니다. 노크는 생태수업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그래서인지 오늘의 수업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포스팅을 꾸준히 보아주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노크는 1주차 음악, 2주차에 미술 수업을 합니다. 저번주에 달님과 함께 달님을 닮은 핑거심벌, 롤리팝드럼을 두드려봤던 거 기억나시나요?

 

노래하는크레용 8월 3주차 / 애벌레 팽이 🐌

오늘의 수업은 특히나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달팽이였는데요. 달팽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글을 읽다가 보면 아시게 되겠지만, 여튼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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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어 슬펐던 팽이에게 달이 큰 선물을 주었었잖아요. 내용이 참 감동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저번 주 수업이 끝나면서 선생님이 다음주엔 진짜 달팽이가 찾아올거라 하셨는데 이상하게 크게 기대가 되진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어떤 수업이든 달님을 만났던 시간보다 아이의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 수업이 되지는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생각이 맞았어요. 하지만 오늘 수업도 그에 못지않게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 하였답니다. 온몸을 던져서 놀았어요.


수업은 깔고 앉은 비닐에 애벌레(일명 팽이)를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되었어요. 오른쪽 피카소 뺨치는 작품(낙서 아님)은 저희 아가가 그린거구요. 오른쪽으로 쓱 왼쪽으로 쓱! 터치 한 번만 해도 어른 두 명이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었었네요.

 


그 다음으로는 사진으로 보면 확인하실 수 있는 선명한 달팽이 사진을 선생님이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여기서 달팽이에 대해 짧게 짚고 넘어가볼까요.

🐌 ❓달팽이는 자웅동체에요. 하지만 짝짓기를 통해 알을 낳아 번식하죠. 대부분의 달팽이들은 '성별이 없다'고 표현해도 무방해요. 수분손실을 막기 위하여 낮에는 달팽이 껍데기 속에 막을 쳐놓고 다른 데 붙어 있거나, 돌 밑에 숨어 있고요. 밤에는 나무 위에 올라가 곰팡이 같은 균류, 식물의 잎 등을 갉아먹어요.

달팽이는 초식성이지만, 동물의 사체나 탈피 중인 곤충을 먹기도 한답니다. 반려 달팽이의 경우에는 주로 당근이나 오이, 상추 같는 채소를 주면 잘 먹어요. (당근 같은 단단한 먹이는 감자칼로 얇게 깎아주면 더 잘 먹어요)

끝으로, 야생의 달팽이는 생태계의 순환자, 환경미화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위에서 달팽이는 주로 곰팡이 같은 균류를 먹고 산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개중에는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기생 생물류를 먹기도 해요. 그것들을 잘게 분해한 후 배출하는 배설물은 비료가 되어 자연계의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돕기도 한답니다.


한 생물을 요약하여 소개해 드리려니 칸이 심히 모자라네요. 쨌든, 달팽이가 수분보충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만 가지고 우리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봅시다.


달팽이는 선생님의 조심스런 손길 아래 팩 따위에서 들려 꺼내졌어요. 더욱 자세히 관찰하기 위하여 투명 플라스틱 위에 달팽이를 올려 놓아 주셨구요. 사진을 보시면 고사리 같은 손이 분무기를 들고 있죠? 미동도 없는 달팽이에게 수분보충을 핑계 삼아 밍기적 거리는 모습이라도 보기 위함이었어요. 분무기로 물을 뿌리니 달팽이가 조금 움직이더라구요. 저는 태어나서 달팽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게 처음인데, 신기했습니다.


달팽이를 만지기 전에는 선생님과 아이가 약속을 하나 했어요. 달팽이를 세게 누르면 달팽이가 아파하니 절대 세게 누르지 않고 살살 달래듯이 만지기로요. 아이는 일단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은 인지한 눈치였어요.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는 손길이 우리처럼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그러는 것 같았는데, 뭐 이건 제가 엄마라서 제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걸수도 있습니다.


유일하게 달팽이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때는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상추를 주니까 고개를 왔다갔다 하며 갉아먹기 바빴는데요. 오우,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이건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요 작은 녀석이 먹긴 엄청 먹고 또 엄청 싼다고 하네요? 그 응가 냄새는 정말 고약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섭취한 채소의 색깔대로 응가를 눈다고 하는데 뭔가 신비롭고, 갈수록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반려 달팽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의외로 좀 계시는 것 같았는데, 요 작은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하나 도와준다는 점이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한편, 대단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이건 알로에젤이에요. 뜬금없이 웬 알로에냐구요? 달팽이를 만졌을 때 점액을 느꼈거든요. 끈적끈적한 달팽이 점액을 이 날의 수업재료로 사용하기에는 양이 적고, 비인간적이니 알로에젤을 대신 활용한 것 같아요.

알로에젤은 발라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일단 시원하구요. 달팽이 점액처럼 끈적끈적 하지는 않지만 물처럼 흐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손으로 움켜쥘 수도 있고, 원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만져볼 수가 있어요. 그리고 모든 알로에젤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냄새도 좋더라고요. 선생님은 알로에젤 한 팩을 그 자리에서 뜯어 모두 짜주셨는데, 양이 꽤 많아서 제대로 촉감놀이 하는 기분이 나 정말 좋았습니다.

 


아이는 뭐 물 만난 고기마냥 좋아했지요. 두 손으로 선생님이 짜주시는 알로에젤을 받으면서 양손 가득 넘쳐 흐르는 알로에젤을 움켜쥐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감촉을 느껴보기도 하고, 바닥에 뿌려진 젤을 가지고 미끄덩 거리는 느낌을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경험 해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건 역시나 선생님이 알로에젤을 손에 짜주시는 그 순간이었어요. 저희 아이는 물감도 그렇고 언제나 손에 짜여지는 그 순간을 가장 좋아하더라구요. 왜 그러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블로그에 사진을 최대 8장 정도만 올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 중간 내용이 잘려 있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실텐데, 그렇게 잘려 나간 부분은 제가 최대한 설명으로 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

위 사진은 알로에젤 위에 선생님이 노란색 물감과 분홍색 물감을 짜주신 후 아이와 함께 합동하여 섞어놓은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애벌레를 그려주린건데요. 그림은 애벌레 말고도 별, 나비, 고래 등을 더 그려주셨어요.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자마자 저희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 손으로 치대어 없애버려서 요 사진은 매우 희귀한 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감의 질척함 그리고 알로에젤의 미끈함이 합쳐져 새로운 촉감이 탄생하였어요.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비로소 달팽이 점액과 비슷한 촉감이 만들어졌단 생각이 들었네요.

선생님은 수업 전 제게 먼저, 이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친구들이 있음을 알려주시고, 오늘 그렇게 진행이 되어도 괜찮겠느냐는 여부를 물어봐주셨어요. 저는 괜찮다고 했어요. 씻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제 아이에게 서보라고 하니 조금 두려워 해서 선생님이 두 팔을 잡아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셨어요. 그러면서 정말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왼쪽 오른쪽 왔다 갔다, 미끄덩 미끄덩 하게 해주셨네요. 아이는 처음엔 두려워 하는 눈치더니만 나중엔 즐겼어요.


물감은 손과 발을 비롯해 옷은 물론이고 거의 온 몸에 다 묻어버렸습니다. (머리에 안 묻은게 어디에요) 하지만 방금 말했다시피 씻으면 되니까 크게 상관 없구요.

선생님은 제자리 뛰기, 앉아서 스케이트 타기 등을 하게 해주셨어요. 아이는 마스크를 썼는데도 즐거워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모습으로한껏 놀았습니다. 수업 시간이 30분인 것이 오늘은 특히 더 아쉬운 날이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마치 티비 전원 끄듯 갑자기 중단을 해야만 하다니. 체력만 허락한다면 제가 해주면 좋은데 그 점이 아쉽고 안타까웠네요.

 


오늘 수업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구요. 씻기는게 무척 힘들 것 같아 지레 겁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아서 오늘도 역시나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수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을 업로드 하면서 알았는데 물감놀이를 하는 도중 선생님 양말에 물감이 묻었었네요. 수업할 때 전혀 몰랐었는데. 저희가 화장실로 씻으러 갈 때 닦아내셨는지 양말을 갈아 신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우리 선생님을 보면 '극한직업'이란 단어가 떠오를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돌아가실 때 별 건 아니지만 음료수라도 꼭 챙겨드리려고 하는데요. 아이가 19개월이 되기까지 여러 선생님들을 겪어봤는데, 이 선생님은 유독 더 특별해요. 미혼인데 아이를 키워봐야만 알 수 있는 스킬들과 애정이 도대체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건지 모르겠어요. 이제 곧 이사를 가는데 기준이 높아져 버려서 큰일입니다.

그럼 이만 글은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도 시간과 기타 여건이 허락한다면 수업 후기를 가지고 돌아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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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수업은 특히나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달팽이였는데요. 달팽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글을 읽다가 보면 아시게 되겠지만, 여튼 다른 때보다 마음이 더욱 몽글몽글 해지는 시간이었어요.


시작은 폼폼이로 만든 애벌레의 등장으로 시작됐어요. 막대기를 끼워, 막대기를 움직일 때마다 애벌레도 꼬물꼬물 거렸는데요. 저는 신박하다고 생각했으나 저희 아이는 싫은지 무서운지 제게 와 도리질을 치더라구요. (직접 조작해보면 좋았을텐데, 아쉬워라) 요 애벌레 이름은 팽이래요.

왜 팽이일까. 너무 궁금했는데 수업 중간에 물어보기도 뭐해서 혼자 유추해봤어요. 결국 '이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하며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지만요.


저 동그란 테이프심같은 것의 이름은 지관이라고 해요. 알록달록 색지를 붙여 애벌레의 몸통을 만들었네요. 실에 끼워 직접 한 마리의 애벌레를 완성해가는 경험을 하게 해주려 하셨어요. 요앞전에, 지관통을 덜 낯설게 하려는 의도로 손에도 발에도 끼워보는 시간을 먼저 가졌는데 아이가 그걸 너무 재미있어 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해도 아니라고, 다시 손에 끼우라고, 그래서 한참 그러고 놀다 여차저차 이 순서까지 왔어요.


완성된 지관 애벌레는 시키지 않아도 실을 들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더라구요. (아마 몬테소리에서 끌고 다니던 애벌레가 생각나 자연스럽게 그리 행동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애벌레를 완성하기 전에는 선생님이 쌓기를 보여주셨어요. 늘 다양하게 놀아주셔서 너무 감사한 우리 선생님.


스토리텔링은 빠지면 섭하죠. 오늘은 귀여운 애벌레 친구와 거북이, 그리고 천둥이 등장했는데요. 이야기는 이래요.

천둥을 동반한 비가 와서 거북이는 등껍질 속으로 얼굴을 쏘옥 숨겼는데, 달팽이는 집이 없어 내리는 비를 다 맞았어요. 너무 슬펐던 달팽이는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어요. 나도 집을 갖게 해달라고요. 그랬더니 달님이 내려와...


직접 애벌레의 집이 되어주었어요! 나이가 들었는지 제가 뭐가 잘못된건지 저 너무 감동 받았어요. 그래서 관객마냥 "우와~~" 수업에 끼어들면 안 되는데 참을 수가 없었네요. 팽이는 이제 달팽이가 되었어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저희 아이는 팽이에게 달님을 붙여달라는 권유에도 응하지 않았어요. 너무너무 반가운 친구를 만나 애정을 과시하느라 바빴거든요.

저희 아이는 매일 밤, 하늘에 달이 떠 있으면 저와 함께 인사를 나누어요. 없으면 달님이 바쁜가봐, 왔으면 또 오셨어요? 하면서요. 달님을 보면 아이는 손가락질을 하고, 인사를 하고, 눈을 못 떼요. 저는 아이 앞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수다쟁이라 아무 말 없는 달이랑도 계속 얘기해요. 이 시간을 날이 갈수록 아이가 좋아하는게 눈에 보여서 이제는 달을 외면할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그 달을 요즘은 못 보고 있어요. 요즘 잘 안 보이더라구요.


아이가 오옥! 오오옥! 하면서 좋아하는 달이라 제게도 특별해요. 남들이 보기엔 그냥 노란 동그라미일 뿐이겠지만 말이에요. 평소 달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져온 아이가, 선생님이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하며 꺼내주신 달을 눈에 띄게 너무 좋아해서 저는 또 감동을 받아버렸어요. 아이는 달을 가지고 소파로 갔어요. 그리고 깔고 앉고, 드러 눕고, 안아주고 난리가 났어요. 선생님이 제게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다고 하실 정도로요.



달님에게 건넨 인사는 우연히 시작되었는데 아이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 번 의욕이 불타오르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아름다운 것을 직접 볼 기회를 아주 아주 많이 제공해줄게.


그렇게 좋아하는 달님을 깔고 앉고(애정표현임) 이번에는 핑거심벌을 만져보고 있어요. 처음엔 종인 줄 알았는데요. 소리가 비슷해서요. 가까이서 보니 작은 심벌즈더라구요. 심벌즈 어떻게 치는 지 아시죠? 박수치듯 짝짝짝 치면 귀 찢어지는 거 아시죠. 요 작은 핑거심벌도 마찬가지에요. 양손에 하나씩 잡고 위에서 아래로 스치듯이 때려야 하는거에요. 핑거심벌은 오늘 처음 봤는데 귀엽고, 영롱한 소리에 반했어요.


롤리팝 드럼이네요. 위의 핑거심벌은 보름달과 같은 모양이라서 나왔던 것 같구요. 롤리팝드럼은 뭐 이것도 같은 이유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선생님이 달팽이의 등껍질을 연상시켜 주셨어요. 저희 집에 있던 곰돌이 푸우 등에 올려 달팽이가 되었다고 해주셨어요. 푸우가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도 보여주셨구요. 귀엽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같지 않나요?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달을 치울 때 아이가 울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그러진 않더라고요. 오늘 수업은 다른 때보다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노래하며 커다란 달을 가방에서 꺼낼 때, 손을 뻗으며 눈을 반짝거리던 그 표정과 몸짓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사랑스러워요.



다음주 수업은 미술로, 실제 달팽이가 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노크는 생태 수업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기대가 되네요. 수업이 끝나고 바로 잊어버리지 않게 달팽이 책을 왕창 준비해 두어야겠어요.

요즘은 하룻밤 잠만 자고 일어나도 어디서 일 년은 지내다 온 아이처럼 폭풍 성장을 해서 놀라워요. 말도 하루에 두 단어 혹은 두 문장씩 구사하고 있어요. 돌 즈음 개인기가 한 달에 하나씩 늘었다면 지금은 하루에 두 개씩 느는 느낌이예요. 오늘도 아이와 편안하고 질좋은 시간 보내려 노력해야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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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로 인해 저번주는 수업이 없었어요. 단 한 주 빠졌을 뿐인데 기나긴 공백이 있었던 것 같네요. 선생님을 보자마자 아이는 잊지 않았다는 듯 해맑은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했어요.

8월 첫 째주 수업. 아이가 18개월에 들어서고 받은 첫 수업이에요. 언제나 그랬지만, 재접근기에 들고부터는 말그대로 '무섭게' 크고 있어서 주어진 재료들을 다른 태도로 바라볼까 아닐까 참 궁금했어요.


수업은 과일 이미지를 설명해주시는 것으로 시작됐어요. 오른쪽 노란 판에는 물티슈 캡이 붙어 있는건데요. 열고 닫으며 그 안의 이미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거예요. 왼쪽의 사진 8장과 똑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서로 비교해 보는 과정이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 물티슈캡을 이용한 놀이는 엄마표놀이에서도 되게 유명하거든요. 진작 해주었어야 했는데 저는 아이가 18개월이 될 때까지 이거 하나 안 만들어주고 뭐했나 모르겠네요. 이 놀이는 물티슈 캡 안에 단추나 막대기, 폼폼이, 골판지, 수세미 등 촉감이 다른 것들을 넣고 아이가 열고 닫으며 원하는 것들을 만져보게 하거나, 모양·색깔·이미지 분류를 하기도 하고, 까꿍놀이를 해볼 수도 있어요. 아이 인지 발달은 물론 소근육 발달에도 좋은 놀이랍니다. (근데 왜 나는 여지껏...) 만들기 쉽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요. 저희 아이는 글루건으로 아무리 강력하게 붙여도 온 힘을 다해 다 뜯어낼 것 같지만, 그래도 해 줘 보려구요.


위에서 봤던 과일 친구들 중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딸기와 포도>였어요. 사진은 동글동글 포도가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을 온 몸으로 표현하시는 와중에 저희 아이를 만나 덥석 끌어안으시는 모습이에요.

저는 이렇게 아이를 꼬옥 안아주시거나 안아서 들어 올려 주시는 스킨십을 타인에 대한 신뢰감이 생길 것 같아서 좋아하는 편이에요. (물론,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의 적정 수준의 애정표현에 한함)

포도가 데굴데굴 구른다는 것을 표현하신 이유는 앞전의 스토리텔링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며칠 됐다고 내용을 고새 다 까먹었네요.


데굴데굴 구르는 포도에 이어 이번엔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핀벨이 등장했어요. 아이는 말렛으로 스핀벨을 스치며 벨소리를 들어보고 있어요. 이 스핀벨이라는 것은 도레미파솔라시도 8음이 있구요. 소리가 쨍하지 않고 아름답고 맑아요.

 


아, 좀 뜬금없다구요? 노크의 음악수업 날 악기들은요. 악기에서 주제를 떠올릴 수 있게 하거나 박자와 소리를 익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포도와 스핀벨의 공통점이라고는 '빙글빙글 돌 수 있다' 정도이지만, 매번 주제를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 악기를 어찌 만져보겠어요. 악기는 한정적인데요.

뭐가 됐든 이 시기엔, 악기를 만진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가령 트라이앵글을 친다고 해도 신체의 최소 두 부분 이상은 다른 방식으로 조작해야 하니까요.


포도가 다시 등장했어요. 삼각자료판에 보라색 폼폼이가 송알송알 포도 모습을 하고 있네요. 폼폼이 뒤에는 벨크로가 붙어 있어 아이가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었어요. 그러고보니 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포도의 실물을 보여준 적이 없네요. 그래서 관심이 덜했나봐요.

선생님이 포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실 때 아이는 갑자기 스핀벨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그 위에 폼폼이를 하나하나 올리더라구요. 위로 올라가 스핀벨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뚫린 부분이 뭔가를 넣어보고자 하는 욕구를 이끌어냈나봐요.


노크의 스토리텔링은 수업의 도입부에 나오거든요. 이 날도 어김없이요. (수업 내용을 다 적을 수 없어 생략했어요) 그래서 이 날의 스토리텔링은 포도인 줄 알았는데 후반부에 딸기가 나오더라구요. 동그란 포도와 대비되어 도형 인지력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포도를 닮은 보라색 동그라미, 딸기를 닮은 빨간색 세모는 처음엔 삼각자료판에서 뗐다 붙였다를 하면서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나비도 만들어보고, 애벌레도 만들어보다가 흥미가 떨어진 것 같을 때쯤 발판으로 탈바꿈이 됐어요. 씩씩하게 징검다리 건너듯, 걷고 있네요.


이제 마지막, 포도를 닮아 동그란 롤리팝드럼이에요. (사진엔 없지만 딸기를 닮은 트라이앵글도 있었어요.) 이제는 선생님이 하시는 행동을 정말 잘 따라해서 꼭 어린이 같아요. 이 날의 수업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여담] 서두에 잠깐 언급했다시피 아이에게 재접근기가 왔어요. 재접근기란 엄마와 본인이 분리된 존재임을 인식하고, 신뢰감과 안정감을 받고 싶은 동시에 독립하고 싶어하는 시기를 말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싫어', '아니' 와 같은 표현이 정말 많아졌어요. (얼마전엔 요리 하고 있는 제게 '맘마 안 먹어'라고..) 하루종일 불려다녀야 하고, 소파에 잠깐 앉을 수도 없어요. 하루 세 네 시간 정도가 아니라 아이가 깨어 있는 열 시간이 넘게요. 마의 18개월, 욕 나오는 18개월이라고 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더 했어야 했나봐요. 신생아 때로 돌아가는거라고 생각을 해도 힘드네요.

왜냐하면 그 땐 체력이 있었으니까요. 1년 반동안 저는 제 체력을 아기에게 다 썼어요. (그래서 지금은 없는 시간 쪼개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있답니다) 요즘은,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아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과연 내가 살아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물론, 아이는 정상적인 발달 단계를 잘 겪고 있는 거고 아이로 인해 저는 여전히 너무 행복하지만, 재접근기는 제 안의 아이를 토닥이느라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이 시기가 지날 때까지 부디 잘 크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와 같은 시기를 겪고 계신 부모님이 계시다면, 힘내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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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수박이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은 미술시간이었답니다. 아이가 물놀이를 하고 들어와 집에서 곯아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 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눈 뜨자마자 선생님 얼굴 보고는 천천히 정신차리고, 여느때와 같이 수업 하더라구요.


수업은 수박 사진으로 시작되었어요. 위사진 외에도 수박을 반으로 쪼갠 사진, 덩굴에 수박이 싸인 사진, 팥빙수에 수박이 들어간 사진, 수박젤리 사진 등을 설명과 함께 천천히 보여주셨어요. 첨부 된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선생님이 매트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죠? 수박 그림이 그려진 매트와 사진을 비교해 주고 계시는 거예요.


이건 이에요. 엄마 공, 아기 공이라고 칭하시던데요. 아이가 이 공을 참 좋아했어요. 공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지요. 저희 선생님은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고, 그저 단순하게 시간 때우기 식으로 수업하는 분이 아니셔서 역시나 튀겨보고 굴려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놀아주셨어요.


저 같으면 옷 속에 넣어 볼 생각은 못 했을 것 같아요. 나중에 따로 해보려구요. 조심스레 배를 쓰다듬으며 아기를 품고 있는 임산부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 17개월 아기에게 이르긴 하지만 이 안에 동생이 있다는 상황극도 해보면 좋겠어요. 어리둥절 하거나 관심 없을 것 같긴 하지만요.


선생님을 따라 공을 배 안에 집어 넣었어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요. 이제 공이 사라져도 어디로 갔는지 당황하지 않고, 선생님 배가 갑자기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는 사람이 되었네요. (감회에 젖는 엄마...)

이 외에도 다양한 공놀이는 계속 되었어요. 아이를 안고 공중부양한 채로 공을 발로 뻥뻥 차볼 수 있게 해주셨구요, 공을 베고 누워 자는 척을 하기도 하셨어요. 그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아이도 선생님 옆에 아기공을 베고 눕더라구요. 그리고 짐볼처럼 엉덩이에 깔고 앉아 통통 튀어보기도 했어요. 물론, 높이 높이 튀겨보기도, 멀리 멀리 굴려보기도 했답니다.



다른 수업의 어떤 선생님은 풍선이 주제였던 날, 풍선을 불어준 뒤 좋아하고 있는 아이에게 리액션만 하고 가신 날이 있어요. 뭔가 이상해서 블로그를 찾아보니 다른 친구들은 풍선을 이용하여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했더라구요. 안 그래도 간단한 놀이 재료인데, 피곤하고 힘든 기색이 느껴지는 태도, 말투, 눈빛, 목소리로 수업을 했던 것이 떠올라 화가 났어요. 그 선생님은 이전부터 느꼈지만 교사가 아이를 대하는 것 같지 않고, 친구가 친구를 대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말씀 드리고, 본사에도 알렸네요. 노크 선생님은 보시다시피 간단한 놀이 재료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비슷한 수업을 동시에 받고 있다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뚜렷이 비교가 되네요.


포슬포슬, 사락사락 초록색 습자지는 수박의 덩쿨 역할을 맡아주었어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수업을 할 땐 왠지 모를 친근감까지 느껴져요. 나중에 시간과 체력이 허락해준다면 매트에 가득 담아 놀게 해주고 싶네요. 하지만 지난 번과는 다르게 이 날 아이는 큰 관심은 안 보였어요. 아마 수박 공에 관심을 다 빼앗겨서 그랬던 것 같아요.

수박 덩쿨은 수박을 숨기고, 아이도 덮어주었어요. 그 안에 파묻혀 웃으면서 선생님을 바라보던 아기 표정과 눈빛이 생생해요.


바구니 두 개에 펠트지와 까만 줄을 붙여 수박 모양을 만들었더라구요. 열리는 부분엔 아니나 다를까 벨크로가 붙어 있었구요. (노크는 벨크로를 참 좋아해요) 그 안에는 이와 같은 네모난 수박 조각들이 가득 들어 있었답니다.


그리고 뚜껑을 뒤집으면 조각을 넣을 수 있는 네모난 구멍들이 뚫려 있어 소근육을 정교하게 쓰는 작업에 흥미를 느끼는 저희 아기가 너무나 좋아했어요. 선생님과 방긋방긋 웃으며 놀다가 웃음기 싹 거두고 집중모드!

수박 조각으로는 선생님이 머리 위에 올렸다가 떨어지는 모습도 보여주시고, 쌓고 무너뜨리기도 해보았어요. 수박 조각은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만져보니 가볍고 살짝 말랑하더라구요.


교재의 왼쪽에 초록색 수박, 오른쪽엔 하얀색 수박이 보이시죠. 수박 줄기를 그려보고, 초록색으로 색칠도 유도해보기 위함이었던 것 같은데 저희 아가는 교재도, 롤러도 아닌 까만 물감에만 관심을 가졌어요. 손이 빈틈없이 까매지는게 신기했나봐요.


그래서 저 롤러 자국은 선생님이 하신거예요. 저희 아이도 함께 해보기는 했지만, 까만 물감을 손으로 가리키며 빨리 더 달라고 재촉하는 시간이 더 많았네요. 이렇게 손에 잔뜩 묻히고는 과연 어디에 찍었을까요?


무릎에 찍었어요. 늘 본인의 몸을 도화지 삼아 쓱쓱... 👩🏻‍🎨 교재에는 선생님이 팔을 잡아 도와주셔서 그린거고요. 선생님이 제게 조금 더 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했는데, 얼마 안 가 옷이며 몸이며 난리통이 될 것 같아 조용히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네요. 선생님은 자연스럽고, 아이가 놀라지 않게 물감통을 숨겨주셨어요.

오늘의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저는 바로 아이의 허리를 잡아 안고 화장실로 직행, 물감을 씻었어요. 생각보다 잘 씻겨 내려가더라고요. 다음주는 음악 수업이네요. 일주일 뒤인데 벌써부터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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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수업을 위해 찾아 온 친구는 바로 수박이에요. 이제 무더운 여름이다보니 저번주는 바람, 이번주는 수박- 주제가 시원하네요.

선생님은 준비해오신 음원을 틀고 노래와 간단한 율동을 보여주셨어요. 커다랗고 동그란 수박을 표현하기 위해 머리 위로 커다란 원을 그리고 그대로 내려와 아기를 가두기도 하고, 두 손으로 동그라미, 주먹쥐어 동그라미 등, '동글동글'을 이해하기 쉽도록 가지각색의 동그라미를 몸으로 표현해주기도 하셨어요. (그 과정에서 멀찍이 앉아있는 아이에게 다가와 교감하려고 노력하신 선생님께 감동 받았네요. 그냥 한 자리에 앉아 보여주기만 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그러고보니 노크는 유독 벨크로를 많이 사용하는 것 같아요. 이 날도 수박 찍찍이를 붙이고 떼는 활동을 했네요. 그리고 무언가 다른 것도 붙였던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요.

사진 속 아이가 두드리고 있는 악기는 스터드럼이에요.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말렛이고요. 말렛으로 스터드럼(스터실로폰드럼) 안을 휘리릭 하고 돌리면 부드러운 실로폰 소리가 나요. 들으시면 놀라실거예요. 정말 맑고 고운 소리가 나거든요. 왜 실로폰은 쨍하잖아요. 근데 이건 꼭 유리구슬이 굴러가는 것 같아요. 이 악기는 음악 수업에 종종 등장하는데, 아이가 흥미를 가지면 따로 구매하려구요.


아이가 어떻게 해야하는지 몰라 두드리고만 있으니, 선생님이 시범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직접 해볼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사진으로 봐도 저와 선생님 거리가 가까운게 느껴지시죠? 직업이지만 민망할 수도 있는데 개의치 않고 아이와 즐겁게 놀이하는 일에만 온 관심을 쏟아주시는 선생님께 정말 감사해요.

그리고 저는 사전에 선생님께 말씀을 드렸어요. 사진을 찍는 이유는 아이 일상을 기록하고 있어서이고, 찍을 때 선생님 얼굴이 나오지 않게 주의하겠다고요. 혹 얼굴이 나온 사진을 포스팅 해야 할 땐 스티커 처리를 하고, 업로드를 한 뒤 다 지우고 있어요. 또한, 사진을 찍을 땐 수업에 지장이 가지 않게 무음 카메라로 아주 빠르게 찍고 내려놓는답니다. 아이가 활동하는 모습이 귀여워 사진을 찍을 수는 있지만, 함께 찍히는 선생님 입장도 당연히 생각해야 하니까요.


이 날도 스토리텔링을 해주셨는데 빠르게 지나가서 무슨 내용이었는지 기억이 안나요. 보통 준비물은 선생님 재량에 따라 꺼내기도 안 꺼내기도 하는데 저희 선생님은 많이 꺼내시는 편이라 30분 동안 어떤 것들이 지나갔는지 다 외우기가 어렵네요. (하지만 수업 만족도는 최고)


초록색 동그란 펠트지에는 수박 줄무늬 찍찍이를 붙여 수박을 만들어 보았어요. 선생님이 줄무늬를 꺼내자마자 아이가 가져가서 스스로 만들어보려 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가르쳐주지 않아도 앞으로 뭘 해야 하는 활동인지 알고 행동하는 것 같았어요.


사진 순서가 이게 먼저인데 크게 상관 없으니 언급하고만 넘어갈게요. 수박 줄무늬는 이 펠트지 안에서 꺼냈어요. 펠트지에 지퍼가 붙어있더라구요. 요즘 한창 지퍼에 한창 재미를 붙이고 있는 터라 이 역시 스스로 했답니다. 지퍼가 아니라 그냥 줄무늬를 붙여도 되었을텐데 섬세하죠.


수박 모양 드럼이에요. 수박 노래를 부르며 함께 두드려보았어요. 이건 롤리팝 드럼이랑 이미지만 다른게 아닐까? 생각해요. 드럼채도 같구요, 소리도 비슷해요.


그리고 이 포스팅을 준비하면서 다른 집은 어떻게 수업 했나 블로그를 둘러보았는데요. 수업 중 마음에 드는 교구를 구매하여 엄마표 악기 수업을 해주시는 분을 봤어요. 적극적이고 열의가 넘치는 분이라고 생각했네요. 악기 구매가 가능한가봐요. 그 분의 선생님이 이런 어머님은 드물다고 얘기 하셨다는데, 흔한 일이 아니라는 뜻이죠. 그래서 제가 선생님께 따로 전해 듣지 못했나봐요. (알았어도 인터넷으로 구매 했을 것 같긴 하지만..) 여튼 몰랐던 사실이라서 적어봐요.

또, 노크는 음원자체 제작하는데 마음에 들면 다운로드를 받을 수도 있답니다. (회원만 사용 가능) 하지만 저는 이제까지 다운로드까지 받고싶을만큼 좋았던 음원은 없었네요.

[음원 다운로드 방법]
1. '플레이스토어-비트플레이어'
2. 당사에서 발급한 아이디, 비밀번호 통해 에듀프라임 음원사이트 접속
3. 강의실 입장-현재 수업중인 단계의 음원 클릭
4. 다운받은 음원은 비트플레이어를 통해 재생가능


이야기가 샜네요! 수박인데 수박씨를 빼놓을 수 없죠. 수박씨 모양에 벨크로(찍찍이)가 붙어있어 아이가 쉽게 붙여볼 수 있었어요. 아쉬운점이 있다면, 평소 아이에게 수박을 먹일 때 먹기 편하도록 자른 수박을 가져다 주다보니 씨가 알알이 박힌 단면을 실제로 볼 기회를 만들어주지 못했다는 것이에요. 그림책으로 본 적이 있어 낯설진 않았겠지만 엄마인 저는 쪼끔 아쉬웠네요.


이건 리듬체조할 때 쓰는 리본 같이 생긴건데 수업 내용과는 무관하나 아이가 좋아해서 저도 좋았어요. 두 개의 리본을 마구 흔들면서 함박웃음을 짓더라구요. 수업은 이렇게 마무리 되었어요.





삼십 분이라는 수업 시간이 평소 같으면 아쉬워야 하는데 이 날은 알차게 놀았다는 생각이 들어 수업이 끝나도 전혀 아쉽지 않았답니다. 열정과 애정으로 아이와 교감하려 애쓰신 선생님 덕분이지요. 삼십 분이라는 시간이 아쉽지 않다고 느껴본 적이 처음이라 놀랐고, 다른 선생님들과의 역량차이를 느낄 수 있었어요. 저는 곧 이사를 가요. 너무 아쉬워요. 물론 그 곳에서도 아이는 다른 선생님과 수업하며 잘 놀겠지만 눈빛, 말투, 표정, 행동, 수업 방식 하나하나 다 제 맘에 쏙 드는 이런 선생님은 만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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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 나나(원숭이 이름)가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은 가족들이 아닌 친구들만 데리고 왔더라고요. 덕분에 오늘도 강아지, 토끼, 원숭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선생님은 오늘 유독 무거운 가방을 두 개나 짊어지고 힘겹게 들어오셨어요.


오늘 수업은 바나나 사진으로 시작되었어요.
사진은 없지만 여러개의 바나나, 한 개의 바나나, 바나나를 깐 사진, 바나나를 썰어놓은 사진을 차례차례 천천히, 밝고 경쾌한 설명과 함께 보여주셨답니다.

그리고나서는 이 바나나 나무가 등장했어요.
바나나 나무인데 바나나가 없어 이 때 눈치챘지만, 펠트바나나가 나올 때까지 얌전히 있었어요.


처음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바나나를 붙였어요. 그러더니 엄마 품을 나서 스스로 바나나를 척척 붙이더라고요. 찍찍이가 좀 정없게(?) 붙어있었으면 서운할 뻔 했는데, 아기가 어디에 붙여도 쉽게 붙어 좋았어요. 그리고 바나나 안에는 하얀 알맹이가 들어있었어요. 어떤 건 삑삑이 신발처럼 삑삑 소리가 나고, 어떤 건 종이 구길 때 나는 꾸깃꾸깃 소리가 나더라구요. (선생님 재량 따라 다른데 삑삑이, 빨대, 솜, 콩 등이 들어간대요) 교구를 신경써서 만든다고 느꼈네요.


선생님이 평소보다 더 큰 가방을 들고 오신 이유는 밑에 깐 노란 매트와 (김장매트) 이 백업스펀지 때문이었어요. 매트도 커서 많은 양의 백업이 필요했어요. 쏟을 때도 아이가 보고 즐거울 수 있도록 위에서 와르르~ 하고 쏟아주셨답니다.


아이는 가방에서 뭐가 자꾸 떨어지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았어요. 이 노란 백업으로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가지고 놀면서 쌓기도 해보고, 선생님 머리 위에 올렸다가 떨어지는 걸 보기도 했어요. (언제나 선생님의 노고에는 감사를ㅠㅠ)


저번 주 만났던 동물 친구들을 또 만났다고 했잖아요. 아이는 보자마자 빨리 달라며 손으로 재촉했어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노란 백업을 먹여줬어요. 요즘은 밥 먹을 때에도 엄마 한 입, 아빠 한 입, 곰돌이 한 입, 뽀로로 한 입…. 꼭 한 입씩 나눠주는데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요 시기 아이들은 다 그러나요? 여튼 동물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백업을 주었어요.


토끼 교구 귀엽죠? 동물 교구는 가면에 통을 붙여 입을 만들었더라고요. 노크 교구는 볼 때마다 참 잘 만드는 것 같아요.


마지막은 바나나 도장을 찍어보는 활동이었는데 색깔이 연해서 그런지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리를 떠버렸어요. 그래서 사진 속 도장은 전부 흥미를 끌기 위해 애쓰신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참, 바나나가 주제여서 사실 2주 차 미술시간에는 바나나가 등장할 줄 알았는데 좀 의외였어요. 여쭤보니 바나나는 이동 중에 무르거나 색깔이 변할 수도 있어 준비하지 않으셨다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재밌었어요.





여담) 당연한 소리지만 어떤 수업이든 선생님이 참 중요해요. 아이의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보는 눈이 점점 길러지고 있는 듯 하네요. 저는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또 민감한지도 알아가고 있어요.

저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선생님은 싫어요. 재미있는 표현을 쓰고 아기어로 말을 해도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진다거나, 토라진 친구 흉내를 너무 자주 내는 선생님이요. 어린 아기가 벌써부터 토라진 친구 앞에서 당황스러워 할 필요는 없잖아요. 또, 감정기복이 심해 매주 수업스타일이 널뛰는 선생님도 싫어요.

자질부족이나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 목격 되면 가차없이 따져 묻거나 다른 선생님으로 교체 요청을 드리면 되는데 말하기 애매한 것들 있죠? (이를테면 본연의 성격 같은...)
사실 저는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바로 이야기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얘기도 몇 번 드렸어요. 근데 아무리 좋게 말을 한다 해도 이런게 또 쌓이면 불편하시겠죠. 이건 피드백이 아이에게 오는 아이의 일이기도 해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네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지금 몸이 힘든것만큼 머리가 아프다던 지인의 말이 자꾸 떠올라요.
어떤 느낌인지 살짝 알 것 같아요.
좋은 방법이 있겠죠? 엄마도 상대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아이에게도 본보기가 되는 좋은 방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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