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미술에서 일반회화인 그리기보다 중요한 것이 입체 조형활동이에요. 외국의 많은 초등미술 교과과정에서는 거의 대부분이 입체 조형활동으로 이루어져있어요. 만지고, 자르고, 붙이는 유기적인 조형활동은 생각을 키우는 아주 중요한 요소니까요. 미술을 통한 교육(Education through Art)에서 아이들에게 중요한 것은 상장 하나 더 받는 것이 아니라 입체조형 활동에 의한 창의성계발이나 공간지각력을 키워주는 자기계발이에요. 브레인아트는 그리기와, 차별화된 조형미술 프로그램의 최적의 조합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8개월 아기는 아직 소근육의 미발달로 의미 없는 불규칙한 선을 그리기 시작하는 단계인데요. 현재 받고 있는 퍼포먼스 미술 수업이 그런 과정을 즐기는 수업이거든요. 그런데 아이가 너무 좋아하고 잘 따라가다보니 엄마 욕심에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프로그램을 하나 더 추가해도 될 것 같았어요.

처음부터 브레인아트를 하려고 맘 먹었던 건 아니고, 제가 아는 모든 업체에 전화를 했는데 아쉽게도 제가 사는 지역은 전부 대기를 해야 한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가능한한 빠른 수업이 가능한 곳을 찾고 찾다 알게 된 곳이 이 브레인아트에요. (처음엔 사전지식이 거의 없는 상태에서 약속을 잡게 됐어요. 수업이 다 끝나고서야 부랴부랴 알아보고 공부 했네요)

상담 할 때, 수업 받는 아이 중 가장 어린 아이가 몇 살이냐고 물어봤어요. 보통 두 돌이 지난 친구들이지만, 18개월이어도 말귀만 다 알아들으면 수업이 가능하다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그런갑다 하고 맘 놓고 있었죠.


(저와 아이, 선생님은 내내 마스크를 착용하였고 선생님은 집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손을 씻으셨어요.)

저는 선생님들이 손을 씻고 거실로 들어오실 때 기운을 민감하게 눈치채는데요. 시작부터 어째 불안하더라구요. 선생님은 아기를 보고 반가워 하지 않고 오늘의 수업에만 관심이 있으셨어요. 아니나다를까 아이는 곧장 울음을 터뜨렸네요. 아이가 이제까지 겪어 왔던 선생님들은 주로 눈을 보고 웃으며 인사하는 일이 가장 최우선이었는데, 평소답지 않게 굳은 분위기를 아이도 느낀 것 같아요.

선생님이 수업만 잘하면 됐지? 라고 하기엔 18개월은 너무 아기잖아요. 왠지 아이를 예뻐하는 분이 아닐 것 같단 생각이 들어서 수업 전부터 걱정 됐어요.

안고 달래 겨우 진정된 아이를 앉히고, 여하튼 수업은 시작되었습니다. 물풍선과 물감, 뭘 하려는 걸까요?


일단 물감통에 물감을 짜보았어요. 다행히 아이에게 기회를 주셨네요. 짜낼 힘이 없으면 함께 해주시고, 낑낑거리며 힘들어 하면 괜찮다는 등의 격려 말씀도 해주셨어요.


활동은 짜낸 물감에 풍선을 콕 찍어 도화지에 묻혀보는 일이었어요. 아이는 어떤 모양이 찍혔는지 유심히 쳐다보지 않고, 크게 흥미를 보이지도 않았네요. 선생님은 찍은 그림으로 애벌레를 만들어 볼 생각이셨대요.


애벌레고 나발이고 18개월은 물감을 치대는걸 가장 좋아해요. 윗 쪽의 동그라미는 선생님이 찍으신거고, 아이는 사진과 같이 손에 물감을 묻히고 촉감을 즐기기 바빴어요. (원래 난화기(2~4세) 아이들은 낙서식 표현으로 결과보다 과정을 즐겨요. 요맘때 아이들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이에요.)

 



선생님은 놀라울 정도로 조용하셨네요. 아이가 멋쩍을까봐 일부러 제가 아이에게 말을 걸 정도로. (원래 수업할 때 저는 한 마디도 하지 않거든요.) "선생님은 참 조용하시네요." 라고 하니, 현재로써는 무언가를 만들기보다 재료 탐색에 흠뻑 빠져있는 것 같으니 존중해주고 싶다고 하셔서 조금 더 지켜보기로 했어요. 일리 있는 말이니까요.


선생님은 물감을 좋아하는 아이를 위해 여러 번 더 짜주셨어요. "물감 더 짜줄까?"
그리고 손으로 문대 사라졌지만 형태가 있었을 적엔 애벌레였던 것을 가리키시며, "이거 뭐야?", 풍선을 가리키시며 "이거 뭐야?", 물감을 가리키시며 "이거 뭐야?"…

"아이가 말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나요?" 라고 물어보셔서 대답을 해드렸는데 아이에게 너무 어려운 대답을 자꾸 요구하셔서 머리가 아파왔어요. 노란색 파란색 물풍선을 양손에 들고 "어느 쪽이 파란색이야?" 라는 질문까지는 괜찮았는데 말예요. 이런 부분에서 18개월 아기 발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신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아쉬웠어요.

 



아이는 엄마도 선생님도 쳐다보지 않고 오롯이 물감에만 집중했어요. 자기 손이 스칠 때마다 하얀 도화지가 칠해지는게 신기했는지 여러가지 색깔이 합쳐져 짙은 하나의 색이 되는게 신기했는지 매우 몰입했더라구요.


손이 온통 물감 투성이여서 씻고 왔어요. 이번에는 풍선에 그림을 그리고, 스티커를 붙여보고 있어요. 스티커는 아마 눈, 코, 입이었던 것 같은데, 풍선이 얼굴이고 그 위에 표정을 자유롭게 만들어보도록 하는거예요. 그리기는 좋아하는가 싶더니 금세 펜을 놓고 스티커도 별 관심 없더라구요.


이번엔 풍선에 찢은 종이를 붙여보고 있네요. 아이는 끈적끈적한 풀에 온관심이 다 쏠렸어요. 풀은 볼 때마다 신기한가봐요. 선생님이랑 저는 내버려뒀어요. 재료를 탐색하고, 그 재료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이루어진 후엔 시키지 않아도 아이 스스로 무언가 해보려 할테니까요.


하지만 이 날은 그냥 풀만 만지다 또 손을 씻고 왔어요. (이 날 손만 한 세 번 씻은 듯) 이번에는 도화지에 사람 얼굴을 그려주시고, 원하는대로 스티커를 붙여보라고 하셨는데 아쉽게도 하트 스티커에 큰 흥미를 갖지 않아 그려주신 얼굴에 마구그리기만 한 후 펜을 놨네요.


이 때쯤, 이제까지 계획했던 결과물을 만든 게 하나도 없다보니 선생님도 '니 하고 싶은대로 해라'라는 느낌이긴 했는데, 교사니까 어느정도 방향은 제시해주셨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네요. 재료 탐색할 시간을 주고 자유 의지를 존중하는 것은 좋지만, 이게 까딱 잘못하면 방치가 되는건데 선이 좀 넘어갔다고 느꼈어요. 그래서 이제 뭘 해야 할 지 모르는 아이를 대신해 제가 '다른 놀이는 없나요?' 라고 여쭤보았습니다. 마지막으로 이 등장했어요.


하지만 조금 그리는 듯 하다 이번에도 역시 손으로... 물감을 달라고 해서 쭉쭉 짜낸 다음 신나게 손으로... 이제까지 이런 물감놀이를 많이 해왔던지라 사실 아이와 저는 익숙했는데 선생님은 걱정이 많아보이시더라구요. 수업은 이걸로 끝이에요.





선생님은 수업이 끝나기가 무섭게 아이가 현재 받고 있는 다른 수업을 계속 받고, 브레인아트는 후에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씀 하셨어요.

 



저는 5세 이상 아이들을 대하는 것처럼 저희 아이를 대하셔서 평균 몇 살의 아이들을 주로 가르치시느냐고 여쭤보았어요. 6-7세 아이들을 가르치시고, 이제까지 가장 어린 아이는 24개월이었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런데 오시기전 저희 아이 나이는 알고 오셨을텐데 "많이 어리긴 하네요." 라뇨. 상담할 때 수업이 가능할 거라고 해서 시작한건데. 그래서 제가 느낀 아쉬운 점을 모두 말씀 드렸어요. 그리고 선생님이 돌아가신 후 곧바로 지사장님께 전화드리니 다음 주 다른 분을 보내주신다고 하셨네요. 선생님들 스케쥴이 안 되면 직접 오시겠다구요.

어떤 프로그램이고 분위기인지 제대로 알아보지 않고 수업을 진행한 제가 놀랄 자격이나 있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다음 주 수업을 한 번 더 받아보고 결정 하려 해요.

  참고로 저희 아이가 진행 한 프로그램은 쁘띠플레이(Petit Play)에요. 탐색놀이에 의한 퍼포먼스 미술이구요. 2세 이상 유아를 위한 오감발달 놀이미술 프로그램입니다.  


순서대로 쁘띠아트(3세 이상 유아 대상), 아트플레이(4세 이상), 토드아트(5세~9세), 키즈아트(7세~11세), 아이아트(9세~13세), 주니어아트(12세~15세), 주니어프로(14세~성인)가 있어요.

수업료는 주 1회, 한 달 15만원이구요. 이건 지사마다 다른 듯 해요. 수업 시간은 40분이에요. 이건 연령에 따라 추가로 선택 가능하다고 합니다.

일단 다음 주 수업이 확정이라 받아보고, 지금 하고 있는 방문미술이랑 무엇이 다른지 포스팅 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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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수박이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은 미술시간이었답니다. 아이가 물놀이를 하고 들어와 집에서 곯아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 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눈 뜨자마자 선생님 얼굴 보고는 천천히 정신차리고, 여느때와 같이 수업 하더라구요.


수업은 수박 사진으로 시작되었어요. 위사진 외에도 수박을 반으로 쪼갠 사진, 덩굴에 수박이 싸인 사진, 팥빙수에 수박이 들어간 사진, 수박젤리 사진 등을 설명과 함께 천천히 보여주셨어요. 첨부 된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선생님이 매트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죠? 수박 그림이 그려진 매트와 사진을 비교해 주고 계시는 거예요.


이건 이에요. 엄마 공, 아기 공이라고 칭하시던데요. 아이가 이 공을 참 좋아했어요. 공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지요. 저희 선생님은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고, 그저 단순하게 시간 때우기 식으로 수업하는 분이 아니셔서 역시나 튀겨보고 굴려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놀아주셨어요.


저 같으면 옷 속에 넣어 볼 생각은 못 했을 것 같아요. 나중에 따로 해보려구요. 조심스레 배를 쓰다듬으며 아기를 품고 있는 임산부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 17개월 아기에게 이르긴 하지만 이 안에 동생이 있다는 상황극도 해보면 좋겠어요. 어리둥절 하거나 관심 없을 것 같긴 하지만요.


선생님을 따라 공을 배 안에 집어 넣었어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요. 이제 공이 사라져도 어디로 갔는지 당황하지 않고, 선생님 배가 갑자기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는 사람이 되었네요. (감회에 젖는 엄마...)

이 외에도 다양한 공놀이는 계속 되었어요. 아이를 안고 공중부양한 채로 공을 발로 뻥뻥 차볼 수 있게 해주셨구요, 공을 베고 누워 자는 척을 하기도 하셨어요. 그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아이도 선생님 옆에 아기공을 베고 눕더라구요. 그리고 짐볼처럼 엉덩이에 깔고 앉아 통통 튀어보기도 했어요. 물론, 높이 높이 튀겨보기도, 멀리 멀리 굴려보기도 했답니다.



다른 수업의 어떤 선생님은 풍선이 주제였던 날, 풍선을 불어준 뒤 좋아하고 있는 아이에게 리액션만 하고 가신 날이 있어요. 뭔가 이상해서 블로그를 찾아보니 다른 친구들은 풍선을 이용하여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했더라구요. 안 그래도 간단한 놀이 재료인데, 피곤하고 힘든 기색이 느껴지는 태도, 말투, 눈빛, 목소리로 수업을 했던 것이 떠올라 화가 났어요. 그 선생님은 이전부터 느꼈지만 교사가 아이를 대하는 것 같지 않고, 친구가 친구를 대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말씀 드리고, 본사에도 알렸네요. 노크 선생님은 보시다시피 간단한 놀이 재료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비슷한 수업을 동시에 받고 있다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뚜렷이 비교가 되네요.


포슬포슬, 사락사락 초록색 습자지는 수박의 덩쿨 역할을 맡아주었어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수업을 할 땐 왠지 모를 친근감까지 느껴져요. 나중에 시간과 체력이 허락해준다면 매트에 가득 담아 놀게 해주고 싶네요. 하지만 지난 번과는 다르게 이 날 아이는 큰 관심은 안 보였어요. 아마 수박 공에 관심을 다 빼앗겨서 그랬던 것 같아요.

수박 덩쿨은 수박을 숨기고, 아이도 덮어주었어요. 그 안에 파묻혀 웃으면서 선생님을 바라보던 아기 표정과 눈빛이 생생해요.


바구니 두 개에 펠트지와 까만 줄을 붙여 수박 모양을 만들었더라구요. 열리는 부분엔 아니나 다를까 벨크로가 붙어 있었구요. (노크는 벨크로를 참 좋아해요) 그 안에는 이와 같은 네모난 수박 조각들이 가득 들어 있었답니다.


그리고 뚜껑을 뒤집으면 조각을 넣을 수 있는 네모난 구멍들이 뚫려 있어 소근육을 정교하게 쓰는 작업에 흥미를 느끼는 저희 아기가 너무나 좋아했어요. 선생님과 방긋방긋 웃으며 놀다가 웃음기 싹 거두고 집중모드!

수박 조각으로는 선생님이 머리 위에 올렸다가 떨어지는 모습도 보여주시고, 쌓고 무너뜨리기도 해보았어요. 수박 조각은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만져보니 가볍고 살짝 말랑하더라구요.


교재의 왼쪽에 초록색 수박, 오른쪽엔 하얀색 수박이 보이시죠. 수박 줄기를 그려보고, 초록색으로 색칠도 유도해보기 위함이었던 것 같은데 저희 아가는 교재도, 롤러도 아닌 까만 물감에만 관심을 가졌어요. 손이 빈틈없이 까매지는게 신기했나봐요.


그래서 저 롤러 자국은 선생님이 하신거예요. 저희 아이도 함께 해보기는 했지만, 까만 물감을 손으로 가리키며 빨리 더 달라고 재촉하는 시간이 더 많았네요. 이렇게 손에 잔뜩 묻히고는 과연 어디에 찍었을까요?


무릎에 찍었어요. 늘 본인의 몸을 도화지 삼아 쓱쓱... 👩🏻‍🎨 교재에는 선생님이 팔을 잡아 도와주셔서 그린거고요. 선생님이 제게 조금 더 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했는데, 얼마 안 가 옷이며 몸이며 난리통이 될 것 같아 조용히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네요. 선생님은 자연스럽고, 아이가 놀라지 않게 물감통을 숨겨주셨어요.

오늘의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저는 바로 아이의 허리를 잡아 안고 화장실로 직행, 물감을 씻었어요. 생각보다 잘 씻겨 내려가더라고요. 다음주는 음악 수업이네요. 일주일 뒤인데 벌써부터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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