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를 하면서 종종 놀랍니다. 유입로그, 검색어를 보면서요. 이런 검색들을 하기까지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 안쓰러워 토닥거려주고 싶기도 합니다. (애 셋 20년 키운 선배엄마 같쥬) 몇 달 전에 제가 이런 글들을 올렸었어요.

 

아기의 재접근기... 엄마의 집 나간 넋을 찾습니다. (힘든 이유, 나름의 대처 방법, 아기를 위해

재접근기란 생후 16개월부터 24개월 사이 유아에게 나타나는 정신 성장 발달 단계를 뜻하는 말입니다. 이 시기에 아기는 엄마로부터 안정감과 신뢰감, 소속감을 얻고 싶어 하는 동시에 엄마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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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가 너무 힘들어 미치겠다.

하루하루가 힘들어서 그나마 밖에 있는게 덜 힘드니까 오늘은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그리고 7시 30분쯤 집에 왔다. 이제 저녁을 먹으려는데 역시나 안 먹는다. 기본 한 시간이다. "밥 먹고 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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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후 이런 검색어들이 눈에 띄더라고요.

아기 징징거림, 아기 때리고 깨물어, 바스러지게 우는 아기, 육아가 너무 힘들어, 육아가 맞지 않는 사람, 아기가 미워요... 정확한 키워드는 아니나 대개 이런 느낌입니다. 저는 이건 정보를 얻기 위함이라기보다 '혹시 나와 같은 사람 있나?' 싶어 위로와 공감을 바라는 마음으로 보였어요.

저도 육아가 힘든 날 그러거든요. 아기 통잠, 아기 통잠 언제, 27개월 아기 통잠... 다른 엄마들은 어떻게 대처를 하고 있나, 다른 아기들도 이렇게 밤에 잠을 안 자는걸까? 궁금한 마음으로요.

올라오는 키워드를 보면서 저는 이렇게 힘든 사람들이 많구나 새삼 실감이나 안타까웠습니다.

SNS을 하다가보면, 육아 인플루언서들 참 많죠. 늘 유익한 정보글과 공동구매, 감성을 공유해주는 고마운 분들.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그런데 육아가 유독 힘든 날은 전 오늘도 평온했을 것이 분명한 그런 계정은 일부러 피해 봅니다. 상처 받거든요.

저는 그런 날 '저도 이렇게 힘들었어요', '이런 아기도 있답니다?!' 하는 식의 만화나 글을 읽어요.

죄책감을 덜 수 있어 좋더라고요. 분명히 나 오늘 되게 열심히 육아 했는데, 눈치라곤 1도 없는 아기가 인간의 한계를 시험해서 결국 언성이 높아진 하루였다고 쳐요.

오은영 박사님도 그랬잖아요. 하루 내내 잘하고 잠들기 10분 전에 화내면 아이는 그걸 기억한다고... 그럼 하루가 무안하고, 내 자신이 한심하고, 아기가 밉고... 아기에게 화를 낸 날이면 그야말로 미쳐버릴 것 같아요. 그런 날은 다른 사람의 행복한 육아 일기를 읽고 미소지을 힘조차 없더라고요.

...아, 서두가 무지하게 긴데요. 그래서 이와같은 글을 써보기로 한 거예요.






육아를 하면서 아기에게 화가 날 때, 이름하야 <육아하다 뚜껑 열리는 순간 베스트4>예요.

 

1. 안 잘 때 !



솔직히 말하면 이걸 1~4에 다 적어도 납득이 갈 정도예요... 안 자면 단전에서부터 화가 부글부글 올라와요. 많이 바라는 것도 아니고 육퇴 후 잠들기 전 몇 시간, 엄마 시간 가져보겠다 이건데요.. 24시간 중 20시간 아기에게 썼으면 4시간은 나를 위해 써도 되잖아요.

낮잠을 안 잔다? 밤에 늦게 잘 게 뻔해서 화가 나요. 밤잠을 안 잔다? 육퇴 후 자유시간도 없이 나도 거의 바로 뻗어버릴 지경이라 화가 나요. 밤에 자다가 깬다? 부연설명 안할게요.

 



오히려 저는 돌 전의 육아가 수월한 편이었는데요. 그 땐 체력이 있었고, 몸은 힘들었지만 제정신이 아닌 건 아니었거든요. 돌 지나고 두 돌 지나고 아기가 점점 인지를 잘하게 되자 이상하게 더 화 날 일이 많아졌어요. 이건 개인차가 있을 수 있겠어요.

엄마가 언제까지나 신생아 돌보듯 10키로 넘는 아기를 도닥거려줄 순 없잖아요. 사람이 힘들면 당연히 체력이며 멘탈이 흔들리는 게 정상인데... (그래도 이겨낼테니 회복할 시간을 주겠니...)

 

2. 안 먹을 때 !



저 아이가 밥을 너어~무 안 먹어서 처음으로 육아하다 울었어요. 범보의자, 식탁의자, 스스로 먹기, 먹고 싶을 때 먹기, 약간의 훈육을 동반해도 죽어도 안 먹더군요.

사다 먹이기도 하고, 만들어 줘보기도 했어요. 간단하게 볶음밥을 만들어 주기도, 맨밥에 김만 싸줘보기도, 식판 꽉꽉 영양 가득 반찬으로 대령해드리기도 했고요. 근데 대체 왜 뭐가 싫은지 모르겠더라고요.

저는 음식점이나 키즈카페에서 아이들 밥 먹을 때 핸드폰 보여주는 부모님 이해 못 했던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제 제가 그러고 있어요. 그래서 덕분인지 뭔지.. 밥 안 먹는 아기 타이틀은 좀 뗐는데요. 아기가 밥 안 먹으면 얼마나 힘든지 알아요. 맞는 시판 이유식 하나도 없고, 좋아하는 반찬은 고작 한 두어개, 자리에 앉아있는 것도 힘들어하니 매번 식사시간이 고역이죠. 한 시간 동안 따라다니며 밥 먹이면 엄마 체력이며 인내심에도 한계가 오고요.

밥 잘 먹는 아기 엄마가 제일 부러웠던 때가 있었습니다. 저 엄마는 도대체 어떤 음식을 하길래, 뭘 어떻게 먹이길래 아기가 저렇게 잘 먹는거야? 하면서요.

저는 타협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식사시간이 이제는 아기는 만족하고 저는 불만족스럽지만 뭐, 먹여야 하는데 어쩌겠어요. 많이 먹어야 1/3먹던 애가 이젠 밥 한 공기 다 비우고, 밥 시간이 아닌데도 밥을 달라고 할 정도니까 제가 편하고 힘들고를 떠나서 그냥 이젠 좀 내려놨어요.

 

3. 어지르고 정리할 생각 1도 없을 때 !



좀 쪼잔해보이네요. 부모가 되가지고...^^ 아니 근데 좀 심하다 싶을 때 있잖아요. 사실 정리하는 거 바라지 않아요. 장난감, 책 당연히 자유롭게 보고 가지고 놀라고 사준거예요. 꺼내기만 하는 것도 아기니까 그럴 수 있어요. 근데 꺼내놓고 다른 거 하길래 조용히 가 정리해놓으니 다시 와서 꺼내는 건 왜 그러는거예요. 두 번? 세 번? 네 번? 참아요. 그러면 안 된다고 말도 하고요. 다섯 번... (중략)

 

4. 생떼부릴 때 !



규칙을 어기려 하거나 위험해서 안 된다고 제지하면 받아들이지 못하고 생떼를 부릴 때가 있어요. 울고 소리를 지르고, 심하면 때리기도 해서 안아 달래주는데 가아끔 사실 억울하기도 하고 온몸으로 우는 아기 달래다보면 몸도 맘도 지쳐요.

 


아직 어리니까 부모가 이해가 어려운 아기의 감정을 읽어주고 설명해주고 달래주는 게 맞는거긴 해요. 아기가 제지를 받아들이는 걸 격하게 거부하면 부모의 전달 방식이 바르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고요. 제 육아스킬에 달린 문제같네요, 이건... 하, 배울 거 산더미...T_T



베스트5로 채우려 했으나 마지막 한 개가 생각이 안 나 베스트4로 마무리 해봐요. 저는 대충 이렇게 생각이 나네요. 여러분은 언제 육아가 가장 힘드신가요? 제 경험을 듣고 한 두어 분이라도 위로를 얻어가셨음 해요. 당신만 그런 게 아니니까 넘 슬퍼 마시라고요. 여기 육아동지 한 명 있다고요 흐흑

물론 이에 안주하고 매일 징징거리고만 있진 않죠. 저는 매일 더 나아지기 위해 공부하고 노력하는 엄마니까요. 이 글을 보고 계신 부모님들도 그런 분들이리라 믿고요.

제가 힘들 때 위로 받았듯 저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싶어 쓰게 된 글이에요. 이제 시간이 많이 늦어 좀 쉬어야겠어요. 우리 내일도 육아 파이팅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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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이 책은 너무 오랜 기간 나눠 읽는 바람에 잊어버린 내용이 상당히 많기는 합니다. 이 글은 제가 책을 읽다가 하이라이트 해 둔 내용을 다시 읽고 기억을 되살려가며 제 생각을 적는 것으로 하려고 해요. 목차 소개 및 진지한 서평글이 아니니 참고 부탁드려요.

이 글을 막 읽기 시작했을 때 받았던 느낌, 그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었습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정신과 의사가 집필한 책이라고 들었어요. 그런데 전혀 무뚝뚝하거나 무겁지 않고 (제 편견입니다) 친근함으로 중무장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었어요. 하은맘의 불량육아, 라는 책이 생각날 정도로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저자는 육아에서 많은 것을 내려놓으라고 얘길 합니다. '놀아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친구 만들어주지 않아도 괜찮아요', 아이에게 말 많이 안 걸어도 괜찮아요' 등등.. 제가 평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던 육아지침과는 전혀 다른 결이었어서 신선하고 또 놀라웠어요.

 

 


저자는 본인의 육아경험과 때로는 과학적 근거를 들어 부모를 안심시키려 부단히 애를 쓰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경험만 주욱 늘어놓았다면 읽다가 관뒀을 것 같기도 합니다. 그런데 때때로 납득이 갈 만한 근거를 들어주기도 하고 뛰어난 글솜씨로 설득에 성공을 하기도 해서 덕분에 완독을 했던 것 같아요. 중간 중간 독자에게 말을 거는 듯, 장난을 치는 듯, 가볍고 재미있는 구절도 눈에 자주 띄었었네요.



하이라이트 해 둔 부분을 가져와볼게요.

🍃


이건 '나의 성장, 느리게 가도 괜찮아요.' 라는 챕터에서 발췌한 것입니다.

 

아이들 어릴 때는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도로 뱃속에 집어넣을 수 없는 한, 엄마의 에너지는 아이로 향할 수 밖에요. 그만큼 '나의 성장 속도'는 정체하는 것처럼 보일 테고요. 하지만 진짜 멈춰있는 건 아니죠. 위로 올라가던 화살표가 옆으로 방향을 틀었을 뿐. 그것도 어마어마한 속도로요. 아이로 인해 인생의 폭이 얼마나 넓어졌습니까? 혼자였을 때보다 10배는 넓어지지 않았나요?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잖아요.


이 생각은 한 번도 못 해봤던 거라 잠깐 멍- 해졌었던 기억이 납니다. 언제 위로 올라갈 수 있을까, 위만 바라보고 있었는데요.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을 경험하고 있잖아요' 그러게 말입니다. 아기가 나오고나서 내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어요. 저는 솔직히 사람 안 변한다, 라는 말에 이제는 동의 안 해요. 아기 낳고 키우면 변할 수도 있다고 믿어요.

저는 사랑이 뭔지를 잘 몰랐던 사람인데 지금은 매일 매일 눈으로 보이는 사랑을 경험하고 살아요. 육아를 하기 전에는 상상도 해보지 못했던 것이지요. 아기를 예뻐할 것이라고만 생각했지 이 정도로 내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다니까요. 그리고 풀밭의 풀과 꽃을 이렇게 유심히 바라보고 예뻐하게 될 줄도 몰랐어요. 이제는 다른 아기들을 무심히 바라보지 않고요. 식당에서 시끄러운 아기와 밥을 먹는 엄마를 흘겨보지도 않습니다. (밥 먹는 아기에게 스마트폰을 보여주는 엄마를 질책하지도 않고요)

저자님이 인생이 옆으로 넓어졌다고 하셨는데 말씀 잘하셨습니다. 아기를 키우면서 저는 사람에 대한 이해가 깊어지고 있어요. 비단 아기와 아기 엄마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닙니다. 인간, 그리고 이 세상에 대해 좀 더 깊이 있게 볼 수 있게 됐어요. 시간이 없어 위로 올라가지 못해 나는 정체되어 있다고만 생각했는데 아기는 존재 자체 그 하나만으로 제게 커다란 배움의 시간을 선물하고 있었네요.

🍃


이건 어느 부분이었는지 잊어버렸습니다. 짧고 굵어요.

 

아이를 사랑하는 것과 아이 키우기를 즐기는 것은 별개의 문제예요.

 

이 한 문장은 제게 큰 위로가 되었습니다. 육아를 잘 못 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나날 속에서 괴로워 할 때, 불현듯 나의 아기에 대한 사랑이 의심이 될 때가 있거든요. 그런데 이 문장이 그거 아니라고, 제 먹구름 가득한 생각에 대고 손을 휘휘 저어주는 것 같아서 되게 고마웠어요.

보고 있는데 보고 싶은, 때로는 보기만 했는데 눈가가 시큰거리는 놀랍고도 대단한 이 존재에 대한 감정을 저는 이제 헷갈리지 않을거예요. 육아가 힘든 것 뿐, 나는 아이를 사랑한다!

🍃

이 부분도 상당히 인상 깊었어요.

 

소심하다고 겁쟁이 아닙니다. "무서우면 안 해도 돼. 세상에 억지로 꼭 해야 되는 일이란 없어. 두려울 때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진짜 용기야. 너 겁쟁이 아니야." 그렇게 말해주세요.


이건 아기 뿐 아니라 다 큰 어른인 제게도 해주시는 말씀 같았어요. 모르면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두려울 때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무서우면 무섭다고 말할 수 있는 용기. 회사에 입사할 때만큼이나 퇴사할 때에도 큰 용기가 필요하죠. 용기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육아에 적용을 해보면... 아이가 두려워 할 때 이런 말이 선뜻 나올지는 사실 잘 모르겠어요. 부모 마음에 '이겨냈으면' 하고, 이 경험을 발판 삼아 '성장했으면' 할테니까요. 아이와 함께 있을 땐 항상 그 어떤 것보다 아이 마음을 먼저 읽어주는게 중요하단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구절이었습니다. 너무 멋진 말인 것 같아요. "두려울 때 두렵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진짜 용기야. 너 겁쟁이 아니야."

🍃

이건 아이가 아직 기저귀를 떼지 않았을 때, 주위로부터 오는 걱정 공격에 대한 쿨한 방어 모습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아이가 기저귀 때문에 많이 스트레스 받아요. 주변에서 걱정하면 자신감 더 떨어지니까, 앞으로 그런 얘기 우리 집에서 하지 말아주세요. 애 들으면 큰일나요."


정확히는 '아이의 장래를 위한 걱정 공격'이 들어오면 이렇게 대답하래요. 너무 쿨하고 멋지지 않나요?





넘쳐나는 육아 정보에 지친 부모님들의 짐을 덜 수 있게 도와주는 육아서, 제로육아. 쓰고보니 제로육아만의 매력이 담긴 구절을 제가 가져오지는 못한 것 같네요. 아쉽지만, 남들은 다 저기 앞서 부지런히 걷고 뛰고 있는데 나만 뒤처진 것 같은 생각이 들 때 직접 한 번 봐보세요. 동지를 만난 것 같아서 마음이 좀 좋아지실겁니다.

저는 처음엔 '너무 다 괜찮다는 거 아니야?' 싶어 대충 쓴 책이 아닐까 의심까지 했었는데 아이를 방치하란 의도였다면 보다가 책을 덮었겠죠? 부모가 숨 쉴 구멍을 스스로 좀 만들란 얘깁니다. 육아가 힘들어 눈물이 나는 날, 저는 아기 낮잠을 재우자마자 멘토 선생님을 찾듯 제로육아를 찾았었어요. 괜찮아, 괜찮아,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라는 말이 듣고 싶었거든요.

저에게 그랬듯 누군가에게도 위로가 되기를 바라요. 작가님 책 잘 읽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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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은 정보성 글이 아닌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펼쳐놓을거라 시간은 금이니까요, 육아 번아웃으로 힘들어 극복 방법을 얻고자 하시는 분이 지금 이 글을 보고 계시는거라면 속히 창을 닫으시길 바라요.

아, 주기적으로 육아 번아웃이 오네요. 매번 힘들었는데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그런지 현재가 제일 힘듭니다.

언제 힘드냐고요?



누구나 힘들어서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죠. 하지만 나는 혼자 있을 수가 없어요. 아이가 자는 시간에 잠시 혼자 있을 수 있지만 왜 그 시간으로 충족이 안 되는가 하니 그 짧은 시간 안에 이만큼 떨어진 에너지를 회복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이었어요.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아이가 기본적인 욕구마저 풀지 못하게 할 때 나는 아이가 미워지고, 아이를 미워했단 사실에 이내 괴로워져요. 그래서 아예 눈도 마주치지 않으려니 내게 안아달라거나 뭘 요구하며 다가오고,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쇠약해져 있는 내가 요구를 들어주지 못하면 높은 데시벨로 울어요. 주변에 있는 것들을 던지고, 내 죄책감과 분노를 키우는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요.

이거 뭔가 단단히 잘못됐어요. 내가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욕심이 너무 과했던걸까? 그래서 내 스스로 내가 쳐놓은 덫에 걸린 건가? 하지만 육아 정보나 멘토, 심지어 감정코칭까지 받는 이 시대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려니 그건 또 그것대로 마음 심난해요.

그리고 순한 아기를 키우는 엄마들 이야기를 종종 듣는데(안 들었으면 좋았을텐데) 문득 나도 모르게 '우리 아이는 왜 이 정도까지 활발한걸까.' 란 생각이 스쳐지나갈 때가 있어요. 아이를 비교한거죠.

그러니까 온갖 부정적인 감정들, 사람을 갉아먹는 감정이 하루내 거의 휘몰아치다시피 해요. 성취를 하고, 스스로 괜찮은 사람이란 생각이 드는 시간이, 없어요.

하고 싶은 것!



육아하는 부모님들은 시간이 나면 무얼 하나요. 나는 아이가 자면 일단 기다렸다는 듯 어제 읽다 잠든 책을 읽고 때때로 블로그에 글을 올리고 밀린 학습 동영상을 보고 '아, 나 엄마였지?' 육아 공부를 합니다.

책은 늘 충분하다고 느껴질만큼 읽지 못하고 개인적인 공부 또한 마찬가지예요.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요. 시간이 조금만 지나면 어느덧 나도 졸려서 자야하고요. 눈 뜨면 또 육아 전쟁터.

1. 어려운 퍼즐을 진득~하게 맞추고 싶다.
- 나는 퍼즐을 맞추며 밤을 꼴딱 새우는 걸 좋아해요. 2,000피스 이상부터는 시간이 꽤 오래 걸리기 때문에 최소 5시간은 혼자 있어야 하는데 그 시간이 너무 너무 갖고 싶어요.

2. 책을 충분히 읽고 싶다.
- 늘 아이를 재우고 읽기 때문에 늦은 밤엔 집중력이 그리 오래가지 않아요. 읽다가 졸린 건 어쩔 수 없는데요. 읽다가 피곤하면 자고, 일어나서 또 읽고, 또 졸리면 자고, 읽고, 자고.. 그러고 싶어요.

3. 노래 부르고 싶다.
- 노래 부르는 걸 좋아해서 코로나가 터지기 전, 코인노래방이 유행할 때 자주 갔어요.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꿋꿋이 한 부스를 지켰더랬죠. 욕심이 있어 보컬 레슨도 받았었고요. 생각해보면 나는 그렇게 스트레스를 풀어왔던 것 같은데, 지금은 코로나 때문에 어딜 갈 수가 없을 뿐더러 갈 수 있다 하더라도 내가 나갈 시간이 없어요.

4. 느긋하게 하루를 보내고 싶다.
- 하루 하루가 너무 치열해요. 매 시간 느끼는 감정들은 극과 극이에요. 너무 행복하거나, 너무 슬프거나.

나름의 극복 방법



1. 책 읽어주기, 오감자극놀이 그만.
- 밥이나, 씻겨주고 옷 갈아 입혀주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라 뺄 수 없어요. 하지만 내 의지에서 시작 된 책 읽어주기나 놀아주는 등의 시간은 내가 회복될 때까지만큼은 빼도 돼요. 과감하게.

2. 힘들다고 아이를 무시하거나 모진 말을 쏟아내면 후폭풍이 더 힘들다.
- 몸은 가만히 있되 아이가 오면 안아주고, 매번은 힘들더라도, 적어도 3번에 1번 눈이 마주치면 웃으며 사랑한다고 얘기해주려 해요.

3. 이 정도면 좋은 엄마야, 나는 좋은 엄마야, 나는 잘하고 있어, 되뇌이고 마음에서부터 진실로 회복하기.
- 이제까지 내가 해 온 것들을 떠올려요. 집 안을 둘러봐요. 누구도 나 만큼 할 수 없었을거야. 그리고 나는 무엇보다 아이의 정서가 건강하게 자라고 있음은 자신해요. 나는 내가 인정하는 사람이에요.

4. 물리적으로 떨어지기.
- 남편이 아기를 봐줄 때 나는 방 안에 들어가 잠을 자거나 시간을 보낼 때가 많은데 이제 너무 힘들면 아예 그 자리를 떠날 거예요. 바람 쐬고, 커피 마시고, 좋아하는 음악 듣고.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거예요.

'작은 성취'를 하면 좋을 것도 같았는데 그건 내 생활에 적용하기 어려운 사항이라 뺐어요.





아기가 자고 있어요. 깨면 남편에게 육아를 토스하고 나는 최대한 빨리 옷 입고 집을 나갈 거예요.

내가 회복이 되어야 아이도 잘 볼 수 있으니까요. 물컵도 씻어야 하고, 반찬도 만들어 놔야 하는데 지금 그게 중요한게 아니에요.


+

밖에 나와서 습관처럼 또 아기 발달이나 심리 상태를 점검하는 등의 동영상을 보다가 우연히 방탄소년단 무대 영상을 (연달아)봤는데 엔돌핀이 확 도는거 뭐에요? 에너지가 막 샘솟고 이런 기분으론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아...

뭐야... 숱한 전문가들의 위로와 솔루션이 답이 아니라 방탄소년단이 답이었던건가... 당황스러운데 기분 좋아 뭐야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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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하루가 힘들어서 그나마 밖에 있는게 덜 힘드니까 오늘은 하루종일 밖에 있었다. 그리고 7시 30분쯤 집에 왔다. 이제 저녁을 먹으려는데 역시나 안 먹는다. 기본 한 시간이다.

"밥 먹고 놀자", "한 입만 먹자" 소리를 몇 번을 했는지 모르겠다. 의자에 앉히면 내리라고 난리고, 내려주면 돌아다니느라 밥을 안 먹는다. (그래서 19개월인데도 아직 9키로 밖에 안 된다)

밥 먹는 시간이 고역이다. 나는 요리하는 걸 좋아하는데 요리를 해도 어차피 안 먹고 거의 다 버리니까 하기가 싫다. 재료는 사두면 사용 하지 못 하고 썩히는 일이 다반사다.

머리를 부여잡고 있다가 하도 안 와서 설거지를 하러 갔다.

뒤를 돌아보니 아이가 수은 건전지를 들고 있었다. 원래 몇 개가 들어 있었던건지 모를 건전지를. 크기가 작고, 만에하나라도 혹시나 먹었으면 큰일이기 때문에 일단 아이에게 물어봤다. "이거 먹었어?"

먹었단다. "안 먹었어?" 도리도리. "먹었어?" 먹었단다. 나는 다시 애기 옷이랑 내 옷이랑 챙겨 입고 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그 정신 없는 와중에 아이가 내 허벅지를 깨물었다.

정말 짜증이 났다. 구강기도 아니고, 입에 가져다 댔을 때 이상하면 먹지 않았을 것 같지만, 혹시 모를 일에다 아이도 그렇다고 하니 병원에 가려던 중이었다. 차라리 아기가 확실하게 얘기를 해주면 좋겠는데 어쩔 땐 두 질문 모두에 다 끄덕끄덕... (아기라 당연한 일이다)

그런 와중에 허벅지를 깨물렸는데 그간 숱하게 깨무는거 아니야, 때리면 안돼, 꼬집으면 아파를 얘기해 왔던 시간들이 빠르게 스쳐지나갔다.

아이에게 절대 짜증, 그리고 소리는 지르지 않겠다고 다짐 했는데 그 순간, 화가 머리를 거치지 못하고 바로 입으로 나와버렸다.

"oo야, 아파!" 상황에 적절한 말 같아 보이지만 이 다섯 글자에 '도대체 왜 그러니, 몇 번을 얘기했니, 짜증난다'의 의미가 함축되어 있었고, 통화 중이던 남편도 아이도 다 깜짝 놀랐다.

남편은 왜 그러냐고 했고, 아이는 놀라서 허벅지를 호호 불어주었다. 이제까지 아프다고 하면 웃거나 그냥 말았는데 이 때처럼 다급하게 호호 불거나 쓰다듬거나 한 게 처음이라 순간 나도 놀랐다. 내가 무슨 짓을...

 


구리한양대병원 응급실에 갔다. 근데 대기가 길어 다른 병원을 추천하기에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실로 갔다. 애가 밤 10시에 택시만 한 시간을 탄 거다. 오늘은 하필 금요일이었고, 어느 택시기사는 트로트를 크게 틀어놓고 콧노래를 부르며 거의 카레이서 뺨치게 달렸다. 금요일 밤이라 장사가 잘 된다나 어쩐다나.

밤 11시쯤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 도착해 체온을 먼저 재는데, 밤이라 추울 것 같아 따뜻하게 입힌 내 탓 인가. 애기 체온이 37.5도가 나왔다. 코로나 검사를 해야 한단다.

정말 산 넘어 산이다. (tmi인데, 집에서 택시를 잡을 때 너무 먼 거리에 있는 택시가 배차되어 취소 했더니, 기사가 내게 욕을 했다. 심장이 두근 거렸다. 나는 원래 부당한 일을 겪으면 안 참는게 아니라 못 참는다. 근데 아기가 바로 앞에서 보고 있어 초인적인 힘으로 욕이 나오려는 걸 가까스로 참느라 심장이 두근 거렸다. 지금이라도 욕을 퍼부어주고 싶다)

 



"밤이라 따뜻하게 입혀 와서 그래요. 벗고 좀 이따 다시 잴게요" 안 그래도 낯선 데 왔다고 우는 애기 콧구멍에 그걸 어떻게 넣어. 겉옷을 벗고 대기하고 있는데 다행히 그냥 들어가란다. (엄마 체온이 정상이라 정말 옷 때문인 것 같다고 결론 내린 것 같다)

엑스레이를 찍었다. 낯선 곳, 낯선 사람. 아기는 눕기 싫고, 찍기 싫다고 내게 손을 뻗고 몸을 밀착하려 애썼다. 너무 마음이 아팠다.

엑스레이를 찍고 나서 다시 대기실에서 대기 하는데 평소 보여주지 않는 핸드폰으로 스노우앱에 들어가 엄마와 자기 얼굴이 우스꽝스럽게 변하는 화면을 띄워 주었다. 조금 웃어 보여서 다행이었다.

결과는 금방 나왔다. 쇠붙이라 엑스레이를 찍으면 금방 보인다는데 이 정도면 걱정 하지 않으셔도 된다는 소견.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이전에 다른 의사에게 진찰 볼 때, 수은건전지는 식도를 타고 내려가면서부터 위험하다고, 상당히 위험하다고, 이것저것 내게 물어오셨어서 안그래도 더 긴장 했었는데.

추운 밤바람 맞으며 다시 택시를 기다렸다. 다행히 친절한 기사님을 만났다. 그런데 나 혼자면 그러려니 맘 놓고 가는데 아기를 안고 있어 어둔 밤 혹시 몰라 정신을 똑바로 차리게 되더라. 오늘은 생전 안 하던 실시간 위치 추적(안심메시지)도 남편에게 보내고. 아기는 집에 오는 길에 잠들었다.

삼십 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택시 뒷좌석에서 나는 펑펑 울었고, 기사님은 어린 애기가 말도 못 하고 얼마나 답답했겠냐고 아기 편을 들어주셨다. 아기를 꼭 안고 택시에서 내려 집에 도착해 아기를 내려놓고 이 글을 쓰기까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수은건전지를 애가 먹었든 안먹었든 그 자리에 건전지를 놔둔 부모가 잘못이다. 그런데 말 못하는 애를 그렇게 닦달을 했다. "먹었어, 안 먹었어?" 이 질문을 몇 번을 한 건지...

허벅지를 깨물려서 짜증 낸 건 정말 느닷 없다. 평소 같으면 절대 화내지 않는다. 나는 일관성 없는 부모다. 최악이다. 아기의 불안을 키우는 일관성 없는 부모. 몸이 다 닳도록 노력 해도 아기는 바라고 바라고 바라기만 하니까 나도 지친 것 같다. 몸도 마음도 하루만이라도 좀 쉬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내 자신을 이기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자기 자신을 혹독하게 채찍질하며 인내해 온 모범생 내지는 성공한 사람들을 세상은 인정해 주는 것이다.

아기를 낳기 전, 나는 육아가 이런 일의 끝판왕일 줄은 전혀 몰랐다. 내 생각보다 훨씬 더 참아야 하고 아파야 하고 울어야 하는 일이었다. 정신과를 찾아야 할 지도 모르겠다. 육아우울증 인지도 모르지. 그런데 말만 번지르르한 위로를 받으면 상처를 받을 것 같아 겁이 난다. 마음이 너무 약해져 있어 믿고 들어간 곳에서 상처를 받으면 깊게 베일 것 같다.

눈 앞에 아기 용품이 제멋대로 어질러져 있다. 어느정도 치우고 자겠지만 전부 치울 힘은 없다. 내일은 제발 이렇게까지 어지르지 않았으면, 날 아프게 하지 않았으면, 밥 좀 제자리에서 잘 먹었으면, 양치질 좀 한 번에 끝냈으면, 하지 말라는 것 좀 하지 않았으면... 근데 그럴 일은 없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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