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책육아를 함께 하는 엄마들과 매일 어떤 책을 읽었는지 그 정보와 감정을 공유하고 있어요. 거창한 건 아니고요. 하루 단 한 권을 읽었다면 그걸로 단 한 줄이라도 글을 남겨보는거예요. 책을 읽을 때 아이가 보였던 반응, 엄마가 느낀점, 개선할 점, 후회가 되는 점 등등을.

11월은 엄마들이 돌아가며 주제를 말하고, 그 주제를 매일 실천 해보도록 했어요. 못 해도 상관없고 안 해도 상관 없어요.

말이 길어졌네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요. 이 날 주제는 우리 아이의 웃음포인트 였어요.


저희 아이는 책 읽을 때 꽤 집중해서 보는 편이에요. (이게 두돌이 가까워져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어요) 여튼 그래서 이 날의 주제는 유독 더 어렵게 다가왔는데요.

'우리 아이가 책 읽을 때 언제 웃지...?'

곰곰 생각해보니... 엄마의 오버액션, 내용에 맞춰 책도 움직일 때 꺄르르 웃더라고요. 하지만 막상 그런 책을 찾으려고 보니 찾기가 어려웠어요. (잡히는대로 읽어주는 편) 그러다 눈에 보이는 한 권의 책.

사진엔 없지만, 바로 마술피리꼬마의 '나 어부바'라는 책이에요.

이 책은 책 속 아기가, "나 어부바~" 해서 엄마가 업어주려 하니, "아니아니 나 말고 내가 아기곰 어부바!" 이런 식으로 인형들을 차례차례 업어주다가요. 무거워서 그만 우당탕탕 넘어져요. 저는 이 부분이 나오기 전에 "어..? 어? 어?!" 하면서 책을 살살 흔들어주다 저 포인트에 책도 같이 우당탕탕 넘어져준답니다. 그럼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어요☺ 또, 또!!!! 요청이 상당히 많이 들어오는 책 중 하나에요.

 



그런데 사진은 좀 쌩뚱맞죠. 어스본사운드북이에요. 동물, 기차, 겨울소리, 숲속, 한밤 중 등.. 다양한 시리즈를 가진 책인데요. 다채로운 색감과 섬세한 그림, 여러 질감과 예쁜 소리들을 들려주는 제품이에요. (갑분책소개)

이건 꺄르르~ 자지러지게 웃으며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몰입하는 모습과 더불어 아이의 다양한 표정 변화를 볼 수 있어 저도 애정하는 책이랍니다.

아마 마꼬를 찾다가 먼저 쥐여준 책일거예요. 그래서 사진은 내용과 좀 무관한(?) 사운드북이네요. 아, 저 개구진 표정은 무슨 의미인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이 날의 주제는 색깔이었어요. 색깔 하니까 에릭칼 책이 바로 생각나더라구요.

보여준 책은,
에릭칼 - The Artist Who Painted a Blue Horse, Brown Bear / Watermelon - A bug / Emma Garcia - Toot Toot Beep Beep 이에요.

책만 봐도 충분했을 것 같지만 문득 색깔 인지가 어느 정도 되고 있는지 궁금해서 실로폰도 꺼내봤네요. (말을 못 하니까 손으로 가리키라고) 빨간새, 노란오리 등을 보며 똑같은 색이 어디있을까 하니 똑같은 것들 찾아줘서 감동이었어요.

책은 씨디 찾기 귀찮아서 테디베어 음에 내용 입혀 노래처럼 불러줬고요.

I see a black sheep looking at me 다음 괜히 긴장감 조성해서 black sheep...? 뒷 장 넘기고 black sheep!!! 이러고 놀았답니다. ^^;;

다른 책들 또한 색깔을 물어보면 아이가 가리키고, 영어라 지루하지 않게 노래 혹은 강약조절하며 읽어줬어요.


이 날의 주제는 도형이었어요.

꺼내 준 책은 꼬꼬마수학자였구요. 다양한 도형이 그려진 책이었는데 물감을 보자마자 교구며 책은 눈 밖에 나버린 신세가 되어 제대로 활용은 하지 못했었네요.

뻔하지만요. 도형 교구 바닥에 물감 묻혀 찍어보는 활동을 해보았어요. 대단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결과물이 아닌 막 시작할 때 찍은 사진이라 아쉽네요.

예상시나리오는... 찐하고 선명하게 묻어나온 모양을 보고 같이 얘기 나누는거였어요. 하지만...^^ 아이가 너무 너무 좋아하는 물감을 선택하는게 아니었는데.. 아이는 물감에 관심 98%, 도형엔 달랑 2% 주었어요.

그..그치만(합리화시작) 물감놀이 후 세면대에서 물놀이까지, 모든 과정에 아이가 집중하고 좋아해줘서 고걸로 만족하려고요.


이 날 주제는 겨울이었어요.

꺼내 온 책은 쫑알이 - 쌍둥이 오리의 겨울 / 곰곰이 - 크리스마스 구요.

저는 크리스마스 하면 트리가 가장 먼저 생각나요. 그래서 표지에 트리가 그려진 곰곰이를 뽑았답니다. (단순)

작년 크리스마스 땐 아이가 돌 즈음이라 할 게 별로 없었어요, 제가 거의 다 했어요. 근데 이젠 두돌 즈음이라 함께 트리를 만들 수 있을 것 같아 벌써부터 기대가 돼요. 작년 우리가 만든 트리가 어떤 트리였고, 어떻게 만들었는지 간단히 설명해줬는데 기억이 안 나는 눈치라 저 혼자 '이번엔 꼭 기억에 남는 트리를 만들리라!!' 하고 다짐했어요.

 



쌍둥이 오리의 겨울에서, 쌍둥이 오리는 썰매도 타고 눈사람도 만들고 얼음낚시도 하고 캠핑도 해요. 문득, 남편이랑 일정 맞춰서 낚시 같은 겨울 행사 하나 다녀오면 재밌을 것 같아 찾아봐야겠단 생각을 했네요.

아이는 이 날 곰곰이에선 한 명씩 등장하는 친구들 실루엣 보며 알아 맞추기, 쌍둥이 오리의 엄마 보며 반가워하기 등을 했답니다.

이 날은 전형적인 동상이몽이었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 날의 주제는 눈사람이었어요.

꺼내 준 책은 푸름이까꿍 - 변신쿠키 / 안녕마음아 - 행복한 여섯 살 이에요.

이 날 아침, 어제 봤던 쌍둥이 오리 책의 눈사람을 다시 한 번 보고, 오후엔 눈사람을 재미있게 표현한 그림책들을 꺼내놓고 먼저 봤어요. 다 보고 나서는 너만의 눈사람을 스티커로 한 번 표현해 보라고 했는데요.

"눈~ 코~ 입~" 그리고 고양이, 아기도 번갈아가며 신체 포인팅 해주는게 넘 재밌었나봐요. 또! 요청이 계속 들어오더라고요. 아이가 질릴 때까지 열심히 그거 하다가.

"요기 책에서처럼 우리도 눈사람 눈코입 만들어줄까?!" 소리에 눈이 네 개, 코는 두 개 가진 눈사람을 만들어주었어요. ☃️

그리고 저 밑에 있는 대발이 책을 읽어달라고 가지고 와서 읽어주는데, 귀신 나오는 내용이 재밌었는지 자기 전까지 저 책만 읽고 그새 자네요..? 눈사람은 나중에 다시 만들어 봐야겠어요.





와, 정리하고보니 뜻한대로 된 건 거의 없는 하루하루 였네요. 그래도 아이가 자리 이탈하지 않고 나름대로 자기의 시간을 만들어 나가서 대견해요.

그리고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아이는 끝까지 잘 앉아 있어주는데 아이디어 고갈된 엄마의 능력부족이랄까요. 부족한 저 때문에 아이가 좀 더 재미있게 책을 접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미안해요. 왜 갈수록 마음에 여유가 없어질까요?

육아서와 여러 전문가들의 영상 보며 맘을 다독거리곤 있는데... 이걸 어떤 느낌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아, 마무리가 우울하네요. 추워졌어요. 그리고 미세먼지도 심해졌어요. 미먼 때문에 우리 아이들 눈에 다래끼 나는 경우 상당하다고 합니다. 아프지 마시고, 아프지 않기를 바라요. 🙏

반응형


이전 게시글에 이어 마이퍼스트북 2탄이에요. 오늘은 <NO.1 기본>편인데요. (번호는 단계를 뜻하는 게 아니라 시리즈를 구분하기 위함) 농부이야기도 제가 원해서 구매한 애정 가득템이긴 하나, 디자인부터 구성까지 저는 사실 기본이 더 맘에 들어요.

가격은 98,000원이에요. 농부이야기는 127,000원이었잖아요, 조금 더 저렴하지요? 하지만 저렴하다고 기본이 어디가 더 빠진다거나 부족한 부분은 전혀 없어요. 판매자의 의도를 모르겠어요. 소비자의 견해는 그러합니다.

마이퍼스트북 NO.1 기본


이것도 농부이야기처럼 선물하기 좋아보이는 고급스러운 상자, 그 안의 가방, 가방 안에 맞춤 옷을 입은 것처럼 들어가 있었어요. 저번 글에서 가방은 살짝 보여드린 바 있으니 이번 포스팅에선 생략할게요. 그리고...

"농부이야기가 뭔데 자꾸 농부 어쩌고야?!" 싶은 분들을 위해 그냥 이전 게시글 링크 첨부할게요.

 

마이퍼스트북 NO.11 농부이야기 (Montessori Practical Life) 실사용후기

마이퍼스트북은 '소근육발달'을 검색하다 알게 된 제품이에요. 몬테소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몬테소리란 이름에 끌려 구매한 건 아니고요. 이제 곧 22개월이 되는 저희 아기는 옷에 달린 단추나

hyunaver.tistory.com


그럼 디자인 먼저 얘기 해볼까요? 빨개요. 쨍하지 않게 빨개요. 그리고 깔끔합니다. 농부이야기는 영어가 쓰여 있었는데 이건 군더더기 없지요. 뭐, 순전히 개인취향이지만요.


자꾸 비교를 하게 되는데요. 농부이야기(이하 농부)에서는 주로 단추, 지퍼, 넣었다 뺐다 등의 작업을 할 수 있게 돕는 내용이 많았잖아요. 이것도 비슷해요. 그런데 실용적인 부분이 조금 더 추가 되었달까요?

일단 벨트와 머리 묶기. 저희 아기는 이제 22개월을 곧 앞두고 있는 21개월이에요. 저희 아기 기준, 왼쪽 오른쪽 꽤 난이도가 있는 활동들이네요. 아니, 오른쪽 머리 묶기는 정말 긴 시간이 흘러야 할 것 같네요..




저번에 제가 올린 농부 글에 제 블로그 이웃 한 분께서 답글을 달아주셨었어요. 감사한 마음으로 읽고 있었는데. 상품의 적정 나이 혹은 월령을 알 수 없어 조금 혼란스러우신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찾아봤답니다.

 



🔎마이퍼스트북의 권장사용연령은 3세라고 해요. 하지만 유아기 인지발달을 위한 매개체로서 통상적으로는 12개월부터 사용이 가능하다고 하네요. (넓게는 6세까지도 사용이 가능하대요) 하지만 작은 부품이 포함되어 있어 최소 구강기는 지난 후에 사용해야 좋을 듯 싶어요.

그리고 이런 팁도 주셨어요.

유아가 3세 미만인 경우에는 NO.1(기본), NO.6(동화세계) / 3세 이상인 경우에는 마퍼북의 모든 시리즈가 적합하긴 하나 남아인 경우 NO.3(우주), 여아인 경우에는 NO.7(공주)를 추천한다구요.

제 소중한 이웃님을 더불어 이 글을 보시는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는 팁이었으면 좋겠어요.


이건 귀여운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페이지라고 생각해요. 왼쪽은 세탁기구요. 그 위는 바구니. 그리고 오른쪽은 빨랫줄에 빨래집게로 옷을 널어놓은거예요. 마주보고 있는 두 페이지가 하나의 주제를 이루고 있으니 펼쳐놓고 아이에게 '빨래'이야기를 들려주기에도 좋겠죠.

저 빨래집게는 나무로 된 것 3개, 플라스틱으로 된 것 3개 총 6개가 따로 포장 되어 왔어요. 어른이야 눈 감고도 할 수 있는거지만, 저 나무집게는 아이가 엄지로 꾸욱 누를 때마다 옆으로 비껴나가서 작게 작게 절망감을 안겨주는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플라스틱 집게를 주로 하도록 권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면 몬테소리 센터에서도 저 집게를 주었었네요. 플라스틱 집게보다 더 집중을 요하는 도구라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신발끈 왜 없나 했어요. 두돌아기에게 너무 어려운 난이도이긴 하지만 언젠가는 가르쳐주고 싶었던 거라 반가웠어요. 매번 흙 묻은 신발을 가지고 '집 안'에서 연습하기엔 좀 무리가 있잖아요.

신발끈은 언제나 성공할까요? 초등학생 정도는 되어야 할 것 같은데. (조급한 건 아니예요, 궁금할 뿐)

구멍에 끈을 넣는 건 좋아하고 잘하더라고요. 리본까지는 무리더라도, 매듭 정도는 혼자서 지어볼 수 있도록 천천히 시범을 보여줘야겠어요.

 



오른쪽은 밤하늘에 빼곡히 들어찬 달과 별이 인상적이에요. 그 밑엔 캠핑 나온 아저씨고요. 지퍼를 열면 아저씨가 들어갈 공간이 생겨요.

저는 평소 '캠핑'이란 주제로 아이에게 이야기를 들려줄 기회가 많지 않아요. 캠핑을 즐기지 않고, 캠핑이 주제인 그림책도 별로 없어서요. 하지만 아이가 좀 크면 서서히 캠핑을 다녀 볼 생각인데요. 그런 제 기대와 상상력을 가득 담아 무한한 이야기들을 만들어줄거예요. 이 페이지를 시작으로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고 있었었는데, 엇? 정신을 차려보니 실제 캠핑장이잖아?!


이게 이 페이지에서 바라는 제 꿈입니다.


한참 재미있게 놀다보면 배고프지요. 사과도 따고, 당근도 캐볼까요. (당근 아닐수도) 하나하나 정성스레 따서 바구니에 넣어주어요.

저희 집 21개월 아기 기준, 따서 바구니에 넣는 이 정도는 이제 식은죽먹기고요. 여기서 좀 어려운 부분이라면 당근을 있던 자리에 다시 꽂아놓는 것 정도가 되겠어요. 목표지점을 정확히 알고 끝까지 밀어넣어야 해요.


옷 입히기예요. 옷을 입히고 난 다음에는 이부자리에 바른 자세로 눕히고, 곤히 잘 수 있도록 원한다면 자장가를 불러줄 수도 있어요. 바른 정서 함양에 도움이 되겠지요.

다른 것도 그렇지만 이 모든 과정을 아이 혼자 스스로 하게 둬 보세요. 마치 동생 보듯 그 앙증맞은 고사리 손으로 조심스럽고 섬세하게 다룰지도 몰라요. (섬세하지 않아도 괜찮아)

저희 아기는 제가 먼저 자장가를 부르고 "불러줄래?" 하면 자기도 노래를 따라 불러요.

  "자잘아~ 으이아아아아아~~ 아아아이이아~~~ 아아아아에아오~~~"  


비록 자잘아 뒤 부터는 무슨 말인지 엄마인 저도 잘 모르겠으나 딱 들으면 '이건 옹알이가 아니라 노래다!' 싶어 기특해 죽겠다니까요. 아기에게 노래도 한 번 불러달라고 해보세요. 👀🧡


어느새 마지막 장이네요. 참고로 페이지가 너무 많아 하나하나 다 찍어 첨부할 수 없었어요. 빠진 부분들에선 단추 끼우기, 도형 찍찍이 등이 있었답니다.

여하튼, 달콤한 아이스크림이에요. 이런 아이스크림을 아이가 본 적이 없어서 어리둥절 했을 것 같네요. 이래서 경험보다 소중한 자원은 없다고 하는건데. (앞으로 부드럽고, 달콤하고, 사랑스러운, 널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경험들을 부지런히 하자!)

오른쪽은 수세기에요. 개인적으로 꽃 무늬가 모두 통일되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저는 책이며 제가 제안하는 모든 활동이 '학습'으로 느껴지지 않도록 주의하는 편이에요. 그런데 왼 편에 수놓인 1부터 5까지의 숫자가 꽤 압도적으로 느껴져 아이에게 혹 부담이 되진 않을까 싶어 그냥 가볍게 구슬을 톡톡 치며 노는 모습만을 보여줬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보니 제 스스로 구슬을 하나하나 옆으로 옮기며 "일...이...사...사..." 하는 게 아니겠어요. (수 셀 줄 안다고 잘난 척 아는 게 아니에요. 남편이 심심하면 아이에게 1부터 10까지 가르쳐줘요. 그렇게 쌓인 나날의 결과물이랄까...)

여기서 제가 고삐를 더 움켜쥐면 어떻게 될까요? 흥미를 잃는 일 만큼은 없어야 해서 조심스럽네요.



제가 이전에 올렸던 글 농부이야기와 오늘의 이 기본 시리즈를 구매할 적만 해도 '두 개론 모자라지 않을까?' 싶어 조만간 몇 권의 책을 더 구매할 것 같단 생각이 마음 한 켠에 있었어요.

그런데 아니네요, 충분하네요. 제가 돈이 넘쳐나는 사람이었다면 두어 번 놀고 방치되는 한이 있어도 사줬을 것 같긴 해요. 그치만 전 그런 사람이 아니라서요. 후에 지금 가지고 있는 책들에 싫증 혹은 권태를 느끼면 그 때 다른 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하고 찾아볼 것 같아요.

개인적인 경험을 죽 늘어놓은 후기글이라 느끼시기에 영양가 없는 글이었다고 누군가는 생각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가장 단언할 수 있는 한 문장으로 글을 마치려고요. 그럼 이만.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손은 제 2의 두뇌다! 🖖
반응형


마이퍼스트북은 '소근육발달'을 검색하다 알게 된 제품이에요. 몬테소리를 하고 있긴 하지만 몬테소리란 이름에 끌려 구매한 건 아니고요.

이제 곧 22개월이 되는 저희 아기는 옷에 달린 단추나 지퍼를 보면 무조건 자기가 해보려 해요. 하지만 단추같은 경우 잘 안 되서 짜증 혹은 포기 중 하나를 택하죠.

훈련 해보라고요. 네가 그렇게 얻고 싶어하는 그 능력을 이 헝겊책을 통해 배우라고요. 그리고 성취감과 자신감을 맛보고 자존감을 차곡차곡 쌓아올리라고, 그런 의미에서 사준거예요.

사준 지는 이제 일주일이 다 되어가는 것 같아요. 아이는 역시나 제 예상대로 좋아하고, 틈날 때마다 즐겨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여러가지 팁과 느낀점을 솔직하게 말씀 드릴게요.

마이퍼스트북


두꺼운 거 보이세요? 한 손으로 잡기 힘들어요.
사실 제품을 받고 박스부터 그 안의 가방까지 다 너무 예뻐서 하나하나 사진으로 보여드리고 싶은데 그럼 페이지가 너무 느려질까봐, 흠... 아쉬워라. (가방은 글 하단에 첨부할게요)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기전에요. 저는 '농부이야기' 잖아요. 이거 말고 우주, 동화, 공주 등 여러 이야기들이 시리즈로 주루룩 있어요. 저는 그 중 기본(NO.1)과 이 농부이야기를 선택했어요. 조만간 기본도 포스팅 올릴게요.

가격은 농부이야기 127,000원, 기본 98,000원. 저렴한 편은 아니죠, 남편이 가격 듣더니 실소를 터뜨리더라고요.


색깔은 단색으로 이루어져있어요. 쨍하지 않아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그리고 빨강, 노랑, 파랑, 검정 등 다양한 색이 한꺼번에 한 눈에 들어오는데 쓸데없는 건 어거지로 넣지 않아 조잡스러운 느낌이 적은 것 같아요. 지나치게 알록달록 하지 않아서 저 개인적으론 만족.

소재는 헝겊(펠트)이에요. 그런데 까슬거리지 않고요. 오래 부벼도 보풀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고급스런 느낌이에요. 그리고 제가 사진을 좀 더 가까이에서 찍었음 좋았을건데, 박음질이 섬세히 촘촘하게 되어있어요. 아이가 처음 보자마자 문 같은 경우에는 쥐어 뜯었었는데 다행히 끄떡없더라고요. (그런 걸 감안하고 만든 듯)

 



왼쪽은 목장 안의 동물들이에요. 돼지, 말, 양 등. 총 다섯마리였던 것 같고요. 여기서는 문에 걸린 단추를 풀고 다시 꿰어보는 연습을 할 수 있어요.

오른쪽은 엄마 오리를 왼쪽 오른쪽 움직여볼 수 있고요. 울타리 너머 농부 아저씨는 고정이 아니라 빼내어 다양하게 가지고 놀 수 있답니다.

단추 꿰기며 오리 움직여보기 외에도 스토리텔링이라는 재미난 놀이를 할 수 있을 것 같죠? (앞으로 나올 모든 페이지도 마주보는 두 페이지가 같은 주제를 가지고 있어요) 농부 아저씨 뿐 아니라 동물들도 다 꺼내볼 수 있거든요. 아니면 농장 관련 책을 볼 때 얘네 시점으로 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단추 나왔으니 똑딱이랑 지퍼도 빠질 수 없죠. 아기 돼지들은 똑딱이로 되어 있어요. 지퍼를 열면 아기 돼지들이 그 안에 들어갈 수 있게 되어 있구요. 오른쪽은 진흙 목욕 하는 돼지네요. 역시 넣었다 뺐다 할 수 있어요.

음 그런데, 그 밑의 까마귀는 좀 의문이에요. 입에 줄이 연결되어 있는데요, 줄을 왼쪽 오른쪽 잡아당겨도 까마귀 입에는 먹이가 들어가지 않아요? 매듭이 지어져 있는데 풀어서 뭘 어떻게 하라는건지...


텃밭인가봐요. 양배추, 당근, 콜라비, 토마토가 있네요. 당근이랑 콜라비는 땅에서 뽑았다 넣었다 할 수 있구요. 넣을 땐, 틈이 살짝 벌어져 있긴 하지만 목표로 하는 곳에 아이가 잠시라도 집중을 해야만 해요.
양배추는 똑딱이, 토마토는 찍찍이(벨크로)로 되어 있습니다.

토마토의 벨크로 말인데요. 토마토 뿐 아니라 마퍼북의 벨크로는 모두 특수제작을 했다고 해요. 그래서 어른이 느끼기에는 접착이 잘 안 된다고 느낄 수도 있는데, 아이들이 다치지 않도록 고안하여 만든거라 그런거라고 하네요.

근데 잘 붙어요. 엄청 강력해서 뗄 때마다 굉장한 소리가 나고, 힘 주어 떼야 하는 그런 벨크로보다 훨씬 좋아요. 그건 어린 아기들이 하다가 금방 포기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건 조금만 힘을 주면 떼어져요.

오른쪽은 바퀴 중 하나가 단추 형식으로 되어 있어 분리가 가능해요. 나머지는 고정되어 있구요.


순록인지 뭔지가 사과나무를 보고 있네요. 사과는 다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어요. 순록도 따로 가지고 놀 수 있고요. (문득 이걸 100%활용하려면 부모가 엄청난 이야기꾼이어야겠단 생각이 듭니다)

오른쪽 강아지는 목에 달린 목줄을 매어주고 풀어주고 할 수 있는거예요. 열쇠고리... 뭔지 아시죠? 21개월 아기는 태어나서 이런 건 처음 봐서 낯섦을 넘어 무시하더라고요.

이건 이제까지 봐왔던 페이지 중 제일 어려운 난이도인 것 같아요. 가장 정교하고, 많은 힘을 요하는 작업.


왼쪽은 매듭, 오른쪽은 고리예요. 고양이와 생쥐, 이야기 만들기에도 좋겠죠. 생쥐의 치즈는 벨크로로 되어 있고 떼어내면 모양이 흔적처럼 남아있어서 그걸로 놀이를 하다보면 도형 인지 능력이 자랄 것 같아요.

저희 집 21개월 아기 기준, 매듭은 아직 너무 어렵고요. 고리도 어려워 해요.

그나저나...



단추며 지퍼, 고리, 찍찍이 등을 왜 십 만원이나 주고 하고 앉아있냐. 는 의문 가지시는 분들이 계실 것 같아 말씀 드리는데, 어른은 익숙해져있지만 아이는 태어나 처음이에요. 그래서 흥미를 가지고요.

모든 작업들은 두 손을 써요. 눈은 손을 봐야 하고, 왼손과 오른손은 협력해야만 하며, 중도에 포기하면 성공을 맛볼 수 없기 때문에 끈기를 가지고 끝까지 임해야 하죠.

지퍼를 아래에서 위로 올리는 행위를 예로 하나 들어볼게요. 성인이 된 우리야 뭐 눈 감고도 지퍼 올리죠. 그런데 잘 보시면, 아래에서 올릴 때 왼손은 옷 밑 단을 잡고 있어요. 자연스럽게. 그래야 지퍼가 매끄럽게 올라간다는 걸 아니까요. 이걸 모르는 아이들은 지퍼 올리기를 어려워해요. 시간을 들여 스스로 깨치든 어른이 반복적으로 시범을 보여주어 익히든 배워야만 해요.

어차피 크면서 다 알게 되는 것들이라고요? 너무나 맞는 말이에요. 그래서 몬테소리의 옮기고 운반하고 쏟고 하는 등의 작업을 (비싼 돈 주고 시켰는데) 못마땅해 하는 분들이 그렇게 많으시죠.

시냅스의 밀도가 증가하는 만 3세 이전, 성인 뇌의 70-80%까지 형성 될 정도로 많은 발달이 이루어지는 이 시기에, 소근육을 자주 사용하면 두뇌에 좋아요. 소근육은 작고 미세한 수많은 근육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 소근육을 사용하는 활동을 할 때 근육들이 뇌를 자극한답니다!

그리고 아이가 집중을 하고 있을 때 내면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에도 귀기울여볼까요.

 

 

먹는것도 씻는것도 부모 없이는 자유롭지 못한 아이가 스스로 주도적으로 무언가를 해내려 노력하고 있어요. 집중력, 인내심 그리고 성공했을 때 아이가 느낄 그 뿌듯함은 부모든 누구든 타인이 줄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저는 그 때 얻은 성취감과 자신감이 무엇보다 값지다고 생각해요. 그렇게 쌓인 자신감은 자존감이 되고, 자존감은 즉 살아갈 힘을 뜻하니까요.

물론 그러기 위해 이 책이 필수란 건 결단코 아니에요. 저같은 경우 매번 단추며 지퍼를 구해다 주기가 번거로워서 이걸 처음 보자마자 "이거다!" 싶었을 뿐이에요.


저 이름 말 많은 아줌마로 바꿀까요.......? 왜 이리 말이 많은지.....😑

사진은 엄마 닭이 병아리와 달걀을 품고 있는건데 까꿍놀이가 가능해요. 두 발에는 벨크로, 다른 것보다 더 접착이 약한 벨크로가 붙어 있구요.

오른쪽 또한 닭인데 이건 퍼즐이에요. 퍼즐을 다 떼어내면 밑에 밑그림이랄까, 모양이 그려져 있어 보고 맞추면 돼요.


그리고 이건 언박싱할 때 놀랐던 가방인데요. 박스를 여니 웬 가방이 나오는거예요. 것도 꽤 퀄 좋은 가방이. 책은 이 안에 있었어요. 책과 가방이 한 몸인 것처럼 붙어 있었어요. 만일 아이가 이 책을 정말 좋아하고, 이 책에 시간을 할애하기를 아까워 하지 않는다면, 외출이나 여행 시 가방에 넣어 가지고 가면 좋을 것 같아요.



이사 온 지 어느덧 삼 주가 흘렀네요.

아이가 두 돌이 다 되어가서 잘 가지고 놀지 않는 교구며 장난감은 싹 치웠어요. 그리고 제 나이에 맞는 것들로 다시 공간을 채워주고 있는데요.

물건 하나를 살 때에도 굉장히 많이 알아보고 사는 신중한 엄마여서 아직 집이 휑해요.

남편은 단추꿰기, 지퍼 올리기 등으로 가득한 두꺼운 책 두 권을 20만원 주고 샀다는 말에 고개를 떨구고 웃었어요. 아, 처음에만요.

지금은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자기가 먼저 자처해서 책 앞에 가 앉아있네요. 응답에 응한 아이는 쪼르르 와서 자기가 좋아하는 작업을 재미있게 하고요.

글을 잘 읽으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저 이게 끝이 아니에요. 이 농부 이야기와 더불어 'NO.1/기본'이 더 남아 있답니다. 그건 이 글보다 짧겠죠? 아무래도? 이미 많은 말을 했으니까...?🙄 (확신없음)

두 권의 책으로 부족하다 싶으면 남은 책들도 구매 할 생각이었는데요. 아직은 그럴 맘이 없네요. 일단 남은 한 권의 후기 글도 가지고 올게요.

반응형


날이 많이 추워졌지요? 올해는 특히 더 가을이 아닌 '갈!' 같은 느낌인데요. 파라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소아과 대기가 무척이나 길다고 들었어요.

저희 아이도 얼마 전 파라바이러스로 심하게 앓았었거든요. 지금은 다 낫긴 했지만. 아실거예요, 아이가 아프면 부모도 너무 너무 힘들다는 거.

물론 따뜻하게 입고 나가면 되긴 돼요. 그런데 그러다 저나 아이 중 한 명이라도 감기에 걸리면, 그건 두 명이 걸리는거나 다름 없기 때문에 외출을 잘 안 나가게 되더라고요.

11월 첫째 주는 주로 집에서 많이 놀았습니다 :)
역시 따뜻한 우리집이 최고예요.



11월부터는 책육아를 함께하는 맘들과 돌아가며 주제를 정하기로 했어요. 이 날의 주제는 가족, 가족간의 사랑이었습니다.

앤서니브라운 - 우리 아빠가 최고야, 우리 엄마 etc.


앤서니브라운 책에서는 무엇이든 해내는 엄마 아빠 모습이 재치있게 그려져 있어요. 우리 엄마 라는 책에,

우리 엄마는 무용가가 되거나 우주 비행사가 될 수도 있었어요. 어쩌면 영화배우나 사장이 될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우리 엄마가 되었죠.



라는 부분은 읽을 때마다 뭉클해요. 두 책 모두 각 장마다 문장을 설명하는 몸짓을 하고 있어서 "아빠 뭐하고 있어?" 물어보면, 그 모습을 흉내내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미치는줄 알았어요. 두 책 모두 부모가 거의 신처럼 묘사되어..

읽을때마다 부담스럽지만 아이 눈엔 우리가 그렇게 보일 것 같아요. 어릴 때 제 눈에 비친 제 부모님이 그랬거든요.

 


두 책 끄트머리에 웬 작은 손이 엄마 아빠 가슴에 손을 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거 누구야?" 하고 물어보니 "나!" 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엄마 아빠 그리고 나 라는 책은 너무 행복하지만 아이를 갖지 못해 슬퍼하는 부부에게 아이가 큰 선물처럼 다가온다는 내용이에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장면에서 임신을 소원하는 부부들이 떠올랐는데.. 저도 덩달아 슬퍼졌네요. ^^;

베이비올수과학 - 내 몸의 물이 찰랑찰랑


이 날 주제는 종이찢기였어요. 찢는 걸 아이가 했음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별 흥미가 없어 자리 이탈하기 전에 눈치껏 제가 후딱 찢고 책 꺼내줬어요.

당초엔 몸에서 나는 눈물과 콧물을 찢은 종이로 서로의 얼굴에 붙여 표현하고, 거울보고 얘기 나누는게 목적이었는데...


제가 주섬주섬 얼굴에 종이 붙이니 한심스럽게 쳐다보기만 하더라고요. 책을 반복해 읽고 다시 한 번.. 몸에서 나는 물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설명해줬는데 끝까지 별 흥미가 없어서 결국...


베이비드림북 손가락놀이책에 끼워넣으며 눈손협응력, 대상영속성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마무리 했어요. 🤭 그래도 끝까지 자리 이탈하지 않고 나름대로 참여하려 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요.

꼬꼬마수학자 + 과일


이 날 주제는 과일이었어요. 바나나 한 송이, 샤인머스켓 한 알, 귤 한 개. 각각의 물건 세는 단위를 알려줬어요. 그리고 내친김에 집에 있는 사물을 가지고도요. *모든 물건은 한 가지 단위로 통일되어 있는 게 아니구나, 정도만 알아주면 좋겠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근데 하고보니 그냥 해당 과일 책 꺼내 자라는 과정이나 특징 짚어주는 게 좋았을 것 같아요. 종류가 많은 것이 아니라 얘깃거리가 금방 동나더라고요. 어린애한테 주입식교육을 할 수도 없었고요.

 

 

장소가 마트나 시장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 먹으며 좋아라 해서 저도 크게 상심하진 않았습니다. 😊

자연이통통 - 새침데기 고양이의 짝찾기


이 날 주제는 동물이었어요. 저희 집은 고양이를 키워요. 그래서 그런지 역시 고양이 책을 가장 좋아하네요. 😂

책은 고양이가 짝을 찾는 내용인데 '짝이라면 모름지기 높은 곳에 잘 올라가야 하고~' 뭐 이런 내용이에요. 고양이 특징이 잘 나와 있어 좋더라고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고양이가 사뿐히 내려앉는 부분에선 아이도 위에서 떨어지듯 폴짝거리며 좋아했어요. 책 페이지가 옆으로 펼쳐져서 쫙 펴놓고 아이랑 저랑 번갈아가며 걸어보기도 했고요. (책 징검다리 놀이가 생각나서 해줘봤는데 이 날은 일단 fail... 담에 다시 도전!)

그리고 요즘은 수세기도 좋아해서 권하지 않아도 먼저 고양이 수를 셌어요. 저는 제시만 하고, 거의 아이가 주도한 책놀이 시간이었습니다.





21개월, 이제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게 눈에 보여요.

이를테면 설거지 할 때 혼자 그림 보며 그림 읽고요. 밥 먹을 때 "책!"은 이제 습관이 된 듯 해요. (좋지 않은 습관이라는 거 압니다) 심심하면 책을 왕창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고 그리고.. 어찌 보면 우습고 별볼 일 없는 엄마표 책놀이에 엉덩이 떼지 않고 끝까지 있어 주는 건 음,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 돌 전에는 저 혼자 스타트선에 서 '아가 이리온'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제 속도로 부지런히 걸어온 아이와 비로소 함께 서 있는 느낌이 들어요.

아이가 두 돌이 다 되어가니 이런 날이 다 오네요.
뭐.. 육아는 두돌이 다 되어간다고 해서 갈수록 수월해지고 그런 건 아닙니다만... 🥲

이제 책에 관해서만큼은 아이가 마음을 활짝 열고 시키지 않아도 여기저기 알아서 기웃대서 좋은 현상인 것 같아 사실 많이 기뻐요.

반응형


10월 셋째 주면 이사 전이네요. 지금은 이미 이사했고요. 이사 일주일 전이라 집이 아마 매우 지저분할거예요. 덜 놀라시라고 미리 말씀 드립니다.



10월이면 저희 아이 20개월일 때인데요.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몇달 전부터 '흡수 할 준비'가 되어 있달까요? 무언가를 제시하면 기다렸다는 듯 집중하여 몰입해버리고, 심지어는 체력이든 뭐든간의 이유로 제가 먼저 나가떨어질 때도 있었어요.

아이는 이제사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 같아요. 언어든 뭐든. 언어폭발기를 지나고 있는 아이에게 엄마가 골골대느라 예전처럼 여러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음이 안타까울 뿐이에요.

달걀 깨뜨리기


아침에 일어나 제 컨디션을 한 번 보고 괜찮다 싶은 날은 평소 해주고 싶었던 놀이 혹은 아이가 좋아할 것 같은 놀이를 찾아 하게 해줘요.

이 날은 냉장고에 달걀이 두 팩 있길래 한 팩을 꺼내줬어요. 흰자와 노른자 구분이라는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시작한 작업이에요. 하지만 아이가 다른 것에 더 몰입해서 내버려뒀어요.

아이는 달걀을 깨뜨리는 일, 노른자를 터뜨리는 일, 푼 달걀을 국자나 수저로 옮겨담는 일 등을 더 좋아하더라고요.

그리고 최근들어서부터 수도꼭지를 스스로 작동하고 싶어해요. 틀고, 끄고, 자신의 능력을 한 개 두 개 늘려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아요.

달걀껍질 망치로 부서뜨리기


달걀껍질은 정리해서 가지고 내려와 장난감 망치로 내리쳐봤어요. 부서뜨려서 여러 조각으로 나뉘어지는 모습 그리고 내리칠 때 나는 소리를 들어보라고요.

자연이통통, 땅친구물친구


다 놀고 난 다음에는 거실로 와 달걀을 낳은 닭을 책으로 만나봤어요. 두 책 모두 닭과 병아리에 관한 내용만 잔뜩 있고 달걀은 언급이 적어 아쉬웠는데요. 적은 내용이나마 아이에게 들려줬어요.



암탉은 하루에 달걀을 1개 정도만 낳는다는 사실, 품는 동안 알이 골고루 따뜻해지도록 부리로 알을 굴려서 알의 위치를 바꿔준다는 사실, 달걀은 흰색도 있고 갈색도 있다는 사실을 최대한 쉽고 간단하게 얘기해줬어요. 닭이 어떻게 해야 병아리가 아닌 달걀을 낳는지도요. (달걀 안 흰자와 노른자가 가진 각각의 명칭, 유정란 무정란 등은 아직 너무 어려울 것 같아 패스했어요)

아이는 그닥 흥미를 보이지 않았어요. 계란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긴 한데, 이걸 닭이 낳은거라고 아직 실감하지는 못하는 눈치예요.

달걀로 만든 음식


마침 냉장고에 메추리알과 계란말이가 있어서 잘됐다 싶어 꺼내줬어요. (메추리알은 엄연히 따지면 메추리가 낳은거긴 하지만)

아까 깨뜨린 그 달걀로 만드는거야... 라고 말은 해보긴 했는데, 냠냠. 뭐라는거야 냠냠. 약간 이런 느낌...

돌잡이한글 워크북


다른 날이에요. 이제는 실사랑 그림을 동시에 보여주어도 똑같은 사물이면 똑같다고 분류할 줄 알아요. 그래서 사과 자리에 사과 놓고, 바나나 자리에 바나나 놓고 가 돼요. 워크북에서 뜯은 과일을 책의 알맞은 부분에 스스로 올려보더라고요. 하지만...

이건 아이가 별로 재미없어해서 금방 마무리 하고 다음 책으로 넘어갔어요.



+ 근데 돌잡이한글은 왜 돌잡이한글이에요? 두돌잡이로 이름 좀 바꿔줘요. 돌잡이 때 괜히 오픈했다가 찍찍이 다 잃어버렸자나요🤦‍♀️


아이는 토끼 입에 사과, 바나나, 귤 등을 넣어주느라 정신이 없었어요. 그러라고 있는 토끼인 건 맞는데요, 너무 좋아해서 토끼 데리고 둘이 어디 가버려 저는 더이상 아무것도 할 수가...🤦‍♀️ 제가 토끼를 데리고 상황극을 할 걸 그랬어요. 책상에 놓아두는 게 아니라...🤦‍♀️


사진 찍지 못한 책


<공룡대발이, 같이 준비해요>

대발이가 가족들 일손을 돕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아이라 뭘하든 실수투성이.. 꾸중을 듣고 시무룩해져있다가 할머니의 위로로 다시 기운을 차리는데요. 문득, 요즘 제 태도를 돌아보게 되었어요.

아이의 자발적인 참여로 성취감과 자신감을 심어주려 했던 지난 날과 종이컵에 담긴 물을 흘릴까봐 구태여 먹여주고 있는 제 모습이 대조되어 말문이 턱 막혔어요. 이제 뭘 하면 어떤 실수를 할 지 훤히 아니까, 제가 덜 귀찮으려고.. 아이가 실수를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다 빼앗고 있었더라고요. 제 역할은 물을 먹여주는게 아니라 흘리면 닦아주고 새 물을 다시 먹을 수 있게 도와주는건데..

꾸중을 듣고 다시 기운을 차린 대발이는 어떻게든 다시 시도할 기회라도 얻었지만 저희 아이는....🤦‍♀️ 아효, 반성해야겠어요.


<애플비아이튼튼, 오늘도 자장자장>
왜 아이자니... 안 자는 아이를 바라보고 있는데 마침 이걸 꺼내오더라고요. 마침 달 됐다 싶어 달님에 빙의해 시간이 늦었으니 언능 자라고 말해줬어요. 달님이 노래도 불러줬어요. 잘자라 우리 아가~

oo도 불러줘, 하니까 책 속 주인공한테 자잘아~ 해주는 모습 넘 귀엽더라고요. (주인공이 달님 힘들까봐 공이랑 전등이랑 종이로 만든 달을 하늘로 올려보내고, 달은 내려와서 자요~ 하는 내용인데, 요 내용 자체도 좋아하더라고요. 내용 순수그자체..)

평소 달을 좋아해 이 책 반복해 읽고 난 후 제게 안아달라해서 달에게 고마웠어요.





일주일 동안 당연히 이 책들만 읽은 건 아니고요. 😅 기억이 나는 것, 기록해 둔 것 위주로 작성해보았어요. 제안하는 족족 잘 따라와주는 아이를 보니 제가 힘을 더 내야 할 것 같네요.

반응형


최근들어서부터 아이에게 어떤 책을 어떻게 읽어줬는지, 아이의 반응은 어땠는지 등을 기록하고 있어요. 제목에 <책육아> 라고 했지만요. 책만 읽어주는 게 아닌 책을 이용하여 아이와 노는 것에 더 가까워요. 아이와 놀 때, 그리고 뭔가를 알려줄 때 책은 좋은 도구가 되거든요.

꼬꼬마수학자 보드북 5권 + 워크북


이 날은 체력이 좀 남았는지 워크북까지 꺼냈네요. 아이는 책에서 본 그림을 어디서든 또 다시 보면 좋아해서 책을 먼저 읽었고요.

내 치즈 내놔 라는 보드북을 읽고나서는 워크북 활동을 통해 앞 뒤, 위 아래, 안과 밖 등 공간지각능력이 어느정도인지를 한 번 봤어요. 발달상황체크를 못 해 20개월에게 이 정도는 무난한 정도인지 어떤 지는 잘 모르겠어요. 여하튼 잘해서 깜짝 놀랐답니다.

 



아이는 평소 스티커 붙이기를 참 좋아해요. 좋아하는 책과 스티커의 조합이라 신나서 하는 모습에 저까지 덩달아 텐션업업. 꽤 긴 시간 책상 앞에 앉아 두어장 빼고 워크북 한 권을 뚝딱 끝내버렸네요.

저는 평소 워크북을 아이가 학습이라고 느끼지 않도록 놀이처럼 하려고 노력해요. (책도 마찬가지) 엄마의 바람대로 아이가 즐겁게 놀아줘서 감사했던 시간이었어요.

프뢰벨 말하기 교구


이사하고 정신 없을 때, 교구며 책이며 정리가 하나도 안 되어 있을 때 아이가 가져 온 프뢰벨 말하기 교구에요. 프뢰벨 말하기는 너무 유명하죠. 이 책으로 아이 말문 텄다는 얘기를 다섯 번은 들은 것 같아요.

교구의 평판은 잘 모르겠어요. 꺼내주면 아이는 물론 좋아하기는 하는데.. 이상하게 저는 재미가 없더라고요.

사진 속 교구는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아기 (그리고 구름, 번개 등) 막대를 가지고 상황극을 해볼 수 있는 거예요. 사진에 제대로 안 나왔는데 연못이며 집, 나무 등이 있거든요?

저는 아기와 엄마는 잘 시간이 되어 집으로 돌아가고, 아빠는 잘 자란 당근을 보고 흐뭇해하며, 할머니는 연못을 감상하고, 할아버지는 출렁이는 파도를 바라보며 여유를 누리고 있다는 상황극을 해주었어요.

평소 '사람'을 무척 좋아하는 저희 아이는 이걸 무척 좋아했어요. 하면서 저는 제가 하는 얘기가 재미 없어 몰입하지 못했는데, 아이는 집중해서 잘 봐주더라고요.

베이비올 수과학, 알록달록 나뭇잎으로


나뭇잎이 포르르, 사락사락, 울긋불긋 등의 의태어가 많이 나오는 책이예요. 아이가 몇 달 전에 이 책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하루에도 몇 십번씩 읽어줬던 기억이 나요. 20개월인 지금도 가끔 가지고 와서 읽어주면 집중해서 잘 보더라고요.

근데 내용이나 말이 재밌어서 좋아하는 건 아닌 것 같고, 관찰해보니 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부분은...

'작다, 크다, 작다, 크다', '문어, 거북, 문어, 거북' 이 부분이예요. 스스로 규칙성과 변별력을 키우고 있었어요. 그 쬬꼬만 애가.

 


그리고 이 날 이후에는 프뢰벨 은물 초록, 노란 공을 가지고 놀다가 추피를 읽어달라기에 책등이 노랗고 초록색인 책을 뽑아 보여주니, 이 공은 이 책이랑 똑같고 이건 이거랑 똑같아. 이렇게 구별을 하더라고요.

별 건 아니지만 작은 거 하나라도 칭찬해주고픈 엄마 마음...👏

언제까지나 너를 사랑해 (Love you forever)


아이가 어릴적서부터 안고 들려주던 이야기에요. 이 책은 어째 아이보다 제가 더 좋아하는 것 같긴 한데요...

내용은 이래요.
엄마는 아들이 어릴 때부터 자장가를 불러줘요. 변기에 시계를 처박고, 버릇없는 말을 하고, 이상한 친구를 사귀어서 This kid is driving me crazy! 때로는 동물원에 내다 팔고싶지만 변함없이요. 그 자장가는 이런 내용이에요.

너를 사랑해 언제까지나 / 너를 사랑해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너는 늘 나의 귀여운 아기
I'll love you forever / 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baby you'll be

할머니가 되어 엄마는 더이상 자장가를 부를 힘이 없어요. 그런 엄마를 안고 아들은 자장가를 불러주어요.

사랑해요 어머니 언제까지나 / 사랑해요 어머니 어떤 일이 닥쳐도
내가 살아있는 한 당신은 늘 나의 어머니
I'll love you forever / I'll like you for always
As long as I'm living My mother you'll be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들은 창 밖을 바라보고 있어요. 그리고 일평생 들었던 자장가를 자신의 딸에게 들려주지요.

 


이 책은 그림책이지만 아이들보다 어른들이 더 좋아하는 책으로 알려져 있어요. 저도 읽을 때마다 코끝이 찡해요. 아이는 내용은 아직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고 그림을 보며 재미있어 하는 단계지만.. 이 책은 오래오래 가지고 가고 싶어요. 오래 읽어주고 싶네요.

+) 영어버전이 따로 있어요. (내용동일) 내용이 워낙 좋기 때문에 유튜브에 낭독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 중 감정을 잘 전달하시는 분이 계셔서 공유해요. '제나쌤'이에요. 제나쌤의 낭독을 들으면 아무 생각 없다가도 어느 순간 눈물이 고여요.

베베코알라, 일상과 밀접 관련 있는 책


마트에 가본 적이 있고, 놀이터에서 미끄럼틀 타본 적도 있고, 집에선 고양이를 키워서 아기와 교감 하고 싶을 땐(아기는 눈빛과 대답으로 소통) 이런 책들이 최고예요. 직접 겪은 일을 떠올리는거라 저부터가 얘깃거리가 풍부해서 좋기도 하고요.





저 10월은 정말 바빴어요. 지금은 일단 이사는 마친 상태이긴 한데요. 짐정리를 한 40%밖에 못 했네요. 도통 시간이 나지를 않거든요.
아이 깨어 있을 때 : 이거 치우면 저거 어지르고 있고 뭐 이런 식이라 정리가 안 됨
아이 자고 있을 때 : 달그락 거리다 아기 깨면 다음 날 육아의 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 최대한 쥐죽은 듯 있어야 함

그래도 책장 앞은 좀 치우고 아이와 책으로 노는 시간은 꼭 갖고 있어요. 돌 전 때처럼 잘 읽어주진 못 하지만 그 때의 반 만큼이라도 해보려고요.

끝으로, 책육아에 대해서는 할 말이 너무 많아 오히려 멈칫하게 되네요. 올바른 책육아 방식이나 유사자폐에 관한 글은 언젠가 따로 다루어서 게시하도록 할게요. 이렇게 일상을 기록하는 글은 담백하고 가볍게 쓰고요. 재미있네요 :)

반응형
추피지옥이란...?
아이가 추피 책 외 다른 책은 절대 못 읽게 하고, 하루종일 추피추피 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걸 말해요. 엄마들 사이에선 이미 유명한 말이죠.  


처음 추피를 들였을 때 아이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나는 예외인가?' 싶었죠. 늘 제가 책을 꺼내와 읽어주는데 아이가 먼저 책을 가지고 와 저를 귀찮게 해주기를 저는 몹시 바라고 있었어요.

정확히 몇 개월 적부터 그랬는진 기억이 잘 안 나요. 일단 무릎에 앉고, 추피가 꽂힌 책장을 손가락으로 가리켜요. 그래서 읽어주면 집중해서 잘 보는거예요.

그렇게 자연스러운 시간이 흘렀어요. 20개월이 피크였던 것 같은데요, 그 땐 추피 말고는 정말 다른 책 아무것도 읽지 못 하게 했어요. (다른 책에 손을 대는 것도 용납하지 않고 버럭, 다른 책 제목을 한 글자라도 말하면 바로 불만 표출)

얼마나 대단한 책이길래 아이가 이래 좋아했느냐고요? 저는 아직까지도 잘 이해가 되지 않는데요. 그림체가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매우 단순한 것도 아니고, 내용이 참 재미있는 것도 아니고, 주인공이 유달리 정이 가는 스타일도 아니에요.

 


보시다시피 추피 외 추피엄마, 추피아빠, 추피친구들은 모두 추피와 비슷하게 생겼어요. 아빠는 눈썹으로 알 수 있고, 친구들은 머리랑 얼굴 색으로 구별할 수 있고.. 눈코입은 다 똑같아요. 그리고 위 사진 속 추피엄마는 다른 점을 찾지 못 해서 볼 때마다 그냥 키 큰 추피 같아요.

그런데 아이들은 왜 이렇게 추피에 열광을 하는 걸까요?

 


추피는 감정표현에 솔직해요. 화가나면 화가 난다고 말하고, (어른들에게 버릇없이 굴진 않지만) 칭찬 받고 싶은데 안 해주면 자기가 먼저 "저 어때요?" 하고 대답을 요구하기도 해요.

그리고 무서우면 참지 않고 피하고, 친구가 화나게 하면 바로 밀치거나 때리기도 한답니다.

이 표현의 선이라는 것이... 일부 부모님들에게는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여 결국엔 방출되어 버리고 마는 일도 종종 봐왔는데요.

 



저도 처음엔 깜짝 놀랐어요. 생활동화에서 친구가 화나게 한다고 발로 차? 엄마가 과자를 못 먹게 한다고 짐을 싸고 할머니 집으로 가버릴 생각을 해?

다른 생활동화 같으면, 친구가 화나게 하는 상황에 말로 분노를 표출할지언정 몸싸움은 하지 않을 것이고, 엄마가 과자를 못 먹게 하면 시무룩해지거나 뾰루퉁해져 자기 방으로 돌아가는걸로 감정 표현을 대신했을거예요. (예외도 있음)

아이들은 이렇게 거침없는 추피의 말과 행동이 다른 책들보다 자연스럽고 친근하게 느껴져 좋아하는 건 아닐까요?

저희 아이 뿐 아니라 지옥이란 말까지 붙을 정도로 아이들이 열광하는거면, 뭔가 분명한 이유가 있는 것은 같은데요.

 


흥분을 가라앉히고, 책 소개도 좀 해볼게요.

추피는 생활동화 60권 + 낱말놀이책 10권 + 스티커북 1권으로 이루어져 있어요. 책 사이즈는 16x17이라 아담한 편이고요. 그런데 책 모서리가 매우 뾰족해요. 긁히면 아프니 조심하세요.

위 사진은 낱말놀이책이에요. 저 귀여운 이미지들이 본문에 언급 될때마다 나온답니다.

스티커북이란 것은 저 낱말놀이 책에 사용하는 것이에요. 음- 그런데 저나 아이나 큰 재미를 느끼진 못했어요. 그냥 똑같은 이미지 찾아 스티커를 붙이는거예요.

 



그리고 추피는 위에서 말했듯 솔직하고 천진난만한 아이고요.
추피 엄마는 뭘 하시는건진 모르겠는데 꽤 바빠요. 추피가 놀아달라고 하면 컴퓨터로 일을 하다 종종 "아빠한테 놀아달라고 할래?" 라고 해요.

추피 아빠는 단호해요.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예요. 제대로 인사하지 않으면 따끔하게 바로잡고요. 하지만 동시에 가정적이에요. 추피가 새벽에 일어나 이거해줘 저거해줘 해도 화 한 번 내지 않고 결국 곁에 누워 자장가까지 불러줘요.

추피가 떼 쓴다고 처음엔 안 된다고 했던 TV를 결국 보여주는 추피 엄마보다, 저는 놀이기구를 더 타겠다고 떼 쓰는 추피를 그 장소에서 일단 데리고 나와 목마를 태워주는 추피 아빠에게 더 좋은 인상을 받았어요.

 


이렇게 많은 권수를 통해 우리는 추피가 유치원에 가고, 여동생을 돌보고, 강아지를 무서워하고, 고양이를 키우고 싶어하는 등 다양한 이야기를 만나게 됩니다.

 


당돌한 표현방식을 취하는 추피가 저는 매우 맘에 드는 것은 아니지만요. 아이가 좋아하니까 사실 저도 좋아요. 위에서 과격한 태도를 보이는 편을 이야기 했지만 모든 편에서 그런 건 당연히 아니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모습도 많이 있어요.




피크를 좀 지나 요즘은 다른 책도 종종 읽긴 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최애를 꼽으라면 추피인 것 같아요. 걱정은 아니고 다만, 이 시기가 언제까지 지속될 지 궁금은 하네요.

 

 

생활동화 공룡대발이 만나요 + 배워요 세트 후기, 바르고 사랑스러운 대발이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는 곰곰이, 추피, 베베코알라, 공룡대발이 중 대발이가 내용 면에서 가장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전집과 다르게 한국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은 말

hyunaver.tistory.com

 

생활동화 그레이트북스 베베코알라 후기, 베베야 고맙다...

갓 21개월이 된 저희 아이는 요즘 생활동화에 푸욱 빠져있어요. 압도적인 1등 추피를 제외하고, 다른 책도 요즘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주어 어렵지 않게 읽어주고 있답니다. (추피지옥 피크일

hyunaver.tistory.com


✔이건 각각 공룡대발이와 베베코알라에요. 저와 비슷한 아기를 키우는 부모님, 유아생활동화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것 같아 첨부해요.

반응형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저는 곰곰이, 추피, 베베코알라, 공룡대발이 중 대발이가 내용 면에서 가장 잘 만들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다른 전집과 다르게 한국정서를 잘 담아내고 있다는 점은 말해뭐해 입 아프고요. 대발이는 만나요 편과 배워요 편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각 50권씩) 살아가는데 필요한 기본 예절과 안전의식 등을 가르쳐주는 배워요 편은 그렇다 쳐도, 만나요 편도 마냥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거든요. 굉장히 정성들여 출간한(?) 느낌이랄까요.. 일단 만나요 편부터 얘기를 해볼게요.

만나요, 아빠랑 놀아요


다른 책에서도 가족간의 사랑, 친구들과의 관계에서 느끼는 즐거움과 배려 등을 다뤄요. 거의 필수죠. 그런데 같은 주제를 놓고 쓰여진 이야기임에도 대발이는 좀 더 몽글몽글해요. 왜인지 생각해봤어요.

위 사진은 '아빠랑 놀아요'라는 책의 일부인데요. 보통은 아빠랑 논다고 하면 주인공이 아빠와 '무엇'을 하고 노는지가 주된 내용이 되는데, 대발이는 아빠가 웃어줄 때, 업어줄 때, 뺨을 부벼줄 때, 할 수 있다고 말해줄 때, 본인이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 하는 것으로 내용을 완성시켜요.

아빠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마음이 포근포근해지고, 넓은 등에 업어주면 세상에 무서울 게 하나도 없고, 아빠의 괜찮다는 말엔 진짜 어떤 일이든 괜찮을 것만 같고, 무거운 걸 한 번에 드는 아빠처럼 되고도 싶대요.

 



그리고 대발이는 등장인물이 상당히 많은 편인데요. 대발이가 주인공은 맞지만, 아예 나오지 않는 책도 몇 권 있어요. 그 중 '친구야 미안해'라는 책에서는...

말랑이가 공연을 하는데 방귀를 뀌어서 큰턱이가 정신을 잃고 쓰러져요. 말랑이는 용기가 없어 미안하다는 말도, 병문안도 가지 못 해요. 그러다 정신이 돌아온 큰턱이가 숨어 있는 말랑이에게 먼저 손을 내미는데요, "나 때문에 공연을 망쳤지?" 라면서요. 말랑이는 그제야 몹시 부끄러워하며 사과해요. 그리고 말랑이는 이제 잘못을 하면 바로바로 사과하는 공룡으로 거듭나요. (모든 캐릭터가 공룡이에요)

단순히 사과를 하는 결말이 아니죠? 먼저 손을 내민다는 건 용기 있는 일이고, 사과라는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일이라고 알려주고 있어요.

배워요, 지하철을 타요


다음은 배워요 편이에요. 작정하고 교훈을 잔뜩 담았어요.

위 책은 '지하철을 타요'에요, 보송이가 엄마 오빠와 함께 지하철을 탔어요.

보송이는 노란 선 안에서 엄마 손을 꼭 잡고 지하철을 기다리고, 보송이 오빠는 빈자리로 달려가다 넘어져서 지하철에선 뛰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고, 놀고 싶지만 큰 소리가 날까봐 그냥 창문을 보고, 아는 공룡을 만나 반가워 하는 보송이 엄마에게 아이들이 시끄럽다고 주의도 줘요.

이거 진짜 한국정서 아닌가요? 나쁜 말로 얘기하면 주변 눈치를 살피는거고, 좋은 말로 얘기하면 주위 사람들을 배려하는거죠.

 



그리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편이 있는데, 추피나 베베에게선 절대 볼 수 없는 그림이 나와요. '먼저 드세요'라는 책의 빠르미라는 공룡의 에피소드에요.

뭐든지 빨리빨리, 그래서 빠른 걸로 인정받고 싶어하는 빠르미는 엄한 할아버지를 무서워해요. 버릇없이 굴면 할아버지는 엄마와는 다르게 바로 혼내시거든요. 빠르미는 할아버지에게 공손히 인사하고, 얌전히 걷고, 고운 말만 써요. 그러다 밥이 나왔을 때 습관처럼 누구보다 빠르게 수저를 들었는데...

이노옴! 혼이 났어요. 어른들이 드시기도 전에 밥을 먹는다고요. 그리고 식구들이 식탁에 다 앉아야 밥을 먹을 수 있대요. 체하지 않게 천천히 먹어야 하고...
(아휴 애 체하겠다)

저 개인적으론 싫어하는 편이에요. 어르신이랑 함께 식사할 때 어른이 먼저 수저를 드시고 예의 바르게 행동해야 하는 건 맞지만, 이렇게 권위적이고 위압감이 드는 분위기는 시대흐름상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요.

이 뿐 아니라 배워요 편에서는, 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예절과 규칙을 배우고, 바르게 대화하는 방법이나, 식습관과 바른 먹거리, 음악 미술 등 예술을 배우기도 해요.

생활습관을 잡아주는 동화로는 제 기준 대발이가 원톱이에요.


단점이라면... 등장인물이 너무 많아(열 명) 처음에 이름을 외우는 일과 각 캐릭터의 특징을 익히는 게 좀 번거로운 일일 수도 있어요. 아기책이라 한 권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게 될테니 곧 자연스레 익숙해지겠지만요.

 



대발이는 한국정서가 묻어나는 내용이라 다른 사람들을 위한 배려가 짙게 깔려 있어 아무래도 다른 책들보다 위화감이 덜해요. 내일 당장 놀이터에서 만날 수 있을 법한 캐릭터라 마음이 더 가기도 하고요.

하지만 21개월 저희 아이는 대발이 별로 안 좋아해요. 왜인지 대발이 엄마 아빠 나오는 부분만 좋아하고 대발이나 다른 친구들 에피소드는 즐기질 않더라고요? (추피를 하도 읽어 추피는 가볍고 재미나게 읽어주는데, 대발이는 가뭄에 콩 나듯 읽어주길 허락해줘서 엄마가 별 부담없이 읽어주는게 아니라 '내게 메시지를 전하려 한다!' 라는 느낌이 들어 꺼려하는 걸지도...)

그래도 자연스레 노출하며 우리집 상황에 맞춰 이야기를 많이 나눠야겠어요.

 

생활동화 그레이트북스 베베코알라 후기, 베베야 고맙다...

갓 21개월이 된 저희 아이는 요즘 생활동화에 푸욱 빠져있어요. 압도적인 1등 추피를 제외하고, 다른 책도 요즘은 거부감 없이 받아들여주어 어렵지 않게 읽어주고 있답니다. (추피지옥 피크일

hyunaver.tistory.com


+) 위 링크는 제가 쓴 베베코알라 후기에요. 대발이처럼 좀 더 자세하게 썼다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운 글이지만,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