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영화 '다크 플레이스'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요? 니콜라스 홀트, 클로이 모레츠의 활약이 대단한 영화였죠. 특히 클레이 모레츠의 악녀 연기는 그 때까지의 그녀의 이미지를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은데요. 원작인 책과 내용적인 면에서 크게 다른 점은 없으므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영화로 접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원작인 책을 읽고 리뷰를 남겨보려 합니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과 메시지만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때는 1985년 캔자스 주 키내키.




낡아빠진 농장 옆 엄마 패티와 첫째 아들 벤, 둘째 딸 미셸, 셋째 딸 데비, 막내 딸 리비가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있는데, 있으나 마나에요. 가족을 돌보지 않는 건 물론이고 돈이 떨어지면 찾아와 빼앗아가곤 했거든요.

이 집에 크나큰 비극이 찾아옵니다.

막내 딸 리비와 첫째 아들 벤을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죽임을 당하게 돼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범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모든 정황이 첫째 아들을 향하고 있었기에... 그는 결국 감옥에 갇히고 마는데요.

그가 감옥에 갇히는 데 큰 공을 한 건 데이가의 막내 딸, 리비였습니다. 리비의 증언이 대단한 증거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그녀의 눈으로 그의 범죄행각을 보았다고 진술 했었습니다.


25년 후...




피해자 기부 성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리비.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편지가 한 통 도착합니다. 발신인은 라일. 그는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라일은 그녀에게 한 클럽을 소개시켜 줍니다. 클럽의 이름은 킬클럽. 주로 죽임을 당한 사람과 사건들을 다시금 조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지요. 그 곳에서 그들은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벤? 그는 진범이 아닙니다."

자신의 지난 시간과 생각이 부정 당하는 기분에 리비는 박차고 일어나 분노를 표하고 자리를 뜹니다. 리비는 때때로 오빠인 벤이 보고 싶었지만 그럴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를 감옥으로 처넣은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요.

혼란스러워 하는 리비에게 라일은 리비가 솔깃할 액수의 돈을 제시하며 사건의 전말을 다시금 파헤쳐 보기를 권합니다. 사건에 얽힌 사람들 하나하나를 다시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진실에 도달하길 원했죠.

리비는 돈이 없었습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완두콩만큼의 라일과 같은 생각으로, 결국 그녀는 사건에 얽힌 인물들을 찾아가 보기로 마음 먹습니다.







패티, 미셸, 데비는 대체 누가 죽인걸까?

용의선상에 올라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과연 누가 범인일지 유추해 보세요.


#1.
패티의 남편 러너




술주정뱅이에 변변찮은 직업도 없는 하루살이 러너. 그는 아빠,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찾아올 때는 그나마 있던 작은 돈마저 빼앗아갔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해 가정의 평안을 깨뜨렸죠.

그는 후에 불법적인 약을 판매합니다. 그리고 그 약은 돌고 돌아 자신의 아들인 벤이 사용하게 됩니다.


#2.
벤의 여자친구 디온드라





디온드라는 영화에서 클레이 모레츠가 연기했던 인물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인생 막장이었어요.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건 다 하고 다니는 학생이었죠. 학교를 나가지 않는 건 물론이고, 술과 담배, 약에까지 거리낌없이 손을 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생활습관은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달라진 건 딱 하나, 돈이 필요하니 벤에게 집에서 돈을 구해오라는 요구가 더해진 것이었죠.


디온드라는 잘 사는 편에 속했는데 임신 사실이 발각되면 그녀는 아버지에게 내쫓길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어요. 그래서 벤에게 아예 도망 가버리자는 제안을 합니다.


#3.
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크리시





어린 학생이었던 크리시는 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어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엄마에게서 관심을 끌어보고자 내뱉었던 사소한 거짓말이 눈덩이가 되어 돌아온 결과였죠.

벤의 엄마인 패티는 크리시의 집을 찾아가 그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를 행방불명 상태니까요.

허나 패티는 쫓겨납니다.

그녀가 크리시의 집에서 얻은 수확은 단 한 가지, 피해자가 크리시 단 한 명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4.
크리시의 아빠





딸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아빠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5. 트레이





디온드라, 벤과 함께 어울려 다니던 트레이. 사실상 이 모임의 실세는 트레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보이지 않는 힘은 벤을 더욱 더 절망으로 밀어 넣곤 했어요. 그 세 명은 함께 모일 때 악마숭배를 했고, 술을 마셨고, 담배를 피웠고, 약을 해댔습니다.

그리고 벤의 아빠를 싫어했어요. 그는 내게 빚을 진 사람이라고, 벤이 보는 앞에서 그를 모욕하기도 했고, 그가 없는 곳에서 또한 벤의 아빠를 욕하기도 했죠.



#6. 혼자 죽지 못 하는 사람들을 대신 죽여주는 사람





사고사로 위장해 죽길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죽여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망 보험금이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때때로 있었습니다.



#7. 벤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되었기 때문에 현재 감옥에 있습니다.

사건 당일, 그는 디온드라와 함께 집을 찾았습니다. 돈을 훔치러요.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각이었지만 음, 누군가 잠에서 깨 그의 계획을 방해 했다면요?

그는 여자들이 드글드글한 이 집을 결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품을 공용가구에 올려놓은 것을 보면 끓어오르는 욕지거리를 참기가 어려웠지요. 자신의 남성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이 집과 엄마가 싫었습니다.


자, 그래서...
여러분은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실 추적 스릴러답게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 한 일이 벌어지기도 해요.

데이 가는 왜 그런 비극적인 일을 맞아야 했을까요.


다 읽고 난 지금,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패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그녀의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려 애썼어요. 하지만 각지에서 오는 시련들에 끝내는 모든 걸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벤보다, 리비보다, 저는 패티가 가여웠습니다. 유일하게 순수한 마음을 가졌던 엄마, 패티...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듭니다.

그래서 저는 읽기 조잡하단 생각이 들었고, 집중을 잘 하지 못 했었어요. 하지만 마침내 그 지루한 시간을 견디고 '이 책을 놓지 않기를 잘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즈음 참 기뻤는데... 이 책만 그런 것 같습니다. 저자의 <나를 찾아줘>는 매우 몰입하여 보았거든요.

길리언 플린의 필력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추적하는 스릴러물을 찾고 계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책이 두껍기 때문에 영화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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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의 날> 을 집필한 정해연 작가를 다시 한 번 만났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쉽게도 후기글을 남겨놓지 않았었네요.

<홍학의 자리> 는 입소문을 많이 탄 작품입니다. 다른 블로거들의 후기글들도 많았는데, 그 분들도 소개를 받아 읽었거나 하는 식이더라고요.

홍학의 자리의 장르는 미스터리추리물입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는 법이 없죠. 이 책에는 독자들이 예측할 수 있게 돕는 힌트들이 있어요. 그리고 애초에 힌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뒤늦게 깨닫게 만드는 장치도 있고요. 🫢

소개 드려보겠습니다.




🌪등장인물🌪






♦️
김준후 : 고등학교 교사. 담당하고 있는 반 아이들 중 한 명인 채다현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결혼 했으며 아이도 한 명 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이혼하지 않은 상태.


♦️
채다현 : 엄마는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빠는 없습니다. 엄마의 죄목인 사기로, 피해자들의 원성과 악다구니를 평생에 걸쳐 듣고 살아야 하는 처지에요. 혼자 살고 있어요. 김준후 선생님을 좋아하며 함께 살고 싶어해요.


♦️
황권중 : 김준후와 채다현이 다니는 고등학교 경비원입니다. 채다현이 학교에서 죽은 날, 학교에 남아있던 사람은 김준후와 황권중 둘 뿐이었어요.


♦️
정은성 : 채다현의 엄마가 정은성의 부모에게 사기를 쳐서 정은성의 아빠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때문에 정은성은 채다현을 싫어해요. 돈을 빼앗고, 폭언과 폭력을 일삼으며 괴롭히죠.


♦️
조미란 : 정은성의 엄마입니다. 채다현의 엄마가 사기를 친 이후 집이 쫄딱 망해 어렵게 살고 있어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
강치수 : 채다현 사건을 처리하는 담당형사입니다.


♦️
권영주 : 김준후의 아내입니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틀에 어긋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애정이 식은 남편을 알고있지만 가정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요. 혼자 살고 있는 남편에게 가서 다시 한 번 같이 살자고 제안합니다.



#1.
누가 채다현을 죽인거야?






다현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다현은 교실에서 준후와 사랑을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어요. 학교에 남아있는 사람은 준후와 경비를 서고 있던 황권중 둘 뿐이었는데요. 둘 중 한 사람이 다현을 죽인걸까요? 왜?

✔️1.
준후는 다현을 품에 안고 달콤한 말들을 해주었습니다. 비록 자신의 명예를 모두 져버리고 다현과 함께 할 만큼 다현을 사랑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습니다.

✔️2.
다현의 죽음에는 밧줄과 칼이라는 소품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경비원 황권중이 아무라도 좋다는 묻지마 범죄를 꿈꾸고 늘 소지하고 다녔던걸까요? 시각은 학생들이 학교를 모두 떠난 때였고, 그 시각에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3.
정은성, 조미란은 채다현을 죽일 동기가 충분했지만 사건당일 학교의 CCTV는 단 두 사람만을 비추고 있습니다. 김준후, 황권중.



#2.
바다에 빠진 채다현






다현이 학교 문 밖으로 나오지 않자 준후는 문자를 보냅니다. 연락이 되지 않으니 아까 함께 했던 교실로 다시 한 번 가보고요. 준후는 그렇게 의식이 없는 다현의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학교에는 누가 남아있다고요? 준후와 경비. 그리고 다현의 몸 속에는 준후와 다현이 사랑을 나눌 때 남긴 흔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사람들은, 범인을 과연 누구라고 생각할까요?

준후는 다현을 바다에 빠뜨립니다.




#3.
엄밀히 따지면






준후가 죽인 것은 아닙니다. 죽은 다현을 바다로 빠뜨린 것 뿐이지. 하지만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현을 유기한 사실은 명백하고,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증거도 있으니까요.

그 증거를 지우기 위해,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기 위해, 준후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다 어느순간 깨달아요. 나는 다현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로인해 자신에게 닥칠 피해만을 생각했지, 단 한 순간도 다현을 애도한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요.



#4.
협박편지와 경비원






나는 당신이 한 짓을 알고 있다, 그러니 몇 날 며칠 기재된 장소로 나오라는 내용의 편지. 준후는 그 편지를 써 보낸 학생인지 교사인지 모를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을 걸 의식해 아무렇지 않은 척 쓰레기통에 버려보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명시된 장소에서 만난 건 황권중이었어요. 하지만 그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 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5.
그러니까 누가 범인이라는거야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작가는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준후의 아내 권영주, 채다현과 사이가 좋지 않던 정은성, 채다현의 엄마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조미란, 사건 당일 순찰을 돌고 있던 경비원 황권중...

그들 중 과연 다현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요?

그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일까요?



#6.
채다현은 왜 죽어야 했을까




형사 강치수의 집요함 덕분에 마침내 범인은 검거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피폐해져요. 등장한 인물들 거의 대부분이 삶에 타격을 입죠.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다가 뒷통수를 맞은 건 아니었습니다. 모두 자기자신의 이익을 위해 발 벗고 뛰는 사람들이었거든요.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가정을 위해, 이익을 위해, 그리고 명예를 위해.

마침내 범인은 드러나고 작가가 떡밥처럼 날려준 힌트들은 수거되며 트릭들도 공개가 되지만, 가슴에 남은 찜찜함의 이유는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해결되었습니다. 작가가 미리 보여준, 그리고 끝에서야 겨우 보여준 비밀도 모두 드러났죠. 반전에 반전이 박수를 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다현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애도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처지만을 걱정한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다현이 뭘 잘못했나요? 이건 죽어 마땅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냐는 태도와 진배없어 먹먹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홀로 사는 아이인 다현이 작가에게도 말하지 못 한 속내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찜찜합니다. 그리고 이게 비단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또 그렇고요.

저는 채다현의 부모 때문에 자신의 부모가 죽은 정은성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배우자를 잃은 조미란의 심정도요. (어린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고 사기를 친 후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엄마나,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욕망을 채워 줄 상대로 다현을 선택한 담당교사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다현이 마냥 불쌍한 아이란 건 아닙니다.

영주의 가정을 깨뜨리려고 했으니까요. 준후가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곤 하나 그 집엔 어린 아이가 있었어요. 내 불행이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불행에 빠뜨려도 되는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죠.

다현의 언제나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입체적인 모습이 궁금해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습니다.

이금이 작가의 <소희의 방>을 읽을 때도 그렇고 저는 혼자 남겨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하네요. 제 안의 뭔가를 건드리나 봅니다.



아루바라는 섬이 있어요. 네덜란드에 있는 곳인데, 거기에 가면 홍학을 볼 수 있대요. 다른 곳에서도 볼 수는 있는데, 거기서는 홍학한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대요.

가보고 싶어요. 같이.






홍학은 다현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준후에게 이 말을 할 때 그녀는 자신의 가장 내밀한 진심을 꺼내고 있었어요. 홍학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다현이 전하고 싶었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는 책의 끝머리에 작가님이 설명을 해주십니다.

그럼 여러분도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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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게이고의 작품 좋아하세요? 그럼 가가형사를 알고 계시겠네요. 이 책은 '신참자'시리즈의 완결편이고, 마지막이라선지 가가형사의 숨겨진 가정사가 나와요. 이전에 읽은 '희망의 끈'에서는 마츠미야 형사의 가정사가 나왔었는데 말이죠.

마츠미야와 가가는 사촌지간이에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 온 두 사람의 가정사는 그들을 한층 더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흥미롭고요.) 히가시노게이고의 책을 읽다보면 소설 속에 있는 인물들이 어딘가 실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2020년, 아베히로시(가가 역)와 마츠시마 나나코(히로미 역)가 주연을 맡아 영화로도 개봉이 된 바 있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입니다.

저는 책도 읽고 영화도 보았는데 원작에서 크게 벗어난 내용은 없는 것 같았어요.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편한 쪽을 선택해서 보세요.

자, 이제 중요한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1️⃣ 가가형사의 엄마 유리코



여자 혼자 외딴 곳에 왔습니다. 곧, 술집에 취업을 하는데요. 그녀는 음울해 보이면서도 밝고, 밝아보이는 듯 하면서도 제 얘기를 도통 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를 취업 시켜준 술집 사장은 그녀가 신경이 쓰이면서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러려니, 참견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야 했던걸까요? 결근이 잦았던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숨을 거둔 채 자택에서 발견되고 맙니다.

타살의 정황도 없고,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혼자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정리가 되었어요. 그녀가 살던 집을 정리할 때는 보증인이었던 술집 사장이 그 역을 맡아야 했는데요. 유골이며 유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곤란을 겪고 있을 즈음, 가게에서 그녀와 친근해 보였던 와타베라는 남자에게 연락이 옵니다.

그가 전화번호를 알려준 덕에 사장은 그녀의 아들인 '가가'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죠.

그리고 훗날 가가는 와타베라는 남성을 찾고싶어 합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사장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그 남자를 찾기 위해 가가는 무려 1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2️⃣ 두 죽음. 그 사이엔 어떤 연관이?



오시타니 미치코라는 여성이 코시카와 무츠오라는 사람의 집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그 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교집합이 없었는데요. 곧, 그 동네의 한 오두막에서 유사한 방법으로 또 누군가가 죽은 채 발견됩니다.

형사들은 두 사건을 동일인물의 소행으로 보고 증거를 찾기 시작해요.



3️⃣ 아사이 히로미



한때는 연극배우를 하기도 했던 연극 연출가 아사이 히로미. 그녀가 왜 용의자의 선상에 올랐느냐 하면, 오시타니가 죽기 전에 히로미를 만나러 도쿄로 갔었기 때문이죠. 오시타니가 일하는 곳에서 히로미의 엄마를 발견했는데 그 사실을 알려주러 간 것이었어요.

허나 히로미에게 엄마는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녀는 가족에게 빚을 잔뜩 떠넘기고 도망갔고, 그로인해 빚쟁이는 날마다 집에 찾아왔으며 아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히로미는 그 후 보육원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고요. 몇 십년 동안 연락이 끊긴 엄마를 누군가 발견했다 한들 그건 히로미완 관계 없는 일이었습니다.



4️⃣ 집주인과 노숙자



형사들은 오시타니와 오두막에서 불타 죽은 노숙자를 누군가가 죽인거라 생각했지만, DNA감정 결과 코시카와 무츠코(오시타니가 죽은 집의 주인)와 노숙자는 동일인물이라는 결론에 이르러요.

죽은 남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찾아내기 위한 숱한 탐문수사가 이뤄집니다.



5️⃣ 나에무라 선생님



오시타니와 히로미의 접점을 찾아 헤매던 중, 그들의 중학교 시절 은사였던 나에무라 선생님에 대한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였는데요.

생전의 그는 누군가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어요. 가정이 있음에도 내연녀를 몰래 만났고, 그녀에게 값비싼 악세사리를 사주는 등의 행위로 부인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곤 했죠.

형사들은 나에무라 선생님과 히로미, 오시타니의 접점을 찾아내기 위해 당시 함께 재학했던 동창생들의 의견을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6️⃣ 과거에 사라진 히로미



하지만 중학교 동창생들은 히로미를 잘 기억하지 못 했어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마지막이 흐지부지한 모습이었거든요.

히로미의 아버지는 건물에서 투신해 죽었는데요. 생각해보면 당시 그 작은 동네에서 '소문'이 나지 않았다는 자체가 의아한 일입니다. 그들은 그후 히로미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어디로 가게 되었는지를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어쩐지, 누군가 히로미를 감싸주고 보호해주는 느낌이 들지요.



7️⃣ 가가 어머니의 달력, 코시카와 집에 있던 달력



가가 형사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할 때 보관해 놓은 것 중 하나가 달력입니다. 그 달력에는 달마다 다리 이름이 달리 쓰여져 있었는데요.

오시타니가 죽은 집, 그러니까 코시카와의 집에서도 달마다 다른 다리 이름이 반복되는 게 발견 되었어요.

필적 감정을 해보니 두 달력은 모두 똑같은 인물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와타베와 코시카와는 동일인물이었던 거예요.



8️⃣ 다리들



가가는 히로미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그 다리들에 서 있는 그녀의 사진을 찾기 시작합니다. 다리 씻기 행사가 있던 날, 사진을 찍은 자들에게 부탁을 하죠. 그리고 마침내 그는 그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는 왜, 그 다리'들'에 서 있었던 걸까요?



9️⃣ 검도잡지



가가는 검도에 출중합니다. 잡지에도 실린 적이 있어요. 몇 년 전, 히로미가 자신의 연극 부원들에게 검도를 가르쳐달라며 찾아온 적이 있을 정도로요.



🔟 히로미는 가가를 어떻게 찾아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녀가 그를 찾은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노력이고 필연이었죠. 그런데 그녀는 왜, 가가 형사를 만나고자 했던걸까요?



☑️ 다시 한 번, 히로미.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히로미를 찾아갑니다. 먹잇감을 앞둔 사냥꾼 같은 가가는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해요. DNA 채취를 위해 그녀의 집에서 몰래 머리카락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가가는 과연 누구와 히로미의 DNA를 대조해 볼까요? 그녀는 누군가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그 누군가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이 모든 일이 일어났던 것이죠.

수수께끼의 비밀은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살짝 힌트만 주자면요. 히로미의 가족들은 그들의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가 이 책의 핵심이에요. 그 이야기가 끝난 후 자연스레 범인도 검거가 되고요. 음... 그래도 아직 아리송 하시죠?

저도 책이 상당히 두꺼운데 읽는 내내 단서가 별로 없어 의문만을 계속 읽는 게 솔직히 힘들었어요. 막판에 그간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주는 한 방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역시 히가시노게이고' 라는 말엔 동의하고 말았지만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더군요.




 



이 책에는 다양한 부모들이 나옵니다. 아이를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 아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 심지어는 아이를 위해 도망가는 사람 등...

그들은 모두 겉으로는 아이를 위한 결정이었다곤 하나 결국 또 저 편한 결론들이 아니었나 싶었네요. 부모가 되었다 해도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동물인 것 같아요. 끝내 죽음을 택한 누군가마저 저는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절박한 상황에 그것만이 최선이었다고 한다면 인간은 애초에 그렇게 셋팅이 되어 태어났다고 밖에 볼 수 없고...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고나니 씁쓸하기 그지없어요.


또, 저는 욕 먹어야 마땅한 사람에 대한 단죄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에 대해 분노했는데 이런 걸 여운이라 해야 할지... 는 잘 모르겠어요. 책을 덮어도 어딘가에 살아 숨쉬고 있는 그와 같은 사람은 언젠가 제 목도 조를 것 같아 찜찜합니다. 볕들 구멍 하나 없었던 참혹한 그의 삶에 대입을 하면 숨이 막힐 정도로 안쓰럽지만, 그에 의해 희생 당한 피해자는요. (왜 작가님마저 조명 해주지 않으셨나요?) 그에게 그랬듯 피해자에게도 가족이 있었는데요.

실제로는 이보다 더 흉악한 인간이 많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저는 이만 이 책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메시지를 발견하시기를 바랄게요.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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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작품입니다. 정해연 작가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선택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의 작품을 써낸 분인데요. 홍학의 자리를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가득 품고 읽었더랬죠.

'못 먹는 남자'의 장르는 특수 설정 스릴러입니다. 판타지 요소가 있어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이죠.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 초반엔...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이 책의 특징을 먼저 정리하고 이야기를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남겨봅니다!

이 책의 특징🎨



1) 장르는 특수 설정 스릴러다. 죽음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며 주인공은 누가, 언제, 어떻게 죽게 되는지 미리 알 수가 있다.

2) 읽다보면 장면들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집필을 하신 게 아닌가 싶은 정도!

3) 디테일이 부실하다.
- 목숨을 주고 받는 데 돈으로 거래하는 건 못된 짓이라고 하면서 막판엔 왜 3억을 받은건지(그 돈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 칼을 여러 번 맞은 주인공은 링겔을 잡아 뜯고 치료 도중 병원에서 나왔는데 그 상태로 어떻게 그렇게 잘 달리고 도망도 잘 치는지, 아파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지.
- 주인공의 라이벌인 '중개인'은 초반엔 주인 없는 집에 먼저 들어와 있을 정도로 신출귀몰한 모습을 보이더니 나중엔 왜 최석태의 부하들에게 쫓겨 다니기만 했는지 등등...

4) 영화로 치면 시즌 2가 꼭 나와야 할 것 같은 마무리로 끝이 난다.


여러모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못 먹는 남자'였습니다. 같이 보실까요?





과거,
초능력이 생기게 된 이유☄️




이야기는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화학공장 신재생에너지 개발팀 연구실이에요. 두 명의 아이, 두 명의 아빠가 있었죠.

두 명의 아이 중 한 명은 제영이였습니다. 제영은 아이의 돌발행동에 당황하는데요. 아이가 가스유출 버튼을 눌러버렸기 때문입니다.

제영의 아빠는 마음 아프지만 더 많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문을 내려버립니다. 한 명의 희생이 아니면 수많은 사람들이 영문 모를 피해를 입어야 했으니까요. 반면, 아이의 아빠는 아이를 구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후... 아이의 아빠는 아이를 원망하며 살고, 제영의 아빠는 죄책감을 갖고 삽니다.

또, 두 아이에게는 기묘한 능력이 생겼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언제 어떻게 죽을 지 알 수 있는 바로 그 능력이요.


초능력의 3가지 법칙🪬




그 능력(누군가에게는 '저주'라는 표현이 어울리지만 편의상 능력으로 칭함)에는 3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 첫째, 죽음이 보이는 대상은 자신이 얼굴을 아는 사람이다.
  • 둘째, 생의 운명은 바꿔도 사의 운명은 바꿀 수 없다. 죽음의 대상은 반드시 죽는다.
  • 셋째, 다른 사람이 대신 죽으면 죽음의 운명을 피할 수 있다.


제영🌕




제영은 먹지 않습니다. 먹으면 자꾸 내가 아는 사람의 죽는 모습이 보이니까요. 그리고 그 어떤 죽음도 잔혹하지 않은 것은 없었습니다. 교통사고로 깨진 머리에서 흐르는 뇌수, 튀어나온 살점들, 덜컥거리며 빠진 목뼈와 늘어진 혀, 다리 사이로 흐르는 오물의 장면을 봐야만 했죠. 그 기억이 괴로워 제영은 먹지 않습니다.

능력이 생긴 걸 알고 난 후 제영은 누군가의 죽음을 막아보려고도 했어요. 그림처럼 펼쳐지는 기억이라 잘만 하면 날짜와 시간을 추측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시도는 무참히도 실패하고 맙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잃어요.


아이(중개인)🌑




아이도 타인의 죽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 능력을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 써요. 죽음의 운명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하죠.

몇날 며칠 몇시, 당신은 죽을 운명이다. 이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당신 대신 누군가 죽어야만 한다. 내게는 그만한 가치 즉, 돈을 주어야 하고 당신 대신 죽어야 할 사람에게도 거액의 돈을 주어야 한다.

자신은 대신 죽을 사람과 운명을 거부하는 자를 중개해주는 사람이므로 '중개인'이고, 누군가를 대신해 죽는 것은 '대신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운명을 거부하는 제영,
운명을 이용하는 중개인🌛🌜




죽음을 보는 사람이 자기 자신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제영은 그 길로 중개인을 찾아 나섭니다. 이미 한차례, 제영의 회사 사장 대신 누군가 대신 죽은 걸 목격한 직후라 불의한 상황에 화가 난 상태로요. 하지만 그런 제영을 가볍게 제압한 중개인은 그의 머리를 누르고 어떠한 장면을 보게 합니다.

불법 업소 앞에 서 있는 한 남자. 그 남자는 그 업소에 들어가려는 남자들을 붙잡고 부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그 업소에서 일하게 된 딸을 지명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었어요.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 해 이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었죠. 그 남자는 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목숨과 돈을 맞바꾸려 합니다. 딸을 이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으니까요.

동시에, 부자인 최충묵은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부해요. 그래서 중개인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가진 게 돈이고, 더 오래 살 수 있다니 그에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을테죠. 안타깝게도 그는 대신 죽을 사람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제영은 화가 치솟아요. 인간이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운명을 거스르려는 대신사를 막아보려 합니다. 최충묵이 죽기로 예정되어 있는 날, 대신 죽으러 가는 남자를 위해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요. 그래서 남자는 살았죠. 두 번째 법칙을 기억하시나요?

죽음의 대상은 반드시 죽는다.

이번엔 운명이 그 누구도 데려갈 수 없었지만 곧 또 찾아옵니다. 중개인도, 제영도 최충묵의 죽을 모습을 미리 봤어요.

이번엔 과연 죽을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대신사가 성공할까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딸을 위해 돈을 받고 목숨을 팔려고 한 남자의 이름은 김충수였어요. 하지만 딸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그 생각이 정말 딸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김충수의 생각에 더욱 확신을 불어넣은 조건은 자신이 뇌종양이라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는 겁니다.

그래, 어차피 죽을 거, 딸을 살리고 가는 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쪽이라고 생각한거죠.

하지만 수술을 해도 무조건 죽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살기 위해 노력하세요. 그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저씨는 딸을 살리게 될 거예요.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아요."



실질적으로 돈도 필요했습니다. 돈 때문에 업소에 묶여있었으니까. 당시 제영에게는 아버지가 남기고 간 돈이 있었는데요. 그 돈을 김충수에게 주어요. 그리고 부탁합니다. 살기 위해 노력하라고. 그게 진짜 딸을 살리는 길이니까 살기 위해 노력하라고요.

여러분은 만일 김충수와 같은 입장에 서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소설은 제영이 빚을 갚아주었지만 실제로는 당장 월세 낼 돈도 없는 상황이라면요.

이 책은 제게 올바른 선택을 해야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만은 말문이 턱 막혔어요. 김충수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생각도 궁금해졌습니다.


제영과 솔지👫🏻




제영은 밥을 먹지 않아 영양실조로 응급실에 실려온 게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그 때마다 간호사들은 또 왔네, 하며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요. 그런데 솔지는 달랐습니다. 왜 밥을 먹지 않느냐면서 그를 다그치고, 화내고, 걱정했죠.

왜냐하면 제영을 볼 때마다 먹고 싶어도 먹지 못 하고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던 겁니다.

중개인을 피해 도망다니는 와중에도 제영은 솔지의 그러한 따스함을 떠올렸고, 자신에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 바쁜 제영에게 솔지는 끝까지 관심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피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운명🃏



중개인은 계속해서 제영을 노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제영을 죽이기 위해 미행을 하고 기습도 마다하지 않아요.

이야기가 거의 끝나갑니다.

제영의 눈에 솔지의 죽음이 보여요.

보이자마자 달려간 응급실에서 그는 솔지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솔지도 마찬가지로 운명을 피하지는 못 합니다.

그녀는 과연... 운명을 거스르고 살아날 수 있을까요?

이후의 이야기는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솔지가 운명을 맞이하는 순간을 미리 본 제영이 응급실로 달려갔지만, 독자인 저는 또 한 번 의문을 품었습니다. 제영이 죽음을 보았을 때, 배경이 응급실인 건 알 수 있었지만 그 날이 언제, 몇 시인지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건 내일일 수도 있었고, 일주일 후 였을 수도 있었습니다. 바로 달려가 그녀를 보게 된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치고 넘어가면 될지요?

그런데 이렇게 '그런 걸로 치고' 넘어가는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디테일이 부족했다고 느꼈고, 이런 부분들은 아쉬웠어요.

하지만 필력이 상당하신 작가님이라 이 책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읽었는데요. 전개가 빠르고, 묘사가 잘 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상상하며 보았어요.

그런데 영화화가 된다면 과연 제영과 중개인, 솔지는 어떤 배우가 그 몫을 따내어 갈 지,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제가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제영은 몹시 말라야 하니까요. 글쎄요, 여러분? 어떨 것 같으세요? 어느정도 마른 게 아니라 아주 깡! 말라야 할텐데... (이 책이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반가울 거예요. 캐스팅마저도 즐거운 상상입니다.😇)

저는 정해연 작가님의 '홍학의 자리'도 이미 읽었고, 리뷰까지 적어두었습니다. 업로드 예정이네요. 다음엔 '유괴의 날'을 읽어보려 해요. 유명한 작품이죠? 기대해주세요.

그럼 여러분도 즐거운 시간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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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완전한 행복>을 펴낸 소설가 정유정님이 극찬을 한 책!


"작가로서 '내 것을 빼앗겼다'는 기분이 드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 안 쓴 게 아니라 생각조차 못 했으면서 빼앗긴 듯 억울한 이야기. 이 소설이 그렇다."




이런 감정을 저도 느껴본 적이 있어서 공감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저는 작가님과는 다르게 책에서보다 이 책을 쓴 작가에게 더 큰 감동을 받았어요. 바로 이전에 '사라진 여자들'이라는 책의 리뷰를 쓴 적이 있거든요?

2023.07.11 - 《메리 쿠비카 - 사라진 여자들》 서스펜스와 반전이 대박인 책. 범인은 과연?

《메리 쿠비카 - 사라진 여자들》 서스펜스와 반전이 대박인 책. 범인은 과연?

저자는 , , , 라는 책을 써냈어요. 그녀의 책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 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 '사라진 여자들'은 출간 전부터 TV 드라마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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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는 말은 차치하고 이런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싶었거든요. 두 번째 작품을 읽고난 지금은 그저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재능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뜻이예요.

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요. <사라진 여자들>이 더 재밌긴 해요. <디아더미세스>는 그에비해 조금 난해한 편인 것 같고... 심리 스릴러물이라는 장르로 비교를 하면 <디아더미세스>가 우세했다고 봐요. 후반부의 속도감은 작정하고 썼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상당했거든요.



 
 


넷플릭스에서 영화화 한다고 알려져 있는 '디아더미세스'는 전 세계20개국에서 번역 출판 되었고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합니다.

책만 읽어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고 스릴이 넘쳤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어떤 느낌일지 정말 기대 돼요. 책의 주인공인 세이디와 윌의 캐스팅도 참 궁금하고요.

이 책은 세 여자의 시선이 교차되며 진행됩니다. 세이디, 카밀, 마우스. 그리고 후에 세이디의 남편인 윌의 시점이 나오는데요. 스포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각각의 인물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세이디👩🏻‍⚕️




산부인과 의사인 그녀는 집안의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엄마의 역할도 나름 잘해내고 있습니다. 어느날, 아들 오토의 학교에서 연락을 받아요. 오토가 매우 위험한 물건을 학교에 가지고 왔다는 연락이었죠.

학교로 달려간 세이디는 오토의 입에서 "엄마가 가지고 가라고 해서", "엄마가 시켜서"와 같은 말을 들어요. 그녀는 당황했지만 어째서인지 오토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네요.

이와중에 병원 업무는 너무 과도했어요. 말그대로 심신이 피로했습니다. 하필이면 그 때 남편의 외도 사실까지 알아버리게 되고 말고요.

남편 윌의 누나인 앨리스가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윌의 가족은 앨리스가 유산으로 남긴 집으로 이사를 가기로 합니다.

그 집엔 앨리스의 딸인 이모젠이 살고 있었어요. 아직 어린 이모젠을 보살피고 함께 살 생각으로 이사를 했는데 이모젠은 윌의 가족, 특히 세이디에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세이디가 이모젠의 방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위협을 가할 정도로요.

앨리스가 살던 이 집.

음산하고 황량하고 처연한 냄새가 감도는 이 곳은 유쾌하지 않은 곳입니다. 그리고 곧 이웃인 모건이 죽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네요.

그런데 사람들은 왜 자꾸 세이디를 범인으로 모는걸까요? 진범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라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진실을 파헤치려 하고 있는 세이디에게. 그녀도 당황했는걸요.


카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만난 윌이라는 남자에게 한 눈에 빠진 카밀. 어느 날 밤 그와 파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그 장소엔 카밀 대신 앨리스가 나가게 됩니다. 그로인해 그들은 사랑을 시작하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지요.

카밀은 그런 세이디를 미워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결혼을 한 후에도 윌을 향한 마음을 접지 않고 몰래 지켜보고, 유혹하고, 틈만 나면 그의 눈에 띄려 갖은애를 썼어요. 그녀는 과연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마우스🙍🏻‍♂️




엄마를 여의고 아빠와 행복하게 살고 있던 마우스에게 갑자기 새엄마가 생겼어요. 새엄마는 아빠가 있을 땐 마우스에게 잘해주고 아빠가 없으면 마우스를 학대했습니다. 변기물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집에 가둘 정도로요.

마우스는 괴로워해요. 하지만 아빠에게 말하지 않죠. 왜냐하면 아빠는 새엄마를 사랑하는 것 같고, 어쨌든 본인만 참으면 아빠가 생각하는 이 가정의 평화는 지속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가정폭력을 당한 마우스는 가여운 아이예요.


윌👨🏻‍💼




세이디의 남편이자 만인의 인정과 부러움을 사는 완벽한 남자. 바쁜 세이디를 대신해 군말 없이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도 돌보고 세이디의 상태까지 살펴봐줘요.

그의 단점이라면 아내인 세이디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 왠지 모르게 그는 세이디가 무슨 말만 하면 '네가 예민해서 그래', '왜 그렇게까지 생각하는거야?'와 같은 면박을 줍니다.

저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요. 정말로 세이디가 남보다 유별나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랬던건지 별 일이 아닌데도 부풀려 고민 하는 세이디가 걱정이 되어 달램의 의도로 그랬던건지는 지켜볼 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인상적이었던 하이라이트🫗

 

축축한 흙과 비릿한 바다, 우거진 숲의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전혀 집같이 느껴지지 않는 냄새였다. 길가에 내려앉은 적막함이 불편했다. 소름 끼치는 고요함, 사람을 긴장시키는 적막함 속에서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 안전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주택 단지로 이사온 세이디. 특히 이 동네는 더 그래요. 사람이 죽어나가고, 다른 사람들은 자꾸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고, 사람 사는 정이라곤 찾아보기가 어려운 곳이죠.

언젠가 '지나치게 고요해서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럽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적막이 소음보다 시끄럽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개들이 뛰쳐나갔다. 얼마 전부터 파기 시작한 마당 한구석으로 곧장 달려갔다. 최근 들어 개들이 이상할 정도로 땅 파기 놀이에 집착해서 신경에 거슬렸다. 땅을 파지 못하게 주의를 주려고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범인을 추리하는 데 있어 큰 힌트예요. 하지만 무엇을 숨겨놓았는지 누가 숨겨두었는지는 말하지 않을게요.

창문을 통해 윌이 뜨겁게 타오르는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다리를 꼰 채 깊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신나게 웃으며 뛰어다니던 테이트가 윌의 옆을 지나자 윌이 배를 간질였고, 아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테이트가 윌에게서 도망쳐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고, 더이상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소파로 돌아온 윌이 깍지 낀 손으로 머리 뒤를 받치고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은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의 모습이 있잖아요. 세이디의 눈에 익숙했던 윌이 낯설게 느껴지는 장면을 설명하고 있는거예요. 세이디는 이 때 무슨 생각을 하고 했을까요? 그리고 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물론 내가 직접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나를 위해 대신 해줄 사람이 있는데 내가 굳이 나설 이유가 있을까?



이 부분을 읽고 B.A.패리스가 떠올랐어요. 그녀의 작품들은 가스라이팅이 버무려진 걸로 유명하죠.

에린이라는 여자가 죽었어요. 그녀는 누구의 손에 왜, 어떤 방식으로 죽은걸까요. 참고로 에린은 윌과 세이디 두 사람 모두와 연관 있는 여자였습니다.

아, 최근에 죽은 모건도 마찬가지였고요.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을까. 사실 상대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는다.



이 책을 이십대에 읽었다면 지금보다 더 깊이 빠졌을테고 생각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해 몹시 헤맸을 것 같아요. 삼십대인 지금 읽은 게 다행이랄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 사람이 내가 아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본질을 가지고 있고, 언제든지 내 뒷통수를 치고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느덧 자기보호가 자연스러워진 나이가 됐습니다.

무서워요. 사람은 내가 모르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 책은 한 여자가 사람들의 의심과 비난, 가스라이팅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야기는 후반부에 폭풍처럼 휘몰아칩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궁금한 이유가 거기 있어요. 각 인물을 맡은 배우들이 그 긴박감 넘치는 장면 장면들을 어떻게 표현해 낼지가 참 궁금합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책들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릴게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뷰, 가스라이팅으로 버무려진 자극적인 심리스릴러 소설

제목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표지는 익숙한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 광고 많이 하잖아요, SNS에서. 저도 광고로 이 책을 처음 알았어요. 반은 속는 셈 치고 읽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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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 A. 패리스 - 테라피스트 리뷰, 죄책감은 무서운 감정이에요

그녀의 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도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비하인드도어가 더 재밌었네요.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모두 몰려있는 것 같아요. '누가 범인이지?' 의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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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A. 패리스 - 브레이크다운, 누가 나를 고장내려 할 때

그녀의 작품을 또 읽고 말았습니다. 그녀 덕분에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가 생겼거든요. 제 글을 보아오신 분들은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으실거예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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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와 남자들의 수준이 비등비등하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거든요.

원래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책이나 영화는 안 보는 편인데 심리스릴러물은 오싹하면서도 현실성이 있어 자꾸 보게 되네요. 다음에 또 이런 류의 책을 기깔나게 쓰는 작가가 있으면 소개와 함께 데리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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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굿 걸>, <프리티 베이비>, <디 아더 미세스>, <돈트 유 크라이>라는 책을 써냈어요. 그녀의 책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 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 '사라진 여자들'은 출간 전부터 TV 드라마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요. 그로인해 그녀에게 붙여진 '스릴러의 여왕'이라는 별칭은 몇 번이고 불러도 아깝지 않은 정도입니다.

2022년 후반기에 나온 작품인데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어요. 나름 최신작이잖아요. 뜨끈한 선물을 받았는데 내용물까지 환상적이라 벅찬 기분마저 드는. 후에 그녀가 낼 작품들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등장인물 소개 & 스포 없는 줄거리




한 소녀가 갇혀 있어요. 그녀는 개죽을 먹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그녀를 가둔 이들은 그녀가 죽건 말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앙상하고 더러운 그녀의 이름은 OO. (이름이 스포가 되어 자제합니다.)

한 남자가 있어요. 어린 아이와 남편을 두고 밤늦게 외출을 나가는 아내는 하루사이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옵니다. 왜, 대체 누가, 어떻게? 그녀를 죽였을까요. 그녀의 이름은 셸리입니다.

조시와 레오, 메러디스와 딜라일라. 여기서 조시는 아빠, 메러디스는 엄마, 레오와 딜라일라는 각각 남동생과 누나입니다. 여기서 메러디스와 딜라일라가 사라졌어요. 엄마와 딸이 사라진거죠. 이 역시 왜? 누가?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볼게요. 메러디스(엄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증거가 발견 되었어요. 딜라일라(딸)는 무려 11년이나 실종 되었고요. 아, 11년... 그럼 혹시 아직 해답이 나오지 않은 첫 장의 불쌍한 개죽 먹는 소녀가 이 주인공은 아닐까요?

비아와 케이트. 그들은 조시의 이웃사촌입니다. 아내와 딸을 잃은 그를 위로하며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줘요.





이 책의 핵심은 메러디스와 딜라일라를 찾는 것입니다. 그들을 데려간 범인을 찾는거죠.

그런데 정말 찾기 어려워요. 중간 중간 작가가 쳐놓은 덫에 쉽게 빠지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인데요. 겨우 빠져나왔다 싶으면 또 다른 덫이 있고 그런 식이에요. 그런데 또, '짜증나. 안 해!' 라는 말은 나올 수가 없게 독자를 내용에 몰입하게 하는데, 그 매력은 작가의 장기인 것 같더라고요.

가정과 일에 있어 부족함이 없어 보이던 메러디스(엄마). 사라진 딸은 잘 있으니 걱정 말라는 메시지와 함께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생에 이별을 고한 이유는 뭘까요?

그러던 어느 날... 조시는 딜라일라(딸)를 찾게 되는데요. 편의상 '여자'라고 할게요. 여자는 자신이 딜라일라 라고 주장해요. 하지만 조시는 또 한 번 무너지죠. 망가질대로 망가진 이 '여자'가 내 딸 딜라일라라니... 받아들이기 힘들어 괴로워합니다.

'여자'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점, 레오. 그는 딜라일라의 남동생인데요. '여자'의 몰골과 행색 때문에, 그 꼴로 찍힌 기사 사진들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요. 여과없는 소년다운 시점이 인상적입니다.

자, 이야기는 이렇게 평탄하게 흘러가다가... 마침내 범인을 알려줄까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작가는 우리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엄마와 딸의 실종과 죽음. 동네에서 벌어지는 느닷없는 범죄사건들.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셸리가 소송을 준비 중이었고 메러디스가 증인을 준비 중이던 셸리의 주치의, 폭력적이던 셸리의 남편, 어느 날엔가부터 레오가 거부를 시작한 아이들의 아이돌보미, 레오는 아랑곳 않고 조시의 이성적인 매력에 관심을 보이던 한 여자형사, 아니면 또 다른 그 누군가일까요?



 

함께 보고 싶은 하이라이트🧩

 

메러디스와 딜라일라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레오도 알고 있을까? 네 살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인지라 아마도 모를 것 같았다. 크레파스는 없어질 수 있다. 퍼즐 조각도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엄마와 누나가 없어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다양한 사람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그 중 가장 어린 레오의 시점은 분위기를 전환 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참고로 레오는 일이 벌어졌던 때 너무 어렸기 때문에 과거의 시간을 이야기 해 줄 수는 없고 현재 고등학생이 된 레오의 눈에 지금 보이는 것을 아이의 관점에서 들려주고 있는데요.

엄마와 누나를 잃고 저 자신도 잃어버린 아빠를 보는 레오는, 아빠를 이렇게 만든 누나가 싫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아빠를 유혹하는 듯한 형사를 혐오하기도 합니다. 가감없고 직설적이죠.

그런데 저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 가운데, 작가가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서술할 기회를 주는게 어쩌면 범인을 유추할 수 있는 하나의 힌트가 아닐까 싶어 레오도 용의선상에 집어 넣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어쩌면 레오보다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셸리와 그의 남편, 비아의 시점은 따로 조명이 되지 않는 게 의아했었거든요.

그래서... 과연 제 예상은 맞았을까요, 틀렸을까요?

분만실에서도 섬뜩한 일들을 여럿 목격했다. 내가 출산할 때 경험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였다. 출산할 때 태아의 욕구가 산모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모를 때가 많다. 어쩌면 산모에게 아무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있다 해도 스스로 결정을 내릴 시간이나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에게 동의를 받는 과정 없이 의료진의 결정이 내려진다. 또 출산 과정에서 괜히 번거로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침묵하는 여성들이 너무도 많다. 산모를 향한 부당한 대우가 의료적 처치라는 미명하에 만연하게 행해진다.


그러고보면 출산할 때 저도 마음 편한 수술을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설명은 짤막했고, 어떤 건 제 동의 없이 진행이 되기도 했었거든요. 수술실에서는 저 포함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기를 낳는 산모보다 세상에 나올 아기를 더 우선해요.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출산도우미 메러디스의 역할은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산모의 옆에서 위해주고 격려해주는 메러디스의 존재가 더없이 소중히 느껴졌어요.

메러디스가 일을 하는 장면 중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런거예요. 산모에게 지금 우리가 이러이러한 수술을 하려고 하고, 후에 이러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을 들려준 거요. 그리고 뒤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해도 되는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견을 묻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메러디스가 출산 도우미다보니 출산을 돕는 장면이 당연히 나오는데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훗날 우리 딸이 겪게 될 분만실 그림이 그려져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여자는 아기 낳는 기계가 아니고, 희생이 당연시 되어야 하는 건 아닌데.

아, 문득. 제왕절개 수술에 동의하느냐고 고함을 치던 간호사가 생각나네요. 고통에 몸부림 치느라 대답을 못 했는데 산모에게 소리소리를. 다시 생각해도 역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여성의 실종이라는 큰 틀 외에도 저자는 여성들만이 느끼는 미묘한 불쾌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조용한 주차장을 거닐며 누군가 내 뒤를 따르는 것만 같은 불안감, 내 집인데도 눈치를 보게 되는 인테리어 작업자들의 불편한 시선, 아이들을 따라 형성된 학부모 커뮤니티 내 신경전, 임신으로 불어난 몸을 향한 압박감, 불쾌하고 적나라한 산부인과 진료,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는 이유만으로 출산 과정에서 완벽히 묵살되고 마는 산모의 고통,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하원시키는 아빠보다 등원시키는 엄마가 자연스럽게 악역이 되고야 마는 현실.

저자는 이런 일상적이고도 어찌 보면 평범하기까지 한, 하지만 뒤늦게 생각해보면 묘하게 뒷맛이 씁쓸해지는 이야기들로 알게 모르게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슬쩍슬쩍 독자를 건드리는 언짢은 요소들은 가랑비에 진창이 되고 마는 땅처럼 독자들의 발을 무겁게 잡아끈다.


밤늦은 시간에 뒤에서 발소리만 들려도 움찔하는 거.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아니 사실, 움찔 정도가 아니죠.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많이 들어왔어서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발이 걸음을 재촉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제가 남편에게 이 얘기를 하니 공감을 잘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반대로 남자가 늦은 시간에 혼자 길을 걷다 몹쓸 짓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그 땐 당신도 나처럼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줬어요.

아이를 낳고 아이 친구 엄마들 사이에서 느끼는 신경전, 불쾌하고 적나라한 산부인과 진료, 내 집인데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없게 만드는 작업자 인부들의 노골적인 시선들. 읽기만 하는데도 불편해서 씁쓸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요즘은요. 이로인해 불편한 것보다 이 사실을 불편하다고 말했을 때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아'라고 말하는 무신경이 더 화가 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공감도 역시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악행에는 끝이 없다.


사람보다 무서운 건 없는 것 같아요. 귀신? 안 무서워요. 제가 유일하게 귀신을 무서워 할 때는 그 귀신의 얼굴이 사람 형상일 때 입니다.  

자기는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상한 아이가 거실 창문 앞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초대 받았다고 해도 내가 못 가게 했을 테지만 말이다. 파이퍼와 릴리는 앞마당에서 손을 잡고 웃으며 춤을 췄다. 내게 복수를 하기 위해 내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저열한 방법을 쓰는 카산드라에게 소름이 끼쳤다.


이런 것도 소름끼쳐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 주기 위해 그 사람의 약점을 노리는 행위. 저에게도 소중한 약점이 있어서 남일 같지 않았고 카산드라의 이런 행동에 화가 났어요.

'시간이 지닌 치유의 힘', 이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꾸준하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하지만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다. 반드시 희망적인 결론은 아닐지라도, 불행에 '방점'을 찍고 미래로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가 더해질 때만 시간이 지닌 힘 또한 발휘될 수 있다.


요즘들어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의 효력에 대해 생각해요. 내버려둔다고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반드시 방점을 찍고, 후에 자신이 의지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길이 열리는 그런 일들도 있는 듯 해요.

나는 그 말 뒤에 숨어 무엇을 덮어두고 살고 있는지 돌아봤어요.





작가는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음습하게 가지고 갑니다. 질척거리는 땅, 흐리고 안개낀 하늘 같은 날씨 묘사도 많고요. 그렇게 어두운 배경 가운데 등장인물들도 유쾌한 사람들이 아니다보니 다 읽고나면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책인데도 불구하고 꼭 '보는'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마치 영화처럼요.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이렇게까지 자극하는 건 상당한 재능인 것 같다고 생각했네요.

오랜만에 진짜 재밌게 봤어요. 강추하는 책이에요. 저 개인적으론 이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고요. 이다음에 바로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이어 볼 생각입니다.

여름에 딱 읽기 좋은 소설, 서늘하고 오싹한 <사라진 여자들>. 평소에 스릴러 영화를 즐겨 보는 분들이 계시다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네요. 모쪼록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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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주인공이 독자에게 설명을 해주지 않아요. 주변의 사람들 즉, 제 3의 인물들이 그를 보는 생각 위주로 흘러가는데요. 심지어 지나가는 도쟁이의 시점도 나오거든요? 그래서인지 주인공이 더더욱 궁금해 지더라고요. 자기가 자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니까.

작가의 의도였겠죠? 사실 주인공 디모테오는 작가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인물이긴 합니다. 그가 걸어온 삶의 길을 되짚어보면 무조건 한 쪽으로 치우쳐질테니까요. 극단적으로 가엽거나 극단적으로 혐오스럽거나. 그래서 그에게 발언권을 아예 주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에게 매우 낯선 미지의 주인공 디모테오는 여러 사람을 죽인 적 있는 아버지의 아들이에요. 그 타이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이와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나요?

드물겠죠. 그래서 저도 그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아무리 많고 많은 사람들이 눈과 입으로 그를 설명해 줘도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책을 읽고 덮은 지금까지도 사실 혼란스럽습니다. 잘 정리가 되지 않네요.

 


작가는 이 책 속에 주인공의 생각은 물론이고 본인의 생각도 담지 않았습니다. 판단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라는 듯이요. 저는 부족해서 더 멀리까지 생각이 미치질 못 하나 봅니다. 다른 분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내용



디모테오는 심해성당에 새로 부임한 신부입니다.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아주 많았죠. 그런 그에게 아무에게도 말 못할 씻을 수 없는 상처가 하나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그의 아버지가 사람들을 연달아 죽인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였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현재 감옥에 있어요.


인물1.
디모테오의 아버지, 강치수



한마디로 골칫거리가 따로 없어요. 현재의 아내 그러니까 디모테오 신부의 엄마를 강제로 탐해 결혼까지 하게 만든 범죄자 강치수. 결혼을 하면 좀 나아지나 싶었지만 그의 범죄행위는 날이 갈수록 포악해지기만 했죠. 어느 날은 집에 지하실을 하나 만들어요.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잡아 넣고 거기서 제 욕구를 채우려고. 여기서 또 충격적인 사실은 그는 그런 행동을 가족에게 숨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물론이고 어린 디모테오(이하 테오)도 그 사실을 알았어요.


인물2.
디모테오의 친구, 베드로



어린 테오의 친구였던 베드로는 누나와 길을 걷다 우연히 강치수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별 의심없이 그를 따라 지하실까지 가게 되죠. 거기서 베드로의 누나는 베드로를 구하려다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로인해 베드로는 큰 충격을 받게 돼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온 테오의 엄마가 베드로를 감싸기 위해 몸을 던져 그를 막았다가 그녀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뒤이어 들어오는 한 소년. 테오입니다. 그는 강치수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빌어요. 훗날 강치수는 테오에게 이런 말을 하는데요. '그 때 내가 너를 죽였어야 했다', '그 날을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요. 어찌되었든 테오와 베드로는 살아남았습니다.  

그 후 둘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요. 여기서 저는 베드로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는데, 테오가 강치수의 은신처를 경찰에 밀고함으로 그가 감옥에 들어간 사건은 퍽 고마운 일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테오를, 나를 살려주었을 뿐 아니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친구라고 생각하며 진심으로 걱정하고 신경써줘요. 저같으면 사랑하는 누이를 죽인 작자의 아들을 원망했을 것 같거든요. 원망은 커녕 제 한 몸 바쳐 적극적으로 그를 변호하고 지켜주는 모습이 저는 놀랍고 또 의아하기도 했어요.


인물3.
디모테오를 좋아하는, 레아



디모테오는 잘생긴 외모로 성당 내 팬이 많았는데요. 그 중 레아라는 한 소녀가 있었어요. 레아는 품행장애 진단을 받은 다소 정신없는 아이였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그저 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했죠. 레아는 테오에게 자기 마음을 알아달라고 떼를 써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레아가 죽었어요. 왜?

사람들은 레아가 테오에 대한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속상한 마음에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테오 빼고요. 그는 그동안 레아를 관찰하고 진료했던 마해석이라는 의사를 주의깊게 봅니다.


인물4.
디모테오를 노리는, 마교수



마교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주로 만나는 의사예요. 그런 그에게 무슨 문제가? 보통은 주치의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특히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에는 마음이 덜 어수선해지는 게 일반적인데요. 그의 환자들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갑자기 삶을 포기한다거나 하는 모습들을 보였어요. 왜? 아, 그렇다면 혹시 그와 대화를 나눈 레아가 선택한 그 결정이라는 것도 마교수의 입김이 작용했던 건 아닐까요?

마교수는 그 부류를 치가 떨리도록 싫어했던 사람입니다. 증오했기 때문에 있는 힘껏 나락으로 끌어내리려 한 거예요. 하지만 그에게도 그가 그런 사람이 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어요.

그는 과거에 테오의 엄마를 사랑했어요. 그녀가 강치수에게 큰 상처를 입고 강제로 결혼까지 하게 되는 모습을 그는 어떤 마음으로 지켜봤을까요? 한 번은 그가 강치수를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육식동물 앞의 초식동물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목숨을 구걸하거든요. 그 날의 치욕을 그는 평생 잊지 못 하게 되고요.

강치수와 큰 연이 없는 사람들에게조차 본능적인 미움을 품었던 그에게 테오라는 존재는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까요?


이 책의 하이라이트



강치수와 마교수, 베드로와 테오. 강치수의 운명은 어떻게 될 지, 테오를 향한 분노를 마교수는 과연 어떤 식으로 표출할 지, 테오를 신뢰하는 베드로의 마음은 언제까지 지속이 될 지, 그리고 이 모든 이들에 지독히 얽혀있는 테오는 어떤 행동을 할 지... 즐거움을 위해 모든 것을 말하진 않겠습니다. 영화로 치면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센 폭풍이 지나고 난 뒤 기찻길에 홀로 앉아있는 테오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의 의지가 대단하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속마음을 단 한 번도 말하지 않는 주인공은 처음입니다. 다 읽고나니 그건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형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피해자에게 용서받는 법



요새 더글로리라는 드라마가 핫하잖아요. 저는 제대로 보지 않고 짤로만 접해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이런 생각은 한 적이 있어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그건 더도말고 덜도말고 내가 받은 정신적 고통인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피해자는 느닷없이 가해자에게 상처를 입었는데 심지어 그걸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죠. 그 자체도 억울하고, 가해자가 일말의 죄책감 없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요. 이제와 사과를 한다고 해도 내 상처는 사라질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에요.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얼마나 슬프고 서럽고 화가 나겠습니까. 가해자가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 있는 방법은 평생 죄책감이라는 짐을 내려놓지 않는 것인 것 같아요. 근심에 사로잡히고, 깊은 우울에 빠지고, 행복하면서도 불안해야 합니다.

그래야 피해자의 마음이 조금은 달래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죗값을 내 목숨으로 치르려고 했네."
"목숨만큼 가벼운 죗값은 없습니다"
"그럼, 무엇으로 내 죗값을 치러야 한단 말인가?"
"죗값은 살아내면서 평생을 두고 치러야 하는 겁니다. 죄책감을 가슴에 담아두고, 하루하루 무거워지는 고통을 오롯이 견뎌내야만 진짜 용서를 받을 수 있는겁니다. 그게 죽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저도 지금 죗값을 치르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오를 다시 조명해봅니다. 그의 아버지에게 죽임 당한 이들의 가족 시선에서 테오는 어떤 인물로 비춰질까요? 그들의 눈에 테오는 영영 행복해져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래서 작가가 테오에게서 입을 빼앗았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변호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은거죠. 저는 그렇게 무력하고 우울한 테오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심심한 사과로 받아들여질 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독자마자 해석은 달라요. 저는 테오의 그런 모습을 '사과와 위로'라고 봤지만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음도 인정해요. 특히 이와같은 경우 즉, '범죄자의 자식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와 같은 주제에 있어서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생각이 다 다를 수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테오와 강치수를 따로 놓고 볼 수 없었어요. 부모의 죄는 부모의 것, 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나사 하나 빠진 정신이 될 정도의 큰 충격을 받으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남한테 상처 주면 그게 다 언젠가는 나한테 돌아오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잘 몰라도 십년 이십년 후에 비수로 날아와 가슴이든 등이든 꽂히는 것 같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습니다. 지금도 내 안에 소화 되지 않은 미안한 감정이 너무 많아서 힘든데...





이 책은 주인공의 마음을 알 수 없는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어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 계실 수 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에 대한 불평 불만(?)은 많이 보진 못 했네요. 그보다는 테오의 외모 묘사에 흥미를 보이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왜냐하면 그는 작중 훈남 정도가 아니라 되게 되게 미남으로 나오거든요. 성당에 팬클럽이 생기고 진료를 받으러 간 병원의 간호사가 첫 눈에 반할 정도로요.

출처: 영화 검은 사제들


사람들이 배우 강동원이 떠오른 책이었다고 말을 많이 하던데, 음... 이 책이 영화화 된다면 숱한 짤 무한 생성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혹시 영화화가 된다면 그 땐 이야기가 좀 더 다듬어져 나왔으면 좋겠어요. 테오의 생각이 조금은 가미된 내용으로다가. 그리고 자신의 누이를 죽인 강치수 앞에서 자신을 지켜줬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베드로의 마음이 실은 어떤지 그 복잡하고 다면적인 심정도 조명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캐스팅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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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간단한 내용의 책이 어떻게 일본에서 드라마화 되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개인적으론 재미가 없었어요. 히가시노게이고의 팬이신가요? 그럼 아실거예요. 이 책엔 유가와 마나부 교수가 나옵니다. ('유가와 마나부 시리즈'는 '용의자 X의 헌신'을 포함함 추리 소설 모음집) 저는 유가와 마나부 이야기를 좋아해요. 그가 나오기만 하면 영영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도 결국은 뚝딱 하고 풀려버리고 마는, 등장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경험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이건 너무... 너무 심플한 내용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줄거리

 



마시바 요시다카(이하 요시다카)는 자택에서 안타까운 모습으로 발견 됩니다. 그를 발견한 사람은 그와 내연 관계였던 와카야마 히로미(이하 히로미). 요시다카의 부인인 아야네는 삿포로에 있는 친정에 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참고로 아야네와 히로미는 스승과 제자 사이였어요.

어쩌다 스승의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게 되었는지 시작부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요시다카는 여자를 '사랑'해서 만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여자'를 원한 것 뿐이었죠. 결혼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아야네에서 아이 소식이 없자 그는 그의 제자인 히로미에게 눈을 돌렸던 거예요.

아야네와 만나기 전, 그는 준코라는 여자와도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버림을 받았죠.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요.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슬픈 결말을 맺어요. 준코와 아야네는 친구 사이였는데요. 준코는 결단을 내리기 전, 아야네에게 독극물을 택배로 보냅니다. 왜, 무슨 이유에서?

한편, 수사팀은 요시다카의 사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진척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때... 눈치 밥말아먹은 구사나기 형사가 아야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요. 어쩔 수 없이 가오루는 천재라고 불리우는 유가와 마나부 교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합니다.

그는 요시다카가 죽기 전에 마신 커피에 집중해요. 그리고 그 안에 타졌을 독극물의 경로를 파고들지요. 여기서 조금 독특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 펼쳐지는데요. 범인을 부인인 아야네로 상정해 놓고, 그녀가 어떻게 정수기를 이용하여 그의 목숨을 노릴 수 있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애를 씁니다. 이 과정을 두고 사람들은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고 고개를 내젓는데,(저도 그랬었고요.) 하지만 결국 유가와 마나부는 그 트릭을 알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범행의 수법과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진범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부인 아야네? 내연관계였던 히로미? 그것도 아니면 요시다카가 전에 만났던 그 누군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세요. 그리고 책에서 그 결과를 확인해 보세요.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

 



트릭의 불확실성이 너무 큽니다. 시간이 너무 길어요. 그래서 '이게 성공해서 요시다카가 죽은거예요.' 라는 말에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요시다카에겐 무슨 매력이 있기에... 준코부터 아야네, 히로미까지. 궁금했는데 그의 매력이 설명된 바가 없고, 이미 죽은 자라 대사도 하나 없어 짐작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인데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안그래도 그의 사상에 반기를 오천만개는 들고 싶은데, 이해를 하는 데만도 무지막지한 상상력을 동원해야 해서 되게 피곤했어요.

형사 구사나기와 가오루. 구사나기는 위에 말했듯 피해자의 부인인 아야네에게 사랑에 빠져요. 말그대로 '이와중에'요. 그래서 유가와 마나부가 이렇다할 증거를 보여주어도 '그녀는 아니야. 어쨌든 아니야!'식의 거의 땡깡 비슷한 반론을 펼치기에 이르죠.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가오루 역시 아야네를 범인으로 정해 놓고 추리를 시작하긴 했지만, 왜 그녀가 제 1순위가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알려주지 않아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습니다. 유가와 마나부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저에게 나쁜 쪽으로 희대의 작품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책이 좋았던 점

 



결말이 알고 싶어 빠져든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작가의 글솜씨, 문체(번역) 자체가 유려하게 흘러가는 편이라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는 뜻이지만, 잘 읽힙니다. 어딘가 이동하는 중에 추리소설 한 권 읽기 원하신다면 이 책을 추천 드려요.

 

 

제목의 의미

 



책을 다 읽은 후 성녀는 누구인가 싶었어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요. 첫째, 요시다카의 질긴 아기 타령이 마침내 끝이 나잖아요. 저는 그 어리숙한 생각을 끝내준 누군가가 성녀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자를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아기 낳는 기계라고 보는 그 마음은 가히 몰상식하다 라고 표현을 해도 모자르죠. 그 마음을 강하게 비난한 자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즉, 독극물을 택배로 보낸 준코 혹은 히로미를 그에게서 구해낸 아야네를 의미한 게 아니었을까요.

저자가 이토록 거창한 제목을 붙인 이유는 요시다카의 가치관 속에서 그녀들을 구해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함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구제의 나날이 끝나는 순간 단죄는 시작 되리라'. 아야네는 언제든지 요시다카를 죽일 수 있었어요. 그녀가 그를 죽이지 않고 기회를 여러 번 주었던 나날이 구제로 표현이 되었고, 단죄는 마침내 실행을 했음을 뜻하는 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작에 비해서

 



별로예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원래 놀라운 흡인력이 특징적인 작가라 이제까지의 저는 그의 모든 페이지를 넘긴 후 놓여진 책을 보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얼얼함을 감당하려 애써왔어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러고 말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네요. 추리소설인데 트릭이 허술 했다는 게 가장 실망스러웠어요.





흙탕물 다 튀겨놓고 이제와 딴소리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남에겐 최악이었어도 당신에겐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지도 모르니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저도 훗날 다시 읽었을 땐, 책을 읽는 장소와 감정 그리고 컨디션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요.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다음은 그만의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작품을 읽고 싶네요. 유가와 마나부 선생의 뛰어난 추리가 돋보이는 소설은 시간 간격을 좀 두고 후에 읽을 생각이에요. 음, 이런 날씨엔 어떤 책이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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