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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원(클레어) - 나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은 삶의 태도 본문
이 분을 처음 알게 된 건 SNS에서였어요. 의대생 신분인 동시에 육아를 하고 있는 엄마라고 하더라고요. 게다가 큰 아이도 아니고 어린 아기요. 그당시 댓글 분위기는 이 분의 외모칭찬이 주를 이루고 있었지만, 저는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입장에서 '그게 가능한가?' 싶어 충격에 가까운 느낌을 받았었던 기억이 나요.
그리고 저는 세바시라는 영상에서 이 분을 또 만나게 됩니다. 이제까지의 자신의 인생 스토리를, 사람들의 마음에 닿을 만한, 귀감이 될 만한, 위로가 될 만한 이야기와 함께 해 주고 계셨어요. 가만 들으며 저는, 깊은 생각과 뜨거운 열정, 집념, 끈기와 더불어 조리있는 말솜씨가 빼어난 외모에 가히 비교가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오랜만에 '내면이 더 아름다운'사람을 만났다고 생각했어요.
이 책은 의대생, 육아맘, 크리에이터, 작가로 살고 있는 작가 본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요. 더 구체적으로는 왜 의사를 꿈꾸게 되었는지 아이를 낳고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삶은 어떠한지 등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사실 크리에이터, 작가에 대한 부분은 스쳐지나가는 정도긴 해요. 육아 또한 그리 많은 비중을 차지하진 않습니다. 아무래도 가장 많은 시간을 쏟은 의대생 신분에서의 경험과 느낀점이 거의 대부분입니다.)
의대 공부와 육아를 병행하는 삶은 어떠한지가 궁금해 펼쳐 본 책이었어서 저는 조금 아쉬움이 남는 책이었지만, '누구누구 엄마'를 떠나 그저 한 명의 개인으로써 자극이 되고 동기부여가 되는 책이었던 건 확실해요.
일 년 가까이 내 뱃 속으로 품었던 새끼를 세상 밖으로 내보내면, 이루 말할 수 없이 감격스러워요. 아이가 커감에 따라 사랑도 더 커져가고요. 작가님도 저와 비슷한 감정을 느끼며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아이를 키우셨을거예요. 이 분의 게시글 아래 달린 댓글을 보면, 공부를 하든 육아를 하든 하나만 하라거나 아이가 불쌍하다거나 하는 조언을 가장한 악플이 꼭 한 개는 눈에 띄는데요. 클레어(작가님의 유튜브) 채널에 들어가 동영상을 보면, 육아하는 모습이 저와 별반 다를 게 없더라고요.
그러니까 아이를 사랑하면서 내 인생도 사랑하는거죠. 작가님은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 포기하지 않는 엄마의 모습을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하셨거든요. 의대 공부가 끝나면 놀지도 쉬지도 않고 바로 육아전선에 투입되는, 새벽에 시작해 새벽에 끝나는 그 생활에 대고 감히 누가 손가락질을 할 수 있나 싶습니다.
나는 꿈꾸는 엄마로 살고 싶다. 아이에게 꿈꾸는 삶을 유산으로 물려줄 수 있다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 엄마로서 꿈을 이루어나가는 모습을 몸소 보여주려고 한다. 일과 육아, 나와 엄마라는 역할 사이에서 고민하고 어려움도 겪겠지만, 성장하기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살면서 힘든 날도 있겠지만 그럴 때마다 절망이 아닌 희망을 품고, 포기하기보다는 도전하는 사람이 되자고, 내 아이에게 당당하게 말할 수 있는 부모가 되기 위해서.
계획없이 찾아온 아이를 주어진 상황에서 책임지고 잘 키우고 계시는 클레어님. 책 중간에 악플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던 게 생각나 서두에 느닷없이 이런 글을 써버리고 말았네요. 이제 책 이야기 할게요.
의사가 되기로 한 이유
아버지가 시위를 하시다가 눈에 최루탄 파편이 튀어 한 쪽 눈으로는 보지 못 하시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어렸을 적 저자는 그런 아버지 눈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느 날 친구로부터 '도깨비 눈'이라는 말을 듣고 의식을 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어린 마음에 잘 모르니까 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생각하고 행동을 했겠죠. 그러던 어느 날, 여덟 살 이도원에게 아버지가 묻습니다.
"딸, 아빠가 눈을 바꾸려고 하는데 우리 딸처럼 보석 같은 눈은 박을 수가 없대. 그래서 의안 있지? 가짜 눈. 그걸 박으려고 하는데 의안은 초점에 따라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는대. 인형 눈처럼 말이야. 지금 이 탁한 눈은 그래도 시선을 따라 움직이긴 하잖아. 의안을 박으면 그렇게 안 된대. 우리 딸은 아빠 눈이 어땠으면 좋겠어?"
고개를 푹 숙이고 있어서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버지는 울고 계셨다고 합니다. 딸은 이렇게 말해요.
"난 아빠의 지금 눈이 제일 좋아. 그대로 살자. 그리고 잘 살자. 아빠가 어떤 눈이든 상관없어. 내가 아빠 눈이 되어줄게. 걱정 마."
아빠처럼 아픈 사람을 고치는 의사가 되겠다고. 여덟 살 소녀는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가 강해져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앞으로 다가올 인생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역사적인 순간이었죠.
돌아가는 길에서 발견한 것들
하지만 의대 입시의 문턱은 보통 높은 게 아니었어요. 번번이 고배를 마셔야했죠. 평균 3등급이라는 성적으로는 의대에 들어갈 수 없었어요. 저자는 이십대에 무려 세 개의 대학교를 다니는데요. 그 첫 번째 대학은 동국대학교였습니다. 그 곳에서 의욕 넘치는 동기들과 세상을 더 넓게 바라볼 여유와 기회를 주신 교수님 덕분에 나만의 자산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해요.
강연에서 저자가 했던 말이 있습니다. 길 좀 돌아서 가도 된다고. 목표까지 돌아서 가도 된다고요. 원하던 대학, 원하던 그림은 아니었지만 그녀는 주어진 상황에 늘 최선을 다했습니다. 과제, 토론은 말할 것도 없고요. 제가 놀랐던 건, 취업을 한 후 제약회사에서의 3개월 그리고 월드 미스코리아 대회에 나갔을 때 였습니다.
월드 미스코리아.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았던 상태에서 워킹이며 표정, 의상까지 모두 화려한 다른 후보들을 보며 저자는 기가 죽어요. 하지만 '기존쎄', 그녀의 면모를 보세요. 한 번은 악세사리가 필요했는데 돈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 줄 아세요?
"사장님, 제가 곧 미인대회에 나가는데 제 드레스에 어울리는 보석을 빌려주실 수 있을까요? 꼭 우승해 올게요."
청담동 예물 거리의 한 주얼리숍 사장님에게 대뜸 자신의 포부를 선언합니다. 다행히 좋은 분을 만나 협찬이 가능했다고 하는데요. 용기 있는 모습과 자기 자신을 굳게 믿는 마음가짐이 너무 멋지고 부럽더라고요.
하지만 무슨 일이든 고비는 있게 마련입니다. 다른 후보들을 보며 기가 눌릴대로 눌린 어느 날... 더이상 못 하겠다 싶어 새벽에 자신이 있는 곳으로 가족들을 불러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해요. 다시는 카메라 앞에 서지 않겠다고.
"또 밤새 연습했니? 그런다고 다 되는 거 아냐. 네가 못하는 분야에서는 그냥 네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만 느끼고 와. 그건 돈 주고도 못 사는 경험이니까."
그런 그녀를 보며 언니가 차갑게 쏘아붙인 한 마디! 이건 소중한 경험 아니, 돈 주고도 못 사는 값지고 소중한 경험임을 알려주어요. 그 조언 덕에 저자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고, 그 결과... 대회에서 무려 2등이라는 성공을 거두게 됩니다!
처음 가보는 길 위에서 두려운 마음을 이겨내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거기다 결과까지 좋았으니 워킹은 또 얼마나 잘했을까 싶어 저는 언니도 아닌데 박수쳐주고 싶었었네요.
저자는 의사가 되는 게 꿈이었지만 언제나 꿈길만 걸은 건 아니었어요. 하지만 돌아가는 모든 길 위에서 희망을 놓지 않으려 했고 그 안에서 또 각기 다른 가치들을 삶의 소중한 자양분으로 삼을 줄 알았어요. 역시 꿈이라는 건, 내가 놓지만 않으면 도망 안 가요. 좀 돌아가더라도 큰일 나는 거 아닌 것 같아요.
아이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나를 사랑하는 방법
꿈을 이루기 위해 중요한 것은 계획을 세우는 것이라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 계획이라는 것은 실현 가능성 있는 것이어야 했어요. 1년 계획을 세운 후 3개월 계획, 1달 계획 이런 식으로 쪼개고 쪼개 마지막으로는 오늘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계획해 실천하는 것이었지요.
계획을 짰다면 그날 그날 주어진 하루의 계획을 충실히 이행만 하면 돼요. 매일 매일 하는 게 어렵다면 미리 여유로운 계획을 짜면 되고요. 저자는 하루 계획을 짤 때 꼭 해야 할 시간의 두 배가 되는 시간 전에 일어나 시작을 했다고 해요. 그 날 할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마치기 위해서요.
그렇게 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뭘까요? 성취와 자기확신, 자기긍정, 자기효능감입니다. 저는 이것들을 아이에게 꼭 가르쳐줄거예요. 네가 공부를 하는 이유는 이것들을 느낄 수 있어서, 라고 알려줄겁니다. 건강한 삶을 살기 위해 꼭 필요한 것들이니까요. 열심히 공부를 하는 행위는 내 삶을 존중하는 태도를 배우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에 따르면 작은 성취를 통해서도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분비되면서 동기와 의욕, 활력을 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업에 실패하거나 시험을 망쳤을 때, 일상의 작고 단순한 일에서 분명한 성취를 느껴보는 게 좋다. 별것 아닌 것 같아도 울적한 감정에서 빨리 벗어나 동기부여의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막막할 때 할 수 있는 일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라네요. 세탁기를 돌린다든지 설거지를 한다든지 택배를 뜯는다든지, 다 좋아요. 몸을 움직여 내가 계획한 것을 이루어야 합니다.
저 요즘 그런 생각이 들어요. 내 자신에게 사랑 받기 위해서 나는, 가만히 있어도 되는 게 아니라 나도 노력을 해야 한다고요. 다른 사람도 아닌 나에게조차 나는 사랑 받기 위해 노력을 해야 한다고요. 내가 나에게 자꾸 좋은 것을 주어야 나도 나를 사랑해주는 것 같습니다. 작은 성취를 맛볼 수 있게 해주어야 나는 살아갈 힘이 나요. 저는 아이에게 이걸 꼭 알려주고 싶어요.
그녀에게 배운 것
사람마다 건강상태도 다르고 정신적인 에너지 레벨도 다 다른데 기준을 내리기란 어려운 일이잖아요. 이 책을 읽고 저는 더 열심히 살지 않은 3년을 잠시 후회했다가 곰곰히 생각한 후 그러지 않아도 되겠다는 결론을 내렸어요.
저는 다시 돌아가도 똑같이 살 수 없을 정도로 열심히 살았거든요. 매일 힘들다는 신호를 보냈지만 무시하고 살다가 현재는 만신창이가 되어버린 불쌍한 제 몸이, 전문가의 도움이 없이는 일상생활이 불가할 정도로 지쳐버린 정신적인 제 에너지가 그 증거예요. 그래서 저는 자책은 그만두고 부러워만 하기로 했습니다. 배울 건 배워야 되니까요.
저자의 열정은 함부로 만지면 손 데일 것 같은 빵처럼 매우 뜨거웠어요. 그 열정은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 같아 보였네요. 저는 열심히는 하지만 목표를 향해 가는 길에 꽃이 보이면 꽃냄새를 맡고 구경하다 잠까지 들어버리는 사람이라서 항상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사는 저자에게 배울 점이 많았습니다.
또, 제 약점도 돌아볼 수가 있었는데요. 중요한 선택을 할 때는 우유부단함이 튀어나오는 성격 탓에 우선순위 정하는 걸 어려워 하는데, 많은 시간을 들이더라도 우선순위를 잘 정하는 게 무척 중요함을 알았어요. 계획을 어떻게 짜느냐에서부터 지름길로 갈 수도 있고 더 험한 길로 갈 수도 있는 듯 해요.
브라질 산에서 팥빙수 파는 예를 들며 계획 짜는 법을 설명해 주셨어요. 5단계부터 4단계, 3단계, 2단계... 순서대로 계획을 세세히 잘 짜시더라고요. 계획 짜는 데 어려움을 겪으시는 분들에게 도움이 될 것 같았습니다.
학업과 육아를 병행하는 삶은 어떠한가 그게 궁금해서 읽은 책이라 빠져있는 내용에 아쉬웠지만, 그건 제가 개인적으로 유튜브로 확인하도록 하겠습니다 :)
몇 년 후에 또 책 내주셨으면 좋겠어요. 글을 무척 잘 쓰셔서 눈물이 핑 돌 때가 종종 있었거든요. (다 가진 여자) 아이는 잘 자라고 있는지 현재는 바라던 멋진 의사가 되었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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