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물의 대가 히가시노게이고의 책을 오랜만에 읽어보았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상영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닌가 싶을만큼 이번에는 특히 더 유달리 복잡하고 긴 이야기였는데요.

<희망의 끈> 등장인물도 많고, 전개방식이 순서대로가 아닌지라 집중을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점을 미리 안내 드릴게요.

등장인물이 많다고 했으니 각 인물들에 대한 설명부터 해봅니다. 🙋🏻‍♀️




등장인물,
내용






♦️
유키노부 :

열 살 남짓 되던 두 아이를 지진으로 인해 잃어요. 이후 그의 인생도 생기를 잃습니다. 마침내 그와 그의 아내가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새로운 아기를 맞이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는데요. 하지만 아내의 나이가 많아 임신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낳은 소중한 그들의 딸의 이름,
모나.

죽은 두 아이의 몫까지 행복하길 바라며 금이야옥이야 애지중지 키우죠.

비록 그의
아내는 모나가 어릴 때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지만, 그는 엄마의 역할까지 도맡아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어서일까요?
모나는 아빠에게 냉담합니다. 아빠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왜? 독자인 저도 자꾸만 이런 모나 앞에서 멈칫하고, 솔직해지지 못 하는 유키노부에 의문이 들었는데요.

그들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걸까요?

그리고 아빠는 '야요이 찻집'에 왜 자꾸 들르는 걸까요. 찻집 사장인 야요이가 마음에 들어서? 아님 그저 차가 맛있어서?

실은 유키노부와 죽은 그의 아내 레이코는 모나에게 말 못할 비밀을 모나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젠가는 모나에게, 그리고 '야요이 찻집'의 야요이에게, 그 비밀을 이야기 해야만 합니다.



♦️
레이코 :

유키노부의 아내. 지진으로 소중한 두 아이를 잃었죠. 그들이 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아이가 필요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요. 남편과 레이코는 아직 모나가 뱃 속에 있을 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나를 낳을지 안 낳을지는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었어요. 더 정확히는 아기를 낳는 레이코의 선택에 달려 있었죠.

그녀는 모나를 낳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녀는 모나를 사랑으로 보살펴요.

하지만
언젠가는 이야기 해야 합니다. 죽음이 코 앞에 당도해 있는 레이코가 말을 할 수 없다면 그녀의 남편인 유키노부라도 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
야오이 :

'야오이 찻집'을 운영하는 모두에게 신망이 두터운 여성. 10년 전 이혼했고, 그들 사이에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행복해 보이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죽임을 당합니다.
원한관계도, 사소한 금전문제도 없던 그녀를 누가, 대체, 왜 죽인걸까요?

형사들은 그녀의 지인들은 물론이고 통화를 한 모든 이를 추적조사합니다. 그 조사란 것은 꽤 먼 옛날에까지 이르게 되는데요.

그녀와 그녀의 전남편인 와타누키는 아이를 원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을 해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어요. 마침내 체외수정을 하지만 그 또한 실패로 돌아가고야 말았고요. 야요이는 아이를 무척이나 갖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보는 게 간절한 사람이었죠.  

이 이야기는 그녀의 죽음과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실은 이것이 핵심입니다.



♦️
와타누키 :

야요이 못지 않게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남자. 야요이의 전남편이었죠.

그녀와는 10년 전에 이혼을 했음에도 그녀의 사후처리를 도맡겠다고 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해 형사들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다유코라는 여성과 동거중에 있는데요. 아이를 가지지 못 하는 다유코와도 곧 헤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야요이가 죽은 뒤 그는 눈에 띄게 초조하고 불안한 듯 보여요.



♦️
다유코 :

학창시절에 아기를 지운 경험이 있습니다. 아기를 낳고 싶었지만 당연히 주변에서 만류를 했으니까요. 그리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한 유부남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다유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듯 보였습니다. 부인과 헤어지고 다유코와 아기를 낳아 알콩달콩 살고 싶다는 달콤한 말을 시도때도 없이 하는 남자였죠.

그리고 마침내 다유코에게 아기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유부남은 당황스러워하며 일단은 아기를 지우자고 합니다. 아기가 있으면 이혼이 어렵다는 등의 갖가지 핑계를 들면서요. 그의 설득에 다유코는 피눈물을 흘리며 두 번째 아기를 지우게 됩니다.

그리고 곧 그에게 이별통보를 받아요.

패닉이 온 다유코는 그가 건네는 돈을 무시하고 그에게 다시 한 번 아기를 갖자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말로는 차에서 비참하게 내동댕이 쳐진 후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찾아온 사랑인 와타누키는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두 번의 수술로 다유코에게는 아기가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보다 아기를 원하는 남자를 이제야 만났는데.

어느 날, 그의 전부인인
야요이가 그를 불러내요. 그 이후 와타누키는 그녀는 물론이고 생활 전반에 불안을 느끼는 듯 보였습니다. 그들의 안정된 생활을 깨뜨린 야요이에게 화가 난 다유코는 그녀를 찾아가요.



♦️
마쓰미야 :

야요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그런데 사건만을 해결하는 인물이 아니에요. 그의 복잡하게 얽힌 사연도 조명을 받고 있죠.

아야코라는 여성에게 받은 전화 내용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의 아빠가 살아있다고, 병실에 누워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전한 아야코는 아빠의 딸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아야코와는 이복남매가 되는 거죠.



♦️
가쓰코 :

마쓰미야의 엄마. 마쓰미야에게 아빠는 어릴 적 죽었다고 설명해오곤 했어요. 그녀는 벌어진 상황에 맞닥뜨리기를 거부하다가 마침내 비밀을 털어놉니다.

그녀와 그의 남편이 될 뻔 했던 사람 즉, 마쓰미야의 친아빠와의 관계는 평탄한 게 아니었습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유부남이었어요. 아이도 있었죠. 하지만 그는 곧 이혼 할 것이라며 그녀와의 관계를 지속해 나가길 원했습니다. 그의 현부인은 자신이 모르는 불쾌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사이에 생긴 아이, 마쓰미야는 세상빛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는 아빠 없이 자라나야 했는데요. 이유인즉슨, 아빠가 전부인에게 돌아갔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죽을 병에 걸려서요.

마쓰미야의 엄마는 그렇게 홀로 마쓰미야를 키웠습니다.



♦️
마쓰미야의 아버지 :

본인이 죽을 것을 예상하고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그 안에 마쓰미야의 이름을 적시했죠. 그의 딸은 유언장을 미리 열어보고 그를 찾아 나섭니다. 생전에 마쓰미야를 또 보게 되리라곤 그도 기대하지 않았을 거예요.







무척 길죠? 이야기 여러개가 겹쳐 있어요. 순서도 제각각이고요. 드라마나 영화로 접했다면 좀 나앗을지도 모르지만 책으로 읽으니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습니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몰입해 읽어 재미는 있었지만요.)

이야기는 아기를 낳고 싶은 여성, 낳고 싶은 남성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자에 크게 치우쳐진 것 같아요. 솔직히 읽으면서 작가가 남자라 여성에 공감을 못 하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읽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 남겨보겠습니다.



✔️
아기를 두 번 지운
경험이 있는 다유코






다유코는 아기를 두 번 지웠습니다. 아기를 낳고 싶었지만 지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의하여 내린 결론이었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술을 마치고 온 본인에게 돈을 주며 헤어지자고 말하는 유부남에게 자기와 다시 한 번 더 아기를 갖자고 매달리는 여성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미쳤다고 봐야 옳은 게 아닐까요.

학창시절에 실수로 갖게 된 아기를 낳고 싶어할 때부터 이상하다 싶었는데 작가가 다유코를 이상하게 이해한 것 같아요. 작중에 다유코가 말해요. '아기를 낳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그녀가 바란 건 타인의 인정과 관심, 사랑이었지 진정한 아기가 아니었어요. 다유코에게는 다른 아기들을 예뻐하거나 그리워하는 장면이 단 한 번도 보여지지 않습니다.

다유코를 그저 아기를 원하는 인물로만 보기에는 오류가 있는 듯 해요.



✔️
마쓰미야의 어머니 다쓰코,
자발적인 미혼모






그녀는 유부남과 관계를 지속해오다 그가 떠나자 그 몰래 그와 함께 만든 아기를 낳죠. 태어날 아기의 입장은 왜 생각을 안 하는가요.

저 같으면 마쓰미야를 낳지 않았을 겁니다. 마쓰미야를 위해서. 최근, '낳음 당했다'는 표현을 들었어요. 매우 거친 표현이라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그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말이 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부모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음이 전해집니다. 왜 출발선에서부터 차별이 있어야 하느냐고 울부짖는 아이들의 통한의 외침을 모른 척 하지 마세요.

각자의 사정은 다 다릅니다. 원하지 않았는데 미혼모, 미혼부가 된 사람들도 많아요. 그리고 연예인 사유리처럼 책임감과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자발적인 미혼부모가 되신 분들도 많죠.

이야기 속 마쓰미야의 어머니는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생명은 소중하니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주는 게 맞는걸까요.



함께 읽고 싶은 하이라이트






"그러면 왜 안 되는데? 부모에게 자식은 마음의 버팀목이고 인생의 보람이야.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야. 그게 정상이라고." "우리 집은 정상이 아니야. 나는 태어날 때부터 누구 대신이었어. 자식 둘을 잃은 엄마 아빠가 자신들의 슬픔을 달래려고 낳은 아이잖아. 어릴 적부터 줄곧 그런 말을 들었어. 모나는 저 세상으로 간 언니와 오빠 몫까지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중략)

"나는 나야. 누군가를 대신해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죽은 사람 몫까지 살라는 말도 듣고 싶지 않아!"



내가 낳았으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 같아요.

부끄럽지만 저도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꾹꾹 눌러 참을 뿐이죠... 부모는 태어난 아기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없을 때 혼자 겪어내야 할 여러 상황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함께 연습도 해야 해요.

내 아이에게 나는 내 꿈을 대신 이루어주길 바라거나 소망을 투영하지 않도록 애씁니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 좋은 곳에 취업을 하면 편하게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공부를 강요하는 것도 지양하고. 부모는 그저 본보기를 보여주고, 방법을 알려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은 오롯이 아이가 하는거라고요.

모나에게 자연스럽게 가했던 압박과 통제를 통해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때로는 많은 것을 보지 못 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너를 여러 가지로 힘들게 하고 말았지만, 무엇이 모나에게 최선인지 아빠 나름대로 많이 생각했어. 네게 결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단다. 어떻게든 너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지. 왜냐하면..." 유키노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아빠는 모나를 사랑하니까."



작가는 꼭 완전한 형태의 가정이 아니어도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고, 그 가정은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야오이와 레이코, 다유코의 쉽지 않은 임신과 불임치료 이야기가 주를 이뤄 솔직히 이 생각에 가닿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만.

동상이몽에서 군인 아빠와 중학생 여자아이의 고민이 소개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그 고민보다는 군인 아빠가 새아빠라는 사실에 객석은 더 많이 술렁였죠. 군인 아빠는 아빠 이름 앞에 굳이 '새'자를 붙여야 하느냐고 했습니다. 그리고 딸에게 영상 메시지를 하나 남겼는데요.

"세상이 다 너를 배신해도 아빠만큼은 네 편이라는 거. 내가 지켜준다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비춘 여자아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모나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 같아요. 동상이몽 여자아이도 모나도, 어쩌면 진심어린 부모의 그런 말, 행동, 눈빛이 간절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꾼 히가시노게이고의 필력은 여전합니다. 술술 읽혀요. 아시죠?

다만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집중 하셔야 해요... 집중하지 않으면 생각이 여러갈래로 뻗어 혼란스러울 수 있거든요.

수정란, 임신, 불임치료, 미혼부모가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다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은 이 주제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


반응형

 

히가시노게이고의 작품 좋아하세요? 그럼 가가형사를 알고 계시겠네요. 이 책은 '신참자'시리즈의 완결편이고, 마지막이라선지 가가형사의 숨겨진 가정사가 나와요. 이전에 읽은 '희망의 끈'에서는 마츠미야 형사의 가정사가 나왔었는데 말이죠.

마츠미야와 가가는 사촌지간이에요. 순탄치 않은 삶을 살아 온 두 사람의 가정사는 그들을 한층 더 입체적이고 현실적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그리고 그것이 사건과 무관하지 않다는 게 흥미롭고요.) 히가시노게이고의 책을 읽다보면 소설 속에 있는 인물들이 어딘가 실제 살고 있을 것만 같은 착각이 듭니다.


 


2020년, 아베히로시(가가 역)와 마츠시마 나나코(히로미 역)가 주연을 맡아 영화로도 개봉이 된 바 있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입니다.

저는 책도 읽고 영화도 보았는데 원작에서 크게 벗어난 내용은 없는 것 같았어요.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편한 쪽을 선택해서 보세요.

자, 이제 중요한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




 




1️⃣ 가가형사의 엄마 유리코



여자 혼자 외딴 곳에 왔습니다. 곧, 술집에 취업을 하는데요. 그녀는 음울해 보이면서도 밝고, 밝아보이는 듯 하면서도 제 얘기를 도통 하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녀를 취업 시켜준 술집 사장은 그녀가 신경이 쓰이면서도 그럴만한 사정이 있어서 그러려니, 참견은 하지 않아요. 하지만 그래야 했던걸까요? 결근이 잦았던 며칠이 지난 어느 날, 그녀는 숨을 거둔 채 자택에서 발견되고 맙니다.

타살의 정황도 없고, 우울증을 앓았던 것으로 미루어 보아 혼자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정리가 되었어요. 그녀가 살던 집을 정리할 때는 보증인이었던 술집 사장이 그 역을 맡아야 했는데요. 유골이며 유품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곤란을 겪고 있을 즈음, 가게에서 그녀와 친근해 보였던 와타베라는 남자에게 연락이 옵니다.

그가 전화번호를 알려준 덕에 사장은 그녀의 아들인 '가가'에게 연락을 할 수 있었죠.

그리고 훗날 가가는 와타베라는 남성을 찾고싶어 합니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었어요. 사장 역시 마찬가지였고요.

안개처럼 사라져버린 그 남자를 찾기 위해 가가는 무려 16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립니다.



2️⃣ 두 죽음. 그 사이엔 어떤 연관이?



오시타니 미치코라는 여성이 코시카와 무츠오라는 사람의 집에서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됩니다. 그 두 사람 사이엔 아무런 교집합이 없었는데요. 곧, 그 동네의 한 오두막에서 유사한 방법으로 또 누군가가 죽은 채 발견됩니다.

형사들은 두 사건을 동일인물의 소행으로 보고 증거를 찾기 시작해요.



3️⃣ 아사이 히로미



한때는 연극배우를 하기도 했던 연극 연출가 아사이 히로미. 그녀가 왜 용의자의 선상에 올랐느냐 하면, 오시타니가 죽기 전에 히로미를 만나러 도쿄로 갔었기 때문이죠. 오시타니가 일하는 곳에서 히로미의 엄마를 발견했는데 그 사실을 알려주러 간 것이었어요.

허나 히로미에게 엄마는 증오의 대상이었습니다. 그녀는 가족에게 빚을 잔뜩 떠넘기고 도망갔고, 그로인해 빚쟁이는 날마다 집에 찾아왔으며 아빠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히로미는 그 후 보육원에서 생활을 하게 되었고요. 몇 십년 동안 연락이 끊긴 엄마를 누군가 발견했다 한들 그건 히로미완 관계 없는 일이었습니다.



4️⃣ 집주인과 노숙자



형사들은 오시타니와 오두막에서 불타 죽은 노숙자를 누군가가 죽인거라 생각했지만, DNA감정 결과 코시카와 무츠코(오시타니가 죽은 집의 주인)와 노숙자는 동일인물이라는 결론에 이르러요.

죽은 남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찾아내기 위한 숱한 탐문수사가 이뤄집니다.



5️⃣ 나에무라 선생님



오시타니와 히로미의 접점을 찾아 헤매던 중, 그들의 중학교 시절 은사였던 나에무라 선생님에 대한 소식을 듣습니다. 그는 현재 행방불명 상태였는데요.

생전의 그는 누군가와 부적절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어요. 가정이 있음에도 내연녀를 몰래 만났고, 그녀에게 값비싼 악세사리를 사주는 등의 행위로 부인의 마음에 생채기를 남기곤 했죠.

형사들은 나에무라 선생님과 히로미, 오시타니의 접점을 찾아내기 위해 당시 함께 재학했던 동창생들의 의견을 수집하기 시작합니다.



6️⃣ 과거에 사라진 히로미



하지만 중학교 동창생들은 히로미를 잘 기억하지 못 했어요. 그다지 눈에 띄지 않는 학생이기도 했지만 그녀의 마지막이 흐지부지한 모습이었거든요.

히로미의 아버지는 건물에서 투신해 죽었는데요. 생각해보면 당시 그 작은 동네에서 '소문'이 나지 않았다는 자체가 의아한 일입니다. 그들은 그후 히로미 아버지가 어떻게 되었는지, 어디로 가게 되었는지를 잘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어쩐지, 누군가 히로미를 감싸주고 보호해주는 느낌이 들지요.



7️⃣ 가가 어머니의 달력, 코시카와 집에 있던 달력



가가 형사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할 때 보관해 놓은 것 중 하나가 달력입니다. 그 달력에는 달마다 다리 이름이 달리 쓰여져 있었는데요.

오시타니가 죽은 집, 그러니까 코시카와의 집에서도 달마다 다른 다리 이름이 반복되는 게 발견 되었어요.

필적 감정을 해보니 두 달력은 모두 똑같은 인물의 것이었습니다.

그러니까 와타베와 코시카와는 동일인물이었던 거예요.



8️⃣ 다리들



가가는 히로미를 유력 용의자로 보고 그 다리들에 서 있는 그녀의 사진을 찾기 시작합니다. 다리 씻기 행사가 있던 날, 사진을 찍은 자들에게 부탁을 하죠. 그리고 마침내 그는 그녀를 발견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는 왜, 그 다리'들'에 서 있었던 걸까요?



9️⃣ 검도잡지



가가는 검도에 출중합니다. 잡지에도 실린 적이 있어요. 몇 년 전, 히로미가 자신의 연극 부원들에게 검도를 가르쳐달라며 찾아온 적이 있을 정도로요.



🔟 히로미는 가가를 어떻게 찾아왔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녀가 그를 찾은 건 우연이 아니었습니다. 노력이고 필연이었죠. 그런데 그녀는 왜, 가가 형사를 만나고자 했던걸까요?



☑️ 다시 한 번, 히로미.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한 히로미를 찾아갑니다. 먹잇감을 앞둔 사냥꾼 같은 가가는 이제 본격적으로 그녀를 옭아매기 시작해요. DNA 채취를 위해 그녀의 집에서 몰래 머리카락을 가져오기도 합니다.

가가는 과연 누구와 히로미의 DNA를 대조해 볼까요? 그녀는 누군가와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관계였습니다.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그 누군가도 그녀를 지키기 위해 이 모든 일이 일어났던 것이죠.

수수께끼의 비밀은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이 이야기의 하이라이트는 아직 얘기하지 않았습니다. 살짝 힌트만 주자면요. 히로미의 가족들은 그들의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어떤 삶을 살았는지, 그 후 어떤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가 이 책의 핵심이에요. 그 이야기가 끝난 후 자연스레 범인도 검거가 되고요. 음... 그래도 아직 아리송 하시죠?

저도 책이 상당히 두꺼운데 읽는 내내 단서가 별로 없어 의문만을 계속 읽는 게 솔직히 힘들었어요. 막판에 그간의 갈증을 시원하게 해소시켜주는 한 방이 있었기에 이번에도 '역시 히가시노게이고' 라는 말엔 동의하고 말았지만요. 생각을 많이 하게 하더군요.




 



이 책에는 다양한 부모들이 나옵니다. 아이를 버리고 도망가는 사람, 아이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사람, 심지어는 아이를 위해 도망가는 사람 등...

그들은 모두 겉으로는 아이를 위한 결정이었다곤 하나 결국 또 저 편한 결론들이 아니었나 싶었네요. 부모가 되었다 해도 인간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히 자기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동물인 것 같아요. 끝내 죽음을 택한 누군가마저 저는 자기 자신을 위한 선택을 했다고 봅니다.

그리고 절박한 상황에 그것만이 최선이었다고 한다면 인간은 애초에 그렇게 셋팅이 되어 태어났다고 밖에 볼 수 없고...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간접적으로나마 접하고나니 씁쓸하기 그지없어요.


또, 저는 욕 먹어야 마땅한 사람에 대한 단죄가 충분치 않았다는 점에 대해 분노했는데 이런 걸 여운이라 해야 할지... 는 잘 모르겠어요. 책을 덮어도 어딘가에 살아 숨쉬고 있는 그와 같은 사람은 언젠가 제 목도 조를 것 같아 찜찜합니다. 볕들 구멍 하나 없었던 참혹한 그의 삶에 대입을 하면 숨이 막힐 정도로 안쓰럽지만, 그에 의해 희생 당한 피해자는요. (왜 작가님마저 조명 해주지 않으셨나요?) 그에게 그랬듯 피해자에게도 가족이 있었는데요.

실제로는 이보다 더 흉악한 인간이 많으니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라는 메시지로 받아들이고 저는 이만 이 책을 마무리 하려 합니다.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메시지를 발견하시기를 바랄게요.

그럼 좋은 시간 보내세요. 👋🏻


반응형


히로스에 료코가 주연을 맡아 큰 화제가 되었던 일본 영화 <비밀>. 1999년에 상영 되었어요. 오래됐죠.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왠만해선 다 재미있는지라 이번에도 의심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너무 놀랐어요. 오래된 작품이니만큼 지금은 작가의 사상이 변해있으리라고... 믿고 싶어요.

책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영화로 보면 좀 다를까 싶어 일부러 찾아봤어요. 그런데 내용 자체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것이다보니 아무리 배우들이 열연을 해도 불쾌하고 찝찝한 마음은 들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읽고나면 반드시 의견이 한 쪽으로 치우쳐져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네요.




내용



엄마 나오코와 딸 모나미는 외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해요. 하지만 그 버스는 산중에서 추락하여 많은 사상자를 내게 됩니다. 나오코와 모나미는 같은 병원에 입원하게 돼요.

그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간 아빠 헤이스케는 의식이 몽롱한 나오코의 손을 꼭 잡고 들릴 듯 말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귀기울입니다. 나오코는 모나미를 찾아요. 헤이스케는 모녀가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침대를 붙여줍니다.

모나미의 손을 잡은 순간, 나오코는 이제 되었다는 듯 눈을 감는데요.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이번에는 모나미가 눈을 뜹니다.



"여보..."





딸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모녀가 손을 잡을 때 엄마의 영혼이 딸의 몸 속으로 들어간 걸까요? 모나미는 식물인간이 될 뻔 했지만 가까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고, 곧 일상 생활도 가능하게 됩니다.

그리고 헤이스케에게 나오코만 아는, 모나미는 알 수 없는 부부만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자신이 나오코라고 설득을 시작해요.

나오코의 평소 습관, 요리 솜씨, 취미, 어른스러움은 흉내를 낸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모나미의 몸을 빌린 나오코와의 시간이 시작되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그들은 부부지만 결코 관계를 맺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나오코라고 해도 겉모습은 영락없는 딸의 모습이기 때문이었죠. 그런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꾹 참아요. (그로인해 짧게나마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바람을 시도하기도 했네요.)

나오코는 정신은 어른이어도 몸은 어린 아이여서 그런 욕구가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남편을 위해 잠자리를 시도해보자는 제안을 몇 번이나 합니다. (심지어는 '입으로...' 라는 말이 나왔... 진짜 혈압!)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과학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 혹여나 딸이 돌아올 수도 있으니 멋진 인생을 살아놔야 한다는 마음, 열심히 공부하지 못 했던 지난 세월을 답습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공부에 매진해요. 열심히 했기에 결국 의대에 붙게 되고요.

하지만 합격 한 뒤 학교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들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해두지 못했습니다. 연애를 할 수도 있고, 누군가 그녀를 좋아할 수도 있고, 동아리 활동을 하다보면 귀가가 늦어지기도 하는 것들 말이에요.

나오코를 위해 연애도 재혼도 포기한 헤이스케 입장에서는 서운함을 토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헤이스케를 나오코는 이해하지 못 했지만요.

그녀는 헤이스케 몰래 일명 썸을 타고 있는 소마 선배를 만나러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오코 몰래 도청 기계를 설치해 대화 내용을 엿듣고 해당 장소에 미리 나가있던 헤이스케도 잘한 건 아니네요. 나오코는 집에 돌아와 기계를 발견하고 그에게 불같이 화를 냅니다.

그 이후 나오코는 시든 풀처럼 생활해요. 헤이스케가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게 되죠. 그녀에게 그녀만의 인생을 살라고 얘기합니다.






나오코와 모나미가 산중의 버스 추락 사고로 인해 영혼이 뒤바뀌었잖습니까? 그 버스에 타고 있던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모임을 만들어 버스 회사에 높은 액수의 보상금을 요구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졸음 운전을 한 버스 기사의 가족사도 조명이 되고 있습니다.

졸음 운전을 한 버스 기사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투잡을 하고 있었음에도 그의 아내는 늘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고백했죠. 알고보니 그는 자신의 친아들은 아니지만 호적상엔 아들로 올라가있는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 버는 돈을 그 쪽으로 보내고 있던 것이었어요. 재혼한 아내가 데려온 딸은 그러면 그럴수록 가난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는데 말입니다.







내용이 막바지로 치달을 즈음 모나미의 몸 안에선 다시 한 번 신기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잠시였지만 나오코의 영혼은 어딘가로 달아나고 진짜 모나미가 돌아와요.

그리고 정신을 잃으면 또 잠시 뒤에 나오코가 돌아오는 그런 식이 몇 번 반복되었죠. 나오코는 모나미에게 그간 자신이 지내온 시간을 설명해 주기 위해 메모를 남겨놓기 시작해요.

헤이스케는 모나미도 만날 수 있고 나오코도 만날 수 있는 현실에 행복해 해요. 하지만 자신은 이제 곧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암시의 메시지를 남기는 나오코에 곧 불안해지고 말죠.

그녀의 말대로 나오코는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 줄어들어 갔습니다.

자, 이제 대망의 결말만 남았습니다. 이 결말은 (이제까지의 내용으로만 봐도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되지만...) 상당히 의외인 편입니다.

이제 모나미의 몸을 차지하게 되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헤이스케는 어떤 길로 나아가게 될 지 이 부분들이 핵심인데요. 그러므로 이건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즐거움을 위해 찝찝하다거나 통쾌하다거나 하는 힌트도 남기지 않겠습니다.


함께 읽고 싶은 하이라이트
& 느낀점



헤이스케는 말똥말똥해진 눈으로 어둠을 응시하면서 나는 딸과 아내, 어느 쪽을 잃은 것일까, 라고 생각했다.



몹시 의아했던 점이 헤이스케는 아무리 모나미의 몸에 나오코가 들어왔다고 해도 그렇게 된 둘의 처지를 왜 깊이 슬퍼하지 않았느냐는 거예요.

내가 아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렇게 사람의 감정을 몇 년이 훅 지나버린 듯 스쳐지나가버리는 작가가 아닌데... 당황스러웠어요.

"규칙 하나를 깨면 두 번째, 세 번째가 깨지는 건 순식간이야. 결국 엉망이 되겠지. 예전의 내 인생이 그런 식이었어. 결국 초등학교에서 전문대까지 14년이나 학교에 다녔으면서도 살아가기 위한 방도를 하나도 배우지 못했어. 나는 그런 짓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 그런 깊은 후회를 되풀이하는 건 절대로 싫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상상,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시간을 다시 살아보는 것. 나쁘지 않죠. 하지만 나오코는 후에 모나미가 돌아온다면 딸이 좋아할 만한 선택보다 자신의 생각을 우선합니다. 자신이 후회하는 시간을 모나미의 몸을 빌려 회복하고자 해요.

모나미의 몸을 빌리고 있는 주제에 남편에게 관계를 시도해 보자고 하는 망언이나 이런 이기적인 생각은 너무 무지하고 모자란 모성애 결여된 엄마 같아 보는 데 거북했어요.

10대 때만 보이는 것, 나이를 먹으면 차츰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 지금의 나오코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다.



십대를 다시 사는 나오코는 신이 났습니다. 만일 모나미였다면 어떤 학교를 가고 싶어 했을까, 어떤 수업을 좋아했을까, 어떤 첫사랑을 겪을 수 있었을까 고민을 하는 장면이 하나도 안 나와요.

작가가 남자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쪽으로 글을 쓰게 된 걸까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라면... 일단 사라진 모나미를 아주 오래 그리워 할 것 같은데. 거울을 볼 때마다 눈물을 쏟아낼 수도 있고요. 참으로 짧은 시간에 회복이 가능할 수 있었던 나오코가 비현실적인 가상 인물처럼 느껴졌고 그런 그녀에게 공감을 할 수 없어 힘들었습니다.

가지카와는 이쓰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가. 단순히 함께 살기로 한 여자가 데려온 아이였을 뿐인가. 과거에 내팽개친 친아들과 현재 돌봐주어야 할 의붓딸 사이에서 그는 어떻게 마음의 균형을 유지했을까.



졸음 운전을 한 버스 기사의 이름이 가지카와입니다. 그는 호적상에 친아들로 올라 있는 피가 섞이지 않은 아들과 죽기 전 날까지 함께 살았던 의붓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의붓딸을 소중히 여겼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고 아들에게 생활비를 가져다주느라 딸이 생활고를 겪었다는 내용만 나오거든요.

개인적으로 이 책에는 이해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참 많이 나오는데 그 중 가지카와도 한 몫 합니다. 아들에게 돈을 가져다주려고 투잡을 뛰다가 졸음 운전을 하게 되서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그로인해 생활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정신이 피폐해진 그의 두 번째 아내 역시 죽고 말았으니까요.





초안이 된 단편의 제목은 <안녕, 아빠>였다고 하는데요. <비밀>도 썩 와닿는 느낌은 아니지만, 모나미보다 나오코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므로 차라리 바꾼 게 나은 것 같습니다.

결말이 이상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결말까지 가기도 전에 이미 충격을 맛봐서 결말은 그저 그랬어요. 어떻게 딸의 몸에 들어가 있는 엄마라는 사람이 자신과 남편을 위해, 후에 딸이 돌아오면 대체 어떻게 설명을 하려고 잠자리를 요구할 수 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아요.

그 충격이 너무 심해서 그 장면을 두둔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당혹감이 드네요.

나오코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만약 모나미가 딸이 아니라 남자였다면, 아들이었다면, 그래도 똑같아요. 어떻게 자녀의 몸을 빌린 상태에서 배우자에게 관계를 제안합니까? 아, 토나올 것 같아. 더 심한 말 하고 싶은데 그냥 그만 할게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필요하신 분들 또 혼란스럽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반응형


이 간단한 내용의 책이 어떻게 일본에서 드라마화 되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개인적으론 재미가 없었어요. 히가시노게이고의 팬이신가요? 그럼 아실거예요. 이 책엔 유가와 마나부 교수가 나옵니다. ('유가와 마나부 시리즈'는 '용의자 X의 헌신'을 포함함 추리 소설 모음집) 저는 유가와 마나부 이야기를 좋아해요. 그가 나오기만 하면 영영 풀리지 않을 것 같던 문제도 결국은 뚝딱 하고 풀려버리고 마는, 등장만으로도 마음이 편안해지는 그런 경험을 많이 했거든요. 그런데 이건 너무... 너무 심플한 내용이 아니었나 싶은데요.

 

 

줄거리

 



마시바 요시다카(이하 요시다카)는 자택에서 안타까운 모습으로 발견 됩니다. 그를 발견한 사람은 그와 내연 관계였던 와카야마 히로미(이하 히로미). 요시다카의 부인인 아야네는 삿포로에 있는 친정에 가 있는 상태였습니다. 참고로 아야네와 히로미는 스승과 제자 사이였어요.

어쩌다 스승의 남편과 부적절한 관계를 갖게 되었는지 시작부터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요시다카는 여자를 '사랑'해서 만나는 게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아이를 낳아줄 '여자'를 원한 것 뿐이었죠. 결혼한 지 1년이 지났는데도 아야네에서 아이 소식이 없자 그는 그의 제자인 히로미에게 눈을 돌렸던 거예요.

아야네와 만나기 전, 그는 준코라는 여자와도 만났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녀 역시 버림을 받았죠.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요. 그래서 그녀는 스스로 슬픈 결말을 맺어요. 준코와 아야네는 친구 사이였는데요. 준코는 결단을 내리기 전, 아야네에게 독극물을 택배로 보냅니다. 왜, 무슨 이유에서?

한편, 수사팀은 요시다카의 사인을 정확히 파악할 수 없어 진척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 때... 눈치 밥말아먹은 구사나기 형사가 아야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껴요. 어쩔 수 없이 가오루는 천재라고 불리우는 유가와 마나부 교수를 찾아가 도움을 청합니다.

그는 요시다카가 죽기 전에 마신 커피에 집중해요. 그리고 그 안에 타졌을 독극물의 경로를 파고들지요. 여기서 조금 독특한 이야기 전개 방식이 펼쳐지는데요. 범인을 부인인 아야네로 상정해 놓고, 그녀가 어떻게 정수기를 이용하여 그의 목숨을 노릴 수 있었는가를 알아내기 위해 애를 씁니다. 이 과정을 두고 사람들은 모두 불가능한 일이라고 고개를 내젓는데,(저도 그랬었고요.) 하지만 결국 유가와 마나부는 그 트릭을 알아내는 데 성공합니다.

범행의 수법과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그리고 진범은 과연 누구였을까요? 부인 아야네? 내연관계였던 히로미? 그것도 아니면 요시다카가 전에 만났던 그 누군가?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펼쳐보세요. 그리고 책에서 그 결과를 확인해 보세요.

 

 

이 책에서 아쉬웠던 점

 



트릭의 불확실성이 너무 큽니다. 시간이 너무 길어요. 그래서 '이게 성공해서 요시다카가 죽은거예요.' 라는 말에 쉽게 납득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도대체 요시다카에겐 무슨 매력이 있기에... 준코부터 아야네, 히로미까지. 궁금했는데 그의 매력이 설명된 바가 없고, 이미 죽은 자라 대사도 하나 없어 짐작을 하기가 어려웠어요. 그래도 명색이 주인공인데 이해를 할 수가 없었습니다. 안그래도 그의 사상에 반기를 오천만개는 들고 싶은데, 이해를 하는 데만도 무지막지한 상상력을 동원해야 해서 되게 피곤했어요.

형사 구사나기와 가오루. 구사나기는 위에 말했듯 피해자의 부인인 아야네에게 사랑에 빠져요. 말그대로 '이와중에'요. 그래서 유가와 마나부가 이렇다할 증거를 보여주어도 '그녀는 아니야. 어쨌든 아니야!'식의 거의 땡깡 비슷한 반론을 펼치기에 이르죠. 실망하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가오루 역시 아야네를 범인으로 정해 놓고 추리를 시작하긴 했지만, 왜 그녀가 제 1순위가 되었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유는 알려주지 않아 읽는 내내 의문이 들었습니다. 유가와 마나부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저에게 나쁜 쪽으로 희대의 작품으로 남지 않았을까 싶어요.

 

 

이 책이 좋았던 점

 



결말이 알고 싶어 빠져든다기보다는 아무래도 작가의 글솜씨, 문체(번역) 자체가 유려하게 흘러가는 편이라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는 뜻이지만, 잘 읽힙니다. 어딘가 이동하는 중에 추리소설 한 권 읽기 원하신다면 이 책을 추천 드려요.

 

 

제목의 의미

 



책을 다 읽은 후 성녀는 누구인가 싶었어요. 두 가지 생각이 들었는데요. 첫째, 요시다카의 질긴 아기 타령이 마침내 끝이 나잖아요. 저는 그 어리숙한 생각을 끝내준 누군가가 성녀라고 생각했습니다. 여자를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아기 낳는 기계라고 보는 그 마음은 가히 몰상식하다 라고 표현을 해도 모자르죠. 그 마음을 강하게 비난한 자일거라고 생각했어요. 즉, 독극물을 택배로 보낸 준코 혹은 히로미를 그에게서 구해낸 아야네를 의미한 게 아니었을까요.

저자가 이토록 거창한 제목을 붙인 이유는 요시다카의 가치관 속에서 그녀들을 구해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함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 다른 한편으로는, 표지에 이런 문구가 있습니다. '구제의 나날이 끝나는 순간 단죄는 시작 되리라'. 아야네는 언제든지 요시다카를 죽일 수 있었어요. 그녀가 그를 죽이지 않고 기회를 여러 번 주었던 나날이 구제로 표현이 되었고, 단죄는 마침내 실행을 했음을 뜻하는 말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전작에 비해서

 



별로예요.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원래 놀라운 흡인력이 특징적인 작가라 이제까지의 저는 그의 모든 페이지를 넘긴 후 놓여진 책을 보고 망치로 머리를 맞은 듯한 얼얼함을 감당하려 애써왔어요. 그런데 이 책은 그러고 말고 자시고 할 것이 없었네요. 추리소설인데 트릭이 허술 했다는 게 가장 실망스러웠어요.





흙탕물 다 튀겨놓고 이제와 딴소리냐고 하실 수도 있지만... 남에겐 최악이었어도 당신에겐 의미 있는 작품이 될 지도 모르니 내용이 궁금하시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저도 훗날 다시 읽었을 땐, 책을 읽는 장소와 감정 그리고 컨디션에 따라 다른 느낌을 받을 수도 있어요.

날씨가 점점 따뜻해지고 있기 때문인지 몰라도 다음은 그만의 휴머니즘이 돋보이는 작품을 읽고 싶네요. 유가와 마나부 선생의 뛰어난 추리가 돋보이는 소설은 시간 간격을 좀 두고 후에 읽을 생각이에요. 음, 이런 날씨엔 어떤 책이 좋을까요?

 

반응형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히가시노게이고가 추리 소설을 낱낱이 파헤치고 나섰다.

밀실 X인, 다잉 메세지, 무대의 고립, 토막 X인, 동요 X인 등 책을 읽는 우리 모두는 그것을 이미 "뻔하다"거나, "진부하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마치 금기사항이라도 된 듯 누구도 그 사실을 입 밖으로 꺼내지 않는다.

현재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만화 '명탐정 코난'을 예로 들면, 제대로 된 추리와 범인을 잡은 적이 없는 형사와, 범인을 지목해야 할 때 바닥에 픽 하고 쓰러져 틀리지도 않고 언제나 정답 만을 얘기하는 명탐정, 그리고 그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또 모처럼 놀러간 휴가지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일어나는 X인 사건들이 그것을 증명해준다.

하지만 그렇게나 많은 추리소설에서 주요한 장면들이 반복 되었음에도 장소만 살짝, 트릭의 스케일이 살짝 달라질 뿐인 또 다른 책을 집어드는건 어째서일까.

히가시노게이고는 데뷔작 이후 20년이 넘는 작가 생활 동안 50여편의 작품을 써낸 일본 추리소설의 거장이다. 추리소설에 남다른 애착을 갖고 수십여편 속 수백천명의 범인을 만나봤단 뜻이다. 그는 명백한 작가임에도, 이 책에서는 독자의 입장에 서 '이상하다고 느끼지만 깊게 생각하기 귀찮은 것'들을 우리를 대표하여 으름장 놓아준다.
아는만큼 보인다고, 무언가에 깊이 골몰한 시간이 남들보다 탁월한 누군가 그것을 신랄하게 비판하니 십년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야기 전개는, 명탐정 덴카이치 다이고로와 지방 경찰 본부 수사 1과 경감 오가와라 반조가 여느 추리소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X인 사건을 처리해 나가면서 중간 중간 '도저히 못 참겠다!' 싶다고 느껴질 때 책에서 나와, '죽기 전에 다잉메세지는 왜 남기는거야? 그리고 의문스러운 메세지를 남길 바에는 차라리 범인 이름을 적는게 더 낫지 않아?' 라고 하소연을 하고, '그래, 이렇게나 추리소설의 규칙을 파헤쳤으면 이제 더 이상 나올 것도 없겠다.' 고 생각 할 찰나, 정말이지 예상치 못한 등장인물이 범인이 되어 반전을 선사하기도 한다.

탐정 추리 소설의 경우 주인공이 죽어서는 안 된다는 법칙이 있기 때문에 마지막 장에 나타난 '추리소설에서 방귀 깨나 뀌는 사람들'의 대거 출연은 소재거리에서부터 신선하다고 느꼈다.
자기 자신이 추리소설을 쓰는 사람이라서 작가와 독자가 적당히 서로를 속이고 책장을 넘기는 것을 더 이상은 참지 못하고 자기 성찰과 비판의 무대를 써내려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추리소설의 특징상 이전과 판이하게 다른 장치가 생긴다면 부자연스러울 것이 자명하다. 이렇듯 작가에게도 늘 숙제 같은 고충이 있을 걸로 생각되는 한편, 독자인 나는 추리소설의 한정적인 작법을 보면서 예상치 못한 즐거움을 주는 작가를 남몰래 구별 해보고 싶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