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 을 집필한 정해연 작가를 다시 한 번 만났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쉽게도 후기글을 남겨놓지 않았었네요.

<홍학의 자리> 는 입소문을 많이 탄 작품입니다. 다른 블로거들의 후기글들도 많았는데, 그 분들도 소개를 받아 읽었거나 하는 식이더라고요.

홍학의 자리의 장르는 미스터리추리물입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는 법이 없죠. 이 책에는 독자들이 예측할 수 있게 돕는 힌트들이 있어요. 그리고 애초에 힌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뒤늦게 깨닫게 만드는 장치도 있고요. 🫢

소개 드려보겠습니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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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후 : 고등학교 교사. 담당하고 있는 반 아이들 중 한 명인 채다현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결혼 했으며 아이도 한 명 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이혼하지 않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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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다현 : 엄마는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빠는 없습니다. 엄마의 죄목인 사기로, 피해자들의 원성과 악다구니를 평생에 걸쳐 듣고 살아야 하는 처지에요. 혼자 살고 있어요. 김준후 선생님을 좋아하며 함께 살고 싶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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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권중 : 김준후와 채다현이 다니는 고등학교 경비원입니다. 채다현이 학교에서 죽은 날, 학교에 남아있던 사람은 김준후와 황권중 둘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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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성 : 채다현의 엄마가 정은성의 부모에게 사기를 쳐서 정은성의 아빠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때문에 정은성은 채다현을 싫어해요. 돈을 빼앗고, 폭언과 폭력을 일삼으며 괴롭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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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란 : 정은성의 엄마입니다. 채다현의 엄마가 사기를 친 이후 집이 쫄딱 망해 어렵게 살고 있어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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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수 : 채다현 사건을 처리하는 담당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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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주 : 김준후의 아내입니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틀에 어긋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애정이 식은 남편을 알고있지만 가정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요. 혼자 살고 있는 남편에게 가서 다시 한 번 같이 살자고 제안합니다.



#1.
누가 채다현을 죽인거야?






다현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다현은 교실에서 준후와 사랑을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어요. 학교에 남아있는 사람은 준후와 경비를 서고 있던 황권중 둘 뿐이었는데요. 둘 중 한 사람이 다현을 죽인걸까요? 왜?

✔️1.
준후는 다현을 품에 안고 달콤한 말들을 해주었습니다. 비록 자신의 명예를 모두 져버리고 다현과 함께 할 만큼 다현을 사랑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습니다.

✔️2.
다현의 죽음에는 밧줄과 칼이라는 소품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경비원 황권중이 아무라도 좋다는 묻지마 범죄를 꿈꾸고 늘 소지하고 다녔던걸까요? 시각은 학생들이 학교를 모두 떠난 때였고, 그 시각에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3.
정은성, 조미란은 채다현을 죽일 동기가 충분했지만 사건당일 학교의 CCTV는 단 두 사람만을 비추고 있습니다. 김준후, 황권중.



#2.
바다에 빠진 채다현






다현이 학교 문 밖으로 나오지 않자 준후는 문자를 보냅니다. 연락이 되지 않으니 아까 함께 했던 교실로 다시 한 번 가보고요. 준후는 그렇게 의식이 없는 다현의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학교에는 누가 남아있다고요? 준후와 경비. 그리고 다현의 몸 속에는 준후와 다현이 사랑을 나눌 때 남긴 흔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사람들은, 범인을 과연 누구라고 생각할까요?

준후는 다현을 바다에 빠뜨립니다.




#3.
엄밀히 따지면






준후가 죽인 것은 아닙니다. 죽은 다현을 바다로 빠뜨린 것 뿐이지. 하지만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현을 유기한 사실은 명백하고,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증거도 있으니까요.

그 증거를 지우기 위해,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기 위해, 준후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다 어느순간 깨달아요. 나는 다현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로인해 자신에게 닥칠 피해만을 생각했지, 단 한 순간도 다현을 애도한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요.



#4.
협박편지와 경비원






나는 당신이 한 짓을 알고 있다, 그러니 몇 날 며칠 기재된 장소로 나오라는 내용의 편지. 준후는 그 편지를 써 보낸 학생인지 교사인지 모를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을 걸 의식해 아무렇지 않은 척 쓰레기통에 버려보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명시된 장소에서 만난 건 황권중이었어요. 하지만 그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 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5.
그러니까 누가 범인이라는거야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작가는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준후의 아내 권영주, 채다현과 사이가 좋지 않던 정은성, 채다현의 엄마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조미란, 사건 당일 순찰을 돌고 있던 경비원 황권중...

그들 중 과연 다현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요?

그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일까요?



#6.
채다현은 왜 죽어야 했을까




형사 강치수의 집요함 덕분에 마침내 범인은 검거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피폐해져요. 등장한 인물들 거의 대부분이 삶에 타격을 입죠.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다가 뒷통수를 맞은 건 아니었습니다. 모두 자기자신의 이익을 위해 발 벗고 뛰는 사람들이었거든요.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가정을 위해, 이익을 위해, 그리고 명예를 위해.

마침내 범인은 드러나고 작가가 떡밥처럼 날려준 힌트들은 수거되며 트릭들도 공개가 되지만, 가슴에 남은 찜찜함의 이유는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해결되었습니다. 작가가 미리 보여준, 그리고 끝에서야 겨우 보여준 비밀도 모두 드러났죠. 반전에 반전이 박수를 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다현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애도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처지만을 걱정한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다현이 뭘 잘못했나요? 이건 죽어 마땅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냐는 태도와 진배없어 먹먹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홀로 사는 아이인 다현이 작가에게도 말하지 못 한 속내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찜찜합니다. 그리고 이게 비단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또 그렇고요.

저는 채다현의 부모 때문에 자신의 부모가 죽은 정은성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배우자를 잃은 조미란의 심정도요. (어린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고 사기를 친 후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엄마나,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욕망을 채워 줄 상대로 다현을 선택한 담당교사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다현이 마냥 불쌍한 아이란 건 아닙니다.

영주의 가정을 깨뜨리려고 했으니까요. 준후가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곤 하나 그 집엔 어린 아이가 있었어요. 내 불행이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불행에 빠뜨려도 되는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죠.

다현의 언제나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입체적인 모습이 궁금해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습니다.

이금이 작가의 <소희의 방>을 읽을 때도 그렇고 저는 혼자 남겨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하네요. 제 안의 뭔가를 건드리나 봅니다.



아루바라는 섬이 있어요. 네덜란드에 있는 곳인데, 거기에 가면 홍학을 볼 수 있대요. 다른 곳에서도 볼 수는 있는데, 거기서는 홍학한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대요.

가보고 싶어요. 같이.






홍학은 다현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준후에게 이 말을 할 때 그녀는 자신의 가장 내밀한 진심을 꺼내고 있었어요. 홍학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다현이 전하고 싶었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는 책의 끝머리에 작가님이 설명을 해주십니다.

그럼 여러분도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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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12회 보일드 에그즈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전직 만화가 지망생이었던 저자를 한껏 녹여낸 듯한 여주인공이 25살의 나이에도 불구 여전히 소녀같은 이유는 도쿠나가 케이가 순수한 감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순정 만화 여자 주인공과 마흔 여섯살 아저씨가 실제로 눈 앞에 팔랑거리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는데 그래서인지 생동감 넘치는 말과 행동이 여느 책보다 풍부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산업 스파이 앞에서 발을 헛디뎌 만화 원고가 우수수 쏟아지는 장면이라던가, "인생은 하룻밤의 쇼같은 거리고 생각해" 운전대를 돌리는 그의 무심한 옆모습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노련한 표정은 의도하지 않아도 저자의 장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비밀을 갖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된 두 사람이 비록 만화같이 멋스러운 엔딩을 맞이하진 못했지만 소설책 다운 교훈이 고개를 빼꼼히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가짜 센터장으로 부임한 아저씨는, 만화 투고에 열심이지만 매번 고비를 마시는 청춘 소녀에게 흘리듯 격려와 응원을 건넨다.
'아야카, 회사에 들어올 때 매번 오른발부터 밟는 거 알아? 가끔은 왼발부터 밟아도 돼.' 나는 이것이 산업 스파이 주제에 늘 콧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유쾌한 아저씨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믿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도 된다고 수줍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몽실몽실 했다.
아야카는 그 말에 왼 발을 디뎌 자신의 만화 원고를 A급으로 승급시켰고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이 한 말을 기억을 할는지 모를 의문의 센터장은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끝나버린 이야기에 혹자는 깊은 탄식과 허무함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나는 오랜 기억 속, 순정 만화를 손에 쥐고 울고 울었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올라 은은하고 달콤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생동감 넘치고 어린 아이 같은 사람들이 보고싶다.
지나치게 날카롭거나 과장된 행동으로 사랑받는 인물들.

저자가 실은 아직도 만화가를 꿈꾸고 있다면 의문의 센터장처럼 나도 조용히 그녀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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