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의 날> 을 집필한 정해연 작가를 다시 한 번 만났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쉽게도 후기글을 남겨놓지 않았었네요.

<홍학의 자리> 는 입소문을 많이 탄 작품입니다. 다른 블로거들의 후기글들도 많았는데, 그 분들도 소개를 받아 읽었거나 하는 식이더라고요.

홍학의 자리의 장르는 미스터리추리물입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는 법이 없죠. 이 책에는 독자들이 예측할 수 있게 돕는 힌트들이 있어요. 그리고 애초에 힌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뒤늦게 깨닫게 만드는 장치도 있고요. 🫢

소개 드려보겠습니다.




🌪등장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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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후 : 고등학교 교사. 담당하고 있는 반 아이들 중 한 명인 채다현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결혼 했으며 아이도 한 명 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이혼하지 않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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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다현 : 엄마는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빠는 없습니다. 엄마의 죄목인 사기로, 피해자들의 원성과 악다구니를 평생에 걸쳐 듣고 살아야 하는 처지에요. 혼자 살고 있어요. 김준후 선생님을 좋아하며 함께 살고 싶어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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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권중 : 김준후와 채다현이 다니는 고등학교 경비원입니다. 채다현이 학교에서 죽은 날, 학교에 남아있던 사람은 김준후와 황권중 둘 뿐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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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은성 : 채다현의 엄마가 정은성의 부모에게 사기를 쳐서 정은성의 아빠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때문에 정은성은 채다현을 싫어해요. 돈을 빼앗고, 폭언과 폭력을 일삼으며 괴롭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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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미란 : 정은성의 엄마입니다. 채다현의 엄마가 사기를 친 이후 집이 쫄딱 망해 어렵게 살고 있어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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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치수 : 채다현 사건을 처리하는 담당형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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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주 : 김준후의 아내입니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틀에 어긋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애정이 식은 남편을 알고있지만 가정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요. 혼자 살고 있는 남편에게 가서 다시 한 번 같이 살자고 제안합니다.



#1.
누가 채다현을 죽인거야?






다현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다현은 교실에서 준후와 사랑을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어요. 학교에 남아있는 사람은 준후와 경비를 서고 있던 황권중 둘 뿐이었는데요. 둘 중 한 사람이 다현을 죽인걸까요? 왜?

✔️1.
준후는 다현을 품에 안고 달콤한 말들을 해주었습니다. 비록 자신의 명예를 모두 져버리고 다현과 함께 할 만큼 다현을 사랑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습니다.

✔️2.
다현의 죽음에는 밧줄과 칼이라는 소품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경비원 황권중이 아무라도 좋다는 묻지마 범죄를 꿈꾸고 늘 소지하고 다녔던걸까요? 시각은 학생들이 학교를 모두 떠난 때였고, 그 시각에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3.
정은성, 조미란은 채다현을 죽일 동기가 충분했지만 사건당일 학교의 CCTV는 단 두 사람만을 비추고 있습니다. 김준후, 황권중.



#2.
바다에 빠진 채다현






다현이 학교 문 밖으로 나오지 않자 준후는 문자를 보냅니다. 연락이 되지 않으니 아까 함께 했던 교실로 다시 한 번 가보고요. 준후는 그렇게 의식이 없는 다현의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학교에는 누가 남아있다고요? 준후와 경비. 그리고 다현의 몸 속에는 준후와 다현이 사랑을 나눌 때 남긴 흔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사람들은, 범인을 과연 누구라고 생각할까요?

준후는 다현을 바다에 빠뜨립니다.




#3.
엄밀히 따지면






준후가 죽인 것은 아닙니다. 죽은 다현을 바다로 빠뜨린 것 뿐이지. 하지만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현을 유기한 사실은 명백하고,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증거도 있으니까요.

그 증거를 지우기 위해,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기 위해, 준후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다 어느순간 깨달아요. 나는 다현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로인해 자신에게 닥칠 피해만을 생각했지, 단 한 순간도 다현을 애도한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요.



#4.
협박편지와 경비원






나는 당신이 한 짓을 알고 있다, 그러니 몇 날 며칠 기재된 장소로 나오라는 내용의 편지. 준후는 그 편지를 써 보낸 학생인지 교사인지 모를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을 걸 의식해 아무렇지 않은 척 쓰레기통에 버려보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명시된 장소에서 만난 건 황권중이었어요. 하지만 그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 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5.
그러니까 누가 범인이라는거야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작가는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준후의 아내 권영주, 채다현과 사이가 좋지 않던 정은성, 채다현의 엄마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조미란, 사건 당일 순찰을 돌고 있던 경비원 황권중...

그들 중 과연 다현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요?

그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일까요?



#6.
채다현은 왜 죽어야 했을까




형사 강치수의 집요함 덕분에 마침내 범인은 검거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피폐해져요. 등장한 인물들 거의 대부분이 삶에 타격을 입죠.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다가 뒷통수를 맞은 건 아니었습니다. 모두 자기자신의 이익을 위해 발 벗고 뛰는 사람들이었거든요.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가정을 위해, 이익을 위해, 그리고 명예를 위해.

마침내 범인은 드러나고 작가가 떡밥처럼 날려준 힌트들은 수거되며 트릭들도 공개가 되지만, 가슴에 남은 찜찜함의 이유는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해결되었습니다. 작가가 미리 보여준, 그리고 끝에서야 겨우 보여준 비밀도 모두 드러났죠. 반전에 반전이 박수를 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다현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애도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처지만을 걱정한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다현이 뭘 잘못했나요? 이건 죽어 마땅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냐는 태도와 진배없어 먹먹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홀로 사는 아이인 다현이 작가에게도 말하지 못 한 속내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찜찜합니다. 그리고 이게 비단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또 그렇고요.

저는 채다현의 부모 때문에 자신의 부모가 죽은 정은성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배우자를 잃은 조미란의 심정도요. (어린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고 사기를 친 후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엄마나,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욕망을 채워 줄 상대로 다현을 선택한 담당교사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다현이 마냥 불쌍한 아이란 건 아닙니다.

영주의 가정을 깨뜨리려고 했으니까요. 준후가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곤 하나 그 집엔 어린 아이가 있었어요. 내 불행이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불행에 빠뜨려도 되는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죠.

다현의 언제나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입체적인 모습이 궁금해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습니다.

이금이 작가의 <소희의 방>을 읽을 때도 그렇고 저는 혼자 남겨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하네요. 제 안의 뭔가를 건드리나 봅니다.



아루바라는 섬이 있어요. 네덜란드에 있는 곳인데, 거기에 가면 홍학을 볼 수 있대요. 다른 곳에서도 볼 수는 있는데, 거기서는 홍학한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대요.

가보고 싶어요. 같이.






홍학은 다현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준후에게 이 말을 할 때 그녀는 자신의 가장 내밀한 진심을 꺼내고 있었어요. 홍학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다현이 전하고 싶었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는 책의 끝머리에 작가님이 설명을 해주십니다.

그럼 여러분도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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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하늘말나리야'시리즈 중 마지막 3부작을 읽어보았어요. <숨은 길 찾기>는 달밭마을에 남은 바우와 미르의 삶을 조명한 편이었는데요. 실패와 시련과 슬픔을 딛고 제 길을 나아가려는 아이들의 도전이 눈부시게 아름다웠습니다.

[너도 하늘말나리야 시리즈]

1부 : 너도 하늘말나리야
2부 : 소희의 방
3부 : 숨은 길 찾기



1부가 나오고 2부가 나오기까지, 11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3부는 또 4년이란 시간을 기다려야 했죠.

세월이 무색하게 모든 이야기는 정말 만 3년의 시간을 걷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문화도 인식도 달라진 게 많았을텐데 그 미묘한 다름들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이 시리즈를 읽기를 원하신다면 순서대로 읽으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자연스러운 전개 방향입니다.

《이금이 - 너도 하늘말나리야》 어른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나누며 크는 아이들

청소년문학을 읽고 있어요. 어렸을 땐 청소년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나이가 드니 자연스레 읽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 때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다시 느껴보고자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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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 소희의 방》  빚에는 돈으로 갚을 것과 마음으로 갚아야 할 것이 따로 있다.

이금이 작가의 '너도 하늘말나리야'시리즈 중 2부 을 읽어보았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소희가 중학생이 된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책의 전체적인 이미지도 좀 달라요. 초등학생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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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의 숨은 길 찾기




서울로 올라간 소희에게 작지만 분명한 열등감을 느끼던 미르는 소희가 진로계획을 물어보자 덜컥 '뮤지컬'이라고 답해버려요. 그렇게 예고 입학을 위한 여정을 저도 모르게 걷게 되죠.

예고 진학을 희망하는 다른 학생들의 끼와 열정은 미르가 견줄 수 있을 만한 것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미르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경력사항에 한 줄이라도 더 적어내기 위해 학교에서 진행하는 공연에 열심히 참여하죠.

공연의 초반은 말그대로 아수라장이 따로 없었습니다. 아니, 정확히는 미르가 노래를 부르기 전까지는요.

어수선하던 객석에서 마침내 터져나온 박수갈채와 환호는 미르에게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을 안겨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정말 미르가 걷고 싶은 길인지는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애초에 환경이 만들어 낸 꿈이지 미르의 가슴이 시켜서 한 일이 아니잖아요.


바우의 숨은 길 찾기




소희가 서울로 올라간 뒤 덩그러니 놓인 소희의 집은 바우가 조용히 돌보아주고 있었습니다. 잡초 관리를 해주고 식물과 꽃들이 건강히 잘 자랄 수 있게 도와주고 있었어요.

바우는 원래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는 소년이었습니다. 미술로 심리 치료를 하는 사람이 되기를 꿈꾸었던 적도 있어요.

소희의 집을 돌보며 바우의 꿈은 자연스럽게 바뀌었습니다. 식물과 꽃이 살고 죽는 모습을 평생 지켜보고 싶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생명과학고에 가기로 결심합니다.

바우의 아빠는 농사일을 하는 사람이었는데, 그런데 예상 외로 바우를 존중하려 하지 않습니다. 그 일이 얼마나 고되고, 고된만큼 인정받지 못힌다는 현실적인 문제를 잘 알고 있기 때문일테죠. 바우가 대학 진학을 해서 이 달밭마을을 떠나길 바라는 마음도 있었겠고요.

바우는 자신의 꿈을 인정해주지 않는 아빠에게 화가 납니다.

학교에 새로이 전학 온 재이라는 친구가 있는데요. 친구들이 말하길 재이가 바우를 좋아한다네요? 그래서일까요. 바우는 자꾸만 재이가 신경쓰입니다.

그들은 순간이나마 잊지 못 할 추억을 하나 둘 만들고 연극을 함께 합니다. 서로의 영화 감상 느낀점도 나누며 애틋한 마음을 키워갑니다.

그리고 무심코 들어간 농고의 정원에서 바우는 재이에게 마음을 고백하는데요. 고백을 받아준 재이가 단 몇 분만에 갑자기 돌변하고 말았습니다. 바우가 뭘... 잘못한 걸까요?


소희의 숨은 길 찾기




서울로 올라온 소희는 외고 입시 준비에 몰두합니다. 그리고 넉넉한 집안형편 덕에 호주로 영어캠프까지 다녀오죠. 학생 신분엔 더할 나위 없이 준비된 환경입니다.

하지만 소희는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꿈을 찾아냅니다. 작가가 되고 싶다고 해요. 그렇게 외고 입시 준비를 포기해버리고 마는데요.

저는 개인적으로 자신이 가고 싶은 길을 가는 소희가 용기 있다고 생각해요. 외고에 가든 일반 학교에 가서 작가가 되는 길을 찾아보든 열심히 잘만 살면 됩니다. 어른인 저도 정답은 모르지만요. 확실한 건, 어떤 길로 가도 가지 못한 길에 대한 미련과 후회는 남으니까요. 작가를 택한 소희는 예대 입시를 준비하면서 학생으로서의 본분인 학업도 소홀히 하면 안 될 것이기에 지게 될 부담이 어깨를 짓누르겠죠? 힘듦을 이겨내고 자신이 택한 길로 꼭 성공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숨은 길 찾기>에는 꼭 필요한 인물인 재이라는 아이가 등장합니다. 서울에서 달밭마을로 전학 왔으며 바우를 좋아하고 있죠. 재이 덕분에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영화의 내용도 자세히 알게 되었어요. 재이가 들려주는 영화 이야기도 <숨은 길 찾기>의 묘미 중 하나입니다.

중학생 시점의 '죽은 시인의 시회' 느낀점을 들어보세요. 당차고 솔직한 그들의 말은 굳은 어른의 머리에 생각할 거리들을 줍니다.

이 외에도 <숨은 길 찾기>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미르의 엄마와 바우 아빠 이야기, 미르에게 부모와 동생이 더 생긴 일, 바우와 재이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 제게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들만 꺼내 글을 써보았는데요.

이게 끝이 아니니 깊은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는 걸 추천 드립니다. 끝으로, 하이라이트 나누겠습니다.




 

어릴때는 어른이되면 삶을 꿰뚫어 볼 줄 아는 혜안은 물론 앞날에 대한 예지력도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나이 들수록 인간은 영원히 불완전하며 미성숙한 존재임을 더 확실히 느끼게 될 뿐이다. 한동안은 그런 사실에 자괴감과 무력감을 느끼기도 했지만 이제는 그조차도 오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이 작품 속 어른들은 아이들과 다를 바 없이 실수하고 실패하고 좌절하며 새롭게 시작한다.



작가는 이 책을 보는 청소년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건네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보는 어른은 완전한 모습일 지 몰라도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어른들은 매우 잘 알죠.

 

그런 사정을 처음부터 알았다면 이곳을 그렇게 싫어하지는 않았을 거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좀 더 존중하고 믿을 필요가 있다. 자기에게 닥친 일인데 아이라는 이유만으로 -아이를 위해서라는 명분으로- 결정이나 판단에서 소외되고 제외되는 것, 진짜 기분 나쁘다.



어린 시절에 어른들을 보며 느꼈던 답답함을 이렇게라도 해소시켜 보세요. 제가 어린 시절에 어른들은 저에게 설명해 주지 않았거든요.

저는 제 아이에게 그런 기억을 주지 않을겁니다. 내 결정으로 인해 아이 인생에 타격이 갈 일은 아이와 이야기를 꼭 나누고 아이의 의견도 듣고, 부모의 생각도 입으로 꺼내 들려줄 거예요.

사랑의 신인 큐피드가 어떤 신의 시녀를 사랑하게 되었다. 큐피드는 들판에 있는 시녀를 향해 사랑의 화살을 쏘았다. 그런데 화살이 빗나가 시녀 대신 옆에 있던 오랑캐꽃에 맞았고 상처 입은 오랑캐꽃에서 팬지가 태어났나고 했다. 그 내용을 다 읽었을 때 재이로부터 메시지가 왔다.
- 팬지 꽃말이 나를 생각해 주세요래



식물과 꽃을 사랑하는 아이들의 마음이 책에 묻어나 향기롭기 그지없습니다. 꽃말의 어원이 인상 깊은 부분이라 여러분과도 나누고 싶었어요.

 






제가 부족한 사람이라 이 책을 이렇게까지밖에 소개하지 못 하는 게 안타깝습니다. 어른들이 읽어도 재미있는 책이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물론 청소년들에게도 권하고 싶고요.

이 책을 읽으며 바우, 미르, 소희와 같은 시간을 걷고 있는 친구들을 돌아보게 되었고, 청소년들에게 본보기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어린 시절의 제가 하지 못했던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아이들을 보며 해소감과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작가님께 감사하단 말도 남기고 싶었습니다.

여러분도 좋은 시간 되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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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작가의 '너도 하늘말나리야'시리즈 중 2부 <소희의 방>을 읽어보았습니다. 초등학생이었던 소희가 중학생이 된 모습을 그리고 있는데요. 그래서인지 책의 전체적인 이미지도 좀 달라요. 초등학생 소희 이미지가 거의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말로 소희라는 한 아이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고 작가가 글로 옮긴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1부 <너는 하늘말나리야>에서의 소희는 엄마, 아빠 없이 할머니와 사는 조손가정의 아이로 나왔었습니다. 그리고 2부 <소희의 방>에서는 두 살때 저를 떼어놓고 서울로 올라간 재혼한 엄마와 함께 사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죠.

개인적으로 2부 참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1부에서는 미르, 바우, 소희. 세 친구의 이야기를 나눠 듣는 느낌이라 더 알고 싶은 마음에 아쉬움이 없잖았는데 2부에서는 맘편히 소희의 이야기에만 집중할 수 있어 좋았어요.

소개해 봅니다.




#엄마와의 재회




2살 때 헤어진 엄마와 다시 만난 소희는 이 장면이 몹시 어색했습니다. 끌어안고 눈물을 펑펑 흘리는 정돈 아니더라도 뜨거운 눈길로나마 지나간 시간 속에 홀로 서 있는 소희를 안아줄 줄 알았거든요.

부자 남자와 재혼한 엄마는 이런 질문이나 하고 앉아 있습니다.


"무슨 과목 좋아해?" 이 질문 역시 허탈하기는 마찬가지였다. "국어하고 사회요." 엄마는 나한테 궁금한 게 진짜 이런 것들인가. 소희는 그게 궁금했다. 엄마는 다시 헛기침을 했다. 잘 나오지 않는 말을 억지로 꺼내려고 애쓰는 것처럼 보였다.




개인적으로 비슷한 경험이 있어 소름 끼쳤습니다. 경험해 보지 못 한 사람은 이 장면이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상당히 현실적인 장면입니다.

이런 사람들도 있습니다.

부모라 할지라도 말이죠. 저같으면 그 자리에 나온 소희의 2살, 3살, 4살... 그리고 지금에 이르기까지 매년의 소희를 떠올리려 애쓰며 마음 깊은 곳에서부터 미안해하고 그 마음을 표현하려 노력했을 거예요. 그런데 자기 먹고 살기 바빠서, 제 인생 챙기기 바빠서 정말로 새끼를 돌보지 못하는 부모들도 정말로 많습니다.


하지만 소희는 낯선 사람이 아니다. 딸을 12년만에 만났으면 함께하지 못했던 시간에 대한 회한으로 감정이 요동쳐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 엄마를 위로할 준비까지 돼 있는 소희에게 엄마는 이웃집 아줌마가 할 법한 질문들이나 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취미는 뭐야?" "...책 읽는 거요." "그렇구나."




엄마는 재혼한 아저씨와의 사이에 아들도 둘이나 있고 딸도 있었어요. 그들이 더 많으니까, 소희 한 명쯤은 미뤄두어도 되는걸까요? 소희는 그런 엄마를 이해해 주는 게 맞는걸까요?


#엄마의 집




소희는 새아빠 그리고 우진, 우혁이라는 남동생들과 함께 살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엄마 집에서의 생활은 예상대로 녹록지 않았어요. 붙임성 좋고 귀여운 우진은 늘 소희에게 잘해주었지만 우혁은 소희만 보면 가시를 드러내고 적대감을 보였거든요.

마치 엄마를 빼앗긴 것 같이 행동했어요. 감정에 솔직한 거라고 봐주어야 할지요.


엄마가 지금 걱정하고 신경 써야 할 사람은 우혁이 아니라 그동안 버려두었던 자신이다. 소희는 엄마에게 소리치고 싶었다. '나는 갑자기 생긴 게 아니라 원래부터 있었다고요! 엄마를 뺏긴 건 우혁이가 아니라 내가 먼저라고요!' 하지만 소희는 그 말을 하지 못 했다. 엄마까지 자신을 귀찮아하게 될 까봐 무서웠다. 소희는 자기 방이 있고 반 아이들에게 엄친딸 소리를 듣게 해주는 이 집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무엇보다 이제 이 집이 아니면 갈 곳이 없다.




엄마는 현재의 생활이 무너지지 않는 게 소희의 마음을 돌보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윤소희와 정소희




새아빠 이름에 맞춰 성을 바꾸게 된 소희. 다행히 전학간 중학교에서 채경이라는 성격 좋은 친구를 만나게 됩니다. 풋풋한 첫사랑도 하고요. 좋아하면 안 될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은 혼란스러운 기분에 빠지기도 하죠.

소희의 학교생활을 들여다보니 초등학생 소희가 어엿하게 잘 성장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열 다섯 여자아이의 성장 드라마를 보는 듯해 '그 나이 땐 그럴 수 있어! 하지만 이건 조심해야해!' 훈수를 두고 싶기까지 했어요.


#'우리 애들'




자, 비싼 옷과 학용품을 주렁주렁 달고 학교에 다니게 된 소희는 어떤 기분이었을까요? 이전에는 보지도 못 했던 물건을 갖게 되었으니 어깨에 힘이 들어갔을까요?

소희는 단순한 아이가 아니었습니다.


할머니가 그랬다. 빚에는 돈으로 갚을 것과 마음으로 갚아야 할 게 따로 있다고. 돈으로 갚아야 하는 빚을 마음으로 눙쳐도 안 되고 마음으로 갚아야 하는 빚을 돈으로 해결해서도 안 되는 법이라고. 소희는 엄마가 자기에게 진 빚이야말로 돈으로 갚을 수도 없고, 갚아서도 안 되는 거라고 생각했다.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는 아이였어요. 그래서 엄마가 자꾸만 소희의 지난 날을 돈으로 해결하려 하는 모습이 못마땅했죠. 소희의 얼어붙은 마음을 녹이는 건 비싼 메이커 옷이 아니라 그동안 보고싶어도 볼 수 없었던 엄마의 따뜻한 눈빛과 말과 행동이에요.


"카메라가 어떻게 됐다는거야?" 소희 방으로 온 엄마가 물었다. "폴라로이드 카메라가 없어졌어요." 소희는 울상을 했다. "발이 달린 것도 아니고 어디 있겠지. 잘 찾아보지도 않고 우진이부터 잡으면 어떻게 해? 우리 애들은 그런 짓 안 해." 순간 엄마의 '우리 애들'이라는 말이 파편처럼 튀어 가슴에 박혔다. '우리 애들이라니. 그럼 나는 엄마한테 뭐지? 지금, 우리 애들이 아닌 내가 거짓말을 한다는 건가?'




이 때쯤 되니 독자인 저도 엄마를 용서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의 제가 이 글을 읽었더라면 가슴이 엄청 답답했을 거예요. 왜냐하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단 걸 본능적으로 깨달아 버렸을테니까요. 여기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이란, '엄마에게 엄마의 잘못을 바로잡아주는' 거예요. 아이가 어른을 설득하는 일 자체도 쉽지 않은데, 이런 말을 생각 없이 툭 내뱉어버리는 어른 앞에 아이는 의지를 상실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소희 엄마는 운이 좋은거죠. 이런 말을 들었는데도 소희가 그 다음에 기회를 몇 번이나 더 주었으니까.

저도 어릴 때 어른들의 생각없는 말에 깊은 상처를 받은 적이 많았어요. 그 때나 지금이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또 다짐합니다. 나는 어린 아이들에게 생각 없는 말로 상처를 주지 않겠다고. 반박할 힘이 부족한 아이들 앞에선 더더욱 조심하겠다고요.


#물품보관함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러 나가려는데 옷이 촌스러워요. 그래서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입고 온 옷(엄마가 사준 옷)은 물품보관함에 구겨 넣어버리죠.


문득 그동안 자청한 거라고 여겼던 모범생 역할이 실은 보이지 않는 강요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 없이 할머니와 사는 환경이, 할머니한테도 버림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 동정이나 손가락질이 죽기보다 싫었던 자존심이, 모범생 노릇을 할 때나 대견한 시선으로 바라봐 주는 어른들이... 보이지 않는 강요는 잠깐 동안 생각해도 줄줄이 떠오를 만큼 많았다. 소희는 스스로에 대한 연민이 울컥 솟구치는 걸 지그시 눌렀다. 이제 상관없다. 강요에 따라 억지로 입고 있었던 모범생 옷은 조금 전 벗어 버렸다. 소희는 그 옷을 쓰레기통에 처박고 싶은 걸 참고 물품 보관함에 넣었다. 그리고 다시는 열지 않을 것처럼 잠가 버렸다.




속이 다 시원한 장면입니다.


#스무살 리나




내면이 성숙한 멋진 리나가 한국에 왔습니다. 새아빠의 딸이죠. 소희는 긴장했지만 곧 리나와 친해지게 됩니다. 생각지도 않았던 위로와 조언까지 듣게 돼요.


리나가 우는 소희를 꼭 안았다. "너 때문이라고 자책하지 마. 엄마의 불행이나 고통을 외면하라는 게 아니라 그걸 네 것으로 만들어선 안 된다는 말이야. 엄마는 엄마고 너는 너야. 우리는 모두 각자 인생을 사는 거야. 이건 닥터가 내게 해 준 말이야. 대신 넌 너나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부당한 일을 당할 때 할 수 있는 일을 하면 돼. 네 마음이 건강해야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올바른 판단을 하고 당당하게 표현하거나 행동할 수 있어."




리나는 한국에서 외국으로 돌아가기 전, 아빠에게 일침을 놓아요. 엄마한테 잘해야 한다고 말예요. 그건 내내 소희가 하고 싶었던 말이었어요.

그리고 제가 소희에게 해주고 싶었던 이야기도 해주고 가네요. 소희에게 이런 멋진 언니가 있다는 게 참 기쁩니다.

저도 소희, 소희와 같은 친구들에게 얘기 해주고 싶어요.

엄마는 엄마고, 너는 너라고.

너는 엄마의 인생을 이해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고 사과를 받을 게 있으면 마땅히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고. 이유없이 상처를 받아선 안 될 소중한 사람이라고. 그런다고 네 안의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어지는 건 아니니까 지금 네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엄마를 이해하는 게 아니라, 그동안 방치되어 상처 입었던 너를 돌보아주는 것임을 알았으면 좋겠다고요.


다시 보고싶은 소희




'너는 하늘말나리야'시리즈 1부가 끝나고 2부 <소희의 방>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1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합니다. 3부는 달밭마을에 남은 미르와 바우의 이야기라고 하는데요. 저는 스무살 소희, 스물다섯, 서른의 소희도 보고싶어요. (작가님 보고 계세요?)

모범생인 줄로만 알았던 소희의 다양한 면모를 들여다보는 게 재미있고 흥미로웠거든요. 어릴 적 제 자신을 들여다보는 여행도 재밌었고요.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겠죠. 그래도, 다신 못 볼 소희라도 어딘가에선 부디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자극적이지 않고 순수한 내용이었는데 울림이 매우 큰 책이었습니다. 결핍가정의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고 조금이라도 위로와 해소를 느꼈으면 좋겠어요.

✔️ 1, 3부 후기가 업로드 되었습니다.

《이금이 - 너도 하늘말나리야》 어른들로부터 받은 상처를 나누며 크는 아이들

청소년문학을 읽고 있어요. 어렸을 땐 청소년소설을 많이 읽었는데 나이가 드니 자연스레 읽지 않게 되더라고요. 그 때의 예민하고 섬세한 감수성을 다시 느껴보고자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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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금이 - 숨은 길 찾기》 무수히 많은 갈래 중 내 숨은 길 찾기, 시리즈 마지막편

'너도 하늘말나리야'시리즈 중 마지막 3부작을 읽어보았어요. 는 달밭마을에 남은 바우와 미르의 삶을 조명한 편이었는데요. 실패와 시련과 슬픔을 딛고 제 길을 나아가려는 아이들의 도전이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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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완전한 행복>을 펴낸 소설가 정유정님이 극찬을 한 책!


"작가로서 '내 것을 빼앗겼다'는 기분이 드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 안 쓴 게 아니라 생각조차 못 했으면서 빼앗긴 듯 억울한 이야기. 이 소설이 그렇다."




이런 감정을 저도 느껴본 적이 있어서 공감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저는 작가님과는 다르게 책에서보다 이 책을 쓴 작가에게 더 큰 감동을 받았어요. 바로 이전에 '사라진 여자들'이라는 책의 리뷰를 쓴 적이 있거든요?

2023.07.11 - 《메리 쿠비카 - 사라진 여자들》 서스펜스와 반전이 대박인 책. 범인은 과연?

《메리 쿠비카 - 사라진 여자들》 서스펜스와 반전이 대박인 책. 범인은 과연?

저자는 , , , 라는 책을 써냈어요. 그녀의 책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 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 '사라진 여자들'은 출간 전부터 TV 드라마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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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는 말은 차치하고 이런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싶었거든요. 두 번째 작품을 읽고난 지금은 그저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재능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뜻이예요.

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요. <사라진 여자들>이 더 재밌긴 해요. <디아더미세스>는 그에비해 조금 난해한 편인 것 같고... 심리 스릴러물이라는 장르로 비교를 하면 <디아더미세스>가 우세했다고 봐요. 후반부의 속도감은 작정하고 썼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상당했거든요.



 
 


넷플릭스에서 영화화 한다고 알려져 있는 '디아더미세스'는 전 세계20개국에서 번역 출판 되었고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합니다.

책만 읽어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고 스릴이 넘쳤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어떤 느낌일지 정말 기대 돼요. 책의 주인공인 세이디와 윌의 캐스팅도 참 궁금하고요.

이 책은 세 여자의 시선이 교차되며 진행됩니다. 세이디, 카밀, 마우스. 그리고 후에 세이디의 남편인 윌의 시점이 나오는데요. 스포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각각의 인물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세이디👩🏻‍⚕️




산부인과 의사인 그녀는 집안의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엄마의 역할도 나름 잘해내고 있습니다. 어느날, 아들 오토의 학교에서 연락을 받아요. 오토가 매우 위험한 물건을 학교에 가지고 왔다는 연락이었죠.

학교로 달려간 세이디는 오토의 입에서 "엄마가 가지고 가라고 해서", "엄마가 시켜서"와 같은 말을 들어요. 그녀는 당황했지만 어째서인지 오토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네요.

이와중에 병원 업무는 너무 과도했어요. 말그대로 심신이 피로했습니다. 하필이면 그 때 남편의 외도 사실까지 알아버리게 되고 말고요.

남편 윌의 누나인 앨리스가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윌의 가족은 앨리스가 유산으로 남긴 집으로 이사를 가기로 합니다.

그 집엔 앨리스의 딸인 이모젠이 살고 있었어요. 아직 어린 이모젠을 보살피고 함께 살 생각으로 이사를 했는데 이모젠은 윌의 가족, 특히 세이디에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세이디가 이모젠의 방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위협을 가할 정도로요.

앨리스가 살던 이 집.

음산하고 황량하고 처연한 냄새가 감도는 이 곳은 유쾌하지 않은 곳입니다. 그리고 곧 이웃인 모건이 죽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네요.

그런데 사람들은 왜 자꾸 세이디를 범인으로 모는걸까요? 진범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라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진실을 파헤치려 하고 있는 세이디에게. 그녀도 당황했는걸요.


카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만난 윌이라는 남자에게 한 눈에 빠진 카밀. 어느 날 밤 그와 파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그 장소엔 카밀 대신 앨리스가 나가게 됩니다. 그로인해 그들은 사랑을 시작하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지요.

카밀은 그런 세이디를 미워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결혼을 한 후에도 윌을 향한 마음을 접지 않고 몰래 지켜보고, 유혹하고, 틈만 나면 그의 눈에 띄려 갖은애를 썼어요. 그녀는 과연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마우스🙍🏻‍♂️




엄마를 여의고 아빠와 행복하게 살고 있던 마우스에게 갑자기 새엄마가 생겼어요. 새엄마는 아빠가 있을 땐 마우스에게 잘해주고 아빠가 없으면 마우스를 학대했습니다. 변기물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집에 가둘 정도로요.

마우스는 괴로워해요. 하지만 아빠에게 말하지 않죠. 왜냐하면 아빠는 새엄마를 사랑하는 것 같고, 어쨌든 본인만 참으면 아빠가 생각하는 이 가정의 평화는 지속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가정폭력을 당한 마우스는 가여운 아이예요.


윌👨🏻‍💼




세이디의 남편이자 만인의 인정과 부러움을 사는 완벽한 남자. 바쁜 세이디를 대신해 군말 없이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도 돌보고 세이디의 상태까지 살펴봐줘요.

그의 단점이라면 아내인 세이디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 왠지 모르게 그는 세이디가 무슨 말만 하면 '네가 예민해서 그래', '왜 그렇게까지 생각하는거야?'와 같은 면박을 줍니다.

저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요. 정말로 세이디가 남보다 유별나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랬던건지 별 일이 아닌데도 부풀려 고민 하는 세이디가 걱정이 되어 달램의 의도로 그랬던건지는 지켜볼 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인상적이었던 하이라이트🫗

 

축축한 흙과 비릿한 바다, 우거진 숲의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전혀 집같이 느껴지지 않는 냄새였다. 길가에 내려앉은 적막함이 불편했다. 소름 끼치는 고요함, 사람을 긴장시키는 적막함 속에서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 안전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주택 단지로 이사온 세이디. 특히 이 동네는 더 그래요. 사람이 죽어나가고, 다른 사람들은 자꾸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고, 사람 사는 정이라곤 찾아보기가 어려운 곳이죠.

언젠가 '지나치게 고요해서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럽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적막이 소음보다 시끄럽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개들이 뛰쳐나갔다. 얼마 전부터 파기 시작한 마당 한구석으로 곧장 달려갔다. 최근 들어 개들이 이상할 정도로 땅 파기 놀이에 집착해서 신경에 거슬렸다. 땅을 파지 못하게 주의를 주려고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범인을 추리하는 데 있어 큰 힌트예요. 하지만 무엇을 숨겨놓았는지 누가 숨겨두었는지는 말하지 않을게요.

창문을 통해 윌이 뜨겁게 타오르는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다리를 꼰 채 깊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신나게 웃으며 뛰어다니던 테이트가 윌의 옆을 지나자 윌이 배를 간질였고, 아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테이트가 윌에게서 도망쳐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고, 더이상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소파로 돌아온 윌이 깍지 낀 손으로 머리 뒤를 받치고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은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의 모습이 있잖아요. 세이디의 눈에 익숙했던 윌이 낯설게 느껴지는 장면을 설명하고 있는거예요. 세이디는 이 때 무슨 생각을 하고 했을까요? 그리고 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물론 내가 직접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나를 위해 대신 해줄 사람이 있는데 내가 굳이 나설 이유가 있을까?



이 부분을 읽고 B.A.패리스가 떠올랐어요. 그녀의 작품들은 가스라이팅이 버무려진 걸로 유명하죠.

에린이라는 여자가 죽었어요. 그녀는 누구의 손에 왜, 어떤 방식으로 죽은걸까요. 참고로 에린은 윌과 세이디 두 사람 모두와 연관 있는 여자였습니다.

아, 최근에 죽은 모건도 마찬가지였고요.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을까. 사실 상대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는다.



이 책을 이십대에 읽었다면 지금보다 더 깊이 빠졌을테고 생각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해 몹시 헤맸을 것 같아요. 삼십대인 지금 읽은 게 다행이랄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 사람이 내가 아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본질을 가지고 있고, 언제든지 내 뒷통수를 치고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느덧 자기보호가 자연스러워진 나이가 됐습니다.

무서워요. 사람은 내가 모르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 책은 한 여자가 사람들의 의심과 비난, 가스라이팅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야기는 후반부에 폭풍처럼 휘몰아칩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궁금한 이유가 거기 있어요. 각 인물을 맡은 배우들이 그 긴박감 넘치는 장면 장면들을 어떻게 표현해 낼지가 참 궁금합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책들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릴게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뷰, 가스라이팅으로 버무려진 자극적인 심리스릴러 소설

제목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표지는 익숙한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 광고 많이 하잖아요, SNS에서. 저도 광고로 이 책을 처음 알았어요. 반은 속는 셈 치고 읽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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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 A. 패리스 - 테라피스트 리뷰, 죄책감은 무서운 감정이에요

그녀의 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도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비하인드도어가 더 재밌었네요.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모두 몰려있는 것 같아요. '누가 범인이지?' 의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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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A. 패리스 - 브레이크다운, 누가 나를 고장내려 할 때

그녀의 작품을 또 읽고 말았습니다. 그녀 덕분에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가 생겼거든요. 제 글을 보아오신 분들은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으실거예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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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와 남자들의 수준이 비등비등하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거든요.

원래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책이나 영화는 안 보는 편인데 심리스릴러물은 오싹하면서도 현실성이 있어 자꾸 보게 되네요. 다음에 또 이런 류의 책을 기깔나게 쓰는 작가가 있으면 소개와 함께 데리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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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굿 걸>, <프리티 베이비>, <디 아더 미세스>, <돈트 유 크라이>라는 책을 써냈어요. 그녀의 책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 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 '사라진 여자들'은 출간 전부터 TV 드라마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요. 그로인해 그녀에게 붙여진 '스릴러의 여왕'이라는 별칭은 몇 번이고 불러도 아깝지 않은 정도입니다.

2022년 후반기에 나온 작품인데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어요. 나름 최신작이잖아요. 뜨끈한 선물을 받았는데 내용물까지 환상적이라 벅찬 기분마저 드는. 후에 그녀가 낼 작품들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등장인물 소개 & 스포 없는 줄거리




한 소녀가 갇혀 있어요. 그녀는 개죽을 먹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그녀를 가둔 이들은 그녀가 죽건 말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앙상하고 더러운 그녀의 이름은 OO. (이름이 스포가 되어 자제합니다.)

한 남자가 있어요. 어린 아이와 남편을 두고 밤늦게 외출을 나가는 아내는 하루사이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옵니다. 왜, 대체 누가, 어떻게? 그녀를 죽였을까요. 그녀의 이름은 셸리입니다.

조시와 레오, 메러디스와 딜라일라. 여기서 조시는 아빠, 메러디스는 엄마, 레오와 딜라일라는 각각 남동생과 누나입니다. 여기서 메러디스와 딜라일라가 사라졌어요. 엄마와 딸이 사라진거죠. 이 역시 왜? 누가?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볼게요. 메러디스(엄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증거가 발견 되었어요. 딜라일라(딸)는 무려 11년이나 실종 되었고요. 아, 11년... 그럼 혹시 아직 해답이 나오지 않은 첫 장의 불쌍한 개죽 먹는 소녀가 이 주인공은 아닐까요?

비아와 케이트. 그들은 조시의 이웃사촌입니다. 아내와 딸을 잃은 그를 위로하며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줘요.





이 책의 핵심은 메러디스와 딜라일라를 찾는 것입니다. 그들을 데려간 범인을 찾는거죠.

그런데 정말 찾기 어려워요. 중간 중간 작가가 쳐놓은 덫에 쉽게 빠지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인데요. 겨우 빠져나왔다 싶으면 또 다른 덫이 있고 그런 식이에요. 그런데 또, '짜증나. 안 해!' 라는 말은 나올 수가 없게 독자를 내용에 몰입하게 하는데, 그 매력은 작가의 장기인 것 같더라고요.

가정과 일에 있어 부족함이 없어 보이던 메러디스(엄마). 사라진 딸은 잘 있으니 걱정 말라는 메시지와 함께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생에 이별을 고한 이유는 뭘까요?

그러던 어느 날... 조시는 딜라일라(딸)를 찾게 되는데요. 편의상 '여자'라고 할게요. 여자는 자신이 딜라일라 라고 주장해요. 하지만 조시는 또 한 번 무너지죠. 망가질대로 망가진 이 '여자'가 내 딸 딜라일라라니... 받아들이기 힘들어 괴로워합니다.

'여자'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점, 레오. 그는 딜라일라의 남동생인데요. '여자'의 몰골과 행색 때문에, 그 꼴로 찍힌 기사 사진들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요. 여과없는 소년다운 시점이 인상적입니다.

자, 이야기는 이렇게 평탄하게 흘러가다가... 마침내 범인을 알려줄까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작가는 우리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엄마와 딸의 실종과 죽음. 동네에서 벌어지는 느닷없는 범죄사건들.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셸리가 소송을 준비 중이었고 메러디스가 증인을 준비 중이던 셸리의 주치의, 폭력적이던 셸리의 남편, 어느 날엔가부터 레오가 거부를 시작한 아이들의 아이돌보미, 레오는 아랑곳 않고 조시의 이성적인 매력에 관심을 보이던 한 여자형사, 아니면 또 다른 그 누군가일까요?



 

함께 보고 싶은 하이라이트🧩

 

메러디스와 딜라일라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레오도 알고 있을까? 네 살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인지라 아마도 모를 것 같았다. 크레파스는 없어질 수 있다. 퍼즐 조각도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엄마와 누나가 없어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다양한 사람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그 중 가장 어린 레오의 시점은 분위기를 전환 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참고로 레오는 일이 벌어졌던 때 너무 어렸기 때문에 과거의 시간을 이야기 해 줄 수는 없고 현재 고등학생이 된 레오의 눈에 지금 보이는 것을 아이의 관점에서 들려주고 있는데요.

엄마와 누나를 잃고 저 자신도 잃어버린 아빠를 보는 레오는, 아빠를 이렇게 만든 누나가 싫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아빠를 유혹하는 듯한 형사를 혐오하기도 합니다. 가감없고 직설적이죠.

그런데 저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 가운데, 작가가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서술할 기회를 주는게 어쩌면 범인을 유추할 수 있는 하나의 힌트가 아닐까 싶어 레오도 용의선상에 집어 넣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어쩌면 레오보다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셸리와 그의 남편, 비아의 시점은 따로 조명이 되지 않는 게 의아했었거든요.

그래서... 과연 제 예상은 맞았을까요, 틀렸을까요?

분만실에서도 섬뜩한 일들을 여럿 목격했다. 내가 출산할 때 경험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였다. 출산할 때 태아의 욕구가 산모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모를 때가 많다. 어쩌면 산모에게 아무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있다 해도 스스로 결정을 내릴 시간이나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에게 동의를 받는 과정 없이 의료진의 결정이 내려진다. 또 출산 과정에서 괜히 번거로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침묵하는 여성들이 너무도 많다. 산모를 향한 부당한 대우가 의료적 처치라는 미명하에 만연하게 행해진다.


그러고보면 출산할 때 저도 마음 편한 수술을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설명은 짤막했고, 어떤 건 제 동의 없이 진행이 되기도 했었거든요. 수술실에서는 저 포함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기를 낳는 산모보다 세상에 나올 아기를 더 우선해요.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출산도우미 메러디스의 역할은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산모의 옆에서 위해주고 격려해주는 메러디스의 존재가 더없이 소중히 느껴졌어요.

메러디스가 일을 하는 장면 중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런거예요. 산모에게 지금 우리가 이러이러한 수술을 하려고 하고, 후에 이러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을 들려준 거요. 그리고 뒤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해도 되는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견을 묻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메러디스가 출산 도우미다보니 출산을 돕는 장면이 당연히 나오는데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훗날 우리 딸이 겪게 될 분만실 그림이 그려져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여자는 아기 낳는 기계가 아니고, 희생이 당연시 되어야 하는 건 아닌데.

아, 문득. 제왕절개 수술에 동의하느냐고 고함을 치던 간호사가 생각나네요. 고통에 몸부림 치느라 대답을 못 했는데 산모에게 소리소리를. 다시 생각해도 역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여성의 실종이라는 큰 틀 외에도 저자는 여성들만이 느끼는 미묘한 불쾌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조용한 주차장을 거닐며 누군가 내 뒤를 따르는 것만 같은 불안감, 내 집인데도 눈치를 보게 되는 인테리어 작업자들의 불편한 시선, 아이들을 따라 형성된 학부모 커뮤니티 내 신경전, 임신으로 불어난 몸을 향한 압박감, 불쾌하고 적나라한 산부인과 진료,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는 이유만으로 출산 과정에서 완벽히 묵살되고 마는 산모의 고통,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하원시키는 아빠보다 등원시키는 엄마가 자연스럽게 악역이 되고야 마는 현실.

저자는 이런 일상적이고도 어찌 보면 평범하기까지 한, 하지만 뒤늦게 생각해보면 묘하게 뒷맛이 씁쓸해지는 이야기들로 알게 모르게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슬쩍슬쩍 독자를 건드리는 언짢은 요소들은 가랑비에 진창이 되고 마는 땅처럼 독자들의 발을 무겁게 잡아끈다.


밤늦은 시간에 뒤에서 발소리만 들려도 움찔하는 거.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아니 사실, 움찔 정도가 아니죠.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많이 들어왔어서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발이 걸음을 재촉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제가 남편에게 이 얘기를 하니 공감을 잘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반대로 남자가 늦은 시간에 혼자 길을 걷다 몹쓸 짓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그 땐 당신도 나처럼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줬어요.

아이를 낳고 아이 친구 엄마들 사이에서 느끼는 신경전, 불쾌하고 적나라한 산부인과 진료, 내 집인데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없게 만드는 작업자 인부들의 노골적인 시선들. 읽기만 하는데도 불편해서 씁쓸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요즘은요. 이로인해 불편한 것보다 이 사실을 불편하다고 말했을 때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아'라고 말하는 무신경이 더 화가 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공감도 역시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악행에는 끝이 없다.


사람보다 무서운 건 없는 것 같아요. 귀신? 안 무서워요. 제가 유일하게 귀신을 무서워 할 때는 그 귀신의 얼굴이 사람 형상일 때 입니다.  

자기는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상한 아이가 거실 창문 앞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초대 받았다고 해도 내가 못 가게 했을 테지만 말이다. 파이퍼와 릴리는 앞마당에서 손을 잡고 웃으며 춤을 췄다. 내게 복수를 하기 위해 내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저열한 방법을 쓰는 카산드라에게 소름이 끼쳤다.


이런 것도 소름끼쳐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 주기 위해 그 사람의 약점을 노리는 행위. 저에게도 소중한 약점이 있어서 남일 같지 않았고 카산드라의 이런 행동에 화가 났어요.

'시간이 지닌 치유의 힘', 이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꾸준하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하지만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다. 반드시 희망적인 결론은 아닐지라도, 불행에 '방점'을 찍고 미래로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가 더해질 때만 시간이 지닌 힘 또한 발휘될 수 있다.


요즘들어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의 효력에 대해 생각해요. 내버려둔다고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반드시 방점을 찍고, 후에 자신이 의지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길이 열리는 그런 일들도 있는 듯 해요.

나는 그 말 뒤에 숨어 무엇을 덮어두고 살고 있는지 돌아봤어요.





작가는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음습하게 가지고 갑니다. 질척거리는 땅, 흐리고 안개낀 하늘 같은 날씨 묘사도 많고요. 그렇게 어두운 배경 가운데 등장인물들도 유쾌한 사람들이 아니다보니 다 읽고나면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책인데도 불구하고 꼭 '보는'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마치 영화처럼요.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이렇게까지 자극하는 건 상당한 재능인 것 같다고 생각했네요.

오랜만에 진짜 재밌게 봤어요. 강추하는 책이에요. 저 개인적으론 이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고요. 이다음에 바로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이어 볼 생각입니다.

여름에 딱 읽기 좋은 소설, 서늘하고 오싹한 <사라진 여자들>. 평소에 스릴러 영화를 즐겨 보는 분들이 계시다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네요. 모쪼록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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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아웃이 심하게 와서 이것저것 막 다 해보다가 결국엔 책을 집어들었어요. 목차도 안 보고, 지은이가 누구인지도 알아보지 않고 그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된 책이었는데요. 따뜻하더라고요. 저자는 <여수언니 정혜영>이라는 이름의 유튜버이기도 해요. 책을 읽는 내내 '어떤 사람이지...' 찾아보지 않고서는 못 배길 정도로 궁금해져서 영상을 기웃거리기도 했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다시피 이 책은 독자에게 위로와 휴식, 응원을 주고 있어요. 목차를 몇 개 소개 드려볼게요.

오늘 나는 행복으로 할래 / 오늘은 행복할 내일의 예고편 / 운 좋게 실수했다 / 시련의 꽃말은 터닝포인트 / 아낌없이 나를 키우는 양육자 / 언제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등등...
(물론, 많은 목차 중 제가 마음에 드는 것들로만 쏙쏙 뽑아온 거예요.)

사실 저는 내용보다 목차를 더 오래 볼 때가 많았어요. 특히 '운 좋게 실수했다'는 너무 좋더라고요. 단 한 줄 만으로도 여러 생각을 할 수가 있더군요.

에세이기 때문에 제가 꼭 전해야 할 메시지는 없어요. 인상 깊었던 구절을 공유하며 제 생각도 덧붙이는 형식으로 글을 써 내려가 볼까 합니다 :)

 


 

1층부터 10층까지 열 번 정도 달려서 왕복하면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고 기분도 상쾌해졌다. 한 층 한 층 올라가며 목표를 달성하는 기쁨도 있었다.


'나는 뭐 하는 사람이에요.' 굳이 소개 하지 않아도 일상 루틴을 들여다보는 것만으로 대충 저자는 이러한 사람이구나, 라는 게 파악이 됐어요.

운동을 좋아하고 잘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궁금해서 유튜브를 들어가보니 방송을 켜놓고 운동하는 모습을 촬영해 업로드 한 영상이 있을 정도로요. 육아를 하는 엄마임에도 불구하고 새벽의 정해진 시간엔 무조건 일어나 운동을 하는 꾸준함과 성실함에 감탄했어요.

1층부터 10층까지 열 번 왕복? 저는 엄두가 안 나요.

어느 날은 <나는 의사다>라는 팟캐스트에 정신과 의사 선생님이 나와서 이런 이야기를 해주었다. 상담하러 온 환자들이 빠짐없이 던지는 질문이 있다고 한다. "선생님은 행복하세요?"

늘 우울하고 슬픈 환자를 상담하는 선생님은 과연 행복할까? 환자들은 궁금했을 것이다. 그 질문에 선생님은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1년 중 20일은 행복하고, 300일은 힘들고 나머지 45일은 그저 그렇다고. 365일 중 딱 20일만 행복하다는 말에 환자들은 다시 궁금해한다.

"그런 삶은 불행한 삶 아닌가요?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요?"

"저는 그 20일을 기다리는 재미로 삽니다. 한 달에 행복한 날이 딱 이틀만 있어도 그 이틀을 기대하고 기다리면서 오늘을 보낼 수 있지요. 오늘 조금 힘들어도 행복하게 보낼 내일의 예고편이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누군가에게는 깊이 공감이 될 말 같아서 하이라이트 해두었었어요. 오늘 많이 상처받고 힘들었어도 너무 크게 좌절하지 말아라, 행복이 기다리고 있다, 는 취지의 말 저도 좋았었고요.

오늘 힘들었어도, 비록 내일도 힘들 예정이어도 화이팅이에요. '한 달에 행복한 날 딱 이틀!' 이 기다리고 있어요. 그 날이 미처 내게 못 오고 지나쳤다면 또 다음 달을 기약하면 되고요.

이제나 올까 저제나 올까 어떤 방식으로 올까 기대하며 사는 인생, 희망적이고 좋은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긍정적으로 살다보면 한 달에 딱 이틀! 있는 행복의 수도 자연스럽게 늘어나지 않을까요?

운 좋게 실수했다


위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이 짧은 한 문장에 되게 오래 빠져 있었어요.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생을 되돌아보게 되던데요.

요즘들어 그런 생각을 해요. 이십대 때 많이 실수 해두길 잘했다고. 그 때 당시엔 그 날, 그 시간, 순간 하나 하나가 견딜 수 없이 아파서 괴로웠는데 지금은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자산이 되어 있으니까요. 이래서 어른들이 이십대 때 경험을 많이 해보라고 하는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 주변을 둘러보면 과거에 내가 한 실수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느냐에 따라 현모습이 결정되어 있는 것 같다고도 생각한답니다.

물론 떠올리는 것만으로 아직도 가슴 찌릿한 실패도 있죠.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겪지 않았으면 좋았을 일이다 싶은... 최근에 어떤 영상을 봤어요.

이미 벌어진 사건은 제자리에 있어요. 사건은 움직이지 않아요. 그 사건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만 의지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거예요. 내가 별 일 아니라고 하면 별 일 아닌거고, 이거 되게 큰일이다 하면 그렇게 되는거라고 하더라고요.

...음, 그래도요.

너무 큰 상처를 받아서 어떠한 말로도 위로도 회복도 안 되는 일이 있을 수 있어요. 그 일을 도약하고 앞으로 나아간다는 것 자체가 또 다른 형태의 가해일 수 있는 일이 있죠. 이해해요. 그래서 모든 사람들에게 '시각을 달리해보세요.' 라고 감히 말 할 순 없어요.

하지만 저는 조금씩 시도 해보려고요. 그 기억이 나를 갉아먹고 있다면 방향을 틀어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럴 용기가 조금은 생겨서요. 언젠가는 끔찍한 기억도 "그래, 운 좋게 실수했다!"고 얘기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런 날이 꼭 왔으면 좋겠어요.

화살은 활시위를 뒤로 최대한 당겨야 가장 멀리 날릴 수 있고, 공은 높은 곳에서 떨어뜨릴수록 더 높이 튀어 오를 수 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키우는 엄마가 된 입장에서 이 글은 씁쓸하고 먹먹합니다. 이십대 때의 저라면 이 글에 위로를 받고 원동력 삼아 오늘처럼 내일도 열심히 살았을 거예요. 내일 더 열심히 했을 거예요.

그런데 지금은 활시위를 뒤로 최대한 당길 수가 없네요? 내가 그러고 있으면 내 딸이, 애기 아빠가 방치 되니까.

온전히 나 자신 한 명에게만 집중할 수 있었던 미혼의 제가 문득 그리워졌어요.

아이가 조금 더 크면 또 다시 한 번 이렇게 열정적으로 내 자신을 위해 활시위를 뒤로 당길 수 있는 날이 오리라고 믿어요. 염원해요.

삶은 실패와 성공으로 나뉘는 게 아니라 해냄과 배움으로 나뉜다. 실패는 늘 나에게 배움을 준다. 실패의 끝에는 어제보다 더 많은 것을 알고 나아진 내가 있다.


저 - 위에 했던 말과 일맥상통하는 글이네요. 말이 이어지니까 제 말도 더 이어보자면요. 아이유 노래 중에 '아이와 나의 바다'라는 곡이 있거든요. 거기 이런 가사가 나와요.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아물지 않는 일들이 있지."

실패로 인해 너무 큰 충격을 받으면 상황과 시간과 마음 그리고 또 다른 여러가지가 동시에 도와줘야 겨우 회복이 가능하잖아요. 왜 그런 일이 있잖아요.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분이 계시다면 왜 나만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 하는지 실패 속에서 배우지 못 하는지 자책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힘들 때 저 가사를 떠올려보세요.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없는 일도 있고, 그 안에서 내가 뭘 배우지 못 하고 있어도 이상한 게 아니라 정상적인 거라고요. 해석은 제각각인 거니까 저는 이상하게도 위 글을 읽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어요.

둘째, 스스로 기분을 잘 풀어줄 수 있을 때.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화도 나고 눈물도 나고, 주체할 수 없이 짜증이 나기도 한다. 어깨에 짊어진 짐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을 더 많이 느낄 수도 있다. 그렇지만 어른이라면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언제쯤 진짜 어른이 될 수 있을까?' 챕터에요.)

어릴 때는 화가 나면 주체할 수 없는 상태로 살았던 것 같아요. 울고, 화내고, 그러다 무덤덤해지고... 나 자신이랑 대화하는 법을 몰랐으니까요.

이제는 내가 내 눈치를 보고 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하고, 음식을 먹여주며, 장소들에 데려가줘요. 내 기분을 풀어주려 애써요.

넷째, 정신적 성장을 멈추지 않을 때. 신체는 20대가 되면 대부분의 성장이 멈추고, 그 이후부터는 점차 노화의 과정을 겪는다. 하지만 정신적인 성장은 나이와 상관이 없다.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 생각하고 바라고 실행하고, 많은 경험과 실패를 거듭하며 한 단계씩 나아갈 때 성장할 수 있다. 특히 부끄럽거나 싫은 일, 힘든 일을 마주했을 때 도망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며 책임감을 발휘한다면, 한층 더 성숙한 어른이 되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첫째, 셋째가 빠져있어 혼란스러우실까봐 알려드려요. 첫째는 '단단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을 때', 셋째는 '시간의 소중함을 알고 있을 때' 입니다.)

저는 유독 둘째, 넷째가 와닿았고 그래서 그 부분만 하이라이트를 해두었어요.

부끄럽거나 싫은 일, 힘든 일을 마주했을 때 도망치지 않고 묵묵히 받아들이며 책임감을 발휘한다는 말이 좋았어요. 어릴 때는 나이 핑계 대며 어느 정도 피해갈 수 있는 일이 있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안 되네요? 만에하나 제가 지금 감당해야 할 무게를 짊어지지 않겠다고 내팽개치고 도망가버린다면, 삶에 큰 균열을 일으키는 매우 중대한 사건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돌이킬 수 없을 것도 같고.

그래서 무거운 부담감을 갖고 있지 않아도 되는 어린 시절로 돌아가고 싶을 때가 있어요. 과거로 돌아갈 수 있는 타임머신 개발은 대체 언제 되는거야...(뜬금)

어른이니 어른답게 책임감 있게 받아들이고 그때 그때 잘 처신하며 살아야죠. 이제는 부끄럽다고, 힘들다고 도망치지 않을거예요. 이젠 그게 더 부끄러워요.





책 속에 더 좋은 내용이 많았는데 제게 와닿았던 내용들만 다루었기 때문에 생각보다 짧다고 느끼실 수도 있어요. 아쉽지만 이해가 잘 되지 않거나 공감이 되지 않았던 내용을 억지로 붙잡고 있긴 싫어서요.

저처럼 한 문장을 가지고 반나절 이상 골몰하는 분들에겐 딱 맞는 옷 같은 느낌이 아닐 수도 있지만요. 마음을 살랑살랑 훑고 지나가는 산뜻한 바람 같은 책을 기다리는 분들에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읽을 때, 잔잔하고 조용한 음악과 함께 읽으면 좋을 것 같고요.

저자분이 워낙에 긍정 에너지 뿜뿜이시거든요 :) 위로와 더불어 자존감 향상에도 도움 되는 책을 찾고 계시다면 이 책 추천 드려요.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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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신적으로도 신체적으로도 쇠약해진 게 느껴져서 정말 오랜만에 자기계발서를 읽었어요. 제목이 마음에 들었거든요. 저는 너무 많은 걸 짊어지고 사는데요. 내려놓을 필요가 있겠다 싶었습니다. 인생 선배의 황금 같은 조언을 기대하고 펼쳐든 책이었어요.
 


이 책을 한마디로 얘기하면 음... 제목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제목을 한 권의 책으로 풀어 쓴 것이라고 보셔도 무방합니다. 저자는 지고 있는 짐을 내려놓으라고 얘기해요. 그 짐이라는 것은 욕심, 완벽주의, 죄책감, 남들로부터의 시선... 같은 것들이었죠.

저는 완벽주의 성향을 갖고 있어요. 열심히 하려는 마음을 단 하루도 놓은 적이 없어서 쉴 때도 맘 편히 쉬지 못 하는 사람입니다. 그런 제게 '분수를 알아야 한다', '게으름뱅이가 되라'는 말을 하더군요.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어조로 얘기를 하는데, 이렇게 가끔 직설적인 말을 할 때가 있어서 더 기억에 남았어요.

사람이 한 번에 변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에요. 하지만 변화를 바라는 사람은 이런 말을 일부러라도 찾아 들어서 마음이 조금씩 말랑해지길 기대해보는 것도 좋은 것 같아요. 이 책은 저같은 사람들에게 추천 해주고 싶습니다.

 

이상주의자, 완벽주의자, 주변의 눈을 의식하는 우등생들에게

 
 

그때는 이상주의자, 완벽주의자, 주변의 눈을 의식하는 우등생이 되고자 하는 제가 있었습니다. 그런 저를 내려놓고자 나에게 관대해지기로 했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할 일을 미루기도 하고 게으름뱅이를 목표로 삼았습니다. 효과가 있었는지 요즘에는 동료들이나 고객들 사이에서 늘 '어쩔 수 없죠'라고 말하는 느긋한 사람으로 통합니다. 지금은 자연스러운 내 모습 그대로 살기, 내 마음 우선 돌보기, 도움이 필요할 때는 남에게 의지하기 등을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그러는 한편으로 '할 때는 확실하게 한다'는 자세로 적절히 힘조절을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잘 와닿지 않을거예요. 왜냐하면 이들은 이미 이렇게 해야함을 알고는 있거든요. 그게 말처럼 쉽지 않아서 실행을 못 할 뿐이지. 이상주의자, 완벽주의자, 우등생들은 늘 무언가에 쫓기는 느낌이예요. 그래서 자연스러운 내 모습으로 살기, 내 마음 먼저 돌보기, 남에게 의지하기 같은 거 잘 못 해요. 꿈과 목표, 이상이 우선인 사람들이니까. 그것들을 우선순위에 두게 되면 자연스러움은 제일 먼저 포기할 위인들이에요. 그 생활이 길어지다보면 내 습관이 되고 믿음이 되고요. 고정 마인드셋이 됩니다.

남에게 의지하는 일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에요. 누군가는 이 자체를 굉장히 편안한 상태라고 여기는데 누군가는 매우 불편한 상황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어요. 누군가 제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저는 가끔 이렇게 조언해요. '내게 기대' 라고. 하지만 상대방이 그렇게 하지 않을 수 있음을 저는 이해해요. 남에게 의지하는 게 마음이 더 불편한 사람도 있거든요. 이 자체를 훈련 해야 하는 사람도 있어요. (기본적으로 사람마다 성격이 다 다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 저는 목표를 향해 달려갈 때 중간에 혹 누군가로 인해 이 계획이 흐트러지거나, 내가 물러지고 게을러지는 게 두려워 다른 사람에게 쉽사리 의지를 잘 안 해요.

'할 때는 확실하게 하기' 하나 잘하겠네요. 하지만 저자는 느긋한 마음으로 살다가 할 때는 확실하게 하기, 라고 했는데... 아, 어렵다.

 

내 안에 무서운 교관이 자리 잡고 늘 나를 감시합니다. 느슨해지려고 하면 따끔하게 혼을 냅니다. 약한 소리라도 내뱉으려 하면 가차 없이 야단을 칩니다. 응석 부리고 싶은 마음 따위는 곧바로 차단해버립니다. 어른들에게 혼나지 않는 대신 나 스스로에게 잔뜩 화를 냅니다. 사춘기를 맞이하면 우등생도 반항하고 싶은 마음이 생겨납니다. 그러나 스스로를 철저히 단속할수록 내면에 한층 더 강한 갈망이 자리 잡습니다.


엄격하고 무서운 부모에게 감시 당하고 짓눌려진 사춘기 학생 같지 않나요? 그렇게 경비가 삼엄한 마음 환경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일을 하고 결국 성과를 냈다고 쳐요. 그래도 마음은 혼돈 그자체입니다. 마음은 이제 '그건 오롯이 네 노력이 아니었다'고 말하고, '다음 단계가 남아있음'을 알려주기도 하죠. 제 안에도 무서운 교관이 있어요. 내 집인데도 나가라고 할 수가 없어서 힘이 드네요.

 

'지금 내가 완벽을 추구하고 있는지가 아니라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에 의식을 집중하면 마음이 한결 편안해집니다.' (중략) '지금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를 바꿔 말하면 '못하는 것을 인정하는 용기'입니다.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말처럼 쉽지 않지만 좋은 말인 것 같아서 공유해 봅니다. 최선을 다하고 마쳤을 때 저는 내 손이 닿지 않았던 무언가에 미련이 남아 때때로 저 자신을 책망할 때가 있기도 했거든요. 여러분은 어떠세요? 제가 좀 심한 편인가요? 생각해보면 저는 최선을 다하면서 동시에 모든 것이 완벽함을 원해 힘이 드는 것 같아요.

'완벽'이라는 단어를 지워버릴까요? '최선'만 남게. 그동안의 제 과정들은 행복했는가 라는 의문이 드네요. 과정 중에 느끼는 행복감은 느낄 새도 없이 오로지 결승선만을 향해 달리던 시간이 되려 제게 해가 되는 일이 많았어요. 이젠 모든 것이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고, 네가 원하는 하나에만 최선을 다해도 족하다고 말이라도 해줘야겠어요.


 

나랑 친해지기



자기계발서에 안 나오면 섭섭한 내용 중 하나인데요. (대충 뻔한 말이라는 얘기) 내가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등을 종이에 펜으로 적어보라는 거예요. 핸드폰으로 메모를 하는 것도 좋지만 저자는 직접 손으로 쓰기를 권장했어요.

해 본 적이 있는데요. 이런 장점이 있더라고요. 나라는 사람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게 돼요. 그리고 감정을 쏟아놓은 날이면 그 자체로 조금 후련한 마음이 들기도 하데요? 종이에 적어놓은 것 뿐이고 나만 볼 수 있는데, 꼭 누군가에게 털어놓은 느낌이 들기도 했고요. 그리고 무언가를 쓰는 과정에서 지나간 시간을 착착 정리할 수 있게 돼요. 유난히 어느 한 부분에 꽂혀서 마음이 팍 상해있던 내가 쓰여진 종이를 보고, 내가 쓴 큰그림을 보고, '아주 일부분이었네'하며 머쓱한 마음이 들기도 하고, '내가 왜 이 부분에서 마음이 상했을까?' 이제는 전보다 조금 더 떨어져 객관적인 시각에서 내 마음을 관찰할 수도 있게 됩니다.

또한 저자는 손으로 직접 적어보는 일 외에 '바보'가 되어보라고 하기도 했어요. 하던 일이 손에 안 잡혀 도저히 진도가 안 나갈 때는 어차피 안 되는거 잡고만 있지 말고 그 시간에 재미있는 개그맨 영상이나 유튜브를 보라더군요.

그리고 업무 중이 아닐 때는 엄격한 나 자신을 느긋하게 풀어놔주라고 했어요. 남들에게 농담도 좀 하면서요.

 

여기서 말하는 장난기는 피식 웃음이 나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아주 살짝 기분 좋아지는 방법을 일상에 적용하는 일입니다.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장난기를 발휘하기 쉽다고 했지만 오히려 의식적으로 장난기를 발휘함으로써 마음에 여유가 피어나기도 합니다.


의식적으로 장난을 치는 게 필요하다는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하지만 여기에서야말로 여유가 필요한 것 같아요. 괜히 농담한답시고 했다가... 나도 모르게 선을 넘게 되거나 오히려 전보다 분위기가 더 무거워질 수도 있으니까요. 내가 원체 무뚝뚝한 사람이라면 장난이 자연스러워질 때까지 연습이 필요하겠어요. 가족이나 친한 친구들에게 먼저 해보세요. 그들이 웃으면 이제 그 다음 스텝으로 넘어가는거죠.

즐거워지는 일은 또 있습니다. 이번엔 나 자신에게 하는 거예요. 평소에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보거나 이제까지 먹어보지 않았던 음식을 먹어보는 겁니다. 그리고 '너는 ~를 해야해!', '너는 ~를 하면 안돼!' 라며 지시만 내리는 교관은 쉬라고 냅두고(가능하다면 내쫓으세요) 어린 아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살아보세요.

저자는 일부러 웃긴 영상을 찾아본대요. 근데 저희 남편이 그런 사람이거든요? 제가 시간낭비 한다고 놀리면 내일을 위한 재충전 시간이라고 실제로 저에게 말하는(...) 저희 남편은 유머가 넘치고 여유 있는 사람이예요. '복세편살'이 좌우명이 아닐까 싶은 사람 있죠. 스트레스도 적고 예민하지도 않아요. 아, 그러고보니 이 책에서 추구하는 인간상이 저희 남편이네요... 갑자기 노력하고 싶지 않아지는...


 





이 책은 중간중간 물음표를 자주 던져주는데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는 듯해 좋았어요, 저는. 후기글도 몇 개 찾아보았어요. 대체로 다 평이 좋더라고요. 밀리의서재에도 혹평보다는 호평이 주를 이루고 있는 걸 확인했고요. 제 개인적으로는 마음에 와닿는, 머리를 한 대 맞은 듯한 문장을 찾을 수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많은 사람들이 좋은 후기를 남긴 책이라는 덴 분명 이유가 있을 거라고 봅니다. 직접 경험해 보시기를 바랄게요.

(여담) 질문 중에 이런 게 있었어요.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게 뭐냐고. 저는 한치의 고민없이 퍼즐이라고 대답했어요. 퍼즐은 사실 내일 아침 아이를 등원 시키고 바로 할 수 있는 일이긴 하거든요. 근데 못 해요. 그 시간에 집안일과 일과 공부를 해야 하니까... 하지 않으면 죽는 일은 아니지만, 퍼즐이나 맞추며 놀고 있을 수는 없으니까요. 저는 아무래도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죠? 그래도 때때로 짐을 내려놓으려는 시도는 해볼게요. 그리고 이제까지 남편을 못마땅하게만 생각했는데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서 보도록 노력하고, 배울 점이라면 배워볼게요.

리뷰를 다 쓰고나니 생각이 정리되는 느낌과 함께 아주 약간 개운한 마음이 되었습니다. (이래서 저자가 글을 쓰라고 한 듯!) 여러분에게도 좋은 변화를 가져다주는 책이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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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영 작가님의 그 유명한 구의증명을 읽어보았습니다!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아쉽지만 '기대하면 실망한다' 였지만... 작품이 별로였단 얘긴 아니고요. 제가 기대를 너무 많이 한 것 같아요.

 


이 책은 카니발리즘을 소재로 하고 있어요. 그런데 거기다가 작가님이 워낙에 또 묘사를 잘 하시는 분이라 마음이 여린 분들은 맘 단단히 잡숫고 읽으셔야 할 것 같더라고요.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가장 밝은 컬러가 회색? 대체로 다 어둡고, 더없이 까말 수 없는 부분도 많았었네요. 저는 한 번도 분홍색, 노란색을 느껴본 적이 없어요. 내용 자체가 그러한데 문체 또한 밝아 보이려 애쓰는 느낌이 없는지라 독자는 구와 담의 안타깝고 처절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받을 수 밖에 없습니다.

이 책의 주인공들입니다. 구는 남자고, 담이는 여자예요. 이 둘은 아주 어릴 적부터 함께 지냈어요. 불우한 가정환경이라는 공통분모가 그들을 더 끈끈하게 만들었을 겁니다. 줄거리를 이야기 해볼게요.

 

 

줄거리

 



구의 부모님은 아이를 신경쓰지 않는 사람들이었어요. 빚만 잔뜩 남기고 뿔뿔이 흩어진 책임감 없는 사람들이었죠. 담이의 부모님은 돌아가셨고요. 후에 곁에 있던 할아버지마저 돌아가시게 되자 담이의 곁에는 승려로 출가했던 이모가 돌아와 곁을 지켜줍니다.

담이와 구는 함께 있을 때도, 함께 있지 않을 때도 늘 함께였어요. 서로가 보이지 않아도 서로의 존재를 느낄 수 있었죠. 그들은 다른 연인들처럼 재미있는 곳을 놀러가고, 맛있는 것을 먹으며 남들 다 하는 추억을 쌓지는 못 해도 언제나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었어요.

구는 도망간 부모 때문에 억지로 빚을 떠안게 되어 열일곱 살 때부터 일을 시작합니다. 온갖 일을 해요. 그러던 어느 날, 공장에서 한 직원의 아이인 노마를 알게 되는데요. 구와 담이, 노마는 순수한 우정을 나누어요. 자전거를 알려주고, 붕어빵을 나눠 먹죠. 하지만 운명은 정해져 있는걸까요. 누가 미리 써 놓은 대본처럼 노마는 한 순간에 이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왜 그 날, 그 시간에, 노마가 사고를 당할 수 밖에 없었는지 구와 담이는 이해할 수가 없어서 큰 혼란에 빠져요.

노마의 일을 계기로 둘은 서로를 조금 멀리하게 됩니다. 그러다 구는 제 집이 있는 한 누나를 알게 되고 연애 비슷한 것을 하기도 하고요. 그 사실을 알게 된 담이는 마음이 아프지만 그래도 언젠가는 그가 돌아올 것이라고 믿고 기다립니다.

그 사이에 담이의 이모가 죽어요. 하지만 곁에 구는 없었죠. 군대에 있었어요, 그 곳에서 담이를 열렬히 생각하고 있었어요. 그들은 각기 다른 공간에서 다른 모양의 슬픔을 느끼며 서로를 떠올리고 있었습니다.

 

형이랑 누나는 사귀는 거 맞지? 노마가 물었다. 구와 나는 애매하게 웃었다. 우리는 사귄다는 단어를 채우고도 그 단어가 보이지 않을 만큼 넘쳐흐르는 관계였다.


후에 이 사실을 알게 된 구는 담에게 달려갑니다. 담은 예상했다는 듯, 올 줄 알았다는 듯, 마치 어제도 만난 사이인 양 구를 받아줘요. 그리고 말하죠. "같이 살래?"

하지만 세상은 그들에게 평화로운 시간을 허락해 주지 않습니다. 특히 빚쟁이들이요. 새 보금자리를 구할 때마다 그들은 그들을 찾아와 괴롭혔어요. 빚은 갚아도 갚아도 줄지 않고, 빚을 갚는 게 아니라 이자만 갚는 느낌이었죠. 그렇게 매일 도망만 치던 두 사람에게 마침내 '여기가 좋겠다' 싶은 곳에서, '이제 겨우 행복을 느껴볼 수 있겠구나' 싶었던 찰나에 그들은 그를 찾아와 기어이 죽여버리고 맙니다.

그렇게 죽은 구를 담은 먹어요. 말 그대로 진짜 먹어요. 시간을 두고 천천히 먹는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렇게 이야기는 끝이 나요.






이 책은 호불호가 매우 강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평이 좋아서 놀랐어요. 인생 책으로 꼽는 분들이 상당히 많더라고요? 아래는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제 생각입니다.

 

 

느낀점

 



구와 담이가 애틋하다 못해 가슴 절절한 사이였단 것은 알겠어요. 하지만 어떻게 그렇게까지 깊은 사이가 되었는지에 대한 장면이 많지는 않아서, 그들의 말로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밖에 없어서 아쉬웠어요. 이게 작가님의 한계라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은 매 장면이 머릿 속에서 영화처럼 자연스럽게 재생 되어 풍성하게 즐길 수 있었거든요.) 제가 의도한 바를 잘 알아차리지 못한 걸 수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이 책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체가 매력적이에요. 깔끔을 넘어 아예 짧은 문장 자체도 많고요. 일부러 이렇게 쓰신 것 같은데, 어떤 분위기를 내고자 함이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여기서도 저는 제 한계를 느꼈습니다. 나중에 다시 읽을 땐 부디 작가의 의도를 알아차릴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재... 책 소개를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었는데요. 소개를 읽자마자 거부감이 사실 있었어요. 지금도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래도 이제는 이해가 갑니다.

그들은 이 세상을 이해할 수 없었어요. 인간은 다른 인간을 해치고, 작살내고, 죽이기까지 하잖아요. 이런 일이 매일 일어나죠. 그런 게 진정한 인간이라면 그들은 인간으로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구는 살아있을 때도 없는 사람이나 마찬가지였는데 그런 구의 존재를 증명할 사람이 담이 빼곤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으니 (그나마 그와 관계가 있는 빚쟁이들은 그의 존재를 부정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사람들이었고) 담이는 구를 먹음으로 그가 영영 여기 있음을 증명 하고자 했던 거예요. 그리고 이 세상의 나쁜 사람들보다 더 오래 살기를 소망했죠.

이런식으로 살다 간 구가 안쓰러워서, 받아들일 수 없어서, 이해할 수 없어서 제 안에 밀어 넣었던 겁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는 늘 함께 있는 거지, 믿으면서 말이예요.

 

몸은 고되고 앞날은 곤죽 같아도, 마음 한구석에 영영 변질되지 않을 따뜻한 밥 한 덩이를 품은 느낌이었다.


어떻게 생각 하시나요? 사실 징그러워요. 사람이 사람을... 말도 안 됩니다. 하지만 이 책에 윤리라는 잣대를 갖다대는 건 반칙인 것 같네요. 그 정도의 마음도 있음을 이해하는 게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그들을 무겁게 짓눌렀던 빚 권하는 사회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누가 그들을 그렇게 만들었는지, 어른들의 책임을 왜 아이들이 져야 하는지, 지금 이 시간에도 구와 담이가 느꼈던 그 때 그 마음을 그대로 느끼고 있는 어린 아이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봐야 한다고 생각해요.






생각할 여지를 많이 주는 책이기 때문에 여운이 길었어요. 왜 인기가 많은지 알겠네요. 개인적으로 저는 담이의 행위보다 구의 생애에 더 초점을 맞추고 보았는데 다른 분께도 그렇게 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안그래도 먹는 행위는 생각을 하지 않으려 해도 자극적인 내용이라 자꾸만 머릿속에 떠오르니까요. 구를 의식해서 지켜봐 주세요.

작가님의 책을 계속 읽어볼 겁니다. 사회를 바라보는 따뜻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이 글에 너무 잘 묻어나 있어서 매번 몰입감 쩌는 다큐멘터리 한 편씩 보는 기분이예요. 묘사를 잘 하셔서 이야기에 푹 빠져드는 황홀한 기분은 덤인 듯 하고요. 이런 작가의 책은 널리 알려져서 많이 읽혀지고 그리하여 더 많은 책을 쓸 수 있게 해드려야 한다는 게 제 지론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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