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영화 '다크 플레이스'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요? 니콜라스 홀트, 클로이 모레츠의 활약이 대단한 영화였죠. 특히 클레이 모레츠의 악녀 연기는 그 때까지의 그녀의 이미지를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은데요. 원작인 책과 내용적인 면에서 크게 다른 점은 없으므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영화로 접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원작인 책을 읽고 리뷰를 남겨보려 합니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과 메시지만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때는 1985년 캔자스 주 키내키.




낡아빠진 농장 옆 엄마 패티와 첫째 아들 벤, 둘째 딸 미셸, 셋째 딸 데비, 막내 딸 리비가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있는데, 있으나 마나에요. 가족을 돌보지 않는 건 물론이고 돈이 떨어지면 찾아와 빼앗아가곤 했거든요.

이 집에 크나큰 비극이 찾아옵니다.

막내 딸 리비와 첫째 아들 벤을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죽임을 당하게 돼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범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모든 정황이 첫째 아들을 향하고 있었기에... 그는 결국 감옥에 갇히고 마는데요.

그가 감옥에 갇히는 데 큰 공을 한 건 데이가의 막내 딸, 리비였습니다. 리비의 증언이 대단한 증거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그녀의 눈으로 그의 범죄행각을 보았다고 진술 했었습니다.


25년 후...




피해자 기부 성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리비.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편지가 한 통 도착합니다. 발신인은 라일. 그는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라일은 그녀에게 한 클럽을 소개시켜 줍니다. 클럽의 이름은 킬클럽. 주로 죽임을 당한 사람과 사건들을 다시금 조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지요. 그 곳에서 그들은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벤? 그는 진범이 아닙니다."

자신의 지난 시간과 생각이 부정 당하는 기분에 리비는 박차고 일어나 분노를 표하고 자리를 뜹니다. 리비는 때때로 오빠인 벤이 보고 싶었지만 그럴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를 감옥으로 처넣은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요.

혼란스러워 하는 리비에게 라일은 리비가 솔깃할 액수의 돈을 제시하며 사건의 전말을 다시금 파헤쳐 보기를 권합니다. 사건에 얽힌 사람들 하나하나를 다시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진실에 도달하길 원했죠.

리비는 돈이 없었습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완두콩만큼의 라일과 같은 생각으로, 결국 그녀는 사건에 얽힌 인물들을 찾아가 보기로 마음 먹습니다.







패티, 미셸, 데비는 대체 누가 죽인걸까?

용의선상에 올라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과연 누가 범인일지 유추해 보세요.


#1.
패티의 남편 러너




술주정뱅이에 변변찮은 직업도 없는 하루살이 러너. 그는 아빠,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찾아올 때는 그나마 있던 작은 돈마저 빼앗아갔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해 가정의 평안을 깨뜨렸죠.

그는 후에 불법적인 약을 판매합니다. 그리고 그 약은 돌고 돌아 자신의 아들인 벤이 사용하게 됩니다.


#2.
벤의 여자친구 디온드라





디온드라는 영화에서 클레이 모레츠가 연기했던 인물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인생 막장이었어요.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건 다 하고 다니는 학생이었죠. 학교를 나가지 않는 건 물론이고, 술과 담배, 약에까지 거리낌없이 손을 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생활습관은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달라진 건 딱 하나, 돈이 필요하니 벤에게 집에서 돈을 구해오라는 요구가 더해진 것이었죠.


디온드라는 잘 사는 편에 속했는데 임신 사실이 발각되면 그녀는 아버지에게 내쫓길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어요. 그래서 벤에게 아예 도망 가버리자는 제안을 합니다.


#3.
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크리시





어린 학생이었던 크리시는 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어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엄마에게서 관심을 끌어보고자 내뱉었던 사소한 거짓말이 눈덩이가 되어 돌아온 결과였죠.

벤의 엄마인 패티는 크리시의 집을 찾아가 그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를 행방불명 상태니까요.

허나 패티는 쫓겨납니다.

그녀가 크리시의 집에서 얻은 수확은 단 한 가지, 피해자가 크리시 단 한 명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4.
크리시의 아빠





딸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아빠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5. 트레이





디온드라, 벤과 함께 어울려 다니던 트레이. 사실상 이 모임의 실세는 트레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보이지 않는 힘은 벤을 더욱 더 절망으로 밀어 넣곤 했어요. 그 세 명은 함께 모일 때 악마숭배를 했고, 술을 마셨고, 담배를 피웠고, 약을 해댔습니다.

그리고 벤의 아빠를 싫어했어요. 그는 내게 빚을 진 사람이라고, 벤이 보는 앞에서 그를 모욕하기도 했고, 그가 없는 곳에서 또한 벤의 아빠를 욕하기도 했죠.



#6. 혼자 죽지 못 하는 사람들을 대신 죽여주는 사람





사고사로 위장해 죽길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죽여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망 보험금이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때때로 있었습니다.



#7. 벤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되었기 때문에 현재 감옥에 있습니다.

사건 당일, 그는 디온드라와 함께 집을 찾았습니다. 돈을 훔치러요.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각이었지만 음, 누군가 잠에서 깨 그의 계획을 방해 했다면요?

그는 여자들이 드글드글한 이 집을 결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품을 공용가구에 올려놓은 것을 보면 끓어오르는 욕지거리를 참기가 어려웠지요. 자신의 남성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이 집과 엄마가 싫었습니다.


자, 그래서...
여러분은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실 추적 스릴러답게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 한 일이 벌어지기도 해요.

데이 가는 왜 그런 비극적인 일을 맞아야 했을까요.


다 읽고 난 지금,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패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그녀의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려 애썼어요. 하지만 각지에서 오는 시련들에 끝내는 모든 걸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벤보다, 리비보다, 저는 패티가 가여웠습니다. 유일하게 순수한 마음을 가졌던 엄마, 패티...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듭니다.

그래서 저는 읽기 조잡하단 생각이 들었고, 집중을 잘 하지 못 했었어요. 하지만 마침내 그 지루한 시간을 견디고 '이 책을 놓지 않기를 잘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즈음 참 기뻤는데... 이 책만 그런 것 같습니다. 저자의 <나를 찾아줘>는 매우 몰입하여 보았거든요.

길리언 플린의 필력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추적하는 스릴러물을 찾고 계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책이 두껍기 때문에 영화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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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1996년에서 1998년 사이 일본에서 일어난 '기타큐슈 감금 살O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이런 책은 대체 왜 만드는거야?' 라고 생각했어요. 작가가 미친 게 분명해, 리뷰에 솔직한 제 심정을 가감없이 털어놓을 예정이었죠.

그런데 중간즈음,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책을 남기면 지인은 물론이고 가족에게마저 정신병원을 권유받을 것 같단 확신이 들었거든요.

알고보니 이 책은, 몹시도 잔인하고도 비윤리적인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소설이었습니다.
범행내용의 수위가 너무 높아 일본 정부가 언론을 통제해 기타큐슈의 지역에만 보도가 되었을 정도로요.

이제까지 많은 책을 읽으며 내용을 공유하고 추천을 해왔었는데, 이 책만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 사건을 모티브로 한 영화 '사랑 없는 숲'도요.

이 세상에는 악한 사람들이 많다는 걸 알려주기 위해 많은 이야기들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옛날에는 아이들에게 이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동화를 만들었다고 하죠. 하지만 이 사건은, 이 책과 영화는, 수위가 지나치게 높아서 당신의 정신을 혼란스럽게 만들 것입니다. 저는 이 책을 일주일간 읽었어요. 내내 소름이 끼치고 '사람'이라는 존재의 무서움에 덜덜 떠는 시간을 보냈습니다. 지금은 겨우 '가스라이팅'에 집중하여 제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 책의 요시오, 실제 범인이었던 마츠나가와 같은 사람이 제 곁엔 과연 없는 것인지를 돌아보고 있습니다.

마츠나가와 같은 사람을 우리는 싸이코패스라고 하죠. 그런데 싸이코패스는 의외로 사람을 죽이기보다 사기를 더 많이 친다고 합니다. 사람을 도구로 보고 제 잇속을 챙기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렇게 돈을 불리는 몇 몇 사람들이 머리를 스쳐지나가네요.

이 책을 통해 가스라이팅의 무서움을 절실히 깨달았습니다. 더 공부하고, 더 조심해야겠습니다.




스포는 최대한 자제하고 이야기를 들려드리겠습니다.






#1.
마야가 경찰에게 털어놓으며 시작되는 이야기





마야는 현재 자신이 학대를 당하고 있으며 자신의 아버지 또한 '그들'에게 죽임을 당했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경찰은 '그들'이 누구인지 알아보기 시작해요.

선코트마치다 403호에는 요시오, 아쓰코가 살고 있었습니다. 요시오, 아쓰코, 마야는 혈연관계가 아니었어요. 둘 중 누가 데려온 딸도 아니었죠.

이야기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2.
아쓰코와 요시오의 첫만남






지나치게 순진하고 착한 아쓰코에게 말을 걸어오는 요시오, 그는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언변을 가진 남자였습니다. 아쓰코는 처음엔 당연히 그를 경계했지만, 아무도 몰라주는 그녀의 상처를 보듬어준 그에게 점차 마음을 열기 시작해요. 그리고 교제를 시작하는데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요시오는 짐승같은 본성을 드러냅니다. 폭력적인 언행과 물리적인 폭행이 가해졌던 것이죠. 하지만 왜인지 아쓰코는 그를 떠나지 못합니다.

마침내, 그녀의 일기장에 적혀진 옛 남자친구의 일은 사건의 발단이 되어주었습니다. 요시오는 과거의 일을 해명하라며 아쓰코를 몰아세우기 시작해요. 궁지에 몰린 그녀에게 '네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 나를 사랑한다면', 담뱃불로 스스로의 몸을 지지라는 지시를 내립니다. 아쓰코는 그 때 분명히 그에게서 도망쳤어야 해요.


#3.
선코트마치다 403호에
고다 야스유키와 마야를 끌어들이다





요시오는 아쓰코에게 남자를 꾀어내라고 협박합니다. 그리고 그녀가 만나게 된 남자는 고다 야스유키. 그는 남자친구가 있는 여자를 만나려 했다는 이유로 요시오에게 발목이 잡히고 맙니다. 그리고 죄책감과 공포감을 세뇌당하죠. 그에게는 고등학생 어린 딸이 있었는데요. 그녀의 이름은 마야였습니다. 그는 그의 딸을 맨션에 데리고 오라는 지시를 받아요.

그렇게 네 사람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합니다.

요시오는 전기고문을 좋아하는 사람이었습니다. 고문을 통해 그 사람이 고통스러워 하면 그 모습을 즐기곤 했죠. 요시오는 딸이 보는 앞에서 고다에게 전기충격을 가합니다. 알몸으로 개구리처럼 뛰어다니는 고다와 그 모습을 지켜보는 딸.

시간이 흘러 어느덧 고문기는 마야의 손에 쥐어졌습니다. 그리고 스위치를 누르기에 이르러요.

숱한 고문과 감시, 억압적인 세뇌와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고다와 마야는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게 되고, 마침내는 서로가 서로의 잘못을 요시오에게 일러바치기까지 합니다. 이른 사람은 벌을 받지 않고, 잘못을 한 사람은 전기고문을 당했거든요.

고다는 결국 죽고 맙니다. 그의 딸의 손에.

요시오는 내가 한 일이 아니라며 왜 그렇게 심한 전류를 흘려 보냈느냐고, 그렇게까지 괴롭혀서는 안 되는 거였다고 마야를 나무라요. 따지고보면, 요시오는 그가 죽는 순간 가담을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세뇌를 시켰을 뿐이죠. 다만, 그건 증거가 없으니까요. 그런 뜻이 아니었다고 하면 끝입니다. 막상 죽인 건 그가 아니었어요.

그리고 죽은 고다의 몸은 마야와 아쓰코가 썰어서 해체하고, 들키지 않도록 만들어 강에 흘려보냅니다.



#4.
선코트마치다 403호에
아쓰코의 가족을 끌어들이다






돈이 필요해진 요시오는 아쓰코에게 돈을 구해오라고 요구하고, 아쓰코는 집에 찾아갑니다. 고다를 해체할 때 사진을 들고서요.

요시오는 당신들의 딸이 누군가를 죽였으므로 경찰서에 가서 죄에 대한 벌을 받아야 하는데, 그렇게 하겠느냐고 묻습니다. 협박이죠. 아쓰코의 아버지는 그렇게 요시오에게 돈을 구해다줍니다.

그런 시간이 지속 되던 어느 날, 요시오는 자신들의 맨션에 아쓰코 일가족을 모두 데리고 와요. 그리고 감금을 시작합니다.

아쓰코의 아버지와 어머니, 언니, 그녀의 남편, 그리고 조카 두 명. 총 6명은 교묘한 이간질과 협박으로 세뇌를 당하기 시작하는데요. 이런 것이었습니다.

고다 때처럼, 잘못을 한 사람을 내게 이르면 그 사람은 벌을 받지 않고, 잘못을 한 사람은 전기고문을 당한다.

왜 이런 바보같은 협박에 세뇌를 당하느냐고요?

사람은 자신보다 우월한 존재를 무의식적으로 두려워하고 또, 그에게 잘 보이고 싶어하는 법입니다. 요시오는 벌을 주는 존재였어요. 요시오가 스스로 '내가 너희들 위에 군림하겠다!' 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가 만든 상황 속에서 아쓰코 가족은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죠. 그래서 아빠의, 엄마의, 언니의, 동생의, 조카들의 잘못을 요시오에게 일러바쳤던 겁니다.

이 뿐만이면 그나마 다행이었겠지만, 요시오라는 짐승은 그만둘 생각이 없었습니다. 아쓰코의 아버지에게 밖에서 돈을 구해오라며 대출을 강요하고, 받아오지 못 하면 고문하고, 아쓰코와 그녀의 언니, 엄마와 육체적인 관계를 갖고, 초등학생과 유치원생이었던 조카들에게도 고문을 가했습니다. 밥은 굶어죽지 않을 정도로만 주었고, 잘못을 하면 욕실에 가두어버렸죠. 방에 있을 때도 편히 있을 수 없었어요. 일자로 서 있어야 했습니다. 잠은 앉아서 자야했고요.

그리고 그러한 나날 속에서 그가 그들에게서 빼앗은 건 돈과 시간, 인간의 존엄성 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가족의 개념도 빼앗았습니다.

아쓰코 가족은 이제는 부모 자식간의 사랑과 포용 같은 것을 기억할 수 없게 되었어요. 요시오는 자신의 눈 밖에 나는 사람은 죽여버리자고 마음 먹었는데요. 절대 자신의 손으로 죽이는 일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의 가족의 손을 빌렸어요.

이를테면, 조카가 이제 10살이 되어 경찰에 진술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는데, 쟤가 이제까지의 네 범행을 불어버려도 괜찮을까? 하는 것이었죠. 가스라이팅이요.

그렇게 부모가 자식을 죽이고, 딸이 부모를 죽이고, 이모가 조카를 죽이는 대참사가 일어납니다.



#5.
신고와 세이코의 평화로운 나날에
끼어든 사부로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자그마한 집을 구해 하루하루 성실하게 일하고, 또 사랑하며 사는 신고와 세이코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어느 날, 사부로라는 웬 곰 같은 남자가 나타나요. 세이코는 그가 자신의 아빠라며 아무렇지 않은 듯 식사를 대접해주고, 당분간 함께 살면 안 되겠느냐는 경악스러운 제안을 하는데요.

사부로는 노숙자처럼 허름한 옷에, 갈 곳이 없는 사람이었어요. 사랑하는 세이코의 아빠라는데 모질게 내칠 순 없었겠죠. 너무나 싫지만 그를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그의 생활패턴을 지켜보니 수상한 점이 한 둘이 아니었어요. 산책을 나가는가 싶어 따라가보면 의자에 앉아 웬 맨션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겁니다. 그리고 어느 날은 한 여자를 쫓아다니고, 그 여자가 공중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온 곳에 똑같이 들어가는 거 있죠? 남자가요.

그러던 어느 날, 신고는 우연히 사부로의 가방을 뒤적거리다가 의문의 간장통 같은 소스병을 발견합니다. 간장보다는 조금 더 붉고 진한 농도의 것.

사부로는 왜 네 개의 피를 가지고 다녔던 걸까요?



#6.
마야와 아쓰코의 상반된 진술






학대받은 고등학생 마야와 처음에는 요시오와 연인관계였던 아쓰코의 진술이 엇갈리는 순간이 옵니다. 처음에는 그럴 듯 하여 몽타주도 만들었어요. 그런데 요시오의 행방을 묻는 질문, 사부로에 관한 질문에 관해서는 서로 상반된 진술을 합니다.

과연 누가, 진실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요?








아무래도 소설이라 실화의 모든 것을 담지는 못한 듯 합니다. 각색 된 부분도 있고요. 저는 이 책을 읽고, 사건을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았는데요. 실상은 이보다 더 잔인했습니다.

어디서든 사람을 죽이고, 사건을 은폐하고, 죽은 몸을 쓰레기 버리듯 처리하고, 아무 일 없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냥 죽이는 것 뿐만이 아니라 잔인하게 훼손하는 사람들도 있죠. 한 명만 죽이는 게 아니라 여러 명을 죽이는 사람들도 있고요.

저는 개중에서도 마츠나가와 같은 사람들이 가장 소름 끼칩니다. 인간을 죽이는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아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고, 내게 해를 끼칠 것 같으면 다른 사람에게 짓밟고 처분해 버리라고 지시하죠. 그들에게 상대의 인격이나 존엄성은 관심 없습니다.
그는 재판 당시 법정에서도 만담을 하듯 이야기를 했다고 하는데요. 죄의식은 눈을 씻고 찾아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사진을 보면 나는 무고라는 듯 당당한 미소를 지은 모습마저 포착이 됩니다.

저는 그래도 인간이므로, 사회 안에서 살아가야 하는 존재이므로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어도 인간의 선함을 믿어 왔습니다. 그런데 아니네요.

마츠나가나 유영철 같은 사람들은 인간의 탈을 쓴 짐승이에요. 같은 인간이라고 보아서는 안 됩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교화가 될 수 없는 존재들입니다. 애초에 인간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책을 계기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다른 사람을 이용하고 죽이는 사람들을 더욱 경계하고 멀리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끝으로, 하이라이트 나누겠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면 모든 범죄에 이유를 밝힐 가치가 없다. 절도든, 살O이든, 치한이든 엿보기든 범죄는 범죄다. 나쁜 것은 나쁘다. 이유가 있는 없든 용서받을 수 없다. 범죄 사실만 확인되면 그에 맞는 벌을 준다. 그거면 된다.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리면 끝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면서도 사람은 범죄의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범죄가 발생하는 정신적, 사회적 구조를 해명하고 범죄자를 이해하려고 한다. 거기에서 도출된 이론을 통해서 범죄를 예방하고 사회질서를 유지하려고. 하지만 그게 과연 전부일까.

인간은 무서운 것이 아닐까. 자신이 피해자가 되는 건 당연히 무섭지만, 가해자가 되는 것도 똑같이 무서운 일이다. 자기 안에도 범죄의 싹이 있을 수 있다. 지금은 괜찮더라도 언제 자신도 범죄자가 될지 모른다. 그래서 알고 싶은 것이 아닐까.

자신과 범죄자는 뭐가 다른가. 범죄자가 되는 사람과 되지 않는 사람과의 경계선은 어디에 있는가. 가장 무서운 일은 그 경계선이 없는 것이다.

우메키 요시오를 체포하고 범행 이유를 자백시켜서 그의 지난 인생을 바라보았을 때 자신들과 요시오 사이를 구분 짓는 경계선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게 가장 무서운 일이다.




극 중 아쓰코의 실존 인물인 준코는 실은 마츠나가의 지시와 세뇌에 의해 벌인 일들임에도 불구하고 무기징역을 선고 받았습니다. 1심에서는 사형을 선고 받았었지만 준코의 심리상태와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모습 등을 보고 법원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이죠.

마츠나가는 법망을 빠져나가기 위해 준코와 그의 가족들에게 서로가 서로를 죽이라고
가스라이팅 했습니다. 그렇게 피해자가 순식간에 가해자가 됐어요. 준코의 아버지와 그녀의 언니의 남편에게는 그녀가 저지른 범행의 흔적을 지우도록 시켰습니다. 증거은닉을 함으로써 그들은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 됐고요.

죄를 짓도록 만드는 겁니다. 인간은 피해자가 되는 일도 무섭지만, 가해자가 되는 일도 똑같이 무서운 것이라는 심리를 이용한 것이죠.

그래서 이렇게 사람을 망가뜨리는 교묘하고도 치밀한 가스라이팅이 그 무엇보다 무섭다는 겁니다.


"납땜인두... 물론 그 이야기만으로도 무섭지만, 이제 별로 놀라게 되지 않는 저 자신이... 저는 더 무섭네요."

분명 사람은 익숙해진다. 즐거운 일에도, 괴로운 일에도, 상냥함에도, 미움에도. 남에게 상처 주는 일에도.




강한 자극을 받으면 더 강한 자극을 찾게 돼요. 도파민에 중독된 뇌는 그래서 무섭다고 하죠. 제가 요즘들어 생각하는 말이 있습니다. '상황은 여기서 더 나빠질 수 있다.'

내가 지금 최악의 상황에 놓여있다 하더라도 내 사정은 개의치 않고 상황은 얼마든지 더 나빠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내가 하는 일이 비윤리적이고 상식적이지 않다면 멈춰야 합니다. 익숙해지기 전에. 나도 모르는 새 그 강도를 더 높이기 전에요.


"녀석들은 다른 사람들을 동족으로 생각하지 않아요. 단순히 먹잇감으로만 보죠. 사랑도 하지 않고, 동정도 하지 않아요. 양심 따위는 아예 처음부터 가지고 있지 않고. 인간 시늉을 하며 상대를 속이다가, 본성을 드러내서 인정사정없이 공격을 시작해요.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괴롭혀서 돈을 토하게 하고, 그야말로 골수까지 빨아먹고, 그리고... 최악의 경우에는 죽여서 버리죠. 그게 녀석들이 살아가는 방법이에요. 일상이죠.

더 나쁜 건, 녀석들이 인간 사회의 규칙을 숙지하고 있다는 거예요. 절대 머리가 나쁘지는 않아요. 그저 그 규칙을 따를 생각이 없는 거죠. 그 정글에서 인간을 먹잇감으로 해서 자신만 살아남으면 된다고 생각해요.

그런 놈들이 분명히 있어요. 사람의 탈을 쓴 짐승 말이에요. 하지만 슬프게도 사회는 그걸 인식하고 있지 않아요."




마지막입니다.


"부모 얼굴을 보고 싶다는 말이 있어요. 아마 외국에도 비슷한 표현이 있을 거예요.

사람은 개개인의 인간성이 그렇게 된 이유를 양육 방법에서 찾는 경향이 있어요.

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렇겠죠. 하지만 예외도 있어요. 내가 교도소에서 만난 사기꾼이 정말 그랬어요.

뭐 하나 부족한 것 없이 자라고 집도 유복했던 것 같은데 부모나 다른 사람에 대한 애정이 없어요. 사회는 먹잇감으로 넘치고 있어서 그걸 다 먹어치울 생각이었다고 진지하게 말했어요. 처음에는 강한 척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아직 복역 중인데, 가능하면 평생 교도소에서 못 나오게 했으면 싶어요. 아니, 내보내서는 안돼요.

놈들을 교정하고 교육시키는 일은 불가능 해요. 우리 인간들이 할 수 있는 건 놈들과 철저하게 접촉을 피하는 것뿐이에요.

그러지 못한 경우에는 싸우는 수밖에 없어요. 같은 인간이라고 방심했다가는 반드시 험한 꼴을 당해요.

녀석들과는 공존할 수 없어요. 녀석들은 사람이 아니에요. 사나운 짐승이에요."




인간의 탈을 쓴 짐승들을 경계해야겠습니다. 멀리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보는 눈을 길러야겠어요. 상종하지 않고, 교도소에 갇히기를 기다릴게요.

짐승의 성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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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해연 작가의 작품입니다. 정해연 작가는 '유괴의 날', '구원의 날', '선택의 날', '홍학의 자리' 등의 작품을 써낸 분인데요. 홍학의 자리를 재미있게 읽어서 이번에도 기대를 가득 품고 읽었더랬죠.

'못 먹는 남자'의 장르는 특수 설정 스릴러입니다. 판타지 요소가 있어요. 사람이 다른 사람의 죽음을 볼 수 있다는 설정이죠. 판타지 장르를 좋아하지 않아 초반엔... 살짝 걱정이 되더군요.

이 책의 특징을 먼저 정리하고 이야기를 드리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참고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남겨봅니다!

이 책의 특징🎨



1) 장르는 특수 설정 스릴러다. 죽음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주인공이며 주인공은 누가, 언제, 어떻게 죽게 되는지 미리 알 수가 있다.

2) 읽다보면 장면들이 영화처럼 펼쳐진다. 영화화를 염두에 두고 집필을 하신 게 아닌가 싶은 정도!

3) 디테일이 부실하다.
- 목숨을 주고 받는 데 돈으로 거래하는 건 못된 짓이라고 하면서 막판엔 왜 3억을 받은건지(그 돈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 칼을 여러 번 맞은 주인공은 링겔을 잡아 뜯고 치료 도중 병원에서 나왔는데 그 상태로 어떻게 그렇게 잘 달리고 도망도 잘 치는지, 아파야 하는 게 정상이 아닌지.
- 주인공의 라이벌인 '중개인'은 초반엔 주인 없는 집에 먼저 들어와 있을 정도로 신출귀몰한 모습을 보이더니 나중엔 왜 최석태의 부하들에게 쫓겨 다니기만 했는지 등등...

4) 영화로 치면 시즌 2가 꼭 나와야 할 것 같은 마무리로 끝이 난다.


여러모로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못 먹는 남자'였습니다. 같이 보실까요?





과거,
초능력이 생기게 된 이유☄️




이야기는 2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화학공장 신재생에너지 개발팀 연구실이에요. 두 명의 아이, 두 명의 아빠가 있었죠.

두 명의 아이 중 한 명은 제영이였습니다. 제영은 아이의 돌발행동에 당황하는데요. 아이가 가스유출 버튼을 눌러버렸기 때문입니다.

제영의 아빠는 마음 아프지만 더 많은 인명피해를 막기 위해 문을 내려버립니다. 한 명의 희생이 아니면 수많은 사람들이 영문 모를 피해를 입어야 했으니까요. 반면, 아이의 아빠는 아이를 구하려 했습니다.

그리고 그후... 아이의 아빠는 아이를 원망하며 살고, 제영의 아빠는 죄책감을 갖고 삽니다.

또, 두 아이에게는 기묘한 능력이 생겼습니다. 내가 아는 사람이 언제 어떻게 죽을 지 알 수 있는 바로 그 능력이요.


초능력의 3가지 법칙🪬




그 능력(누군가에게는 '저주'라는 표현이 어울리지만 편의상 능력으로 칭함)에는 3가지 법칙이 있습니다.


  • 첫째, 죽음이 보이는 대상은 자신이 얼굴을 아는 사람이다.
  • 둘째, 생의 운명은 바꿔도 사의 운명은 바꿀 수 없다. 죽음의 대상은 반드시 죽는다.
  • 셋째, 다른 사람이 대신 죽으면 죽음의 운명을 피할 수 있다.


제영🌕




제영은 먹지 않습니다. 먹으면 자꾸 내가 아는 사람의 죽는 모습이 보이니까요. 그리고 그 어떤 죽음도 잔혹하지 않은 것은 없었습니다. 교통사고로 깨진 머리에서 흐르는 뇌수, 튀어나온 살점들, 덜컥거리며 빠진 목뼈와 늘어진 혀, 다리 사이로 흐르는 오물의 장면을 봐야만 했죠. 그 기억이 괴로워 제영은 먹지 않습니다.

능력이 생긴 걸 알고 난 후 제영은 누군가의 죽음을 막아보려고도 했어요. 그림처럼 펼쳐지는 기억이라 잘만 하면 날짜와 시간을 추측할 수 있었거든요. 하지만 그 시도는 무참히도 실패하고 맙니다.

그렇게 아버지를 잃어요.


아이(중개인)🌑




아이도 타인의 죽음을 볼 수 있는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그 능력을 자신의 배를 불리는 데 써요. 죽음의 운명을 앞두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말하죠.

몇날 며칠 몇시, 당신은 죽을 운명이다. 이 운명을 바꾸고 싶다면 당신 대신 누군가 죽어야만 한다. 내게는 그만한 가치 즉, 돈을 주어야 하고 당신 대신 죽어야 할 사람에게도 거액의 돈을 주어야 한다.

자신은 대신 죽을 사람과 운명을 거부하는 자를 중개해주는 사람이므로 '중개인'이고, 누군가를 대신해 죽는 것은 '대신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운명을 거부하는 제영,
운명을 이용하는 중개인🌛🌜




죽음을 보는 사람이 자기 자신 뿐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제영은 그 길로 중개인을 찾아 나섭니다. 이미 한차례, 제영의 회사 사장 대신 누군가 대신 죽은 걸 목격한 직후라 불의한 상황에 화가 난 상태로요. 하지만 그런 제영을 가볍게 제압한 중개인은 그의 머리를 누르고 어떠한 장면을 보게 합니다.

불법 업소 앞에 서 있는 한 남자. 그 남자는 그 업소에 들어가려는 남자들을 붙잡고 부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남자는 그 업소에서 일하게 된 딸을 지명하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하고 있었어요.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을 갚지 못 해 이지경까지 오게 된 것이었죠. 그 남자는 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자신의 목숨과 돈을 맞바꾸려 합니다. 딸을 이 시궁창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으니까요.

동시에, 부자인 최충묵은 죽을 운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거부해요. 그래서 중개인의 제안을 받아들입니다. 가진 게 돈이고, 더 오래 살 수 있다니 그에겐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이었을테죠. 안타깝게도 그는 대신 죽을 사람에 대한 미안한 감정을 가지지는 않았습니다.

이 모든 사실을 알게 된 제영은 화가 치솟아요. 인간이라면 이래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운명을 거스르려는 대신사를 막아보려 합니다. 최충묵이 죽기로 예정되어 있는 날, 대신 죽으러 가는 남자를 위해 일부러 교통사고를 내요. 그래서 남자는 살았죠. 두 번째 법칙을 기억하시나요?

죽음의 대상은 반드시 죽는다.

이번엔 운명이 그 누구도 데려갈 수 없었지만 곧 또 찾아옵니다. 중개인도, 제영도 최충묵의 죽을 모습을 미리 봤어요.

이번엔 과연 죽을 사람이 죽을 수 있을까요? 아니면 대신사가 성공할까요.








생각해 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딸을 위해 돈을 받고 목숨을 팔려고 한 남자의 이름은 김충수였어요. 하지만 딸을 위한 선택이었다는 그 생각이 정말 딸을 위한 것이었을까요? 김충수의 생각에 더욱 확신을 불어넣은 조건은 자신이 뇌종양이라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는 겁니다.

그래, 어차피 죽을 거, 딸을 살리고 가는 게 조금이라도 더 좋은 쪽이라고 생각한거죠.

하지만 수술을 해도 무조건 죽는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살기 위해 노력하세요. 그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아저씨는 딸을 살리게 될 거예요. 누구보다도 내가 잘 알아요."



실질적으로 돈도 필요했습니다. 돈 때문에 업소에 묶여있었으니까. 당시 제영에게는 아버지가 남기고 간 돈이 있었는데요. 그 돈을 김충수에게 주어요. 그리고 부탁합니다. 살기 위해 노력하라고. 그게 진짜 딸을 살리는 길이니까 살기 위해 노력하라고요.

여러분은 만일 김충수와 같은 입장에 서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하시겠어요? 소설은 제영이 빚을 갚아주었지만 실제로는 당장 월세 낼 돈도 없는 상황이라면요.

이 책은 제게 올바른 선택을 해야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만은 말문이 턱 막혔어요. 김충수의 마음이 너무나 이해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분들의 생각도 궁금해졌습니다.


제영과 솔지👫🏻




제영은 밥을 먹지 않아 영양실조로 응급실에 실려온 게 한 두번이 아니었어요. 그 때마다 간호사들은 또 왔네, 하며 큰 관심을 두지 않았었고요. 그런데 솔지는 달랐습니다. 왜 밥을 먹지 않느냐면서 그를 다그치고, 화내고, 걱정했죠.

왜냐하면 제영을 볼 때마다 먹고 싶어도 먹지 못 하고 돌아가신 자신의 아버지가 떠올랐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유독 예민하게 반응했던 겁니다.

중개인을 피해 도망다니는 와중에도 제영은 솔지의 그러한 따스함을 떠올렸고, 자신에게 시간을 내주지 않는 바쁜 제영에게 솔지는 끝까지 관심을 거두지 않았습니다.

피할 수 없고 바꿀 수 없는 운명🃏



중개인은 계속해서 제영을 노리고 있습니다. 자신의 일을 방해하는 제영을 죽이기 위해 미행을 하고 기습도 마다하지 않아요.

이야기가 거의 끝나갑니다.

제영의 눈에 솔지의 죽음이 보여요.

보이자마자 달려간 응급실에서 그는 솔지를 마주하게 되는데요. 솔지도 마찬가지로 운명을 피하지는 못 합니다.

그녀는 과연... 운명을 거스르고 살아날 수 있을까요?

이후의 이야기는 책에서 확인해 주세요.







솔지가 운명을 맞이하는 순간을 미리 본 제영이 응급실로 달려갔지만, 독자인 저는 또 한 번 의문을 품었습니다. 제영이 죽음을 보았을 때, 배경이 응급실인 건 알 수 있었지만 그 날이 언제, 몇 시인지는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건 내일일 수도 있었고, 일주일 후 였을 수도 있었습니다. 바로 달려가 그녀를 보게 된 건, 그저 운이 좋았기 때문이라고 치고 넘어가면 될지요?

그런데 이렇게 '그런 걸로 치고' 넘어가는 일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래서 디테일이 부족했다고 느꼈고, 이런 부분들은 아쉬웠어요.

하지만 필력이 상당하신 작가님이라 이 책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읽었는데요. 전개가 빠르고, 묘사가 잘 되어있어 어렵지 않게 상상하며 보았어요.

그런데 영화화가 된다면 과연 제영과 중개인, 솔지는 어떤 배우가 그 몫을 따내어 갈 지,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제가 벌써부터 걱정이에요. 제영은 몹시 말라야 하니까요. 글쎄요, 여러분? 어떨 것 같으세요? 어느정도 마른 게 아니라 아주 깡! 말라야 할텐데... (이 책이 언젠가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반가울 거예요. 캐스팅마저도 즐거운 상상입니다.😇)

저는 정해연 작가님의 '홍학의 자리'도 이미 읽었고, 리뷰까지 적어두었습니다. 업로드 예정이네요. 다음엔 '유괴의 날'을 읽어보려 해요. 유명한 작품이죠? 기대해주세요.

그럼 여러분도 즐거운 시간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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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영화로 접한 분들도 많을거예요. 동그랗게 뜬 눈을 위로 하고 누군가를 직시하는 눈빛은 연출된 이미지였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죠.

2014년 개봉된 <나를 찾아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이었는데요. 이 영화는 개봉 전, 책으로 먼저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작가는 길리언 플린. 여성 작가이며, 스티븐 킹을 비롯해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습니다. ('예리하고 강렬한 진짜 스토리텔러', '피가 난무하지 않는 서스펜스를 쓸 수 있는 작가') 아마존 종합 1위, 뉴욕타임스 소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네요.




이 책은 결혼기념일 아침에 갑자기 사라진 아내와 그녀를 죽인 용의자로 의심 받고 있는 남편을 통해 인간의 어두운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남편인 닉의 시점을 따라가다보면 숨통이 조여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이야기는 아내인 에이미, 남편 닉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 됩니다. 제 글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이 점 유의하며 읽어주시길 당부 드려요.


사라진 에이미




닉과 에이미의 결혼기념일 5주년 날.

에이미는 사라집니다. 닉은 열려있는 현관에서 자신의 집을 보곤 놀라요. 마치 그녀가 싸움을 한 후(혹은 폭행을 당한 후) 사라진 것처럼 집이 어수선 했으니까요.

도착한 경찰은 보여지고 있는 흔적, 숨겨진 흔적을 따라 범인 찾기에 착수합니다.


유력한 용의자 남편, 닉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남편인 닉을 가리킵니다. 그는 알리바이가 없었거든요. 아내가 사라진 시간에 다른 곳에서 사색을 즐기고 있었다고 했지만 증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론다 보니 형사는 사라진 에이미가 남기고 간 편지 한 통을 발견해요. 그 편지는 보물찾기를 하듯 다음 편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있는 일종의 단서였죠. 닉은 보물찾기를 결혼기념일마다 에이미가 늘 해오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편지가 있는 곳은 모두 닉이 유죄임을 알려주고 있었어요. 그리고 닉만 알았어요.

자신이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걸 에이미가 알고 있었다는 것을요.

모든 단서는 내가 바람을 피운 장소에 숨겨져 있었다. 에이미는 보물찾기를 이용해서 나로 하여금 모든 부정의 현장을 순례하도록 만든 것이다.



닉의 내연녀, 앤디




닉은 그의 쌍둥이 남매인 마고의 집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의 집에 웬 여자가 찾아와요.

앤디.

1년 가까이 닉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

닉은 그녀를 사랑했지만 이 상황에서 그녀의 등장은 위험할 것이라고 판단해 돌려보내려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본능에 충실할 뿐...

설득이 되지 않은 채로 돌아간 앤디를 배웅하고 돌아선 닉의 앞엔 실망한 고가 서 있었습니다.


들끓는 민심




닉의 사무실에는 여자 팬티들이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내역에는 막대한 금액으로 쇼핑을 한 흔적이 있었는데 그 물건들은 고의 장작 헛간에 숨겨져 있었고요. 에이미가 사라지기 전, 그녀의 생명 보험금이 상향되는 쪽으로 수정이 된 건 닉이 서명을 한 것으로 드러나 그는 이제 본격적인 경찰의 추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에이미가 시킨 것'이라는 그의 주장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제 집 앞에서 술 한 잔 사 먹을 수 조차 없는 처지가 됩니다.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내 에이미가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그는 '뻔뻔한 남자'가 되었어요.


에이미... 어디 있어?




그 시각, 에이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고 있었습니다.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계획 해놓고 경찰이 그 선물들을 하나 하나 푸르며 남편인 닉의 숨통을 조여주길 바라고 있었죠.

에이미는 더는 이 결혼 생활이 즐겁지 않았거든요. 처음 만났을 때 닉은 에이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썼는데, 이젠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그에게 분노를 느꼈어요. 그래서 언제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남편의 약점을 이용한 계획을 세웠던 거예요.

그녀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이 소수 모여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요. 곧, 그들에게 돈을 빼앗겨 거지 신세가 되지만요.


'어메이징 에이미',
그리고 그들의 결혼생활




에이미는 자신에게 관심 없는 닉에게 서운함을 토로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어요. 그런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에이미에게 무관심해진 닉은 마침내 그녀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어요.

나는 닉의 아내가 아닌 것 같다. 사람인 것 같지도 않다. 나는 소파나 뻐꾸기시계처럼 싣고 내려지는 존재다. 물건, 그것도 쓸모없는 물건. 나는 필요하다면 쓰레기장에 던져질, 강 속으로 집어 던져질 어떤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진짜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에이미의 부모님은 에이미를 모델로 삼은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책 시리즈로 큰 인기와 부를 얻었는데요. 책과 실제 에이미 사이엔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실제 에이미는 무언가를 포기했지만, '어메이징 에이미'는 좌절을 딛고 일어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많은 사람들은 '어메이징 에이미'를 부러워 했어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새 에이미에게 강박이 생겼나 봅니다. 책 속의 여인처럼 완벽하고 쿨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랬죠. 닉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어요. 꾸며진 모습을 보여준 거예요.

결혼은 서로의 진짜를 드러내고 상대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모난 부분들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인데요. 그들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어요.

에이미는 이 사실을 견딜 수 없어 했고요.

상상할 수 있는가? 마침내 당신의 진실한 자아를 당신의 배우자이자 소울메이트에게 보여줬더니 그가 당신을 싫어한다. 그렇게 처음으로 증오가 싹텄다. 나는 이 문제를 아주 오래 생각했다. 나는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에게 뼈에 사무친 조언을 남길 정도로...

에이미는 닉과 살기 시작했을 때, 닉이 가위 하나 없는 걸 보고 어떻게 문명인이라 할 수 있느냐고 했어요. 닉은 그런 그녀의 말을 웃어 넘겼고. 훗날 에이미는 자조해요. 그리고 충고하죠.

변변한 가위 하나 없는 남자와는 절대 결혼해선 안 된다고. 그런 결혼은 끝이 나쁘다고요.


에이미의 심경변화




에이미는 닉을 감옥에 보내고, 그리고 자기 자신도 죽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 오는 닉의 모습에 점점 마음을 바꾸는데요.

비로소... 듣고 싶었던 말을 듣고서야 에이미는, 계획을 중단합니다.

정말이지 사실이다. 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야 우리는 깨달은 것이다. 닉과 내가 천생연분이라는 것을. 나는 조금 넘치고 그는 조금 부족하다. 나는 우리 부모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잔뜩 곤두선 가시나무이고, 그는 아버지에게 찔려 수많은 상처를 가진 남자다. 나의 가시와 그의 상처는 서로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나는 집으로, 그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그 당시 에이미는 데시의 공간에 머물러 있었어요.

데시는 20년 전, 에이미와 연인사이였으나 헤어지고 난 후 죽겠다는 소동을 일으킨 바 있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에이미 실종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기도 했고요.

에이미는 빈털터리가 된 후 데시에게 연락해 그의 마음을 이용했지만 필요가 없어지자 깨끗이 없앱니다. 이 역시 주도면밀하게요.


돌아온 에이미




닉은 숨 쉬듯 에이미를 욕하고 있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에이미에게 용서를 빌고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 했지만 진심이 아니었어요.

그런 닉 앞에 피투성이가 된 에이미가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닉이 '아내를 죽였지만 증거가 없어서 잡혀가지 않는 파렴치한'이라고 단정을 짓고 있었는데, 에이미의 등장과 함께 '아내를 잃었을 뿐이었던 가여운 사람'이었다고 다시금 떠들어대기 시작합니다.

에이미는 경찰에 진술합니다. 데시가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실종 첫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몹쓸 짓을 했는지.

단 한 사람... 닉만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요.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순간 한 손에 칼을 든 그녀가 복종하지 않는 나를 향해 입술을 앙다무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다시 돌아섰다. 그렇다, 나의 아내는 결코 등을 보여줘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건네지는 임신 테스트기. 닉은 그녀가 돌아온 뒤 한 번도 그녀를 안은 적이 없어요. 이건 언젠가 그의 것을 보관해 두었다가 닉을 옭아매려 그녀가 꾸며낸 짓이었어요. 평생 자신과 이혼할 수 없도록요.

처음 그들이 만났을 때처럼 다시 한 번 더,

자신에게 애정과 헌신을 쏟기를 바라면서요.







이 책을 다 읽고...




각기 다른 집의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에이미는 자신의 부모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평생에 걸쳐 받았어요. 그들은 '어메이징 에이미', 즉, 그들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에이미를 너무 많이 사랑했죠.

닉의 아빠는 여자를 혐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여자들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을 하고 다녔죠. 그 여자들이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저 자기 자신의 자격지심, 수치심, 결핍과 분노가 만나 스스로를 가해자로 만들고 뭇 여성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었어요.

닉의 엄마는 아들을 마마보이로 키운 여자였습니다. 자기 혼자서는 집안일을 할 수 없는 남자로 키웠어요.

네... 그런 두 사람이 만난겁니다. 🤦🏻‍♀️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죠. 자신의 안에서는 항상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완벽의 모습을 가장하고 있다는 것이요.

마침내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이 또 다른 하나가 될 때 그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야만 하는데, 에이미와 닉은 상대의 욕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서로에게 실망하고, 마침내는 자기 자신에게도 실망해 버린거죠.

불행의 씨앗은 두 사람이 자라온 집안 환경에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거예요. (물론, 부모들도 일부러 잘못되라고 그런 건 아닐테고 살다보니 그리 된 것이겠죠.)

저는 이 책을 읽고, 나도 언젠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어른이 될까 겁났습니다. 니가 나였어도 그랬을 거야, 그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단 하나의 선택이었어, 괴로움을 호소하는 자식 앞에서 내 인생을 설득하는 어른이 될까 두렵더라고요.

자식을 낳았다면 자식의 입장을 생각해야 해요. 그러기 싫으면 낳지 말아야죠.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 자식을 키웠는데도 예상치 못 하게 나 때문에 괴로워 할 수 있어요. 그럴 땐 에이미와 닉의 부모처럼 방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늦게나마 이해라도 해보려 노력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위한 더 좋은 선택이 있었을 텐데, 내 생각이 짧았어, 반성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렇다고 에이미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성격이 형성된 원인을 이야기 했을 뿐... 죄를 지었다면 죗값은 받아야죠.)







이야기는 닉과 에이미의 시점이 교차되어 책인데도 꼭 영화를 보는 것 같아 재밌었습니다. 스릴러물 답게 중간 중간 반전과 극적인 전개가 책에서 손을 떼지 못 하게 만들었고요.

에이미는 당신이 살면서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 사람은 대체...' 싶을 거예요. 장난스레 말하자면, 에이미는 파워J 성향이에요. '참 대~단하다...' 싶으실 수도 있어요.

에이미의 세계를 엿보고 싶으신 분들은 책으로든 영화로든 한 번 접해보시길 권합니다. 👍🏻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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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완전한 행복>을 펴낸 소설가 정유정님이 극찬을 한 책!


"작가로서 '내 것을 빼앗겼다'는 기분이 드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 안 쓴 게 아니라 생각조차 못 했으면서 빼앗긴 듯 억울한 이야기. 이 소설이 그렇다."




이런 감정을 저도 느껴본 적이 있어서 공감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저는 작가님과는 다르게 책에서보다 이 책을 쓴 작가에게 더 큰 감동을 받았어요. 바로 이전에 '사라진 여자들'이라는 책의 리뷰를 쓴 적이 있거든요?

2023.07.11 - 《메리 쿠비카 - 사라진 여자들》 서스펜스와 반전이 대박인 책. 범인은 과연?

《메리 쿠비카 - 사라진 여자들》 서스펜스와 반전이 대박인 책. 범인은 과연?

저자는 , , , 라는 책을 써냈어요. 그녀의 책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 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 '사라진 여자들'은 출간 전부터 TV 드라마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

hyunaver.tistory.com


재밌다는 말은 차치하고 이런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싶었거든요. 두 번째 작품을 읽고난 지금은 그저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재능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뜻이예요.

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요. <사라진 여자들>이 더 재밌긴 해요. <디아더미세스>는 그에비해 조금 난해한 편인 것 같고... 심리 스릴러물이라는 장르로 비교를 하면 <디아더미세스>가 우세했다고 봐요. 후반부의 속도감은 작정하고 썼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상당했거든요.



 
 


넷플릭스에서 영화화 한다고 알려져 있는 '디아더미세스'는 전 세계20개국에서 번역 출판 되었고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합니다.

책만 읽어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고 스릴이 넘쳤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어떤 느낌일지 정말 기대 돼요. 책의 주인공인 세이디와 윌의 캐스팅도 참 궁금하고요.

이 책은 세 여자의 시선이 교차되며 진행됩니다. 세이디, 카밀, 마우스. 그리고 후에 세이디의 남편인 윌의 시점이 나오는데요. 스포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각각의 인물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세이디👩🏻‍⚕️




산부인과 의사인 그녀는 집안의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엄마의 역할도 나름 잘해내고 있습니다. 어느날, 아들 오토의 학교에서 연락을 받아요. 오토가 매우 위험한 물건을 학교에 가지고 왔다는 연락이었죠.

학교로 달려간 세이디는 오토의 입에서 "엄마가 가지고 가라고 해서", "엄마가 시켜서"와 같은 말을 들어요. 그녀는 당황했지만 어째서인지 오토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네요.

이와중에 병원 업무는 너무 과도했어요. 말그대로 심신이 피로했습니다. 하필이면 그 때 남편의 외도 사실까지 알아버리게 되고 말고요.

남편 윌의 누나인 앨리스가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윌의 가족은 앨리스가 유산으로 남긴 집으로 이사를 가기로 합니다.

그 집엔 앨리스의 딸인 이모젠이 살고 있었어요. 아직 어린 이모젠을 보살피고 함께 살 생각으로 이사를 했는데 이모젠은 윌의 가족, 특히 세이디에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세이디가 이모젠의 방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위협을 가할 정도로요.

앨리스가 살던 이 집.

음산하고 황량하고 처연한 냄새가 감도는 이 곳은 유쾌하지 않은 곳입니다. 그리고 곧 이웃인 모건이 죽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네요.

그런데 사람들은 왜 자꾸 세이디를 범인으로 모는걸까요? 진범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라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진실을 파헤치려 하고 있는 세이디에게. 그녀도 당황했는걸요.


카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만난 윌이라는 남자에게 한 눈에 빠진 카밀. 어느 날 밤 그와 파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그 장소엔 카밀 대신 앨리스가 나가게 됩니다. 그로인해 그들은 사랑을 시작하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지요.

카밀은 그런 세이디를 미워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결혼을 한 후에도 윌을 향한 마음을 접지 않고 몰래 지켜보고, 유혹하고, 틈만 나면 그의 눈에 띄려 갖은애를 썼어요. 그녀는 과연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마우스🙍🏻‍♂️




엄마를 여의고 아빠와 행복하게 살고 있던 마우스에게 갑자기 새엄마가 생겼어요. 새엄마는 아빠가 있을 땐 마우스에게 잘해주고 아빠가 없으면 마우스를 학대했습니다. 변기물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집에 가둘 정도로요.

마우스는 괴로워해요. 하지만 아빠에게 말하지 않죠. 왜냐하면 아빠는 새엄마를 사랑하는 것 같고, 어쨌든 본인만 참으면 아빠가 생각하는 이 가정의 평화는 지속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가정폭력을 당한 마우스는 가여운 아이예요.


윌👨🏻‍💼




세이디의 남편이자 만인의 인정과 부러움을 사는 완벽한 남자. 바쁜 세이디를 대신해 군말 없이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도 돌보고 세이디의 상태까지 살펴봐줘요.

그의 단점이라면 아내인 세이디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 왠지 모르게 그는 세이디가 무슨 말만 하면 '네가 예민해서 그래', '왜 그렇게까지 생각하는거야?'와 같은 면박을 줍니다.

저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요. 정말로 세이디가 남보다 유별나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랬던건지 별 일이 아닌데도 부풀려 고민 하는 세이디가 걱정이 되어 달램의 의도로 그랬던건지는 지켜볼 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인상적이었던 하이라이트🫗

 

축축한 흙과 비릿한 바다, 우거진 숲의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전혀 집같이 느껴지지 않는 냄새였다. 길가에 내려앉은 적막함이 불편했다. 소름 끼치는 고요함, 사람을 긴장시키는 적막함 속에서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 안전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주택 단지로 이사온 세이디. 특히 이 동네는 더 그래요. 사람이 죽어나가고, 다른 사람들은 자꾸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고, 사람 사는 정이라곤 찾아보기가 어려운 곳이죠.

언젠가 '지나치게 고요해서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럽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적막이 소음보다 시끄럽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개들이 뛰쳐나갔다. 얼마 전부터 파기 시작한 마당 한구석으로 곧장 달려갔다. 최근 들어 개들이 이상할 정도로 땅 파기 놀이에 집착해서 신경에 거슬렸다. 땅을 파지 못하게 주의를 주려고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범인을 추리하는 데 있어 큰 힌트예요. 하지만 무엇을 숨겨놓았는지 누가 숨겨두었는지는 말하지 않을게요.

창문을 통해 윌이 뜨겁게 타오르는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다리를 꼰 채 깊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신나게 웃으며 뛰어다니던 테이트가 윌의 옆을 지나자 윌이 배를 간질였고, 아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테이트가 윌에게서 도망쳐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고, 더이상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소파로 돌아온 윌이 깍지 낀 손으로 머리 뒤를 받치고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은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의 모습이 있잖아요. 세이디의 눈에 익숙했던 윌이 낯설게 느껴지는 장면을 설명하고 있는거예요. 세이디는 이 때 무슨 생각을 하고 했을까요? 그리고 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물론 내가 직접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나를 위해 대신 해줄 사람이 있는데 내가 굳이 나설 이유가 있을까?



이 부분을 읽고 B.A.패리스가 떠올랐어요. 그녀의 작품들은 가스라이팅이 버무려진 걸로 유명하죠.

에린이라는 여자가 죽었어요. 그녀는 누구의 손에 왜, 어떤 방식으로 죽은걸까요. 참고로 에린은 윌과 세이디 두 사람 모두와 연관 있는 여자였습니다.

아, 최근에 죽은 모건도 마찬가지였고요.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을까. 사실 상대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는다.



이 책을 이십대에 읽었다면 지금보다 더 깊이 빠졌을테고 생각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해 몹시 헤맸을 것 같아요. 삼십대인 지금 읽은 게 다행이랄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 사람이 내가 아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본질을 가지고 있고, 언제든지 내 뒷통수를 치고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느덧 자기보호가 자연스러워진 나이가 됐습니다.

무서워요. 사람은 내가 모르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 책은 한 여자가 사람들의 의심과 비난, 가스라이팅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야기는 후반부에 폭풍처럼 휘몰아칩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궁금한 이유가 거기 있어요. 각 인물을 맡은 배우들이 그 긴박감 넘치는 장면 장면들을 어떻게 표현해 낼지가 참 궁금합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책들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릴게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뷰, 가스라이팅으로 버무려진 자극적인 심리스릴러 소설

제목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표지는 익숙한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 광고 많이 하잖아요, SNS에서. 저도 광고로 이 책을 처음 알았어요. 반은 속는 셈 치고 읽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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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 A. 패리스 - 테라피스트 리뷰, 죄책감은 무서운 감정이에요

그녀의 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도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비하인드도어가 더 재밌었네요.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모두 몰려있는 것 같아요. '누가 범인이지?' 의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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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A. 패리스 - 브레이크다운, 누가 나를 고장내려 할 때

그녀의 작품을 또 읽고 말았습니다. 그녀 덕분에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가 생겼거든요. 제 글을 보아오신 분들은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으실거예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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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와 남자들의 수준이 비등비등하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거든요.

원래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책이나 영화는 안 보는 편인데 심리스릴러물은 오싹하면서도 현실성이 있어 자꾸 보게 되네요. 다음에 또 이런 류의 책을 기깔나게 쓰는 작가가 있으면 소개와 함께 데리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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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굿 걸>, <프리티 베이비>, <디 아더 미세스>, <돈트 유 크라이>라는 책을 써냈어요. 그녀의 책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 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 '사라진 여자들'은 출간 전부터 TV 드라마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다고 하는데요. 그로인해 그녀에게 붙여진 '스릴러의 여왕'이라는 별칭은 몇 번이고 불러도 아깝지 않은 정도입니다.

2022년 후반기에 나온 작품인데 가슴이 두근거리지 않을 수 없어요. 나름 최신작이잖아요. 뜨끈한 선물을 받았는데 내용물까지 환상적이라 벅찬 기분마저 드는. 후에 그녀가 낼 작품들에 벌써부터 설렙니다.



등장인물 소개 & 스포 없는 줄거리




한 소녀가 갇혀 있어요. 그녀는 개죽을 먹으며 하루하루 버티고 있습니다. 그녀를 가둔 이들은 그녀가 죽건 말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요. 앙상하고 더러운 그녀의 이름은 OO. (이름이 스포가 되어 자제합니다.)

한 남자가 있어요. 어린 아이와 남편을 두고 밤늦게 외출을 나가는 아내는 하루사이에 싸늘한 시신이 되어 돌아옵니다. 왜, 대체 누가, 어떻게? 그녀를 죽였을까요. 그녀의 이름은 셸리입니다.

조시와 레오, 메러디스와 딜라일라. 여기서 조시는 아빠, 메러디스는 엄마, 레오와 딜라일라는 각각 남동생과 누나입니다. 여기서 메러디스와 딜라일라가 사라졌어요. 엄마와 딸이 사라진거죠. 이 역시 왜? 누가? 어떻게?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더 해 볼게요. 메러디스(엄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증거가 발견 되었어요. 딜라일라(딸)는 무려 11년이나 실종 되었고요. 아, 11년... 그럼 혹시 아직 해답이 나오지 않은 첫 장의 불쌍한 개죽 먹는 소녀가 이 주인공은 아닐까요?

비아와 케이트. 그들은 조시의 이웃사촌입니다. 아내와 딸을 잃은 그를 위로하며 잃어버린 가족을 찾는 데 최선을 다해 도움을 줘요.





이 책의 핵심은 메러디스와 딜라일라를 찾는 것입니다. 그들을 데려간 범인을 찾는거죠.

그런데 정말 찾기 어려워요. 중간 중간 작가가 쳐놓은 덫에 쉽게 빠지게 만들어 놓았기 때문인데요. 겨우 빠져나왔다 싶으면 또 다른 덫이 있고 그런 식이에요. 그런데 또, '짜증나. 안 해!' 라는 말은 나올 수가 없게 독자를 내용에 몰입하게 하는데, 그 매력은 작가의 장기인 것 같더라고요.

가정과 일에 있어 부족함이 없어 보이던 메러디스(엄마). 사라진 딸은 잘 있으니 걱정 말라는 메시지와 함께 어느 날 갑자기 스스로 생에 이별을 고한 이유는 뭘까요?

그러던 어느 날... 조시는 딜라일라(딸)를 찾게 되는데요. 편의상 '여자'라고 할게요. 여자는 자신이 딜라일라 라고 주장해요. 하지만 조시는 또 한 번 무너지죠. 망가질대로 망가진 이 '여자'가 내 딸 딜라일라라니... 받아들이기 힘들어 괴로워합니다.

'여자'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점, 레오. 그는 딜라일라의 남동생인데요. '여자'의 몰골과 행색 때문에, 그 꼴로 찍힌 기사 사진들 때문에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해요. 여과없는 소년다운 시점이 인상적입니다.

자, 이야기는 이렇게 평탄하게 흘러가다가... 마침내 범인을 알려줄까요?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작가는 우리를 혼란에 빠뜨립니다. 엄마와 딸의 실종과 죽음. 동네에서 벌어지는 느닷없는 범죄사건들. 범인은 과연 누구일까요? 셸리가 소송을 준비 중이었고 메러디스가 증인을 준비 중이던 셸리의 주치의, 폭력적이던 셸리의 남편, 어느 날엔가부터 레오가 거부를 시작한 아이들의 아이돌보미, 레오는 아랑곳 않고 조시의 이성적인 매력에 관심을 보이던 한 여자형사, 아니면 또 다른 그 누군가일까요?



 

함께 보고 싶은 하이라이트🧩

 

메러디스와 딜라일라가 실종되었다는 것을 레오도 알고 있을까? 네 살 아이가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이야기인지라 아마도 모를 것 같았다. 크레파스는 없어질 수 있다. 퍼즐 조각도 없어질 수 있다. 하지만 엄마와 누나가 없어진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다양한 사람들의 시점에서 이야기가 펼쳐지지만 그 중 가장 어린 레오의 시점은 분위기를 전환 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합니다. 참고로 레오는 일이 벌어졌던 때 너무 어렸기 때문에 과거의 시간을 이야기 해 줄 수는 없고 현재 고등학생이 된 레오의 눈에 지금 보이는 것을 아이의 관점에서 들려주고 있는데요.

엄마와 누나를 잃고 저 자신도 잃어버린 아빠를 보는 레오는, 아빠를 이렇게 만든 누나가 싫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아빠를 유혹하는 듯한 형사를 혐오하기도 합니다. 가감없고 직설적이죠.

그런데 저는 다양한 사람들이 나오는 가운데, 작가가 '일부의 사람들에게만' 서술할 기회를 주는게 어쩌면 범인을 유추할 수 있는 하나의 힌트가 아닐까 싶어 레오도 용의선상에 집어 넣지 않을 수가 없었어요. 어쩌면 레오보다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셸리와 그의 남편, 비아의 시점은 따로 조명이 되지 않는 게 의아했었거든요.

그래서... 과연 제 예상은 맞았을까요, 틀렸을까요?

분만실에서도 섬뜩한 일들을 여럿 목격했다. 내가 출산할 때 경험했던 일은 아무것도 아닐 정도였다. 출산할 때 태아의 욕구가 산모보다 우선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위기였다. 그래서 여성들에게 선택권이 있다는 것을 모를 때가 많다. 어쩌면 산모에게 아무런 선택권이 주어지지 않는 것일 수도 있고, 있다 해도 스스로 결정을 내릴 시간이나 정보가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

출산 과정에서 산모에게 동의를 받는 과정 없이 의료진의 결정이 내려진다. 또 출산 과정에서 괜히 번거로운 일을 만들고 싶지 않아 침묵하는 여성들이 너무도 많다. 산모를 향한 부당한 대우가 의료적 처치라는 미명하에 만연하게 행해진다.


그러고보면 출산할 때 저도 마음 편한 수술을 한 것 같지는 않아요. 설명은 짤막했고, 어떤 건 제 동의 없이 진행이 되기도 했었거든요. 수술실에서는 저 포함 주변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아기를 낳는 산모보다 세상에 나올 아기를 더 우선해요. 그래서인지 이 책에서 출산도우미 메러디스의 역할은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사경을 헤매고 있는 산모의 옆에서 위해주고 격려해주는 메러디스의 존재가 더없이 소중히 느껴졌어요.

메러디스가 일을 하는 장면 중 제가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이런거예요. 산모에게 지금 우리가 이러이러한 수술을 하려고 하고, 후에 이러한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을 들려준 거요. 그리고 뒤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해도 되는지, 원하지 않으면 하지 않아도 된다고 의견을 묻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메러디스가 출산 도우미다보니 출산을 돕는 장면이 당연히 나오는데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그리고 훗날 우리 딸이 겪게 될 분만실 그림이 그려져 벌써부터 마음이 아프기도 했어요. 여자는 아기 낳는 기계가 아니고, 희생이 당연시 되어야 하는 건 아닌데.

아, 문득. 제왕절개 수술에 동의하느냐고 고함을 치던 간호사가 생각나네요. 고통에 몸부림 치느라 대답을 못 했는데 산모에게 소리소리를. 다시 생각해도 역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여성의 실종이라는 큰 틀 외에도 저자는 여성들만이 느끼는 미묘한 불쾌감에 대해 이야기 한다. 조용한 주차장을 거닐며 누군가 내 뒤를 따르는 것만 같은 불안감, 내 집인데도 눈치를 보게 되는 인테리어 작업자들의 불편한 시선, 아이들을 따라 형성된 학부모 커뮤니티 내 신경전, 임신으로 불어난 몸을 향한 압박감, 불쾌하고 적나라한 산부인과 진료, '해피엔딩'을 맞이한다는 이유만으로 출산 과정에서 완벽히 묵살되고 마는 산모의 고통,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을 하원시키는 아빠보다 등원시키는 엄마가 자연스럽게 악역이 되고야 마는 현실.

저자는 이런 일상적이고도 어찌 보면 평범하기까지 한, 하지만 뒤늦게 생각해보면 묘하게 뒷맛이 씁쓸해지는 이야기들로 알게 모르게 독자들을 긴장시킨다. 슬쩍슬쩍 독자를 건드리는 언짢은 요소들은 가랑비에 진창이 되고 마는 땅처럼 독자들의 발을 무겁게 잡아끈다.


밤늦은 시간에 뒤에서 발소리만 들려도 움찔하는 거. 저만 그런 거 아니죠? 아니 사실, 움찔 정도가 아니죠. 죽음으로 이어지는 사례를 많이 들어왔어서 본능적으로 생명의 위협을 느껴 발이 걸음을 재촉하게 되잖아요.

그런데 제가 남편에게 이 얘기를 하니 공감을 잘 못 하더라고요. 그래서 반대로 남자가 늦은 시간에 혼자 길을 걷다 몹쓸 짓을 당하는 사례가 많아지면 그 땐 당신도 나처럼 두려움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말해줬어요.

아이를 낳고 아이 친구 엄마들 사이에서 느끼는 신경전, 불쾌하고 적나라한 산부인과 진료, 내 집인데도 마음 편히 다닐 수 없게 만드는 작업자 인부들의 노골적인 시선들. 읽기만 하는데도 불편해서 씁쓸한 기분으로 읽었습니다. 공감이 많이 됐어요.

그런데 요즘은요. 이로인해 불편한 것보다 이 사실을 불편하다고 말했을 때 '불편하면 자세를 고쳐 앉아'라고 말하는 무신경이 더 화가 날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공감도 역시 머리가 좋아야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죠.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를 수 있는 악행에는 끝이 없다.


사람보다 무서운 건 없는 것 같아요. 귀신? 안 무서워요. 제가 유일하게 귀신을 무서워 할 때는 그 귀신의 얼굴이 사람 형상일 때 입니다.  

자기는 초대받지 못했다는 사실에 마음이 상한 아이가 거실 창문 앞에 앉아 울음을 터뜨렸다. 초대 받았다고 해도 내가 못 가게 했을 테지만 말이다. 파이퍼와 릴리는 앞마당에서 손을 잡고 웃으며 춤을 췄다. 내게 복수를 하기 위해 내 아이의 마음을 다치게 하는 저열한 방법을 쓰는 카산드라에게 소름이 끼쳤다.


이런 것도 소름끼쳐요. 다른 사람의 마음에 상처 주기 위해 그 사람의 약점을 노리는 행위. 저에게도 소중한 약점이 있어서 남일 같지 않았고 카산드라의 이런 행동에 화가 났어요.

'시간이 지닌 치유의 힘', 이는 저자가 독자들에게 꾸준하게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다. 하지만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을 기다려서는 안 될 것이다. 반드시 희망적인 결론은 아닐지라도, 불행에 '방점'을 찍고 미래로 나아가는 인간의 의지가 더해질 때만 시간이 지닌 힘 또한 발휘될 수 있다.


요즘들어 '시간이 약이다'라는 말의 효력에 대해 생각해요. 내버려둔다고 시간이 모든 것을 치유해주지는 않는 것 같아요. 반드시 방점을 찍고, 후에 자신이 의지를 갖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길이 열리는 그런 일들도 있는 듯 해요.

나는 그 말 뒤에 숨어 무엇을 덮어두고 살고 있는지 돌아봤어요.





작가는 이 책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음습하게 가지고 갑니다. 질척거리는 땅, 흐리고 안개낀 하늘 같은 날씨 묘사도 많고요. 그렇게 어두운 배경 가운데 등장인물들도 유쾌한 사람들이 아니다보니 다 읽고나면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싶어질 지도 모르겠어요.

그리고 책인데도 불구하고 꼭 '보는' 것 같아서 신기했어요. 마치 영화처럼요. 다른 사람의 상상력을 이렇게까지 자극하는 건 상당한 재능인 것 같다고 생각했네요.

오랜만에 진짜 재밌게 봤어요. 강추하는 책이에요. 저 개인적으론 이 작가를 알게 되어 기쁘고요. 이다음에 바로 이 작가의 다른 책을 이어 볼 생각입니다.

여름에 딱 읽기 좋은 소설, 서늘하고 오싹한 <사라진 여자들>. 평소에 스릴러 영화를 즐겨 보는 분들이 계시다면 더 재미있게 읽으실 것 같네요. 모쪼록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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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표하는 작품마다 문학상 후보에 오르는 미스터리 작가 요시자와 요. 국내에서는 <아니 땐 굴뚝에 연기는>, <나의 신>, <더러운 손을 거기에 닦지 마>라는 작품으로 인지도가 있는 편입니다. 저는 '나의 신' 이라는 작품을 읽은 적이 있네요.

 

 

아시자와 요 - 나의 신 서평, 순수한 아이들의 신

사토하라는 미즈타니를 '신'이라고 부릅니다. 사토하라 뿐만이 아니에요. 반에 있는 모든 아이들이 미즈타니를 신라고 불렀는데요. 왜일까요? 미즈타니는 우리가 난관에 봉착했을 때 해결책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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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 작가라는 데 놀랐어요. 죄의 여백을 훨씬 재미있게 봤습니다.





그녀는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후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해!' 5위 수상을 통해 스토리의 힘을 입증해 왔어요. <죄의 여백>에서는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악의, 인간 본성에 관한 질문을 뛰어난 묘사로 우리에게 전해주고 있는데요. 딸 가진 부모 입장에서 참 읽기 힘들었습니다.



줄거리 & 느낀점




아내와 사별 후 홀로 딸을 키우고 있는 안도는 강의가 끝나고 켜켜이 쌓인 부재중 연락을 확인합니다. 그 연락은 바로 딸이 죽었다는 것이었는데요. 딸의 일상적인 모습이 떠올라 그는 그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사키와 마호. 연예인 수준의 뛰어난 외모의 사키와 그런 그녀를 쫓아다니며 친구이고 싶어하는 마호는 안도의 죽은 딸, 가나와 친구였습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어요. 처음엔 그저 '짜증난다'는 정도였죠. 하지만 그들은 점점 가나를 따돌리게 돼요. 찔러도 찔러도 가만 있으니 갈수록 괴롭힘의 강도를 높여갔고요. 그러다 결국 그녀를 죽게 만들고 맙니다.

이 책의 안타까운 부분 중 하나는 법적으로 처벌할 수 있는 직접적인 가해자가 없다는 거예요. 가나는 교실 창문 난간에 스스로 올라갔고, 자기 실수로 떨어진 것이었으니 겉으로 봐서야 마땅한 명분이랄 게 없었죠. 마호와 사키는 손 하나 까딱 안 했어요. 그저 친구 잃은 가엾은 아이들로 보일 뿐이었어요.

하지만 안도는 후에 가나의 일기에서 사건의 전말을 파악하게 됩니다. 내 딸 가나가 스스로 죽은 것이 아니라 실은 그들에 의해 죽임을 당한 거라는 것을요. 마호와 사키는 가나를 가지고 '장난'한 거였어요.

'한 번 해 볼래?', '할 수 있어?'.

혹시 그런 말장난에 죽은 가나가 답답하게 느껴지시나요? 그들은 가나가 소중히 여기는 엄마의 유품을 몰래 훔쳐서 버려놓고 슬퍼하는 모습을 방관했습니다. 도시락에 매미를 가루내 넣었고요. 네 엄마는 너 때문에 죽은거라고 말하기도 했어요.

가나는 소심하고 내성적인 아이였습니다. 여리고 온순한 성격을 장난삼아 갖고 논 그들을 강하게 내치지 못한 가나가 바보같다고 생각하시나요?

이해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는 누군가, 그 누군가를 바라보는 입장의 또 다른 누군가는 이해할 거예요. 학교는 회사처럼 그만두고 싶다고 그만둘 수 있는 곳이 아니거든요. 전학을 가고 싶어도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모에게 말하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고요, 말을 해도 이해하지 못 하는 부모도 있어요. 전학을 시켜줄 형편이 되지 않는 집도 있습니다.

가나와 같은 아이들은 보호해 줄 사람이 있어도 손을 잡아달라는 말을 할 용기가 없어요. 아마 누군가는 이해할 겁니다.

 

"처음에는 사소하게 툭툭대는 정도라 주변에서 보기에는 그저 사이좋게 지내는 것처럼 보이죠. 하지만 본인은 알아요. 자기가 따돌림 당하고 있다는 걸. 세 명 중에 자기만 겉돈다는 걸. 왜 그러는지도 모르는 채 쌀쌀맞은 태도에 불안해져서... 그걸 더는 견디지 못할 때쯤 타이밍을 노려서 화해할 기회를 주죠. 영문도 모른 채 안심하고, 다시 외톨이로 돌아가기는 싫다는 마음에 휘둘려 냉정한 판단력을 잃은 사이에 다른 안식처를 빼앗아요."


가나가 죽고 난 뒤에도 문제는 끊이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가해자들이 반성을 하지 않았거든요. 특히 사키, 얘는 정말... 어마어마... 가나가 일기를 썼었다는 사실을 떠올리고, 그 안에 자기들의 이름이 있을까봐 증거를 은닉하러 피해자의 집에 향을 피운답시고 찾아가는데요.

가나의 아빠는 딸의 친구가 찾아온 줄 알고 다정히 맞아줘요. 그러다 둘은 가나의 일기를 함께 읽게 되고요.

사키는 반에서 존재감 없는 아이의 이름을 빌려 가명으로 제 소개를 했었습니다. 안도는 그 사실을 모르고 사키와 마호를 찾아 죽여버리겠다고 했고요. 사키는 머리를 굴려 저 혼자만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을 궁리 하는데요. 그 궁리에는 마호의 목숨이 들어있었습니다. 한 사람이 더 죽어도 내 인생에 흠집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살벌했어요.

안도가 그래요. 마호와 사키를 죽이고 자기도 죽겠다고. 그 말을 들은 사키는 마호를 가나의 집에 함께 가자고 꼬십니다. 일기를 찾아 빨리 없애버려야 우리가 안전하다는 핑계를 대며 말이에요.

안도는 옷장 안에 그들을 가둬 냄새만 맡아도 죽는 약으로 끝내버리겠다고 했었어요.

사키는 옷장 안에 마호가 제 발로 들어가게 합니다.

마호는 외톨이가 되는 걸 무엇보다도 겁낸다. 가나가 없는 지금, 내게 버려지면 걔는 외톨이다. 절대 나오지 마. 소리도 내지 말고. 실패하면 끝장이야. 그렇게 단단히 당부하면 적어도 몇 분은 참으려고 하지 않을까.


사키는 늘 이런 식으로 다른 사람을 곤경에 빠뜨리는 인물이에요. 제 손에 피 묻히지 않고 자기 스스로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드는.

아, 안도가 왔네요.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요?





처음엔 이 인물은 왜 나온건지 의아했습니다. '사에다'. 큰 비중은 없는데요. 지금 생각하면 자식 잃은 부모의 깊은 슬픔에 저울을 달아 조금씩 일상으로 돌아오게 도와주는 역할이었던 것 같아요.

그녀는 안도의 부모에게 부탁을 받았어요. 밥을 가져다주고, 아픈 곳은 없는지 확인하고, 상처가 아물었는지 들여다 봐달라는 부탁이요. 어릴 때부터 융통성이 없고 인간관계 맺기를 잘 못 했던 사에다. 하지만 그녀는 서툴러도 늘 진심으로 안도를 대합니다.

그녀로 인해 안도가 구원을 받은 건 아닌데요. 그럴만한 깊이의 상처가 아니라서요. 정말, 아주 조금이라도, 안도를 살 수 있게 도와준 인물임은 분명한 것 같습니다.

 

공감 능력이 떨어지면서도 남을 위해 애쓰는 사나에와 반의 중심에 설 정도로 공감 능력과 배려심이 뛰어난 척하지만 인간성이 최하인 가해자 사키를 대비하면서 읽으면 더 재미있을 것이다.


작가는 사키와 사에다를 비교하기 위해 일부러 사에다란 인물을 만들어낸 게 아닐까 싶어요.

겉으로만 봐선 몰라요. 사람을 좋아하는 것 같아도 실은 다른 사람들 어떻게 되도 나만 잘 살면 된다는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 있고, 뻣뻣하고 공감 능력은 좀 떨어지는 듯 보여도 진심으로 상대를 대하고 있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어요. 사람은 오래 들여다 봐야 합니다.

사나에의 인상 깊었던 한 마디 공유해요.


"저는 안 잊어버려요."



이야기가 끝나갈 때쯤 마호는 자신이 한 짓을 반성하고 안도에게 수십 차례 편지를 보냅니다. 하지만 왜인지 안도는 늘 우표까지 붙여 반송을 시키는데요. 싫으면 버려버리면 그만이잖아요?

마호는 '가나를 잊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런 것이었습니다. 그러다 문득 마호의 편지를 읽게 돼요.

그리고 가나가 죽음의 순간에 어떤 마음이었을지 가여운 마음이 들어 실의에 빠집니다. 이제 반송을 시킬 수가 없는데 어떡하나, 누가 가나를 기억해주나... 슬퍼하는 안도 옆에서 사나에가 한 말이에요. "저는 안 잊어버려요".

다른 사람들 다 잊어도 나는 결코 잊지 않겠다는 말이 지금도, 앞으로도 곁을 내어주겠다는 말 같아서 참 가슴 찡했습니다.





저는 사실 안도가 이해 안 돼요. 그들이 손 안 쓰고 가나를 죽게 했으니 이번에는 손을 써서 자기를 죽게 만들면, 그들이 가나를 기억할거라고요? 퍽이나. 가나가 이승을 떠나지 못하고 그 자리에 둥실 떠 있었다면 그런 아빠를 무슨 마음으로 바라봤을까 싶었어요.

정말...


사키는 반성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책에서도 끝까지 반성하는 모습이 안 나와요. 피해자는 가슴이 찢어지지만 가해자는 용서를 구할 마음 자체가 없어요. 뭘 잘못한 지도 모르고, 이해를 해보려는 생각 자체가 없다고요.

그렇게 같이 지내기 싫었으면 멀어지지 그랬나. 외톨이가 되기 싫으면 다른 그룹에 들어가도 되고, 이제 와서 다른 그룹에 들어가기 애매하다면 아빠에게 부탁해 전학 가는 방법도 있었다. 하지만 가나는 상황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전혀 안 했다. 오로지 비극의 여주인공이라는 입장에 취해 몸을 웅크린 채 폭풍이 알아서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 사키는 어금니를 꽉 물었다. 나하고는 상관 없다.


이런 사람들에겐 감정적으로 호소해봤자입니다. 그들에겐 실질적인 지옥을 보여줘야 해요. 내 지옥을 이해하지 못 하겠다고? 그렇다면 내가 새로운 지옥문을 열어주지.

<더 글로리>라는 드라마가 흥한 이유가 뭐겠어요.

'나 힘들어. 그러니까 죄책감이라도 느껴줘'가 아니라, 실제로 그들 삶에 피해를 끼쳐 못살게 구니 사람들이 속시원하다고 열광한 거잖아요.

가해자는, 사키 같은 가해자는, 남의 아픔에 공감할 수 있는 뇌의 한 부분이 고장났거나 발달하지 못 했어요. 그런 사람에게 호소해봤자 내 입만 아프지 말해 뭐해요.

그런 의미에서 안도의 선택은 안타깝기 짝이 없었습니다. 그 선택으로 얻은 이후의 시간도 제 기준에선 모조리 다 고구마였어요.

요즘은 사람을 괴롭히는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해지고, 잔인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자기 손에 피 묻히지 않고 피해자를 서서히 피 말라 죽게 만드는 수법을 자주 쓰는 것 같더라고요. 단체 카톡에 불러 괴롭힌다거나 세 명이 모이면 은근히 한 명을 따돌려 눈치를 보게 만든다거나.

몸에 난 상처는 치료해서 나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데, 마음에 상처가 나면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료해야 할 지 누가, 어떻게 해 줘야 하는지 몰라 더 절망적인 것 같아요. 어린 친구들일수록 더더욱이요. 그 사실을 가해 청소년들이 잘 알고 이용하는 것 같아 안타깝고요.

아이 엄마로써 참 착잡한 책이었습니다. 훗날 우리 아이가 가해자 혹은 피해자 또는 방관자가 되면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하는지... 생각해 보게 만들어줬어요. 학교폭력에 대해 생각 할 시간이 필요한 분들, 추천합니다.

다만, 읽으실 때 옆에 사이다 두고 보시길 권해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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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마이클 로보텀을 일컬어 '이 시대의 진정한 거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매번 찬사를 보내왔지요. 그래서 마이클 로보텀에게는 종종 '영미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이 사랑하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합니다.

스티븐 킹과 J. K 롤링을 제치고 세계 3대 추리소설 상 중 하나인 CWA 골드대거상 수상과 더불어 호주의 에드거상이라 불리는 네드켈리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거머쥔 바 있는 호주 제 1의 범죄소설가 마이클 로보텀. 그의 책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는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애거사'



애거사는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녀의 일생은 매우 불행했는데요. 어렸을 때 믿었던 어른으로부터 몹쓸 짓을 당하고 부모로부터는 보호를 받지 못 한 기억이 있죠. 그렇게 낳게 된 아기는 강제로 입양을 보내게 되었다는 끔찍한 기억과 함께요.

그 이후 그녀는 고작 열 다섯의 나이에 임신을 하지 못 하는 몸이 돼요. 그리고 그 사실을 본인이 알게 됩니다. 그로인해 그녀가 갖지 못한 것은 비단 '아기' 한 명이 아니었어요.

아이를 포기한다는 게 어떤 건지 진정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게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열다섯 살이었고, 내가 포기한 건 그저 갓난 아기가 아니었다. 내가 포기한 건 한 살의 그 애와 두 살의 그 애와 세 살의 그 애와 그 이후 모든 나이대의 그 애였다. 나는 모든 크리스마스 아침, 모든 이빨요정과 학교 콘서트와 모든 어머니의 날, 생일과 잠자리 입맞춤을 포기했다.


어머니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자신이 가지지 못 한... 평생 가지지 못 할 것들을 누리고 있는 한 여성을 타겟 삼아 그녀의 인생을 훔치기로 계획합니다.


완벽한 삶을 도둑 맞은 여자
'메건'



메건은 정원 딸린 넓은 집에서 귀여운 남매, 완벽한 남편과 함께 사는 주부입니다. 햇살 좋은 낮, 카페 앞에서 아기 엄마들끼리 모여 유치원 이야기를 하고, 남편 이야기를 하고, 시댁 이야기를 해요. 집에 돌아가서는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며 인기 블로거로써의 재미도 맛보고요. 주변에서 뭐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물이죠?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고민은 있었는데요. 바로 그녀가 남편의 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단 사실입니다. 그로인해 현재 뱃 속에 있는 셋째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지를 몰라요. (...) 남편인 잭은 자신의 아이인 줄 알고 있지만요.

메건은 우연히 들른 슈퍼마켓에서 출산일이 비슷한 애거사라는 여자를 알게 됩니다. 공통사가 있어 이야기가 참 잘 통했죠. 태어날 아기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급속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어요.


완벽한 삶을 훔친 당일,
애거사



하나부터 열까지 미리 준비한 계획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는 대망의 날. 그녀는 메건이 아기를 낳은 병원에 침입, 간호사로 변장을 해요. 그리고 메건과 잭이 방심한 틈을 타 아기를 자신의 요람에 넣어 병원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하고 마는데요.

여기, 잭을 미치게 할 만한 포인트가 있어요. 바로 잭 자신이 자신들의 아기를 직접! 건네주었다는 겁니다. 간호사가 아기를 훔쳐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 했을 테니까요.

병원을 빠져나올 때는 간호사복에서 공사 작업 인부복으로 갈아입어 CCTV를 혼란케 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혼자 키우나요?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였던 헤이든에게 연락해 네 아기를 낳았다고 말해요. 아니, 사실 그 전부터 말해왔죠. 그의 부모님을 찾아가 뱃 속에 그이의 아기가 들어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 헤이든은 그의 아기를 보기 위해 찾아옵니다. 그리고 부정에 부정을 거듭하던 그는 마침내 무언가에 홀린 양 아기와 애거사를 사랑하게 됩니다.


완벽한 삶을 도둑맞은 당일,
메건



잭이 간호사에게 아기를 주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다렸지만 아기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상함을 느끼고 신고를 했지만 때는 이미 지난 후였죠.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받아들일 수 없어 슬퍼하고 좌절하고 원망하고 화를 냈습니다. 범인을 잡지 못 하는 병원의 CCTV를 관계자들을 체계를 탓했어요. 경찰을 기자들을 네티즌들을 미워했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며 메건의 눈에 소극적인 액션을 취했어요. 그녀는 과연... 아기를 돌려 받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메그는 절대 내 삶이 어떤 건지 이해하지 못할 거다. 사랑 넘치는 가족 안에서 자랐고 가장 좋은 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들어갔으니까. 꿈의 직업을 얻고 여성 잡지사에서 일하고, 거기서 주드 로와 점심을 먹으며 시시덕댔다. 잘생긴, 잘 나가는 남자와 결혼했고 순식간에 임신했다. 그런 사람이 무슨 수로 내 인생을 이해하겠는가?

한 해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더 작아지고 어두워지는, 폐소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좁아터진 터널에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그 끝에는 아무런 빛도 없다. 어떤 낙원도, 어떤 휴식도.

나는 이 지저분한, 악취 나는 굴 속에서, 그 생물은 내가 빛을 쬘 자격이 없다고,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나는 진짜 여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보시다시피 애거사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 아기를 못 낳는 여자는 진짜 여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거 보세요. 그래서 훗날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하는데요. 어렸을 적 끔찍한 경험을 하고 부모로부터 보호 받지 못한 경험이 그녀를 서서히 미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잠깐이었지만 애거사와 메건의 아기는 좋은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어요. 이름까지 붙여 가며 제법 '진짜 가족 놀이'를 했죠. 그녀의 인생에 더없이 행복했던 날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애거사는 메건에게 악의는 없었지만, 아기와 함께 살고 싶은 열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메건에게 큰 상처가 되리란 것까진 생각하지 못 한 듯 해요. 그래서 메건이 미디어를 토해 아기를 돌려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올 때마다 점점 더 아기를 끌어안았죠. 이 아이는 자신의 아기인데 메건이 훔쳐갈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애거사와 메건



메건이 아기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겠지만, 애거사가 아기를 포기한다면 어떤 이유에서 포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 같습니다.

비록 자신이 낳은 아기는 아니었지만, 애거사는 진심으로 아기를 사랑했거든요.

"그냥 아이가 없는 게 아니었어요... 거기에 따르는 모든 것이었죠. 부모가 되는 의례들... 어머니 모임, 학교 정문에서 나누는 잡담, 사이드라인에서 구경하는 토요 스포츠 경기, 학교 만찬회, 학교 기금 맘련과 학부모 일일교사. 당신에게 그런 것들은 너무 평범해서 그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지도 않겠죠. 내게 그것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모든 것 이에요. 나는 이방인이에요...(중략)"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애거사의 말입니다.

이 부분을 읽고 마음이 좀 찡했어요. 너무나 간절하게 아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서요. 아기를 낳을 수 있지만 낳지 않는 사람과, 낳고 싶지만 낳을 수 없는 각 두 사람의 마음은 천지차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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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책은 이전에 입양가족에 대한 책을 읽고 리뷰를 했던 책들입니다. 입양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아이를 위주로 이야기로 흘러간다는 데 있어 이 책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와 결은 조금 다르지만, '생물학적으로 내가 낳지는 않은 아기'를 대하는 두 가지 방식을 비교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아 첨부합니다.

애거사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요.





아기를 잃고 메건은 매우 힘들어 하는데요. 사실 이 정도면 양반이라고 봅니다... 열 달 동안 품은 내새끼를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도둑 맞았다고 생각해봐요. 그것도 병원에서! 저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요. 게다가 아기를 낳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은 우울한 호르몬이 나와 별 것 아닌 일에 눈물이 흐르기도 해요. 그래, 이정도면 메건... 아주 잘 참았고 현명했다, 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 책은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의 슬픔을 조명 해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저는 아기를 낳아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메건의 입장에 더 이입이 되어 애거사가 너무 나빠 보였어요. 다시 생각해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애거사처럼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 하는 사람들이 보면 눈물을 뚝뚝 흘릴 책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어요. 애거사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파요. 그녀의 주변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가장 중요한 역할인 부모는 그녀를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뜨리지 말았어야죠. 그녀 안의 이상한 생물은 그녀의 부모가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해도 무방해요.

제 주변에는 애거사와 같은 사람이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 그런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섣불리 말하고, 행동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 역시 내가 겪어보지 못 한 입장에 서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네요. 시간 나면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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