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직아이는 지루할 수 있는 클래식 음악을 재미있게 개사하여 아이들이 친근하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음악 수업이에요. 오늘은 로버트 슈만의 사냥의 노래로 수업을 해보았는데요.

"짜장짜장짜장~ 비비고 비비고 비비고!" 사냥의 노래에 이 가사를 입혀 계속 부르는거예요.



그런데 음악은 누구라도 한 번쯤 들어봤을 음이라 다들 쉽게 따라 불렀는데, 집에 돌아와 정확한 곡명을 찾아보니 나오지가 않더라고요. 슈만의 음악은 맞는 것 같은데... 뮤직아이 홈페이지에 들어가도 찾을 수가 없고. 답답해요. 분명 아는 음악인데 제목을 모르니!



진정하고 수업 이야기 할게요. 수업에 본격적으로 들어가기 전, 우리는 뮤직아이송에 맞춰 마라카스를 흔들고, 마라카스로 바닥을 때리고, 마라카스끼리 박수를 치며 몸을 풀었어요. (그리고 어떤 음악에 맞춰 엄마와 아이들 모두 일어나 율동을 하기도 했는데, 어떤 음악이었는지... 엉덩이도 씰룩씰룩 했는데..)


그 다음 선생님이 이걸 한 쪽씩 잡아달라면서 나눠주셨어요. 쭈욱 쭉 잘 늘어나더라고요. 이 고무줄을 잡고 계속 흘러나오는 음악(사냥의 노래)에 맞춰 자기 쪽으로 잡아 당겼어요.

가사처럼 오늘은 짜장면이 주제였는데요. '짜장짜장짜장~'하면서 당기고 놓고 하며, 당김음을 익혔어요. 당김음은 강박과 약박의 위치가 바뀐 음을 뜻해요.

 

 

계속 당기고 놓고 하면서 쫄깃한 짜장면의 면발을 표현 해본거예요. 잡아당기기도 하고, '비비고 비비고 비비고~' 빙글빙글 돌리기도 하면서 놀았네요.


그 다음엔 뮤지컬 스푼(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애)으로 바닥이나 무릎 등에 살살 내리치며 나는 소리를 들어봤어요. 숟가락 두 개가 서로 등을 맞대고 서 있는 모습이 처음엔 좀 웃겼는데, 부딪치며 따닥따닥! 소리를 내는게 제법 악기 같더라고요.

아이가 들고 있는 건 이름을 모르겠어요. 두 개를 탁탁 거리고, 드르륵드르륵 긁어보기도 하며 놀았어요.


오늘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이거였어요. 주제인 짜장면을 연상시키는 재료를 맘껏 만져보는 시간! 커다란 매트 위에서 아이들은 각 바구니 한 개씩을 나눠 받고, 자유롭고 다양하게 놀았답니다.

저 짜장면(놀잇감)은 길고 짧은 것들이 섞여 있었는데, 긴 건 톡 하고 부러뜨리니 기다렸다는 듯 부러지더라고요. 그러나 두께 정도가 너무 얇은 편이 아니라 찔릴까 걱정되거나 그러진 않았어요.

아이 앞에 그릇은 짜장면을 담으라고 선생님이 나눠주신거고요. 그 위에 놓인 하얀 동그라미는 계란입니다. 아이가 지금 만지고 있는 건 완두콩이에요.

 

 

계란이랑 완두콩은 힘으로 열면 열려서 이 안에 짜장면을 넣고 흔들어 보기도 했어요.

저희 집 아기는 언제나 이런 놀이 재료가 지천에 깔려 있으면 마구 뿌리며 놀기보다, 퍼내고 나르고 쏟는 걸 기본으로 어떻게든 손을 움직이려 해요. 뇌 어느 부분에서 "손 움직여!"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 같기도.. 정말로 이런 작업에 큰 흥미를 보이네요. 대견해요.


귀여운 치파오를 입어봤어요. 처음에 아기가 싫어하는 내색을 해서 치워뒀는데 선생님이 오셔서 자연스럽게 입혀주시니 입는거예요. 그래서 이 때다 싶어서 찰칵! 그러나 그 모습이 언짢았는지 저를 노려보고 있더군요..

아기는 주로 계란과 완두콩을 조작하며 놀았어요. 다른 친구들은 맨발로 재료를 느껴보기도 하고,
엄마와 상호작용 하며 반짝반짝 빛나는 각자만의 시간을 보내고들 있더라고요.

 

 

문센에서의 시간은 너무나 빨리 가요. 제대로 몰입하여 흠뻑 빠질 수 있는 시간이 아니라 두 배로 아쉬웠어요. 엄마 체력이 허락한다면 집에서도 네가 좋아했던 활동 및 작업을 맘껏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은데... 에효.

수업이 끝나자 선생님은 비웃방울을 불어주셨고, 이어 오늘 저녁메뉴를 정해주시겠다고 하셨어요. 뭘까요? 짜장면이나 짜장밥이요. 그거 참 좋은 생각이라고 저도 생각했지만, 저희 집은 볶음밥 먹었습니다. 과연 몇 집이나 짜장면을 먹었을지 모르겠어요.



아무도 안 물어봤지만 이 주 뒤에 이사 갑니다. 그래서 글이 띄엄띄엄 올라올지도 모르겠어요. 요즘 너무 춥더군요. 감기 걸리기 딱 좋은 날씨 같아요. 여느때와 같이 코로나 조심하시고 감기도 조심하세요.

저는 뮤직아이 하니까 생각난건데, 클래식이나 뉴에이지, 우리국악을 주제로 글을 써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좋아해 줄 사람은 극히 드물 것 같지만. 어떻게 써야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받아들일 수 있는 글이 될 지 고민 한 번 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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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로 인해 저번주는 수업이 없었어요. 단 한 주 빠졌을 뿐인데 기나긴 공백이 있었던 것 같네요. 선생님을 보자마자 아이는 잊지 않았다는 듯 해맑은 웃음으로 반갑게 맞이했어요.

8월 첫 째주 수업. 아이가 18개월에 들어서고 받은 첫 수업이에요. 언제나 그랬지만, 재접근기에 들고부터는 말그대로 '무섭게' 크고 있어서 주어진 재료들을 다른 태도로 바라볼까 아닐까 참 궁금했어요.


수업은 과일 이미지를 설명해주시는 것으로 시작됐어요. 오른쪽 노란 판에는 물티슈 캡이 붙어 있는건데요. 열고 닫으며 그 안의 이미지를 확인해볼 수 있는거예요. 왼쪽의 사진 8장과 똑같은 이미지가 있어서 서로 비교해 보는 과정이 인지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 물티슈캡을 이용한 놀이는 엄마표놀이에서도 되게 유명하거든요. 진작 해주었어야 했는데 저는 아이가 18개월이 될 때까지 이거 하나 안 만들어주고 뭐했나 모르겠네요. 이 놀이는 물티슈 캡 안에 단추나 막대기, 폼폼이, 골판지, 수세미 등 촉감이 다른 것들을 넣고 아이가 열고 닫으며 원하는 것들을 만져보게 하거나, 모양·색깔·이미지 분류를 하기도 하고, 까꿍놀이를 해볼 수도 있어요. 아이 인지 발달은 물론 소근육 발달에도 좋은 놀이랍니다. (근데 왜 나는 여지껏...) 만들기 쉽고, 무엇보다 아이들이 좋아해요. 저희 아이는 글루건으로 아무리 강력하게 붙여도 온 힘을 다해 다 뜯어낼 것 같지만, 그래도 해 줘 보려구요.


위에서 봤던 과일 친구들 중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딸기와 포도>였어요. 사진은 동글동글 포도가 데굴데굴 구르는 모습을 온 몸으로 표현하시는 와중에 저희 아이를 만나 덥석 끌어안으시는 모습이에요.

저는 이렇게 아이를 꼬옥 안아주시거나 안아서 들어 올려 주시는 스킨십을 타인에 대한 신뢰감이 생길 것 같아서 좋아하는 편이에요. (물론, 아이가 좋아하는 사람의 적정 수준의 애정표현에 한함)

포도가 데굴데굴 구른다는 것을 표현하신 이유는 앞전의 스토리텔링 때문이었던 것 같은데 뭐였더라.. 며칠 됐다고 내용을 고새 다 까먹었네요.


데굴데굴 구르는 포도에 이어 이번엔 빙글빙글 돌아가는 스핀벨이 등장했어요. 아이는 말렛으로 스핀벨을 스치며 벨소리를 들어보고 있어요. 이 스핀벨이라는 것은 도레미파솔라시도 8음이 있구요. 소리가 쨍하지 않고 아름답고 맑아요.

 


아, 좀 뜬금없다구요? 노크의 음악수업 날 악기들은요. 악기에서 주제를 떠올릴 수 있게 하거나 박자와 소리를 익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해요. 포도와 스핀벨의 공통점이라고는 '빙글빙글 돌 수 있다' 정도이지만, 매번 주제를 단번에 떠올릴 수 있는 악기를 어찌 만져보겠어요. 악기는 한정적인데요.

뭐가 됐든 이 시기엔, 악기를 만진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가령 트라이앵글을 친다고 해도 신체의 최소 두 부분 이상은 다른 방식으로 조작해야 하니까요.


포도가 다시 등장했어요. 삼각자료판에 보라색 폼폼이가 송알송알 포도 모습을 하고 있네요. 폼폼이 뒤에는 벨크로가 붙어 있어 아이가 뗐다 붙였다 할 수 있었어요. 그러고보니 저, 이제까지 단 한 번도 포도의 실물을 보여준 적이 없네요. 그래서 관심이 덜했나봐요.

선생님이 포도 이야기를 들려주고 계실 때 아이는 갑자기 스핀벨을 빙글빙글 돌리기 시작했어요. 그러다 그 위에 폼폼이를 하나하나 올리더라구요. 위로 올라가 스핀벨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뚫린 부분이 뭔가를 넣어보고자 하는 욕구를 이끌어냈나봐요.


노크의 스토리텔링은 수업의 도입부에 나오거든요. 이 날도 어김없이요. (수업 내용을 다 적을 수 없어 생략했어요) 그래서 이 날의 스토리텔링은 포도인 줄 알았는데 후반부에 딸기가 나오더라구요. 동그란 포도와 대비되어 도형 인지력 발달에 도움이 될 것 같았어요.


포도를 닮은 보라색 동그라미, 딸기를 닮은 빨간색 세모는 처음엔 삼각자료판에서 뗐다 붙였다를 하면서 눈사람도 만들어보고, 나비도 만들어보고, 애벌레도 만들어보다가 흥미가 떨어진 것 같을 때쯤 발판으로 탈바꿈이 됐어요. 씩씩하게 징검다리 건너듯, 걷고 있네요.


이제 마지막, 포도를 닮아 동그란 롤리팝드럼이에요. (사진엔 없지만 딸기를 닮은 트라이앵글도 있었어요.) 이제는 선생님이 하시는 행동을 정말 잘 따라해서 꼭 어린이 같아요. 이 날의 수업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여담] 서두에 잠깐 언급했다시피 아이에게 재접근기가 왔어요. 재접근기란 엄마와 본인이 분리된 존재임을 인식하고, 신뢰감과 안정감을 받고 싶은 동시에 독립하고 싶어하는 시기를 말하는데요, 그래서인지 '싫어', '아니' 와 같은 표현이 정말 많아졌어요. (얼마전엔 요리 하고 있는 제게 '맘마 안 먹어'라고..) 하루종일 불려다녀야 하고, 소파에 잠깐 앉을 수도 없어요. 하루 세 네 시간 정도가 아니라 아이가 깨어 있는 열 시간이 넘게요. 마의 18개월, 욕 나오는 18개월이라고 해서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한다고 했는데 더 했어야 했나봐요. 신생아 때로 돌아가는거라고 생각을 해도 힘드네요.

왜냐하면 그 땐 체력이 있었으니까요. 1년 반동안 저는 제 체력을 아기에게 다 썼어요. (그래서 지금은 없는 시간 쪼개 운동으로 체력을 기르고 있답니다) 요즘은, 이러다 죽는 건 아닐까? 아이 초등학교 입학할 때까지 과연 내가 살아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물론, 아이는 정상적인 발달 단계를 잘 겪고 있는 거고 아이로 인해 저는 여전히 너무 행복하지만, 재접근기는 제 안의 아이를 토닥이느라 힘든 시기인 것 같아요. 이 시기가 지날 때까지 부디 잘 크고 있는 우리 아이에게 화를 내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어요.

저와 같은 시기를 겪고 계신 부모님이 계시다면, 힘내시라는 말씀 드리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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