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영화로 접한 분들도 많을거예요. 동그랗게 뜬 눈을 위로 하고 누군가를 직시하는 눈빛은 연출된 이미지였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죠.

2014년 개봉된 <나를 찾아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이었는데요. 이 영화는 개봉 전, 책으로 먼저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작가는 길리언 플린. 여성 작가이며, 스티븐 킹을 비롯해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습니다. ('예리하고 강렬한 진짜 스토리텔러', '피가 난무하지 않는 서스펜스를 쓸 수 있는 작가') 아마존 종합 1위, 뉴욕타임스 소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네요.




이 책은 결혼기념일 아침에 갑자기 사라진 아내와 그녀를 죽인 용의자로 의심 받고 있는 남편을 통해 인간의 어두운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남편인 닉의 시점을 따라가다보면 숨통이 조여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이야기는 아내인 에이미, 남편 닉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 됩니다. 제 글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이 점 유의하며 읽어주시길 당부 드려요.


사라진 에이미




닉과 에이미의 결혼기념일 5주년 날.

에이미는 사라집니다. 닉은 열려있는 현관에서 자신의 집을 보곤 놀라요. 마치 그녀가 싸움을 한 후(혹은 폭행을 당한 후) 사라진 것처럼 집이 어수선 했으니까요.

도착한 경찰은 보여지고 있는 흔적, 숨겨진 흔적을 따라 범인 찾기에 착수합니다.


유력한 용의자 남편, 닉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남편인 닉을 가리킵니다. 그는 알리바이가 없었거든요. 아내가 사라진 시간에 다른 곳에서 사색을 즐기고 있었다고 했지만 증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론다 보니 형사는 사라진 에이미가 남기고 간 편지 한 통을 발견해요. 그 편지는 보물찾기를 하듯 다음 편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있는 일종의 단서였죠. 닉은 보물찾기를 결혼기념일마다 에이미가 늘 해오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편지가 있는 곳은 모두 닉이 유죄임을 알려주고 있었어요. 그리고 닉만 알았어요.

자신이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걸 에이미가 알고 있었다는 것을요.

모든 단서는 내가 바람을 피운 장소에 숨겨져 있었다. 에이미는 보물찾기를 이용해서 나로 하여금 모든 부정의 현장을 순례하도록 만든 것이다.



닉의 내연녀, 앤디




닉은 그의 쌍둥이 남매인 마고의 집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의 집에 웬 여자가 찾아와요.

앤디.

1년 가까이 닉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

닉은 그녀를 사랑했지만 이 상황에서 그녀의 등장은 위험할 것이라고 판단해 돌려보내려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본능에 충실할 뿐...

설득이 되지 않은 채로 돌아간 앤디를 배웅하고 돌아선 닉의 앞엔 실망한 고가 서 있었습니다.


들끓는 민심




닉의 사무실에는 여자 팬티들이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내역에는 막대한 금액으로 쇼핑을 한 흔적이 있었는데 그 물건들은 고의 장작 헛간에 숨겨져 있었고요. 에이미가 사라지기 전, 그녀의 생명 보험금이 상향되는 쪽으로 수정이 된 건 닉이 서명을 한 것으로 드러나 그는 이제 본격적인 경찰의 추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에이미가 시킨 것'이라는 그의 주장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제 집 앞에서 술 한 잔 사 먹을 수 조차 없는 처지가 됩니다.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내 에이미가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그는 '뻔뻔한 남자'가 되었어요.


에이미... 어디 있어?




그 시각, 에이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고 있었습니다.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계획 해놓고 경찰이 그 선물들을 하나 하나 푸르며 남편인 닉의 숨통을 조여주길 바라고 있었죠.

에이미는 더는 이 결혼 생활이 즐겁지 않았거든요. 처음 만났을 때 닉은 에이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썼는데, 이젠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그에게 분노를 느꼈어요. 그래서 언제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남편의 약점을 이용한 계획을 세웠던 거예요.

그녀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이 소수 모여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요. 곧, 그들에게 돈을 빼앗겨 거지 신세가 되지만요.


'어메이징 에이미',
그리고 그들의 결혼생활




에이미는 자신에게 관심 없는 닉에게 서운함을 토로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어요. 그런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에이미에게 무관심해진 닉은 마침내 그녀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어요.

나는 닉의 아내가 아닌 것 같다. 사람인 것 같지도 않다. 나는 소파나 뻐꾸기시계처럼 싣고 내려지는 존재다. 물건, 그것도 쓸모없는 물건. 나는 필요하다면 쓰레기장에 던져질, 강 속으로 집어 던져질 어떤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진짜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에이미의 부모님은 에이미를 모델로 삼은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책 시리즈로 큰 인기와 부를 얻었는데요. 책과 실제 에이미 사이엔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실제 에이미는 무언가를 포기했지만, '어메이징 에이미'는 좌절을 딛고 일어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많은 사람들은 '어메이징 에이미'를 부러워 했어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새 에이미에게 강박이 생겼나 봅니다. 책 속의 여인처럼 완벽하고 쿨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랬죠. 닉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어요. 꾸며진 모습을 보여준 거예요.

결혼은 서로의 진짜를 드러내고 상대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모난 부분들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인데요. 그들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어요.

에이미는 이 사실을 견딜 수 없어 했고요.

상상할 수 있는가? 마침내 당신의 진실한 자아를 당신의 배우자이자 소울메이트에게 보여줬더니 그가 당신을 싫어한다. 그렇게 처음으로 증오가 싹텄다. 나는 이 문제를 아주 오래 생각했다. 나는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에게 뼈에 사무친 조언을 남길 정도로...

에이미는 닉과 살기 시작했을 때, 닉이 가위 하나 없는 걸 보고 어떻게 문명인이라 할 수 있느냐고 했어요. 닉은 그런 그녀의 말을 웃어 넘겼고. 훗날 에이미는 자조해요. 그리고 충고하죠.

변변한 가위 하나 없는 남자와는 절대 결혼해선 안 된다고. 그런 결혼은 끝이 나쁘다고요.


에이미의 심경변화




에이미는 닉을 감옥에 보내고, 그리고 자기 자신도 죽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 오는 닉의 모습에 점점 마음을 바꾸는데요.

비로소... 듣고 싶었던 말을 듣고서야 에이미는, 계획을 중단합니다.

정말이지 사실이다. 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야 우리는 깨달은 것이다. 닉과 내가 천생연분이라는 것을. 나는 조금 넘치고 그는 조금 부족하다. 나는 우리 부모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잔뜩 곤두선 가시나무이고, 그는 아버지에게 찔려 수많은 상처를 가진 남자다. 나의 가시와 그의 상처는 서로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나는 집으로, 그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그 당시 에이미는 데시의 공간에 머물러 있었어요.

데시는 20년 전, 에이미와 연인사이였으나 헤어지고 난 후 죽겠다는 소동을 일으킨 바 있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에이미 실종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기도 했고요.

에이미는 빈털터리가 된 후 데시에게 연락해 그의 마음을 이용했지만 필요가 없어지자 깨끗이 없앱니다. 이 역시 주도면밀하게요.


돌아온 에이미




닉은 숨 쉬듯 에이미를 욕하고 있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에이미에게 용서를 빌고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 했지만 진심이 아니었어요.

그런 닉 앞에 피투성이가 된 에이미가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닉이 '아내를 죽였지만 증거가 없어서 잡혀가지 않는 파렴치한'이라고 단정을 짓고 있었는데, 에이미의 등장과 함께 '아내를 잃었을 뿐이었던 가여운 사람'이었다고 다시금 떠들어대기 시작합니다.

에이미는 경찰에 진술합니다. 데시가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실종 첫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몹쓸 짓을 했는지.

단 한 사람... 닉만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요.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순간 한 손에 칼을 든 그녀가 복종하지 않는 나를 향해 입술을 앙다무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다시 돌아섰다. 그렇다, 나의 아내는 결코 등을 보여줘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건네지는 임신 테스트기. 닉은 그녀가 돌아온 뒤 한 번도 그녀를 안은 적이 없어요. 이건 언젠가 그의 것을 보관해 두었다가 닉을 옭아매려 그녀가 꾸며낸 짓이었어요. 평생 자신과 이혼할 수 없도록요.

처음 그들이 만났을 때처럼 다시 한 번 더,

자신에게 애정과 헌신을 쏟기를 바라면서요.







이 책을 다 읽고...




각기 다른 집의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에이미는 자신의 부모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평생에 걸쳐 받았어요. 그들은 '어메이징 에이미', 즉, 그들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에이미를 너무 많이 사랑했죠.

닉의 아빠는 여자를 혐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여자들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을 하고 다녔죠. 그 여자들이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저 자기 자신의 자격지심, 수치심, 결핍과 분노가 만나 스스로를 가해자로 만들고 뭇 여성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었어요.

닉의 엄마는 아들을 마마보이로 키운 여자였습니다. 자기 혼자서는 집안일을 할 수 없는 남자로 키웠어요.

네... 그런 두 사람이 만난겁니다. 🤦🏻‍♀️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죠. 자신의 안에서는 항상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완벽의 모습을 가장하고 있다는 것이요.

마침내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이 또 다른 하나가 될 때 그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야만 하는데, 에이미와 닉은 상대의 욕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서로에게 실망하고, 마침내는 자기 자신에게도 실망해 버린거죠.

불행의 씨앗은 두 사람이 자라온 집안 환경에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거예요. (물론, 부모들도 일부러 잘못되라고 그런 건 아닐테고 살다보니 그리 된 것이겠죠.)

저는 이 책을 읽고, 나도 언젠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어른이 될까 겁났습니다. 니가 나였어도 그랬을 거야, 그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단 하나의 선택이었어, 괴로움을 호소하는 자식 앞에서 내 인생을 설득하는 어른이 될까 두렵더라고요.

자식을 낳았다면 자식의 입장을 생각해야 해요. 그러기 싫으면 낳지 말아야죠.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 자식을 키웠는데도 예상치 못 하게 나 때문에 괴로워 할 수 있어요. 그럴 땐 에이미와 닉의 부모처럼 방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늦게나마 이해라도 해보려 노력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위한 더 좋은 선택이 있었을 텐데, 내 생각이 짧았어, 반성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렇다고 에이미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성격이 형성된 원인을 이야기 했을 뿐... 죄를 지었다면 죗값은 받아야죠.)







이야기는 닉과 에이미의 시점이 교차되어 책인데도 꼭 영화를 보는 것 같아 재밌었습니다. 스릴러물 답게 중간 중간 반전과 극적인 전개가 책에서 손을 떼지 못 하게 만들었고요.

에이미는 당신이 살면서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 사람은 대체...' 싶을 거예요. 장난스레 말하자면, 에이미는 파워J 성향이에요. '참 대~단하다...' 싶으실 수도 있어요.

에이미의 세계를 엿보고 싶으신 분들은 책으로든 영화로든 한 번 접해보시길 권합니다. 👍🏻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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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마이클 로보텀을 일컬어 '이 시대의 진정한 거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매번 찬사를 보내왔지요. 그래서 마이클 로보텀에게는 종종 '영미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이 사랑하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합니다.

스티븐 킹과 J. K 롤링을 제치고 세계 3대 추리소설 상 중 하나인 CWA 골드대거상 수상과 더불어 호주의 에드거상이라 불리는 네드켈리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거머쥔 바 있는 호주 제 1의 범죄소설가 마이클 로보텀. 그의 책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는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애거사'



애거사는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녀의 일생은 매우 불행했는데요. 어렸을 때 믿었던 어른으로부터 몹쓸 짓을 당하고 부모로부터는 보호를 받지 못 한 기억이 있죠. 그렇게 낳게 된 아기는 강제로 입양을 보내게 되었다는 끔찍한 기억과 함께요.

그 이후 그녀는 고작 열 다섯의 나이에 임신을 하지 못 하는 몸이 돼요. 그리고 그 사실을 본인이 알게 됩니다. 그로인해 그녀가 갖지 못한 것은 비단 '아기' 한 명이 아니었어요.

아이를 포기한다는 게 어떤 건지 진정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게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열다섯 살이었고, 내가 포기한 건 그저 갓난 아기가 아니었다. 내가 포기한 건 한 살의 그 애와 두 살의 그 애와 세 살의 그 애와 그 이후 모든 나이대의 그 애였다. 나는 모든 크리스마스 아침, 모든 이빨요정과 학교 콘서트와 모든 어머니의 날, 생일과 잠자리 입맞춤을 포기했다.


어머니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자신이 가지지 못 한... 평생 가지지 못 할 것들을 누리고 있는 한 여성을 타겟 삼아 그녀의 인생을 훔치기로 계획합니다.


완벽한 삶을 도둑 맞은 여자
'메건'



메건은 정원 딸린 넓은 집에서 귀여운 남매, 완벽한 남편과 함께 사는 주부입니다. 햇살 좋은 낮, 카페 앞에서 아기 엄마들끼리 모여 유치원 이야기를 하고, 남편 이야기를 하고, 시댁 이야기를 해요. 집에 돌아가서는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며 인기 블로거로써의 재미도 맛보고요. 주변에서 뭐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물이죠?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고민은 있었는데요. 바로 그녀가 남편의 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단 사실입니다. 그로인해 현재 뱃 속에 있는 셋째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지를 몰라요. (...) 남편인 잭은 자신의 아이인 줄 알고 있지만요.

메건은 우연히 들른 슈퍼마켓에서 출산일이 비슷한 애거사라는 여자를 알게 됩니다. 공통사가 있어 이야기가 참 잘 통했죠. 태어날 아기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급속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어요.


완벽한 삶을 훔친 당일,
애거사



하나부터 열까지 미리 준비한 계획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는 대망의 날. 그녀는 메건이 아기를 낳은 병원에 침입, 간호사로 변장을 해요. 그리고 메건과 잭이 방심한 틈을 타 아기를 자신의 요람에 넣어 병원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하고 마는데요.

여기, 잭을 미치게 할 만한 포인트가 있어요. 바로 잭 자신이 자신들의 아기를 직접! 건네주었다는 겁니다. 간호사가 아기를 훔쳐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 했을 테니까요.

병원을 빠져나올 때는 간호사복에서 공사 작업 인부복으로 갈아입어 CCTV를 혼란케 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혼자 키우나요?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였던 헤이든에게 연락해 네 아기를 낳았다고 말해요. 아니, 사실 그 전부터 말해왔죠. 그의 부모님을 찾아가 뱃 속에 그이의 아기가 들어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 헤이든은 그의 아기를 보기 위해 찾아옵니다. 그리고 부정에 부정을 거듭하던 그는 마침내 무언가에 홀린 양 아기와 애거사를 사랑하게 됩니다.


완벽한 삶을 도둑맞은 당일,
메건



잭이 간호사에게 아기를 주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다렸지만 아기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상함을 느끼고 신고를 했지만 때는 이미 지난 후였죠.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받아들일 수 없어 슬퍼하고 좌절하고 원망하고 화를 냈습니다. 범인을 잡지 못 하는 병원의 CCTV를 관계자들을 체계를 탓했어요. 경찰을 기자들을 네티즌들을 미워했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며 메건의 눈에 소극적인 액션을 취했어요. 그녀는 과연... 아기를 돌려 받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메그는 절대 내 삶이 어떤 건지 이해하지 못할 거다. 사랑 넘치는 가족 안에서 자랐고 가장 좋은 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들어갔으니까. 꿈의 직업을 얻고 여성 잡지사에서 일하고, 거기서 주드 로와 점심을 먹으며 시시덕댔다. 잘생긴, 잘 나가는 남자와 결혼했고 순식간에 임신했다. 그런 사람이 무슨 수로 내 인생을 이해하겠는가?

한 해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더 작아지고 어두워지는, 폐소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좁아터진 터널에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그 끝에는 아무런 빛도 없다. 어떤 낙원도, 어떤 휴식도.

나는 이 지저분한, 악취 나는 굴 속에서, 그 생물은 내가 빛을 쬘 자격이 없다고,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나는 진짜 여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보시다시피 애거사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 아기를 못 낳는 여자는 진짜 여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거 보세요. 그래서 훗날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하는데요. 어렸을 적 끔찍한 경험을 하고 부모로부터 보호 받지 못한 경험이 그녀를 서서히 미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잠깐이었지만 애거사와 메건의 아기는 좋은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어요. 이름까지 붙여 가며 제법 '진짜 가족 놀이'를 했죠. 그녀의 인생에 더없이 행복했던 날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애거사는 메건에게 악의는 없었지만, 아기와 함께 살고 싶은 열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메건에게 큰 상처가 되리란 것까진 생각하지 못 한 듯 해요. 그래서 메건이 미디어를 토해 아기를 돌려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올 때마다 점점 더 아기를 끌어안았죠. 이 아이는 자신의 아기인데 메건이 훔쳐갈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애거사와 메건



메건이 아기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겠지만, 애거사가 아기를 포기한다면 어떤 이유에서 포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 같습니다.

비록 자신이 낳은 아기는 아니었지만, 애거사는 진심으로 아기를 사랑했거든요.

"그냥 아이가 없는 게 아니었어요... 거기에 따르는 모든 것이었죠. 부모가 되는 의례들... 어머니 모임, 학교 정문에서 나누는 잡담, 사이드라인에서 구경하는 토요 스포츠 경기, 학교 만찬회, 학교 기금 맘련과 학부모 일일교사. 당신에게 그런 것들은 너무 평범해서 그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지도 않겠죠. 내게 그것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모든 것 이에요. 나는 이방인이에요...(중략)"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애거사의 말입니다.

이 부분을 읽고 마음이 좀 찡했어요. 너무나 간절하게 아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서요. 아기를 낳을 수 있지만 낳지 않는 사람과, 낳고 싶지만 낳을 수 없는 각 두 사람의 마음은 천지차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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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책은 이전에 입양가족에 대한 책을 읽고 리뷰를 했던 책들입니다. 입양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아이를 위주로 이야기로 흘러간다는 데 있어 이 책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와 결은 조금 다르지만, '생물학적으로 내가 낳지는 않은 아기'를 대하는 두 가지 방식을 비교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아 첨부합니다.

애거사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요.





아기를 잃고 메건은 매우 힘들어 하는데요. 사실 이 정도면 양반이라고 봅니다... 열 달 동안 품은 내새끼를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도둑 맞았다고 생각해봐요. 그것도 병원에서! 저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요. 게다가 아기를 낳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은 우울한 호르몬이 나와 별 것 아닌 일에 눈물이 흐르기도 해요. 그래, 이정도면 메건... 아주 잘 참았고 현명했다, 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 책은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의 슬픔을 조명 해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저는 아기를 낳아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메건의 입장에 더 이입이 되어 애거사가 너무 나빠 보였어요. 다시 생각해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애거사처럼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 하는 사람들이 보면 눈물을 뚝뚝 흘릴 책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어요. 애거사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파요. 그녀의 주변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가장 중요한 역할인 부모는 그녀를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뜨리지 말았어야죠. 그녀 안의 이상한 생물은 그녀의 부모가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해도 무방해요.

제 주변에는 애거사와 같은 사람이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 그런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섣불리 말하고, 행동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 역시 내가 겪어보지 못 한 입장에 서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네요. 시간 나면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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