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영화로 접한 분들도 많을거예요. 동그랗게 뜬 눈을 위로 하고 누군가를 직시하는 눈빛은 연출된 이미지였음에도 많은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죠.

2014년 개봉된 <나를 찾아줘>, 데이빗 핀처 감독의 작품이었는데요. 이 영화는 개봉 전, 책으로 먼저 독자들을 만났습니다. 작가는 길리언 플린. 여성 작가이며, 스티븐 킹을 비롯해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극찬을 받은 바 있습니다. ('예리하고 강렬한 진짜 스토리텔러', '피가 난무하지 않는 서스펜스를 쓸 수 있는 작가') 아마존 종합 1위, 뉴욕타임스 소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었다네요.




이 책은 결혼기념일 아침에 갑자기 사라진 아내와 그녀를 죽인 용의자로 의심 받고 있는 남편을 통해 인간의 어두운 모습을 묘사하고 있는 심리 스릴러입니다.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전체적인 분위기가 어둡고, 남편인 닉의 시점을 따라가다보면 숨통이 조여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어요.

이야기는 아내인 에이미, 남편 닉의 시점이 교차되며 진행 됩니다. 제 글에는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이 점 유의하며 읽어주시길 당부 드려요.


사라진 에이미




닉과 에이미의 결혼기념일 5주년 날.

에이미는 사라집니다. 닉은 열려있는 현관에서 자신의 집을 보곤 놀라요. 마치 그녀가 싸움을 한 후(혹은 폭행을 당한 후) 사라진 것처럼 집이 어수선 했으니까요.

도착한 경찰은 보여지고 있는 흔적, 숨겨진 흔적을 따라 범인 찾기에 착수합니다.


유력한 용의자 남편, 닉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남편인 닉을 가리킵니다. 그는 알리바이가 없었거든요. 아내가 사라진 시간에 다른 곳에서 사색을 즐기고 있었다고 했지만 증인 증거가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론다 보니 형사는 사라진 에이미가 남기고 간 편지 한 통을 발견해요. 그 편지는 보물찾기를 하듯 다음 편지가 있는 곳을 알려주고 있는 일종의 단서였죠. 닉은 보물찾기를 결혼기념일마다 에이미가 늘 해오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그 편지가 있는 곳은 모두 닉이 유죄임을 알려주고 있었어요. 그리고 닉만 알았어요.

자신이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걸 에이미가 알고 있었다는 것을요.

모든 단서는 내가 바람을 피운 장소에 숨겨져 있었다. 에이미는 보물찾기를 이용해서 나로 하여금 모든 부정의 현장을 순례하도록 만든 것이다.



닉의 내연녀, 앤디




닉은 그의 쌍둥이 남매인 마고의 집에 거주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고의 집에 웬 여자가 찾아와요.

앤디.

1년 가까이 닉과 불륜을 저지르고 있는 사람.

닉은 그녀를 사랑했지만 이 상황에서 그녀의 등장은 위험할 것이라고 판단해 돌려보내려 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본능에 충실할 뿐...

설득이 되지 않은 채로 돌아간 앤디를 배웅하고 돌아선 닉의 앞엔 실망한 고가 서 있었습니다.


들끓는 민심




닉의 사무실에는 여자 팬티들이 있었습니다. 신용카드 내역에는 막대한 금액으로 쇼핑을 한 흔적이 있었는데 그 물건들은 고의 장작 헛간에 숨겨져 있었고요. 에이미가 사라지기 전, 그녀의 생명 보험금이 상향되는 쪽으로 수정이 된 건 닉이 서명을 한 것으로 드러나 그는 이제 본격적인 경찰의 추궁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에이미가 시킨 것'이라는 그의 주장을 믿어주지 않았습니다.

그는 이제 집 앞에서 술 한 잔 사 먹을 수 조차 없는 처지가 됩니다. 매스컴에 모습을 드러내 에이미가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던 그는 '뻔뻔한 남자'가 되었어요.


에이미... 어디 있어?




그 시각, 에이미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도망다니고 있었습니다. 모든 상황을 완벽하게 계획 해놓고 경찰이 그 선물들을 하나 하나 푸르며 남편인 닉의 숨통을 조여주길 바라고 있었죠.

에이미는 더는 이 결혼 생활이 즐겁지 않았거든요. 처음 만났을 때 닉은 에이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애썼는데, 이젠 잘 보이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 그에게 분노를 느꼈어요. 그래서 언제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완벽한 사람으로 보이고 싶어하는 남편의 약점을 이용한 계획을 세웠던 거예요.

그녀는 무언가로부터 도망치고 있는 사람들이 소수 모여있는 곳에 자리를 잡아요. 곧, 그들에게 돈을 빼앗겨 거지 신세가 되지만요.


'어메이징 에이미',
그리고 그들의 결혼생활




에이미는 자신에게 관심 없는 닉에게 서운함을 토로하거나 화를 내지 않았어요. 그런 여자가 되고 싶지 않았으니까요. 하지만 에이미에게 무관심해진 닉은 마침내 그녀를 거들떠도 보지 않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상황은 더욱 악화되었어요.

나는 닉의 아내가 아닌 것 같다. 사람인 것 같지도 않다. 나는 소파나 뻐꾸기시계처럼 싣고 내려지는 존재다. 물건, 그것도 쓸모없는 물건. 나는 필요하다면 쓰레기장에 던져질, 강 속으로 집어 던져질 어떤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진짜가 아닌 것 같은 기분이다. 나는 사라져 버릴 것만 같다.



에이미의 부모님은 에이미를 모델로 삼은 '어메이징 에이미'라는 책 시리즈로 큰 인기와 부를 얻었는데요. 책과 실제 에이미 사이엔 괴리감이 있었습니다. (이를테면... 실제 에이미는 무언가를 포기했지만, '어메이징 에이미'는 좌절을 딛고 일어서 성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등)

많은 사람들은 '어메이징 에이미'를 부러워 했어요.

그래서 자기도 모르는 새 에이미에게 강박이 생겼나 봅니다. 책 속의 여인처럼 완벽하고 쿨한 사람으로 보이기를 바랬죠. 닉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랬어요. 꾸며진 모습을 보여준 거예요.

결혼은 서로의 진짜를 드러내고 상대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모난 부분들을 다듬어 나가는 과정인데요. 그들은 그런 노력을 하지 않았어요.

에이미는 이 사실을 견딜 수 없어 했고요.

상상할 수 있는가? 마침내 당신의 진실한 자아를 당신의 배우자이자 소울메이트에게 보여줬더니 그가 당신을 싫어한다. 그렇게 처음으로 증오가 싹텄다. 나는 이 문제를 아주 오래 생각했다. 나는 그것이 모든 것의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독자에게 뼈에 사무친 조언을 남길 정도로...

에이미는 닉과 살기 시작했을 때, 닉이 가위 하나 없는 걸 보고 어떻게 문명인이라 할 수 있느냐고 했어요. 닉은 그런 그녀의 말을 웃어 넘겼고. 훗날 에이미는 자조해요. 그리고 충고하죠.

변변한 가위 하나 없는 남자와는 절대 결혼해선 안 된다고. 그런 결혼은 끝이 나쁘다고요.


에이미의 심경변화




에이미는 닉을 감옥에 보내고, 그리고 자기 자신도 죽으려 했습니다.

하지만 매스컴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 오는 닉의 모습에 점점 마음을 바꾸는데요.

비로소... 듣고 싶었던 말을 듣고서야 에이미는, 계획을 중단합니다.

정말이지 사실이다. 이 끔찍한 상황이 벌어지고 나서야 우리는 깨달은 것이다. 닉과 내가 천생연분이라는 것을. 나는 조금 넘치고 그는 조금 부족하다. 나는 우리 부모의 지나친 관심 때문에 잔뜩 곤두선 가시나무이고, 그는 아버지에게 찔려 수많은 상처를 가진 남자다. 나의 가시와 그의 상처는 서로 완벽하게 들어맞는다. 나는 집으로, 그에게로 돌아가야 한다.



그 당시 에이미는 데시의 공간에 머물러 있었어요.

데시는 20년 전, 에이미와 연인사이였으나 헤어지고 난 후 죽겠다는 소동을 일으킨 바 있는 인물이에요. 그래서 에이미 실종사건의 용의자 중 한 명으로 지목되기도 했고요.

에이미는 빈털터리가 된 후 데시에게 연락해 그의 마음을 이용했지만 필요가 없어지자 깨끗이 없앱니다. 이 역시 주도면밀하게요.


돌아온 에이미




닉은 숨 쉬듯 에이미를 욕하고 있었습니다. 카메라 앞에서는 에이미에게 용서를 빌고 앞으로는 절대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 했지만 진심이 아니었어요.

그런 닉 앞에 피투성이가 된 에이미가 나타납니다.

사람들은 닉이 '아내를 죽였지만 증거가 없어서 잡혀가지 않는 파렴치한'이라고 단정을 짓고 있었는데, 에이미의 등장과 함께 '아내를 잃었을 뿐이었던 가여운 사람'이었다고 다시금 떠들어대기 시작합니다.

에이미는 경찰에 진술합니다. 데시가 나에게 어떻게 했는지, 실종 첫 날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얼마나 몹쓸 짓을 했는지.

단 한 사람... 닉만 그 말을 믿지 않았지만요.

그녀에게서 등을 돌렸다. 순간 한 손에 칼을 든 그녀가 복종하지 않는 나를 향해 입술을 앙다무는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다시 돌아섰다. 그렇다, 나의 아내는 결코 등을 보여줘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런 그에게 건네지는 임신 테스트기. 닉은 그녀가 돌아온 뒤 한 번도 그녀를 안은 적이 없어요. 이건 언젠가 그의 것을 보관해 두었다가 닉을 옭아매려 그녀가 꾸며낸 짓이었어요. 평생 자신과 이혼할 수 없도록요.

처음 그들이 만났을 때처럼 다시 한 번 더,

자신에게 애정과 헌신을 쏟기를 바라면서요.







이 책을 다 읽고...




각기 다른 집의 상황에 대해 생각해 보았습니다.

에이미는 자신의 부모가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는 느낌을 평생에 걸쳐 받았어요. 그들은 '어메이징 에이미', 즉, 그들이 만들어 낸 또 다른 에이미를 너무 많이 사랑했죠.

닉의 아빠는 여자를 혐오하는 사람이었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여자들에게 입에 담을 수 없는 험한 말을 하고 다녔죠. 그 여자들이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저 자기 자신의 자격지심, 수치심, 결핍과 분노가 만나 스스로를 가해자로 만들고 뭇 여성들을 피해자로 만들고 있었어요.

닉의 엄마는 아들을 마마보이로 키운 여자였습니다. 자기 혼자서는 집안일을 할 수 없는 남자로 키웠어요.

네... 그런 두 사람이 만난겁니다. 🤦🏻‍♀️

두 사람은 공통점이 있었죠. 자신의 안에서는 항상 무언가를 갈구하고 있지만, 사람들 앞에서는 완벽의 모습을 가장하고 있다는 것이요.

마침내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이 또 다른 하나가 될 때 그들은 자신의 진짜 모습을 드러내야만 하는데, 에이미와 닉은 상대의 욕망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어요. 그래서 서로에게 실망하고, 마침내는 자기 자신에게도 실망해 버린거죠.

불행의 씨앗은 두 사람이 자라온 집안 환경에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든 거예요. (물론, 부모들도 일부러 잘못되라고 그런 건 아닐테고 살다보니 그리 된 것이겠죠.)

저는 이 책을 읽고, 나도 언젠가 이런저런 변명을 늘어놓는 어른이 될까 겁났습니다. 니가 나였어도 그랬을 거야, 그 상황에선 어쩔 수 없는 단 하나의 선택이었어, 괴로움을 호소하는 자식 앞에서 내 인생을 설득하는 어른이 될까 두렵더라고요.

자식을 낳았다면 자식의 입장을 생각해야 해요. 그러기 싫으면 낳지 말아야죠. 물론, 내가 할 수 있는 노력을 기울여 자식을 키웠는데도 예상치 못 하게 나 때문에 괴로워 할 수 있어요. 그럴 땐 에이미와 닉의 부모처럼 방관을 하는 것이 아니라 늦게나마 이해라도 해보려 노력할 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를 위한 더 좋은 선택이 있었을 텐데, 내 생각이 짧았어, 반성할 줄 아는 어른이 되고 싶어요.

(그렇다고 에이미의 모든 행동을 정당화 할 수 있다는 말은 아닙니다. 성격이 형성된 원인을 이야기 했을 뿐... 죄를 지었다면 죗값은 받아야죠.)







이야기는 닉과 에이미의 시점이 교차되어 책인데도 꼭 영화를 보는 것 같아 재밌었습니다. 스릴러물 답게 중간 중간 반전과 극적인 전개가 책에서 손을 떼지 못 하게 만들었고요.

에이미는 당신이 살면서 단 한 번도 만나보지 못한 인물일 가능성이 높은데요. '이 사람은 대체...' 싶을 거예요. 장난스레 말하자면, 에이미는 파워J 성향이에요. '참 대~단하다...' 싶으실 수도 있어요.

에이미의 세계를 엿보고 싶으신 분들은 책으로든 영화로든 한 번 접해보시길 권합니다. 👍🏻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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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의 밤>, <완전한 행복>을 펴낸 소설가 정유정님이 극찬을 한 책!


"작가로서 '내 것을 빼앗겼다'는 기분이 드는 이야기가 있다. 아직 안 쓴 게 아니라 생각조차 못 했으면서 빼앗긴 듯 억울한 이야기. 이 소설이 그렇다."




이런 감정을 저도 느껴본 적이 있어서 공감했어요. 그런데 이번에 저는 작가님과는 다르게 책에서보다 이 책을 쓴 작가에게 더 큰 감동을 받았어요. 바로 이전에 '사라진 여자들'이라는 책의 리뷰를 쓴 적이 있거든요?

2023.07.11 - 《메리 쿠비카 - 사라진 여자들》 서스펜스와 반전이 대박인 책. 범인은 과연?

《메리 쿠비카 - 사라진 여자들》 서스펜스와 반전이 대박인 책. 범인은 과연?

저자는 , , , 라는 책을 써냈어요. 그녀의 책들은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 되었습니다. 특히 이 책, '사라진 여자들'은 출간 전부터 TV 드라마 시리즈 제작이 확정되어 화제를 불러일으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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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다는 말은 차치하고 이런 생각은 대체 어떻게 하는거야? 싶었거든요. 두 번째 작품을 읽고난 지금은 그저 박수를 쳐주고 싶어요. 재능 자체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는 뜻이예요.

하지만 굳이 비교를 하자면요. <사라진 여자들>이 더 재밌긴 해요. <디아더미세스>는 그에비해 조금 난해한 편인 것 같고... 심리 스릴러물이라는 장르로 비교를 하면 <디아더미세스>가 우세했다고 봐요. 후반부의 속도감은 작정하고 썼다는 확신이 들 정도로 몰입감이 상당했거든요.



 
 


넷플릭스에서 영화화 한다고 알려져 있는 '디아더미세스'는 전 세계20개국에서 번역 출판 되었고 출간과 동시에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고 합니다.

책만 읽어도 영화를 보는 것처럼 실감나고 스릴이 넘쳤는데 배우들이 연기를 하면 어떤 느낌일지 정말 기대 돼요. 책의 주인공인 세이디와 윌의 캐스팅도 참 궁금하고요.

이 책은 세 여자의 시선이 교차되며 진행됩니다. 세이디, 카밀, 마우스. 그리고 후에 세이디의 남편인 윌의 시점이 나오는데요. 스포는 최대한 자제하면서 각각의 인물과 내용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세이디👩🏻‍⚕️




산부인과 의사인 그녀는 집안의 재정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동시에 엄마의 역할도 나름 잘해내고 있습니다. 어느날, 아들 오토의 학교에서 연락을 받아요. 오토가 매우 위험한 물건을 학교에 가지고 왔다는 연락이었죠.

학교로 달려간 세이디는 오토의 입에서 "엄마가 가지고 가라고 해서", "엄마가 시켜서"와 같은 말을 들어요. 그녀는 당황했지만 어째서인지 오토는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 같진 않네요.

이와중에 병원 업무는 너무 과도했어요. 말그대로 심신이 피로했습니다. 하필이면 그 때 남편의 외도 사실까지 알아버리게 되고 말고요.

남편 윌의 누나인 앨리스가 자택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는 소식을 듣고 윌의 가족은 앨리스가 유산으로 남긴 집으로 이사를 가기로 합니다.

그 집엔 앨리스의 딸인 이모젠이 살고 있었어요. 아직 어린 이모젠을 보살피고 함께 살 생각으로 이사를 했는데 이모젠은 윌의 가족, 특히 세이디에게 적대감을 드러냅니다. 세이디가 이모젠의 방에 들어갔다는 이유로 위협을 가할 정도로요.

앨리스가 살던 이 집.

음산하고 황량하고 처연한 냄새가 감도는 이 곳은 유쾌하지 않은 곳입니다. 그리고 곧 이웃인 모건이 죽었다는 소식까지 들려오네요.

그런데 사람들은 왜 자꾸 세이디를 범인으로 모는걸까요? 진범이 밝혀지지 않은 사건이라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진실을 파헤치려 하고 있는 세이디에게. 그녀도 당황했는걸요.


카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만난 윌이라는 남자에게 한 눈에 빠진 카밀. 어느 날 밤 그와 파티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했지만 그 장소엔 카밀 대신 앨리스가 나가게 됩니다. 그로인해 그들은 사랑을 시작하고 결국 결혼까지 하게 되지요.

카밀은 그런 세이디를 미워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결혼을 한 후에도 윌을 향한 마음을 접지 않고 몰래 지켜보고, 유혹하고, 틈만 나면 그의 눈에 띄려 갖은애를 썼어요. 그녀는 과연 그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요?


마우스🙍🏻‍♂️




엄마를 여의고 아빠와 행복하게 살고 있던 마우스에게 갑자기 새엄마가 생겼어요. 새엄마는 아빠가 있을 땐 마우스에게 잘해주고 아빠가 없으면 마우스를 학대했습니다. 변기물을 내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개집에 가둘 정도로요.

마우스는 괴로워해요. 하지만 아빠에게 말하지 않죠. 왜냐하면 아빠는 새엄마를 사랑하는 것 같고, 어쨌든 본인만 참으면 아빠가 생각하는 이 가정의 평화는 지속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하니까요.

가정폭력을 당한 마우스는 가여운 아이예요.


윌👨🏻‍💼




세이디의 남편이자 만인의 인정과 부러움을 사는 완벽한 남자. 바쁜 세이디를 대신해 군말 없이 집안일을 하고 아이들도 돌보고 세이디의 상태까지 살펴봐줘요.

그의 단점이라면 아내인 세이디의 말을 믿어주지 않는다는 것. 왠지 모르게 그는 세이디가 무슨 말만 하면 '네가 예민해서 그래', '왜 그렇게까지 생각하는거야?'와 같은 면박을 줍니다.

저는 가스라이팅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는데요. 정말로 세이디가 남보다 유별나서 그랬던건지 아니면 그가 어떤 의도를 가지고 그랬던건지 별 일이 아닌데도 부풀려 고민 하는 세이디가 걱정이 되어 달램의 의도로 그랬던건지는 지켜볼 만한 포인트라고 생각합니다.


인상적이었던 하이라이트🫗

 

축축한 흙과 비릿한 바다, 우거진 숲의 냄새가 뒤섞인 공기가 낯설게 느껴졌다. 전혀 집같이 느껴지지 않는 냄새였다. 길가에 내려앉은 적막함이 불편했다. 소름 끼치는 고요함, 사람을 긴장시키는 적막함 속에서 사람이 많이 사는 곳이 안전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사람이 많이 살지 않는 주택 단지로 이사온 세이디. 특히 이 동네는 더 그래요. 사람이 죽어나가고, 다른 사람들은 자꾸 의심의 눈초리로 나를 보고, 사람 사는 정이라곤 찾아보기가 어려운 곳이죠.

언젠가 '지나치게 고요해서 귀가 아플 정도로 시끄럽다' 는 말을 들은 적이 있어요.

적막이 소음보다 시끄럽다는 생각 해보신 적 있나요?

개들이 뛰쳐나갔다. 얼마 전부터 파기 시작한 마당 한구석으로 곧장 달려갔다. 최근 들어 개들이 이상할 정도로 땅 파기 놀이에 집착해서 신경에 거슬렸다. 땅을 파지 못하게 주의를 주려고 손바닥을 맞부딪쳤다.



범인을 추리하는 데 있어 큰 힌트예요. 하지만 무엇을 숨겨놓았는지 누가 숨겨두었는지는 말하지 않을게요.

창문을 통해 윌이 뜨겁게 타오르는 벽난로 앞 소파에 앉아있는 게 보였다. 다리를 꼰 채 깊이 생각에 잠겨 있었다. 신나게 웃으며 뛰어다니던 테이트가 윌의 옆을 지나자 윌이 배를 간질였고, 아이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테이트가 윌에게서 도망쳐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고, 더이상 내가 볼 수 없는 곳으로 사라졌다. 소파로 돌아온 윌이 깍지 낀 손으로 머리 뒤를 받치고 소파에 등을 기대어 앉은 모습이 평화로워 보였다.



사람은 누구나 양면의 모습이 있잖아요. 세이디의 눈에 익숙했던 윌이 낯설게 느껴지는 장면을 설명하고 있는거예요. 세이디는 이 때 무슨 생각을 하고 했을까요? 그리고 윌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요?

물론 내가 직접 해결할 수도 있었지만 나를 위해 대신 해줄 사람이 있는데 내가 굳이 나설 이유가 있을까?



이 부분을 읽고 B.A.패리스가 떠올랐어요. 그녀의 작품들은 가스라이팅이 버무려진 걸로 유명하죠.

에린이라는 여자가 죽었어요. 그녀는 누구의 손에 왜, 어떤 방식으로 죽은걸까요. 참고로 에린은 윌과 세이디 두 사람 모두와 연관 있는 여자였습니다.

아, 최근에 죽은 모건도 마찬가지였고요.

우리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 대해 얼마나 알고있을까. 사실 상대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는다.



이 책을 이십대에 읽었다면 지금보다 더 깊이 빠졌을테고 생각이 나아갈 길을 찾지 못해 몹시 헤맸을 것 같아요. 삼십대인 지금 읽은 게 다행이랄지...

가장 가까이에 있는 그 사람이 내가 아는 모습과는 정반대의 본질을 가지고 있고, 언제든지 내 뒷통수를 치고 도망갈 수도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 어느덧 자기보호가 자연스러워진 나이가 됐습니다.

무서워요. 사람은 내가 모르는 게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두려움을 느끼는 것 같아요.



 

이 책은 한 여자가 사람들의 의심과 비난, 가스라이팅 속에서 성장해 나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어요.

이야기는 후반부에 폭풍처럼 휘몰아칩니다. 영화로 만들어진다면 궁금한 이유가 거기 있어요. 각 인물을 맡은 배우들이 그 긴박감 넘치는 장면 장면들을 어떻게 표현해 낼지가 참 궁금합니다.

이 책을 재미있게 읽으셨다면 아래의 책들도 한 번 읽어보시길 추천드릴게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뷰, 가스라이팅으로 버무려진 자극적인 심리스릴러 소설

제목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표지는 익숙한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 광고 많이 하잖아요, SNS에서. 저도 광고로 이 책을 처음 알았어요. 반은 속는 셈 치고 읽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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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 A. 패리스 - 테라피스트 리뷰, 죄책감은 무서운 감정이에요

그녀의 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도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비하인드도어가 더 재밌었네요.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모두 몰려있는 것 같아요. '누가 범인이지?' 의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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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A. 패리스 - 브레이크다운, 누가 나를 고장내려 할 때

그녀의 작품을 또 읽고 말았습니다. 그녀 덕분에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가 생겼거든요. 제 글을 보아오신 분들은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으실거예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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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재와 남자들의 수준이 비등비등하다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거든요.

원래 무서운 분위기를 자아내는 책이나 영화는 안 보는 편인데 심리스릴러물은 오싹하면서도 현실성이 있어 자꾸 보게 되네요. 다음에 또 이런 류의 책을 기깔나게 쓰는 작가가 있으면 소개와 함께 데리고 올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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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마이클 로보텀을 일컬어 '이 시대의 진정한 거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매번 찬사를 보내왔지요. 그래서 마이클 로보텀에게는 종종 '영미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이 사랑하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합니다.

스티븐 킹과 J. K 롤링을 제치고 세계 3대 추리소설 상 중 하나인 CWA 골드대거상 수상과 더불어 호주의 에드거상이라 불리는 네드켈리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거머쥔 바 있는 호주 제 1의 범죄소설가 마이클 로보텀. 그의 책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는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애거사'



애거사는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녀의 일생은 매우 불행했는데요. 어렸을 때 믿었던 어른으로부터 몹쓸 짓을 당하고 부모로부터는 보호를 받지 못 한 기억이 있죠. 그렇게 낳게 된 아기는 강제로 입양을 보내게 되었다는 끔찍한 기억과 함께요.

그 이후 그녀는 고작 열 다섯의 나이에 임신을 하지 못 하는 몸이 돼요. 그리고 그 사실을 본인이 알게 됩니다. 그로인해 그녀가 갖지 못한 것은 비단 '아기' 한 명이 아니었어요.

아이를 포기한다는 게 어떤 건지 진정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게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열다섯 살이었고, 내가 포기한 건 그저 갓난 아기가 아니었다. 내가 포기한 건 한 살의 그 애와 두 살의 그 애와 세 살의 그 애와 그 이후 모든 나이대의 그 애였다. 나는 모든 크리스마스 아침, 모든 이빨요정과 학교 콘서트와 모든 어머니의 날, 생일과 잠자리 입맞춤을 포기했다.


어머니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자신이 가지지 못 한... 평생 가지지 못 할 것들을 누리고 있는 한 여성을 타겟 삼아 그녀의 인생을 훔치기로 계획합니다.


완벽한 삶을 도둑 맞은 여자
'메건'



메건은 정원 딸린 넓은 집에서 귀여운 남매, 완벽한 남편과 함께 사는 주부입니다. 햇살 좋은 낮, 카페 앞에서 아기 엄마들끼리 모여 유치원 이야기를 하고, 남편 이야기를 하고, 시댁 이야기를 해요. 집에 돌아가서는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며 인기 블로거로써의 재미도 맛보고요. 주변에서 뭐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물이죠?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고민은 있었는데요. 바로 그녀가 남편의 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단 사실입니다. 그로인해 현재 뱃 속에 있는 셋째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지를 몰라요. (...) 남편인 잭은 자신의 아이인 줄 알고 있지만요.

메건은 우연히 들른 슈퍼마켓에서 출산일이 비슷한 애거사라는 여자를 알게 됩니다. 공통사가 있어 이야기가 참 잘 통했죠. 태어날 아기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급속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어요.


완벽한 삶을 훔친 당일,
애거사



하나부터 열까지 미리 준비한 계획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는 대망의 날. 그녀는 메건이 아기를 낳은 병원에 침입, 간호사로 변장을 해요. 그리고 메건과 잭이 방심한 틈을 타 아기를 자신의 요람에 넣어 병원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하고 마는데요.

여기, 잭을 미치게 할 만한 포인트가 있어요. 바로 잭 자신이 자신들의 아기를 직접! 건네주었다는 겁니다. 간호사가 아기를 훔쳐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 했을 테니까요.

병원을 빠져나올 때는 간호사복에서 공사 작업 인부복으로 갈아입어 CCTV를 혼란케 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혼자 키우나요?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였던 헤이든에게 연락해 네 아기를 낳았다고 말해요. 아니, 사실 그 전부터 말해왔죠. 그의 부모님을 찾아가 뱃 속에 그이의 아기가 들어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 헤이든은 그의 아기를 보기 위해 찾아옵니다. 그리고 부정에 부정을 거듭하던 그는 마침내 무언가에 홀린 양 아기와 애거사를 사랑하게 됩니다.


완벽한 삶을 도둑맞은 당일,
메건



잭이 간호사에게 아기를 주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다렸지만 아기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상함을 느끼고 신고를 했지만 때는 이미 지난 후였죠.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받아들일 수 없어 슬퍼하고 좌절하고 원망하고 화를 냈습니다. 범인을 잡지 못 하는 병원의 CCTV를 관계자들을 체계를 탓했어요. 경찰을 기자들을 네티즌들을 미워했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며 메건의 눈에 소극적인 액션을 취했어요. 그녀는 과연... 아기를 돌려 받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메그는 절대 내 삶이 어떤 건지 이해하지 못할 거다. 사랑 넘치는 가족 안에서 자랐고 가장 좋은 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들어갔으니까. 꿈의 직업을 얻고 여성 잡지사에서 일하고, 거기서 주드 로와 점심을 먹으며 시시덕댔다. 잘생긴, 잘 나가는 남자와 결혼했고 순식간에 임신했다. 그런 사람이 무슨 수로 내 인생을 이해하겠는가?

한 해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더 작아지고 어두워지는, 폐소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좁아터진 터널에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그 끝에는 아무런 빛도 없다. 어떤 낙원도, 어떤 휴식도.

나는 이 지저분한, 악취 나는 굴 속에서, 그 생물은 내가 빛을 쬘 자격이 없다고,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나는 진짜 여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보시다시피 애거사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 아기를 못 낳는 여자는 진짜 여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거 보세요. 그래서 훗날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하는데요. 어렸을 적 끔찍한 경험을 하고 부모로부터 보호 받지 못한 경험이 그녀를 서서히 미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잠깐이었지만 애거사와 메건의 아기는 좋은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어요. 이름까지 붙여 가며 제법 '진짜 가족 놀이'를 했죠. 그녀의 인생에 더없이 행복했던 날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애거사는 메건에게 악의는 없었지만, 아기와 함께 살고 싶은 열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메건에게 큰 상처가 되리란 것까진 생각하지 못 한 듯 해요. 그래서 메건이 미디어를 토해 아기를 돌려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올 때마다 점점 더 아기를 끌어안았죠. 이 아이는 자신의 아기인데 메건이 훔쳐갈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애거사와 메건



메건이 아기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겠지만, 애거사가 아기를 포기한다면 어떤 이유에서 포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 같습니다.

비록 자신이 낳은 아기는 아니었지만, 애거사는 진심으로 아기를 사랑했거든요.

"그냥 아이가 없는 게 아니었어요... 거기에 따르는 모든 것이었죠. 부모가 되는 의례들... 어머니 모임, 학교 정문에서 나누는 잡담, 사이드라인에서 구경하는 토요 스포츠 경기, 학교 만찬회, 학교 기금 맘련과 학부모 일일교사. 당신에게 그런 것들은 너무 평범해서 그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지도 않겠죠. 내게 그것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모든 것 이에요. 나는 이방인이에요...(중략)"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애거사의 말입니다.

이 부분을 읽고 마음이 좀 찡했어요. 너무나 간절하게 아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서요. 아기를 낳을 수 있지만 낳지 않는 사람과, 낳고 싶지만 낳을 수 없는 각 두 사람의 마음은 천지차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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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책은 이전에 입양가족에 대한 책을 읽고 리뷰를 했던 책들입니다. 입양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아이를 위주로 이야기로 흘러간다는 데 있어 이 책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와 결은 조금 다르지만, '생물학적으로 내가 낳지는 않은 아기'를 대하는 두 가지 방식을 비교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아 첨부합니다.

애거사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요.





아기를 잃고 메건은 매우 힘들어 하는데요. 사실 이 정도면 양반이라고 봅니다... 열 달 동안 품은 내새끼를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도둑 맞았다고 생각해봐요. 그것도 병원에서! 저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요. 게다가 아기를 낳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은 우울한 호르몬이 나와 별 것 아닌 일에 눈물이 흐르기도 해요. 그래, 이정도면 메건... 아주 잘 참았고 현명했다, 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 책은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의 슬픔을 조명 해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저는 아기를 낳아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메건의 입장에 더 이입이 되어 애거사가 너무 나빠 보였어요. 다시 생각해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애거사처럼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 하는 사람들이 보면 눈물을 뚝뚝 흘릴 책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어요. 애거사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파요. 그녀의 주변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가장 중요한 역할인 부모는 그녀를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뜨리지 말았어야죠. 그녀 안의 이상한 생물은 그녀의 부모가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해도 무방해요.

제 주변에는 애거사와 같은 사람이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 그런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섣불리 말하고, 행동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 역시 내가 겪어보지 못 한 입장에 서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네요. 시간 나면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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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작품을 또 읽고 말았습니다. 그녀 덕분에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가 생겼거든요. 제 글을 보아오신 분들은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으실거예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뷰, 가스라이팅으로 버무려진 자극적인 심리스릴러 소설

제목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표지는 익숙한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 광고 많이 하잖아요, SNS에서. 저도 광고로 이 책을 처음 알았어요. 반은 속는 셈 치고 읽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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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 A. 패리스 - 테라피스트 리뷰, 죄책감은 무서운 감정이에요

그녀의 <비하인드도어>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도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비하인드도어가 더 재밌었네요.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모두 몰려있는 것 같아요. '누가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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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이미 유명한 작품들인데 제가 리뷰한 바 있거든요. 아직 못 보셨다면, 참고 해주시길 바라고요. 오늘은, 브레이크다운입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가스라이팅이 난무해요. 특히 이번에는 제가 범인을 맞추지 못 할 정도로 주인공인 캐시 만큼이나 맘고생을 많이 했는데요. 심리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과연...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소개해볼게요. 참고로 <스포주의>입니다.

줄거리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 캐시는 숲속을 관통해야 하는 블랙워터라는 길을 선택해요. 남편 매튜가 절대 그 길로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 결과, 캐시는 그 곳에서 웬 여자와 눈이 마주치게 됩니다. 멈춘 차 안에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던 여자... 누구였을까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당시에는 알지 못 했어요. 하지만 곧 뉴스 보도를 통해 알게 됩니다. 그 여자는 자신과 함께 점심을 먹은 적이 있는 제인이었다는 사실을요.

캐시는 죄책감에 휩싸입니다. 당시 무언가 이상했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집에 돌아가 경찰에 신고해야지 해놓고도 잊어버렸어요, 경찰이 증인을 찾을 때도 뒤늦게 나섰고요. 그래서 그녀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요.

게다가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인데, 타살이었대요. 그가 캐시의 차 번호를 외웠으면 어쩌죠? 그럼 자연히 집 전화번호도 알 수 있게 되는데요. 그 이후 캐시네 집에는 침묵의 전화가 매일 걸려옵니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상대는 아무 말을 하지 않는거예요.

캐시의 어머니는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어요. 어머니의 병수발을 해 온 캐시는 그 병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까 몹시 걱정하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요즘, 자꾸만 의심스러운 일이 생깁니다. 사람들과의 약속을, 기계 사용법을 잊어버려요. 구매한 물건을 사고 또 사서 주위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고요.

분명히 놓여있던 칼이 다시 돌아와보니 없고, 외출하고 와 보니 컵의 위치가 바뀌어 있고, 조용한 집 안에서 나는 기척을 기묘하게도 그녀만 겪어요. 그래서 그녀는 범인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제가요, 캐시만큼이나 맘고생을 했다고 했었잖아요? 그런데 상황이 그래요. 캐시 입장에서는 약속을 하지 않았는데 성립이 되어 있고 느닷없이 기계가 말을 듣지 않고 뜬금없는 물건들이 도착해 있는거예요. 하지만 이렇다할 이유는 딱히 모르겠으니 내 잘못인 것만 같고...)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레이철은 그녀가 이렇게 힘들어 할 때마다 위로를 해줍니다. 어느 날은 두 사람이 점심을 함께 먹으려 하는데 화장실에 다녀온 레이철이 급히 가 볼 데가 있다는거예요. 그리고 그녀가 나가자마자 웬 학생이 다가와 '제 친구가 당신의 친구 핸드폰을 훔쳤어요, 미안해요.' 라며 사과하죠.

핸드폰 속에는 캐시의 남편인 매튜와 레이철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요. 이제까지 캐시를 곤궁에 빠뜨렸던 모든 상황의 작전도 함께 적혀 있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예요.



 

 

캐시는 분노합니다. 창고에 칼이 하나 있었는데, 언론에 보도 된 실제 사건 현장에 사용된 칼이었어요. 그 칼은 왜 그 집 창고에 있는걸까요? 매튜가 범인이어서? 매튜와 연인인 레이철이 범인이어서? 캐시는 두 사람에게 복수를 하려고 레이철의 행주로 칼을 감싸고, 매튜가 범행 당시 집에 있었기는 하나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겠다는 말을 경찰에게 늘어놔요.

범인이요? 레이철이었습니다. 저만큼이나 캐시도 놀라요. 그저 복수하고 싶었을 뿐인데, 정말 그녀가 그랬을거라고는 생각지 못 했었거든요. 레이철은 캐시의 부모님이 제 2의 딸이라고 했을 정도로 그녀를 예뻐했는데, 자신에게는 유산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나 캐시의 돈을 빼앗기로 매튜와 모의한 거예요. 그런데 매튜와 자신의 관계를 제인이 알게 되고, 그 사실을 캐시에게 말하겠다는 그녀를 죽이게 된... 그런 연유였던거죠.

참고로 매일 집에 전화를 걸어오던 사람은 매튜였습니다. 레이철 못지 않게 매튜도 어마어마해요. 그는 캐시와 한 집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캐시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동시에 가하는 가스라이팅이, 돌이켜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고 소름끼쳐 혐오감이 들더라고요.


주인공, 캐시



 

그녀는 끝까지 불쌍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문자를 보고 난 뒤 이제까지 자신의 생각과 어긋났던 사람을 모두 다시 찾아가요. 그리고 묻습니다. 내가 정말 그렇게 말 했었느냐고. '아니? 네 친구가 그러던데?', '남편이 그러던데요?' 사람들은 대답하죠. 나도 엄마처럼 치매에 걸린 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던 캐시. 그녀는 정상이었습니다. 망상증 환자도 아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들에게 복수를 하죠.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상황을 연출하고 제 3자가 그들을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바라보게끔 만드는 수법. 그러다 운 좋게 제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진거고요.

만일 내가 그 핸드폰을 받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두 사람이 어떻게 나를 배신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슬픔에 빠져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될까봐 두렵다. 점박이 암소(가게 이름)에서 수화기를 통해 매튜의 목소리를 듣고 모든 속임수의 실타래가 풀리던 순간, 결심한 것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과 가장 친한 친구 두 사람을 동시에 잃어 속상한 마음이 컸을텐데 분노를 동력 삼아 진정한 복수란 이런것이다, 본때를 보여준 게 아주 멋져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으세요?

 

 

레이철



 

처음부터 제인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제까지의 일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까봐 그랬겠죠. 캐시의 돈을 뺏어야 하는데 매튜와의 관계가 들켜버리면 안 되니까 그녀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엄연한 범죄를 두둔할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요.

아빠가 레이철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아 얼마나 소외된 기분을 느꼈을지, 내가 이해했어야 했다.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었을까?


부모님을 여의고 캐시의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고 자란 레이철. 제 2의 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그녀도 그들을 진짜 부모처럼 의지하고 따랐던걸까요? 진한 배신감으로 인해 일어난 비극이에요. 어떻게 나에게는 유산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지 레이철은 이해할 수가 없었대요.

사실 캐시는 레이철의 마흔 살 생일 선물로 집을 사 두었어요. 생일에 맞춰 주려고 했던 거지요. '선물을 조금 더 일찍 주어야 했던 걸까?'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레이철은 착한 친구를 두었었답니다.



 

 

남편 매튜는 레이철에게 끌려다닌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따로 언급을 하지는 않을래요. 저는 처음엔 매튜가 범인인 줄 알았어요. 캐시가 집에서 이상한 일들을 겪을 때마다 그녀를 위로할 뿐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다 나중에는 캐시가 범인이 아닐까도 생각 했었습니다. 건망증이 너무 심해 제인을 죽인 이유를 무의식 중에 잊어버린 건 아닐까 싶었어요. 친구 존이 범인인 것 같기도, 범인은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했는데, 제 머릿 속 용의자 선상에 레이철은 없었기에 결과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깜빡 속아 넘어갔어요. 여러분은 어떠셨어요? 초반에 눈치를 채버려서 책 자체가 재미 없었다는 분도 계셨는데, 저는 그 분이 눈치가 참 빠른 분인 것 같아요.

이전에 읽었던 저자의 책들과 비교하면 흡인력은 역시나 마지막 100장 정도에 몰빵이 되어있었던 것 같고요. 소재는 역시나 참신했습니다. B. A. 패리스는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막장 스토리를 너무나 잘 풀어 써요. 어딘가에서는 정말 일어날 것만 같은 일들이에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이은해 사건이 생각 났습니다. 내가 믿고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가 나를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면. 언젠가부터는 그 사실을 내가 눈치를 채겠지만, 그 때 즈음엔 이미 내가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고 있어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깨닫게 되지요. 심리를 조작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아니, 사람의 기능을 망가뜨려 놓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가지고 놀겠다는 말과 같은데 이건 개중에서도 아주 사악한 짓 같아요.



 

 

의사마저도 두 사람의 계략에 놀아나 그녀가 정신증 환자인 줄 알고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만약 내가 캐시의 입장이라면, 이 세상에 나 말고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있다면...

내가 나를 끝까지 믿어줄 수 있을까요? 세뇌가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B. A. 패리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껴요. 내가 내 말을 잘 들어줘야지. 나를 더 많이 사랑해줘야지, 하고요. 이번에도 역시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글을 참 맛깔나게 쓰는 이 작가. 피 한 방울 안 나오는데 어쩜 그렇게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지 몰라요. 리뷰는 이만 마칠게요. 제 글을 읽고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읽고 내려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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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비하인드도어>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도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비하인드도어가 더 재밌었네요.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모두 몰려있는 것 같아요. '누가 범인이지?' 의심하고 궁금해하느라 내내 기가 빨렸는데, 진상이 밝혀지고 그 사람이 실은 어떤 인간이었는지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은 그야말로 짜릿 그 자체. 내용 소개해볼게요.

 

테라피스트 내용(스포주의)



앨리스와 레오는 짧은 기간, 그것도 주말 연애를 마치고 결혼에 골인합니다. 호화로운 주택에 함께 살게 돼요. 이 주택단지에는 다른 부부들도 살고 있는데요. 탐신네, 이브네, 마리아네, 로나 아주머니네... 이웃들의 눈길이 곱지만은 않네요? 텃세를 부리는걸까요?

앨리스는 알게 돼요. 이 집에서 누군가 죽었음을. 그것도 타의에 의해서. 죽은 사람은 니나라는 여자이고, 범인은 올리브라는 남자로 둘은 사이 좋은 부부였다는데요.

니나가 바람을 폈대요. 그리고 그 사실을 그녀는 이웃인 로나 아주머니에게 털어놓았다고 해요. 그 다음날 그녀는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 돼요. 로나 아주머니는 진술했어요. 니나가 죽기 전, 올리브가 집 안으로 들어가는 걸 봤다고. 하지만 올리브는 그 날 집으로 바로 들어가지 않고 공원에 앉아 있었다고 경찰에 진술했어요. 과연 누구의 말이 맞는걸까요?

사건은 올리브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으로 종결이 되버리고 맙니다. 그가 정말 진범인지 아닌지의 여부는 이제 가릴수가 없어요. 이웃들은 찜찜하지만 한편으론 안심하며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노력을 합니다.

올리브가 자신은 범인이 아니라고 호소할 때 이웃들은 불안했거든요. 니나가 바람을 폈다고 했죠? 올리브가 아니라면 바람을 피운 사람이 죽였을 가능성이 크겠죠. 그런데 그러려면 그 자가 누구인지 이웃들을 의심해봐야 하고, 그 중엔 내 남편도 속해있기 때문에 내 남편도 의심을 해봐야 해요. 그리고 만일 바람 피운 상대가 범인이 아니라면, 그 사람의 와이프가 니나를 죽일수도 있는거예요. 이러한 가능성들이 그들의 숨통을 조였던 모양입니다. 올리브가 사건을 끝내주자 이웃들은 더는 파헤치려 하지 않고 일상으로 돌아가요.

 

앨리스의 혼란


앨리스는 이웃들과 친하게 지내기 위해 집들이 파티를 엽니다. 그런데 그 날, 웬 남자가 나타나요. '누가 아직 안 온걸까?' 어림짐작 하던 앨리스는 그 자가 '팀'이라고 확정을 지어버려요. 그는 자신이 누구라고 소개하지 않았습니다. 파티가 끝나고야 알았어요. 팀이 파티에 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그럼 그 남자는 누구였을까요? 그는 앨리스가 집에 혼자 있을 때 자신이 죽은 니나 사건을 재조사하는 사립탐정이라고 소개하러 오는데요. 앨리스는 이 니나 사건을 그냥 흘려들을 수가 없었어요.

왜냐하면 죽은 자신의 언니 이름이 니나였거든요. 그리고 언니를 그렇게 만든 사람이 자기라는 죄책감을 평생 갖고 살고 있었고요. 판결에서마저 무죄를 받아 벌을 받을 기회마저 빼앗긴 앨리스에요. 앨리스는 옛날부터 '니나'라는 이름만 들으면 집착 수준으로 그 사람을 들여다보는 습관이 있었어요.

사립탐정 즉, 토머스는 자신이 올리브 누나의 부탁을 받아 움직이는거라고 얘기해요. 올리브의 누나는 현재 아파서 움직일 수가 없는 상태이며, 자신의 동생은 무죄이니 진실을 밝혀달라고 부탁했는가봐요.






앨리스는 당시 자신의 남편 레오를 의심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이 집에 커다란 비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레오가 자신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에 신뢰가 불신으로 변한 상태에서, '그가 니나를 죽이고 범인이 범행현장에 다시 오듯 돌아온 건 아닐까.' 퍼즐을 맞춰보는 중이었죠.

남편에 대한 의심을 키우는 증거들은 속속들이 등장합니다. 일례를 얘기하자면 여권. 여권을 확인하니 그 안의 이름은 앨리스가 알고 있는 이름이 아니었어요. 여권 속 이름으로 인터넷에 검색을 하니 그가 실은 감옥 생활을 했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요. 다른 집 다 놔두고 왜 꼭 이 집에 살려는 고집을 부렸는지, 왜 아내인 내게 이름을 거짓말 했는지... 레오를 향한 앨리스의 신뢰는 바닥으로 추락합니다.

비슷한 시간, 이웃사람들은 여전히 앨리스를 이해하지 못해요. 그나마 친한 사람이었던 이브는 앨리스를 이해하는 듯 보였지만 책의 후반부에 탐신이 "당신은 망상증 환자예요!" 라고 말할 때 평소와는 달리 이브가 탐신을 제지하지 않죠. 마치 어느정도는 그 말에 동조한다는 듯이요.

앨리스는 우리 집에 웬 남자가 왔었고, 그 남자는 사립탐정이며, 올리브 누나의 부탁을 받아 사건을 재조사 하고 있다는 얘기를 사람들에게 거듭했어요. 하지만 사람들은 왜 끝난 일을 다시 화두에 올리느냐며 그녀를 못마땅해했죠. 특히 탐신이요. 그녀는 폭발해요. 당신은 우리 모두를 의심하고 있고, 우리는 당신이 말한 그 남자를 보지 못했다. 이제 좀 그만하라고 말이예요.

생각해보면요... 토머스는 일주일에 한 번씩 앨리스네 집에 왔거든요. 그런데 이웃들은 그를 본 적이 한 번도 없대요. 어떻게 된 일일까요?

 

반전


토머스는 로나 아주머니의 아들이었어요. 부모를 폭행하는 못된 아들, 실명은 존이었죠. 그리고 니나 사건의 범인도 그였습니다. 이웃들이 이제껏 그의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이유는 로나 아주머니네서 앨리스 집이 매우 가깝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이었어요.

 

"올리브는 누나가 없어요!"


토머스는 올리브 누나의 부탁을 받아 조사하고 있는거라고 했는데. 여느때처럼 그와 나란히 커피를 마시고 있다가 탐신에게 받은 문자가 촉발점이 되어 앨리스는 떨기 시작해요. 그리고 올리브에게 정말 누나가 없는지 확인을 해달라고 레오에게 보낸 문자의 답장을 토머스가 목격한 순간, 그의 본모습이 드러납니다.

그는 앨리스를 묶고 그녀의 머리를 잘라요. 그는 다른 사람의 심리를 조종하고 이용하는데 기쁨을 느끼는 성격장애자였어요. 로나 아주머니는 뒤에서 황망히 그를 바라만 보는데요. 폭주기관차인 아들을 말릴 힘이 없어서요. 그 순간 로나 아주머니의 남편인 에드워드 아저씨가 충격으로 돌아가세요. 앨리스와 로나 아주머니는 용기를 내서 토머스를 쓰러뜨리고, 무차별적으로 타격을 가해 그에게 벗어나요.

앰뷸런스 안에서 앨리스와 로나 아주머니가 나누는 대화가 인상적이에요.

 

"아주머니가 제 목숨을 구했어요. 그게 아주머니가 한 일이에요. 아주머니가 제 목숨을 살렸어요." 그리고 몸을 내밀어 아주머니에게 키스했다. "고마워요." 그것으로 충분하지는 않았으리라. 하지만 자신의 아들을 죽인 엄마에게, 잘 알지도 못하는 남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모자를 하나로 묶고 있던 탯줄을 다시는 돌이킬 수 없도록 그토록 잔인하게 잘라버린 엄마에게 뭐라고 할 수 있겠는가? 그때 아주머니가 갑자기 기운이 나는 듯 목소리에 힘을 주며 말했다. "내가 댁의 목숨을 구했다면, 날 위해 한 가지만 해줄래요?" 아주머니가 물었다. "그리고 우리 바깥양반을 위해. 바깥양반도 그걸 원할 거예요." "물론이죠, 뭐든지요." "살아요." 내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봤다. "당신 몫의 인생을 살아요. 지난 20년 동안 과거 속에서 살았잖아요. 이제 온전한 삶이 주어졌으니 죄책감 때문에 인생을 낭비하지 마요. 인간은 누구나 실수하는 법이니까."


'니나' 에서 이제 그만 벗어나라고요. 죄책감으로 인생을 낭비하지 말라고요. 물론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합니다. 하지만 앨리스의 경우는 사고였어요.

이런 말도 나옵니다. '법원이 나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무죄를 선고하면서 나는 처벌받을 권리를 빼앗겼고 그때부터 스스로를 벌해왔다.' 고... 앨리스가 잡은 운전대의 차 안에 사랑하는 언니와 엄마가 있었고 모두에게 안타까운 사고가 일어났던 것 뿐...

 

그래서 그런거였다. 그가 옥살이를 했다는 걸 알았을 때 용서하지 못한 건 그의 범죄 이력이 아니라 질투 때문이었다. 나는 과거에 발이 묶여 있는데, 그는 자신이 저지른 짓을 속죄하고 새인생을 살 수 있었다는 사실이 샘났다. 안 그래도 그가 니나에 대해 말해주지 않아서 당황하고 있던 차에 혼란이 더욱 심해졌고, 그래서 신뢰해도 될 것 같은 그 사람에게, 로나 아주머니의 은밀한 경고로 의도치 않게 생긴 불신과 의심이 주변 사람들과의 우정을 물들이기 시작하면서 한결같음을 상징하게 된 그 사람에게 의지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토머스 그레인저의 탓으로 돌릴 수 있는 건 오직 그가 밤중에 집 안을 어슬렁거리며 내게 두려움을 주입시켰다는 것 뿐이다. 나머지는 내가 그의 손에 놀아나서 자초한 일이다.


죄책감으로 시작된 상상이 결국은 앨리스를 집어삼켜 일어난 비극. 내 주변 사람들을 의심하고 끝내는 나조차도 믿을수가 없게 되는. 한마디로 주제에 딱 맞는 주인공이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앨리스는 토머스에게 놀아났어요. 그가 만들어놓은 판 위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게임말 같았죠.

생각해보면 죄책감은 얼마나 무서운 감정인가요. 아무 생각도 할 수 없게 머리를 마비시키죠. 죄책감으로 인해 다른 사람을, 나를 슬프게 하는 일도 서슴지 않아요. 앨리스는 로나 아주머니에게 삶의 큰 지혜를 배웠어요. 작중의 앨리스처럼 죄책감으로 내 삶을 갉아먹고 있는 사람들은 이 책을 읽고, 제 글을 읽고, 괴로운 그 감정에서 벗어나면 좋겠어요. 토머스처럼 내 그 감정을 이용하는 사람이 나타나기 전에요.






토머스의 정체가 드러나기전까진 누가 누구를 해하지도, 그런 시도를 하지도 않는데 쫄깃한 긴장감이 인상적인 책이었어요. 근데 영화로 치자면 마지막 10분을 위해 모든 시간에 누군가를 의심하고 실망하고 의심하고 실망하고의 연속이라 저 개인적으로는 조금 지치고 힘들었던 책이었기도 합니다. 재미가 후반에 너무 몰빵되어 있어요.

 

다들 올리버가 니나를 죽였다고 그렇게 빠르게 인정한 데는 뭔가 미심쩍은 구석이 있다. 어쩌면 그들이 누군가를, 니나와 바람을 피웠다고 의심되는 서클의 누군가를 보호하고 있는 건 아닐까? 그렇다면 그게 누구일까?


이 긴장감을 너무 오래 가져가야 해요. 전에 읽었던 저자의 <비하인드도어> 같은 경우 주인공의 본모습이 빨리 드러났고, 그 후 각기 다른 씬들이 속도감 있게 진행됐기 때문에 읽는 재미가 있었는데...

그래도 다른 책을 또 읽어보려 합니다. 내용적으로는 조금 루즈한 편이었으나 가독성은 좋았거든요. (저자의 장점인 것 같아요.) 다음에 읽어볼 책은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품이면 좋겠어요. 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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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표지는 익숙한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 광고 많이 하잖아요, SNS에서.


저도 광고로 이 책을 처음 알았어요. 반은 속는 셈 치고 읽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심리스릴러라는 장르를 확실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거든요.

 

내용(스포주의)

 



그레이스는 평범한 30대 여성이에요. 밀리라고 하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동생을 키우고 있고요. 왜 '키우고'있느냐 하면, 부모님이 밀리를 거두기 싫어해서 그레이스가 동생을 책임지고 있거든요.

어느 날, 공원이었어요. 그레이스와 밀리가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잭이라는 남자를 만나게 돼요. 훗날 잭은 그 날 공원에서의 만남으로 그레이스에게 첫 눈에 반했다고 합니다.


40대 변호사에요. 남편에게 매맞는 아내들을 변호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잘생겼어요. 모두에게 친절하고, 유능한 직업을 가진 그에게 사람들은 호의적입니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남들에게 말 못할 비밀은 있는데요.

어릴 적, 잭의 아버지는 어머니를 정신적으로 괴롭혔어요. 지하실 같은 곳에 가두고 공포스러워 하는 어머니를 보고 즐거워 하곤 했죠. 그런 어머니를 보며 잭은 처음엔 아버지에게 경멸을 느꼈지만, 시간이 갈수록 감정이 변모하여 그를 존경하게 됩니다. 그래서 어머니가 지하실에서 나오려 애를 쓸 때, 그걸 막으려고 어머니를 때리기 시작해요. 그러다 어머니가 죽고 마는데요. 잭은 그 죄를 아버지에게 뒤집어 씌워요. 그렇게 아버지는 감옥에 갑니다.

경찰이 왔을 때 소년은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고 자신은 어머니를 보호하려 했다고 말했어. 그래서 아버지는 감옥에 갔고 소년은 기뻤지. 소년이 나이가 들자 그 역시 아버지가 그랬듯 자기만의 사람을 갈망하기 시작했어. 원할 때마다 얼마든지 공포를 주입할 수 있는 사람, 계속 숨겨둘 수 있는 사람,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사람.


이건 그레이스와 잭이 결혼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잭이 해준 이야기에요. 잭은 이 이야기 속의 소년을 자기라고 칭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는 이유가 무엇이겠어요.

(이 얘기를 하기 바로 직전에 잭은 그레이스를 방에 가두고, 앞으로 밀리도 가두겠다고, 내게 공포라는 맛을 보게 해 줄 사람을 찾아 헤매왔다고 고백했거든요. 그리고 절망적이게도 그레이스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 밀리를 목적으로 너는 이용할 뿐이라는 말도 해요.)

잭은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그러했듯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한 존재로 그레이스를 선택한거예요. 밀리를 약점으로 삼아 이용할 수 있겠다, 싶어서요.

그레이스


그레이스는 그와 결혼을 취소하려 애쓰는데요. 당연히 해주지 않죠. 그래서 그에게서 도망가려 해요. 하지만 그도 쉽지 않습니다. 그레이스가 난동을 부려 사람들이 도와주려고 다가오면 잭은 그레이스를 조울증이 있는 환자로 만들어서 그녀의 말에는 신빙성이 없다고 느끼게 해요.

그래도 그레이스는 도망갈 기회를 계속해서 만들어요. 하지만 그 시도는 번번히 좌절되고 맙니다.

잭은 상대가 공포를 느끼면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그 공포의 냄새를 맡기 위해 일부러 그레이스가 도망갈 수 있는 구실을 마련해두기도 합니다. 물론, 그가 마련해둔 장치이기 때문에 성공할리는 만무하지만요. 탈출에 성공하는 줄 알고 흥분했던 그레이스가 결국은 좌절과 무력감을 느끼는 걸 보고 잭은 기뻐해요. 그리고 네 생각을 내가 전부 꿰뚫고 있다는 얘기를 하죠.

"어디 있어, 그레이스?" 노래 부르는 듯한 나지막한 잭의 목소리가 중앙 홀 쪽에서 들려 더욱 공포스러웠다. 고요한 어둠 속에서 잭이 킁킁 냄새를 맡는 소리가 들렸다. "음, 공포의 냄새, 너무 좋아." 숨을 하아 내쉬는 소리가 들리더니 그의 발소리가 자박자박 점점 가까워 와 나는 더욱 몸을 움츠렸다. 발소리가 멈췄다. 온 신경을 귀에 집중시키고 있는데, 뺨에서 그의 숨결이 느껴졌다. 잭이 속삭였다. "어흥!" 나는 안도감이 뒤섞인 울음을 왈칵 터뜨렸고 잭은 미친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작가가 말미에 '그레이스를 보며 독자는 답답함을 느낄 지도 모른다'고 얘기했는데, 저는 전혀요? 많은 사람이 그레이스처럼 행동했을 것이고요. 그 중 대다수는 중도에 포기 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레이스는 절대 포기하지 않았어요.

 



밀리


지켜야 할 존재가 있었으니까요. 부모님마저 밀리를 거두기 꺼려하는데, 그레이스는 온 마음으로 밀리를 끌어안아요.

밀리는 다운증후군이 있어 시설에서 지내고 있어요. 밀리는 결혼식 날 그레이스의 들러리를 서기를 원했어요. 하지만 잭이 계단에서 몰래 밀어버리는 바람에 할 수 없었죠. 그 때부터 밀리는 잭을 싫어해요. 하지만 밀리가 잭을 싫어하면 잭이 밀리를 위해 마련한 (끔찍한)방으로 하루라도 빨리 데려올 가능성이 있어, 그레이스는 밀리에게 잭을 좋아해야 한다고 강요해요.

밀리는 똑똑한 아이에요. 그래서 그레이스의 의도를 눈치채고 잭의 앞에서 잭을 좋아한다고 말합니다. 대신 조지쿠니(조지클루니)는 싫다는 말을 계속 하는데, 조지쿠니가 바로 잭이에요.

그레이스가 잭 때문에 집에 갇혀 밖에 나올 수 없었기 때문에 밀리는 시설에서 외로웠어요. 잭이 전한 찾아오지 못하는 이유라는 것들이 '친구를 만나야 해서', '피곤해서'여서 더 그러했죠.

복수의 계기


그레이스가 탈출을 시도할 때마다 잭은 그녀를 잡고 벌을 줘요. 지하실에 가두거나, 밥을 주지 않거나 하는 식으로. 그래도 그레이스는 참을 수 있었어요. 계속 탈출을 시도해야 했죠. 왜냐하면 잭이 밀리를 '이 집'에 데리고 온다고 했거든요. '이 집'이라는 건, 잭이 마련한, 남들이 보기에는 으리으리한 집인데요. 그레이스에게 벌을 준답시고 가두는 지하실이라는 곳은 끔찍하기 그지없어요.

바닥부터 천장이 모조리 빨강으로 칠해진 곳이고요. 어느 날 잭이 그레이스에게 초상화를 그리라는 요구를 했는데, 그녀가 받은 사진에는 모두 매맞는 여자들의 모습이 담겨있었어요. 자신에게 의뢰를 하러 온 피해자들의 사진들이었죠. 그레이스는 구역질을 참으며 초상화를 그려요.

그리고 그 초상화를 그 빨간 방에 전시합니다. 잭은 밀리를 집에 데리고 오면 이 방에 가두겠다고 얘기해요. 그레이스는 그것만은 막아야 했어요. 왜냐하면 자신이 그 안에 가두어져 봤거든요.

복수


복수를 해야겠다고 그레이스는 다짐해요. 탈출이 끝이 아니라 이 남자를 죽여야겠다고요.

밀리가 지내는 시설에 갔는데, 밀리가 요즘 밤에 잠을 잘 못 잔다네요. 그래서 수면제를 먹고 있대요. 그런데 알고보니 밀리는 약을 먹지 않고 그 약을 모아두고 있었어요. 그리고 그레이스를 만나 '조지쿠니 나쁜 남자' 라는 말을 반복하며 이 약을 조지쿠니에게 먹이라고 해요. 그레이스는 그래서는 안 된다며 약을 버리는 척 했는데, 실은 옷소매에 약을 숨겨왔어요. 완벽한 계획을 위해 밀리마저 잠시 속입니다.

잭이 변호사잖아요. 지금 중요한 사건을 하나 맡고 있는데 이제까지 패소를 해본 적 없는 잭이 재판에서 지게 될 위기에 놓여요. 이 시점에 그레이스는 틈을 파고듭니다. 매일 위스키를 나눠 마시자고 해요.

그리고 잭이 패소하고 돌아온 날, 그레이스는 계획을 행동으로 옮깁니다.

위스키에 잘게 부순 약을 타 넣어요. 그리고 대화 도중 갑자기 잭의 얼굴에 위스키를 끼얹어요. 비틀거리는 사이 그레이스는 있는 힘껏 아래로 도망가고요. 하지만 어느새 쫓아온 잭이 그레이스를 지하실에 가두려 해요. 그레이스는 잭에게 매달려요. 매달린 채 바닥까지 내려온 그레이스는 그의 무릎을 꼭 껴안고 힘을 줘 그의 다리를 넘어뜨립니다. 넘어진 그를 지하실에 넣고 그레이스는 결국 문까지 닫는데 성공해요.

지하실은 안에서 열 수 없어요.

통쾌함


독자들에게 통쾌함을 주는 부분은 잭의 죽음이 다가 아니었다고 생각해요. 그레이스는 잭이 그랬던것처럼, 모두에게 피해자인 척을 하며 잭이 저와 통화가 안 된다고 호소해요. 그레이스는 홀로 태국에 와 있는데요. 잭이 서류 작업을 마치고 곧 따라온다고 했는데 연락이 안 된다며, 누구라도 좋으니 좀 도와달라고 그렇게 '남편 잃은 아내'이미지를 써요.

사람들은 그녀를 동정합니다. 그리고 그들이 할 말과 행동을 미리 예측하며 매 순간 순간 치밀하게 연기해요.

영국에 있는 잭이 홀로 목숨을 끊은 것 같다고 누군가 그녀에게 소식을 전해줍니다. 그레이스는 무너지는 척 오열해요. 약물과다복용으로 죽었다고 그러더군요.

연대할 누군가


에스터라는 인물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레이스와 잭을 의뭉스럽게 바라보는 사람이에요. 에스터가 실의에 빠진 그레이스에게 커피 한 잔 하자고 합니다. 그리고 그레이스에게 들려줘요. 잭은 약물과다복용이 아니라 탈수에 의해 죽었다고.

그걸 어떻게 알아? 남편이 얘기해줬대요. 에스터의 남편은 잭과 같은 변호사거든요. 그리고 잭이 죽어있는 당시를 목격한 사람이기도 하고요.

에스터가 갑자기 물어요. 잭의 마지막 모습이 기억나느냐고. 잭이 우리에게 잘 다녀오라고 인사를 해주었던 것, 손을 흔들어 주었던 것이 기억나느냐고. 그레이스는 에스터를 바라봅니다.

잭이 딱 한 번 사람들 앞에서 말실수를 한 적이 있어요. 그레이스를 감시하는데 정신이 팔린 나머지 말실수를 했던거죠. 그 때 잭은 밀리를 그들의 집 중 '빨간 방'으로 데려올 것이라는 말을 했는데, 에스터는 이 실수를 잊지 않고 있었어요.

그레이스가 목숨처럼 사랑하는 밀리를 끔찍한 그 방에 데리고 온다는 데 동의했을리가 없어요. 에스터는 내내 의문을 가져왔던 것 같습니다. 에스터는 그간 잭이 그레이스 곁을 한시도 떠나지 않은 것, 그레이스가 핸드폰도 이메일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 등을 이유로 들어 퍼즐을 맞춰봤을거예요. 그리고 이 완벽해보이는 가족에 무언가 문제가 있음을 어느 순간 눈치챘겠지요.





물리적인 폭력을 당할 경우에는 흔적이 남아요. 하지만 정신적인 폭력을 당할 경우에는 피해자의 말과 그간의 정황 밖에는 달리 증거가 없습니다. 신호를 보내면 눈치를 채주는 것도 손을 잡아주는 하나의 방법인 것 같아요. 그리고 피해자는 그레이스처럼 지지 않으려는 마음, 독기를 유지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아요. 쉽지 않겠지만요.

이 책의 원제인 'Behind Closed Doors'란 '은밀히, 비공개로'라는 뜻으로 '밀실 회담을 나누다'등에 주로 쓰이는 표현이다. 공식적인 일들도 밀실에서 부당하고 야만적인 방식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아직 너무나 많은 이시대에, 더구나 각자의 집으로 돌아가 현관문을 닫은 후 개인적인 영역에서 벌어지는 일들은 어떨까? 공식적으로는 누구에게나 좋아 보이는 행동을 하고서, 아무도 안 보는 곳에서는 자기만의 사악한 욕심을 채우기 위한 밀담을 나누는 이들처럼 모든 것에 철저히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살아가는 인간은 오늘날에도 존재한다.


요즘은 가스라이팅이라는 표현을 많이 쓰더라고요. 아내를, 남편을, 아이들을 괴롭히는 교묘한 덫. 다양한 형태로 이미 많은 가정에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동물적 폭력은 문명의 발달에 따라 분명 줄어들지만, 심리적 폭력은 더욱 교묘하고 기이한 형태로 현대 사회에서 개인 삶의 틈새를 파고든다. 이 소설의 악당 잭 역시 아내에게 따귀 한 번 때리지 않고 자신의 가학적 욕망을 관철한다. 세상에 이런 일이 있을까 싶지만, 멀쩡한 사람을 정신병자로 몰아가고 노예로 부리고 감금하는 일 정도는 요즘도 너무나 흔하게 일어난다. 어수룩한 사람들만 당하는 일도 아니다. 이 소설의 주인공 그레이스도 충분히 지성인이지만, 남보다 조금 부드럽고 감성적인 성격에 무척 사랑스러운 동생이 있다는 것이 결정적이 약점이 되어버린다.


자신의 욕망을 위해 상대의 약점을 건드리는 일에 주저가 없는 사람들. 저는 가정에서의 문제 뿐 아니라 보이스피싱과 염전노예도 떠올랐어요. 심리적 폭력이 갈수록 교묘하고 기이한 형태로 개인 삶의 틈새로 파고든다는 말이 소름끼쳐요.





작가의 다른 책을 읽어볼 생각이에요. 그 유명한 '테라피스트'를 읽어보려고 하는데요.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가 생겨서요. 후기가 궁금하다면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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