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한 달 뒤 두 돌인데 제대로 된 미역 촉감 놀이를 제대로 해 준 적이 없어요. (저번에 자른 미역을 불려서 욕조 막힐 뻔 했던 때가 생각나네요) 오늘도 다행히 제 컨디션은 괜찮았고요. 컨디션이 괜찮아서 할 수 있었던 놀이였습니다.


일단 놀이 전 미역을 가득 불려뒀어요. 건미역도 준비를 해뒀었는데 깜빡 잊었네요. 건미역을 만지고 냄새 맡고 부숴보는 과정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지퍼백, 물감, 스팽글은 푸른 바다를 표현해내보기 위해 준비했어요. 지퍼백 안에 미역과 파란색 물감, 조개 스팽글, 물을 넣고 살살 흔들면 미역이 해초처럼 흔들려서 나름 신비로워요.


그... 이렇게 커다란 미역으로 하시지 말고 잘게 자른 미역을 적당량 넣으시길 추천 드립니다. (저도 만들면서 이게 뭔가 했어요. 해초라기엔 무서운걸...)

아이가 좋아해줬다면 위로가 되었을텐데 당연히 저와 비슷한 표정으로 쳐다만 보곤 고개를 휙 돌려버렸어요. 어렵지 않은 놀이니까 다음에 다시 해주고 싶어요.


잠시 화장실에 다녀왔어요. 아이들은 부모가 눈을 떼면 가끔 기상천외한 장면을 보여주는데요. 요근래엔 그런게 없었거든요. 오늘 티는 안 냈지만 조금 놀랐네요? 지퍼백 입구 부분을 계속 만지작 거리더니 스스로 연 건지 어디가 터진건지 모르겠어요. 제가 만든 미역해초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더라고요.


아... 너무 좋아했어요. 옹알이로 노래를 부르고, 스케이트 타며 춤을 추고. 엉덩방아를 찧어도 방실방실. 제게 손을 잡아달라고 해서 잡아줬더니 점프점프도 하고, 무척 행복해 보이더라고요. 조금 오버를 더해서... 자유로워 보였어요.

 



파란 물감이 마음에 들었나봐요. 처음엔 발로 팍팍 밟아서 주변에 있던 아니 멀리에 있는 책과 장난감들에게까지 물감이 다 튀었어요. 다행히 제 컨디션이 괜찮아서 물티슈로 닦아내가며 중간 중간 호응도 잊지 않았습니다. 흥을 깨고 싶지 않았어요.


그러다 문득 옆에 놓여있는 미역이 전혀 쓰임이 없었단 걸 깨닫고 아이 몸에 찹! 붙여주었는데.

 



세상에, 꺄르르 꺄르르 숨 넘어갈정도로 좋아하는 게 아니겠어요? 뭐가 그리 좋은지 전 잘 모르겠지만요. 아이는 신이 나 제게도 미역을 마구 던지기 시작했어요. 저는 옷을 입고 있었고 아이는 기저귀를 차고 있었는데, 저는 아이의 배나 다리에 찹찹! 하고 달라 붙는 미역이 재미있었어요. 아이도 들러붙는 미역이 느껴질 때마다 꺄르르 꺄르르~ 덕분에 함께 한바탕 웃었었네요.

하지만...(비극적인 음악 깔아주세요)


너무 신이난 나머지 아이는 미역을 사방팔방... 책과 장난감은 물론이고 창문에까지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놀이를 할 때 저는 가능하면 "안 돼, 하지마!" 란 말을 안 하려 노력해요. 스스로 금기어라고까지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데...(슬픈 음악 깔아줘요)


창문에까지 던지는 건 말릴 수 밖에 없더라고요. "아니야, 창문엔 던지면 안돼."

다행히 아이의 흥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었어요. 하지만 전과 같은 하이텐션은 아니길래 그 틈을 타, "이제 씻으러 갈까?" 라고 했어요. 그 말인 즉슨 세면대에서 이제 2차 놀이를 시작하겠단 뜻이므로..

바로 수긍해주었고, 오늘의 미역촉감놀이는 거기서 마무리가 되었답니다.



아이가 곧 두 돌이라 미역놀이를 이렇게 해보았네요. 보통은 불린 미역을 욕조나 놀이매트 안에서 물과 함께 가지고 놀죠? 돌 전 아기와 두 돌 아기는 겨우 1년 차이인데도 놀이에 큰 차이가 있네요.

 



미역촉감놀이시 돌 전 아기는 구강기에 미역이 입으로 들어가면 자칫 위험할 수도 있기 때문에 너무 잘게 자르는 일이 없어야 하며, 두 돌 아기는 저와 같이 논다는 가정하에 미역을 밟고 심하게 미끄러지는 일이 없도록 부모가 눈을 떼지 않아야 해요. (지는 화장실 다녀온 주제에)

이젠 좀 놀 줄 알아서(?) 재료를 가지고 제대로 노네요. 솔직히 던질 줄은 알았는데 창문에까지 던질 줄이야.




이 후 세면대에서 놀다가 아이가 욕조에 들어가고 싶다고 해서 버블클렌저로 미역놀이보다 더 길게 놀았어요. 저번부터 놀이라고 쓰긴 하지만, 뭔가 좀 어설프지만요.

 

국수 놀이! 부수고, 치대고, 카멜레온 만들고, 미끄러지고...

아이 두 돌이 다 되어 가는데 이제야 국수 놀이 해주네요. 꼭 해줘야 하는 건 아니지만 전 돌 전서부터 "꼭 해줘야지!" 벼르고 있던거였거든요. 큰 맘 먹고 했어요. 근데 이거 마음에 여유가 없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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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초에 생각한 대로 놀이가 진행된 적은 별로 없는 것 같지만요, 아이가 즐거워하고 행복해 했으니 그걸로 됐어요. 아, 갑자기 생각 났어요. 오늘의 베스트 장면.

놀이를 하려고 제가 주방에서 미역을 만지작 거리자 아이가 평소 놀이 하는 공간을 치우기 시작했어요. 우리가 놀이를 하겠다고 정해놓은 자리에, 있던 모든 물건을 밖으로 내놓고 있더군요. 어휴, 기특혀.

다음엔 어떤 놀이를 해볼까 싶어요.
그럼, 이만 글을 마치겠습니다. 여기까지 귀한 시간 내어 읽어주셔서 진짜로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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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음악, 미술 중 미술 시간이었어요. 노크는 저번 주 주제와 이어지기 때문에 귀여운 돼지 꾸꾸가 다시 찾아왔는데요. (손에 끼우는 교구 모습으로) 잠시였지만 반가웠답니다.

사진은 업로드할 것이 너무 많아 첨부 하지 않으려고요. 꾸꾸 모습이 궁금하신 분들은 저번 주 링크 첨부할테니 참고해주세요!

 

노래하는크레용 9월 1주차 / 아기 돼지 꾸꾸 🐷

오늘 수업에는 누가 찾아왔을까요. 꾸꾸가 찾아왔어요. 꿀꿀 아니고 꾸꾸요. 바로 수업 내용으로 들어가볼게요. 선생님은 펠트지로 만든 돼지 교구를 손에 끼우고 인사를 해주셨어요. 아이는 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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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와 인사를 끝내고, 선생님은 동그란 알 두어개를 차례대로 천천히 보여주시고, 손바닥으로 촉감을 느껴보도록 굴려 주셨어요. 그리고 커다란 바트를 하나 꺼내셨어요.

이 안에 한 알씩 떨어뜨리며 소리를 먼저 들어봤어요. 뒤이어 쏟아부으며 나는 큰 소리도 들어봤고요. 무게감이 있어 소리가 참 크더라고요. 그 후엔 아이의 발을 숨겨보며 촉감을 느껴보도록 해주셨어요.


그 동그란 알은 바로 '황토볼'이었어요. 황토는 동의보감에도 나올만큼 효능이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죠. 황토는 원적외선 방사로 인해 혈액순환에 도움을 주는데요. (정확히는 원적외선 열작용→피부에 침투→혈액순환 촉진→몸 속 노폐물 제거 순)

그런데 저는... 이 황토가 아이에게 안전한 것인지 사실 궁금했어요. 유아 수업 재료로 쓰일 정도면 위험하진 않겠지만, 평소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재료가 아니다보니 괜찮은가 싶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찾아봤어요. 그리고 두 가지 사례를 발견했어요.

메디클레이 라는 미스트 제품이 있어요. 이 제품은 성분에 황토추출물 지장수를 함유하고 있는데요. 제품을 만든 대표는 이 제품이 갓난아기부터 문제성 피부로 고민하는 성인에 이르기까지 모두가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인터뷰 한 바 있어요. 그리고 이런 말을 덧붙였더라고요. "아기의 피부는 한 번 상하면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기 때문에 빠르게 진정, 재생 시키는 것이 중요한데, 이런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황토 추출물 지장수이다."라고요.

그리고 이건 십 년 전 이야기긴한데요. LG생활건강에서 황토가 함유된 기능성 아기 기저귀를 출시해 한국 원적외선 응용평가 연구원으로부터 품질 인정을 받은 적이 있었더라고요. 황토에서 나오는 원적외선을 이용해 혈액 흐름을 촉진 시켜주고, 항균 작용과 탈취 기능이 뛰어나 연약한 아기 피부를 보호해 준다고 회사 측은 강조를 했었어요.

 



황토에 의한 아기 피부 부작용이나 주의사항을 다행히 저는 못 찾았어요. 아기도 쓸 수 있는 미스트, 그리고 무려 기저귀! 의 정보를 접하고 나니 이제는 의문을 내려놓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매일 황토 촉감놀이를 해줄 것은 아니지만 아기가 직접적으로 만지고 경험한 것이다보니 궁금했어요)


수업 내용으로 돌아올게요. 아이는 엉덩이로 촉감을 느껴보고 있어요. 무서워 하지도 않고 선생님께 몸을 맡기더라고요. 재밌었나봐요.


이건 플라스틱 컵에 황토볼을 담은 뒤 꽂을 꽂아보는 활동이에요. 하지만 아이는 저 플라스틱 컵을 보자마자 황토볼을 담고 따르기 바빠서, 꽃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몇 초 뒤 바트 옆에 나뒹굴게 되었어요. (평소 담고 따르는 활동을 굉장히 좋아해요. 아마 웬만큼 재미있는게 아니고서는 눈길을 끌 수 없었을거예요)


저희 애기는 평소 키즈카페에서도 편백나무존을 가장 좋아하고, 거기서 양동이와 삽으로 담고 쏟고 하며 기본 삼십 분은 놀아요. 그리고 저희 집에 러닝타워가 있어요. 그 위에 올라가 이 젖병에서 저 젖병으로 물을 옮겨 담고 쏟고, 그렇게 올라가 있으면 저는 한숨 자도 될 정도로 혼자 잘 놀더라고요.

이 활동이요. 어른한텐 쉬워 보이지만 눈손협응력도 발달이 잘 되어야 하고, 근육조절력도 필요한 거거든요. 집중력도 발휘해야 하고요. 질서감, 독립심 등을 기르는데에도 좋은 작업이라서 엄마인 저는 열렬히 지지해주고 있어요.

 



아, 그리고 러닝타워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기는 이제까지 단 한 번도 싱크대 밑으로 물을 흘리지 않은 날이 없어요. (예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물을 담은 그릇째 바닥으로 쏟아버릴 때도 있답니다. 그럴 때 저는 싱크대에서만 놀아야 한다고 일러주고, 준비해 둔 수건으로 바닥을 닦아요. 자기조절능력은 자유의지에 의한 반복학습으로 향상된다고 믿거든요. 능력과 규칙을 스스로 내면화 할 때까지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고 있어요.

사진을 보고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다시 수업 내용으로 돌아갈게요.

선생님은 컵을 하나가 되도록 포개고, 그 안에서 황토볼이 흔들리는 모습, 뚜껑에서 뱅글뱅글 돌아가는 모습 등을 보여주셨어요. 그리고 삽을 꺼내주셔서 삽으로 컵에 황토볼을 담아보기도 했고요. 그럴 때마다 나는 소리는 정말 컸어요. 황토볼이 무게감이 있어 떨어질 때마다 큰 소리가 나더라고요. (그리고 가볍지 않아 잘 떠지지도 않았네요)


황토볼이 들어가고나자 이번엔 황토가루가 등장했어요. 아이가 물을 쭈욱 짜면 선생님이 붓으로 가루를 잘 풀어주시는 역할을 하셨어요. 아이에게도 붓을 건네주며 해보지 않겠느냐고 하니 빨리 물 다시 달래요. (호불호 확실함)


그렇게 풀어진 황토기루가 마침내 진흙처럼 되었어요. 손에도 발에도 발라보고 놀았어요. 선생님이 물이 너무 많이 들어갔다고 말씀 하셨는데 조금 묽게 된 편인가봐요.


그렇게 황토팩하듯 놀다가 돼지도 진흙 목욕을 시켜주었어요. 붓으로 쓱싹거리며 잘 놀더라고요. 귀도 다리도 엉덩이도 꼼꼼하게 터치해주었어요.



수업이 끝나고 저는 아이를 뒤에서 안고 바로 화장실로 직행했습니다. 잘 안 지워진다고 하셔서 걱정 했는데, 다행히 피부에 닿은 건 잘 지워졌어요. 엉덩이에도 황토가루가 잔뜩 묻었기 때문에 닦아주다가 세면대에서 의도치 않은 목욕을 하게 되었었네요. 그러고 나오니 선생님은 아직 정리 중이시더군요. 역시나 뒷정리가 힘든 황토 촉감놀이...

수업이 아니었다면 엄두도 못 냈을 재료라고 새삼 다시금 생각했어요. 이 날의 노크는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습니다. 끄읕!

+) 정들 때 되니까 이사가는 이 지역에서의 마지막 노크 수업이었습니다. 능력 있고 착하신 선생님이 저희 아이를 맡아주셔서 정말 감사했고,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좋은 기억을 주셔서 이사가서도 노크는 계속 진행을 해보려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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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이어 반가운 얼굴, 달팽이를 다시 만나게 되었는데요. 오늘은 무려 실물이 찾아 왔습니다. 노크는 생태수업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그래서인지 오늘의 수업이 더욱 반갑게 느껴지더라고요.

제 포스팅을 꾸준히 보아주시는 분들이라면 아시겠지만 노크는 1주차 음악, 2주차에 미술 수업을 합니다. 저번주에 달님과 함께 달님을 닮은 핑거심벌, 롤리팝드럼을 두드려봤던 거 기억나시나요?

 

노래하는크레용 8월 3주차 / 애벌레 팽이 🐌

오늘의 수업은 특히나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달팽이였는데요. 달팽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글을 읽다가 보면 아시게 되겠지만, 여튼 다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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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이 없어 슬펐던 팽이에게 달이 큰 선물을 주었었잖아요. 내용이 참 감동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저번 주 수업이 끝나면서 선생님이 다음주엔 진짜 달팽이가 찾아올거라 하셨는데 이상하게 크게 기대가 되진 않더라고요. 왜냐하면 어떤 수업이든 달님을 만났던 시간보다 아이의 마음에 강하게 와닿는 수업이 되지는 않으리라 확신하고 있었거든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제 생각이 맞았어요. 하지만 오늘 수업도 그에 못지않게 흥미를 보이고 적극적으로 참여 하였답니다. 온몸을 던져서 놀았어요.


수업은 깔고 앉은 비닐에 애벌레(일명 팽이)를 그려보는 것으로 시작되었어요. 오른쪽 피카소 뺨치는 작품(낙서 아님)은 저희 아가가 그린거구요. 오른쪽으로 쓱 왼쪽으로 쓱! 터치 한 번만 해도 어른 두 명이 박수를 치고 난리가 났었었네요.

 


그 다음으로는 사진으로 보면 확인하실 수 있는 선명한 달팽이 사진을 선생님이 재미있게 설명을 해주셨어요. 여기서 달팽이에 대해 짧게 짚고 넘어가볼까요.

🐌 ❓달팽이는 자웅동체에요. 하지만 짝짓기를 통해 알을 낳아 번식하죠. 대부분의 달팽이들은 '성별이 없다'고 표현해도 무방해요. 수분손실을 막기 위하여 낮에는 달팽이 껍데기 속에 막을 쳐놓고 다른 데 붙어 있거나, 돌 밑에 숨어 있고요. 밤에는 나무 위에 올라가 곰팡이 같은 균류, 식물의 잎 등을 갉아먹어요.

달팽이는 초식성이지만, 동물의 사체나 탈피 중인 곤충을 먹기도 한답니다. 반려 달팽이의 경우에는 주로 당근이나 오이, 상추 같는 채소를 주면 잘 먹어요. (당근 같은 단단한 먹이는 감자칼로 얇게 깎아주면 더 잘 먹어요)

끝으로, 야생의 달팽이는 생태계의 순환자, 환경미화원의 역할을 하고 있는데요. 제가 위에서 달팽이는 주로 곰팡이 같은 균류를 먹고 산다고 했잖아요. 그런데 개중에는 심하면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기생 생물류를 먹기도 해요. 그것들을 잘게 분해한 후 배출하는 배설물은 비료가 되어 자연계의 다른 식물들의 성장을 돕기도 한답니다.


한 생물을 요약하여 소개해 드리려니 칸이 심히 모자라네요. 쨌든, 달팽이가 수분보충을 필요로 한다는 사실만 가지고 우리는 다음 이야기로 넘어가봅시다.


달팽이는 선생님의 조심스런 손길 아래 팩 따위에서 들려 꺼내졌어요. 더욱 자세히 관찰하기 위하여 투명 플라스틱 위에 달팽이를 올려 놓아 주셨구요. 사진을 보시면 고사리 같은 손이 분무기를 들고 있죠? 미동도 없는 달팽이에게 수분보충을 핑계 삼아 밍기적 거리는 모습이라도 보기 위함이었어요. 분무기로 물을 뿌리니 달팽이가 조금 움직이더라구요. 저는 태어나서 달팽이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본 게 처음인데, 신기했습니다.


달팽이를 만지기 전에는 선생님과 아이가 약속을 하나 했어요. 달팽이를 세게 누르면 달팽이가 아파하니 절대 세게 누르지 않고 살살 달래듯이 만지기로요. 아이는 일단 장난감이 아니라는 것은 인지한 눈치였어요. 조심스럽게 쓸어내리는 손길이 우리처럼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알고 그러는 것 같았는데, 뭐 이건 제가 엄마라서 제 눈에만 그렇게 보였던 걸수도 있습니다.


유일하게 달팽이가 적극적으로 움직였던 때는 바로 이 순간이었습니다. 상추를 주니까 고개를 왔다갔다 하며 갉아먹기 바빴는데요. 오우, 정말 신기하더라구요.

 



이건 후에 알게 된 사실인데, 요 작은 녀석이 먹긴 엄청 먹고 또 엄청 싼다고 하네요? 그 응가 냄새는 정말 고약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섭취한 채소의 색깔대로 응가를 눈다고 하는데 뭔가 신비롭고, 갈수록 궁금해지는 것 같아요. 인터넷을 찾아보니 반려 달팽이를 키우시는 분들이 의외로 좀 계시는 것 같았는데, 요 작은 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하나하나 도와준다는 점이 보람도 있고 재미도 있겠다고 생각하는 한편, 대단하다고도 생각했습니다. 손이 많이 가더라구요.


이건 알로에젤이에요. 뜬금없이 웬 알로에냐구요? 달팽이를 만졌을 때 점액을 느꼈거든요. 끈적끈적한 달팽이 점액을 이 날의 수업재료로 사용하기에는 양이 적고, 비인간적이니 알로에젤을 대신 활용한 것 같아요.

알로에젤은 발라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일단 시원하구요. 달팽이 점액처럼 끈적끈적 하지는 않지만 물처럼 흐르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손으로 움켜쥘 수도 있고, 원하는 식으로 얼마든지 만져볼 수가 있어요. 그리고 모든 알로에젤이 그런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냄새도 좋더라고요. 선생님은 알로에젤 한 팩을 그 자리에서 뜯어 모두 짜주셨는데, 양이 꽤 많아서 제대로 촉감놀이 하는 기분이 나 정말 좋았습니다.

 


아이는 뭐 물 만난 고기마냥 좋아했지요. 두 손으로 선생님이 짜주시는 알로에젤을 받으면서 양손 가득 넘쳐 흐르는 알로에젤을 움켜쥐어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오는 감촉을 느껴보기도 하고, 바닥에 뿌려진 젤을 가지고 미끄덩 거리는 느낌을 무아지경의 상태에서 경험 해보기도 하고,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했던 건 역시나 선생님이 알로에젤을 손에 짜주시는 그 순간이었어요. 저희 아이는 물감도 그렇고 언제나 손에 짜여지는 그 순간을 가장 좋아하더라구요. 왜 그러는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저는 블로그에 사진을 최대 8장 정도만 올리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 중간 내용이 잘려 있는 느낌을 받으실 수 있으실텐데, 그렇게 잘려 나간 부분은 제가 최대한 설명으로 메꾸려고 노력 중입니다)

위 사진은 알로에젤 위에 선생님이 노란색 물감과 분홍색 물감을 짜주신 후 아이와 함께 합동하여 섞어놓은 결과물입니다. 그리고 그 위에 선생님이 손가락으로 애벌레를 그려주린건데요. 그림은 애벌레 말고도 별, 나비, 고래 등을 더 그려주셨어요. 선생님이 그림을 그리자마자 저희 아이가 기다렸다는 듯 손으로 치대어 없애버려서 요 사진은 매우 희귀한 사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감의 질척함 그리고 알로에젤의 미끈함이 합쳐져 새로운 촉감이 탄생하였어요. 의도한 건지는 모르겠는데 비로소 달팽이 점액과 비슷한 촉감이 만들어졌단 생각이 들었네요.

선생님은 수업 전 제게 먼저, 이 위에서 스케이트를 타는 친구들이 있음을 알려주시고, 오늘 그렇게 진행이 되어도 괜찮겠느냐는 여부를 물어봐주셨어요. 저는 괜찮다고 했어요. 씻으면 되니까요.

그런데 이제 아이에게 서보라고 하니 조금 두려워 해서 선생님이 두 팔을 잡아 넘어지지 않게 중심을 잡아주셨어요. 그러면서 정말 스케이트를 타는 것처럼 왼쪽 오른쪽 왔다 갔다, 미끄덩 미끄덩 하게 해주셨네요. 아이는 처음엔 두려워 하는 눈치더니만 나중엔 즐겼어요.


물감은 손과 발을 비롯해 옷은 물론이고 거의 온 몸에 다 묻어버렸습니다. (머리에 안 묻은게 어디에요) 하지만 방금 말했다시피 씻으면 되니까 크게 상관 없구요.

선생님은 제자리 뛰기, 앉아서 스케이트 타기 등을 하게 해주셨어요. 아이는 마스크를 썼는데도 즐거워 하고 있다는 게 느껴지는 모습으로한껏 놀았습니다. 수업 시간이 30분인 것이 오늘은 특히 더 아쉬운 날이었어요. 이렇게 좋아하는데 마치 티비 전원 끄듯 갑자기 중단을 해야만 하다니. 체력만 허락한다면 제가 해주면 좋은데 그 점이 아쉽고 안타까웠네요.

 


오늘 수업은 이렇게 마무리가 되었구요. 씻기는게 무척 힘들 것 같아 지레 겁을 먹었는데 생각보다 힘들지는 않아서 오늘도 역시나 전체적으로 아주 만족스러웠던 수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사진을 업로드 하면서 알았는데 물감놀이를 하는 도중 선생님 양말에 물감이 묻었었네요. 수업할 때 전혀 몰랐었는데. 저희가 화장실로 씻으러 갈 때 닦아내셨는지 양말을 갈아 신으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여하튼 우리 선생님을 보면 '극한직업'이란 단어가 떠오를 때가 종종 있어요. 그래서 돌아가실 때 별 건 아니지만 음료수라도 꼭 챙겨드리려고 하는데요. 아이가 19개월이 되기까지 여러 선생님들을 겪어봤는데, 이 선생님은 유독 더 특별해요. 미혼인데 아이를 키워봐야만 알 수 있는 스킬들과 애정이 도대체 어디에서 뿜어져 나오는건지 모르겠어요. 이제 곧 이사를 가는데 기준이 높아져 버려서 큰일입니다.

그럼 이만 글은 마무리를 짓도록 하겠습니다. 다음주도 시간과 기타 여건이 허락한다면 수업 후기를 가지고 돌아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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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수업은 특히나 아이가 너무나 좋아해서 의미가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주제는 달팽이였는데요. 달팽이를 좋아하는 건 아니고요. 글을 읽다가 보면 아시게 되겠지만, 여튼 다른 때보다 마음이 더욱 몽글몽글 해지는 시간이었어요.


시작은 폼폼이로 만든 애벌레의 등장으로 시작됐어요. 막대기를 끼워, 막대기를 움직일 때마다 애벌레도 꼬물꼬물 거렸는데요. 저는 신박하다고 생각했으나 저희 아이는 싫은지 무서운지 제게 와 도리질을 치더라구요. (직접 조작해보면 좋았을텐데, 아쉬워라) 요 애벌레 이름은 팽이래요.

왜 팽이일까. 너무 궁금했는데 수업 중간에 물어보기도 뭐해서 혼자 유추해봤어요. 결국 '이게 중요한 건 아니니까..' 하며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지만요.


저 동그란 테이프심같은 것의 이름은 지관이라고 해요. 알록달록 색지를 붙여 애벌레의 몸통을 만들었네요. 실에 끼워 직접 한 마리의 애벌레를 완성해가는 경험을 하게 해주려 하셨어요. 요앞전에, 지관통을 덜 낯설게 하려는 의도로 손에도 발에도 끼워보는 시간을 먼저 가졌는데 아이가 그걸 너무 재미있어 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려 해도 아니라고, 다시 손에 끼우라고, 그래서 한참 그러고 놀다 여차저차 이 순서까지 왔어요.


완성된 지관 애벌레는 시키지 않아도 실을 들고 이리저리 끌고 다니더라구요. (아마 몬테소리에서 끌고 다니던 애벌레가 생각나 자연스럽게 그리 행동하지 않았을까 싶은데) 애벌레를 완성하기 전에는 선생님이 쌓기를 보여주셨어요. 늘 다양하게 놀아주셔서 너무 감사한 우리 선생님.


스토리텔링은 빠지면 섭하죠. 오늘은 귀여운 애벌레 친구와 거북이, 그리고 천둥이 등장했는데요. 이야기는 이래요.

천둥을 동반한 비가 와서 거북이는 등껍질 속으로 얼굴을 쏘옥 숨겼는데, 달팽이는 집이 없어 내리는 비를 다 맞았어요. 너무 슬펐던 달팽이는 달님에게 소원을 빌었어요. 나도 집을 갖게 해달라고요. 그랬더니 달님이 내려와...


직접 애벌레의 집이 되어주었어요! 나이가 들었는지 제가 뭐가 잘못된건지 저 너무 감동 받았어요. 그래서 관객마냥 "우와~~" 수업에 끼어들면 안 되는데 참을 수가 없었네요. 팽이는 이제 달팽이가 되었어요.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저희 아이는 팽이에게 달님을 붙여달라는 권유에도 응하지 않았어요. 너무너무 반가운 친구를 만나 애정을 과시하느라 바빴거든요.

저희 아이는 매일 밤, 하늘에 달이 떠 있으면 저와 함께 인사를 나누어요. 없으면 달님이 바쁜가봐, 왔으면 또 오셨어요? 하면서요. 달님을 보면 아이는 손가락질을 하고, 인사를 하고, 눈을 못 떼요. 저는 아이 앞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수다쟁이라 아무 말 없는 달이랑도 계속 얘기해요. 이 시간을 날이 갈수록 아이가 좋아하는게 눈에 보여서 이제는 달을 외면할 수가 없게 되었답니다. 그 달을 요즘은 못 보고 있어요. 요즘 잘 안 보이더라구요.


아이가 오옥! 오오옥! 하면서 좋아하는 달이라 제게도 특별해요. 남들이 보기엔 그냥 노란 동그라미일 뿐이겠지만 말이에요. 평소 달에게 애틋한 마음을 가져온 아이가, 선생님이 "달달 무슨 달~ 쟁반같이 둥근 달~" 하며 꺼내주신 달을 눈에 띄게 너무 좋아해서 저는 또 감동을 받아버렸어요. 아이는 달을 가지고 소파로 갔어요. 그리고 깔고 앉고, 드러 눕고, 안아주고 난리가 났어요. 선생님이 제게 이 정도로 좋아할 줄은 몰랐다고 하실 정도로요.



달님에게 건넨 인사는 우연히 시작되었는데 아이에게 크나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하니 다시 한 번 의욕이 불타오르는 시간이었어요. 앞으로 아름다운 것을 직접 볼 기회를 아주 아주 많이 제공해줄게.


그렇게 좋아하는 달님을 깔고 앉고(애정표현임) 이번에는 핑거심벌을 만져보고 있어요. 처음엔 종인 줄 알았는데요. 소리가 비슷해서요. 가까이서 보니 작은 심벌즈더라구요. 심벌즈 어떻게 치는 지 아시죠? 박수치듯 짝짝짝 치면 귀 찢어지는 거 아시죠. 요 작은 핑거심벌도 마찬가지에요. 양손에 하나씩 잡고 위에서 아래로 스치듯이 때려야 하는거에요. 핑거심벌은 오늘 처음 봤는데 귀엽고, 영롱한 소리에 반했어요.


롤리팝 드럼이네요. 위의 핑거심벌은 보름달과 같은 모양이라서 나왔던 것 같구요. 롤리팝드럼은 뭐 이것도 같은 이유라고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선생님이 달팽이의 등껍질을 연상시켜 주셨어요. 저희 집에 있던 곰돌이 푸우 등에 올려 달팽이가 되었다고 해주셨어요. 푸우가 달팽이처럼 느릿느릿 걸어가는 것도 보여주셨구요. 귀엽고 창의적인 아이디어 같지 않나요?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어요. 그렇게 좋아하는 달을 치울 때 아이가 울까봐 내심 걱정했는데 그러진 않더라고요. 오늘 수업은 다른 때보다 더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선생님이 노래하며 커다란 달을 가방에서 꺼낼 때, 손을 뻗으며 눈을 반짝거리던 그 표정과 몸짓이 지금 생각해도 너무 사랑스러워요.



다음주 수업은 미술로, 실제 달팽이가 온다는 소식을 전해들었습니다. 노크는 생태 수업을 자주 하지는 않는데 기대가 되네요. 수업이 끝나고 바로 잊어버리지 않게 달팽이 책을 왕창 준비해 두어야겠어요.

요즘은 하룻밤 잠만 자고 일어나도 어디서 일 년은 지내다 온 아이처럼 폭풍 성장을 해서 놀라워요. 말도 하루에 두 단어 혹은 두 문장씩 구사하고 있어요. 돌 즈음 개인기가 한 달에 하나씩 늘었다면 지금은 하루에 두 개씩 느는 느낌이예요. 오늘도 아이와 편안하고 질좋은 시간 보내려 노력해야겠습니다.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럼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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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에 이어 수박이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은 미술시간이었답니다. 아이가 물놀이를 하고 들어와 집에서 곯아떨어져 있었기 때문에 수업을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 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 눈 뜨자마자 선생님 얼굴 보고는 천천히 정신차리고, 여느때와 같이 수업 하더라구요.


수업은 수박 사진으로 시작되었어요. 위사진 외에도 수박을 반으로 쪼갠 사진, 덩굴에 수박이 싸인 사진, 팥빙수에 수박이 들어간 사진, 수박젤리 사진 등을 설명과 함께 천천히 보여주셨어요. 첨부 된 사진을 자세히 보시면 선생님이 매트를 손으로 가리키고 있죠? 수박 그림이 그려진 매트와 사진을 비교해 주고 계시는 거예요.


이건 이에요. 엄마 공, 아기 공이라고 칭하시던데요. 아이가 이 공을 참 좋아했어요. 공으로 놀 수 있는 방법은 매우 많지요. 저희 선생님은 아이의 발달 수준을 고려하고, 그저 단순하게 시간 때우기 식으로 수업하는 분이 아니셔서 역시나 튀겨보고 굴려보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놀아주셨어요.


저 같으면 옷 속에 넣어 볼 생각은 못 했을 것 같아요. 나중에 따로 해보려구요. 조심스레 배를 쓰다듬으며 아기를 품고 있는 임산부 흉내를 내보기도 하고, 17개월 아기에게 이르긴 하지만 이 안에 동생이 있다는 상황극도 해보면 좋겠어요. 어리둥절 하거나 관심 없을 것 같긴 하지만요.


선생님을 따라 공을 배 안에 집어 넣었어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요. 이제 공이 사라져도 어디로 갔는지 당황하지 않고, 선생님 배가 갑자기 튀어나와도 놀라지 않는 사람이 되었네요. (감회에 젖는 엄마...)

이 외에도 다양한 공놀이는 계속 되었어요. 아이를 안고 공중부양한 채로 공을 발로 뻥뻥 차볼 수 있게 해주셨구요, 공을 베고 누워 자는 척을 하기도 하셨어요. 그 모습이 재미있어 보였는지 아이도 선생님 옆에 아기공을 베고 눕더라구요. 그리고 짐볼처럼 엉덩이에 깔고 앉아 통통 튀어보기도 했어요. 물론, 높이 높이 튀겨보기도, 멀리 멀리 굴려보기도 했답니다.



다른 수업의 어떤 선생님은 풍선이 주제였던 날, 풍선을 불어준 뒤 좋아하고 있는 아이에게 리액션만 하고 가신 날이 있어요. 뭔가 이상해서 블로그를 찾아보니 다른 친구들은 풍선을 이용하여 다양하고 재미있는 수업을 했더라구요. 안 그래도 간단한 놀이 재료인데, 피곤하고 힘든 기색이 느껴지는 태도, 말투, 눈빛, 목소리로 수업을 했던 것이 떠올라 화가 났어요. 그 선생님은 이전부터 느꼈지만 교사가 아이를 대하는 것 같지 않고, 친구가 친구를 대하는 것 같았거든요. 그래서 당연히 말씀 드리고, 본사에도 알렸네요. 노크 선생님은 보시다시피 간단한 놀이 재료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시간을 만들어 주세요. 비슷한 수업을 동시에 받고 있다보니 의도하지 않아도 뚜렷이 비교가 되네요.


포슬포슬, 사락사락 초록색 습자지는 수박의 덩쿨 역할을 맡아주었어요.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수업을 할 땐 왠지 모를 친근감까지 느껴져요. 나중에 시간과 체력이 허락해준다면 매트에 가득 담아 놀게 해주고 싶네요. 하지만 지난 번과는 다르게 이 날 아이는 큰 관심은 안 보였어요. 아마 수박 공에 관심을 다 빼앗겨서 그랬던 것 같아요.

수박 덩쿨은 수박을 숨기고, 아이도 덮어주었어요. 그 안에 파묻혀 웃으면서 선생님을 바라보던 아기 표정과 눈빛이 생생해요.


바구니 두 개에 펠트지와 까만 줄을 붙여 수박 모양을 만들었더라구요. 열리는 부분엔 아니나 다를까 벨크로가 붙어 있었구요. (노크는 벨크로를 참 좋아해요) 그 안에는 이와 같은 네모난 수박 조각들이 가득 들어 있었답니다.


그리고 뚜껑을 뒤집으면 조각을 넣을 수 있는 네모난 구멍들이 뚫려 있어 소근육을 정교하게 쓰는 작업에 흥미를 느끼는 저희 아기가 너무나 좋아했어요. 선생님과 방긋방긋 웃으며 놀다가 웃음기 싹 거두고 집중모드!

수박 조각으로는 선생님이 머리 위에 올렸다가 떨어지는 모습도 보여주시고, 쌓고 무너뜨리기도 해보았어요. 수박 조각은 뭘로 만들었는지 모르겠는데 만져보니 가볍고 살짝 말랑하더라구요.


교재의 왼쪽에 초록색 수박, 오른쪽엔 하얀색 수박이 보이시죠. 수박 줄기를 그려보고, 초록색으로 색칠도 유도해보기 위함이었던 것 같은데 저희 아가는 교재도, 롤러도 아닌 까만 물감에만 관심을 가졌어요. 손이 빈틈없이 까매지는게 신기했나봐요.


그래서 저 롤러 자국은 선생님이 하신거예요. 저희 아이도 함께 해보기는 했지만, 까만 물감을 손으로 가리키며 빨리 더 달라고 재촉하는 시간이 더 많았네요. 이렇게 손에 잔뜩 묻히고는 과연 어디에 찍었을까요?


무릎에 찍었어요. 늘 본인의 몸을 도화지 삼아 쓱쓱... 👩🏻‍🎨 교재에는 선생님이 팔을 잡아 도와주셔서 그린거고요. 선생님이 제게 조금 더 해도 괜찮겠냐고 물어보셔서 괜찮다고 했는데, 얼마 안 가 옷이며 몸이며 난리통이 될 것 같아 조용히 그만해야 할 것 같다고 말씀 드렸네요. 선생님은 자연스럽고, 아이가 놀라지 않게 물감통을 숨겨주셨어요.

오늘의 수업은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수업이 끝나고 저는 바로 아이의 허리를 잡아 안고 화장실로 직행, 물감을 씻었어요. 생각보다 잘 씻겨 내려가더라고요. 다음주는 음악 수업이네요. 일주일 뒤인데 벌써부터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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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에 이어 나나(원숭이 이름)가 다시 찾아왔어요. 오늘은 가족들이 아닌 친구들만 데리고 왔더라고요. 덕분에 오늘도 강아지, 토끼, 원숭이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답니다. 선생님은 오늘 유독 무거운 가방을 두 개나 짊어지고 힘겹게 들어오셨어요.


오늘 수업은 바나나 사진으로 시작되었어요.
사진은 없지만 여러개의 바나나, 한 개의 바나나, 바나나를 깐 사진, 바나나를 썰어놓은 사진을 차례차례 천천히, 밝고 경쾌한 설명과 함께 보여주셨답니다.

그리고나서는 이 바나나 나무가 등장했어요.
바나나 나무인데 바나나가 없어 이 때 눈치챘지만, 펠트바나나가 나올 때까지 얌전히 있었어요.


처음은 선생님의 도움을 받아 바나나를 붙였어요. 그러더니 엄마 품을 나서 스스로 바나나를 척척 붙이더라고요. 찍찍이가 좀 정없게(?) 붙어있었으면 서운할 뻔 했는데, 아기가 어디에 붙여도 쉽게 붙어 좋았어요. 그리고 바나나 안에는 하얀 알맹이가 들어있었어요. 어떤 건 삑삑이 신발처럼 삑삑 소리가 나고, 어떤 건 종이 구길 때 나는 꾸깃꾸깃 소리가 나더라구요. (선생님 재량 따라 다른데 삑삑이, 빨대, 솜, 콩 등이 들어간대요) 교구를 신경써서 만든다고 느꼈네요.


선생님이 평소보다 더 큰 가방을 들고 오신 이유는 밑에 깐 노란 매트와 (김장매트) 이 백업스펀지 때문이었어요. 매트도 커서 많은 양의 백업이 필요했어요. 쏟을 때도 아이가 보고 즐거울 수 있도록 위에서 와르르~ 하고 쏟아주셨답니다.


아이는 가방에서 뭐가 자꾸 떨어지는 것이 재미있는 것 같았어요. 이 노란 백업으로는 기본적으로 자유롭게 가지고 놀면서 쌓기도 해보고, 선생님 머리 위에 올렸다가 떨어지는 걸 보기도 했어요. (언제나 선생님의 노고에는 감사를ㅠㅠ)


저번 주 만났던 동물 친구들을 또 만났다고 했잖아요. 아이는 보자마자 빨리 달라며 손으로 재촉했어요. 그리고 친구들에게 노란 백업을 먹여줬어요. 요즘은 밥 먹을 때에도 엄마 한 입, 아빠 한 입, 곰돌이 한 입, 뽀로로 한 입…. 꼭 한 입씩 나눠주는데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요 시기 아이들은 다 그러나요? 여튼 동물 친구들에게 아낌없이 백업을 주었어요.


토끼 교구 귀엽죠? 동물 교구는 가면에 통을 붙여 입을 만들었더라고요. 노크 교구는 볼 때마다 참 잘 만드는 것 같아요.


마지막은 바나나 도장을 찍어보는 활동이었는데 색깔이 연해서 그런지 아이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자리를 떠버렸어요. 그래서 사진 속 도장은 전부 흥미를 끌기 위해 애쓰신 선생님의 작품입니다.


참, 바나나가 주제여서 사실 2주 차 미술시간에는 바나나가 등장할 줄 알았는데 좀 의외였어요. 여쭤보니 바나나는 이동 중에 무르거나 색깔이 변할 수도 있어 준비하지 않으셨다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재밌었어요.





여담) 당연한 소리지만 어떤 수업이든 선생님이 참 중요해요. 아이의 여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보는 눈이 점점 길러지고 있는 듯 하네요. 저는 어떤 부분을 좋아하고 또 민감한지도 알아가고 있어요.

저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지 않는 선생님은 싫어요. 재미있는 표현을 쓰고 아기어로 말을 해도 저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진다거나, 토라진 친구 흉내를 너무 자주 내는 선생님이요. 어린 아기가 벌써부터 토라진 친구 앞에서 당황스러워 할 필요는 없잖아요. 또, 감정기복이 심해 매주 수업스타일이 널뛰는 선생님도 싫어요.

자질부족이나 아이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이 목격 되면 가차없이 따져 묻거나 다른 선생님으로 교체 요청을 드리면 되는데 말하기 애매한 것들 있죠? (이를테면 본연의 성격 같은...)
사실 저는 개선되었으면 하는 점은 바로 이야기 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얘기도 몇 번 드렸어요. 근데 아무리 좋게 말을 한다 해도 이런게 또 쌓이면 불편하시겠죠. 이건 피드백이 아이에게 오는 아이의 일이기도 해서 생각을 너무 많이 하게 되네요.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가면 지금 몸이 힘든것만큼 머리가 아프다던 지인의 말이 자꾸 떠올라요.
어떤 느낌인지 살짝 알 것 같아요.
좋은 방법이 있겠죠? 엄마도 상대도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아이에게도 본보기가 되는 좋은 방법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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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히호호'는 생후 6개월부터 수업이 가능한 히히와, 24개월부터 수업이 가능한 호호 프로그램으로 나뉘어져 있다. 내가 히히호호에 전화를 걸었을 때 우리 아가는 6개월이어서 바로 수업이 가능한 상태였는데 대기를 해야 한다고 해서 그로부터 6개월을 더 기다렸다. 음, 중간에 포기하고 다른 스케쥴을 넣을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차례가 되었다는 연락을 받고는 참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궁금했다. 히히호호는 워낙 유명한데다 실제로 추천도 많이 받았던 곳인지라 하다 그만두는 한이 있더라도 해보고 싶었다.

우리 아이는 현재 16개월이고 수업을 받은지는 4개월이 다 되어간다. 수업료가 다른 방문수업에 비해 저렴한 편이라 선생님이 챙겨오시는 준비물이 비교적 간소하다는 느낌이 없진 않지만, 준비물을 많이 챙겨오신다고 해도 아이가 관심이 없으면 말짱도루묵이므로, 주어진 재료로 아이에 맞춰 수업을 해주실 선생님이 가장 중요한데, 그 부분에 있어 만족스러워서 수업을 잘 진행하고 있다.

* 우리 아이가 받고 있는 히히 프로그램은 신체놀이, 생태놀이, 식재료놀이, 표현놀이로 두뇌발달과 신체발달을 돕고자 한다. 이와같은 오감수업은 영아의 발달단계를 고려하여 진행된다.


이 날은 콩이 두부가 되는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맷돌이 등장했다. 맷돌은 종이로 만들어졌고, 가운데로 콩을 넣으면 밑으로 떨어지게 되어 있었다.

이 활동 전에는 비닐에 콩을 깔아놓고, 소리도 들어보고 만져도 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런데 그 시간이 지나고 이 맷돌이 등장하고부터는 아기가 이해하기에 너무 어려운 활동이라 나도 신기해하며 쳐다만 봤다.


맷돌보다 아이가 좋아하는 건 바로 이 두부. 아이는 빵칼로 두부를 썰어보고, 손가락을 찔러보고, 손으로 뭉그러뜨리기도 하며 실컷 촉감놀이를 했다. 그런데 마음에 걸렸던 건, 두부가 생두부였다는거다. 선생님은 두부를 자리에서 바로 뜯어 오픈하셨다. 우리 아가는 다행히 먹지는 않았지만 입으로 바로 가져가는 아이들도 있을텐데(먹어도 되는 두부라고는 하셨지만) 재료를 데쳐왔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좀 아쉬웠다.


이렇게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집에서 두부로 촉감놀이를 해주는 경우라면 빨대를 비롯해 각종 조리도구를 동원해도 좋을 것이다. 뒤집개나 채망으로 눌러 보고, 숟가락이나 미니국자로 떠보기도 하면서 말이다. 개중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기억해두었다가 찰흙이나 모래, 물감놀이를 할 때 꺼내주면 좋은 아이템이 되어줄 지 모른다.


이 날은 월 1회 생태수업으로 올챙이와 개구리가 집에 찾아왔었다. 수업 계획안을 미리 받아보고 수업 전, 나는 선생님께 우린 눈으로만 보겠다고 말을 할까 말까 많이 고민했다. 인간의 호기심과 놀이를 위해 관찰통 안에서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아이들이 불쌍했기 때문이다. 우리 아가는 책에서도 동물들이 나오면 손으로 쓰다듬는 아이인데... 선생님은 수업 참여를 위해 적극적으로 개구리를 활용할 것 같아 고민이 많았다. 하지만 결론만 말하자면, 결국 합리화 했다. 이유는 부끄러워서 말 안하련다. (이기적인 마음)
최대한 눈으로 보되 만지고 싶어할 땐 조심히, 살살, 놀라지 않게 만져야 한다고 아이에게 얘기해주었다.

 



다행인지 뭔지 아이는 생각보다 크게 흥미를 느끼지 않았다. 개구리가 폴짝 폴짝 뛸 때마다 엄마만 소리를 질렀다. 풀어놓은 올챙이들은 선생님이 숟가락으로 퍼서 종이컵에 옮기는(...) 활동을 알려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내가 잘한건가 싶다. 여하튼 이 날은 개구리와 올챙이의 생김새와 움직임, 그리고 그것을 표현하는 어휘들을 자연스럽게 익혀보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이 날의 주제는 기억이 안 난다. 침까지 흘리며 물감놀이에 집중한 우리 아가가 제일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선생님은 아이의 손과 발에 물감을 쭈욱 쭈욱 짜주셨다. 아이는 손에 묻혀진 물감들을 비비적 댈 때의 느낌이 좋은지 비비고, 또 짜달라고 하고, 비비고를 반복했다. 물감으로 그림 그리기는 안중에도 없었다. 평소 선생님이 오시면 수업 내내 내 무릎에 앉아있기도 하는데, 이 날은 엄마에게 멀리 떨어져 앉아 물감에만 흠뻑 빠졌었다.

 



그나저나 너무 좋아하길래 "엄마가 물감놀이 준비 해줄게!" 라고 해놓고, 여지껏 못 해주고 있어 미안하네...😢 이제까지 물감놀이를 하고 나면 뒷처리에 혼이 쏙 빠졌기 때문에 엄두를 못 내고 있다. 물감놀이 한 번 하고 나면 엄마 두 시간은 쉬어야 돼... 가능하니 아가...

참고로 물감은 KC인증, 천연원료로 만든 것들을 사용한다.


이 날은 생크림을 만져보았다. 다른 아이들은 믹서기를 이용하기도 하던데 우리 아이는 아직 어리기 때문에 선생님이 거품기를 선택하신 것 같았다. 선생님과 함께 생크림을 휘저어보기도 하고, 조금 꾸덕해진 생크림을 와플 사진에 발라보기도 하고, 조금 뒤엔 부드러운 생크림을 손으로 맘껏 느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이 때가 돌이 지났을 때니까 사실 조금쯤 맛보아도 되었을 때인데 한 입도 먹지 않아 좀 의외였다. 당연히 입에 가져갈 줄 알았는데.


이 날은 인형이 목욕을 하러 들어가기부터 하고 나오기까지의 과정을 함께 해보았다. 하지만 이 때는 역할놀이에 아직 관심이 없었던지라 아쉽지만 큰 흥미를 보이지 않았다. 지금 하면 이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텐데.

좋았던 건 욕조에 들어가기 전 샤워볼을 이용해 몸에 비누칠을 하고, 하고 나와서는 수건으로 몸을 톡톡 닦는 일련의 과정들이 생략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이를 존중하는 것 같았다.


여러 집을 방문하시는 선생님은 말씀은 안 하셔도 코시국이 무서우실게다. 얼마 전 내가 사는 지역의 어린이집에 12명의 확진자가 발생해 한창 떠들썩 했던 적이 있었는데, 선생님이 그 중 한 아이의 집에서 방문수업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우리집도 비상 아닌 비상이 걸렸었다. 다행히 그 아이는 확진은 아니었고 자가격리 중이었지만 그래도 불안했다. 그래서 선생님의 안전을 확인하기 위해 2주 간 수업을 하지 않았다. 우리 아가는 '선생님'이라는 말만 나와도 인터폰을 가리키며 저기로 선생님 얼굴이 보인다고 반가워 하는 앤데, 넘 아쉬웠다. 그런 일로 최근 2주 동안의 수업 내용은 내가 모른다. 사진은 마지막 수업 때의 장면이다.

 



아이는 모형 빵을 들고 있다. 선생님이 가방에서 제일 먼저 꺼내신 준비물이 저 모형 빵이었는데 수업이 끝나고나서도 돌려주지 않아 다른 걸로 시선을 끈 뒤 아이가 모르게 가방에 쏙 넣어야 했다.
선생님은 오븐에 그려진 요리사 아저씨 흉내를 내며 식빵을 구워주셨다. 사실 이 날의 핵심은 빵에 눈 코 입(교재)을 붙여 엄마 아빠를 만들어보고, 딸기와 초코 소스를 뿌려 치덕거려보고, 식빵을 체망에 걸러 빵가루를 만들어보는 거였는데 이미 사진이 너무 많이 첨부 되어 넣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아이는 식빵에 물을 넣어 뭉쳐 만든 (엄마는 먹지 않았으면 했던) 빵을 열심히 입에 넣었다. 차라리 물을 넣지 않았을 때 먹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평소에도 빵을 좋아하는 애라 한 번 입에 들어가면 계속 들어갈 것 같았다. 수업이 끝나고도 탁자에 올려둔 빵을 가리키며 더 달라고 나를 채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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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은 2주만에 선생님을 뵙는 날이다. 선생님은 검사 결과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고 하며, 수업도 원래대로 다니고 계신다고 한다. 간만의 수업이라 아이가 더 반가워 할 것 같다. 보강은 내일 이야기를 나누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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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현재 16개월이다. 생후 3년이 뇌발달에 결정적인 시기이므로 나는 유아교육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방문수업은 원래 미술수업 그리고 체육수업으로 스케쥴을 짜려 했었는데 지금 듣고 있는 두 개의 수업이 다 마음에 들어 일단은 시기를 보고 있는 중이다. 그 중 오늘 소개하는 '노래하는크레용'은 별 기대않고 시작했다가 발목잡힌(?) 케이스다.

노래하는크레용은 영유아 음악 미술 통합 프로그램이다. 정확히는 스토리텔링과 음악 미술 퍼포먼스인데 하나의 스토리 안에서 음악과 미술이 연계되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선생님에게서 계획안을 받아보면 4주간의 수업 내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노크는 4주를 2주씩 나눠 하나의 스토리로 처음 1주는 음악 그 다음 1주는 미술 이렇게 수업을 한다. 음악은 카쥬, 핸드벨, 컵타, 공명실로폰, 리듬패턴과 같은 일상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악기를 수업 내용에 맞추어 연주해본다. 낯선 악기들이지만 수업 내용과 연관되어 진행되므로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이 날은 놀이터를 주제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졌다. 아이는 아직 어려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선생님이 들고 있는 캐릭터에 더 흥미를 보였지만 선생님은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의성어 의태어를 고루 사용하여 즐겁고 신나는 놀이터의 분위기를 전달해주려 애쓰셨다. 사진은 놀이터를 주제로 한 노래에 맞춰, 바구니를 뒤집어 엎은 후 마라카스박자에 맞춰 두드려 보는 것이다. 수업일이 오래 지나 정확히 어떤 박자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뒤로 보이는 악기는 구슬이 시청각을 자극하는 레인보우쉐이커다. 시선을 사로잡게 생겼지만 우리 아이는 별 관심이 없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 이 외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는 전부 다 까먹었다. 선생님 일명 똑똑쌤은 엄청 큰 가방에서 마치 도라에몽처럼 필요한 수업 재료들을 그 때 그 때 꺼내신다.


이 날은 호박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잘린 사진 뒤로 호박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주머니는 같은 색깔 주머니에 넣어보게끔 만들어져 색깔 인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날의 악기는 핸드벨과 투톤귀로였다. 투톤귀로는 호박 노래에 맞추어 두드리고 긁어보며 소리를 듣고, 사진에 나오지 못한 핸드벨로는 "호!박!"이라는 노래의 음에 맞춰 높은 도와 낮은 도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오선을 나타낸 호박넝쿨을 통해 줄 칸 개념을 알아볼 수 있었다. 같은 색 호박에 핸드벨을 놓고 각각 소리를 들어보기도 했다.



아이가 16개월인데 벌써 이런 수업을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학습이 아니고 놀이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싫어하면 다른 걸 꺼내 보여주면 되고 아예 수업을 거부한다면 선생님과 까꿍놀이와 같은 상호작용을 하면 된다. 처음부터 나는 아이에게 가르치려는 마음이 아닌 그저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높은 도와 낮은 도는 당연히 구별하지 못해도 된다. 다만 말 못하는 아기가 실로폰에 흥미를 가질지 투톤귀로에 흥미를 가질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는 주고 싶은 것이다.


일주일 후 호박이 다시 찾아왔다. 이 날은 쿠키생지에 호박 모양 쿠키틀을 눌러 실제 쿠키를 먹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를 위해 선생님이 미니오븐을 가지고 오셨다. (매주 '그저 떼운다'는 느낌 없이 수업이 준비되는 점이 참 좋다.) 오븐에 들어간 쿠키가 노릇노릇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갖출 때까지 아이는 호박씨로 촉감놀이를 했다.

촉감놀이를 할 때마다 아이가 좋아하니까 평소 집에서도 자주 해주고 싶은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너무 미안하다. 키즈카페에서도 편백나무존을 그렇게 애정하는데 하다못해 두부 한 번을 못해줬네.


안타깝게도 완성된 쿠키는 아이가 좋아하면서 멀리 가지고 가버려 사진이 없다. 아, 참고로 아이 옷은 수업시 더러워질 수 있으니 지저분해져도 되는 옷이나 미술 가운을 입혀달라는 사전 안내를 미리 듣고 입힌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수업할 때 늘 내 무릎에 앉는다. 아무래도 주1회 30분 수업이다보니 선생님이 오시면 좋기는 하지만 엄마는 있어야 되나보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금세 쫓아와 무릎 강아지 하는 우리 아가.

나는 아이에게 이 날 쿠키를 처음 먹여보았다. 아주 살짝 느낌만 보라고 준거였는데 쿠키를 양 손에 들고 엄마 피해 도망갈 줄은 몰랐다. 그리고 결국 그 날 세 개 정도의 쿠키를 전부 다 먹었다. 엄마가 한 입만 달라고 부탁해도 도리질을 하며 혼자 다 먹었다. (그러다 한 입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이 날의 주제는 젖소와 양이었다. 젖소와 양의 울음소리를 노래를 통해 들어보고 울음소리를 2분 음표와 온음표의 음가로 연주 해보았다. 사용한 악기는 롤리팝탬버린과 탬버린, 키즈드럼 그리고 손에 있는건 뭔지 모르겠다. 이 전에는 부직포로 만든 양에 복슬복슬한 털을 붙여주고, 소에게는 스포이드로 빨아들인 까만 물감을 뿌려 얼룩무늬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우리 아이는 다른 무엇보다 스포이드에 관심을 가졌다. 이제까지 누르면 나간다 라고 알고 있었을건데, 이건 누르면 빨아들이니. 그래서 이 날은 선생님이 스포이드를 두 개 남겨주고 가셨다. 예전엔 물감 푼 물에 라이스페이퍼를 넣고 한창 촉감을 즐기던 아이를 위해 수업이 끝나고 대야에 그 물을 옮겨 담아 계속 놀게 해주었던 적도 있다. 그 때처럼 열정적으로 몰입하지는 않았지만 신기했나보다.


노크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미니오븐에 호박 모양 쿠키를 구워주질 하질 않나 장갑에 우유(인지 흰 물감인지)를 담아 소젖을 짜보게 하질 않나. 처음에는 통통한 장갑을 만져보기만 하다 선생님이 장갑 끝을 조금 달라주시자 본격적으로 우유를 짜보았다. 어른인 내가 볼 땐 흥미로워 보이는데 정작 우리 아이는 시큰둥 했지만... 아마 소젖을 짠다는 느낌보단 장갑을 누르니 흰 물이 나오네 이 정도로만 이해한 것 같았다. 하긴 소젖을 짜는 모습을 먼저 본 적이 있었어야 뭐가 뭔지 알지.


이 날은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벚꽃 등 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은 지금 풍선으로 제작된 폭죽교구를 이용해 꽃잎을 날려주고 계시고 있다. 뻥! 소리가 나며 하늘로 솟구치는 꽃잎이 아름다웠다. 아이가 교구를 만져보았을 땐 뽕! 소리와 함께 한 두개의 꽃잎이 하늘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귀여워흑흑) 이 전에는 속이 텅 빈 꽃모양 그림에 물을 묻힌 플레이콘을 붙여 나만의 꽃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참고로 플레이콘은 옥수수전분과 식용색소를 이용해 만들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재료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플레이콘에 큰 관심이 없어 이 활동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 아이가 선생님을 기다리는만큼 나도 수업을 기다린다. 우리 아이를 예뻐해주시는 모습과 알찬 시간이 만족스럽기도 하지만 아이와 함께 수업을 들으며 나도 잠깐이나마 힐링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동화구연이라던가 위와 같은 꽃을 주제로 한 수업은 더더욱 그렇다.

시간체크는 수시로 한다. 근데 눈 한 번 깜빡 하고 뜬 것 같은 3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아 늘 아쉽다. 한 달에 4번, 주1회 수업에 120,000원이면 하루 30분이 30,000원인데 4-50분 수업은 선생님이 힘들어서인가. 그래서 수업 시간에 늦으시거나 할 때엔 나도 모르게 좀 예민해진다. 늦으신만큼 보충은 해주고 가시지만 일찍 오셔서 최대한 늦게 가셨으면 좋겠는 이기적인 마음이...


1주차 음악시간이었다. 당근밭에 가고 싶은 토순이의 이야기를 들어본 후 직접 당근을 뽑아 토순이와 신호등을 건너 당근밭(엄마)에 도착해야했다. 그 과정에서 음악의 쉼표, 음표 개념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신호등인데 사진이 준비되어 있지만 이미 첨부된 사진이 너무 많아 생략하려 한다. 실제적이고 큼지막한 신호등을 건너며 아이는 즐거워했다. (내게 건너오는 순간의 사진들이 다 웃고 있었다) 갑자기 주저 앉아 바구니에서 당근을 꺼내려고 할 때 선생님이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고 하셨던 말도 기억이 난다.

2주차 미술시간에는 당근 그림에 크레용으로 색칠을 해보는 것을 시작으로 찐당근을 빵칼로 잘라보는 등의 시간을 가졌다. 아주 푸욱 익혀왔는지 쉽게 잘렸다. 나중에는 그런 당근을 손으로 으깨보기도 하고 짤주머니에 넣어 당근즙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선생님과의 밀도 있는 상호작용으로 아이는 이 날도 참 즐거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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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진행중이다. 이번 주는 여러 크기의 을 이용하여 놀았다. 교구와 악기를 이용하여 스타카토와 레가토를 배워보는 시간이었다고 다른 분께 들었는데 글쎄 난 그것까진 모르겠다. 그리고 수업 준비물이 간소한 편이라 이번주는 내심 걱정 했다. 그런데 걱정이 무색하게 선생님은 간단한 재료만으로도 아이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를 이끌어내셨다. 새삼 선생님을 잘 만나는게 참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 주는 스터드럼(스터실로폰드럼)이라고 하는 악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음계가 표현되는 악기인데, 말렛이라고 하는 봉을 드럼 안에 집어넣고 휘리릭 돌리면 맑은 실로폰 비슷한 소리가 난다. 우리 아기는 처음 보았을 땐 시큰둥 하다 나중에 제 손에 악기가 쥐여졌을 때 스스로 소리를 내보곤 뒤늦게 흥미를 가졌다. 이처럼 노크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닌 조금은 생소한 악기를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참 좋다. 다음 주는 미술수업이다. 5월 계획안을 꼼꼼이 살펴보지 못해 준비물 및 수업내용은 아직 모르겠으나 선생님과 함께 하는 수업이면 무엇이든 아기가 좋아할 것 같아 나도 벌써 기다려진다.

수업을 시작한 지는 지금 5개월이 되어가는데 아이가 '선생님'소리만 들으면 인터폰을 가리킬 정도로 방문수업을 기다리게 되어, 그리고 선생님이 오시면 자다 깨서 기분이 언짢을 때도 함박웃음을 보여주어, 짧은 시간이나마 하루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수업이라고 생각하여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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