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패니언' 이라는 직업은 1970년 오사카 만국박람회 때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최초의 만국박람회였기에 접객 매너와 어학 능력이 뛰어난 고급 인력들이 별도의 교육을 받은 뒤 국제적인 행사, 사업 부양을 위한 파티에 투입 되었다고.

하지만 '컴패니언' 은 일본의 80년대 거품경제가 꺼지고 난 뒤 그들의 영예도 함께 꺼져서 이제는 가까스로 명맥을 유지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고 한다.
 
이 작품에 등장하는 주인공 교코가 바로 컴패니언이다. 화려한 보석을 좋아하는 교코는 부잣집 남자와 결혼하기 위한 발판으로 이 직업을 이용하고 있는 듯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이 작품이 심각한 사회경제적 부조리라는 묵중한 주제를 드러내고 있음에도 끝까지 너무 무거운 분위기로 흘러가지 않을 수 있었던 건, 교코가 한 몫 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도 든다. 
 
그녀는 허영심을 대놓고 드러낸다.
 
특히 옆집으로 이사온 형사 시바타에게는 더더욱. 
 


 


그런데 '그녀는 다 계획이 있다' 라니, 교코에게 무슨 계획이 있었다는 말인가? 추리소설에서 '계획' 은 영 께름칙한 어감인데, 게다가 형사가 바로 옆집에 산다잖아.
 
이거, 괜찮은걸까?
 
과연 누구에게, 무슨 계획이 있다는걸까.
 

(스포없음)

 
 
 

#1. 에리의 죽음

 
같은 컴패니언으로 활동하던 에리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녀가 죽은 현장을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처럼 보이는데, 시바타 형사와 교코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히가시노게이고의 소설 속 주인공 형사는 늘 탐정과도 같은 면모가 돋보인다. 이번에도 역시 범인이 설치해 놓은 덫에 쉽게 걸려들지 않았다.
 

#2. 에리와 연인사이였다고 주장하는 마루모토

 
마루모토, 그에게는 연인이 한 명 더 있었다. 요코. 그렇다면 내연관계인 요코의 존재를 눈치챈 에리가 그로인해 비관적인 자기파괴적 행동을 했다는 것인가? 그게 아니라면, 마루모토에 대한 분노를 참지 못 하고 그를 죽이려다 도리어 본인이 죽어버린 것인가? 마루모토는 에리가 죽은 현장을 가장 먼저 발견한 사람이기도 하다. 매우 강력한 용의자 선상에 올라있는 중.
 

#3. 교코와 다카미

 
교코는 부자인데다 매너도 좋은 다카미를 좋아한다. 그래서 그와의 약속이라면 일을 빼고서라도 잡으려 한다. 그리고 어쩐일인지 다카미도 교코에게 관심이 있는 듯 하다. 그런데 이상한 건, 교코와 자꾸만 만나려고 하는 다카미가 만날 때마다 에리의 사건을 묻는다는 것이다. 곧 에리의 친한 친구도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하는데, 그 사건도 자꾸만 캐묻는 게 이상하다. 다카미는 교코에게 관심이 있는걸까, 사건들에 관심이 있는걸까?
 

#4. 다카미의 전화에서 흘러나온 수상한 여자 목소리

 
다카미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교코가 받은 전화 안에서는 흐느끼는 여자 목소리가 들렸다. 그 여자는 과연 누구였을까?
 

#5. 교코에게 추근덕거리는 겐조

 
겐조는 하나야 가의 셋째 아들이다. ('하나야 가' 는 에리가 죽은 그 날, 컴패니언들이 응대를 했던 전국 보석 체인점이다.) 망나니라고 불리울 정도로 행실이 지독히 튀는 사람으로 모두에게 알려져있다. 그런데 그런 그가 교코에게 관심을 보인다. 그녀와 만나고 싶어하고, 그녀와 시간을 함께 하기 위해 교코가 가장 좋아하는 보석을 선물하기도 한다.  
 

#6. 이세

 
죽은 에리의 전연인이다. 이세 역시 죽었다. 에리보다 더 먼저. 이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것으로 사건이 종결 되었었는데 아무래도 에리는 무언가 미심쩍었던 모양이다. (아니면 확실한 증거를 손에 넣었거나) 그 후 그녀는 도쿄로 올라온다. 
 
에리는 이세를 많이 사랑했던 것 같다.
 

 

 
 

죽기 전, 이세의 메시지가 큰 힌트가 되었다. 그로인해 에리의 죽음의 비밀도 풀리고, 가해자들의 신상도 마침내 드러나게 되었으니까. 
 
이세가 숨겨놓은 어쩌면 다잉메시지, 그것을 찾아내는 것이 이 책이 주는 즐거움 중 하나다. 그의 배후에 누가 있었는지를 알아내는 것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시바타와 교코의 노고, 죽은 유카리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겠다.
 

 
 


 

 

문이 굳게 잠긴 방에서 마치 혼자 죽음을 꾸민 것처럼 그려진 현장을 수상하다고 보는 것, 에리와 연인이라고 알려진 마루모토와의 관계 뒤 무언가 에리의 속셈이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마침내 그 이유를 희미하게나마 파악하고 그녀의 고향인 나고야에 내려가 그녀의 전연인의 찜찜하게 마무리 된 사건을 재조명 하는 것 등.
 
이 밖에도 '조금 더 얘기해주지' 싶은 부분들이 많았는데 위에 열거한 것들은 그 중에서도 특히 더 아쉬웠던 부분이기에 구태여 남겨본다.
 
에리의 사건을 해결하는 데에는 사실 큰 힌트라기보다 사람의 상상과 직감에 크게 의존했기에 끝에 가서 결국 모두를 골머리 앓게하던 문제가 해결되었을 땐 박수를 치면서 '바로 그거였구나!' 가 아닌, '아... 이거였구나. 이런 방법도 있네' 싶어 다소 싱거운 기분이 드는 게 아쉬웠다. 
 
그리고 에리의 사건을 시작으로 덮어두었던 이세의 일, 다카미가 교코를 만날 때마다 에리의 사건을 물어보던 일들이 그다지 매끄럽다고 느끼지 않았다. (작가가 사건들이라는 퍼즐들을 미리 준비해 둔 뒤 어떻게든 맞춰지게 하려고 무리해서 갈고 다듬고 깎아낸 느낌) 
 
1988년에 발표된 초창기 작품이라니까 이 정도는 감안하고 넘어가주어도 괜찮을 것 같기도 하지만...
 
내게 이 책은 재미있고 단순한 추리소설이었다. 내 생각을 더하고 자시고 할 건덕지가 없이 재미있고 단순한 추리소설. 그래도 이제까지는 추리물이라 하더라도 그 안에서 무조건 작가의 의도를 건져냈는데, 이처럼 '내용'과 '재미' 만 담겨있는 소설은 처음인 듯 싶다.   
 
그러니까 재미가 없었다는 뜻은 아닌데,
뭐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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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샤를리즈 테론 주연의 영화 '다크 플레이스'를 기억하는 분이 계실까요? 니콜라스 홀트, 클로이 모레츠의 활약이 대단한 영화였죠. 특히 클레이 모레츠의 악녀 연기는 그 때까지의 그녀의 이미지를 전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은데요. 원작인 책과 내용적인 면에서 크게 다른 점은 없으므로 관심 있으신 분들은 영화로 접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저는 오늘 원작인 책을 읽고 리뷰를 남겨보려 합니다. 스포일러는 최대한 자제하고, 전달하고 싶은 내용과 메시지만 적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때는 1985년 캔자스 주 키내키.




낡아빠진 농장 옆 엄마 패티와 첫째 아들 벤, 둘째 딸 미셸, 셋째 딸 데비, 막내 딸 리비가 살고 있습니다. 아빠는 있는데, 있으나 마나에요. 가족을 돌보지 않는 건 물론이고 돈이 떨어지면 찾아와 빼앗아가곤 했거든요.

이 집에 크나큰 비극이 찾아옵니다.

막내 딸 리비와 첫째 아들 벤을 제외한 가족들이 모두 죽임을 당하게 돼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범인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모든 정황이 첫째 아들을 향하고 있었기에... 그는 결국 감옥에 갇히고 마는데요.

그가 감옥에 갇히는 데 큰 공을 한 건 데이가의 막내 딸, 리비였습니다. 리비의 증언이 대단한 증거가 되어 주었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그녀의 눈으로 그의 범죄행각을 보았다고 진술 했었습니다.


25년 후...




피해자 기부 성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는 리비.

그런 그녀에게 어느 날, 편지가 한 통 도착합니다. 발신인은 라일. 그는 그녀를 만나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라일은 그녀에게 한 클럽을 소개시켜 줍니다. 클럽의 이름은 킬클럽. 주로 죽임을 당한 사람과 사건들을 다시금 조사하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지요. 그 곳에서 그들은 입을 모아 얘기합니다.

"벤? 그는 진범이 아닙니다."

자신의 지난 시간과 생각이 부정 당하는 기분에 리비는 박차고 일어나 분노를 표하고 자리를 뜹니다. 리비는 때때로 오빠인 벤이 보고 싶었지만 그럴 자격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를 감옥으로 처넣은 사람이 바로 자신이었으니까요.

혼란스러워 하는 리비에게 라일은 리비가 솔깃할 액수의 돈을 제시하며 사건의 전말을 다시금 파헤쳐 보기를 권합니다. 사건에 얽힌 사람들 하나하나를 다시 찾아가 이야기를 듣고 진실에 도달하길 원했죠.

리비는 돈이 없었습니다. 굶어 죽지 않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했어요. 그리고 완두콩만큼의 라일과 같은 생각으로, 결국 그녀는 사건에 얽힌 인물들을 찾아가 보기로 마음 먹습니다.







패티, 미셸, 데비는 대체 누가 죽인걸까?

용의선상에 올라 있는 인물들을 소개합니다. 과연 누가 범인일지 유추해 보세요.


#1.
패티의 남편 러너




술주정뱅이에 변변찮은 직업도 없는 하루살이 러너. 그는 아빠, 남편으로서의 역할을 하나도 하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찾아올 때는 그나마 있던 작은 돈마저 빼앗아갔고, 무서운 분위기를 조성해 가정의 평안을 깨뜨렸죠.

그는 후에 불법적인 약을 판매합니다. 그리고 그 약은 돌고 돌아 자신의 아들인 벤이 사용하게 됩니다.


#2.
벤의 여자친구 디온드라





디온드라는 영화에서 클레이 모레츠가 연기했던 인물이었습니다. 말그대로 인생 막장이었어요. 어른들이 하지 말라는 건 다 하고 다니는 학생이었죠. 학교를 나가지 않는 건 물론이고, 술과 담배, 약에까지 거리낌없이 손을 대곤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는 벤의 아이를 임신하게 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생활습관은 달라진 점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달라진 건 딱 하나, 돈이 필요하니 벤에게 집에서 돈을 구해오라는 요구가 더해진 것이었죠.


디온드라는 잘 사는 편에 속했는데 임신 사실이 발각되면 그녀는 아버지에게 내쫓길 거라는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어요. 그래서 벤에게 아예 도망 가버리자는 제안을 합니다.


#3.
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하는 크리시





어린 학생이었던 크리시는 벤에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었어요. 자신에게 관심이 없는 엄마에게서 관심을 끌어보고자 내뱉었던 사소한 거짓말이 눈덩이가 되어 돌아온 결과였죠.

벤의 엄마인 패티는 크리시의 집을 찾아가 그녀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보고자 합니다. 왜냐하면 벤이 지금 어디에 있는지 모를 행방불명 상태니까요.

허나 패티는 쫓겨납니다.

그녀가 크리시의 집에서 얻은 수확은 단 한 가지, 피해자가 크리시 단 한 명이 아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4.
크리시의 아빠





딸이 성추행을 당했다는 얘기를 듣고 가만히 있을 아빠는 이 세상에 없습니다.


#5. 트레이





디온드라, 벤과 함께 어울려 다니던 트레이. 사실상 이 모임의 실세는 트레이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의 보이지 않는 힘은 벤을 더욱 더 절망으로 밀어 넣곤 했어요. 그 세 명은 함께 모일 때 악마숭배를 했고, 술을 마셨고, 담배를 피웠고, 약을 해댔습니다.

그리고 벤의 아빠를 싫어했어요. 그는 내게 빚을 진 사람이라고, 벤이 보는 앞에서 그를 모욕하기도 했고, 그가 없는 곳에서 또한 벤의 아빠를 욕하기도 했죠.



#6. 혼자 죽지 못 하는 사람들을 대신 죽여주는 사람





사고사로 위장해 죽길 바라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죽여주는 일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사망 보험금이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선택을 하는 사람들이 때때로 있었습니다.



#7. 벤





그는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지목 되었기 때문에 현재 감옥에 있습니다.

사건 당일, 그는 디온드라와 함께 집을 찾았습니다. 돈을 훔치러요.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 있는 시각이었지만 음, 누군가 잠에서 깨 그의 계획을 방해 했다면요?

그는 여자들이 드글드글한 이 집을 결코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여자들이 좋아할 만한 소품을 공용가구에 올려놓은 것을 보면 끓어오르는 욕지거리를 참기가 어려웠지요. 자신의 남성성을 인정해 주지 않는 이 집과 엄마가 싫었습니다.


자, 그래서...
여러분은 누가 범인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진실 추적 스릴러답게 이야기는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집니다. 누군가는 거짓말을 하기도 하고, 예상치 못 한 일이 벌어지기도 해요.

데이 가는 왜 그런 비극적인 일을 맞아야 했을까요.


다 읽고 난 지금, 가장 안타까운 인물은 패티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녀는 그녀의 가족을 사랑하고, 아끼고, 보호하려 애썼어요. 하지만 각지에서 오는 시련들에 끝내는 모든 걸 놓을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네요. 벤보다, 리비보다, 저는 패티가 가여웠습니다. 유일하게 순수한 마음을 가졌던 엄마, 패티...







이야기는 현재와 과거를 넘나듭니다.

그래서 저는 읽기 조잡하단 생각이 들었고, 집중을 잘 하지 못 했었어요. 하지만 마침내 그 지루한 시간을 견디고 '이 책을 놓지 않기를 잘했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을 즈음 참 기뻤는데... 이 책만 그런 것 같습니다. 저자의 <나를 찾아줘>는 매우 몰입하여 보았거든요.

길리언 플린의 필력은 많은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습니다.

진실을 추적하는 스릴러물을 찾고 계시다면 이 책을 읽어보세요. 책이 두껍기 때문에 영화로 보셔도 좋겠습니다.

좋은 시간 되시길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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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물의 대가 히가시노게이고의 책을 오랜만에 읽어보았습니다. 드라마나 영화 상영을 염두에 두고 쓴 것이 아닌가 싶을만큼 이번에는 특히 더 유달리 복잡하고 긴 이야기였는데요.

<희망의 끈> 등장인물도 많고, 전개방식이 순서대로가 아닌지라 집중을 하지 않으면 따라가기가 어렵다는 점을 미리 안내 드릴게요.

등장인물이 많다고 했으니 각 인물들에 대한 설명부터 해봅니다. 🙋🏻‍♀️




등장인물,
내용






♦️
유키노부 :

열 살 남짓 되던 두 아이를 지진으로 인해 잃어요. 이후 그의 인생도 생기를 잃습니다. 마침내 그와 그의 아내가 일어설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새로운 아기를 맞이하는 것이라는 결론에 이르는데요. 하지만 아내의 나이가 많아 임신은 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낳은 소중한 그들의 딸의 이름,
모나.

죽은 두 아이의 몫까지 행복하길 바라며 금이야옥이야 애지중지 키우죠.

비록 그의
아내는 모나가 어릴 때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지만, 그는 엄마의 역할까지 도맡아 최선을 다합니다.

하지만 사춘기에 접어들어서일까요?
모나는 아빠에게 냉담합니다. 아빠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왜? 독자인 저도 자꾸만 이런 모나 앞에서 멈칫하고, 솔직해지지 못 하는 유키노부에 의문이 들었는데요.

그들 사이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걸까요?

그리고 아빠는 '야요이 찻집'에 왜 자꾸 들르는 걸까요. 찻집 사장인 야요이가 마음에 들어서? 아님 그저 차가 맛있어서?

실은 유키노부와 죽은 그의 아내 레이코는 모나에게 말 못할 비밀을 모나가 태어나기 전부터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언젠가는 모나에게, 그리고 '야요이 찻집'의 야요이에게, 그 비밀을 이야기 해야만 합니다.



♦️
레이코 :

유키노부의 아내. 지진으로 소중한 두 아이를 잃었죠. 그들이 살기 위해서는 또 다른 아이가 필요했습니다.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요. 남편과 레이코는 아직 모나가 뱃 속에 있을 때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고 그런 모나를 낳을지 안 낳을지는 그들의 선택에 달려 있었어요. 더 정확히는 아기를 낳는 레이코의 선택에 달려 있었죠.

그녀는 모나를 낳기로 결심합니다. 그리고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그녀는 모나를 사랑으로 보살펴요.

하지만
언젠가는 이야기 해야 합니다. 죽음이 코 앞에 당도해 있는 레이코가 말을 할 수 없다면 그녀의 남편인 유키노부라도 그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
야오이 :

'야오이 찻집'을 운영하는 모두에게 신망이 두터운 여성. 10년 전 이혼했고, 그들 사이에 아이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행복해 보이던 그녀는 어느 날 갑자기 죽임을 당합니다.
원한관계도, 사소한 금전문제도 없던 그녀를 누가, 대체, 왜 죽인걸까요?

형사들은 그녀의 지인들은 물론이고 통화를 한 모든 이를 추적조사합니다. 그 조사란 것은 꽤 먼 옛날에까지 이르게 되는데요.

그녀와 그녀의 전남편인 와타누키는 아이를 원했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을 해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어요. 마침내 체외수정을 하지만 그 또한 실패로 돌아가고야 말았고요. 야요이는 아이를 무척이나 갖고 싶었습니다. 자신이 낳은 아이를 보는 게 간절한 사람이었죠.  

이 이야기는 그녀의 죽음과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실은 이것이 핵심입니다.



♦️
와타누키 :

야요이 못지 않게 아이를 갖고 싶어하는 남자. 야요이의 전남편이었죠.

그녀와는 10년 전에 이혼을 했음에도 그녀의 사후처리를 도맡겠다고 하는 등 의심스러운 행동을 해 형사들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그는 현재 다유코라는 여성과 동거중에 있는데요. 아이를 가지지 못 하는 다유코와도 곧 헤어져야 하는 것이 아닌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야요이가 죽은 뒤 그는 눈에 띄게 초조하고 불안한 듯 보여요.



♦️
다유코 :

학창시절에 아기를 지운 경험이 있습니다. 아기를 낳고 싶었지만 당연히 주변에서 만류를 했으니까요. 그리고 사회인이 되었을 때, 한 유부남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는 다유코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듯 보였습니다. 부인과 헤어지고 다유코와 아기를 낳아 알콩달콩 살고 싶다는 달콤한 말을 시도때도 없이 하는 남자였죠.

그리고 마침내 다유코에게 아기가 생겼습니다. 하지만 유부남은 당황스러워하며 일단은 아기를 지우자고 합니다. 아기가 있으면 이혼이 어렵다는 등의 갖가지 핑계를 들면서요. 그의 설득에 다유코는 피눈물을 흘리며 두 번째 아기를 지우게 됩니다.

그리고 곧 그에게 이별통보를 받아요.

패닉이 온 다유코는 그가 건네는 돈을 무시하고 그에게 다시 한 번 아기를 갖자는 이야기를 하는데요. 말로는 차에서 비참하게 내동댕이 쳐진 후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녀에게 다시 한 번 찾아온 사랑인 와타누키는 놓치고 싶지 않은 것이었어요. 하지만 두 번의 수술로 다유코에게는 아기가 들어서지 않았습니다.

그 누구보다 아기를 원하는 남자를 이제야 만났는데.

어느 날, 그의 전부인인
야요이가 그를 불러내요. 그 이후 와타누키는 그녀는 물론이고 생활 전반에 불안을 느끼는 듯 보였습니다. 그들의 안정된 생활을 깨뜨린 야요이에게 화가 난 다유코는 그녀를 찾아가요.



♦️
마쓰미야 :

야요이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그런데 사건만을 해결하는 인물이 아니에요. 그의 복잡하게 얽힌 사연도 조명을 받고 있죠.

아야코라는 여성에게 받은 전화 내용은 실로 충격적인 것이었습니다. 죽은 줄로만 알았던 그의 아빠가 살아있다고, 병실에 누워 죽음을 앞두고 있다고 합니다. 그 얘기를 전한 아야코는 아빠의 딸이라고 했어요.

그러니까
아야코와는 이복남매가 되는 거죠.



♦️
가쓰코 :

마쓰미야의 엄마. 마쓰미야에게 아빠는 어릴 적 죽었다고 설명해오곤 했어요. 그녀는 벌어진 상황에 맞닥뜨리기를 거부하다가 마침내 비밀을 털어놉니다.

그녀와 그의 남편이 될 뻔 했던 사람 즉, 마쓰미야의 친아빠와의 관계는 평탄한 게 아니었습니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는 유부남이었어요. 아이도 있었죠. 하지만 그는 곧 이혼 할 것이라며 그녀와의 관계를 지속해 나가길 원했습니다. 그의 현부인은 자신이 모르는 불쾌한 비밀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그 사이에 생긴 아이, 마쓰미야는 세상빛을 보게 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이는 아빠 없이 자라나야 했는데요. 이유인즉슨, 아빠가 전부인에게 돌아갔기 때문이었습니다. 아내가 죽을 병에 걸려서요.

마쓰미야의 엄마는 그렇게 홀로 마쓰미야를 키웠습니다.



♦️
마쓰미야의 아버지 :

본인이 죽을 것을 예상하고 유언장을 작성했습니다. 그 안에 마쓰미야의 이름을 적시했죠. 그의 딸은 유언장을 미리 열어보고 그를 찾아 나섭니다. 생전에 마쓰미야를 또 보게 되리라곤 그도 기대하지 않았을 거예요.







무척 길죠? 이야기 여러개가 겹쳐 있어요. 순서도 제각각이고요. 드라마나 영화로 접했다면 좀 나앗을지도 모르지만 책으로 읽으니 여간 복잡한 게 아니었습니다. (집중을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몰입해 읽어 재미는 있었지만요.)

이야기는 아기를 낳고 싶은 여성, 낳고 싶은 남성들을 비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자에 크게 치우쳐진 것 같아요. 솔직히 읽으면서 작가가 남자라 여성에 공감을 못 하는구나 싶기도 했습니다.

읽으면서 이해하기 어려웠던 점 남겨보겠습니다.



✔️
아기를 두 번 지운
경험이 있는 다유코






다유코는 아기를 두 번 지웠습니다. 아기를 낳고 싶었지만 지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의하여 내린 결론이었죠.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수술을 마치고 온 본인에게 돈을 주며 헤어지자고 말하는 유부남에게 자기와 다시 한 번 더 아기를 갖자고 매달리는 여성은 일반적이지 않으며 미쳤다고 봐야 옳은 게 아닐까요.

학창시절에 실수로 갖게 된 아기를 낳고 싶어할 때부터 이상하다 싶었는데 작가가 다유코를 이상하게 이해한 것 같아요. 작중에 다유코가 말해요. '아기를 낳아도 된다는 말을 듣고 싶었다'고. 그녀가 바란 건 타인의 인정과 관심, 사랑이었지 진정한 아기가 아니었어요. 다유코에게는 다른 아기들을 예뻐하거나 그리워하는 장면이 단 한 번도 보여지지 않습니다.

다유코를 그저 아기를 원하는 인물로만 보기에는 오류가 있는 듯 해요.



✔️
마쓰미야의 어머니 다쓰코,
자발적인 미혼모






그녀는 유부남과 관계를 지속해오다 그가 떠나자 그 몰래 그와 함께 만든 아기를 낳죠. 태어날 아기의 입장은 왜 생각을 안 하는가요.

저 같으면 마쓰미야를 낳지 않았을 겁니다. 마쓰미야를 위해서. 최근, '낳음 당했다'는 표현을 들었어요. 매우 거친 표현이라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그 표현 말고는 달리 설명할 말이 없을 정도로 무책임한 부모에게 분노를 느끼고 있음이 전해집니다. 왜 출발선에서부터 차별이 있어야 하느냐고 울부짖는 아이들의 통한의 외침을 모른 척 하지 마세요.

각자의 사정은 다 다릅니다. 원하지 않았는데 미혼모, 미혼부가 된 사람들도 많아요. 그리고 연예인 사유리처럼 책임감과 뚜렷한 신념을 가지고 자발적인 미혼부모가 되신 분들도 많죠.

이야기 속 마쓰미야의 어머니는 유부남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오다 아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생명은 소중하니 그 어떤 상황에서도 지켜주는 게 맞는걸까요.



함께 읽고 싶은 하이라이트






"그러면 왜 안 되는데? 부모에게 자식은 마음의 버팀목이고 인생의 보람이야. 어느 집이나 마찬가지야. 그게 정상이라고." "우리 집은 정상이 아니야. 나는 태어날 때부터 누구 대신이었어. 자식 둘을 잃은 엄마 아빠가 자신들의 슬픔을 달래려고 낳은 아이잖아. 어릴 적부터 줄곧 그런 말을 들었어. 모나는 저 세상으로 간 언니와 오빠 몫까지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중략)

"나는 나야. 누군가를 대신해서 태어났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단 말이야! 죽은 사람 몫까지 살라는 말도 듣고 싶지 않아!"



내가 낳았으니 내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생각이 저변에 깔려있는 것 같아요.

부끄럽지만 저도요. 그러면 안 된다는 생각에 꾹꾹 눌러 참을 뿐이죠... 부모는 태어난 아기에게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주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없을 때 혼자 겪어내야 할 여러 상황에 솔루션을 제공하고 함께 연습도 해야 해요.

내 아이에게 나는 내 꿈을 대신 이루어주길 바라거나 소망을 투영하지 않도록 애씁니다. 아이가 좋은 대학에 가 좋은 곳에 취업을 하면 편하게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에 공부를 강요하는 것도 지양하고. 부모는 그저 본보기를 보여주고, 방법을 알려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선택은 오롯이 아이가 하는거라고요.

모나에게 자연스럽게 가했던 압박과 통제를 통해 저 자신을 돌아봅니다. '사랑'이라는 것이 때로는 많은 것을 보지 못 하게 만들기도 하는 것 같아요.

"결과적으로는 너를 여러 가지로 힘들게 하고 말았지만, 무엇이 모나에게 최선인지 아빠 나름대로 많이 생각했어. 네게 결코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단다. 어떻게든 너를 행복하게 해 주고 싶었지. 왜냐하면..." 유키노부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말을 이었다. "아빠는 모나를 사랑하니까."



작가는 꼭 완전한 형태의 가정이 아니어도 사랑을 주고 받을 수 있고, 그 가정은 행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어요.

야오이와 레이코, 다유코의 쉽지 않은 임신과 불임치료 이야기가 주를 이뤄 솔직히 이 생각에 가닿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만.

동상이몽에서 군인 아빠와 중학생 여자아이의 고민이 소개된 적이 있었어요. 그 때 그 고민보다는 군인 아빠가 새아빠라는 사실에 객석은 더 많이 술렁였죠. 군인 아빠는 아빠 이름 앞에 굳이 '새'자를 붙여야 하느냐고 했습니다. 그리고 딸에게 영상 메시지를 하나 남겼는데요.

"세상이 다 너를 배신해도 아빠만큼은 네 편이라는 거. 내가 지켜준다는 거."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화면이 비춘 여자아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모나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것 같아요. 동상이몽 여자아이도 모나도, 어쩌면 진심어린 부모의 그런 말, 행동, 눈빛이 간절했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꾼 히가시노게이고의 필력은 여전합니다. 술술 읽혀요. 아시죠?

다만 이 책을 읽을 때는 꼭 집중 하셔야 해요... 집중하지 않으면 생각이 여러갈래로 뻗어 혼란스러울 수 있거든요.

수정란, 임신, 불임치료, 미혼부모가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있으니 다른 상황에 처한 인물들은 이 주제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궁금하신 분들께 추천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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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괴의 날> 을 집필한 정해연 작가를 다시 한 번 만났습니다.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쉽게도 후기글을 남겨놓지 않았었네요.

<홍학의 자리> 는 입소문을 많이 탄 작품입니다. 다른 블로거들의 후기글들도 많았는데, 그 분들도 소개를 받아 읽었거나 하는 식이더라고요.

홍학의 자리의 장르는 미스터리추리물입니다.

끝까지 긴장의 끈이 느슨해지는 법이 없죠. 이 책에는 독자들이 예측할 수 있게 돕는 힌트들이 있어요. 그리고 애초에 힌트를 드러내고 있습니다. 뒤늦게 깨닫게 만드는 장치도 있고요. 🫢

소개 드려보겠습니다.




🌪등장인물🌪






♦️
김준후 : 고등학교 교사. 담당하고 있는 반 아이들 중 한 명인 채다현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결혼 했으며 아이도 한 명 있습니다. 충격적이게도 이혼하지 않은 상태.


♦️
채다현 : 엄마는 교도소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아빠는 없습니다. 엄마의 죄목인 사기로, 피해자들의 원성과 악다구니를 평생에 걸쳐 듣고 살아야 하는 처지에요. 혼자 살고 있어요. 김준후 선생님을 좋아하며 함께 살고 싶어해요.


♦️
황권중 : 김준후와 채다현이 다니는 고등학교 경비원입니다. 채다현이 학교에서 죽은 날, 학교에 남아있던 사람은 김준후와 황권중 둘 뿐이었어요.


♦️
정은성 : 채다현의 엄마가 정은성의 부모에게 사기를 쳐서 정은성의 아빠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그 때문에 정은성은 채다현을 싫어해요. 돈을 빼앗고, 폭언과 폭력을 일삼으며 괴롭히죠.


♦️
조미란 : 정은성의 엄마입니다. 채다현의 엄마가 사기를 친 이후 집이 쫄딱 망해 어렵게 살고 있어요. 사랑하는 아들을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
강치수 : 채다현 사건을 처리하는 담당형사입니다.


♦️
권영주 : 김준후의 아내입니다. 지나치게 깔끔하고 틀에 어긋나는 것을 싫어하는 성격을 가지고 있어요. 애정이 식은 남편을 알고있지만 가정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해요. 혼자 살고 있는 남편에게 가서 다시 한 번 같이 살자고 제안합니다.



#1.
누가 채다현을 죽인거야?






다현의 죽음으로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다현은 교실에서 준후와 사랑을 나누고 얼마 지나지 않아 죽었어요. 학교에 남아있는 사람은 준후와 경비를 서고 있던 황권중 둘 뿐이었는데요. 둘 중 한 사람이 다현을 죽인걸까요? 왜?

✔️1.
준후는 다현을 품에 안고 달콤한 말들을 해주었습니다. 비록 자신의 명예를 모두 져버리고 다현과 함께 할 만큼 다현을 사랑한 건 아니었지만, 어느 정도는 진심이었습니다.

✔️2.
다현의 죽음에는 밧줄과 칼이라는 소품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습니다. 경비원 황권중이 아무라도 좋다는 묻지마 범죄를 꿈꾸고 늘 소지하고 다녔던걸까요? 시각은 학생들이 학교를 모두 떠난 때였고, 그 시각에 학교에 남아있는 학생은 없었습니다.

✔️3.
정은성, 조미란은 채다현을 죽일 동기가 충분했지만 사건당일 학교의 CCTV는 단 두 사람만을 비추고 있습니다. 김준후, 황권중.



#2.
바다에 빠진 채다현






다현이 학교 문 밖으로 나오지 않자 준후는 문자를 보냅니다. 연락이 되지 않으니 아까 함께 했던 교실로 다시 한 번 가보고요. 준후는 그렇게 의식이 없는 다현의 모습을 마주하게 됩니다.

이 학교에는 누가 남아있다고요? 준후와 경비. 그리고 다현의 몸 속에는 준후와 다현이 사랑을 나눌 때 남긴 흔적이 자리하고 있었습니다.

경찰은, 사람들은, 범인을 과연 누구라고 생각할까요?

준후는 다현을 바다에 빠뜨립니다.




#3.
엄밀히 따지면






준후가 죽인 것은 아닙니다. 죽은 다현을 바다로 빠뜨린 것 뿐이지. 하지만 법의 심판을 피해갈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다현을 유기한 사실은 명백하고, 미성년자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다는 증거도 있으니까요.

그 증거를 지우기 위해, 자신의 명예가 실추되는 일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막기 위해, 준후는 최선을 다합니다.

그러다 어느순간 깨달아요. 나는 다현의 죽음을 진심으로 슬퍼한 적이 없다는 것을. 그로인해 자신에게 닥칠 피해만을 생각했지, 단 한 순간도 다현을 애도한 적은 없었다는 사실을요.



#4.
협박편지와 경비원






나는 당신이 한 짓을 알고 있다, 그러니 몇 날 며칠 기재된 장소로 나오라는 내용의 편지. 준후는 그 편지를 써 보낸 학생인지 교사인지 모를 누군가가 자신을 보고 있을 걸 의식해 아무렇지 않은 척 쓰레기통에 버려보이는 모습을 보입니다.

명시된 장소에서 만난 건 황권중이었어요. 하지만 그는 모두가 예상하지 못 한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5.
그러니까 누가 범인이라는거야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작가는 등장인물 모두를 의심해 볼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준후의 아내 권영주, 채다현과 사이가 좋지 않던 정은성, 채다현의 엄마 때문에 가정형편이 어려워진 조미란, 사건 당일 순찰을 돌고 있던 경비원 황권중...

그들 중 과연 다현을 죽인 범인은 누구일까요?

그게 아니면...

또 다른 누군가일까요?



#6.
채다현은 왜 죽어야 했을까




형사 강치수의 집요함 덕분에 마침내 범인은 검거됩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피폐해져요. 등장한 인물들 거의 대부분이 삶에 타격을 입죠.

하지만 그냥 가만히 있다가 뒷통수를 맞은 건 아니었습니다. 모두 자기자신의 이익을 위해 발 벗고 뛰는 사람들이었거든요. 내 평화와 안정을 위해, 가정을 위해, 이익을 위해, 그리고 명예를 위해.

마침내 범인은 드러나고 작가가 떡밥처럼 날려준 힌트들은 수거되며 트릭들도 공개가 되지만, 가슴에 남은 찜찜함의 이유는 왜인지 모르겠습니다.

이야기는 해결되었습니다. 작가가 미리 보여준, 그리고 끝에서야 겨우 보여준 비밀도 모두 드러났죠. 반전에 반전이 박수를 치게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다현을 진심으로 추모하고 애도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이,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처지만을 걱정한다는 것이 안타까웠습니다. 다현이 뭘 잘못했나요? 이건 죽어 마땅한 사람이 죽은 게 아니냐는 태도와 진배없어 먹먹한 기분까지 들었습니다.







홀로 사는 아이인 다현이 작가에게도 말하지 못 한 속내가 궁금합니다. 그래서 찜찜합니다. 그리고 이게 비단 소설 속 이야기가 아니라는 게 또 그렇고요.

저는 채다현의 부모 때문에 자신의 부모가 죽은 정은성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배우자를 잃은 조미란의 심정도요. (어린 아이를 혼자 내버려두고 사기를 친 후 교도소에서 생을 마감한 그의 엄마나, 보호해 줄 사람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자신의 욕망을 채워 줄 상대로 다현을 선택한 담당교사는 이해할 수 없지만.)

하지만 그렇다고 다현이 마냥 불쌍한 아이란 건 아닙니다.

영주의 가정을 깨뜨리려고 했으니까요. 준후가 이혼을 준비하고 있었다곤 하나 그 집엔 어린 아이가 있었어요. 내 불행이 아무 잘못 없는 사람을 불행에 빠뜨려도 되는 면죄부가 되는 건 아니죠.

다현의 언제나 악하지도, 선하지도 않은 입체적인 모습이 궁금해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었습니다.

이금이 작가의 <소희의 방>을 읽을 때도 그렇고 저는 혼자 남겨진 아이들의 이야기가 그렇게 궁금하네요. 제 안의 뭔가를 건드리나 봅니다.



아루바라는 섬이 있어요. 네덜란드에 있는 곳인데, 거기에 가면 홍학을 볼 수 있대요. 다른 곳에서도 볼 수는 있는데, 거기서는 홍학한테 직접 먹이를 줄 수도 있고 만질 수도 있대요.

가보고 싶어요. 같이.






홍학은 다현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준후에게 이 말을 할 때 그녀는 자신의 가장 내밀한 진심을 꺼내고 있었어요. 홍학이 무엇을 상징하는지, 다현이 전하고 싶었던 진심이 무엇이었는지는 책의 끝머리에 작가님이 설명을 해주십니다.

그럼 여러분도 좋은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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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엄마나이' 5살입니다. 아직 어린이죠. 그런데 이 5년 동안 저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잊을 수 없는 말, 행동, 그리고 감정.

보통 엄마들간의 만남을 '난이도 최상의 인간관계'라고 하는데요. 공감합니다. 그 어떤 관계보다 어려운 관계인 것 같아요.

들어가기에 앞서 이 책의 저자인 강빈맘을 먼저 소개하겠습니다.





강빈맘은...






강남에서 10년 이상 외국어 강사로 활동하며 입시생들의 멘토가 되어주었습니다. 출산 후에는 SNS에 쓰기 시작한 글을 본 엄마들의 공감을 사며 엄마들의 요청으로 결국 전자책 독립 출간에까지 성공을 하셨다고 하는데요.

그 이후 더 많은 사연과 피드백을 반영한 이 종이책, <내가 엄마들 모임에 안 나가는 이유>가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 책에 대한 간단한 소개,
읽으면 좋은 사람







이 책은 엄마들간의 만남 자체를 거부하고 밀어내고 있지만은 않습니다. 그런 엄마들의 마음을 공감하고,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를 주기도 하고, 반대로 엄마들 만남에 활발히 참여하며 고된 육아에 비타민 같은 활력소를 경험하시는 분들을 존중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다 성격이 다릅니다. 그리고 이것 또한 인간관계이니 누가 옳고 틀리다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내향적인 분들에게는 '아이를 매개로 만나게 된 다른 부모와의 만남'이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분들보다 더 불편하다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이런 분들께 이 책이 힘을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엄마들과의 만남에 지치신 분들, 겁을 먹고 계신 분들, 그리고 엄마관계가 아니더라도 인간관계에 회의감을 느끼고 있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밀리의서재에서 밑줄을 쫙쫙 그으며 봤습니다.
남겨두었던 이야기, 여러분과 함께 보며 제 이야기도 나눠보겠습니다.


엄마들의 관계는 인간관계 난이도 최상에 속하는 관계라는 말이 있듯, 노력만으로 유지되기가 힘들다.




왜일까요? 직접 겪어본 분들은 이해하실 거예요. 왜냐하면 이 관계는 아이들로 맺어진 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이 이 관계를 이어나가기 싫다고 하면 거진 끝이라고 봐야해요.

아이들은 아이들의 방식으로 표현 하죠. "쟤 싫어", "너랑 안 놀아", "나 괴롭혔어".

스스로 해결하지 못 하는 불편감을 부모에게 와서 털어놔요. 나이가 들면 들수록 구체적으로. 그럼 부모는 고민을 하게 됩니다.
육아의 짐을 덜어보고자 시작하게 된 만남의 장이 오히려 어깨를 더 짓누를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하고요.

또, 엄마들의 만남에서는 이제까지 내가 노력해서 이루어낸 것들이 큰 빛을 발하지 않습니다. 박사과정을 밟고 유능한 인재들과 열심히 일했던 커리어? 박수쳐주지 않아요. 내가 아직 가보지 않은 길을 먼저 가 본 선배맘들, 육아정보가 많은 엄마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외국어를 처음 배우는 사람처럼 초보 엄마들은 모든 것을 새로 배워야 하는 느낌입니다. 아이 나이가 곧 엄마 나이에요. 😵‍💫

그리고 편견과 선입견, 고정관념이 짙은 관계이기도 합니다. 더러는 사는 집과 연봉, 직업, 시댁의 재력수준을 통해 그 엄마와 아이를 평가하기도 하니까요.








이 세계에는 '순수하게 저 사람이 좋아 인연을 맺고싶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많이 없어요. (있다면 운이 좋으신 겁니다!) 씁쓸하지만 현실이죠.

나와 상대방이 일대일로만 맺어진 관계가 아닌 나와 아이, 상대방과 상대방의 아이, 이렇게 2인 1조로 만나는 관계이기 때문에 그만큼 말도 많고 탈도 많다. 아이를 매개로 어떤 관계보다 쉽고 빠르게 유대감을 형성하지만, 반대로 아이 때문에 어떤 관계보다도 쉽게 등을 돌릴 수 있는 관계다. 아이들이 치고받고 싸우거나, 서로에게 상처라도 입히면 아이들보다 엄마들이 더 흥분한다. 결국 아이들이 나중에 다시 친해지고 싶어도, 엄마들 눈치를 보느라 같이 못 노는 일도 일어난다. 결국 어제의 절친이 오늘의 원수가 되어버린다.



친구들과 함께 노는 모습을 보는데 우리 아이만 묘하게 소외를 당하는 것 같다거나, 한 친구가 하자는대로 따라만 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생각이 많아지죠. 상대 아이에게 맞아서 오거나, 맞아서 왔는데도 상대 엄마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으면 또 생각이 많아지고요.

처음엔 아이에게 문제해결법을 알려줄 겁니다. 그리고 상대 아이 엄마와 아는 사이라면 넌지시 얘기를 꺼내볼테죠. 이제 그 엄마의 대응에 따라 이 관계는 파멸할 수도, 더욱 더 깊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요.

어제는 싫었는데 오늘은 또 좋을 수도 있는 우리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잖아요. 그 과정에서 자기 의견을 말하고, 오해를 푸는 경험을 해 볼 수도 있고요. 마침내 사이가 회복된 아이들은 사이가 나빠진 엄마들 사이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하고 눈치만 보다가 결국은 멀어지고 맙니다. 놀아도 몰래 놀죠.

내 아이가 맞고 왔는데 상대 엄마가 적반하장의 태도로 오히려 내 아이가 바보같아 맞은거다, 라는 식으로 나온다면 그 관계는 정리해야 하는 게 맞습니다. (당연!)

하지만 대응이 내 성에 차지 않는, 영 서운한 것이었다면 흥분을 가라앉히고 조금 더 멀리 볼 필요가 있어요. 아이에게 피해가 가지 않게, 그리고 티가 나지 않게, 서서히 거리를 두며 생각할 시간을 가지세요.

이건 갑자기 생각난 제 경험담인데요. 🫠


제 아이가 가지고 온 공을 다른 아이가 자기 것이라며 가지고 간 겁니다. 아이는 공을 돌려달라고 했고 상대 아이는 돌려주지 않았고요. 화가 난 아이는 놀이터에서 큰 목소리로 "OO이 싫어!" 라고 외쳤습니다. 같이 안 놀 거라고.

중간에서 엄마들은 난처했습니다. 나름대로 중재를 하고 수습을 하려 했지만 아이들은 울고 불고 화내고 떼쓰고 난리도 아니었죠... 결국 아이들을 데리고 각자의 집으로 가는 것으로 상황은 정리가 되었습니다. 🫠

그 후 상대 아이의 엄마가 저희와 놀이터에 가는 횟수를 조금씩 줄여가는 게 느껴졌어요. 저도 제 아이가 상대 아이와 만날 때마다 싸우는 게 보기 힘들어 생각이 많았는데, 그렇게 저와 제 아이가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는 선 안에서 조심히 행동을 하는 모습이 저는 고맙더군요? 어른스럽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싫다고 무작정 손절을 할 수만도 없는 이 관계를 잘 다루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고로 그 엄마는 첫째가 있는 선배맘이었는데 내공이 있었던 것 같아요. 저는 하나를 배웠다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자랄수록 신체 발육과 언어 발달뿐만 아니라 아이의 성향, 개개인의 재능, 사회성과 친구 관계까지도 비교 대상이 된다. 행여나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지 못하거나 치일까 봐 엄마의 마음은 불안하다. 하지만 엄마의 걱정은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것을 재차 마음에 새기자. 아이는 부모의 눈빛을 먹고 살아간다. 걱정스러운 눈빛을 먹고 산 아이는 자기 스스로를 믿지 못하고, 신뢰의 눈빛을 먹고 자란 아이는 스스로를 신뢰한다.



저는 그래서 애시당초 엄마들과의 만남 약속을 잘 잡지 않습니다. 반 아이들 엄마들과도 일 년에 몇 번 볼까말까해요. 왜냐하면 저는 저를 아니까요.

저도 모르게 남들과 저를 비교하는 습관을 아이에게 적용할까 두려워서요. 괜히 자기 속도대로 잘 자라고 있는 아이 잡을까 두려워서요.

교육적으로 잘 가르치고 있는 엄마를 보면 집에 돌아와 나도 꼭 책 한 권이라도 읽혀 재워야 할 것 같고, 잘 차려 먹이는 엄마를 보면 제가 만든 밥상 메뉴를 보며 못난 엄마 같다는 생각에 자존감이 떨어집니다.

그게 무서워서 약속을 잡지 않습니다.

본문에서도 나왔는데, 엄마들 만남은 주로 육아를 하느라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를 지나고 있을 때 이루어지는 것이라 했어요. 제가 조금 더 자신감이 있고, 꺾여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높은 회복탄력성을 갖게 되었을 때 나가고 싶어요.

"왜 거기 있잖아요. OO공원 가는 길에 있는 그 아파트요. 뭐, 어디 사는지가 중요한 건 아닌데... 그래도 좀 그렇지 않아요?" 입을 빼죽거리는 모습에서 오만과 불만이 동시에 느껴졌다. 오, 맙소사! 내가 마주하고 있는 이 엄마가 바로 뉴스에서만 보던 '아파트 시세로 계급을 나누는 엄마'였다니. 아이를 낳기 전 이런 엄마들에 관한 기사를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던 적이 있었다. 그런데 엄마들의 세계에 들어와 보니, 많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없는 일도 아니었다.



저도 이런 일을 겪은 적이 있습니다. 거짓말이 아니에요.
직접 겪기 전까지는 저도 신화 속에서나 나오는 유니콘 같은 존재라고 생각했어요. 🤣 그런데 진짜 있더라고요.

연봉, 직업, 전세자가여부, 평수, 차종, 대출은 끼고 들어왔는지, 받았다면 얼마 받았는지... 를 물어보는 사람이요! 심지어 저는 엄마, 아빠 두 명에게 질문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이 앉은 자리에서 눈빛을 반짝이며 다다다 물어보더라고요. 저건, 질문을 통해 상대의 재력을 확인해보겠다는 거잖아요?

상당히 무례한 행동이라 그 이후 단번에 손절했습니다. 불쾌해서요. 그리고 제가 그들에게 되갚아준 가장 큰 복수는 그게 잘못된 행동임을 알려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들은 어딘가에서 또 그런 질문을 반복할 거예요. 그럼으로 인해 뒤따르는 불행을 예견하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아주었습니다. 🤪

엄마가 엄마들 관계에 전전긍긍, 아이의 친구 관계에도 전전긍긍하면 아이도 친구 없으면 큰일 나는 줄 알고 도리어 더 예민해지기 쉽다.



저도 제 부모를 보고 배우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 것들이 있어요. 무의식적으로 터득한 것들은 알아차리기도 어렵거니와 수정하기도 힘이 듭니다.

아이의 마음에 각인 될 질 낮은 행동들은 조심해야 합니다.

내 아이가 배제되어도 배신감 느끼지 말고, 반대로 내 아이가 다른 새로운 친구와 더 친해지더라도 죄책감 느끼지 말 것.



현재의 제게 거의 불가능한 말이라 앞으로 실천하려 노력하려고 그어두었습니다...🤣

저는 제 감정을 아이가 똑같이 느꼈다고 착각하지 않아야 하고, 아이의 이야기를 신중히 들어야 합니다. 오래 유심히 살피고 제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을 찾을 겁니다. 내 생각에 맞는 것 같다고 무작정 개입하는 게 아니라요.

이 세상엔 무례한 사람이 너무나 많고, 자신이 무례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람은 드물다. 상대방의 무례함을 탓하면서 고통받고 살기엔 우리 인생이 너무 아깝다. 더군다나 무례함의 기준은 사람마다 다르지 않은가? 누군가를 무례하다고 탓하기보단 자신의 마음을 잘 다스려서 단단해지는 것이 원만하게 사는 비결이다. 그러기 위해선 다음 세 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적당히 둔감해질 것. 중요하지 않은 타인의 말은 담아두지 말고 흘려버릴 것. 둘째, 부당한 상황에선 적당히 받아칠 것. 좋은 사람 되려다 만만한 사람 되니,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할 것. 셋째, 피해의식을 버릴 것. 지금 내가 느끼는 고통이 내가 너무 예민해서 겪는 것일 수도 있음을 기억할 것.



이건 비단 엄마들과의 관계 뿐만이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 가능한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발타자르 그라시안은 "새들도 허수아비가 움직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면 그를 조롱하고 곡식을 쪼아 먹는다. 인간관계에서도 마찬가지다. 지혜로운 사람은 모든 관계에서 쓴맛과 단맛을 잘 배합한다. 단맛만 있으면 어린아이나 어리석은 사람들의 군것질감밖에 되지 않는다" 라며 부당한 상황에서도 자신을 지키지 못하는 것은 선함이 아니라 무능함임을 강조했다.



이 세계에서는 더더욱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합니다. 무례하지도, 너무 착한 사람이지도 않도록.

육아 전문가는 "부모가 지나치게 허용적이어도 불안이 생긴다. 많이 경험하고 타인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자기만의 단단한 기준이 생겨야 아이가 편안해진다." 라고 말했다. 너무 좋은 부모가 오히려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부모에겐 아이의 마음을 무조건 수용해주는 것 이상의 역할이 있다. 바로 시련을 겪어 나갈 힘을 키워주는 것이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있듯, 세상은 시련으로 가득 차 있으니까.



저는 앞으로도 이 세계에서 부딪히고 깨지며 더 많이 배울겁니다. 슬프고 힘든 날도 있겠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을거예요. 시간은 흐르고, 시절인연은 추억 속에 묻힐 날이 올 테니까요. 그 때 내 옆에 있는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들지 않게 후회할 짓 하지 말아야죠. 🙋🏻‍♀️







더 쓰고 싶은데 이미 글이 너무 길어져서(저도 쓰면서 놀람...) 이만 줄일게요.

공감 가는 내용이 있었나요? 책에는 더 많은 내용들이 담겨있어요. 엄마들간의 관계로 인해 힘들어 하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그리고 강빈맘의 인스타그램에 가면 이 세계에 지친 엄마들이 입을 모아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있어요. 댓글들을 보면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데, 이게 묘한 위로가 되더라고요.

대부분의 사람들이 힘들어하는 관계입니다.

당신이 유별난 게 아니에요.


혹시 힘들어 하고 있다면 기운내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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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로스에 료코가 주연을 맡아 큰 화제가 되었던 일본 영화 <비밀>. 1999년에 상영 되었어요. 오래됐죠. 히가시노 게이고의 책은 왠만해선 다 재미있는지라 이번에도 의심 않고 읽기 시작했는데요.

너무 놀랐어요. 오래된 작품이니만큼 지금은 작가의 사상이 변해있으리라고... 믿고 싶어요.

책 내용이 충격적이었기 때문에 영화로 보면 좀 다를까 싶어 일부러 찾아봤어요. 그런데 내용 자체가 호불호가 심하게 갈리는 것이다보니 아무리 배우들이 열연을 해도 불쾌하고 찝찝한 마음은 들지 않을 수가 없더라고요.

읽고나면 반드시 의견이 한 쪽으로 치우쳐져요.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을 하실지 궁금하네요.




내용



엄마 나오코와 딸 모나미는 외가 제사를 지내기 위해 버스를 타고 이동해요. 하지만 그 버스는 산중에서 추락하여 많은 사상자를 내게 됩니다. 나오코와 모나미는 같은 병원에 입원하게 돼요.

그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간 아빠 헤이스케는 의식이 몽롱한 나오코의 손을 꼭 잡고 들릴 듯 말 듯한 그녀의 목소리에 귀기울입니다. 나오코는 모나미를 찾아요. 헤이스케는 모녀가 손을 잡을 수 있도록 침대를 붙여줍니다.

모나미의 손을 잡은 순간, 나오코는 이제 되었다는 듯 눈을 감는데요. 약간의 시간이 흐른 후 이번에는 모나미가 눈을 뜹니다.



"여보..."





딸의 입에서 나온 말입니다.

모녀가 손을 잡을 때 엄마의 영혼이 딸의 몸 속으로 들어간 걸까요? 모나미는 식물인간이 될 뻔 했지만 가까스로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고, 곧 일상 생활도 가능하게 됩니다.

그리고 헤이스케에게 나오코만 아는, 모나미는 알 수 없는 부부만의 이야기를 늘어놓으며 자신이 나오코라고 설득을 시작해요.

나오코의 평소 습관, 요리 솜씨, 취미, 어른스러움은 흉내를 낸다고 할 수 있는 것들이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모나미의 몸을 빌린 나오코와의 시간이 시작되죠.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일들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그들은 부부지만 결코 관계를 맺을 수 없었습니다. 비록 눈 앞에 있는 사람이 나오코라고 해도 겉모습은 영락없는 딸의 모습이기 때문이었죠. 그런 그녀와 관계를 맺는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꾹 참아요. (그로인해 짧게나마 정신적으로든 육체적으로든 바람을 시도하기도 했네요.)

나오코는 정신은 어른이어도 몸은 어린 아이여서 그런 욕구가 올라오지는 않았지만 남편을 위해 잠자리를 시도해보자는 제안을 몇 번이나 합니다. (심지어는 '입으로...' 라는 말이 나왔... 진짜 혈압!)

그리고 자신의 처지를 과학적으로 공부해보고 싶은 마음, 혹여나 딸이 돌아올 수도 있으니 멋진 인생을 살아놔야 한다는 마음, 열심히 공부하지 못 했던 지난 세월을 답습하고 싶지 않은 마음으로 공부에 매진해요. 열심히 했기에 결국 의대에 붙게 되고요.

하지만 합격 한 뒤 학교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들에 대해서는 미처 생각을 해두지 못했습니다. 연애를 할 수도 있고, 누군가 그녀를 좋아할 수도 있고, 동아리 활동을 하다보면 귀가가 늦어지기도 하는 것들 말이에요.

나오코를 위해 연애도 재혼도 포기한 헤이스케 입장에서는 서운함을 토로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헤이스케를 나오코는 이해하지 못 했지만요.

그녀는 헤이스케 몰래 일명 썸을 타고 있는 소마 선배를 만나러 가기도 합니다. 하지만 나오코 몰래 도청 기계를 설치해 대화 내용을 엿듣고 해당 장소에 미리 나가있던 헤이스케도 잘한 건 아니네요. 나오코는 집에 돌아와 기계를 발견하고 그에게 불같이 화를 냅니다.

그 이후 나오코는 시든 풀처럼 생활해요. 헤이스케가 결국 두손 두발 다 들게 되죠. 그녀에게 그녀만의 인생을 살라고 얘기합니다.






나오코와 모나미가 산중의 버스 추락 사고로 인해 영혼이 뒤바뀌었잖습니까? 그 버스에 타고 있던 피해자들의 유족들은 모임을 만들어 버스 회사에 높은 액수의 보상금을 요구하는데요. 그 과정에서 알게 되는 졸음 운전을 한 버스 기사의 가족사도 조명이 되고 있습니다.

졸음 운전을 한 버스 기사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어요. 하지만 투잡을 하고 있었음에도 그의 아내는 늘 생활고에 시달렸다고 고백했죠. 알고보니 그는 자신의 친아들은 아니지만 호적상엔 아들로 올라가있는 아이를 도와주기 위해 버는 돈을 그 쪽으로 보내고 있던 것이었어요. 재혼한 아내가 데려온 딸은 그러면 그럴수록 가난한 생활을 벗어날 수 없는데 말입니다.







내용이 막바지로 치달을 즈음 모나미의 몸 안에선 다시 한 번 신기한 일이 벌어지게 됩니다. 잠시였지만 나오코의 영혼은 어딘가로 달아나고 진짜 모나미가 돌아와요.

그리고 정신을 잃으면 또 잠시 뒤에 나오코가 돌아오는 그런 식이 몇 번 반복되었죠. 나오코는 모나미에게 그간 자신이 지내온 시간을 설명해 주기 위해 메모를 남겨놓기 시작해요.

헤이스케는 모나미도 만날 수 있고 나오코도 만날 수 있는 현실에 행복해 해요. 하지만 자신은 이제 곧 영영 사라지게 될 것이라는 암시의 메시지를 남기는 나오코에 곧 불안해지고 말죠.

그녀의 말대로 나오코는 점차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 줄어들어 갔습니다.

자, 이제 대망의 결말만 남았습니다. 이 결말은 (이제까지의 내용으로만 봐도 충분히 호불호가 갈릴 만한 내용이라고 생각되지만...) 상당히 의외인 편입니다.

이제 모나미의 몸을 차지하게 되는 사람은 누구인지. 그 사람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되는지.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헤이스케는 어떤 길로 나아가게 될 지 이 부분들이 핵심인데요. 그러므로 이건 책에서 직접 확인해 보세요.

즐거움을 위해 찝찝하다거나 통쾌하다거나 하는 힌트도 남기지 않겠습니다.


함께 읽고 싶은 하이라이트
& 느낀점



헤이스케는 말똥말똥해진 눈으로 어둠을 응시하면서 나는 딸과 아내, 어느 쪽을 잃은 것일까, 라고 생각했다.



몹시 의아했던 점이 헤이스케는 아무리 모나미의 몸에 나오코가 들어왔다고 해도 그렇게 된 둘의 처지를 왜 깊이 슬퍼하지 않았느냐는 거예요.

내가 아는 히가시노 게이고는 이렇게 사람의 감정을 몇 년이 훅 지나버린 듯 스쳐지나가버리는 작가가 아닌데... 당황스러웠어요.

"규칙 하나를 깨면 두 번째, 세 번째가 깨지는 건 순식간이야. 결국 엉망이 되겠지. 예전의 내 인생이 그런 식이었어. 결국 초등학교에서 전문대까지 14년이나 학교에 다녔으면서도 살아가기 위한 방도를 하나도 배우지 못했어. 나는 그런 짓은 두 번 다시 하고 싶지 않아. 그런 깊은 후회를 되풀이하는 건 절대로 싫어."



누구나 한 번쯤 하는 상상, 어린 시절로 돌아가 그 시간을 다시 살아보는 것. 나쁘지 않죠. 하지만 나오코는 후에 모나미가 돌아온다면 딸이 좋아할 만한 선택보다 자신의 생각을 우선합니다. 자신이 후회하는 시간을 모나미의 몸을 빌려 회복하고자 해요.

모나미의 몸을 빌리고 있는 주제에 남편에게 관계를 시도해 보자고 하는 망언이나 이런 이기적인 생각은 너무 무지하고 모자란 모성애 결여된 엄마 같아 보는 데 거북했어요.

10대 때만 보이는 것, 나이를 먹으면 차츰 보이지 않는 것이 분명 지금의 나오코의 눈에는 보이는 것이다.



십대를 다시 사는 나오코는 신이 났습니다. 만일 모나미였다면 어떤 학교를 가고 싶어 했을까, 어떤 수업을 좋아했을까, 어떤 첫사랑을 겪을 수 있었을까 고민을 하는 장면이 하나도 안 나와요.

작가가 남자잖아요? 그래서 이렇게 엄마의 마음을 이해할 수 없는 쪽으로 글을 쓰게 된 걸까 싶을 정도로 실망스러웠습니다.

저라면... 일단 사라진 모나미를 아주 오래 그리워 할 것 같은데. 거울을 볼 때마다 눈물을 쏟아낼 수도 있고요. 참으로 짧은 시간에 회복이 가능할 수 있었던 나오코가 비현실적인 가상 인물처럼 느껴졌고 그런 그녀에게 공감을 할 수 없어 힘들었습니다.

가지카와는 이쓰미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는가. 단순히 함께 살기로 한 여자가 데려온 아이였을 뿐인가. 과거에 내팽개친 친아들과 현재 돌봐주어야 할 의붓딸 사이에서 그는 어떻게 마음의 균형을 유지했을까.



졸음 운전을 한 버스 기사의 이름이 가지카와입니다. 그는 호적상에 친아들로 올라 있는 피가 섞이지 않은 아들과 죽기 전 날까지 함께 살았던 의붓딸 사이에서 균형을 맞추지 못했습니다. 의붓딸을 소중히 여겼다는 내용이 나오지 않고 아들에게 생활비를 가져다주느라 딸이 생활고를 겪었다는 내용만 나오거든요.

개인적으로 이 책에는 이해 할 수 없는 사람들이 참 많이 나오는데 그 중 가지카와도 한 몫 합니다. 아들에게 돈을 가져다주려고 투잡을 뛰다가 졸음 운전을 하게 되서 많은 사람들을 죽게 만들고, 그로인해 생활이 어려워짐과 동시에 정신이 피폐해진 그의 두 번째 아내 역시 죽고 말았으니까요.





초안이 된 단편의 제목은 <안녕, 아빠>였다고 하는데요. <비밀>도 썩 와닿는 느낌은 아니지만, 모나미보다 나오코가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므로 차라리 바꾼 게 나은 것 같습니다.

결말이 이상하다고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저는 결말까지 가기도 전에 이미 충격을 맛봐서 결말은 그저 그랬어요. 어떻게 딸의 몸에 들어가 있는 엄마라는 사람이 자신과 남편을 위해, 후에 딸이 돌아오면 대체 어떻게 설명을 하려고 잠자리를 요구할 수 있는지 도통 이해가 되질 않아요.

그 충격이 너무 심해서 그 장면을 두둔하는 사람들에게조차 당혹감이 드네요.

나오코는 제정신이 아닌 것 같아요. 만약 모나미가 딸이 아니라 남자였다면, 아들이었다면, 그래도 똑같아요. 어떻게 자녀의 몸을 빌린 상태에서 배우자에게 관계를 제안합니까? 아, 토나올 것 같아. 더 심한 말 하고 싶은데 그냥 그만 할게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가 필요하신 분들 또 혼란스럽고 싶은 분들께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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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킹은 마이클 로보텀을 일컬어 '이 시대의 진정한 거장'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실제로 그가 신작을 발표할 때마다 매번 찬사를 보내왔지요. 그래서 마이클 로보텀에게는 종종 '영미문학의 거장 스티븐 킹이 사랑하는 작가'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합니다.

스티븐 킹과 J. K 롤링을 제치고 세계 3대 추리소설 상 중 하나인 CWA 골드대거상 수상과 더불어 호주의 에드거상이라 불리는 네드켈리상 수상이라는 영예를 거머쥔 바 있는 호주 제 1의 범죄소설가 마이클 로보텀. 그의 책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는 과연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요.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애거사'



애거사는 슈퍼마켓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어요. 그녀의 일생은 매우 불행했는데요. 어렸을 때 믿었던 어른으로부터 몹쓸 짓을 당하고 부모로부터는 보호를 받지 못 한 기억이 있죠. 그렇게 낳게 된 아기는 강제로 입양을 보내게 되었다는 끔찍한 기억과 함께요.

그 이후 그녀는 고작 열 다섯의 나이에 임신을 하지 못 하는 몸이 돼요. 그리고 그 사실을 본인이 알게 됩니다. 그로인해 그녀가 갖지 못한 것은 비단 '아기' 한 명이 아니었어요.

아이를 포기한다는 게 어떤 건지 진정으로 알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내게 그 일이 일어났을 때 나는 열다섯 살이었고, 내가 포기한 건 그저 갓난 아기가 아니었다. 내가 포기한 건 한 살의 그 애와 두 살의 그 애와 세 살의 그 애와 그 이후 모든 나이대의 그 애였다. 나는 모든 크리스마스 아침, 모든 이빨요정과 학교 콘서트와 모든 어머니의 날, 생일과 잠자리 입맞춤을 포기했다.


어머니가 누릴 수 있는 모든 것을 포기해야 한다는 뜻이었습니다. 그녀는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자신이 가지지 못 한... 평생 가지지 못 할 것들을 누리고 있는 한 여성을 타겟 삼아 그녀의 인생을 훔치기로 계획합니다.


완벽한 삶을 도둑 맞은 여자
'메건'



메건은 정원 딸린 넓은 집에서 귀여운 남매, 완벽한 남편과 함께 사는 주부입니다. 햇살 좋은 낮, 카페 앞에서 아기 엄마들끼리 모여 유치원 이야기를 하고, 남편 이야기를 하고, 시댁 이야기를 해요. 집에 돌아가서는 육아 블로그를 운영하며 인기 블로거로써의 재미도 맛보고요. 주변에서 뭐 쉽게 접할 수 있는 인물이죠?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고민은 있었는데요. 바로 그녀가 남편의 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었단 사실입니다. 그로인해 현재 뱃 속에 있는 셋째 아이는 누구의 아이인지를 몰라요. (...) 남편인 잭은 자신의 아이인 줄 알고 있지만요.

메건은 우연히 들른 슈퍼마켓에서 출산일이 비슷한 애거사라는 여자를 알게 됩니다. 공통사가 있어 이야기가 참 잘 통했죠. 태어날 아기 이야기를 나누며 둘은 급속도로 친한 사이가 되었어요.


완벽한 삶을 훔친 당일,
애거사



하나부터 열까지 미리 준비한 계획을 드디어 실행에 옮기는 대망의 날. 그녀는 메건이 아기를 낳은 병원에 침입, 간호사로 변장을 해요. 그리고 메건과 잭이 방심한 틈을 타 아기를 자신의 요람에 넣어 병원 밖으로 빠져나오는 데 성공하고 마는데요.

여기, 잭을 미치게 할 만한 포인트가 있어요. 바로 잭 자신이 자신들의 아기를 직접! 건네주었다는 겁니다. 간호사가 아기를 훔쳐갈 것이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 했을 테니까요.

병원을 빠져나올 때는 간호사복에서 공사 작업 인부복으로 갈아입어 CCTV를 혼란케 하는 치밀함도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이는 혼자 키우나요?

그녀는 자신의 남자친구였던 헤이든에게 연락해 네 아기를 낳았다고 말해요. 아니, 사실 그 전부터 말해왔죠. 그의 부모님을 찾아가 뱃 속에 그이의 아기가 들어있다고 말하기도 했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 헤이든은 그의 아기를 보기 위해 찾아옵니다. 그리고 부정에 부정을 거듭하던 그는 마침내 무언가에 홀린 양 아기와 애거사를 사랑하게 됩니다.


완벽한 삶을 도둑맞은 당일,
메건



잭이 간호사에게 아기를 주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기다렸지만 아기는 돌아오지 않았어요. 이상함을 느끼고 신고를 했지만 때는 이미 지난 후였죠.

어떻게 나에게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받아들일 수 없어 슬퍼하고 좌절하고 원망하고 화를 냈습니다. 범인을 잡지 못 하는 병원의 CCTV를 관계자들을 체계를 탓했어요. 경찰을 기자들을 네티즌들을 미워했습니다.

경찰은 범인을 자극해서는 안 된다며 메건의 눈에 소극적인 액션을 취했어요. 그녀는 과연... 아기를 돌려 받을 수 있을까요?



 

어쩌면 메그는 절대 내 삶이 어떤 건지 이해하지 못할 거다. 사랑 넘치는 가족 안에서 자랐고 가장 좋은 학교를 졸업한 후 대학에 들어갔으니까. 꿈의 직업을 얻고 여성 잡지사에서 일하고, 거기서 주드 로와 점심을 먹으며 시시덕댔다. 잘생긴, 잘 나가는 남자와 결혼했고 순식간에 임신했다. 그런 사람이 무슨 수로 내 인생을 이해하겠는가?

한 해 한 해가 지날 때마다 더 작아지고 어두워지는, 폐소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좁아터진 터널에서 산다는 게 어떤 건지. 그 끝에는 아무런 빛도 없다. 어떤 낙원도, 어떤 휴식도.

나는 이 지저분한, 악취 나는 굴 속에서, 그 생물은 내가 빛을 쬘 자격이 없다고, 아기를 낳을 수 없는 나는 진짜 여자가 아니라고 말한다.


보시다시피 애거사는 제정신이 아닙니다... 😮‍💨 아기를 못 낳는 여자는 진짜 여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거 보세요. 그래서 훗날 정신병원에 갇히기도 하는데요. 어렸을 적 끔찍한 경험을 하고 부모로부터 보호 받지 못한 경험이 그녀를 서서히 미치게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 잠깐이었지만 애거사와 메건의 아기는 좋은 시간을 보낸 적도 있었어요. 이름까지 붙여 가며 제법 '진짜 가족 놀이'를 했죠. 그녀의 인생에 더없이 행복했던 날이라고 감히 말할 수 있겠습니다.

애거사는 메건에게 악의는 없었지만, 아기와 함께 살고 싶은 열망이 너무 컸기 때문에 자신의 행동이 메건에게 큰 상처가 되리란 것까진 생각하지 못 한 듯 해요. 그래서 메건이 미디어를 토해 아기를 돌려받고 싶다는 의사를 전해 올 때마다 점점 더 아기를 끌어안았죠. 이 아이는 자신의 아기인데 메건이 훔쳐갈 것이라고 생각해서요.


애거사와 메건



메건이 아기를 돌려받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가 될 수 있겠지만, 애거사가 아기를 포기한다면 어떤 이유에서 포기를 하기로 마음을 먹었는지도 주목할 만한 부분 같습니다.

비록 자신이 낳은 아기는 아니었지만, 애거사는 진심으로 아기를 사랑했거든요.

"그냥 아이가 없는 게 아니었어요... 거기에 따르는 모든 것이었죠. 부모가 되는 의례들... 어머니 모임, 학교 정문에서 나누는 잡담, 사이드라인에서 구경하는 토요 스포츠 경기, 학교 만찬회, 학교 기금 맘련과 학부모 일일교사. 당신에게 그런 것들은 너무 평범해서 그것들을 다시 한 번 생각하지도 않겠죠. 내게 그것들은 절대 가질 수 없는 모든 것 이에요. 나는 이방인이에요...(중략)"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 애거사의 말입니다.

이 부분을 읽고 마음이 좀 찡했어요. 너무나 간절하게 아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감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었어서요. 아기를 낳을 수 있지만 낳지 않는 사람과, 낳고 싶지만 낳을 수 없는 각 두 사람의 마음은 천지차이인 것 같습니다.
 

 

[책] 츠지무라 미즈키 - 아침이 온다 리뷰, 입양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

처음 보는 작가의 조금은 흔한 제목. 큰 기대 않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읽으면서 터져 나올 것 같은 울음을 몇 번이나 참아야 했어요. 마지막에 가서는 눈에 눈물을 그렁그렁 담아야 했고요. 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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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사유리 - 아내 대신 엄마가 되었습니다 리뷰, 비혼 출산과 한부모가정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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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책은 이전에 입양가족에 대한 책을 읽고 리뷰를 했던 책들입니다. 입양한 아이를 바라보는 시선과 그 아이를 위주로 이야기로 흘러간다는 데 있어 이 책 <완벽한 삶을 훔친 여자>와 결은 조금 다르지만, '생물학적으로 내가 낳지는 않은 아기'를 대하는 두 가지 방식을 비교해 볼 수는 있을 것 같아 첨부합니다.

애거사는 확실히 문제가 있어요.





아기를 잃고 메건은 매우 힘들어 하는데요. 사실 이 정도면 양반이라고 봅니다... 열 달 동안 품은 내새끼를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어 도둑 맞았다고 생각해봐요. 그것도 병원에서! 저는 상상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요. 게다가 아기를 낳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은 우울한 호르몬이 나와 별 것 아닌 일에 눈물이 흐르기도 해요. 그래, 이정도면 메건... 아주 잘 참았고 현명했다, 고 말해주고 싶어요.

이 책은 아기를 낳지 못하는 여자의 슬픔을 조명 해주고 싶었던 것 같은데 저는 아기를 낳아 키우는 입장이라 그런지 메건의 입장에 더 이입이 되어 애거사가 너무 나빠 보였어요. 다시 생각해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애거사처럼 아기를 낳고 싶어도 낳지 못 하는 사람들이 보면 눈물을 뚝뚝 흘릴 책이라는 생각도 동시에 했어요. 애거사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가슴을 후벼파요. 그녀의 주변 사람 중 단 한 명이라도 그녀를 진심으로 위로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운 마음이 들어요. 가장 중요한 역할인 부모는 그녀를 낭떠러지 밑으로 떨어뜨리지 말았어야죠. 그녀 안의 이상한 생물은 그녀의 부모가 만들어 준 것이라고 해도 무방해요.

제 주변에는 애거사와 같은 사람이 없어요. 하지만... 앞으로 그런 인연을 만나게 된다면 섣불리 말하고, 행동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 역시 내가 겪어보지 못 한 입장에 서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주네요. 시간 나면 읽어보시길 추천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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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후 자동 적용 되는 것이 아니므로 한 달이 지나면 위의 방식으로 한 번 더 진행을 해주셔야 하지만, 그래도 일주일도 아니고 한 달이니 얼마나 든든해요?

이제 끝! 어렵지 않죠? 책을 읽을 준비가 되었습니다! 에세이, 소설, 세계문학전집, 자기계발, 외국어, 오디오북, 챗북, 디즈니 등... 종류도 다양한 밀리의 서재의 책 속에 풍덩 빠져보세요!





저는 매일매일 밀리의서재 앱을 이용해요. 읽던 책을 이어 읽을 수 있고, 내역도 확인할 수 있고, 리뷰도 작성할 수 있고, 무엇보다 지금도 충분히 많지만 부지런히 책이 업데이트 되고 있어서요. 저에겐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앱입니다.

그냥 가면 아쉬우니 이제까지 제가 밀리의서재에서 재미있게 읽었던 책 리뷰도 놓고 갈게요. 좋은 책을 찾는 데 참고가 되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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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에 드는 글이 있으시다면 제 블로그에 와서 둘러보시기를 추천 드리고요. (도서 리뷰를 하고 있거든요)

종이책과 전자책은 읽을 때 느낌이 사뭇 다르긴 하지만 전자책도 익숙해지니 그 나름대로의 매력이 있어요.

오늘은 이렇게 KT쿠폰혜택을 통한 밀리의서재 무료이용가능 방법에 대한 설명을 드려봤어요. 참고로 밀리의서재 앱 자체가 처음이신 분들은 첫 한 달은 무료인 걸로 제가 알고 있거든요. 찬찬히 살펴보신 후 진행하시길 바랄게요 :) 그럼 좋은 독서 시간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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