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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우스
[방문수업/노래하는크레용] 5개월 후기 (진행중) 본문
우리 아이는 현재 16개월이다. 생후 3년이 뇌발달에 결정적인 시기이므로 나는 유아교육에 시간과 돈을 아끼지 않는다. 방문수업은 원래 미술수업 그리고 체육수업으로 스케쥴을 짜려 했었는데 지금 듣고 있는 두 개의 수업이 다 마음에 들어 일단은 시기를 보고 있는 중이다. 그 중 오늘 소개하는 '노래하는크레용'은 별 기대않고 시작했다가 발목잡힌(?) 케이스다.
노래하는크레용은 영유아 음악 미술 통합 프로그램이다. 정확히는 스토리텔링과 음악 미술 퍼포먼스인데 하나의 스토리 안에서 음악과 미술이 연계되어 진행되는 것이 특징이다. 선생님에게서 계획안을 받아보면 4주간의 수업 내용을 한 눈에 확인할 수 있다. 노크는 4주를 2주씩 나눠 하나의 스토리로 처음 1주는 음악 그 다음 1주는 미술 이렇게 수업을 한다. 음악은 카쥬, 핸드벨, 컵타, 공명실로폰, 리듬패턴과 같은 일상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악기를 수업 내용에 맞추어 연주해본다. 낯선 악기들이지만 수업 내용과 연관되어 진행되므로 자연스러운 느낌이다.
이 날은 놀이터를 주제로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졌다. 아이는 아직 어려 내용을 이해하기보다 선생님이 들고 있는 캐릭터에 더 흥미를 보였지만 선생님은 한껏 고조된 목소리로 의성어 의태어를 고루 사용하여 즐겁고 신나는 놀이터의 분위기를 전달해주려 애쓰셨다. 사진은 놀이터를 주제로 한 노래에 맞춰, 바구니를 뒤집어 엎은 후 마라카스로 박자에 맞춰 두드려 보는 것이다. 수업일이 오래 지나 정확히 어떤 박자였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 뒤로 보이는 악기는 구슬이 시청각을 자극하는 레인보우쉐이커다. 시선을 사로잡게 생겼지만 우리 아이는 별 관심이 없었다. 시간이 오래 지나 이 외 어떤 내용이 있었는지는 전부 다 까먹었다. 선생님 일명 똑똑쌤은 엄청 큰 가방에서 마치 도라에몽처럼 필요한 수업 재료들을 그 때 그 때 꺼내신다.
이 날은 호박을 주제로 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잘린 사진 뒤로 호박을 넣었다 뺐다 할 수 있는 주머니는 같은 색깔 주머니에 넣어보게끔 만들어져 색깔 인지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날의 악기는 핸드벨과 투톤귀로였다. 투톤귀로는 호박 노래에 맞추어 두드리고 긁어보며 소리를 듣고, 사진에 나오지 못한 핸드벨로는 "호!박!"이라는 노래의 음에 맞춰 높은 도와 낮은 도를 들어볼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오선을 나타낸 호박넝쿨을 통해 줄 칸 개념을 알아볼 수 있었다. 같은 색 호박에 핸드벨을 놓고 각각 소리를 들어보기도 했다.
아이가 16개월인데 벌써 이런 수업을 하느냐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건 학습이 아니고 놀이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괜찮다고 생각한다. 아이가 싫어하면 다른 걸 꺼내 보여주면 되고 아예 수업을 거부한다면 선생님과 까꿍놀이와 같은 상호작용을 하면 된다. 처음부터 나는 아이에게 가르치려는 마음이 아닌 그저 여러가지를 경험하게 해주고 싶었다. 높은 도와 낮은 도는 당연히 구별하지 못해도 된다. 다만 말 못하는 아기가 실로폰에 흥미를 가질지 투톤귀로에 흥미를 가질지 모르기 때문에 기회는 주고 싶은 것이다.
일주일 후 호박이 다시 찾아왔다. 이 날은 쿠키생지에 호박 모양 쿠키틀을 눌러 실제 쿠키를 먹어보는 시간을 가졌는데 이를 위해 선생님이 미니오븐을 가지고 오셨다. (매주 '그저 떼운다'는 느낌 없이 수업이 준비되는 점이 참 좋다.) 오븐에 들어간 쿠키가 노릇노릇 먹음직스러운 모습을 갖출 때까지 아이는 호박씨로 촉감놀이를 했다.
촉감놀이를 할 때마다 아이가 좋아하니까 평소 집에서도 자주 해주고 싶은데 체력이 따라주지 않아 너무 미안하다. 키즈카페에서도 편백나무존을 그렇게 애정하는데 하다못해 두부 한 번을 못해줬네.
안타깝게도 완성된 쿠키는 아이가 좋아하면서 멀리 가지고 가버려 사진이 없다. 아, 참고로 아이 옷은 수업시 더러워질 수 있으니 지저분해져도 되는 옷이나 미술 가운을 입혀달라는 사전 안내를 미리 듣고 입힌 것이다. 그리고 아이는 수업할 때 늘 내 무릎에 앉는다. 아무래도 주1회 30분 수업이다보니 선생님이 오시면 좋기는 하지만 엄마는 있어야 되나보다. 엄마가 조금이라도 떨어지면 금세 쫓아와 무릎 강아지 하는 우리 아가.
나는 아이에게 이 날 쿠키를 처음 먹여보았다. 아주 살짝 느낌만 보라고 준거였는데 쿠키를 양 손에 들고 엄마 피해 도망갈 줄은 몰랐다. 그리고 결국 그 날 세 개 정도의 쿠키를 전부 다 먹었다. 엄마가 한 입만 달라고 부탁해도 도리질을 하며 혼자 다 먹었다. (그러다 한 입 먹어봤는데 맛있었다)
이 날의 주제는 젖소와 양이었다. 젖소와 양의 울음소리를 노래를 통해 들어보고 울음소리를 2분 음표와 온음표의 음가로 연주 해보았다. 사용한 악기는 롤리팝탬버린과 탬버린, 키즈드럼 그리고 손에 있는건 뭔지 모르겠다. 이 전에는 부직포로 만든 양에 복슬복슬한 털을 붙여주고, 소에게는 스포이드로 빨아들인 까만 물감을 뿌려 얼룩무늬를 만들어 보는 시간을 가졌었는데 우리 아이는 다른 무엇보다 스포이드에 관심을 가졌다. 이제까지 누르면 나간다 라고 알고 있었을건데, 이건 누르면 빨아들이니. 그래서 이 날은 선생님이 스포이드를 두 개 남겨주고 가셨다. 예전엔 물감 푼 물에 라이스페이퍼를 넣고 한창 촉감을 즐기던 아이를 위해 수업이 끝나고 대야에 그 물을 옮겨 담아 계속 놀게 해주었던 적도 있다. 그 때처럼 열정적으로 몰입하지는 않았지만 신기했나보다.
노크는 아이디어가 참신하다. 미니오븐에 호박 모양 쿠키를 구워주질 하질 않나 장갑에 우유(인지 흰 물감인지)를 담아 소젖을 짜보게 하질 않나. 처음에는 통통한 장갑을 만져보기만 하다 선생님이 장갑 끝을 조금 달라주시자 본격적으로 우유를 짜보았다. 어른인 내가 볼 땐 흥미로워 보이는데 정작 우리 아이는 시큰둥 했지만... 아마 소젖을 짠다는 느낌보단 장갑을 누르니 흰 물이 나오네 이 정도로만 이해한 것 같았다. 하긴 소젖을 짜는 모습을 먼저 본 적이 있었어야 뭐가 뭔지 알지.
이 날은 개나리, 진달래, 민들레, 벚꽃 등 꽃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선생님은 지금 풍선으로 제작된 폭죽교구를 이용해 꽃잎을 날려주고 계시고 있다. 뻥! 소리가 나며 하늘로 솟구치는 꽃잎이 아름다웠다. 아이가 교구를 만져보았을 땐 뽕! 소리와 함께 한 두개의 꽃잎이 하늘거리며 바닥으로 떨어졌다. (귀여워흑흑) 이 전에는 속이 텅 빈 꽃모양 그림에 물을 묻힌 플레이콘을 붙여 나만의 꽃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참고로 플레이콘은 옥수수전분과 식용색소를 이용해 만들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재료다. 하지만 아이는 아직 플레이콘에 큰 관심이 없어 이 활동엔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았다.
사실 아이가 선생님을 기다리는만큼 나도 수업을 기다린다. 우리 아이를 예뻐해주시는 모습과 알찬 시간이 만족스럽기도 하지만 아이와 함께 수업을 들으며 나도 잠깐이나마 힐링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동화구연이라던가 위와 같은 꽃을 주제로 한 수업은 더더욱 그렇다.
시간체크는 수시로 한다. 근데 눈 한 번 깜빡 하고 뜬 것 같은 30분이라는 시간은 너무 짧아 늘 아쉽다. 한 달에 4번, 주1회 수업에 120,000원이면 하루 30분이 30,000원인데 4-50분 수업은 선생님이 힘들어서인가. 그래서 수업 시간에 늦으시거나 할 때엔 나도 모르게 좀 예민해진다. 늦으신만큼 보충은 해주고 가시지만 일찍 오셔서 최대한 늦게 가셨으면 좋겠는 이기적인 마음이...
1주차 음악시간이었다. 당근밭에 가고 싶은 토순이의 이야기를 들어본 후 직접 당근을 뽑아 토순이와 신호등을 건너 당근밭(엄마)에 도착해야했다. 그 과정에서 음악의 쉼표, 음표 개념을 익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날의 하이라이트는 신호등인데 사진이 준비되어 있지만 이미 첨부된 사진이 너무 많아 생략하려 한다. 실제적이고 큼지막한 신호등을 건너며 아이는 즐거워했다. (내게 건너오는 순간의 사진들이 다 웃고 있었다) 갑자기 주저 앉아 바구니에서 당근을 꺼내려고 할 때 선생님이 여기서 이러면 안 된다고 하셨던 말도 기억이 난다.
2주차 미술시간에는 당근 그림에 크레용으로 색칠을 해보는 것을 시작으로 찐당근을 빵칼로 잘라보는 등의 시간을 가졌다. 아주 푸욱 익혀왔는지 쉽게 잘렸다. 나중에는 그런 당근을 손으로 으깨보기도 하고 짤주머니에 넣어 당근즙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선생님과의 밀도 있는 상호작용으로 아이는 이 날도 참 즐거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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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은 진행중이다. 이번 주는 여러 크기의 공을 이용하여 놀았다. 교구와 악기를 이용하여 스타카토와 레가토를 배워보는 시간이었다고 다른 분께 들었는데 글쎄 난 그것까진 모르겠다. 그리고 수업 준비물이 간소한 편이라 이번주는 내심 걱정 했다. 그런데 걱정이 무색하게 선생님은 간단한 재료만으로도 아이의 자지러지는 웃음소리를 이끌어내셨다. 새삼 선생님을 잘 만나는게 참 중요한 것 같다고 생각했다.
이번 주는 스터드럼(스터실로폰드럼)이라고 하는 악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음계가 표현되는 악기인데, 말렛이라고 하는 봉을 드럼 안에 집어넣고 휘리릭 돌리면 맑은 실로폰 비슷한 소리가 난다. 우리 아기는 처음 보았을 땐 시큰둥 하다 나중에 제 손에 악기가 쥐여졌을 때 스스로 소리를 내보곤 뒤늦게 흥미를 가졌다. 이처럼 노크는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악기가 아닌 조금은 생소한 악기를 접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 참 좋다. 다음 주는 미술수업이다. 5월 계획안을 꼼꼼이 살펴보지 못해 준비물 및 수업내용은 아직 모르겠으나 선생님과 함께 하는 수업이면 무엇이든 아기가 좋아할 것 같아 나도 벌써 기다려진다.
수업을 시작한 지는 지금 5개월이 되어가는데 아이가 '선생님'소리만 들으면 인터폰을 가리킬 정도로 방문수업을 기다리게 되어, 그리고 선생님이 오시면 자다 깨서 기분이 언짢을 때도 함박웃음을 보여주어, 짧은 시간이나마 하루에 활기를 불어 넣어주는 수업이라고 생각하여 시작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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