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우스

《가쿠다미쓰요 - 종이달》 경제관념 없는 사람의 최후를 보여줌 본문

책 읽어주는 엄마/✔️ 책

《가쿠다미쓰요 - 종이달》 경제관념 없는 사람의 최후를 보여줌

유하우스 2023. 7. 4. 00:48

 
일본은 물론이고 우리나라에서도 드라마화
된 바 있는 종이달. 우리나라에서는 스카이캐슬에서 쓰앵님으로 큰 인상을 남겼던 김서형 배우가 주연을 맡으셨더라구요. 드라마는 보지 않고 캡쳐된 화면만 몇 개 보았는데, 눈빛만으로도 리카의 허망한 마음을 잘 표현하셨다고 생각했어요.

참고로 우리나라에서는 10부작, 일본에서는 5부작으로 방영이 되었어요. 10부작을 이끌어가야 해서인지 원작과는 내용에 있어 조금 다른 바가 없잖아 있었지만, 그래도 큰 인기와 화제를 불러일으킨 것 같았습니다. (리뷰를 쓰려고 너튜브를 좀 뒤적거려봤거든요.)

여하튼... 이 작품이 마음에 드신다면 드라마로도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아 시작부터 주절거려 보았어요 :) 우리나라 <종이달>은 '넷플릭스' 그리고 '티빙'에서 스트리밍이 가능합니다.



 

등장인물



* 우메자와 리카 : 은행에서 계약직 사원으로 일하게 된 후 1억 엔을 횡령하고 태국으로 도주. 일을 하기 전에는 41세의 평범한 주부였다.
* 오카자키 유코 : 리카와 고등학교 동창. 지나치게 검소한 타입.
* 야마다 가즈키 : 리카의 전 남자친구. 검소한 리카의 횡령 소식을 듣고 놀랐다. 리카의 예전 모습과는 정반대의 낭비벽이 심한 부인과 사는 중.
* 주조 아키 : 리카와 함께 요리교실에 다녔다. 쇼핑중독으로 이혼 당했으나 현재도 그 버릇을 고치지 못해 힘겹게 살아가며 혼란스러워 하는 중.
* 히라바야시 고타 : 리카의 애인이자 은행에서 리카가 담당하는 VIP회원의 손자.
* 우메자와 마사후미 : 리카의 남편. 리카에게 관심이 없고, 화목한 가정을 위한 노력도 하지 않는다. (이를테면 아기를 가지기 위한 의지가 하나도 없다.)
* 야마다 마키코 : 리카 전 남자친구의 현부인. 부유했던 친정 시절을 그리워하며 현재를 비관하다 쇼핑중독에 빠지고 만다.

 

줄거리



리카는 집에서 집안일을 하고, 남편을 기다리며 저녁을 요리하는 평범한 주부였어요. 아니, 사실 지루하기 짝이 없는 시간을 보내며 살고 있는 불행한 주부였죠.

그러던 어느 날, 은행에서 계약직으로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그 일에 도전해 보기로 하는데요. 조금 들뜬 마음으로 남편에게 자랑 아닌 자랑을 해요. 남편은 축하한다, 열심히 해봐라, 라고 했지만, 꼭 말에 어떤 저의가 숨겨져 있는 것처럼 모호한 느낌에 리카는 혼란스러웠어요.

안타깝게도 그렇게 느끼는 순간이 한 순간은 아니었어요. 쌓이고 쌓여 리카는 폭발하고야 맙니다.

그 폭발이라는 것은 리카에게도, 그리고 남편인 마사후미에게도 끔찍한 방향으로 표출이 되었는데요. 리카는 고객의 돈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어요. 그러다 알게 된 한 할아버지의 손자 히라바야시 고타라는 어린 청년을 좋아하게 되버리고 만 것이었습니다.

고타는 나이는 어리지만 꿈이 있었어요. 돈은 없지만 영화를 만들겠단 꿈이 있었죠. 리카는 그에게 필요한 모든 돈을 고객들에게서 착복한 돈으로 충당해 주었어요.

어디 그 뿐이면 족했을지도요. 고타와 함께 보내고 싶어 잡은 고급스러운 호텔과 룸서비스 비용, 식당에서의 모든 비용, 그리고 고타에게 잘 보이고 싶어 관리를 위해 다니게 된 에스테틱, 화장품, 옷... 심지어 고타가 혼자서 여행을 간다고 하면 부족한 돈을 채워주기까지 했습니다.

리카는 계약직 사원일 뿐이에요. 남편은 평범한 회사원이고요.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남편이 돈이 꽤 많은 설정으로 나오는 것 같던데 원작에선 아닙니다.) 써도 써도 끝이 없는 그 모든 돈은 고객들의 돈을 중간에서 가로챈 것이었습니다.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었던 행위. 리카는 누군가 자신을 멈춰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세상은 낭만적이지 않았고 낭만적인 사람도 곁에 한 명도 없었고 리카는 도망치는 것 외엔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고타는? 리카는? 고타와 리카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읽고 느낀 점



돈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반대로 너무 근검절약 해도 좋지 않은 것 같고요. 리카처럼 분수에 맞지 않는 소비는 자신을 불행에 빠뜨리고, 아키같은 구두쇠 마인드는 주변 사람들을 힘겹게 만들어요.

그리고 대충은 알고 있었는데, 마음이 허하면 자꾸만 누군가에게 돈을 쓰는 사람들 있잖아요. 그런식으로밖에 상대의 시간과 웃음과 마음을 살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심리를 슬쩍 엿본 느낌이라 그 사람들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애잔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돈이 많으면 주변에서의 대우가 달라지는 건 분명해요. 옷가게에만 가도 그렇죠. 옷을 살 것 처럼 하면 점원은 친절하게 대해주고, 살 것 같지 않으면 반응하지 않거나 급기야 냉랭해질 때도 있으니까요. 작품 속에서도 누군가가 한 번 옷가게에 갔는데, 들고 있던 옷을 내려놓는 걸 보고 점원의 태도가 달라지자 점원 보란듯이 그 옷을 살 마음도 없었는데 구매하는 장면이 나와요. 생각해보면 저도 그런 적이 있었던 것 같거든요. 물론 어린 마음에 울컥한 마음을 달래기 위한 임시방편이었었다지만.. 참 복잡미묘했습니다.

그럴 때 내 마음 가는대로 옷을 그냥 두고 나오는 게 자존감이 높은 사람인 것 같아요. 살 마음도 없는데 점원에게 잠시 잠깐 복수하기 위해 옷을 구매하는 건 그냥 자기애만 충만한 것 같고요.

그리고 같은 맥락에서 나는 돈으로 누군가를 휘두르려 하고 있진 않나, 도 생각해봤어요.



 

인상깊었던 하이라이트 모음

 

내가 제일 먼저 기부한 아이는 처음에만 편지를 보내왔어. 감사의 말 뒤에 '나는 당신이 해준 것을 평생 잊지 않겠습니다'라고 쓰여 있더라. 그거, 분명 틀에 박힌 문구야. 그런데 나 그걸 보고 무척... 복잡한 기분이 들었어. 아직 여섯 살이나 일곱 살일 아이가, 평생 잊으면 안 될 무거운 짐을 짊어진 거잖아. 감사라는 무거운 짐을. 그런 틀에 박힌 말을 쓰게 하는 어른도 미쳤다고 생각했어.


내용과 크게 관련 있는 부분은 아니에요. 어... 그런데... 이거 정확히 맞는 말 아니에요? 내가 기부를 했다고 해서 그 어린 아이들이 그 고마움을 평생 가지고 가야 할 의무가 있나요?

물론 현재 내게 없는 것을 베풀어 준 누군가에게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는 것은 아이 자신의 내적성장에 도움이 되니까 좋아요. 하지만 그렇게 할까 말까는 아이가 정하는거지 어른이, 사회가 꼭 그래야 한다고 가르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마음 편한 감사가 아니잖아요. 얼마나 어깨가 무겁겠어요. 안그래도 무거운 짐 때문에 혹시 도와줄 수 있느냐고 도움을 청한걸텐데.

붐비는 전철을 탈 때면, 주위에 자각 없이 뿌려진 채 방치된 악의에 새삼 놀랐다. 먼저 가기 위해 노인을 밀치고 가는 여자가 있고, 그 인간 X졌으면 좋겠어 하고 깔깔 웃으며 얘기를 나누는 금발의 여자아이들이 있고, 가방에 손을 찔러 넣고 표를 찾는 리카에게 혀를 차며 어깨를 부딪치고 가는 젊은 남자가 있고, 할머니를 밀어내고 빈자리에 앉는 중년 남자가 있고, 고맙다는 말도 없이 잔돈을 던지는 역내 매점의 판매원이 있었다. 전봇대 아래에 토사물이 펼쳐져 있고, 약국 계산대에는 긴 줄이 있고, 번화가 보도에는 시끄러운 음악이 흘러나왔다.


'주위에 자각 없이 뿌려진 채 방치된 악의'라는 말에 놀랐어요. 이렇게 섬세하고 또 섬세하게 관찰한 바를 잘 표현해내는 사람만이 작가가 될 수 있는가봐요...

리카는 고객에게 '빌린'돈을 진심으로 갚을 생각이었다. 갚을 수 있다는 생각에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종이달 전체가 리카를 나쁜 사람으로 몰고 있지는 않아요. 오히려 불쌍한 사람으로 보여지게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걸 보면 조금 모자란 건 분명한 것 같아요. 이 모자라지만 착한 친구야...

리카

 

새 비누 같던 고교생 시절 리카의 웃는 얼굴이 저절로 떠오른다. 리카. 유코는 그 웃는 얼굴을 향해 물었다. 넌 무얼 샀니? 무얼 손에 넣으려고 한 거니? 그 물음은 어느새 유코 자신에게 향했다.

나는 무엇 때문에 절약을 한 거지. 무엇 때문에 저축하려고 한 거지. 그래서 무엇을 얻을 생각이었던 거지.


과도하게 근검절약 하던 유코의 생각이에요. 그러게 말이에요. 리카는 횡령을 해서까지 그토록 손에 넣고자 했던 게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안정적인 사랑? 젊음? 불안이 없는 생활? 들뜨는 마음?

이 책에서는 리카가 자신이 성실히 일해 번 돈이 아닌 가로챈 고객들의 돈으로 호의호식 했다는 게 큰 문제로 보여지지만 자신이 번 돈이라 할지라도 방향을 잘못 설정하면 결과는 비슷한 것 같아요.

돈은 사람 마음을 크게 움직이니까 그 사실을 자각하고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들에게 가장 행복했던 한때는 언제였을까. 소설 속에서의 그들은 누구도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 돈에 휘둘리지 않는 인생을 살기 위해 돈을 너무 아끼다 오히려 강박관념을 안고 사는 오카자키 유코도, 어린 시절 부유했던 기억 때문에 늘 현재의 처지를 비관하며 돈타령만 하는 아내를 둔 야마다 가즈키도, 마구잡이로 긁어댄 카드빚 때문에 남편에게 이혼당한 주조 아키도 '돈'에 끌려 다니며 행복하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다.

돈을 펑펑 쓰는 순간은 행복했을까, 돈을 목숨처럼 아끼는 순간은 행복했을까.


이 책의 핵심을 찌르는 말이니 이 부분은 꼭 읽고 가세요.

여느 소설처럼 작가가 정답을 내려주고 있진 않은데요. 대놓고 교훈을 주고 있지도 않고요. 그저 한 번 생각 해보는 시간을 갖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돈을 바르게 사용하는 법을 가르쳐주는 어른들의 동화까지는 아니지만, 적어도 반면교사 역할은 확실하게 하는 소설. 아직 경제관념이 확립되지 않은 젊은이들에게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은 경제관념을 확실히 잡아주는 계기가 되어주지 않을 수 있어요. 애초에 그런 책이 아니니까요. 저는 책이란 건 차곡차곡 내 안에 쌓이다가 삶의 어느 순간 번뜩 하고 떠오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주 읽는 편인데 종이달 같은 책은 맘 한 켠에 저금해둘 만한 가치가 있는 책 같아요.

과소비를 할 때 혹은 너무 근검절약 하고 있을 때 리카와 유코를 떠올릴래요.





제가 좋아하는 학원 선생님이 이런 말을 해주신 적이 있어요. 너희가 공부를 소중하게 생각하면 공부는 너희에게 좋은 결과로 보답을 해 줄 거고 반대로 하찮게 여기면 너희에게 보복을 할 거라고. 공부는 생명체니 소중하게 여기라는 뜻에서 해주신 말씀이었죠.

저는 돈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돈을 버는 방법도 물론 중요하지만 내 수중에 있는 돈을 친절하게 잘 다루는 법도 중요한 것 같습니다.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밀리의서재 평도 좋은 편이더라구요. 시간 나면 읽어보시길 추천드릴게요 :)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