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하우스

아기와 자가격리 12일째,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면...✍ 본문

유하우스/육아를 하면서 드는 생각 💭

아기와 자가격리 12일째,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냐면...✍

유하우스 2021. 10. 1. 01:10

 

매일 오늘 발생한 증상 자가진단 앱에 제출


매일 오전 10시, 오후 8시에 열 또는 발열감, 기침, 인후통, 호흡곤란이 있으면 체크해서 앱에 올려야 해요. 열은 직접 재서 올려야 하고, 나머지는 체크만 하면 돼요. 특이사항을 적는 란이 있어서 저는 아기와 제 상황을 함께 적어 올리고 있어요.

생필품키트 왜 나만 안 줘요


몰랐는데 자가격리 하면 집으로 음식 같은 걸 보내준다고 하더라고요. 꼭 받아야만 하는 건 아니지만, 다른 사람들 다 받는데 저만 안 받으면 좀 그렇잖아요. 그래서 한 번 여쭤나 보자 하고 있었는데, 문자가 왔어요.

얼마전에, 코로나 확진자수가 역대급이었다고 하죠?
확진자와 더불어 자가격리자까지 급증하여 키트제작이 다소 지연되고, 추석도 끼어 있어 배송이 늦어진거라고 하더라고요. (늦더라도 명단에 포한된 사람들은 모두 지원을 해준다고)

다른 분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보통은 격리 시작하고 이틀 정도 후에 배송을 받는 것 같아요. 저는 12일째 못 받고 있습니다.

그래서 화가 난다는 건 당연히 아니고요. 세금이 대단히 많이 쓰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위생키트


위생키트는 지역마다 내용물이 다 다른 듯 했습니다. (다른 블로그 참조) 제가 사는 지역은 이렇게 보내줬어요.

<주황색 의료용 폐기물 봉투 1개, 체온계, 뿌리는 소독제, 손소독제, 마스크, 자가격리 생활수칙 안내문> 이 모든 것이 하나의 비닐 안에 모두 담겨 옵니다.

 



여기서 체온계는, 매일 체온을 재서 앱에 제출해야 하는데, 집에 체온계가 없는 사람들을 위해 제공하는 거라고 하셨어요.

현관, 창고는 쓰레기장 (feat.날파리)   


쓰레기를 버리러 나갈 수가 없으니까요. 그나마 다행으로 저희 집엔 음식물을 분쇄하는 기계가 있어 음식물쓰레기로 골머리를 앓지는 않는데요.

아기 먹일 간식이며 밥, 그리고 장난감 등을 모두 택배로 받다 보니까
택배박스, 그리고 일회용품으로 현관과 창고가 벌써 가득 찼어요.

그 중 어느
쓰레기 봉투 위에선, 날파리들이 제 속도 모르고 신이 났더라고요. 지금은 창고 앞에만 가도 문을 닫아놓았음에도 악취가 흘러나오는 정도예요.

전담공무원은 연락 한 통 없는데요?   


자가격리 시작 전, 블로그를 찾아보았어요. 자가격리 시작하면 전담공무원이 배치되고, 그 공무원에게 궁금한 건 물어도 보고 때론 연락이 오기도 한다고요.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케바케겠죠? 어떤 분은 전담공무원이 집에까지 찾아와서 정말 집에 있는지 확인 하고 갔다고 했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긴장 했었어요.

 



그런데 제 전담공무원은 아무런 연락이 없어요. 그래서 편합니다.
전화하고, 찾아오는 분들은 제 생각이지만 아마 소수 아닐까요? 바쁘신 분들일텐데 뭘 그렇게까지. (기사를 찾아보니, 핸드폰을 집에 두고 외출하는 자가격리자들이 왕왕 있었던 모양이에요. 그래서 엄격하게 하시는 분들이 계시는 듯!)

핸드폰이 고장났어요! 화면이 안 나와요.   


남편에게 영상통화가 왔는데 갑자기 화면이 하얗게 깜빡이더라고요. 순간, 큰일이다 싶었어요. 그 때가 자가격리 시작하고 며칠 안 되었을 때인데, 핸드폰 고장나면 육퇴하고 얼마나 심심해요. 그리고 인화하지 못한 아기사진, 매일 졸음을 참고 썼던 육아일기들이 다 날라갈까 무서워 거의 오싹해졌어요. 남편에게 바로 SOS를 쳤어요.

남편은 쿠팡에서 핸드폰을 주문해주었어요. 그리고 다음 날 왔어요. 다행이다 싶었는데 이런... sd카드 삽입이 안 되는 핸드폰을 사준거예요. 반품하고 다음 날 새 핸드폰을 받았어요. 그래서 지금 이 글은 새 핸드폰으로 쓰고 있는거예요. (노트20 울트라래요)

 



화면이 깜빡거리자마자 저는 공무원에게도 바로 이 사실을 알렸어요. 실시간으로 핸드폰 '위치'를 통해 제가 어디에 있는지 감시하는 일을 하고 계시는데, 핸드폰이 먹통이 되어버리면 안되잖아요. 그리고 매일 자가진단 앱에 체온 및 증상을 작성하여 올리는 게 제 의무였고요.

공무원은 저와 같이 발을 동동 구르시다가 전화를 끊고 잠시 후,
보건소에서 핸드폰을 보내줄테니 사용하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해주셨어요. 저는 쿠팡으로 남편이 핸드폰을 시켜서 내일 올 것이라고 말하며 거절했지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사건이었어요
.

깨무는 아기   


깨물거나 꼬집는 행동은 요근래들어 생긴 나쁜 버릇인데요. 자가격리 시작하고 확실히 더 심해졌어요. 하지말라고 백 번도 넘게 이야기 했지만 제가 어떤 수를 써도 그 때 뿐이고, 또 깨물어요.

지금 제 팔은 멍이 열 개도 넘어요. 멍을 백개 천개 만들어도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없어요. 근데 진짜 아파요.

아기는 원체 에너지가 넘치는 성향이에요. 그런데
밖에 나가 놀지를 못하니까 너무 답답한지, 침대에서 뛰고 구르며 놀다가 느닷없이 팔 등을 깨무는거예요. 어쩔 때는 자기 뜻대로 안 된다고 깨물기도 하고요.

빨리 뛰어놀게 해주고 싶어요. 제가 깨물려 아픈것보다, 창밖이 보고 싶다고 창문 열어달라고 하는 모습 보면 짠해요.

독박육아, 눈물의 육아서   


혼자 24시간 아기를 케어하면서 내 밥도 챙기고 머리도 감고 하는 건 민첩함으로 커버가 안 되는 일이에요. 그냥 한 마디로 '일상생활불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요. (게다가 재접근기라 엄마 껌딱지의 가도를 달리는 중)


힘들어서 한 이틀 정도 밥 먹을 때만 티비를 보여준 적이 있어요. (20개월 동안 단 한 번도 티비 보여준 적이 없었는데) 혹 남편이 저 몰래 보여주었던 걸 들키는 날엔 남편을 그리 구박을 해댔었는데. 그랬던 제가 직접 리모컨을 들어 티비를 보여주고 있더라고요.

그날 밤, 냉장고에 있던 오래 된 맥주 한 캔을 따서 마셨어요. 술을 몇 년 만에 먹었는지 모르겠어요. 그래도 진정되지 않아 육아서를 꺼냈네요. 휴지로 코를 막고 오열하며 읽어내려간 게 금세 반 권이더라고요. (맥주는 겨우 반 캔 마시고)

 



티비를 보여준 사실만으로 슬픈 건 아니었어요.
그 당시 그게 최선의 방법일 수 밖에 없었던 제 몸이, 체력이 너무 원망스러워서 그랬던거죠. 어떻게 눈 앞의 휴지 한 장 주워 쓰레기통에 넣을 체력이 없을 수 있죠? 그리고 잠시 쉬다, 심심해 하는 아기를 보면 내가 너무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아 힘들었어요. (아기에게 심심할 시간이 꼭 필요한 건 알아요.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상황이 이러다보니 '뭐하고 놀까' 아기 나름대로 그저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일 수도 있는데, 제가 지레 '방치 하고 있구나!' 라는 판단을 내린 것일지도요)

요새 아기와 저는 함께 추피지옥에 빠졌어요. 권당 기본 오십 번씩은 읽은 것 같아요. 추피 없었으면 그 시간 뭘로 채우고 있었을까 싶어요.

왜 가을이고 난리야  


이제는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여는 게 루틴이 되어가요. 불어오는 바람을 맞고 있자면, 날씨가 좋은게 집 안에서도 느낄 수 있을 정도인데요. 벌써 가을이 왔나요? 그렇다면 너무 부러워요. 그리고 걱정이네요. 짧은 가을, 혹 자연이 주는 짧은 선물을 놓칠까봐서요.

생각보다 잘 버텨주는 아기   


깨무는 습관은 자가격리 이전부터 시작이 되고 있던 거고요. (지금 더 심해진 것 뿐) 격리 이전과 지금을 비교하면, 아기는 별다른 차이점이 없어요. 밖에 나가자고 보채거나 날이갈수록 힘들어할 줄 알았는데, 전혀요. 평소 그렇게 좋아하던 아기상어 신발을 신어보러 현관 앞에 앉아있지도 않고, 느닷없이 이유없는 울음을 터뜨리지도 않아요.

아직 말은 못 해도 다 알아들어서 우리가 어떤 상황인지 설명을 해주었는데, 알아들은걸까요? (🤭) 아기를 보고있으면 미안하고 짠해요.

 

인생에서 겨우 2주, 외출 안 할 수도 있는거예요. 근데 아기의 하루는 어른의 일 년이라고 생각하는지라 마음이 소란스럽네요. 아기는 오히려 평온한데 엄마가 조용히 소란을 떨어요.





보건소에서 자가격리 해제 하루 전날, 다시 한 번 코로나 검사를 하러 오라고 했어요. 그 결과는 다음 날 오전에 나오고요. 음성이면 자가격리 해제, 양성이면..(험한말)

다들 오늘도 코로나 조심하세요. 확진자(남편)는 시설에서 열이 39도까지 올랐지만 돌봐주는 사람 하나 없이 약으로 버텼다고 합니다. 열이 올랐다가 내렸다가 했대요. 자가격리는 몸이 아프지는 않지만, 불편하고 우울해요. 여튼, 건강하세요.🌡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