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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 나무고아원 방문, 가을이 다 가기 전에🍂 본문

유하우스/아이랑 가기 좋은 곳 🤹🏻‍♀️

하남 나무고아원 방문, 가을이 다 가기 전에🍂

유하우스 2021. 11. 5. 16:01


저는 태어나서 단풍구경을 제대로 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바다나 단풍이나 사진으로 보면 그만이지, 라고 생각하던 사람이었거든요.

나이가 든 탓인지 뭔지 요즘은 자연이 좋아요. 사람이 할 수 없는 뜨거운 위로를 해줘요. 무슨 뜻인지 아시는 분 계시리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오늘은 아이에게 이런 뜨겁고 찬란한 감정을 느끼게 해주고 싶어 나선 건 아니었어요. 예쁜 단풍과 낙엽들을 가지고 놀 생각으로 나섰어요. 아름다운 장관을 보고 느끼게 해주고도 싶었고요.

나무고아원


여기는 하남 나무고아원이에요. 이름이 특이하죠? 저는 처음에 고아원 이름인 줄 알았는데요. 공공개발 등으로 갈 곳 없는 나무들을 옮겨 심어 가꾸는 곳이랍니다. 그리고 이 곳은 <유아숲체험관>이에요. 자체적으로 이 타이틀을 달고 있어요.


살펴보면 모험의 숲, 배움의 숲, 휴식의 숲, 체험의 숲으로 공간이 기획되어 있고 창작놀이터, 밧줄놀이터, 나무놀이터 라는 것도 설치되어 있어요. 유아가 자연 속에서 맘껏 뛰어놀며 오감을 통해 자연과 교감하는 등 전인적인 성장을 할 수 있도록 도모하는 곳이에요.

그래서인지 어린이집, 유치원에서 참 많이 왔더라고요. 자유롭게 뛰어다니고 목청을 높여 멀리 있는 친구를 부르는 모습들이 인상적이었어요.


낙엽이 참 많이 떨어졌지요? 이 정도로 많이 떨어졌을 줄은 몰랐어요. 맘같아선 누워서 마구 뒹굴고 싶은 정도였답니다. 아이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다른 21개월 아기들도 그러는지 모르겠어요. 저희 아이는 "엄마 꼭!"(꼭 안아달라는 뜻) 이란 말을 하루에도 수십 번은 해요. 그래서 오늘도 다른 건 몰라도 아기띠는 필수로 챙겼는데요.

웬일인지 오늘은 제 품에 안겨 몇 분 걷다 "내려줄까?" 라는 말에 순순히 그러라고 대답해 주더라고요.

만지고 밟고 소리 들어보고 싶었나봐요.

아이와 저는 낙엽을 만지고, 부스러뜨리고, 밟아보고, 공중에 흩날려 보기도 했어요. 그 중에서도 아이는 밟으며 나는 느낌과 소리를 즐기는 듯 했네요.


조금 더 가다보니 흙이 있는거예요. 그래서 고민도 않고 이 쪽으로 향했죠. 요즘 놀이터에는 흙이 사라져서 아이들이 흙을 만지고 밟을 기회가 별로 없잖아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고, 아이에게 마음껏 놀라고 얘기하고는 도구도 구해다줬어요.

도구를 이용하여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 역시 나뭇가지로 바닥을 긁어보는 것을 좋아하더군요. 의미는 알 수 없는 그림 혹은 문자였지만, 아이는 제 나름대로 심취하여 꽤 오랫동안 저 자리에 머물러 있었어요.


미니흔들다리도 있더라고요. 21개월 아이도 혼자 올라가 건너고 혼자 내려올 수 있는 수준이었고요. 다리 자체도 흔든다고 해도 크게 흔들리지 않아 안전하게 만들었구나, 란 생각이 들었어요.


아침부터 아이 돌보면서 정신 없이 만든 도시락이에요. 제가 한 건 밥 뿐이고 다 시킨 거지만 있는 반찬 데워서 보온 도시락에 넣는 것도 참 이상하게 힘드네요.

인위적이지 않은 바람을 맞으며 키 큰 나무들 밑에서 좋아하는 반찬(계란말이)을 먹는 아이는 행복해 보였어요.

 


그리고 바로 앞에 유난히 키가 작고 앙상한 나무가 있었는데 다른 것보다 그걸 좋아하더라고요. 계속 손가락질을 하면서 "어! 어!" 신기한 걸 발견한 듯도 했어요. 지금 생각하면 뭘 보고 그리 신기해 했는지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걸 싶네요. 혼자 아이 돌보면서 이것저것 케어하느라 온전한 정신이 아니었던 것 같아요. (뭘 보고 신기해 했던걸까..)


밥을 다 먹고 난 후 다시 마스크를 끼고 조금 더 앞으로 나아가봤어요. 가다가보니 이런 토피어리가 있더라고요. 올라가지 말라는 안내피켓이 꽂혀 있었고요. 사진 속 호랑이 외 판다, 백조, 다람쥐가 더 있었어요.

하지만 깨끗한 상태는 아니었어요. 오래되어 그랬는지 갈라지고, 먼지가 다닥다닥 붙은 모습이 좋아보이진 않았어요. 관리가 잘 안 되고 있는 느낌이었네요.


흔들그네가 있길래 기념사진 한 장도 남겼어요. 이 때쯤 되니까 좀 힘들어서 잠시 쉬고 싶었는데 아이는 "뱀! 뱀!" 하며 빨리 가자고 저를 보채더라고요.

하남 나무고아원에는 뱀이 나오는 곳이 있어요. 피켓이 있으니 주의하여 보시면 좋을 것 같고요. 아이에게 "뱀 나온대. 으악! 도망가자!" 라고 겁을 줬더니, 그게 정말 무서웠는지 그 때 이후부터 "뱀!!!" 소리를 한 오십 번은 한 것 같아요.

그리고 어디든 그렇겠지만 벌레가 좀 있어요. 날아다니는 것에서부터 낙엽에 붙어있는 것들까지. 널려 있는 낙엽을 보고 한바탕 뒹굴고 싶었는데 그 위에 붙어 움직이는 벌레를 보곤 그 맘이 싹 가셨네요.


예쁜 건 아기도 아나봐요. 빨갛고 노랗고 갈색빛 도는 단풍이 정말 예뻤어요.

하지만 조금 춥더라고요. 따뜻하게 입고 왔는데 아이는 더 여며줄 걸, 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다른 아이들이 외투도 입지 않고 뛰어다니는 걸 봤는데 활동을 하면 어느정도 열이 오르기는 하지만, 저러다 감기 들텐데... 걱정스러웠어요. 요즘 아이들 너무 많이 아파서 소아과 대기줄이 그렇게 길다던데요.

 


저는 오전 11시에 방문하여 2시까지 놀다가 낮잠 시간이 되어 택시타고 집에 왔어요. 차로 30분이 걸리는 가깝지 않은 곳이지만, '다음에 가지 뭐'가 통하지 않는 곳이잖아요. 낙엽은 오늘도 다가올 겨울에 자리를 내주려는 듯 바삐 떨어지고 있던걸요.

집만 가깝다면 한 번 더 가고 싶어요.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고, 제 체력이 부족하기도 해서 다 돌아보지 못했거든요. 다시 가게 된다면... 그 땐 지금보다 더 따뜻하게 입어야 할 듯 싶네요.

🍁하남 나무고아원
• 주소 : 하남시 미사동 608
• 시간 : 매일 09:00~17:00 동절기 (11월~2월)
매일 09:00~18:00 하절기 (3월~10월)
• 이용료 :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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