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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우스
손현주 - 가짜 모범생 서평, 교육 학대는 폭력이다 본문
줄거리(스포주의)
여기 교육열이 어마무시한 엄마가 계십니다. 그녀는 자신의 아들들, 쌍둥이를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두 아들 중 한 명인 건휘가 스스로 세상과 작별을 고해요. 왜? 영재 소리 듣는, 엄마 말 잘 듣는 착한 아들이 대체 왜?
혼자 남은 아들 선휘는 엄마를 더 미워하게 돼요. 선휘는 형이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그 누구보다 이유를 잘 알았거든요. 그는 형처럼 고분고분하게 말을 듣다가 나중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습니다. 건강하게 자신의 감정을 다 표출했죠.
다행히도 선휘의 절규 앞에 엄마는 정신을 차려요. 평생 자신의 신념이 옳은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그녀이기에 내려놓기란 아마 쉽지 않았을겁니다. 그런 엄마를 선휘는 이제 용서할 수 있을까요? 그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요?
혼란의 와중에 은빈이라는 친구를 만나 겪게되는 감정선 이야기는 꽤 흐뭇합니다. 건전하고 바람직한 이성관계란 이런 것이다 란 생각이 들더군요.
엄마와 아빠
집에 티비가 없음은 물론이고 거실의 벽은 책이 빼곡히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 집에서 쌍둥이들은 오로지 1등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요. 엄마를 위해서.
아빠는 바쁘다는 핑계로 집에 잘 들어오지 않아요. 그러던 어느 날 선휘는 목격해요. 정처없이 광장을 배회하는 아빠의 모습을. 엄마의 아이들을 향한 도가 지나친 간섭에도 이렇다할 발언을 하지 못하는 아버지. 엄마로부터 아이들을 지켜줄 힘이 없는 무능력한 아버지. 쌍둥이는 세상에서 가장 편한 곳이어야 하는 집이 지옥 같았을겁니다. (대종이모라는 분이 아이들을 위로 해주었다고 하지만, 엄마와의 대립으로 결국 그녀 또한 집을 나가요.)
한 명이 애를 잡으면 한 명은 말리기라도 해야 하는데 이 집은 아무도 아이들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리고 엄마의 공부를 시키는 방법은 참으로 올바르지 못합니다. 1등을 하라고만 가르치기 때문이죠. 그리고 혹여나 성적이 떨어지면 가차없이 매를 들었습니다.
선휘 엄마와 스카이캐슬의 예서 엄마
책을 읽으며 문득 스카이캐슬의 예서 엄마가 생각났습니다. 그녀 또한 딸의 의대 진학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었지요. 그런데 선휘 엄마와 예서 엄마, 이 둘에게는 차이점이 하나 있었어요.
예서 엄마는 그래도 아이의 감정을 존중할 줄 아는 사람이었다는 겁니다. 예서가 친구들과 팀을 짜서 공부를 해야 할 때 그 안에 혜나가 있는 걸 알고 엄마에게 짜증을 부리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엄마는 거기에 대고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이지 말고 공부나 열심히 하라는 말을 하지 않아요. 딸이 오죽하면 저럴까 싶어 그 팀에 들어가는 것을 포기하고, 차라리 자신이 다른 학원들을 더 알아보기 시작하죠.
예서가 좋아하는 우주가 누명을 쓰고 감옥에 있었을 때도, 딸이 혼란스러워 하자 엄마는 진실을 폭로하려면 이제까지 해온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데, 다시 시작해야 하는데 할 수 있겠느냐며 울면서도 딸의 의견을 물어요. 모녀는 매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열심히 살아왔던터라 그간의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들기란... 결코 쉬운 선택이 아니었는데 말이에요.
밤새 고민해봤는데, 우리 딸 잘 먹고 잘 자고 마음 편한 게 제일일 것 같다.
그녀는 내가 코디만 쓰지 않았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거라고, 엄마가 정말 미안하다고, 너를 너무 사랑한다고 딸을 꼭 끌어안으며 울어요. 생각해보면 예서 엄마는 다른 사람들에게는 미움을 사는 인물이었지만, 자식에게만은 일관되게 존중하는 태도를 보였던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에비해 선휘 엄마는 어떤가요? 건휘가 농구를 하다 한 아이의 목을 조르는 일이 있었어요. 그 아이는 곧바로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는데요. 소식을 들은 선휘 엄마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건휘가 선휘보다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선휘에게 가서 형이 한 걸 네가 한 짓이라고 말해줄 수 없겠느냐는 충격적인 말을 해요.
물론 한낱 이야기에 불과하기 때문에 실로 진지해질 필요가 없다는 건 저도 압니다만, 선휘 엄마의 공감 능력이 결여된 모습에 주목할 필요는 있는 것 같아요. 그런 말을 들으면 선휘 그리고 건휘가 어떤 감정을 느낄까요? 선휘 뿐 아니라 건휘도 혼란스러웠을겁니다. 엄마가, 어른이, 아니 애도 장난으로라도 이런 말은 안 해요. 절대 하면 안 되는 말이잖아요.
그렇게 아이들의 정서를 파괴하면서까지 엄마가 지키고 싶었던 건 '1등'이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1등'을 지키고 반드시 명문대에 진학을 시켜야만 했어요.
예서 엄마와 선휘 엄마의 공통점은 사람들에게 욕을 먹는다는 것. '왜 저렇게 극성일까?' 하지만 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아이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할 때, 내 생각을 존중했느냐 아이의 생각을 존중했느냐. 거기서 갈리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평상시 아이의 자존감, 자신감에 관심이 있었느냐 없었느냐 하는 것도요.
예서는 한바탕 소란을 겪고 다음해 수능을 준비하게 되는데요. 자신이 직접 짠 자기주도 학습 계획표를 엄마에게 보여주며 씨익 웃죠. 그에반해 선휘는 엄마가 잘못했다고 하는 뉘우침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잘못을 용서하려면 시간이 걸린다는 말을 남기고 여행을 떠났습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아이의 감정을 존중해야겠습니다. 성적은 다시 올리면 되는데, 애착손상은 다시 회복 시키기가 아주 어려운 일인 것 같아요.
내게 취미와 특기라는 게 있었나? 취미와 특기도 어쩌면 학교 수행평가를 잘 받기 위해 급조된 것이었다. "나에 관해서 아는 게 그렇게 없어? 생각 좀 하고 살아라, 짜식아!" 선생님들은 이렇게 다그쳤다. 나에 대해 생각하고 느낄 틈을 공부에 빼앗긴 아이들을 무뇌아 취급했다.
아침 일찍 학교 갔다가 학원까지 마치고 집에 오면 늦은 밤인데 취미 특기 만들 시간이 어딨어요. 공부가 취미라고 말해야 할 것 같은 환경을 만들어놓고 '너는 너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느니... 웃겨요.
저 학교 다닐 땐 방과 후 활동이 활발하지 않은 편이었는데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어요. 다양한 흥밋거리를 접하고 배울 수 있게 학생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장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취미 특기 못 찾으면 어때 스트레스라도 풀고 가라는 의미에서라도요.
개들은 움직여야 했다. 이대로 살이 더 찐다면 아마 영원히 걷지 못할 수도 있다.
선휘와 은빈이 길을 걷다 목줄이 짧게 매인 개를 발견해요. 채소 과일을 파는 아저씨가 늘 곁에 묶어두는 개였죠. 그들은 개가 너무 불쌍했어요. 그래서 한 명이 망을 보는 사이 한 명이 줄을 끊어 개를 구해줍니다.
그리고 개의 목에 연고를 발라주어요. 그 개는 몹시 뚱뚱한 개였는데요. 운동을 전혀 하지 않아 배가 땅에 닿을 정도였어요. 개는 뛰어다녀야 하는데... 아저씨가 너무하단 생각에 그들이 벌인 꽤 과감한 일탈 행동이었죠.
하지만 곧 경찰에 붙잡혀요. 개 주인 아저씨에게 혼이 나고요. 물론 선휘의 엄마에게도 호되게 혼이 납니다. 선휘 엄마는 역시 개는 안중에도 없지만...
선휘는 그래도 설명했어요. 엄마가 이해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목이 짧게 줄에 매여 갑갑해보였다,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 하는 개가 너무 가여웠다, 개는 뛰어다녀야 한다... 그래도 여전히 엄마는 '어떻게 내 아들이 이런 일을!' 에만 포커스가 맞춰져 있네요.
개는 달려야 해요. 이대로 살이 더 찌면 영영 달리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사람은 자유가 있어야 해요. 자유를 억압 받으면 세상으로 달려나가야 할 시기에 나가고 싶어도 발이 땅에 못박힌 것처럼 한 발짝도 내딛지 못할 수도 있어요.
나쁜 엄마의 공통점이 뭔지 알아? 늘 불안하고 근심 걱정을 달고 살지. 언제나 망상이 먼저 발동하고 결국 아이 뜻을 꺾고 지배자가 되려고 해. 어쩌면 엄마는 감정이 마비되어 있는지도 몰라. 그러니까 내 감정을 읽지 못 하지. 누가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당사자인 아이의 기분이 어떠한가가 가장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아이가 지친다는 신호를 보내올 때 누구보다 빨리 알아채주는 엄마가 되고 싶어요. 남들이 다 가지 않는 길이라 할지라도 아이가 가고 싶어하면 기꺼이 아이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누가 엄마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그러게. 누가 우리를 이렇게 조급하게 만들었을까?
엄마는 단 한 번도 내 말에 귀 기울여 준 적이 없는 사람이다. 내가 행복하길 바라기보다는 나 때문에 행복해지고 싶은 사람이다.
육아가 참 어려워요. 우리는 인생을 먼저 살아봐서 어떤 길이 덜 힘들고 더 빠른 길인지 대충 알잖아요. 사랑하는 아이에게 지름길을 알려주고, 나름의 비법을 전수해주고 싶은건데... 아이는 꼭 제 몸으로 부딪혀 생채기를 낸 다음 경험치를 얻고 싶어하죠. 내 의도와는 달리 나를 오해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생각해보면 얘... 내가 낳았어도 내 소유물은 아니잖아요. 실패할 권리, 상처받을 권리 있잖아요. 내겐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줄 권한만이 있을 뿐이고. 내 생각이 맞음이 틀림없어도 가끔은 뒤로 물러나 줄줄도 알아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 방황해라! 그러다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 눈을 떴을 때 현기증을 느끼며 보는 세상, 거기서부터 시작이라고 오소희 작가님이 그랬다.) 내 욕심을 앞세워 가로막지 말아야지.
아이에게 분칠을 시켜 예쁘게 포장한 다음 무대 위에 올려놓고 내가 박수갈채를 받는 세상에서 가장 못난 엄마만은 절대 되지 않으리라고 새삼 또 다짐해봅니다.
선휘의 엄마가 변한 결정적인 계기는 선휘가 베란다 밑으로 떨어지려 할 때였어요. 하마터면 큰일날 뻔 했지요. 자신의 욕심으로 인해 두 아들을 모두 잃을 뻔 했어요. 그 일이 있은 이후 엄마는 병원에 입원해 심리치료를 받아요. 선휘는 학교를 그만두고 사막으로 여행을 떠나고요. 이야기는 이렇게 끝이 납니다.
아이가 꿈을 갖도록 환경을 조성해주고 꿈이 생겼다면 도와주고 지지해주는 게 부모의 역할인 것 같아요. 1등을 해야 한다고, 전교회장에 나가 스펙을 한 줄이라도 더 늘려야 한다고 잔소리를 하는 게 아니라요.
이 책은 다소 과장된 면이 없지않아 있습니다. 모든 엄마들이 선휘 엄마같지는 않을거예요. (그녀는 정신증을 앓고있는 것처럼 보였...) 선휘 엄마보다는 그로인해 힘들어하는 쌍둥이에 초점을 맞춰 읽으시면 더 좋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어요. 픽션이지만 안타까운 이야기였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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