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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 A. 패리스 - 브레이크다운, 누가 나를 고장내려 할 때

유하우스 2022. 10. 9. 18:16


그녀의 작품을 또 읽고 말았습니다. 그녀 덕분에 '심리스릴러'라는 장르에 흥미가 생겼거든요. 제 글을 보아오신 분들은 저자의 이름이 낯설지 않으실거예요.

 

 

[책] B. A. 패리스 - 비하인드도어 리뷰, 가스라이팅으로 버무려진 자극적인 심리스릴러 소설

제목은 생소할 수 있어도 이 표지는 익숙한 분들 많으실텐데요. 요즘 광고 많이 하잖아요, SNS에서. 저도 광고로 이 책을 처음 알았어요. 반은 속는 셈 치고 읽었는데 읽기를 잘했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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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B. A. 패리스 - 테라피스트 리뷰, 죄책감은 무서운 감정이에요

그녀의 <비하인드도어>를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도 읽어보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비하인드도어가 더 재밌었네요. 이 책의 묘미는 후반부에 모두 몰려있는 것 같아요. '누가 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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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으로도 이미 유명한 작품들인데 제가 리뷰한 바 있거든요. 아직 못 보셨다면, 참고 해주시길 바라고요. 오늘은, 브레이크다운입니다. 역시나 이번에도 가스라이팅이 난무해요. 특히 이번에는 제가 범인을 맞추지 못 할 정도로 주인공인 캐시 만큼이나 맘고생을 많이 했는데요. 심리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과연... 어떤 내용이었을까요? 소개해볼게요. 참고로 <스포주의>입니다.

줄거리


폭풍우가 휘몰아치는 날, 캐시는 숲속을 관통해야 하는 블랙워터라는 길을 선택해요. 남편 매튜가 절대 그 길로 오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 결과, 캐시는 그 곳에서 웬 여자와 눈이 마주치게 됩니다. 멈춘 차 안에서 멍하니 자신을 바라보던 여자... 누구였을까요?

비가 너무 많이 내려 당시에는 알지 못 했어요. 하지만 곧 뉴스 보도를 통해 알게 됩니다. 그 여자는 자신과 함께 점심을 먹은 적이 있는 제인이었다는 사실을요.

캐시는 죄책감에 휩싸입니다. 당시 무언가 이상했는데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고, 집에 돌아가 경찰에 신고해야지 해놓고도 잊어버렸어요, 경찰이 증인을 찾을 때도 뒤늦게 나섰고요. 그래서 그녀는 심리적 압박에 시달려요.

게다가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은 상태인데, 타살이었대요. 그가 캐시의 차 번호를 외웠으면 어쩌죠? 그럼 자연히 집 전화번호도 알 수 있게 되는데요. 그 이후 캐시네 집에는 침묵의 전화가 매일 걸려옵니다.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면 상대는 아무 말을 하지 않는거예요.

캐시의 어머니는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어요. 어머니의 병수발을 해 온 캐시는 그 병의 무서움을 알기 때문에 자신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까 몹시 걱정하는데요. 그런데 실제로 요즘, 자꾸만 의심스러운 일이 생깁니다. 사람들과의 약속을, 기계 사용법을 잊어버려요. 구매한 물건을 사고 또 사서 주위 사람을 당황스럽게 만들기도 하고요.

분명히 놓여있던 칼이 다시 돌아와보니 없고, 외출하고 와 보니 컵의 위치가 바뀌어 있고, 조용한 집 안에서 나는 기척을 기묘하게도 그녀만 겪어요. 그래서 그녀는 범인이 자신을 노리고 있다고 확신하게 됩니다. (제가요, 캐시만큼이나 맘고생을 했다고 했었잖아요? 그런데 상황이 그래요. 캐시 입장에서는 약속을 하지 않았는데 성립이 되어 있고 느닷없이 기계가 말을 듣지 않고 뜬금없는 물건들이 도착해 있는거예요. 하지만 이렇다할 이유는 딱히 모르겠으니 내 잘못인 것만 같고...)

그녀의 가장 친한 친구 레이철은 그녀가 이렇게 힘들어 할 때마다 위로를 해줍니다. 어느 날은 두 사람이 점심을 함께 먹으려 하는데 화장실에 다녀온 레이철이 급히 가 볼 데가 있다는거예요. 그리고 그녀가 나가자마자 웬 학생이 다가와 '제 친구가 당신의 친구 핸드폰을 훔쳤어요, 미안해요.' 라며 사과하죠.

핸드폰 속에는 캐시의 남편인 매튜와 레이철의 애정이 가득 담겨 있었는데요. 이제까지 캐시를 곤궁에 빠뜨렸던 모든 상황의 작전도 함께 적혀 있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예요.



 

 

캐시는 분노합니다. 창고에 칼이 하나 있었는데, 언론에 보도 된 실제 사건 현장에 사용된 칼이었어요. 그 칼은 왜 그 집 창고에 있는걸까요? 매튜가 범인이어서? 매튜와 연인인 레이철이 범인이어서? 캐시는 두 사람에게 복수를 하려고 레이철의 행주로 칼을 감싸고, 매튜가 범행 당시 집에 있었기는 하나 정말 그랬는지는 모르겠다는 말을 경찰에게 늘어놔요.

범인이요? 레이철이었습니다. 저만큼이나 캐시도 놀라요. 그저 복수하고 싶었을 뿐인데, 정말 그녀가 그랬을거라고는 생각지 못 했었거든요. 레이철은 캐시의 부모님이 제 2의 딸이라고 했을 정도로 그녀를 예뻐했는데, 자신에게는 유산을 남기지 않았다는 사실에 화가나 캐시의 돈을 빼앗기로 매튜와 모의한 거예요. 그런데 매튜와 자신의 관계를 제인이 알게 되고, 그 사실을 캐시에게 말하겠다는 그녀를 죽이게 된... 그런 연유였던거죠.

참고로 매일 집에 전화를 걸어오던 사람은 매튜였습니다. 레이철 못지 않게 매튜도 어마어마해요. 그는 캐시와 한 집에 살았던 사람이에요. 캐시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동시에 가하는 가스라이팅이, 돌이켜보니 너무나 자연스럽고 소름끼쳐 혐오감이 들더라고요.


주인공, 캐시



 

그녀는 끝까지 불쌍하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문자를 보고 난 뒤 이제까지 자신의 생각과 어긋났던 사람을 모두 다시 찾아가요. 그리고 묻습니다. 내가 정말 그렇게 말 했었느냐고. '아니? 네 친구가 그러던데?', '남편이 그러던데요?' 사람들은 대답하죠. 나도 엄마처럼 치매에 걸린 건 아닐까 스스로를 의심하던 캐시. 그녀는 정상이었습니다. 망상증 환자도 아니었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들에게 복수를 하죠. 그들이 그랬던 것처럼 상황을 연출하고 제 3자가 그들을 이상한 사람인 것처럼 바라보게끔 만드는 수법. 그러다 운 좋게 제인 사건의 범인이 밝혀진거고요.

만일 내가 그 핸드폰을 받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두 사람이 어떻게 나를 배신했는지, 지금으로서는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슬픔에 빠져 반드시 해야 할 일을 못하게 될까봐 두렵다. 점박이 암소(가게 이름)에서 수화기를 통해 매튜의 목소리를 듣고 모든 속임수의 실타래가 풀리던 순간, 결심한 것이 있다.


자신이 사랑하는 남편과 가장 친한 친구 두 사람을 동시에 잃어 속상한 마음이 컸을텐데 분노를 동력 삼아 진정한 복수란 이런것이다, 본때를 보여준 게 아주 멋져요. 당신이라면 어떻게 했을 것 같으세요?

 

 

레이철



 

처음부터 제인을 죽이고 싶지는 않았을 거예요. 이제까지의 일들이 모두 수포로 돌아갈까봐 그랬겠죠. 캐시의 돈을 뺏어야 하는데 매튜와의 관계가 들켜버리면 안 되니까 그녀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지도. 엄연한 범죄를 두둔할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요.

아빠가 레이철에게 유산을 남기지 않아 얼마나 소외된 기분을 느꼈을지, 내가 이해했어야 했다. 어떻게 그렇게 무심할 수 있었을까?


부모님을 여의고 캐시의 부모님에게 사랑을 받고 자란 레이철. 제 2의 딸이라는 소리를 듣고 자란 그녀도 그들을 진짜 부모처럼 의지하고 따랐던걸까요? 진한 배신감으로 인해 일어난 비극이에요. 어떻게 나에게는 유산을 남기지 않을 수 있는지 레이철은 이해할 수가 없었대요.

사실 캐시는 레이철의 마흔 살 생일 선물로 집을 사 두었어요. 생일에 맞춰 주려고 했던 거지요. '선물을 조금 더 일찍 주어야 했던 걸까?' 라는 생각을 할 정도로 레이철은 착한 친구를 두었었답니다.



 

 

남편 매튜는 레이철에게 끌려다닌 인상을 남겼기 때문에 따로 언급을 하지는 않을래요. 저는 처음엔 매튜가 범인인 줄 알았어요. 캐시가 집에서 이상한 일들을 겪을 때마다 그녀를 위로할 뿐 그녀의 말을 믿어주지는 않았거든요.

그러다 나중에는 캐시가 범인이 아닐까도 생각 했었습니다. 건망증이 너무 심해 제인을 죽인 이유를 무의식 중에 잊어버린 건 아닐까 싶었어요. 친구 존이 범인인 것 같기도, 범인은 따로 있는 것 같기도 했는데, 제 머릿 속 용의자 선상에 레이철은 없었기에 결과가 더욱 충격으로 다가왔었습니다.



 

 

저는 이번에 깜빡 속아 넘어갔어요. 여러분은 어떠셨어요? 초반에 눈치를 채버려서 책 자체가 재미 없었다는 분도 계셨는데, 저는 그 분이 눈치가 참 빠른 분인 것 같아요.

이전에 읽었던 저자의 책들과 비교하면 흡인력은 역시나 마지막 100장 정도에 몰빵이 되어있었던 것 같고요. 소재는 역시나 참신했습니다. B. A. 패리스는 일상 생활에서 벌어지는 막장 스토리를 너무나 잘 풀어 써요. 어딘가에서는 정말 일어날 것만 같은 일들이에요.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이은해 사건이 생각 났습니다. 내가 믿고 소중히 여기는 누군가가 나를 가스라이팅 하고 있다면. 언젠가부터는 그 사실을 내가 눈치를 채겠지만, 그 때 즈음엔 이미 내가 나보다 그 사람을 더 사랑하고 있어서 돌아가고 싶어도 돌아가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임을 깨닫게 되지요. 심리를 조작해 사람을 바보로 만드는 것은 아니, 사람의 기능을 망가뜨려 놓는 것은, 그 사람의 인생을 가지고 놀겠다는 말과 같은데 이건 개중에서도 아주 사악한 짓 같아요.



 

 

의사마저도 두 사람의 계략에 놀아나 그녀가 정신증 환자인 줄 알고 약을 처방해 주었습니다. 만약 내가 캐시의 입장이라면, 이 세상에 나 말고 모든 사람이 다 나를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있다면...

내가 나를 끝까지 믿어줄 수 있을까요? 세뇌가 얼마나 무서운지 새삼 깨닫게 됩니다. B. A. 패리스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껴요. 내가 내 말을 잘 들어줘야지. 나를 더 많이 사랑해줘야지, 하고요. 이번에도 역시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글을 참 맛깔나게 쓰는 이 작가. 피 한 방울 안 나오는데 어쩜 그렇게 사람을 피 말리게 하는지 몰라요. 리뷰는 이만 마칠게요. 제 글을 읽고 궁금한 점이 있으시다면 언제든 댓글 남겨주세요. 읽고 내려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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