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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우스
《지나영 - 세상에서 가장 쉬운 본질육아》 아이는 사랑하려고 낳는 거예요 본문
저자는 한국인 최초 존스홉킨스 소아정신과 교수이자 의사예요. 발달장애 아이들을 20년 넘게 돌보면서 깨달은 지혜를 이 책에 담았습니다. 부모로서 가져야 할 자세를 알려주고 있지요. 읽으면서 몇 번이나 망치로 뒷통수를 얻어맞은 듯 했습니다. 육아서 사이에 통용되는 뻔한 말이 아닌 깊이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말이 여러 번 나왔어요.
서두에서부터요, '나는 누구인가?' 아이를 알아보기 전에 부모 자신을 돌아보라고 먼저 물어요. 그리고 부모들에게 자신이 핵심 신념으로 꼽고 있는 가치를 이 중에서 한 번 골라보라며 보기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빨리 깨달았어요. 제목이 왜 <본질육아>인지를. 보기는 아래에 공유하겠습니다. 여러분도 찾아보세요. 이 중에서 다섯 개 정도를 꼽아 자신의 우선 순위에 놓고 마음 자세를 바로잡아보기를 권유 받았습니다.
내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진정성, 성취, 모험, 권위, 자율성, 균형, 아름다움, 용기, 공감력, 도전정신, 시민정신, 공동체정신, 역량, 기여, 독창성, 호기심, 결단력, 공정성, 믿음, 명성, 우정, 재미, 성장, 행복, 정직, 유머, 영향력, 내면의 조화, 정의, 친절, 지식, 리더십, 배움, 사랑, 충성도, 의미 있는 일, 개방성, 긍정성, 평화, 즐거움, 평정심, 인기, 인정, 종교, 평판, 존경, 책임, 안위, 자존감, 봉사, 영성, 안정성, 성공, 지위, 신뢰성, 부, 지혜
저도 이 중에서 다섯개를 꼽았습니다. 정말 꼽기 어려웠어요. 모두 소중한 가치들이라서요. 이 중에서 그래도 내가 더 필요로 하는 가치들을 우선 순위에 올려봤고요. 그러자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인지가 훤히 드러나 신기했습니다. 다섯개의 단어가 저 자체를 설명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그리고 제가 추구하는 이 가치와 인생관을 의도하든 하지 않든 아이에게 덧씌우지 않아야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아이는 아이만의 가치를 직접 찾길 원해요.
왜 서두에서부터 이런 질문을 했는지 그 이유는 서서히 드러납니다. 저자는 육아를 '밥 짓기'로 비유 했어요. 쌀은 아이고, 물은 사랑과 보호, 불은 가치와 마음자세라고요. 우리가 밥을 지을 때 더 맛있는 밥을 짓기 위해 정량의 쌀 위에 물을 가득 넣고 불을 세게 때나요? 그럼 망치지요. 즉, 기본에만 충실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적당한 물과 불만 있으면 발을 동동 구르고 있지 않아도 밥은 자연히 잘 만들어져요. 개중엔 밥을 맛있게 만들겠다고 소금 후추를 치는 부모들이 있지 않느냐는 말도 있었는데, 저 왜 이 대목에서 멈칫 했는지 몰라요.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 해보려 합니다. 기억에 남았던 부분 정리해서 공유 할게요. 사실 워낙 많아서 이 정도가 추리고 추린겁니다. 위에 얘기 했다시피 머리를 한 대 가격 당한 듯한 구절이 상당히 많아요.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 대체 어떤 부모상이 좋은 부모상일까?
자녀에게 헌신하는 부모? 자신의 삶을 열심히 사는 부모? 육아의 궁극적인 목표는 자녀의 독립이라고 했습니다. 그럼 자주적이고 독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이끌어가는 부모가 좋은 부모 아닐까요. 스스로 행복을 쟁취하는 모습이 무엇보다 큰 유산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아이에게 바라는 모습이 있다면 내가 그 모습이 되면 된다고 생각해요. 우리도 아이였을 때가 있었으니 알잖아요. 백날 천날 얘기해봐야 안 듣는다는 거.
왜 운동을 하려면 헬스장에 가야 한다는 걸 머리로는 아는데 몸뚱이는 움직이질 않잖아요. 주변에서 살 좀 빼라 운동해라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본인의 마음이 동하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아요. 사람은 내적동기에 의해 움직이는 동물이라서요.
내 부모가 행복한 모습을 보여준다면 그만큼 강력한 동기부여는 없을거라고 생각합니다. 이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배고프면 밥을 먹는 것처럼 자연스러운 삶의 행동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해요.
✔️ 내적동기
내적동기가 무엇이냐. 반대로 외적동기를 먼저 이야기 할게요. 돈같은 물질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번에 성적을 몇 점 이상 받으면 장난감 사줄게, 용돈을 얼마 줄게 하고 눈에 보이는 물질로 보상을 하는 것이지요. 그에 반해 내적동기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만들어줄 수도 없습니다. 내적동기는 오로지 나만이 구축할 수 있는 것이에요.
다만, 도와줄 수는 있습니다. 마음에 가닿게 도와줄 수 있지요. 저자는 내적동기로 '기여'를 이야기 했습니다. 예를들어, '네가 장난감을 치우면, 우리집이 깨끗해질 수 있게 도움을 주는거야'라는 식으로요. 스스로 성취감과 보람을 느끼게 돕는 것이라는 게 느껴지시죠.
저 또한 내적동기 유발을 위해 이 방법을 자주 사용합니다. '도와줘서 고마워', '네 덕분에', '엄마는 못 했는데 너는 해냈네', '어제보다 나아졌다' 같은 말을 많이 써요. 제가 그런 말을 하면 아이는 큰 소리로 대답하거나 조금 부끄러워 하며 괜시리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길 때가 있지요. 하지만 좋은 의도로 하는 말이라 할지라도 남발하면 좋지 않아요. 내 말과 행동이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눈치도 챙겨야 합니다.
✔️ 아이에게 꼭 가르쳐야 하는 4가지 가치
신뢰성, 책임감과 성실, 기여, 배려. 신뢰성은 행동과 말의 진실성을 이르는 말이고요. 기여는 내 재능으로 타인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처럼 세상을 살아갈 때 꼭 지녀야 할 가치들을 여러분은 어떻게 가르쳐주고 계신가요? 책이나 영상매체를 통해 전할 수도 있겠지만요. 아무래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역시 부모가 그런 사람이 되는 것이겠죠. 아이는 부모의 뒷모습을 보고 자란다고 하니까요. 그러고보면, 아이를 키우며 나도 자란다는 말과 일맥상통 하는 면이 있는 것도 같습니다.
✔️ 나는 나, 너는 너
하지만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는 아이, 나는 나라는 것. 나의 좋은 면을 닮기 바란다며 타인인 아이와 나를 동일시 해서는 안 되겠죠. 저는 조련을 하는 것이 아니고 조력자라는 생각으로 육아를 하고 있어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도록 가치와 마음자세를 보여주고 일러주는 한편 욕심내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아이의 성공은 아이의 것이고 실패도 아이의 것이니 저는 그저 뒤에서 조용히 기뻐하거나 슬퍼할 뿐이라고요.
저자의 말처럼 물(사랑과 보호)과 불(가치와 마음자세)을 적당히 때어주기만 하면 그 후의 인생은 아이가 알아서 잘 헤쳐나갈 것이고, 근본이 튼튼하면 실패를 해도 배울점을 얻으며 제 힘으로 일어날 수 있으리라고 믿어요.
특히 출산 후 육아휴직으로 집에만 있게 되었다면 자존감이 더욱 떨어질 수 있다. 이런 격한 역할 전환(role transition)의 순간에 해로운 생각이 틈탈 수 있다. 그건 바로 '아이를 잘 키워냄으로써 내 자존감을 회복해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아이와 내가 '완전히 다른 객체'라는 개념이 흐려지고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마치 아이가 나의 연장인 것처럼 인식될 수 있다. 이때 무의식적으로 아이를 대리만족의 수단으로 여기게 될 수 있는데, 여기서부터 부모와 아이의 불행이 시작된다. 그래서 부모의 자존감이 중요하다. 자신의 자존감이 어느 정도인지 먼저 파악하고, 자존감이 약하다면 이것을 직시하고 내 자존감을 더 건강하게 만드는 것을 우선순위로 두어야 한다.
부모의 자존감이 낮으면 아이에게 대리만족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부모는 부모의 삶을 살아야 합니다. 부모의 인생도 앞으로 최소 30년 이상 남았어요. 자신의 인생을 위해서라도 부지런히 배우고 성장해야 해요. 저는 하고 싶었던 공부를 하고, 미혼일 적부터 갖고 있던 취미 생활도 틈틈이 하고 있습니다. 제 자신을 챙겨가며 육아 하고 있어요. 부모가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다는 건 곧 가족의 평화와 연결되는 말인 것 같습니다.
✔️ 실패에 대하여
실패에 민감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실패할까봐 애초에 시작조차 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죠. 왜 그런걸까요. 저는 그들의 어린 시절에 어른들의 '잘해야만 한다', '실패는 실망스러운 것'이라는 메시지가 들어갔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네가 성공했냐 아니냐보다 이걸 했다는 게 용감한 거야. 잘하지 못할까봐 두려워서 못하는 사람도 많은데 넌 그걸 했잖아."
이런 말이 나옵니다. 예를들어 아이가 새로 전학 온 친구에게 '친구하자'라고 먼저 손을 내밀었다고 쳐요. 그런데 그 친구는 거절했고요. 아이는 집에 와서 엄마에게 "친구 사귀기에 실패했어"라고 말했어요. 이 때 부모가 내놓을만한 괜찮은 답변은 무엇일까요?
"그래? 서운하고 아쉬웠겠네. 그래도 친구에게 용기를 내서 물어봤기 때문에 있었던 실패 아니야? 같이 놀자고 했을 때 그 친구가 놀고 싶지 않을 수도 있기는 하지. 좀 어색해도 시도해본 것은 잘했어. 다음에 또 한번 물어보는 것도 괜찮겠는데."
실패를 아무렇지 않은 척 흘리거나 과민반응 하지 않았어요. 일단 아이의 마음을 공감해주고, 어른의 시각에서 지혜를 나누어줬죠. 비록 친구 사귀기에 실패했어도 너는 용기를 낸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하도록 건넨 말이 인상적이었어요. 만일 제가 아이였다면 엄마에게 큰 위로와 힘을 얻었을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말은 오래도록 제 인생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아요.
✔️ 조력자
위에 한 번 언급했던 단어네요. 저는 아이의 조력자라고 생각합니다. 아이에게 부모는 우주일 수 있으나 저 자신은 그래요. 그래서 도와주려고 합니다. 제 마음대로 휘두르는 게 아니라요.
"어떻게 하면 내 말을 듣게 할 것인가?"에서 "어떻게 하면 아이가 좋은 선택을 하도록 도와줄 것인가?"로 질문을 바꾸어야 한다.
가령 밤에 잠들기를 싫어하는 아이라면 이제 그만 자자는 말보단 시계나 타이머를 활용하는 방법. "시계가 10을 가리키면 자는거야"라고 아이와 약속을 해두고, 아이가 스스로 약속을 지켰다면 밀려오는 작은 뿌듯함을 느낄 수 있게 도와주는거예요. "모래시계가 다 내려가면 자러 가는거야"라고 약속을 해도 좋을 것 같아요.
물론 말처럼 잘 안 되는게 바로 육아죠. 하지만 이런 느낌이라는 겁니다. 올바른 울타리를 미리 조성해 놓고 아이가 스스로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거요.
이 외에도 본질육아에는 고개가 끄덕여지는 육아팁이 참 많이 담겨 있습니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우니 하이라이트 해 두었던 부분 두 개 더 공유 할게요.
내가 자유롭게 나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을 내릴 권리가 있듯이 우리의 자녀들도 같은 권리가 있다. 아이에게 '내가 너의 인생에서 중요한 결정에 대해 더 잘 아니까 너는 나의 말을 따르라'고 말해선 안 된다. 자녀의 자율성을 침해할 권리가 부모에게 주어지지 않았다. 그 누구에게도 주어지지 않았다.
이 말을 듣고 아이를 봤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옷을 입어야 하는데 계속 도망을 다니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도망은 제가 붙인 단어. 아이는 말을 못 하거나 하기 싫어서 안 했던거겠죠) 그 때, '그래, 너도 네 생각이 있겠지'라는 생각이 들었고,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하고 보니까 제가 그 상황에 옷을 반드시 입혀야만 할 이유가 사라지는 걸 경험했어요. 그래서 "여기 둘 테니까 입고 싶으면 입어. 도움이 필요하면 얘기해"라고 말해줬습니다. 신기하게 화가 나지 않았습니다. 화가 날 수도 있는 상황이었는데 아이의 자율성을 인정하니까 그 상황이 달리 보였어요.
"공부 잘해야 무시 안 당하고 산다. 이러면 커서 무시당해." 이 말은 상대적 존재 가치를 직접적으로 가르치는 것과 같은 심각한 표현이다. 인간은 태어난 순간부터 존중받아야 할 절대적 존재 가치가 있다. 그런데 이 말은 네가 공부를 잘해야 가치 있는 사람으로 존중 받고 네가 공부를 못 하면 존중을 못 받는다는 완전히 잘못된 메시지가 아닌가. 게다가 노력해도 잘 안 될 수도 있다. 그러면 열등감과 자괴감, 자책감이 생긴다. 반면 아이가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잘하기도 한다고 해보자. 그럼 이 아이의 마음에는 공부를 잘 못하는 사람은 무시해도 된다는 생각이 은연중에 자리 잡힌다. 그러므로 이런 말은 사람은 원래 급이 나누어지는 것이고, 높은 곳의 사람이 낮은 곳의 사람을 무시해도 되며, 네가 무시 당하게 된다면 다 네 탓이라는 굉장히 위험한 의미를 포함한다.
좀 길지만 다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절대 해서는 안 될 말이지요. 무심코 내뱉은 말이 아이의 가치관이 될 수 있어요. 공부 못하는 사람을 무시하는 사회 분위기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서이지 않나 싶습니다. 네가 무시 당하는 것은 공부 못 하는 네 탓이라니요.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하는 제 말중에 잘못된 것은 또 없는지 생각해 보기도 했습니다.
문장 하나하나에 자신감과 확신이 깃들어 읽는 내내 수업을 받는 학생의 마음가짐으로 편하게 보았어요. 육아에 필요한 이러저러한 것 일단 다 빼고, 가장 중요한 걸 알기 원하시면 이 책 추천 드려요.
육아서를 읽을 때마다 드는 뻔한 생각이 있는데, 새삼 부모의 역할이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의 도화지에 나는 마음대로 그림을 그려서는 안 되는 것 같아요. 붓을 쥐는 방법, 세상엔 다양한 그림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 그린 그림을 보고 함께 이야기 나누는 것 등이 내게 허락되었을 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역시나 오늘도 길어졌네요? 그래도... 당신에게 도움이 되는 글이었기를 바랍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감기 조심하세요.
'책 읽어주는 엄마 > ✔️ 육아서'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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