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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아 - 3인칭 관찰자 시점》 그는 괴물인가, 오해와 편견의 희생자인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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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경아 - 3인칭 관찰자 시점》 그는 괴물인가, 오해와 편견의 희생자인가

유하우스 2023. 3. 22. 10:22


이 책은 주인공이 독자에게 설명을 해주지 않아요. 주변의 사람들 즉, 제 3의 인물들이 그를 보는 생각 위주로 흘러가는데요. 심지어 지나가는 도쟁이의 시점도 나오거든요? 그래서인지 주인공이 더더욱 궁금해 지더라고요. 자기가 자기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안 하니까.

작가의 의도였겠죠? 사실 주인공 디모테오는 작가가 주관적으로 판단하면 안 되는 인물이긴 합니다. 그가 걸어온 삶의 길을 되짚어보면 무조건 한 쪽으로 치우쳐질테니까요. 극단적으로 가엽거나 극단적으로 혐오스럽거나. 그래서 그에게 발언권을 아예 주지 않은 것 같아요.

우리에게 매우 낯선 미지의 주인공 디모테오는 여러 사람을 죽인 적 있는 아버지의 아들이에요. 그 타이틀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는 사람입니다. 혹시 여러분은 이와 같은 사람이 주변에 있나요?

드물겠죠. 그래서 저도 그를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아무리 많고 많은 사람들이 눈과 입으로 그를 설명해 줘도 이해가 가질 않았어요. 책을 읽고 덮은 지금까지도 사실 혼란스럽습니다. 잘 정리가 되지 않네요.

 


작가는 이 책 속에 주인공의 생각은 물론이고 본인의 생각도 담지 않았습니다. 판단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라는 듯이요. 저는 부족해서 더 멀리까지 생각이 미치질 못 하나 봅니다. 다른 분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는지 궁금하네요.


내용



디모테오는 심해성당에 새로 부임한 신부입니다.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아주 많았죠. 그런 그에게 아무에게도 말 못할 씻을 수 없는 상처가 하나 있었는데요. 그건 바로 그의 아버지가 사람들을 연달아 죽인 반사회적 인격장애자였다는 사실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현재 감옥에 있어요.


인물1.
디모테오의 아버지, 강치수



한마디로 골칫거리가 따로 없어요. 현재의 아내 그러니까 디모테오 신부의 엄마를 강제로 탐해 결혼까지 하게 만든 범죄자 강치수. 결혼을 하면 좀 나아지나 싶었지만 그의 범죄행위는 날이 갈수록 포악해지기만 했죠. 어느 날은 집에 지하실을 하나 만들어요. 아무 죄도 없는 사람들을 잡아 넣고 거기서 제 욕구를 채우려고. 여기서 또 충격적인 사실은 그는 그런 행동을 가족에게 숨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내는 물론이고 어린 디모테오(이하 테오)도 그 사실을 알았어요.


인물2.
디모테오의 친구, 베드로



어린 테오의 친구였던 베드로는 누나와 길을 걷다 우연히 강치수와 마주치게 됩니다. 그리고 별 의심없이 그를 따라 지하실까지 가게 되죠. 거기서 베드로의 누나는 베드로를 구하려다 죽음을 맞게 됩니다. 그로인해 베드로는 큰 충격을 받게 돼요.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지하실 문을 열고 들어온 테오의 엄마가 베드로를 감싸기 위해 몸을 던져 그를 막았다가 그녀 역시 죽음을 면치 못하게 되거든요.

그리고 뒤이어 들어오는 한 소년. 테오입니다. 그는 강치수 앞에 무릎을 꿇고 살려달라고 빌어요. 훗날 강치수는 테오에게 이런 말을 하는데요. '그 때 내가 너를 죽였어야 했다', '그 날을 땅을 치고 후회한다'고요. 어찌되었든 테오와 베드로는 살아남았습니다.  

그 후 둘은 가장 친한 친구가 되어요. 여기서 저는 베드로가 이해가 잘 가지 않았는데, 테오가 강치수의 은신처를 경찰에 밀고함으로 그가 감옥에 들어간 사건은 퍽 고마운 일이었던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베드로는 테오를, 나를 살려주었을 뿐 아니라 비슷한 아픔을 가진 친구라고 생각하며 진심으로 걱정하고 신경써줘요. 저같으면 사랑하는 누이를 죽인 작자의 아들을 원망했을 것 같거든요. 원망은 커녕 제 한 몸 바쳐 적극적으로 그를 변호하고 지켜주는 모습이 저는 놀랍고 또 의아하기도 했어요.


인물3.
디모테오를 좋아하는, 레아



디모테오는 잘생긴 외모로 성당 내 팬이 많았는데요. 그 중 레아라는 한 소녀가 있었어요. 레아는 품행장애 진단을 받은 다소 정신없는 아이였습니다. 나이에 맞지 않게 그저 저 하고 싶은 대로 말하고 행동했죠. 레아는 테오에게 자기 마음을 알아달라고 떼를 써요.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레아가 죽었어요. 왜?

사람들은 레아가 테오에 대한 마음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속상한 마음에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테오 빼고요. 그는 그동안 레아를 관찰하고 진료했던 마해석이라는 의사를 주의깊게 봅니다.


인물4.
디모테오를 노리는, 마교수



마교수는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주로 만나는 의사예요. 그런 그에게 무슨 문제가? 보통은 주치의와 이야기를 나누고 나면, 특히 정신건강의학과의 경우에는 마음이 덜 어수선해지는 게 일반적인데요. 그의 환자들은 그와 이야기를 나누고 난 후 갑자기 삶을 포기한다거나 하는 모습들을 보였어요. 왜? 아, 그렇다면 혹시 그와 대화를 나눈 레아가 선택한 그 결정이라는 것도 마교수의 입김이 작용했던 건 아닐까요?

마교수는 그 부류를 치가 떨리도록 싫어했던 사람입니다. 증오했기 때문에 있는 힘껏 나락으로 끌어내리려 한 거예요. 하지만 그에게도 그가 그런 사람이 된 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어요.

그는 과거에 테오의 엄마를 사랑했어요. 그녀가 강치수에게 큰 상처를 입고 강제로 결혼까지 하게 되는 모습을 그는 어떤 마음으로 지켜봤을까요? 한 번은 그가 강치수를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육식동물 앞의 초식동물처럼 바닥에 납작 엎드려 목숨을 구걸하거든요. 그 날의 치욕을 그는 평생 잊지 못 하게 되고요.

강치수와 큰 연이 없는 사람들에게조차 본능적인 미움을 품었던 그에게 테오라는 존재는 얼마나 크게 다가왔을까요?


이 책의 하이라이트



강치수와 마교수, 베드로와 테오. 강치수의 운명은 어떻게 될 지, 테오를 향한 분노를 마교수는 과연 어떤 식으로 표출할 지, 테오를 신뢰하는 베드로의 마음은 언제까지 지속이 될 지, 그리고 이 모든 이들에 지독히 얽혀있는 테오는 어떤 행동을 할 지... 즐거움을 위해 모든 것을 말하진 않겠습니다. 영화로 치면 이 부분이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겠네요.

거센 폭풍이 지나고 난 뒤 기찻길에 홀로 앉아있는 테오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작가님의 의지가 대단하다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속마음을 단 한 번도 말하지 않는 주인공은 처음입니다. 다 읽고나니 그건 어쩌면 또 다른 형태의 형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요.


피해자에게 용서받는 법



요새 더글로리라는 드라마가 핫하잖아요. 저는 제대로 보지 않고 짤로만 접해 정확한 내용은 모르지만, 이런 생각은 한 적이 있어요.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진정으로 원하는 건 무엇일까?'

그건 더도말고 덜도말고 내가 받은 정신적 고통인 것 같아요. 학창시절에 피해자는 느닷없이 가해자에게 상처를 입었는데 심지어 그걸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하죠. 그 자체도 억울하고, 가해자가 일말의 죄책감 없이 아무렇지 않게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 화가 나기도 하고요. 이제와 사과를 한다고 해도 내 상처는 사라질 것 같지도 않은데 말이에요.

피해자가 받은 정신적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얼마나 슬프고 서럽고 화가 나겠습니까. 가해자가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달래줄 수 있는 방법은 평생 죄책감이라는 짐을 내려놓지 않는 것인 것 같아요. 근심에 사로잡히고, 깊은 우울에 빠지고, 행복하면서도 불안해야 합니다.

그래야 피해자의 마음이 조금은 달래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죗값을 내 목숨으로 치르려고 했네."
"목숨만큼 가벼운 죗값은 없습니다"
"그럼, 무엇으로 내 죗값을 치러야 한단 말인가?"
"죗값은 살아내면서 평생을 두고 치러야 하는 겁니다. 죄책감을 가슴에 담아두고, 하루하루 무거워지는 고통을 오롯이 견뎌내야만 진짜 용서를 받을 수 있는겁니다. 그게 죽어버리는 것보다 훨씬 더 어려운 일이기 때문입니다."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저도 지금 죗값을 치르며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테오를 다시 조명해봅니다. 그의 아버지에게 죽임 당한 이들의 가족 시선에서 테오는 어떤 인물로 비춰질까요? 그들의 눈에 테오는 영영 행복해져서는 안 되는 사람입니다. 저는 그래서 작가가 테오에게서 입을 빼앗았다고 생각했어요. 나를 변호 할 수 있는 기회조차 주지 않은거죠. 저는 그렇게 무력하고 우울한 테오의 모습이 누군가에겐 심심한 사과로 받아들여질 지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독자마자 해석은 달라요. 저는 테오의 그런 모습을 '사과와 위로'라고 봤지만 전혀 다른 해석이 나올 수 있음도 인정해요. 특히 이와같은 경우 즉, '범죄자의 자식은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 와 같은 주제에 있어서는 각자의 가치관에 따라 생각이 다 다를 수가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테오와 강치수를 따로 놓고 볼 수 없었어요. 부모의 죄는 부모의 것, 으로 끝나면 좋겠지만, 나사 하나 빠진 정신이 될 정도의 큰 충격을 받으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남한테 상처 주면 그게 다 언젠가는 나한테 돌아오는 것 같아요. 지금 당장은 잘 몰라도 십년 이십년 후에 비수로 날아와 가슴이든 등이든 꽂히는 것 같습니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살아야겠습니다. 지금도 내 안에 소화 되지 않은 미안한 감정이 너무 많아서 힘든데...





이 책은 주인공의 마음을 알 수 없는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어 답답함을 느끼는 분들이 계실 수 있어요. 그런데 생각보다 그에 대한 불평 불만(?)은 많이 보진 못 했네요. 그보다는 테오의 외모 묘사에 흥미를 보이는 분들이 압도적으로 많았어요. 왜냐하면 그는 작중 훈남 정도가 아니라 되게 되게 미남으로 나오거든요. 성당에 팬클럽이 생기고 진료를 받으러 간 병원의 간호사가 첫 눈에 반할 정도로요.

출처: 영화 검은 사제들


사람들이 배우 강동원이 떠오른 책이었다고 말을 많이 하던데, 음... 이 책이 영화화 된다면 숱한 짤 무한 생성 될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하지만 혹시 영화화가 된다면 그 땐 이야기가 좀 더 다듬어져 나왔으면 좋겠어요. 테오의 생각이 조금은 가미된 내용으로다가. 그리고 자신의 누이를 죽인 강치수 앞에서 자신을 지켜줬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 베드로의 마음이 실은 어떤지 그 복잡하고 다면적인 심정도 조명을 해줬으면 좋겠어요. 떡 줄 사람 생각도 않는데 캐스팅이 궁금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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