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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우스
11월 첫째 주 책육아 / 본격적인 책놀이 본문
날이 많이 추워졌지요? 올해는 특히 더 가을이 아닌 '갈!' 같은 느낌인데요. 파라바이러스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소아과 대기가 무척이나 길다고 들었어요.
저희 아이도 얼마 전 파라바이러스로 심하게 앓았었거든요. 지금은 다 낫긴 했지만. 아실거예요, 아이가 아프면 부모도 너무 너무 힘들다는 거.
물론 따뜻하게 입고 나가면 되긴 돼요. 그런데 그러다 저나 아이 중 한 명이라도 감기에 걸리면, 그건 두 명이 걸리는거나 다름 없기 때문에 외출을 잘 안 나가게 되더라고요.
11월 첫째 주는 주로 집에서 많이 놀았습니다 :)
역시 따뜻한 우리집이 최고예요.
11월부터는 책육아를 함께하는 맘들과 돌아가며 주제를 정하기로 했어요. 이 날의 주제는 가족, 가족간의 사랑이었습니다.
앤서니브라운 책에서는 무엇이든 해내는 엄마 아빠 모습이 재치있게 그려져 있어요. 우리 엄마 라는 책에,
우리 엄마는 무용가가 되거나 우주 비행사가 될 수도 있었어요. 어쩌면 영화배우나 사장이 될 수도 있었고요. 하지만 우리 엄마가 되었죠.
라는 부분은 읽을 때마다 뭉클해요. 두 책 모두 각 장마다 문장을 설명하는 몸짓을 하고 있어서 "아빠 뭐하고 있어?" 물어보면, 그 모습을 흉내내는 아이가 너무 귀여워서 미치는줄 알았어요. 두 책 모두 부모가 거의 신처럼 묘사되어..
읽을때마다 부담스럽지만 아이 눈엔 우리가 그렇게 보일 것 같아요. 어릴 때 제 눈에 비친 제 부모님이 그랬거든요.
두 책 끄트머리에 웬 작은 손이 엄마 아빠 가슴에 손을 대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거 누구야?" 하고 물어보니 "나!" 라고 대답하더라고요. 신기했어요.
엄마 아빠 그리고 나 라는 책은 너무 행복하지만 아이를 갖지 못해 슬퍼하는 부부에게 아이가 큰 선물처럼 다가온다는 내용이에요. 놀이터에서 노는 아이들을 슬픈 눈으로 바라보는 장면에서 임신을 소원하는 부부들이 떠올랐는데.. 저도 덩달아 슬퍼졌네요. ^^;
이 날 주제는 종이찢기였어요. 찢는 걸 아이가 했음 더 좋았을 것 같은데 별 흥미가 없어 자리 이탈하기 전에 눈치껏 제가 후딱 찢고 책 꺼내줬어요.
당초엔 몸에서 나는 눈물과 콧물을 찢은 종이로 서로의 얼굴에 붙여 표현하고, 거울보고 얘기 나누는게 목적이었는데...
제가 주섬주섬 얼굴에 종이 붙이니 한심스럽게 쳐다보기만 하더라고요. 책을 반복해 읽고 다시 한 번.. 몸에서 나는 물을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다 설명해줬는데 끝까지 별 흥미가 없어서 결국...
베이비드림북 손가락놀이책에 끼워넣으며 눈손협응력, 대상영속성을 이해하는 시간으로 마무리 했어요. 🤭 그래도 끝까지 자리 이탈하지 않고 나름대로 참여하려 하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예뻐요.
이 날 주제는 과일이었어요. 바나나 한 송이, 샤인머스켓 한 알, 귤 한 개. 각각의 물건 세는 단위를 알려줬어요. 그리고 내친김에 집에 있는 사물을 가지고도요. *모든 물건은 한 가지 단위로 통일되어 있는 게 아니구나, 정도만 알아주면 좋겠는 마음으로 임했습니다.
근데 하고보니 그냥 해당 과일 책 꺼내 자라는 과정이나 특징 짚어주는 게 좋았을 것 같아요. 종류가 많은 것이 아니라 얘깃거리가 금방 동나더라고요. 어린애한테 주입식교육을 할 수도 없었고요.
장소가 마트나 시장이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그래도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 먹으며 좋아라 해서 저도 크게 상심하진 않았습니다. 😊
이 날 주제는 동물이었어요. 저희 집은 고양이를 키워요. 그래서 그런지 역시 고양이 책을 가장 좋아하네요. 😂
책은 고양이가 짝을 찾는 내용인데 '짝이라면 모름지기 높은 곳에 잘 올라가야 하고~' 뭐 이런 내용이에요. 고양이 특징이 잘 나와 있어 좋더라고요.
높은 곳에서 뛰어내린 고양이가 사뿐히 내려앉는 부분에선 아이도 위에서 떨어지듯 폴짝거리며 좋아했어요. 책 페이지가 옆으로 펼쳐져서 쫙 펴놓고 아이랑 저랑 번갈아가며 걸어보기도 했고요. (책 징검다리 놀이가 생각나서 해줘봤는데 이 날은 일단 fail... 담에 다시 도전!)
그리고 요즘은 수세기도 좋아해서 권하지 않아도 먼저 고양이 수를 셌어요. 저는 제시만 하고, 거의 아이가 주도한 책놀이 시간이었습니다.
21개월, 이제 아이가 책을 좋아하는게 눈에 보여요.
이를테면 설거지 할 때 혼자 그림 보며 그림 읽고요. 밥 먹을 때 "책!"은 이제 습관이 된 듯 해요. (좋지 않은 습관이라는 거 압니다) 심심하면 책을 왕창 가지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고 그리고.. 어찌 보면 우습고 별볼 일 없는 엄마표 책놀이에 엉덩이 떼지 않고 끝까지 있어 주는 건 음, 놀라운 일이라고 생각해요.
아이 돌 전에는 저 혼자 스타트선에 서 '아가 이리온' 하는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제 속도로 부지런히 걸어온 아이와 비로소 함께 서 있는 느낌이 들어요.
아이가 두 돌이 다 되어가니 이런 날이 다 오네요.
뭐.. 육아는 두돌이 다 되어간다고 해서 갈수록 수월해지고 그런 건 아닙니다만... 🥲
이제 책에 관해서만큼은 아이가 마음을 활짝 열고 시키지 않아도 여기저기 알아서 기웃대서 좋은 현상인 것 같아 사실 많이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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