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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니시무라 겐타 - 고역열차 (스포주의)

유하우스 2020. 2. 14. 15:32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제 144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니시무라 겐타의 소설 <고역열차>.

AKB48의 멤버 마에다 아츠코가 열연한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의 감독은 아츠코와 함께 꿈도 희망도 없는 간타를 극장에 노출시켰다. <모라토리움기의 다마코>를 본 적이 있는데 극 중 주인공인 다마코 역시 만화책을 읽는 일 빼곤 딱히 하는 일 없이 시간을 버리는 한심한 취업준비생이다. 계속해서 이러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다마코와 간타 같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위기감을 동시에 일깨워주고 싶은 것 같다.

 

 

간타는 하루 하루 일용직 노동으로 돈을 벌어 먹고 사는 중졸 학력의 청소년이다. 학교를 싫어하거나 딱히 공부를 못하는 것도 아니었던 간타에게 아버지의 성범죄는 자신 뿐만이 아닌 가족 모두의 인생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일이었다. 무슨 일을 해도 '성범죄자 가족' 이라는 딱지가 발목을 잡을 것 같아 그 나이에 누려야 할 당연한 것들을 외면하는 사이, 간타는 어느 순간 '애초에 심성이 뒤틀린 아이' 가 되어버리고 만다.

분명히 간타는 잘못한 것이 없다. 세상을 향한 간타의 분노가 무서워 다가오지 못한 사람들은 어쩔 수 없지만 어린 아이에게 '성범죄자 아들'이라는 이야기나 수군거리고 다니는 어른들은 정말 나쁜 것 같다.
간타는 열아홉의 나이에 항만 노동일을 하며 생계를 꾸려 나가는데 그 곳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만나게 된다.
대학에 진학하기 전 용돈을 벌러 나온 구사카베는 적당히 공부를 하고, 보통의 여자친구를 사귀는 평범한 남학생이다. 하루는 여자친구를 사귀고 싶은 간타가 꾀를 써 구사카베의 여자친구를 포함한 술자리를 만드는데 자신의 앞에서 진로 고민과 입바른 얘기를 주고 받는 두 사람에게 알 수 없는(간타만 모르는 열등감) 분노가 일어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싶어진다. 일부러 술을 잔뜩 마신 간타는 삿대질을 하며 성희롱은 고사하고 노력에 대한 모욕과 수치를 큰 소리로 떠벌린다.
소리만 크고 영양가 없는 고성에 질색했을 두 사람이 그 순간은 나도 안쓰러웠다.
두 사람에게는 그 날이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간타는 너그러운 구사카베와도 서서히 멀어졌고, 그렇게 친구도, 연인도 없는 무미건조한 삶은 계속되었다.
이러다 노숙자로 쓸쓸히 죽어가는 건 아닐까 조용히 안타까워 하고 있었는데 나이든 간타는 자신의 노력을 있는대로 끌어모았으리라. 그의 뒷주머니에 꽂혀있던 후지사와 세이조의 사소설이 그를 구원해준 덕에 그는 글을 쓰는 작가가 된다.

 

하지만 유일하게 아침을 기다리며, 뼈를 깎는 허리 고통에도 하루하루를 소설로 버티게 해준 문학상 수상은 끝내 간타를 외면했고 음울한 색채가 짙게 깔린 후반부의 이미지는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그리고 작가는 간타의 고역열차는 앞으로도 계속된다는 듯 이야기의 막을 내려버렸다. 독자에게 상상의 여지를 주는 결말이 일본 드라마 <라이프>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이 책은 작가의 삶을 본 떠 만든 작품이다.

실제로 니시무라 겐타는 중졸에, 폭행 사건으로 두 차례 체포된 바가 있으며 부친이 성범죄로 감옥에 수감되었다. 부두 하역 노동이나 경비원, 주류판매점 배달원 등의 일을 하며 육체 노동으로 밥벌이를 하다 후지사와 세이조의 사소설에 마음이 움직여 뒤늦게 소설을 썼다고 한다.
이런 그가 일본 최고의 문학상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을 때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결혼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면 안 될 곳에 간다고 인터뷰 한 그가 빛이 되었다고는 말 못하겠지만 흙탕물에서도 꽃은 핀다. 고 정리해 두고 싶다.

세상은 밑바닥 인생을 살아온 간타의 성공 스토리를 기다리기 때문에 작가도 작품으로 더 힘을 냈으면 좋겠다.

 

 

니시무라 겐타의 이름은 <고역열차>로 내 가슴에 총알처럼 박혔다.
용기를 내 준 그에게 위로와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아래는 니시무라 겐타의 인터뷰 중 일부를 발췌한 것이다.



"자신보다 못한 사람의 이야기를 읽고 위안을 얻기 바란다."

"아버지는 물론 어머니, 누나와도 연락을 끊은 지 26년이 지났어요. 수상 소식을 접하고 연락이 올 법도 하지만, 아직까지도 연락이 없어서 어디서 어떻게 사는지 소식조차 모릅니다."

"30여년 전 11세의 나이로 떠밀리듯 야반도주를 했던 바로 그 순간, 내 인생은 종치고 막을 내려버렸어요. 제가 아무리 노력한들 성범죄자의 아들이라는 사실을 지울 수는 없어요. 이 때문에 일자리는 한정 되고, 제대로 된 여자라면 바로 제 곁을 떠나버렸죠. 범죄를 저지른 가해자의 가족은 단지 가족이라는 이유로 죄도 없이 벌을 받아요."

"한 번은 구치소에서 제 작품을 보고 감명을 받았다는 편지를 받은 적이 있어요. 막다른 골목에 부딪친 사람들이 제 소설을 읽고 용기를 냈으면 좋겠어요. 한편으로는 '뭐 이런 소설이 다 있어?'라고 생각한다 해도, 소설을 읽고 즐길 수 있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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