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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도쿠나가 케이 -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 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 일지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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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리뷰] 도쿠나가 케이 - 이중생활 소녀와 생활 밀착형 스파이의 은밀한 업무 일지

유하우스 2020. 2. 16. 17:15

 

제 12회 보일드 에그즈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전직 만화가 지망생이었던 저자를 한껏 녹여낸 듯한 여주인공이 25살의 나이에도 불구 여전히 소녀같은 이유는 도쿠나가 케이가 순수한 감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순정 만화 여자 주인공과 마흔 여섯살 아저씨가 실제로 눈 앞에 팔랑거리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는데 그래서인지 생동감 넘치는 말과 행동이 여느 책보다 풍부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산업 스파이 앞에서 발을 헛디뎌 만화 원고가 우수수 쏟아지는 장면이라던가, "인생은 하룻밤의 쇼같은 거리고 생각해" 운전대를 돌리는 그의 무심한 옆모습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노련한 표정은 의도하지 않아도 저자의 장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비밀을 갖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된 두 사람이 비록 만화같이 멋스러운 엔딩을 맞이하진 못했지만 소설책 다운 교훈이 고개를 빼꼼히 들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회사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가짜 센터장으로 부임한 아저씨는, 만화 투고에 열심이지만 매번 고비를 마시는 청춘 소녀에게 흘리듯 격려와 응원을 건넨다.
'아야카, 회사에 들어올 때 매번 오른발부터 밟는 거 알아? 가끔은 왼발부터 밟아도 돼.' 나는 이것이 산업 스파이 주제에 늘 콧노래를 부르고 다니는 유쾌한 아저씨가 아프니까 청춘이라고 믿는 젊은이들에게 조금은 인생을 즐겁게 살아도 된다고 수줍게 이야기 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몽실몽실 했다.
아야카는 그 말에 왼 발을 디뎌 자신의 만화 원고를 A급으로 승급시켰고 자신의 꿈에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자신이 한 말을 기억을 할는지 모를 의문의 센터장은 어느 날 갑자기 자취를 감추었다. 그렇게 끝나버린 이야기에 혹자는 깊은 탄식과 허무함을 느꼈을지 모르겠다.

나는 오랜 기억 속, 순정 만화를 손에 쥐고 울고 울었던 어린 날의 내가 떠올라 은은하고 달콤한 기분으로 책을 덮었다.

생동감 넘치고 어린 아이 같은 사람들이 보고싶다.
지나치게 날카롭거나 과장된 행동으로 사랑받는 인물들.

저자가 실은 아직도 만화가를 꿈꾸고 있다면 의문의 센터장처럼 나도 조용히 그녀를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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