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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우스
내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은 구루미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느 날 아침, 출근하는 남편의 발 밑에 웬 고양이 한 마리가 발길을 잡고 더 이상 움직이지 못하게 애교를 떨더란다. 심성이 고운 남편은 추운 날씨에 고양이를 밖으로 내쫓을 수 없어 우리 집으로 그 녀석을 인도했다. 현관문이 벌컥 열리자 마치 제 집인양 성큼성큼 들어오던 내새끼 첫모습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시간이 늦어 남편은 출근하고 고양이와 나 둘만 남게 되었다. 나는 이럴 때에 고양이에게 무엇을 줘야 하는지, 어떤 말을 건네야 하는지 하나도 알지 못해 한동안 멍청하게 앉아만 있다가 문득 냉장고에 우유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라(고양이에게 사람 먹는 우유 주시면 안됩니다✔몰랐어요😭) 우유와 냉동실에 있던 멸치를 꺼내 그릇에 담아 주었다. 너무나 ..
조리원에 다시 들어 오게 되어 아기가 없을 때 리뷰를 남기기 위해 넷플릭스로 영화를 찾아 봤다. 이 영화는 저번에 아는 형님에 박성웅, 라미란, 진영 배우가 나와 홍보하는 걸 들었던 기억이 나 선택하게 되었는데 킬링타임용으로 적절한 영화였다고 생각한다. 미쓰 와이프, 육혈포 강도단, 나쁜 피, 양아치 느와르 등을 제작한 강효진 감독은 미쓰 와이프에서도 바디 체인지를 소재로 하여 작품을 만들었다고 한다. 이 소재 자체에 상당한 흥미를 느낀 모양이다. 이야기는 엘리트 건달 아재 판수(박성웅)와 고등학생 동현(진영)이 몸을 부딪혀 영혼이 뒤바뀌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일진 무리들에게 왕따를 당하고 있던 동현은 몸 안에 건달 아재가 들어와 두둑한 배짱, 넘사벽 싸움 실력을 단번에 갖게 된다. 바디 체인지 후 ..
1932년 출생 유대계 미국 소설가 조앤 그린버그는 미국의 고등학생들과 대학생들이 꼭 읽어야 할 고전작품을 많이 써냈으며 그 중에서도 특히 이 소설은 영화와 연극으로도 상영되어 베스트셀러로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주인공 데버라는 정신분열증을 앓는 환자로 나오는데, 그녀를 둘러싼 가족과 병원 관계자 및 환자들의 행동이 매우 날카롭게 묘사된데에는 작가의 자전적인 작품이라는데 이유가 있다. 데버라는 '이르'라는 자신만의 세계에 만들어진 형태들에게 끊임없는 괴롭힘을 받는다. 그것들은 현실세계와 '이르'에 명확한 선을 그어두고 이곳이 더 편안하고 확실히 옳은 곳이라는 꼬드김을 반복한다. 모든 사람들에게 '이르'의 세계가 있다면 그것은 엄연한 세계가 되겠지만 전 세계인 중 딱 한 사람, '이르'는 오로지 데버라에게..
일본 중견 작가 요시다 슈이치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무라카미 류 등에 의해 발전한 일본 '팝 문학'의 정점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작품으로는 '파크 라이프'와 '퍼레이드'등이 있는데 작품들이 차례대로 일본 순수문학을 대표하는 아쿠타가와상과, 대중문학을 대표하는 야마모토 슈고로 상을 수상하면서 대중성과 작품성을 두루 갖춘 작가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사랑에 난폭'을 읽고 간결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문체가 맘에 들어 나는 다음번에도 책을 들테지만, 그 땐 작가의 입장에서 본 솔직한 남자의 심리를 엿보고 싶다. 책에 등장하는 여주인공 모모코와 내연녀가 번갈아가며 자신의 일기를 공개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는 건, 남성 작가임에도 대단히 날카로운 시선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렇대도 욕심이 나는 이유는 ..
아기를 낳은지도 벌써 17일이나 흘렀다. (빨리 수술해달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게 엊그제같은데...😦) 나는 강동미즈여성병원에서 아기를 출산하고 4박 5일간 병원에서 지낸 후 연계 된 조리원으로 바로 이동했다.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여서 홀몸이었으면 당연히 걸어갔겠지만 갓난아기와 아직 몸이 온전히 회복되지 않은 산모의 몸을 배려해 제공해 주신 차를 타고 너무나 편하게 조리원에 입소했다. 입소 규칙과 물품 사용 방법 등의 설명을 듣고, 병원 1인실보다 넓고 편리해 보이는 방을 구경하면서 '이 곳에서 푹 쉬다 가야지!' 라는 생각으로 좀 쉬어보려는 찰나. 전화가 왔다. "수유하시겠어요?" 병원 신생아실에서도 모유수유를 몇 번 해봤던 터라 별다른 생각없이 전화가 오면 내려가고, 수유를 하고, 다시 아기를 돌..
'노인과 바다'라는 작품으로 우리에게 친숙한 헤밍웨이의 하드보일드풍 작품이다. (그의 하드보일드풍의 걸작으로는 '살인청부업자(1927)', '킬리만자로의 눈(1936)'등이 있다.) 정확한 시기는 언급되지 않았지만, 실업자가 급증하는 경제 공황기를 배경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못 가진자들의 삶을 첨예하게 나타내었다. 배를 빌려주고 받는 뱃삯으로 아내와 딸들을 책임지는 가장 해리모건은 제 1부 에서 그간의 수고비를 모두 떼이는 사기를 당하고, 처자식을 위해서였겠지만 2, 3부의 가을, 겨울 사이 따뜻한 여름이 생략된 계기는 그간 거절해왔던 밀수업과 쿠바 중국인들 밀항에 가담하기로 작정하고부터 인 것 같다. 하지만 당시 떼인 돈이 현재의 집 한 채 값이며, 생업 수단인 낚시 장비를 모두 잃어버린 그로..
뱃 속에 아기가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로부터 11개월이 지났다. 사랑하는 나의 아기는 예정일이 20년 1월 19일이었지만 예정일에 맞춰 태어나는 아기는 많지 않다고 들어 조금 느긋한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1월 18일. 예정일을 하루 앞두고 새벽부터 배가 싸르르- 아파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런 통증이 간혹 있어왔기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새벽 5시에 시작된 가진통은 6시가 지나고, 7시가 지나고, 비로소 8시쯤이 되어서야 진진통이라는 형태로 나에게 위험 신호를 보내왔다. 그래도 이 때까지는 참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오전 11시가 지나고부터는 조금씩 참는 것이 힘들어졌다. 남편과 나는 부랴부랴 병원 갈 준비를 하고 담당 병원으로 향했다. 가자마자 여러가지 검사를 받고, 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