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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하우스
1976년 6월 호에 발표한 이 작품은 그 해 신인상과 제 75회 아쿠타가와상을 동시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와 일본 문학의 양대산맥을 이루는 무라카미 류의 처녀작이라 많은 사람들이 일부러 찾아서 읽어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다. 그런데 현재의 명성과는 걸맞지 않게 이 작품이 처음 출간 되었을 때 일본에서는 이 책의 내용이 문학의 소재가 될 수 있었는지에 대해 큰 논쟁이 있었다고 한다. 더불어 인간의 내면을 그리지 않았다는 비판과 함께 고뇌와 회한도 담겨있지 않은 작품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고 하는데 청춘들의 끝모를 비애를 느낀 건 비단 나를 비롯한 소수 뿐이었다는 말이 되나. 1970년대 이 작품이 우리나라에 들어왔을 때엔 무려 19세 미만 구독 불가 판정을 받으며 읽어서는 안 되는 금서 취급을 당했..
우리 아기가 태어난지도 벌써 20일이 지났다. 내 사정으로 인해 우리 아기, 진작 조리원 퇴원했어야 할 아기인데 여전히 신생아실에 누워 선생님들의 보호를 받고 있다. 아기가 태어나기 전, 해주고 싶었던 많은 것들 중 가장 첫번째가 바로 초점책과 모빌 보여주기였다. (모빌도 너무 보여주고 싶은데 조리원에 커다란 모빌대를 가지고 들어오기 어렵다. 조리원 아기침대에 모빌을 달 수도 없고. 그래서 지금은 초점책만 보여주고 있다.) 남편에게 얼른 가져와 달라고 부탁한 초점책! 베이비 초점책 사운드 북이다. 표지 옆에 자리한 버튼을 누르면 동요가 나온다. 그리고 상단 왼쪽에 무당벌레 버튼을 누르면 버튼에 반짝반짝 불이 들어온다. 어른들이 볼 때는 그냥 동그라미일지 모르지만 신생아들에게는 꽤 흥미로운 책인가보다. 우..
제 12회 보일드 에그즈 신인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전직 만화가 지망생이었던 저자를 한껏 녹여낸 듯한 여주인공이 25살의 나이에도 불구 여전히 소녀같은 이유는 도쿠나가 케이가 순수한 감성을 가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순정 만화 여자 주인공과 마흔 여섯살 아저씨가 실제로 눈 앞에 팔랑거리는 것 같은 착시를 일으키는데 그래서인지 생동감 넘치는 말과 행동이 여느 책보다 풍부하게 느껴진다. 예를 들어, 산업 스파이 앞에서 발을 헛디뎌 만화 원고가 우수수 쏟아지는 장면이라던가, "인생은 하룻밤의 쇼같은 거리고 생각해" 운전대를 돌리는 그의 무심한 옆모습에서 느껴지는 안정감과 노련한 표정은 의도하지 않아도 저자의 장기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각자의 비밀을 갖고 같은 공간에서 일하게 된 ..
2014년 국내 개봉 된 데이빗 핀처 감독의 는 극장 상영 후 관람객들의 높은 평점과 뜨거운 지지를 받았다. 나도 별 생각 없이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가 엔딩 크레딧이 올라가고 멍한 상태로 조용히 극장을 나왔던 기억이 난다. 로 데뷔한 길리언 플린은 전 작품 영화화 확정으로 할리우드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선정된 바 있다. 또한 '피가 난무하지 않는 서스펜스를 쓸 수 있는 작가(월스트리트저널)'라는 극찬에 걸맞게 그녀의 이야기는 더없이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여성들만의 분위기가 짙게 깔려있다. 에서 주인공 역을 소화한 배우의 온화하지만 지독하게 차가운 표정이 아직도 눈 앞에 아른거리는 걸 보면 저자는 에서의 아도라와 카밀에게도 '양날의 칼'을 쥐어준게 틀림없다. 그들은 3대에 걸쳐 모녀간의 애증이 비극..
아이가 태어나기 전부터 고려했던 많은 것들 중, 손가락에 꼽을만큼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아기 젖병. 시중에 나와 있는 많고 많은 젖병 중 어떤 것을 골라야 아기가 심하게 울지 않고 밥을 잘 먹을 수 있을까 정말 많이 고민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 집에는 현재 헤겐 젖병, 유피 젖병, 그린맘 젖병, 닥터 브라운 젖병이 있다. (다른 종류로 몇 개 더 있는데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 중에서 우리 부부에게 아니, 아기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생각하는 젖병은 이 포스팅의 주인공 닥터 브라운 젖병이다. 시작은 '배앓이 방지'가 된다는 말에서부터였다. 단점은 모두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세척이 어렵다."였지만, 배앓이가 방지 된다는데 그깟 세척이 뭐 대수랴, 싶었던 것 같다. 직접 경험해본 바 세척이 ..
갈수록 삭막해지고 냉정해지는 세상의 안과 밖에 끼어 희망의 지평을 노래한 작가 13명이 뭉쳤다. 시대의 회상과 현실의 부조리함을 동시에 이야기 하는 30대와 40대들의 대조적인 시선이 신기했으며 작가 소개란의 생년월일을 참고 하면서 작품을 비교하는 맛이 썩 흥미로웠다. 이토록 다양한 관점들은 음식을 가져오기가 용이한 뷔페에서 떠먹여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고, 단편소설 모음집이 가진 나른하고 편안한 색조가 하나 하나의 작품에 애착을 갖게 했다. 형용하기 어려운 그들의 공통적인 아름다움을 차치하고 지금 나의 머릿속에 가장 크게 자리 잡고 있는 작품은 서진의 '홈, 플러스'와 김곰치의 '졸업'이다. 무조건 악보대로 완주해야만 좋은 곡이라는 선생님의 호통이 피아노에 대한 순수한 열정을 앗아가버린 한창훈의 '그..
독일에서 550만 부가 판매 된 의 저자 인드레아스 프란체가 갑작스런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 뒤, 다니엘 홀베는 '율리아 뒤랑 시리즈'를 이어 받아 집필하게 된다. 범죄 미스터리 스릴러 전형은 특유의 몰입감을 독자에게 달콤하게 선사한다. 안드레아스 프란체의 글은 조금 더 잔혹하며, 글 솜씨가 상당하다는데 다니엘 홀베의 이 작품은 출간 즉시 독일 아마존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는 현지 반응과는 다르게 '율리아 뒤랑 시리즈'를 알고 있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실망스럽다는 평판을 받았다. 율리아 형사를 처음 접한 나는 그녀가 가장 비중이 높은 인물임을 처음 알았다. 많은 등장인물들의 내용 전개를 책임지느라 주인공이 병풍이 되어버린 느낌? 자신의 사건전담반을 비롯해 병드신 아버지를 돌보지 못하는 데에서 율리아의 ..
2016년 9월 5일. 전북 익산 경찰서는 이모씨(38,남)를 폭력 및 재물 손괴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이모씨는 당시 편의점 직원이 전자레인지 작동법을 가르쳐 주지 않고 불친절 하다는 이유로 펄펄 끓는 컵라면을 얼굴에 집어 던지고, 손찌검을 하고, 물건들을 던지며 난동을 부렸다. 나는 이모씨에게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켜 기계를 발로 걷어찼다.'는 식의 자연스러운 당당함을 느꼈다. 행동에 대한 이유가 '엄연한 서비스직이 불친절 했기 때문'이었다면, 공정한 판결을 내리지 못한 판사나 의료 기술을 실수한 의사에게도 끓는 라면을 끼얹을 수 있어야 한다. 편의점 알바생에게 다짜고짜 반말을 하고 욕설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럴 만한 용기는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수많은 사람들이 편의점 알바생은 하는 일이 별로 없..